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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과 전략 파트너? CSO 자리 못잡고 아류만2년이 지났다. 그러나 '#CSO(Contract Sales Organization)'는 아직 적응중이다.제약업계에서 CSO가 관심받게 된 계기는 2012년 처방의약품 1위 품목인 BMS의 바라크루드 영업을 인벤티브헬스코리아가 맡게 되면서다.물론 인벤티브헬스가 처음은 아니었다. 2000년 설립된 유디스인터내셔날이 있었고 같은 해 후발주자로 전세계 넘버원 CSO기업인 이노벡스 퀸타일즈가 국내에 상륙하기도 했지만 너무 앞선 탓인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인벤티브헬스의 시작도 순탄치는 않았다. 당시 계약형태로 인한 위장도급 논란이 일면서 다소 노동이슈로 번진 감은 있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CSO 진출과 영업대행에 대한 니즈를 알리는 포문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BMS의 사례 이후, 아스트라제네카 등 다국적제약사들의 CSO 계약 소식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국내 시장에서도 CSO는 어떤 방식이든 간에 확산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2014년 CSO, '진짜'는 늘지 않았다그러나 2014년,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시행된 지금, CSO의 활성화는 없었다. CSO를 표방하는 품목도매의 성행이 지난 2년의 결과가 돼버린 모습이다.CSO는 품목을 들여오는 개념이 아니다. 총판도매, 코프로모션, 코마케팅 계약과 구분되야 하는 이유다. 단순히 '고객'(제약사)의 '서비스 업체'라는 관계를 넘어 '전략적 파트너'의 위치를 갖는 것이 CSO의 바른 개념이다.다시 말해 CSO는 의약품이라는 재화를 넘겨받아 판매하는 방식이 아니라 영업사원을 통한 용역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근간으로 한다.이같은 역할을 이행하는 업체는 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나마 새로 출범한 국내업체로 평창P&C 정도가 있다. 이 회사는 우선 제네릭 품목은 특정 상황(제형이 다른 경우 등)이 아닌 이상 받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어디까지나 오리지널 품목에 대한 영업 스폐셜티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또 다국적사가 아닌 국내사를 주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평창P&C는 현재 일부 국내사와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그러나 사실상 이것이 전부다. 심지어 기존 정통 CSO들의 무대는 거의 확대되지 않은 모습이다.인벤티브헬스는 현재 BMS, 다케다제약과 계약을 체결, 영업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BMS의 경우 2011년 계약을 체결, 지난해 연말부터 '바라크루드', '플라빅스' 등 제품 영업을, 다케다는 2012년부터 '액토스'의 영업을 맡겼다.문제는 인벤티브헬스의 새로운 계약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년 간 다국적사 5곳 이상과 논의가 진행됐지만 결국 성사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또한 계약 형태는 다르지만 2012년 총 80명의 인원을 맨파워로부터 공급 받았던 아스트라제네카는 현재 계약을 해지한 상황이다.원인은 무엇일까. 애초 이는 다국적사들의 오리지널 품목은 주로 국내사와 코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국내 시장의 특수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이정도의 정체현상을 모두 설명하기엔 무리가 있다.실제 한 CSO 활용 다국적사 관계자는 "코프로모션 계약과는 별도로 CSO 인력을 배치하고 있는데, 효과를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국내사는 해당 품목만 신경 써야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전문 디테일 능력은 CSO가 낫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분명 니즈는 존재한다는 얘기다. 또 제자리 걸음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CSO들은 잘 못 자리잡힌 CSO에 대한 이미지가 그 답이라고 말한다.한 CSO 관계자는 "지금까지 '리베이트 영업을 해 줄 회사'를 찾는 제약사, 또 그 역할을 자청하는 아류 CSO가 판을치고 있다. 자사에 이같은 의뢰를 하는 제약사도 있었다. 'CSO=리베이트'라는 인식 때문에 관심을 보이던 다국적사들도 떨어져 나간다"라고 토로했다.2014-07-07 06:01:00어윤호 -
'식후 30분 하루 3번' 복약지도, 과태료 대상일까?YTN에 보도된 복약지도 관련 내용"어제 방송을 보니 식후 30분에 하루 3번 복용하라는 식의 #복약지도를 를 하면 3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고 하는데 사실인가요?"복약지도를 하지 않았을 때 30만원 과태료가 부과되는 내용을 포함한 약사법 시행령이 1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르면 이번 주중 시행령이 공포되면 본격적인 복약지도의 의무화 조치가 시행되게 된다.그러나 약사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법 조항만 놓고 보면 별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현장에 법 조항이 적용될 때는 민원인에 우선해 처리되는 경우를 많이 경험했기 때문이다.이에 데일리팜은 약사출신 법률 전문가를 대상으로 복약지도 과태료 부과 30만원에 대한 해석과 입장을 들어봤다.이재현 교수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약사법 전문위원으로 활동한 #이재현 성대약대 교수는 이번 법 개정으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이 교수는 "기존 구두로 해야 하는 복약지도에 문서로도 할 수 있다는 단서가 하나 더 달린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약사법에 규정된 복약지도의 정의는 정보의 범위를 예시한 것으로 환자에게 필요한 복약지도를 약사가 선택해서 하면 된다"고 전했다.이 교수는 "만약 서면 복약지도를 했을 때 그 내용이 환자에게 불필요한 정보, 즉 환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가 아닐 수 있다"고 언급했다.결국 복약지도를 하지 않으면 1차 경고 처분을 하는 기존 약사법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는 것이다. 복약지도를 하지 않았다고 경고처분을 받은 약국도 거의 없었다는 점도 참고 대상이다.로엔팜 법률사무소의 #박정일 변호사는 환자에게 필요한 정보가 쟁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만약 차광보관이나 냉장보관을 해야 하는 조제약에 대한 복약지도를 하지 않았을 경우 조제약 변질 등 문제가 발생해 환자가 민원을 제기하면 꼭 필요한 복약지도를 하지 않았다고 행정청이 판단할 수 있는 여의가 있다.박정일 변호사반대로 실온에 보관해도 되는 조제약인데 실온에 보관하라는 복약지도는 필요가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박 변호사는 "식후 30분, 하루 3번 복용하라는 복약지도를 했다고 일률적으로 처분을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케이스마다 다르다. 