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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이사회 360건에 부결 1건 뿐…1회 참석당 370만원[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지난해 주요 제약사 30곳이 총 360건의 이사회를 개최했으나 부결 안건은 단 한 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가 명시적으로 반대 의견을 낸 사례도 극히 일부 기업에 그쳤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회 책임이 한층 무거워지는 상황에서 사외이사에게 합당한 권한과 보수를 보장하되, 그에 걸맞은 감시 책임을 묻는 실질적인 시스템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결 안건 휴젤 1건뿐…사외이사 반대도 드물어 데일리팜이 지난해 결산월 기준 매출 상위 상장 제약사 30곳의 이사회 구성과 의결 내역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은 지난해 평균 12회의 이사회를 개최한 것으로 나타났다. 30개사가 2025년 한 해 동안 개최한 이사회는 총 360건이었다. 기업별로는 일양약품이 29회로 가장 많은 이사회를 개최했다. 일양약품은 조사 대상 30개사 중 유일하게 연간 20회를 훌쩍 넘는 이사회를 소집했다. 일양약품 이사회에서는 현금배당과 자기주식 취득, 운영자금 차입 등 재무 관련 안건이 반복적으로 다뤄졌다. 제51~54기 수정재무제표 승인,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조치에 대한 행정소송·집행정지 진행, 임원보수위원회·윤리경영위원회·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설치와 위원 선임 등 회계 이슈와 지배구조 정비 관련 안건도 눈에 띈다. 두 번째로 이사회를 많이 연 곳은 셀트리온이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총 22회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사회에서는 자기주식 취득과 소각, 기업가치제고계획, 무상증자, 현금배당 등 주주환원 관련 안건이 반복적으로 논의됐다. 미국 생산시설 인수 본계약 체결 보고와 미국법인 자본 증자, 신규차입 승인 등 글로벌 사업 확장과 자금 운용 관련 안건도 이사회에 올라왔다. 30개사 평균 이사회 개최 횟수를 웃돈 곳은 11곳이었다. 일양약품과 셀트리온에 이어 삼진제약(19회), 에스티팜(18회), 한국유나이티드제약(17회) 순으로 개최 빈도가 높았다. 반면 동화약품은 지난해 이사회를 5회 여는 데 그쳐 조사 대상 중 가장 적었다. 녹십자·한미약품·HK이노엔은 각각 6회, 대웅제약·셀트리온제약은 각각 7회로 상대적으로 이사회 개최 횟수가 적었다. 이사회 개최 횟수만 놓고 보면 상당수 기업이 정기·수시 이사회를 통해 경영 현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최 빈도와 별개로 의결 결과는 대부분 원안 가결에 집중됐다. 조사 대상 30곳 중 부결 안건이 확인된 기업은 휴젤 1곳뿐이었다. 나머지 29곳에서는 이사회 안건이 부결된 사례가 나오지 않았다. 휴젤은 2025년 3월 14일 이사회에서 '주식매수선택권 부여의 건'을 상정했지만 해당 안건은 부결됐다. 의결 과정에서 허서홍·경한수·이태형·조기철 사내이사와 패트릭 홀트·지승민 사외이사가 반대 의견을 냈다. 조사 대상 기업 중 사외이사의 반대가 실제 부결로 이어진 유일한 사례다. 사외이사의 개별 의견이 드러난 사례도 많지 않았다. 에스티팜은 2025년 2월 19일 '임원 주식매수선택권 취소의 건'에서 김동표 사외이사가 반대 의견을 냈지만 안건은 가결됐다. 셀트리온은 2025년 5월 26일 '준비금의 자본금 전입(무상증자) 승인의 건'에서 서진석·기우성·김형기 사내이사가 기권했지만 사외이사는 전원 찬성했다. 해당 안건은 별도 반대 없이 최종 가결됐다. 유한양행은 재논의 안건이 3건 확인됐다. 2025년 2월 12일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 해지'와 '자기주식 관련' 안건, 같은 해 7월 30일 '타법인 투자' 안건이 재논의로 분류됐다. 특정 이사의 반대나 기권은 명시되지 않았지만 자사주와 투자 안건처럼 주주가치와 자본배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에서 추가 검토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경영진이 상정한 안건 대부분이 이사회에서 원안대로 통과됐다는 의미다. 특히 자사주, 무상증자, 차입, 투자, 주식매수선택권 등 주주가치와 직결되는 안건도 대부분 이사회 문턱을 넘었다는 점에서 제약사 이사회의 견제와 감시 기능이 사실상 무력화된 '식물 이사회'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사회가 경영진 의사결정을 독립적으로 점검하기보다 사후 승인하는 절차에 머물고 있다는 설명이다. 위원회 설치 26곳…사외이사후보추천위는 10곳 그쳐 이사회 내 위원회 설치 현황도 기업별로 차이가 컸다. 위원회는 이사회 안건을 사전에 검토하고 전문 영역별로 감시 기능을 나누는 장치다. 위원회가 많다고 곧바로 이사회가 잘 작동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감사·보수·내부거래·ESG·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 핵심 기능을 별도로 다루는 구조는 이사회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조사 대상 30개사 가운데 이사회 내 위원회를 1개 이상 둔 곳은 26곳(86.7%)이었다. 