환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약사가 전달하면 된다"고 설명했다.#JKL법률사무소 이기선 변호사도 약사들의 막연한 기우 때문에 발생한 논란거리라며 그러나 왜 이런 걱정을 약사들이 하도록 했는지 행정청도 반성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 변호사는 "조제약을 건네면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면 문제가 되지만 식후 30분 하루 3번 복용하라는 내용도 복약지도 일 수 있다"고 말했다.즉 복약지도 정의에 추가된 '성상'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처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다만 이 변호사는 민원이 접수되고 민원인이 강력하게 주장을 하면 실제 처벌로 이어진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실례로 조제거부도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가능하다고 돼 있어 약사들이 정당한 사유를 폭넓게 해석하다 처벌을 받은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이기선 변호사이 변호사는 "조문만 놓고 보면 별 문제가 없지만 실제 법이 집행되고 적용되는 현장은 다르다"며 "보건소는 민원인이 강력하게 주장하면 실제 처분을 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아울러 이 변호사는 "전의총 등 일부 의사들의 동영상 증거자료 확보 등 법 시행 초기 악의적인 고발이 있을 수 있다"며 "이 때 약사회의 대처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그는 "과태료 30만원 내고 끝내려는 약사들이 많아 실제 소송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며 "약사회가 나서 선례를 잘 남겨 놓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법 시행초기 민원이나 고발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약사들이 부당한 처벌을 받았는지 약사회가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2014-07-02 12:18:24강신국 -
전문 수탁사 활성화 계기 VS 제네릭 난립 우려도A제약사의 B제품은 C사를 통해 위탁생산된 제품이다.허가자료 마련을 위해 30만정을 만들었다. 기계를 한번 돌릴때마다 10만정을 만들었고, 그렇게 총 세번을 돌렸다.기계를 세번 돌려 품질이 균일하다는 자료를 내야 허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3배치 규정에 따른 조치였다.하지만 C사에서는 B제품과 성분·제형 모두 똑같은 약을 허가를 받고 시장에다 팔고 있다. C사 역시 기계를 세번 돌리는 시험생산을 통해 허가를 받았다. A사 입장에서는 이미 C사를 통해 균일성을 입증받고 허가를 받은 약품을 또다시 시험생산 해야한다는데 이해할 수 없었다.문제는 허가를 받고 난 다음이었다. 예상외로 영업부진이 이어지면서 미리 만든 30만정이 모두 판매되지 않았다. A사는 결국 10만정만 판매하고, 20만정은 폐기 소각할 수 밖에 없었다.그동안 제약회사들은 이러한 문제 때문에 2008년 도입된 위탁업체 신규품목의 3배치 규정을 면제해달라는 요청이 끊이질 않았다. 마침내 지난 5월 식약처는 해당 규제를 풀었다.제약회사들은 일제히 환영의사를 보내고 있다. 특히 해당 규정 때문에 신규 품목 허가에 어려움을 겪었던 제약회사들은 품목허가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이 크게 줄였다며 박수를 보내고 있다.◆"위수탁 활성화 닻 올렸다" = 이번 규제완화로 제약회사간 #위수탁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위탁품목 허가에 시간과 비용부담이 줄어드는만큼 웬만한 품목은 자사생산 대신 위탁생산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경기도 화성의 제약회사 공장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기존 생산계획을 수정할 계획"이라며 "비효율적인 자체 생산라인은 과감히 죽이고, 위탁으로 돌리는 방법도 고려해볼 것"이라고 전했다.위탁 신규품목 3배치 생산자료 면제로 허가신청 후 빠르면 10일 이후에도 허가를 받을 수 있다. 기존에는 3배치 자료가 보완을 거치면 평가기간 120일이 지나도 감감 무소식일 때가 많았다.더구나 위탁사들은 3배치가 면제되면서 허가비용을 줄일 수 있다. 원료에 따라 생산비용은 천차만별이지만, 이제는 추가비용없이 수탁사가 보유한 허가자료만으로도 허가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된 것이다.수탁사 입장에서는 3배치 생산이 준만큼 단순하게 보면 수탁대금 비용 감소가 예상되지만, 이번 조치로 위탁 품목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특히 3배치 자료 면제같은 사전규제는 줄어들었지만, 3년마다 적합업소 평가 등 사후규제는 오히려 강화된만큼 전문 수탁사들의 입지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수탁 비율이 높은 한 제약사 위수탁 담당자는 "어차피 시장판매를 감안해 위수탁계약을 맺는만큼 수탁대금 감소는 문제될 게 없다"며 "수탁업소에 대한 사후강화 규제로 시설관리 수준도 중요해진 만큼 경험이 많은 대형 수탁업소들에게 위탁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이에 따라 그동안 수탁생산 투자를 높인 대원제약, 휴온스 등 중견제약사들이 반사이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이번 조치로 위탁사는 비효율적인 자체 생산라인 정리 효과를, 수탁사에는 선진적인 품질관리 시스템 도입 배경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품질관리 점검에서도 효율화를 꾀할 수 있다.김상봉 식약처 의약품품질과장은 "수탁사 시설들이 선진화되고, 생산라인이 단일화되면 점검하는 식약청 입장에서도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며 "이는 결국 의약품 품질관리 수준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늘어나는 똑같은 약들 어떡하나?" = 하지만 위탁품목의 허가 간소화로 똑같은 약들이 난립돼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견 제약사 한 허가담당 임원은 "개별 회사에서는 허가비용이 줄면서 당장 이득일지 모르겠지만, 넓은 시각으로 볼 때는 제네릭 난립으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지금도 작은 제약사들은 쉽게 제네릭을 허가받아 리베이트 영업으로 시장질서를 흐리고 있다"고 우려했다.최근 특허만료 약물에 대한 동일 성분 제네릭들은 최대 100개까지 허가를 받고 있다. 특히 위탁품목이 늘고 있는데, 규제가 완화되면서 개발비가 줄었들었기 때문이다.식약처는 위탁품목의 생동성시험도 수탁사의 생동 자료로 갈음할 수 있도록 지난 2011년 11월 종전 규제를 종료했다.더구나 2012년 복지부가 동일 성분 의약품에 대해 동일한 약가를 적용하면서 위수탁을 통한 신규 제네릭 허가가 늘고 있다. 대표적 만성질환치료제 성분인 아토르바스타틴이나 심바스타틴 약물들은 최근에도 품목허가가 줄을 잇고 있다.제약사 한 공장장은 "위탁품목 규제가 완화되면서 실제로 최근 회사 영업·마케팅 부서에서도 '이것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늘고 있다"며 "그동안 3배치 규제 때문에 못 만든 제품들도 이번 기회를 통해 허가를 획득하려는 움직임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또한 내년 3월 허가-특허 연계제도 시행 전에 허가를 획득하려는 제네릭사들도 위탁생산을 통해 제도권에 들어갈 가능성도 높다.