전체 위원회 수는 66개로 기업당 평균 2.2개 수준이었다. 반면 종근당, 대웅제약, 일동제약, 안국약품 등 4곳은 별도 이사회 내 위원회를 두지 않았다. 위원회 유형별로는 감사위원회가 가장 많았다. 30개사 중 23곳(76.7%)이 감사위원회를 두고 있었다. 이어 ESG 또는 지속가능경영 관련 위원회를 둔 곳은 12곳(40.0%), 보상·성과보수·평가보상·임원보수 관련 위원회를 둔 곳은 10곳(33.3%)이었다. 내부거래위원회를 설치한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 HK이노엔, SK바이오사이언스 등 3곳에 그쳤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한 곳은 30개사 중 10곳(33.3%)이었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후보를 발굴·검증해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기구로 이사회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장치다. 누가 사외이사 후보를 고르느냐에 따라 이사회가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는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상법상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해야 하고 위원 과반을 사외이사로 구성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 주요 제약사 대부분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두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제약사 상당수가 자산 2조원 미만으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의무 설치 대상에서 제외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사외이사 후보 추천 절차가 별도 위원회 없이 운영될 경우 치열한 검증을 거쳐 기업에 필요한 후보를 발굴하기보다 대주주나 경영진이 선호하는 인사가 이사회에 들어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사회가 실질적인 견제 기능을 수행하려면 후보 추천 단계에서부터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별로 보면 위원회를 가장 많이 둔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경영위원회, 감사위원회, 보상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ESG위원회 등 6개 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경영위원회는 7차례 열려 11건의 안건을 처리했는데 이 가운데 7건이 신규 수주 계약 승인 안건이었다. 경영위원회는 이사회가 위임한 주요 경영·재무 사항을 심의하는 기구로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서 수주 계약이 핵심 의사결정 사안으로 다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 이사회 내 ESG위원회는 5회 개최됐다. ESG위원회는 ESG 공시·평가 대응, 기후변화와 자연자본 리스크, 윤리경영, 신재생에너지 구매계약, 준법·부패방지 활동, 안전환경 중장기 전략 등을 논의했다. 보상위원회는 4회 열려 대표이사와 임원 성과인센티브, 장기성과보상(LTI) 운영 기준, 사내이사 연봉, 이사 보수한도 등을 심의했다. 반면 내부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별도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HK이노엔과 SK바이오사이언스는 각각 5개 위원회를 두며 뒤를 이었다. HK이노엔은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보상위원회,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운영했고, SK바이오사이언스는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ESG위원회, 인사위원회를 설치했다. 셀트리온과 동아에스티, 일양약품은 각각 4개 위원회를 운영했다. 셀트리온은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성과보수위원회, ESG위원회를 두고 있었고, 동아에스티는 감사위원회, 평가보상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ESG위원회를 설치했다. 상법 개정에 책임 확대…권한·보수·감시 체계 손봐야 사외이사들은 이사회 감시 역할에 걸맞은 합당한 보수를 받고 있을까. 조사 대상 30개사의 사외이사 1인당 평균 보수는 4404만원이었다. 이들 기업이 지난해 평균 12회 이사회를 개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 계산상 이사회 1회 참석당 약 370만원을 받는 셈이다. 사외이사 1인당 평균 보수가 가장 높은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사외이사 1인당 평균 1억1200만원을 지급해 조사 대상 중 유일하게 1억원을 넘겼다. 