하지만 최근 강화되는 리베이트 규제 때문에 제네릭 영업이 위축되면서 허가절차가 간소화된다해도 품목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거란 목소리도 많다.상위제약 마케팅 담당자는 "쌍벌제와 공정경쟁규약, 이번 리베이트 투아웃제까지 제네릭 영업규제가 강화되면서 제약사들은 이제 제네릭이 크게 메리트가 없다는 인식을 갖고 신약이나 개량신약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중소 제약사 같은 경우 개원가에 대한 영업력이 약해 리베이트 영업에는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제네릭 난립이 허가규정보다는 약가규정이 더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동일 성분 약물들에 동일가가 적용되면서 후발 제네릭 주자들이 일시적으로 시장에 나서고 있다는 전망이다.김상봉 과장은 "식약처도 이번 조치 이전에 품목 난립에 대해 검토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며 "그때 판단은 약가가 동일해지면서 품목 제한 효과는 사라졌다는 거였다"며 위탁품목 허가완화가 제네릭 난립으로 바로 연결된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2014-07-02 06:15:00이탁순 -
위탁약 3배치 의무 폐지…열흘이면 허가도 가능"앞으로 #위탁의약품은 허가 시 3배치 생산자료를 제출하지 않아도 됩니다."지난 5월 말 GMP 설명회에서 식약처 의약품품질과 김상봉 과장의 이 같은 발언에 참석자들은 술렁거렸다.참석자 대부분은 자기 귀를 의심하며 다시 설명해 달라는 요청을 했을 정도다. 3배치 생산자료를 제출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는, 곧 생산의무 자체가 폐지된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김 과장은 재차 "안 믿기시죠? 그런데 진짜로 이제부터 위탁사는 3배치 생산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라며 참석자들의 의심을 불식시켰다.수 년간 요구에도 꿈쩍하지 않았던 제도가 이 말 한마디로 바뀌는 순간이었다.왜 참석자들은 이 말을 그토록 기다렸고, 식약처는 왜 이제서야 3배치 생산의무를 없앴을까?◆허가약 3배치 생산 도입= 일단은 왜 3배치 생산을 도입하게 된 배경부터 알 필요가 있다.3배치 생산은 2008년 사전GMP 시행에 따른 밸리데이션이 의무화되면서 시작됐다.밸리데이션은 제품이 일관되게 제조된다는 것을 문서로 검증하는 것을 의미한다.의약품 생산 균일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한 제조공장에서 최소 3배치를 생산해야만 이를 입증할 수 있다.배치는 제조단위를 말하는데 원료가격이나 제형 등에 따라 달라지는데 적게는 수천정에서 많게는 수십만정까지 다양하다.그런데 3배치 생산의무는 수탁사 뿐 아니라 위탁사에도 똑같이 적용됐다.쉽게 말하면, 같은 제조공장에서 제품명만 다른 제품 3개를 생산할 경우 총 9배치를 생산해야 했다.이에 따라 제조공정이 모두 동일한 위탁약의 경우 3배치 생산자료를 면제해 달라는 요구가 있었던 것이다.여러가지 이유에서 이 같은 요구는 오래도록 수용되지 않았다.위탁약이 너무 쉽게 허가되면 제네릭이 난립해 의약품 시장이 혼탁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이유 중 하나였다.하지만 식약처도 불합리성을 공감해 제도를 변경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결국은 무산된 바 있다.식약처 관계자는 "3배치 생산과 관련해 위·수탁사 의견이 엇갈려 제도를 유지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실제 위탁사는 3배치 생산의무가 사라지면 비용이 절감되는 반면, 수탁사는 생산량이 줄어들어 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폐지 배경= 이러한 제도가 하루아침에 바뀌었다. 바로 식약처가 올해 9월부터 도입하는 GMP 적합판정서에 따른 영향이다.식약처는 앞으로 3년에 한 번씩 모든 제조소를 대상으로 GMP평가를 하고, 적합판정을 받은 업체에 한 해 적합판정서를 발급하게 된다.적합업체는 허가받기 전에 시행하던 품목별 사전GMP가 면제된다.이에 따라 위탁사 3배치 생산에 대한 의무조항도 사라지게 됐다.사전GMP 면제에 따른 영향으로 기존 '밸리데이션 실시에 관한 규정' 중 기계나 성분이 동일하면 밸리데이션 생략이 가능하다는 조항 적용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식약처는 위탁사 3배치 생산자료 제출을 위탁계약사로 갈음할 수 있게 했으며, 이미 이달 5일부터 시행하고 있다.◆기대효과= 위탁약 허가 시 3배치 생산의무가 사라지기 때문에 위탁사는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어 비용을 아낄 수 있다.또 허가에 걸리는 기간도 대폭 단축된다.그동안 위탁약은 3배치를 실제로 생산해 자료를 제출하고, 사전GMP까지 마쳐야 비로소 허가가 가능했다. 사전GMP 평가 등 허가까지 걸리는 기간만 해도 100일이 훌쩍 넘어갈 때가 비일비재하다.3배치 생산자료 제출이 위탁계약서로 대체되면서 위탁약 허가에 걸리는 기간은 빠르면 열흘이면 된다.의약품 허가전 관리는 완화되는 셈이지만, 사후 관리는 강화된다.GMP 적합판정서 도입에 따라 모든 제조업소는 3년에 한 번씩 실사를 받아야 한다. 여기서 부적합 판정을 받게되면 해당 제조소에서 판매되는 모든 제품의 판매가 중지되거나 회수될 수도 있다.김상봉 과장은 "사전GMP 면제에 따라 수탁의약품의 허가가 쉬워지지만 사후 관리는 강화될 것"이라며 "사전관리 인력을 사후관리로 전환해 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2014-07-01 06:15:00최봉영 -
이주족, 기러기족… 오송 공무원, 그들의 삶은?오송보건의료행정타운 전경3년 7개월, 그러니까 1300여일이다. 식약처 등 6개 국책기관이 #오송으로 이전한 지 벌써 이 만큼 시간이 흘렀다.2010년 말부터 이곳 직원들의 터전은 하루아침에 서울에서 오송으로 바뀌었다.이전 초기만 해도 출퇴근길에 흙바람을 뒤집어써야 했다. 공사가 채 마무리되지 않은 탓이었다. 변변한 식당도 없어서 오송단지 구내식당에 의존했지만 식사 질은 좋지 않았다. 암담했다.4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 그들의 생활은 얼마나 나아졌을까?삶의 변화는 주거 형태에 따라 크게 차이가 있었다. 오송에 얼마나 머무르냐가 이들이 느끼는 체감도와 연관이 큰 탓이다.오송 단지 내 직원들의 주거 형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가족들 모두 오송에 새 터를 잡은 '이주족', 혼자 내려와 주말에는 집으로 올라가는 '기러기족', 서울 등지에서 출퇴근을 하는 '통근족'이 그것이다.◆이주족= 식약처 김 사무관은 유치원에 다니는 딸을 둔 40대 가장이다. 그가 오송에 내려온 지 벌써 3년이 지났다.이사 초기만 해도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아이가 아파 청주나 오창으로 부랴부랴 차를 몰고 가야 했다. 시장이나 마트가 없으니 장을 보는 것도 일이었다.이제는 오송역 인근에 의원들이 더러 자리 잡았다. 마트도 생겼다. 그나마 불편이 줄어든 셈이다.교육 환경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거의 없다. 서울같은 방과 후 시간을 보낼 사설 보습학원조차 턱없이 부족하다.무엇보다 집값이 가장 큰 고민이 된다. 3년 전과 비교하면 집값 시세가 많게는 30%까지 차이가 난다.때문에 이주를 결정한 직원들은 오송보다 청주나 세종, 대전 등을 선호하기도 한다.그나마 여유가 있는 이주족들은 이전 초기에 집을 사 시세 차익을 누리고 있다.오송 인근 아파트단지문화공간이 적은 것도 삶을 척박하게 하는 요인이다. 지난해 개관한 오송종합사회복지관이 문화시설이라고 할 만한 전부다.영화관이나 쇼핑시설은 꿈도 못 꾼다. 조만간 인근에 목욕탕이 들어선다는 얘기가 위안이 될 정도다.이런 상황에서도 이주족들은 오송에 적응해 가고 있다.주말엔 가족들과 나들이 가고, 여가를 즐기는 일이 많아졌다. 오송을 벗어나면 인근에 맛집이 적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나마 살 맛을 하나 둘 찾아가고 있는 셈이다.◆기러기족= 식약처 50대 이 과장은 고등학생, 중학생 자녀를 둔 중년의 아버지다.기러기족 중에는 이 과장처럼 자녀 학업때문에 홀로 오송에 내려온 경우가 많다.그도 처음부터 기러기족이 된 건 아니었다. 이전 초기만해도 통근족의 일원이었다. 하지만 중년의 그에게 출퇴근은 힘에 부쳤다.가족과 떨어진 생활이 처음엔 크게 나쁘지 않았다. 같은 처지 '기러기'들과 어울려 술추렴하고 위안 삼았다. 술집에 가면 아는 사람들과 쉽게 마주치는 것도 재미였다.지금은 오송역 인근을 비롯해 작은 시가지를 중심으로 식당이 많이 들어섰고, 당구장, 노래방, PC방 등도 생겨났다.오송역 인근 시가지놀 수 있는 환경은 더 좋았졌는 데 이상하게 일과 후 직원들끼리 어울리는 일이 눈에 띄게 줄었다. 힘에 부치기도 했지만 경제적 부담도 컸다.이 과장은 전략을 바꿔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악기에 재미를 붙이는 중이다.기러기족들은 이렇게 술과 작별하고 다른 여가생활로 변화를 모색하는 추세다.◆통근족= 보건산업진흥원 박 연구원은 오송 생활이 고달프기만 하다.출퇴근 때문이다. 일산 집과 오송, 출퇴근 시간만 하루 4시간이 넘는다. 이제는 KTX 타는 데 익숙해져 단 잠을 자는 일도 많아졌지만 오송역을 지나치지 않을까 노심초사 마음을 놓지 못한다.통근족에게 곤혹스런 건 무엇보다 회식이다. KTX 막차라도 놓치게 되면 꼼짝없이 다른 사람 신세를 져야 한다.오송보건의료행정타운 통근버스이들이 왜 이주족이나 기러기족이 되지 못하는 걸까. 일단 정주여건이 여전히 부족하다보니 이사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금전적인 문제는 '허들'이다.오송에서 원룸을 하나 구하려면 월세만 30만~50만원이 든다. 여기에 교통비와 생활비까지 합하면 100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반면 통근하면 비용은 반으로 충분하다.'통근족'은 4년 전이나 지금이나 쳇바퀴 돌듯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오송 발전계획은= 충북의 관문인 오송은 지리적으로 개발 잠재력이 충분하다. 충청북도에서도 개발계획을 세워놓고 있다.초창기 오송보건의료행정타운 전경하지만 인근 세종시에 국책기관이 본격 이주하면서 오송 개발은 뒷전으로 밀리는 분위기다. 이렇게 가다보면 오송은 세종의 부도심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게 뻔하다.오송 근무자들은 이렇게 말할 뿐이다. "힘들든 편하든 이제는 생활이 됐다. 오송 생활 나름에도 즐거움은 있다."2014-06-18 06:14:59최봉영 -
여성 심혈관질환 예방에 필요한 약국 역할은?아스피린 프로텍트 약사 대상 학술 좌담회바이엘이 'Today’s Prevention, Tomorrow’s Protection'을 주제로 진행한 학술 좌담회에서 참가한 약사들이 약국의 심혈관질환 예방, 관리를 위한 상담 기법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심혈관질환 예방과 관리 과정에서 약사의 역할은 어떻게 확대돼야 옳을까.바이엘코리아는 지난 15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약사들을 중심으로 학술 좌담회 'Today’s Prevention, Tomorrow’s Protection'을 진행했다.이번 좌담회는 바이엘코리아가 가족 심혈관 건강을 지키자는 취지로 진행 중인 'Mom’s Heart 캠페인' 일환으로, 갱년기 이후 여성의 심혈관질환을 이해하고 예방과 관리를 위한 약국의 상담 기법 등을 고민하는 자리로 꾸며졌다.참석자들은 이날 적절한 예방이나 치료 시기를 놓치고 있는 심혈관질환자가 늘고 있는 만큼, 약사들이 적극적으로 복약지도와 상담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여성 심혈관질환 원인·예방법은=심혈관질환은 심장질환과 뇌졸중 등 뇌혈관질환,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동맥경화증 등 선행질환을 총칭하는 것이다. 지용약국 강미애 약사. 흔히 중년 남성 전용 질환이라고 인식돼 왔지만 최근에는 여성의 심장질환 사망률이 약 30%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특히 폐경 이후 50대 여성 발병률이 3배 이상 높아지고 있다.중년 여성의 심혈관질환이 나타나는 주요 원인으로는 폐경이나 난소 절제로 인한 에스트로겐 수치 감소가 꼽히고 있다.에스트로겐이 감소하면 혈중 중성지방과 저밀도 콜레스트롤 수치가 증가해 혈관 탄력성이 떨어져 고혈압을 유발하고 심혈관질환에 노출될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탄수화물의 과다 섭취나 운동부족으로 인한 체지방량 증가, 당뇨 합병증으로 인한 동맥경화 역시 심혈관질환을 불러올 수 있다.하지만 중년 여성은 남성에 비해 심혈관질환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갱년기 증상과 유사해 환자 스스로 감지하지 못하고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지용약국 강미애 약사는 "여성의 3분의 2가 전형적 증상(가슴통증, 호흡곤란)과는 달리 피로감과 메스꺼움, 소화불량, 우울감, 심한 불안감, 왼쪽 팔저림 등을 호소한다"며 "이는 갱년기 여성 증상과 유사해 적절한 상담이 없으면 치료 시기를 놓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약사들은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꾸준한 관리와 더불어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강미애 약사는 "저용량 아스피린 투여와 함께 규칙적인 운동과 식이요법, 금연 등을 통한 꾸준한 관리로 여성의 심혈관질환 예방이 가능하다"며 "약국에서 여성 환자에게 적극적으로 관리와 예방을 권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아스피린, 복약지도·약국 상담 기법=약국에서 심혈관질환 관련 아스피린 프로텍트가 처방나왔을 때의 복약지도 방법과 OTC 구매 환자에 대한 상담기법도 소개됐다.비타민약국 정혜진 약사. 병의원에서 혈전색전증 예방 차원에서 아스피린 프로텍트 처방이 나온 경우 약사는 먼저 처방전을 확인한 후 환자에게 왜 이 약물을 복용해야 하는지 환자의 질병 상태에 맞게 설명한다.이어 환자의 상태, 간기능이나 신기능, 나이, 특이체질 등을 확인한 후 약물의 복용법과 주의사항에 대해 설명한다.이어 질병과 관련한 식이요법, 일상생활에서 주의할 점 등을 상담한다.비타민약국 정혜진 약사는 "환자의 관상동맥질환, 허혈성 뇌졸증 등 위험 인자를 인지하고 질병 진행 과정을 설명해 준 후 복약지도를 하면 환자의 질환 개선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아스피린 프로텍트 OTC 구매를 원하는 환자에게는 약을 복용하려는 이유를 확인하고 심뇌혈관질환 위험인자 여부에 대해 확인한 후 복약지도를 할 필요가 있다.정 약사는 "환자에게 장용정의 특성상 씹어먹지 않도록 주의를 주고 수술 전 아스피린 프로텍트를 비롯한 항혈소판제 복용 중단을 경고하는 등의 복약지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약국, 심혈관질환 예방·관리자로 거듭나야=약사들은 약국이 환자가 심혈관질환을 갖기 전 예방, 관리 장소로서의 기능을 하는 '심혈관테크'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신촌약국 김희정 약사. 약사가 심혈관질환 위험성 인자를 가진 환자를 상담을 통해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안전성과 효능, 효과가 인정된 예방 의약품을 권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또 이에 맞는 복약상담 매뉴얼(안전성, 위장 트러블, 복용기간 등)을 환자에게 제공하고 지속적인 약력관리를 진행할 수 있다.신촌약국 김희정 약사는 "종합병원 문전약국에서 70~80% 가량 심혈관계, 내분비계 환자에게 아스피린 프로텍트가 처방되고 있다는 점에서 약의 효능은 신뢰할 수 있다고 본다"며 "약의 꾸준한 복용으로 큰 부작용 없이 뇌졸중이 호전된 사례도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이어 바이엘 김미리 아스피린 프로텍트 PM은 "약국에서 심혈관 선행질환을 가진 환자는 물론 위험 요소가 발견된 잠재 환자들에게 상담을 통한 관리와 꾸준한 의약품 복용이 이뤄진다면 예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약사와 함께하는 대국민 건강 캠페인에 주력하겠다"고 전했다.2014-06-18 06:14:50김지은 -