이어 SK바이오팜 8600만원, 셀트리온 8400만원, 유한양행·동아에스티 각 6600만원, 녹십자 6000만원, 한미약품·광동제약 각 5600만원 순이었다. 종근당과 SK바이오사이언스는 각각 5000만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상당수 제약사의 사외이사 보수는 2000만~4000만원대에 머물렀다. 30개사 중 사외이사 1인당 보수가 8000만원 이상인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팜, 셀트리온 등 3곳뿐이었다. 4000만~6000만원대는 8곳, 2000만~4000만원대는 13곳으로 가장 많았다. 일양약품 1700만원, 제일약품 1033만원, 파마리서치 300만원 등 2000만원 미만 기업도 3곳 있었다. 제약사 사외이사 보수는 국내 대기업과 비교하면 낮은 편이다. 조사 대상 30개사 중 사외이사 보수가 가장 높은 삼성바이오로직스조차 삼성전자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삼성전자 사외이사 1인당 평균 보수는 2억2000만원 수준이었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사외이사 1인당 평균 보수도 1억5200만원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보다 높았다. 제약 산업이 국가 전략 산업으로 격상되고 시가총액 규모가 급팽창했지만 이사회의 처우는 여전히 중견기업 수준의 관행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제약바이오 산업이 대규모 설비 투자, 글로벌 기술수출·도입 계약, 임상 실패, 허가 지연, 약가 규제, 품질 이슈 등 고난도 의사결정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외이사 보수 수준이 책임 범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상법 개정으로 이사회의 법적 책임은 늘어나는데 보수 체계는 제자리걸음이라는 우려도 있다. 최근 논의 중인 상법 개정안에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 전체'로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로 인해 사외이사는 경영진의 결정을 단순히 회사 이익 관점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소액주주의 권익까지 침해하지 않도록 고도의 주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만약 합병이나 분할, 대규모 유상증자 등 자본 거래 과정에서 주주 가치가 훼손될 경우 사외이사 개인이 주주들로부터 직접적인 손해배상 소송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처럼 사외이사가 감당해야 할 법적 리스크는 대폭 커졌으나 보수나 지원 인프라는 과거의 관행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해 책임과 처우 간 불균형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상법 개정으로 이사회 책임이 커지는 만큼 사외이사 제도도 실질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외이사에게 충분한 정보 접근권과 전문 지원, 합리적 보수를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동시에 주요 안건에 대한 독립적 검토와 반대·수정 의견 제시 등 감시 책임도 강화해 권한에 걸맞은 책임을 묻는 선진적 거버넌스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2026-05-19 06:00:59차지현 기자 -
제약사 사외이사 재무 전문가·교수 '최다'…여성 17%[데일리팜=차지현 기자] 국내 주요 제약사 사외이사 구성에서 재무·회계 전문가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회계 투명성과 자본시장 대응 등 재무 리스크 관리 역량이 중요해지면서 제약사가 관련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이사회에 배치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약개발과 인허가, 약가 규제 대응이 중요한 업종 특성상 의료·연구개발(R&D)과 관료·정책 분야 인사도 고르게 포진했다. 다만 대부분 제약사 이사회가 여전히 남성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어 성별 다양성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 1위는 '재무·회계'…출신 직업은 '교수'가 34% 최다 데일리팜은 지난해 결산월 기준 매출 상위 상장 제약사 30곳의 사외이사 94명을 조사했다. 이들 사외이사 94인을 ▲재무·회계 ▲의료·R&D ▲관료·정책 ▲경영·전략 ▲법률 등 5개 전문 분야로 나눠 분석한 결과 재무·회계 전문가가 24명으로 전체의 25.5%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의료·R&D와 관료·정책 전문가는 각각 19명으로 20.2%씩을 기록했다. 경영·전략 전문가는 18명(19.1%), 법률 전문가는 14명(14.9%)으로 집계됐다. 사외이사 전문 분야는 각 제약사가 이사회에 기대하는 역할을 보여주는 지표다. 