시작은 미미했지만…"우리 경험 혁신신약 자양분"[창간특집 - 국산 신약개발 히든히어로]우리나라는 20개의 국산신약을 보유하고 있다.99년 SK케미칼의 위암치료제 '선플라주'로 시작된 국내 개발신약 역사는 작년 당뇨병치료제 '듀비에(종근당)'가 허가를 받으면서 15년만에 20개라는 성적표를 남기고 있다.전체 의약품 시장 규모가 19조원 수준으로, 삼성전자 1년 영업이익(36조)의 절반을 조금 웃도는 국내 제약산업이 15년만에 20개의 신약을 만들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신약들은 돈 안 되는 신약, 외국을 모방한 신약이라는 비아냥섞인 수식어도 따라다니는게 사실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만든 신약들은 미미한 해외실적은 제쳐두더라도 국내에서도 100억 이상 매출을 올리는 제품이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다.그런데 글로벌 제약사의 평균 신약개발 소용비용 1조원의 50분의 1도(약 200억) 안 되는 투자로 15년만에 20개 성적을 남겼다면 분명 비교우위 지점도 있을 것이다.그 중심에는 역시 한국의 우수한 인재들이 있다. 많지 않은 인력과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라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밤낮으로 열정을 아끼지 않은 인재들이 있었기에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다.우리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봤다. 국산 신약 개발의 진정한 히어로는 바로 이들이기 때문이다."검토물질만 수백여개, 그래도 럭키했던 슈펙트" (슈펙트 주역 이공열 수석연구원)이공열 수석연구원국산 표적항암제 '슈펙트' 개발의 주역인 이공열(47) #일양약품 수석연구원은 사실 신약개발을 위해 입사하지 않았다.97년 입사한 그는 당시 회사의 신규사업 프로젝트였던 반도체 원료물질 제조 연구를 맡았다.하지만 수익성이 없다는 판단에 사업이 중단됐고, 화학을 전공한 그는 제네릭약물 합성연구에 투입됐다.그러다 회사가 신약개발에 눈을 돌리면서 2001년부터 표적항암제 개발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당시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항암제를 모색한 회사는 백혈병치료제 글리벡을 타깃으로 한 신약개발에 몰두했다.이 연구원은 물질탐색부터 동물실험까지 동료 연구원들과 동고동락하며 열정을 쏟았다.가장 고비였던 순간은 역시 동물실험. 시험관에서는 괜찮았던 물질이 동물실험에만 넘어오면 고배를 번번이 마셨다.특히 흡수가 잘 안 됐다. 그래서 염도 붙여보고, 입자를 가늘게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결국 신나노 화학을 이용하면서 실마리를 풀 수 있었다. 흡수가 해결됐지만 이번엔 독성 문제가 대두됐다.물질이 번번이 실패할때마다 술로 아픔을 달랬다는 이 연구원은 "신약개발은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이라며 "수백개의 물질들을 시험했지만, 슈펙트는 그래도 럭키한 거였다"고 지금은 담담하게 말했다.슈펙트의 성공 밑거름에는 이전 허가받은 국산 항궤양신약 놀텍 개발 노하우가 한몫했다.놀텍 개발 연구원들은 지금은 거의 남지 않았지만, 당시 개발 과정을 통해 연구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었다.이 연구원은 "놀텍이 있었기에 각자 역할에 맡는 조직이 구성됐고, 일처리 시스템이 만들어졌다"며 "이제는 연구원들이 신약연구를 진행하면 어떤일부터 시작하고, 무슨일을 해야 하는지 다 알고 있다"고 전했다. "비행만 18시간, 말라리아 땅 아프리카를 뚫어라" (피라맥스 주역 천정갑 이사)천정갑 이사2009년 말라리아신약 피라맥스 총괄책임자로 임명된 천정갑(58) #신풍제약 이사는 요즘 아프리카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천 이사의 주된 임무는 피라맥스를 현지 국가에 등록하는 일이다.말라리아가 아프리카나 아시아 등 빈곤국가에서 많이 발생되기 때문에 한달에 한번은 해당 국가로 출장을 떠난다.최근 1년반 동안은 거의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지내다시피했다. 오랜 비행시간은 환갑을 앞둔 그를 괴롭혔다.천 이사는 "한국에서 두바이까지 9시간 반, 또 서아프리카 지역까지 9시간을 꼼짝없이 비행기에서 보내야 했다"며 "한번 나가면 거의 2주동안 5~6개국을 돌고 오는데 아찔 아찔하다"고 말했다.해외 등록의 승패는 현지 에이전트 발굴에 달려 있다.낯선 아프리카 땅에서 생소한 언어와 아는 사람 하나 없었지만 물어물어 에이전트를 찾아다녔다.또 질병통제를 담당하는 정책당국자부터 WHO의 지역정책 담당, 약을 공급하는 글로벌 펀드 및 비정구 기구, 그외 지역에서 활동하는 저명한 학자들을 만나 설득하고 또 설득했다.그래도 말라리아치료제가 꼭 필요한 나라들이기 때문에 피라맥스에 대한 반응은 좋은 편이다.피라맥스는 연내 아프리카와 아시아 약 10개국에서 승인이 예상되고 있다. 또 15개국에서는 등록심사가 진행 중이다. 한국을 포함해 4개국에서는 이미 허가를 받았다. 천 이사는 또 부르키나파소, 말리, 기니에서 유럽위원회가 주도하는 임상지원 프로그램 업무도 맡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신풍제약말고도 기존 말라리아치료제를 판매하고 있는 노바티스, 사노피 등 다국적제약사들도 참여하고 있다.그는 피라맥스의 해외 성과에 대해 "아직 만족하기에는 이르다"며 "신풍제약이 세계 1위의 항말라리아제 공급자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뛰어다니겠다"는 포부를 밝혔다."530번째 물질, 최고의 발기부전신약을 선물하다" (엠빅스 주역 김재선 신약1팀장)김재선 팀장국산 발기부전신약 엠빅스의 후보물질 이름은 SK-3530이었다.3530이라는 코드명에서 3은 #SK케미칼에서 세번째로 착수한 신약 개발 프로젝트라는 것이고, 530은 530번째로 합성한 물질이라는 의미이다.그렇다. 엠빅스가 있기 전까지 무려 529개의 실패작이 있었다.김재선(47) SK케미칼 신약1팀장은 개발을 착수한 98년부터 상업화 완료 시점까지 엠빅스 프로젝트에 참여했다.SK케미칼 연구진은 당시 유일한 발기부전치료제였던 비아그라보다 부작용이 적은 약을 만드는데 목표를 뒀다.비아그라는 발기부전에 관여하는 PDE5라는 효소 외에도 다른 효소들에게도 작용할 수 있어 심혈관 질환 가능성, 두통, 안면홍조, 소화불량 같은 부작용이 존재했다.연구진은 PDE5에 대한 활성과 다른 효소들에 대한 선택성을 동시 평가하며 개발 후보물질을 찾는데만 3년을 할애했다. 이 과정에서 모두 600여종의 신규 화합물이 탄생했다.문제는 역시 동물실험이었다. 