사외이사 면면을 보면 회사가 어느 영역의 리스크와 의사결정을 중시하는지 가늠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가령 재무·회계 전문가 비중이 높다면 내부통제와 실적 관리, 자본시장 대응에 보다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재무·회계 전문가를 이사회에 둔 제약사는 30곳 중 22곳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제약사 가운데 73.3%가 이사회에 재무·회계 전문가를 최소 1명 이상 배치하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유한양행, 녹십자, 대웅제약, HK이노엔, 보령, 동아에스티,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 휴온스, 대원제약, 제일약품, 셀트리온제약, 파마리서치, 한독, 동화약품, 휴젤, 에스티팜, 삼진제약, 유나이티드제약, 일양약품이 재무·회계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뒀다. 셀트리온과 일양약품은 재무·회계 전문가를 각각 2명씩 배치해 회계·재무 감시 기능을 상대적으로 강화한 사례다. 매출 상위 제약사 상당수가 회계 투명성, 내부통제, 자금조달, 투자 의사결정, 자본시장 대응 등 재무 리스크 관리 기능을 이사회 차원에서 중시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의료·R&D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둔 곳도 16곳(53.3%)에 달했다. 셀트리온, 유한양행, 종근당, 광동제약, 대웅제약,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JW중외제약, SK바이오팜, 휴온스, 제일약품, 일동제약, 한독, 에스티팜, 삼진제약, 부광약품 등이 의대·약대 교수나 임상·연구개발 전문가를 이사회에 배치했다. 신약개발과 임상 전략, 파이프라인 평가, 허가 가능성 판단 등이 중요한 제약업 특성이 이사회 구성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관료·정책 전문가를 둔 곳은 15곳(50.0%)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한미약품, HK이노엔, 동아에스티, JW중외제약, SK바이오사이언스, 대원제약, 제일약품, 셀트리온제약, 한독, 동화약품, 안국약품, 유나이티드제약, 부광약품 등이 정부·공공기관이나 정책 분야 경력을 갖춘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정부의 약가 정책, 인허가 규제, 세무조사 등 규제·정책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제약사들이 고위 관료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는 분석이다. 특정 전문 분야에 사외이사를 집중 배치한 기업도 있었다. 종근당은 사외이사 2명 전원을 의료·R&D 전문가로 채웠다. 삼진제약도 사외이사 3명 중 2명이 의료·R&D 전문가로 분류됐다. 대웅제약은 사외이사 4명 중 조영민·권순용 사외이사 등 2명이 의대 교수 출신으로 임상·의료 전문성을 중심으로 이사진을 배치했다. 부광약품은 사외이사 3명 중 정길영·전형수 사외이사 등 2명을 관료·정책 분야 인사로 구성했다. 업종 특성과 사업 구조에 맞춰 여러 분야 전문가를 함께 배치한 기업도 눈에 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회계, 정책, 법률 전문가를 배치했다. 이창우 사외이사는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경영학 박사 출신으로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와 한국회계학회 회장, 한국회계기준원 이사회 의장 등을 역임한 회계 전문가다. 서승환 사외이사는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연세대 총장과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낸 정책·관료 분야 인사로 분류된다. 이호승 사외이사는 기재부 1차관과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을 지낸 경제정책 전문가, 김정연 사외이사는 김앤장 변호사와 외교통상부 2등서기관을 거친 법률 전문가다.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서 회계 투명성, 정책 대응, 법률 리스크 관리에 무게를 둔 구성으로 해석 가능하다. 셀트리온은 의료, 회계, 외교·정책, 법률 전문가를 함께 두고 있다. 병리학 전문가인 고영혜 사외이사는 성균관대 의대 명예교수로 고대구로병원과 한양대병원 병리과 초빙교수를 거쳐 현재 제주한라병원 병리과 과장을 맡고 있다. 최원경·윤태화 사외이사는 각각 회계법인과 대학에서 회계 전문성을 쌓은 인사다. 최종문 사외이사는 외교부 제2차관과 주프랑스 대사를 지낸 외교·정책 전문가, 이중재 사외이사는 김앤장과 법무법인 정을 거친 법률 전문가다. 바이오의약품 개발과 글로벌 사업, 회계·법률 감시 기능을 함께 보강한 형태다. 유한양행은 의과학, 법률, 회계 전문가가 결합된 구조다. 신의철 사외이사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이자 연세의대 겸임교수로 IBS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바이러스면역연구센터장을 지낸 면역·바이러스 연구 전문가다. 오인서 사외이사는 수원고검·대구고검 검사장을 거쳐 법무법인 대륙아주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다. 신영재 사외이사는 신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와 법무법인 린 파트너 변호사를 지낸 법률 전문가다. 김준철 사외이사는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파트너 이사회 의장과 감사위원회포럼 창립대표를 거친 회계 전문가다. 신약개발과 준법·회계 감시를 함께 고려한 구성으로 풀이된다. 대웅제약은 정보기술(IT)·금융·의료 전문가를 함께 선임한 점이 눈에 띈다. 최인혁 사외이사는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지낸 디지털·플랫폼 전문가이고, 최대현 사외이사는 산업은행 출신 금융 전문가다. 조영민 사외이사는 서울대 의대 내과 교수로 재직 중인 임상 의학 전문가이, 권순용 사외이사는 가톨릭대 정형외과 주임교수와 은평성모병원 초대 병원장을 지낸 정형외과 전문가다. 신약개발과 디지털·투자 역량을 동시에 보강하려는 기조로 읽힌다. 출신 직업별로는 교수 등 학계 출신 사외이사가 가장 많았다. 사외이사 94명 가운데 32명이 교수 출신으로 전체의 34.0%에 해당했다. 교수 출신 사외이사는 주로 의대·약대·경영대·법학전문대학원 소속 인사로 구성됐다. 의대·약대 교수 출신은 신약개발과 임상, 허가 전략에 대한 전문성을 제공할 수 있고 경영대 교수 출신은 회계·재무·전략·조직 운영 측면의 감시 기능을 맡을 수 있다.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출신은 준법경영과 지배구조, 규제 대응 역량을 보강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 선임도 잦았다. 기업인 출신은 30명으로 전체의 31.9%를 차지했다. 제약사가 신약개발을 넘어 글로벌 사업개발, 투자, 디지털 전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서면서 실제 기업 경영 경험을 갖춘 인사를 이사회에 끌어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기환 녹십자 사외이사는 동화약품과 한국베링거인겔하임 대표이사를 지냈고 패트릭 홀트 휴젤 사외이사는 앨러간 부사장과 아마린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했다. 이어 공무원 출신 21명(22.3%), 기타 11명(11.7%)이었다. 공무원 출신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국세청, 감사원, 검찰, 외교부 등 제약사 경영과 맞닿은 규제·정책 경험을 갖춘 인사가 많았다. 신약 품목허가나 약가, 보험, 세무, 공정거래, 준법 리스크 대응이 중요한 업종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손여원 HK이노엔 사외이사는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장을 지낸 식약처 출신이고 이의경 SK바이오사이언스 사외이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역임했다. 이동희 대원제약 사외이사도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장을 지냈다. 정진엽 한독 사외이사는 복지부 장관을 역임한 보건의료 정책 전문가이며 전형수 부광약품 사외이사는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지낸 세무 분야 인사다. 사외이사 10명 중 8명은 남성…여성 이사는 법률·회계 전문가 편중 제약사 이사회는 외형상 전문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했지만 성별 다양성 측면에서는 한계가 분명했다. 조사 대상 사외이사 94명 중 여성은 16명으로 17.0%에 그쳤다. 나머지 83.0%에 해당하는 78명이 남성 사외이사였다. 2022년 8월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이사회를 특정 성별로만 구성할 수 없도록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전면 시행됐다. 이후 주요 상장사에서 여성 이사 선임은 늘었지만 상당수 기업이 여성 이사 1명을 두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사회 다양성이 강조되는 흐름에도 제약사 사외이사 구성은 여전히 남성 중심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제약 업계에서는 유한양행이 일찍이 성별 다양성 요건을 반영한 사례로 꼽힌다. 유한양행은 자산 규모가 2조원을 넘어서면서 2021년 이사회 개편을 통해 사내이사를 줄이고 사외이사를 늘려 사외이사 과반 요건을 충족했다. 이 과정에서 신영재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며 제약 업계 최초로 여성 사외이사 체제를 도입했다. 2022년 8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의 이사회 성별 구성 제한 규정 시행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발탁한 셈이다. 지난해 기준 여성 사외이사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SK바이오팜이다. SK바이오팜은 사외이사 4명 중 3명이 여성으로 여성 비중이 75.0%에 달했다. 김민지 사외이사는 미네랄리스 테라퓨틱스 최고사업책임자(CBO)와 크로스보더 파트너스 대표를 지낸 글로벌 바이오 사업개발 전문가다. 서지희 사외이사는 KPMG 삼정회계법인 부대표를 거쳐 이화여대 경영학부 특임교수로 재직 중인 회계 전문가다. 