실험용 쥐에 경구 투여했을 때 약물의 체내 흡수 농도가 너무 낮아 좌절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김 팀장은 "약물의 경구 투여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여러가지 연구들, 이를테면 전구약물 설계 등 다양한 실험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며 "계속된 실패로 연구를 계속 이어가야 하는지 고민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위기의 시점에 기회는 찾아왔다. 기존 비아그라의 핵심 골격 성분을 유사한 성분으로 대체하고 각각의 치환기를 최적화해 설계하면서 비로소 필요충분 조건을 만족시키는 개발 후모물질 SK-3350이 탄생된 것이다.SK-3530은 비아그라보다 효능은 우수하면서 부작용은 적은 결과를 나타냈다.SK케미칼 연구진은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임상 전 동물투여를 통해 안전성을 알아보는 전임상 시험을 위한 대량합성도 맡았다.전임상 일정에 맞춰 킬로그램 스케일의 합성을 하다보니 신약팀 실험실은 실험실인지 공장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였다.김 팀장은 "당시 발기부전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워낙 많다보니 실험실로 물질을 복용하겠다는 지원자들도 많이 찾아왔다"며 "아직 임상도 착수하지 않은 물질이기 때문에 안전성을 이유로 이들을 돌려보내는 일도 쉽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흐뭇하게 전했다.98년 개발에 착수해 10여년만인 2007년 허가받은 엠빅스는 선플라에 이은 SK케미칼의 두번째 합성신약으로 등극했다.이제는 시간이 흘러 당시 후보물질 탄생에 기여한 연구진 8명 가운데 김 팀장은 회사에 남은 몇 안 되는 인력 중 하나다.김 팀장은 "허가를 받았을 때 느꼈던 희열을 아직 잊지 못한다"며 "엠빅스를 계기로 현재는 다양한 신약 연구에 몰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9년만에 신약 결실, 신약개발 최적화 지휘" (제미글로 주역 김정애 제품개발1팀 부장)김정애 부장국내 첫 DPP-4 계열의 당뇨치료신약인 '제미글로'는 신약 연구분야에서 경험과 기술력을 갖춘 #LG생명과학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당시 개발 책임자로 근무했던 김정애(48) 제품개발1팀 부장은 "개량신약이나 제네릭같이 참고할 수 있는 자료나 프로세스가 전혀 없이 무엇이든 최초로 해야 한다는 점이 우리를 괴롭혔다"고 말했다.특히 공동으로 개발이 진행됐던 팩티브와 달리 개발, 임상, 허가, 등록 등 전 과정을 회사가 단독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그만큼 부담감도 컸다.하지만 제미글로는 예상을 깨고 다른 신약에 비해 빠른 개발속도를 보였다. 2003년 연구가 시작돼 2005년 전임상시험에 진입했고, 2006년 임상1상 진입, 2007년 임상2상 진입, 2009년 임상 3상 진입, 2012년 품목허가까지 9년만에 결과물을 얻었다.김 부장은 "보통 신약개발 기간이 12년에서 15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제미글로는 조금의 지연도 없이 획기적으로 개발기간을 단축했다"며 "빠른 연구개발도 한몫했지만, 그 과정에서 효율성과 최적화를 보이도록 노력한 점이 주효했다"고 말했다.해외시장 개척도 개발 책임자로서 신경을 써야 하는 분야였다. 제미글로는 개발기간 단축과 더불어 기술수출 2건이 실적의 성과도 안았다. 제미글로는 대한민국 19번째 신약, 당뇨병치료제로서는 첫번재 신약으로 탄생됐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서 국산 당뇨병신약으로서 명성을 떨치고 있다.김 부장은 "허가 등록이 완료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사실 실감이 나지 않았다"며 "막상 제품을 직접 손에 쥐고보니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그녀는 "남들이 쉽게 경험하지 못하는 신약개발이라는 성과를 달성해 기쁘고 자랑스럽다"며 "국내 제약사들이 다국적사에 비해 연구개발 인프라나 환경 등에서 부족하지만 지금처럼 R&D에 매진한다면 조만간 세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제약사가 나오리라 생각된다"고 덧붙였다.2014-06-17 06:15:00이탁순 -
길을 낸 사람들…"내가 하기 전 아무것도 없었다"[창간특집-국산 신약개발 히든히어로]우리나라는 20개의 국산신약을 보유하고 있다.1999년 SK케미칼의 위암치료제 '선플라주'로 시작된 국내 개발신약 역사는 작년 당뇨병치료제 '듀비에(종근당)'가 허가를 받으면서 15년만에 20개라는 성적표를 남기고 있다.전체 의약품 시장 규모가 19조원 수준으로, 삼성전자 1년 영업이익(36조)의 절반을 조금 웃도는 국내 제약산업이 15년만에 20개의 신약을 만들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신약들은 돈 안 되는 신약, 외국을 모방한 신약이라는 비아냥섞인 수식어도 따라다니는게 사실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만든 신약들은 미미한 해외실적은 제쳐두더라도 국내에서도 100억 이상 매출을 올리는 제품이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다.그런데 글로벌 제약사의 평균 신약개발 소용비용 1조원의 50분의 1도(약 200억) 안 되는 투자로 15년만에 20개 성적을 남겼다면 분명 비교우위 지점도 있을 것이다.그 중심에는 역시 한국의 우수한 인재들이 있다. 많지 않은 인력과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라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밤낮으로 열정을 아끼지 않은 인재들이 있었기에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다.우리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봤다.국산 신약 개발의 진정한 히어로는 바로 이들이기 때문이다."밤낮이 바뀐 동물의 발기를 주시하라" (자이데다 주역 강경구 수석연구원)강경구 수석연구원강경구(47) #동아ST 수석연구원은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 개발 당시 동물실험을 담당했었다.2004년 개발 당시만 해도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개발 역량은 걸음마 수준이어서 동물실험에서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했다.특히 실험용 쥐나 개를 이용해 발기유발 효과를 얻는 것은 고도의 테그닉이 필요한 작업이었다.시험관 내 시험법(in vitro)에서는 우수한 효과가 나왔다 하더라도 동물시험에서는 번번히 실패를 맛봐야 했다.동물들은 주변환경에 민감해 사람이 쳐다보거나 무슨 소리가 나면 발기가 되지 않았다.또한 생활주기가 야행성인 동물들은 연구원이 실험하는 낮 동안에는 주로 잠을 잔다.강 연구원은 "밤과 낮의 사이클이 바뀌도록 동물들을 적응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실험실의 불빛도 최소한만 남겨둬야 했다"고 설명했다.이렇게 어두운 실험실에서 연구원들은 한번에 두시간씩 거울을 통해 발기여부를 관찰했다. 처음에는 실험자 한 명이 4마리씩 쳐다보기도 했는데, 나중에는 12마리까지도 발기여부를 관찰할 정도록 숙련됐다.동물실험 결과 자이데나의 성분 유데나필은 대조약물인 실데나필보다 더 강력하고 오랫동안 지속되는 발기유발 효과를 나타냈다. 또한 당뇨, 고혈압, 비만, 고지혈증, 척추손상 등 질환을 가진 동물실험에서도 우수한 발기부전 효과를 보였다.동물을 이용한 안전성 평가에서도 유데나필은 실데나필보다 약 2배 이상 안전한 물질로 평가됐다.2000년 호주에서 열린 세계성의학회에서 강 연구원은 자이데나 동물실험 결과를 직접 발표했다. 