조경선 사외이사는 신한은행 디지털개인그룹 부행장과 신한DS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 디지털·금융 경영 경험을 보유했다. HK이노엔과 휴젤은 여성 사외이사 비중이 각각 50.0%였다. HK이노엔은 사외이사 4명 중 김은희, 손여원 사외이사 등 2명이 여성이다. 휴젤은 사외이사 2명 중 나정인 사외이사가 여성이다. 셀트리온은 사외이사 5명 중 여성 2명으로 40.0%를 기록했다. 광동제약, JW중외제약, 휴온스, 유나이티드는 각각 사외이사 3명 중 1명이 여성으로 33.3%를 나타냈다. 여성 사외이사 신규 선임 사례도 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자 김앤장 변호사 출신인 김정연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했다. HK이노엔은 삼정회계법인 출신 김은희 회계법인 창천 상무를 신규 사외이사로 들였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역임한 이의경 성균관대 교수를, 휴온스는 1985년생 회계학자인 이은정 한양대 조교수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기존에 직을 이어가는 여성 사외이사로는 고영혜·최원경 셀트리온 사외이사, 신영재 유한양행 사외이사, 이진희 녹십자 사외이사 등이 있었다. 신영재 사외이사는 연세대 법학과 출신으로 신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를 거쳐 현재 법무법인 린 파트너 변호사로 활동 중인 법률 전문가다. 이진희 사외이사는 서울대 약학과 출신으로 서울대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를 거쳐 현재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 변호사로 재직 중이다. 여성 사외이사 후보군을 더 넓히는 것도 과제로 거론된다. 여성 사외이사의 전문 분야는 상대적으로 법률, 재무·회계, 규제 분야에 많이 분포한 반면, 의료·R&D와 경영·전략 분야에서는 비중이 제한적이었다. 남성 사외이사가 의료·R&D, 경영·전략, 관료·정책, 재무·회계 등 다양한 분야에 폭넓게 포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신약개발 기업의 핵심 리스크가 임상, 허가, 품질, R&D 의사결정에 집중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약학 전문성과 현장 경험을 갖춘 여성 인재의 이사회 진입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외이사 비중 1위 셀트리온제약…'60년대생' 이사회 장악 이사회 규모 면에서는 기업별 편차가 뚜렷했다. 조사 대상 기업 가운데 이사회 규모가 가장 큰 곳은 한미약품으로 총 10명의 이사진을 뒀다. 셀트리온과 파마리서치가 각각 이사회 9명으로 뒤를 이었고 HK이노엔, 휴온스, 제일약품, 셀트리온제약, 한독, 동화약품, 유나이티드는 각각 8명 규모 이사회를 운영했다. 부광약품은 5명, 안국약품은 4명, 동국제약은 3명으로 상대적으로 작은 이사회 구조를 보였다. 이사회 총원 대비 사외이사 비중을 보면 절반 이상을 사외이사로 채운 곳은 30곳 중 15곳이었다. 반면 종근당·보령·일동제약·휴젤·안국약품·동국제약 등 6곳은 법정 최소 수준의 사외이사만 둔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상법상 일반 상장사는 이사 총수의 4분의 1 이상을 사외이사로 선임해야 한다. 자산 2조원 이상 대규모 상장사는 사외이사를 3명 이상 두면서 이사 총수의 과반수가 되도록 해야 한다. 매출 상위 제약사조차 상당수는 자산 2조원 미만에 머물러 있어 최소 요건만 충족한 기업도 적지 않았다는 얘기다. 사외이사 비중은 셀트리온제약이 62.5%로 가장 높았다. 셀트리온제약은 이사회 8명 중 사외이사가 5명이었다. 부광약품은 이사회 5명 중 3명이 사외이사로 60.0%를 기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유한양행, 녹십자, 대웅제약,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는 각각 57.1%, 셀트리온은 55.6%로 뒤를 이었다. 이들 사외이사 94인의 평균 연령은 61세로 집계됐다. 세대별로는 1960년대생이 전체의 48.9%(46명)를 차지하며 이사회 주류를 형성했고 1970년대생이 25.5%(24명)로 뒤를 이었다. 이어 1950년대생 19.1%(18명), 1980년대생 4.3%(4명), 1940년대생 2.1%(2명) 순으로 나타났다. 최연소 사외이사는 1985년생 이은정 휴온스 사외이사다. 이어 1983년생 한승범 에스티팜 사외이사, 1982년생 김은희 HK이노엔 사외이사, 1980년생 김정연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외이사 등이 1980년대생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최고령 사외이사는 1943년생 권박 동국제약 사외이사였고 1948년생 원봉희 셀트리온제약 사외이사, 1953년생 정길영 부광약품 사외이사가 뒤를 이었다. 1954년생인 이창우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외이사와 안보숙 JW중외제약 사외이사도 고령군에 포함됐다.2026-05-18 06:00:59차지현 기자 -