당시 강 연구원은 많은 연구자들의 관심어린 시선을 보면서 성공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쳤다.자이데나는 국내에서 매년 100억 이상을 올리는 대형 품목으로 성장했다. 또한 터키, 러시아, 말레이시아 등 7개국에 수출되고 있다.강 연구원은 "바로 우리도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가지고, 상업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는 의약품을 개발했다는 무한한 자신감을 가진게 가장 큰 수확이 아닌가 싶다"며 "단순 개발 경험 뿐만 아니라 개발과정에서 습득된 기술, 지식, 노하우 등의 제반 지식은 관련 연구자나 조직에 습득돼 긍정적인 선례를 남기게 됐고 이는 곧 다름 신약개발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뿌듯해했다."새로 바뀐 승인제도에 적응하라" (펠루비 주역 김형선 중앙연구소 차장)김형선 차장김형선(39) #대원제약 중앙연구소 차장은 2000년 입사 후 2년만에 맡은 골관절염 신약 펠루비 허가 프로젝트를 절대 잊지 못한다.당시 매출 40위권에 머물었던 대원제약에게 펠루비는 그야말로 '꿈이자 도전'이었다. 김 차장 역시 마찬가지다.처음 해보는 신약개발이다보니 그녀는 물론 회사에서도 아는 사람이 없어 외부 CRO 등에 묻고 물어가며 장애물을 넘어야 했다. 그녀가 맡았던 주요 역할은 식약청(현 식약처)으로부터 임상시험 승인부터 품목허가를 받아내는 것이었다.임상을 시작한 2002년에는 국내 임상시험 승인 제도도 바뀌어 더 혼란이 가중됐다.그전까지는 임상 단계별로 검토와 승인이 떨어졌지만, 임상 전체 결과를 갖고 품목허가 신청자료를 검토하는 현 제도로 바뀌면서 허가여부를 예측하기가 훨씬 어려웠다.신약을 처음 해보는 회사에게는 엄청난 불행이었다. 만일 임상시험을 끝내고도 승인을 받지 못한다면 수십억원을 쏟아낸 회사로서는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임상3상 과정에서는 임상의 섭외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당시 임상을 맡기로 한 주관 교수가 위암 수술을 하게 돼 6개월을 기다려야 했다.그녀 자신도 출산휴가로 빠져 애를 먹었다. 3개월 쉬는 동안 걱정이 돼 회사에 전화해 진행상황을 체크했다.그녀는 품목허가증이 나온 때를 잊지 못한다. 김 차장은 "금딱지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종이 몇 장 오더라. 얼마나 허무했는지 모른다"며 쓴웃음을 보였다.펠루비는 허가뿐만 아니라 약가 과정에서도 난관을 겪었다. 갑자기 약가제도가 포지티브제로 바뀌면서 대조약보다 좋은 약가를 받을 수 없었다. 임상시험에서는 대조약보다 약효는 동등하면서 부작용이 개선된 결과를 얻었는데 말이다.펠루비정에 새겨진 태극문양은 김형선 차장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현재 펠루비 알약에 새겨진 태극마크는 김 차장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그녀는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만든 국산신약이라는 의미에서 태극 문양을 생각했다"며 "임상승인부터 PMS까지 나와 같이 회사에서 큰 제품이기 때문에 애착을 안 가질려 해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실험동물의 혈압측정을 정복하라" (카나브 주역 이주한 수석연구원)이주한 수석연구원고혈압치료제는 특히 안전성이 중요한 약물이다. 그래서 개발 과정에서 안정성을 입증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국산 고혈압신약 카나브 개발에 참여했던 이주한(46) #보령제약 수석연구원은 안전성을 구분짓는 첫 검증대라 할 수 있는 동물실험에서 인생 최대의 관문을 만났다.김 연구원은 "일정한 온도를 위해 천장 공조관도 다 막아놓고 연구자도 실험동물과 똑같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반복 측정을 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졸도하는 실험동물도 나올 정도였다"고 당시 어려움을 회상했다.우리나라에서 처음 하는 고혈압신약 개발이라는 점도 그를 시험에 들게 했다.경험이 없다보니 실험동물에 혈압강하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측정장비를 어떻게 셋팅하는지도 연구대상이었다.특히 수술을 통해 혈관에 튜브를 삽관해 직접 혈압을 측정하는 방법과 달리 사람이 팔에 감아 측정하듯 간접적으로 실험동물의 꼬리에서 혈압을 측정하는 방법을 셋팅할 때는 훨씬 큰 어려움이 있었다.제대로 문의 할 곳도 없다보니 이것저것 하다보면 밤을 꼬박 새우기 일쑤였다.그는 "심지어는 측정을 위해 압박할 때 배변하는 개체의 측정값은 불안정하게 나온다는 결과까지 자체 SOP에 적용해 배변 즉시 제거하고 재측정을 진행하는 방법으로까지 했을 정도로 어느 한가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단계가 없었다"고 말했다.이렇게 탄생한 카나브는 국내에서 100억원의 매출을 넘어서고, 전세계로 수출되고 있다. 또한 11년 동안 신약개발 과정을 거치면서 국내에 신약개발 DNA를 이식하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김 연구원은 "국내 임상기관을 찾기 어려워 외국 기관을 검토하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국내 지방 병원에서도 임상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대한민국 신약개발 제반 인프라가 성장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2014-06-16 06:15:00이탁순 -
"급여가 뭘까...처음엔 샐러리라고"연구를 수행한 안이수 교수."납차폐특수치료실이라고 들어봤어요? 방사선 관련 전문가가 아니면 의료인조차 모르는 용어죠. 이런 걸 계속 놔두고 마치 '은어'처럼 사용하도록 놔둘 순 없잖아요?"신한대학교 공법행정학과 #안이수(보건정책학박사) 교수는 이 말부터 꺼냈다. 방사선 전문가만 아는 전문용어라니 기자도 알턱이 없었다.한국병원경영연구원에 수록된 한 논문대로라면 '납차폐특수치료실'은 '방사성옥소를 이용한 개봉선원치료를 위해 원자력진흥법령에 의한 시설을 갖춘 요양기관에서 납으로 차폐된 특수한 치료실'을 의미한다.사실 이 용어도 어렵지만 용어를 설명하는 데 동원된 또다른 용어나 단어들도 이해가 쉽지 않다.보건의료와 건강보험에는 이런 모호하고 어려운 용어들이 넘치고 또 넘친다.안 교수도 건강보험제도에서 사용하는 '급여'라는 용어를 처음 들었을 때 'Salary'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다른 나라 제도를 도입하면서 용어를 단순 번역하거나 외래어를 그냥 써온 탓이다. 일본식 한자에, 한자말로 축약된 용어도 숱하다.안 교수팀은 이런 용어들에 대한 인지도와 순화안을 제시하는 연구용역을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뢰를 받아 진행했다. 보건의료용어 정비를 시도한 국내 최초 연구다.데일리팜은 이번 기획의 마지막 순서로 안 교수를 만나 용어순화의 중요성과 현실화를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 지 들어봤다.-심사평가용어 정비 연구를 수행했다. 의미를 부여한다면=그동안 보건의료분야에서는 용어사전을 제작하려는 노력은 있었지만 기존에 사용하던 용어를 정비하거나 순화하려는 시도는 없었다. 보건의료용어 정비를 시도한 최초 연구로서 의의가 있다고 본다.-심사평가용어 정비는 왜 필요한가=보건의료 분야 용어들을 둘러보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 영문이나 한자로 된 용어를 우리말로 제대로 번역하지 못해서 같은 용어를 두고 다른 해석을 하기도 한다. 한자어 뜻을 찾아보지 않으면 보건의료분야 종사자들도 개념이 혼란스러운 경우가 많다.사실 이런 문제점은 누구나 공감하지만 관행처럼 사용하다보니까 무뎌지고 개선할 생각을 하지 못했던 거다. 