위기 자초한 영업 외주화…제약사 옥죄는 '자충수'됐다[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정부가 고강도 제네릭 약가 인하에 이어 CSO에 대한 규제 강화를 검토하면서 제약업계 영업 지형이 중대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대폭적인 약가 인하로 수익성 보전에 비상이 걸린 제약사들이 향후 강화될 규제에 대비해 영업 현장의 통제권과 리스크 관리 체계를 재점검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기 때문이다. 향후 시장이 마케팅 역량과 준법 시스템을 갖춘 ‘기업형 CSO’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동시에 약가인하와 규제 강화로 음성적인 리베이트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제약업계에선 제약사들이 변칙적인 생존 전략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현행 약가 정책의 구조적 결함부터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반기 CSO 규제 강화 움직임…“50% 이상 고율 수수료 타깃 가능성” 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정부‧여당은 올 하반기 CSO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여당을 중심으로 규제 강화 카드를 마련 중이며 복지부가 보조하는 방식으로 안다”며 “상반기에 약가제도 개편 밑그림을 완성한 뒤, 하반기엔 CSO를 중심으로 한 제약 영업 현장에 현미경을 들이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규제의 방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CSO 신고제와 지출보고서 공개 제도를 지렛대로 삼아 제약사와 CSO의 영업 행태를 집중 감시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와 함께 ‘수수료율 상한제’ 혹은 ‘처방실적 연동형 수수료 계약 금지’ 등 고강도 대책 도입 가능성도 거론된다. CSO에 지급되는 고율 수수료에 대한 정부의 시선은 냉담하다. ‘50%를 상회하는 고율 수수료 체계가 과연 정당한 마케팅의 대가인가’라는 의구심이다. 정부는 지난 3월 약가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며 제네릭 약가인하의 주요 명분 중 하나로 CSO를 언급한 바 있다. 당시 복지부는 CSO에 과도하게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는 등 비가격 영업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해결 의지를 내비친 상태다. 사법당국의 판단도 마찬가지다. 리베이트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제네릭 판촉 수수료가 매출의 절반 이상이라는 점은 리베이트 외에는 설명이 어렵다는 판단”이라며 “과도한 수수료율 설정 행위 자체가 제약사가 CSO의 리베이트 제공을 묵인하거나 공모했다는 ‘공동정범’ 인정의 핵심 근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과다한 수수료율은 그 자체가 위법은 아니다”며 “다만 비용 지출 증빙이 부실하거나 업계의 평균적 수준을 현저히 벗어난 수수료는 사법기관에서 리베이트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리스크 피해 선택한 ‘영업 외주화’…20여년 만에 돌아온 부메랑 이러한 규제 움직임은 역설적으로 제약사가 스스로 선택한 ‘영업 외주화’에서 기인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제약업계에서 CSO는 2000년대 중후반 태동해 2010년대 들어 급격히 팽창했다. 업계에선 2010년 ‘리베이트 쌍벌제’와 2014년 ‘리베이트 투아웃제’의 잇단 시행으로 위기감이 고조되자, 제약사들이 리스크 관리의 해법을 외주화에서 찾은 것으로 분석한다. 자체 영업조직을 해체하고 그 자리를 CSO로 대체함으로써 법적 책임의 고리를 끊는 동시에,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성을 강화하는 전략이었다. 초창기 중소제약사 위주였던 CSO 모델은 빠르게 산업 전반으로 확산했다. 최근엔 매출 5000억원 이상 대형제약사들까지 가세하며 전국적으로 50~60개 업체가 CSO 모델을 운용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영업조직을 외주화하는 사례가 보편화하면서, 지난 20여년간 CSO는 제약영업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무분별한 편법 영업이 양산됐고, 결과적으로 정부의 전방위 압박을 초래하는 자충수가 됐다. 사라진 대응 역량…제약사-CSO 주도권 역전 기류 문제는 이러한 영업 외주화가 제약사의 정책 대응력을 갉아먹었다는 점이다. 자체 영업조직을 보유한 제약사는 약가인하라는 변수에 인센티브 구조조정이나 마케팅 방향을 선회하는 등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 반면 영업을 100% CSO에 의존하는 제약사는 활용 가능한 카드가 사실상 ‘수수료율 조정’뿐이다. 정책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내부 역량이 부족하다 보니, 결국 수수료율 결정권이 CSO 측으로 기울며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구조가 됐다는 분석이다. 