이런 상황에서 갖가지 통계나 평가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하면 뭐하겠나.-대략 90개의 용어에 대해 인지도와 대체어 선호도를 조사했다. 대상선별은 어떻게 이뤄졌나=심평원 내부문건과 의료관계 법규, 보건의료관련 학회 회원과 심평원 실무자 의견을 종합해 자주 사용하면서도 중요도가 있는 용어들을 선별했다.너무 숫자가 적다는 지적도 있지만 당장은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자주 쓰는 말들을 골라서 우선 공론화하고 순화시킨 뒤, 단계적으로 대상을 확대해 나가는 게 최선이라고 봤다.-용어 자체가 어려운만큼 선호도 조사를 위한 대체어를 제시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텐데=여담이지만 자문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조차 특정단어가 '그런 의미인 지 처음 알았다'고 할 정도였다. 많이 들어봤으니까 대충 의미를 추정하고 다르게 이해해왔다는 건데, 일반인에게는 얼마나 더 어렵고 낯설지 새삼 재확인했다.대체어를 찾는 작업은 무척 어려웠다. 연구자들이 일차적으로 안을 만들고 전문가 자문회의를 통해 걸러내는 작업을 거쳤다.가령 '납차폐특수치료실'이라는 용어는 방사선 전문가가 아니면 의료인조차 무슨 말인 지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대체어를 찾는다는 게 쉬운 일이겠나.(웃음)-용어순화 노력은 과거에도 많았지만 성과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영국이나 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1990년대 초반부터 많은 인력과 예산을 들여 용어정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은 '알기 쉬운 언어 사용하기 운동'을 통해 연방차원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관련 법률제정을 추진했다.프랑스는 '프랑스 공화국의 언어는 프랑스어이다'라는 규정을 통해 헌법적 기초를 마련했다. 이후 투봉법을 제정해 상품정보, 노사관계, 교육, 방송, 국제학회, 국제행사 분야 등에 프랑스어 사용을 의무화했다. 독일은 알기쉬운 법령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는 데, 정책에서 그치지 않고 입법절차에 반영돼야 하나의 '제도화된' 절차로 인정한다.국내에서도 국립국어원 전문용어 정비사업, 보건의료정보 표준화사업, 학술전문용어 정비 및 표준화 사업, 법제처의 알기쉬운 법령 만들기, 국세청의 알기쉬운 세무용어, 특허심판원의 심결문 용어순화 편람, 환경부의 아름답고 알기 쉽게 바꾼 환경 용어집, 금융감독원의 알기쉬운 금융용어 만들기, 행안부의 정책 및 법령용어 순화방안 연구, 식약청 소관 하위법규 중 전문 및 난해용어의 순화정비방안 마련을 위한 조사, 의약품 사용어 알기쉽게 개선, 보건복지 행정용어 바르게 쓰기에 관한 연구 등 정부차원에서 다각적인 노력이 펼쳐지고 있다.건강보험공단도 건강보험용어순화를 통해 총 193건의 건강보험용어를 순화해 각종 민원 처리와 업무처리 과정에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문제는 이런 노력들이 연구결과로만 남거나 권고 차원에 그쳤다는 데 있다.-연구성과를 실제 용어순화로 연결시키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이번 보고서에서는 활용방안으로 지식경영시스템(의료심사평가 용어순화 백과사전)을 통한 용어순화, 웹툰을 통한 용어순화, 동영상을 통한 용어순화, 사이트 속에 용어매뉴얼 페이지를 통한 용어순화 등을 제안했다.그러나 핵심은 순화용어를 입법을 통해 법률에 반영하는 것이다. 입법은 정부 등 추진 주체간 용어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법률개정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의원입법보다 정부입법이 더 주효하다. 구체적으로는 정부, 관계기관, 협회, 학회 관계자 등으로 이뤄진 가칭 '의료심사용어순화 법제실무추진단'을 구성해 법률개정 추진동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기재부가 2년 여에 걸쳐 준비한 뒤, 지난해 12월 국회에 제출한 소득세법개정안 정부입법 사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끝으로 한 말씀=국어기본법에 따르면 국가는 국민이 각 분야의 전문용어를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표준화하고 체계화해 보급할 의무가 있다. 국민의 알권리와 정보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도 용어순화는 중요하다.심사평가용어에 한정한다면 용어순화로 국민들이 심사평가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향상되면, 수가 및 급여정책에 대한 일반인의 의견수렴 기회를 확대시킬 수 있고 그만큼 정책 수용성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2014-06-13 06:14:59최은택·김정주 -
"현지계도는 현지지도, 그러면 요양급여는?일본식 한자어인 '급여', '수가', '포괄수가' 등은 건강보험제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들이다.그러나 전국민건강보험 시행여파인 지 국민들은 이들 용어에 상당히 익숙해 있었다. 10명 중 7명 이상이 알 정도로 인지도도 매우 높은 편이었다.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요양기관 심사와 평가 등을 위해 시행하는 '지표연동관리제', '진료비고가도지표' 등은 생소하게 느꼈다. 대형병원의 불법임의비급여 논란으로 이슈가 돼 한동안 회자됐던 '임의비급여'도 이상하게 인지도나 낮은 편이었다.데일리팜은 고대 산학협력단이 수행한 '의료심사평가 용어순화를 통한 국민접근도 향상방안 마련 연구' 정비대상 90개 용어 중 '급여와 수가'를 키워드로 22개를 분리해 인지도와 선호도 등을 비교해봤다.이들 용어의 국민 인지도는 편차가 매우 크게 나타났다.이중 '급여'는 10명 중 약 9명(88%)이 알정도로 인지도가 매우 높은 편이었다. 응답자 중 43%는 '정확히 알고 있다', 45%는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모호한 의미, 난해함 등으로 응답자 중 53%가 부적절한 용어라고 지적했다.의료급여(86%), 비급여(85%), 요양급여(81%), 포괄수가제(77%), 수가(78%), 보장성(74%), 비보험(73%), 차등수가(67%) 등도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그룹에 속했다.반면 지표연동관리제(20%), 준용수가(23%), 진료비고가도지표(25%), 산정특례(38%), 응급의료대지급금(40%), 부가급여(41%), 임의비급여(45%), 상대가치점수(47%) 등은 잘 알지 못했다.본인부담률을 달리한 100분의 10과 100분의 100의 인지도는 각각 58%, 61%였다.대체어로는 어떤 용어들이 선호됐을까?급여는 건강보험적용, 보장성은 건강보험 적용정도, 수가는 의료서비스 단가 등을 선호하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또 100분의 10은 본인부담율 10%, 간호등급차등제는 간호인력기준차등제, 비급여는 건강보험 미적용, 비보험은 건강보험제외, 산정특례는 본인부담 특별감면, 상대가치점수는 진료행위별가치점수, 요양급여는 건강보험혜택, 임의비급여는 건강보험임의제외 등이 선호됐다.이밖에 준용수가→유사진료단가, 지표연동관리제→의료기관 자율 질 관리 지원제도, 진료비고가도지표→진료비 비교지표, 질병군→유사질병군, 차등수가→상대수가, 현지계도→현지지도, 포괄수가제→질병기준 환자진료비 정액제 등이 대체용어로 뽑혔다.2014-06-12 06:14:59최은택·김정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