정보의 비대칭성에서 오는 현장 장악력 약화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장과 단절된 제약사는 병의원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CSO가 전달하는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약가인하로 혼란이 극심한 틈을 타, CSO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상황을 과장하거나 ‧왜곡하더라도 검증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결국 제약사는 안갯속에서 영업 정책을 결정하게 되고, 이는 시장 평균을 웃도는 수수료율 감수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제약사와 CSO 간의 전통적인 ‘갑을 관계’가 흔들리는 기류도 감지된다. 처방처를 선점한 CSO의 영향력이 커지며 오히려 제약사를 선택해 계약하는 구조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일각에선 자사 제품의 시장 점유율을 사수하기 위해 CSO에 ‘고율 수수료’라는 출혈 조건을 먼저 제시하는 등 영업 주도권의 무게추가 CSO 측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업 주권을 상실한 제약사들이 눈앞의 실리를 위해 CSO의 무리한 제안을 거절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는 지적이다. 현장에서는 이 같은 주도권 전이 현상이 심화할수록 시장 질서 전반이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정부가 질서 회복을 명분으로 현장에 강력하게 개입하게 된 결정적 배경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60%를 상회하는 수수료율이 쏟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품목만은 지켜달라'는 제약사의 절박함과 수익 극대화를 노리는 CSO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라며 “비용 절감을 위해 택했던 CSO 전환이 오히려 이들을 옥죄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더 큰 문제는 올 하반기에 시작되는 약가인하 로드맵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향후 10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라며 “현장의 혼란이 앞으로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라고 내다봤다. '기업형 CSO' 중심 영업 현장 옥석가리기 가속화 전망 제네릭 약가 인하와 CSO 규제 강화라는 이중고가 맞물리면서, 제약 영업 현장은 전례 없는 구조적 개편을 앞두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선 CSO 시장이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 역량과 확실한 영업 능력을 검증받은 기업형 CSO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들은 단순 영업 대행을 넘어, 기업 단위의 조직력을 앞세워 시장 주도권을 장악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규제가 강화될수록 국내 시장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는 1~5인 규모의 점조직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릴 것으로 관측된다. 이들은 강화된 지출보고서 작성 의무나 세무 당국의 추적을 감당할 행정 역량이 부족한 편이다. 또한 제약사들이 리스크 관리와 영업 효율을 위해 검증된 기업형 플랫폼 위주로 파트너십을 정리할 경우, 현장에서 소형 CSO들이 설 자리는 더욱 빠르게 좁아질 전망이다. 제약사들의 영업 내재화 가능성도 거론된다. 외주 영업의 법적·윤리적 리스크가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판단 아래, 다시 자체 영업 역량을 강화해 리스크를 직접 통제하려는 시도다. 실제 한 대형제약사 A사는 최근 자체 영업조직의 확대를 결정했다. 기존에 병‧의원에 대한 영업에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약국 영업에 더욱 힘을 싣는다는 게 이 회사의 구상이다. 지능화되는 변칙 영업…규제 강화될수록 불법 리베이트 음성화 우려↑ 규제를 피해 편법 영업이 더욱 음성적으로 진화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이미 현장에선 페이퍼컴퍼니 설립이나 병원 개원 자금 지원 등 지능화된 수법이 동원되고 있다. 올해 3월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은 병원 개원 자금 명목으로 1억2000만원을 의사에게 제공한 CSO 운영자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그는 ‘개원 자금을 지원하면 특정 의약품을 처방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2024년 1월부터 4월까지 총 3차례에 걸쳐 계좌이체와 현금·수표 지급 방식으로 약 1억2000만원을 병원 의사 측에 제공했다. 지난해엔 CSO가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종합병원 이사장 가족을 주주와 직원으로 허위 등재한 뒤 이들에게 배당금과 급여 명목으로 50억원을 지급한 사실이 서울서부지검 수사에서 드러났다. 한 CSO 업계 관계자는 “리베이트 수법이 진화하고 있다. 과거의 상품권 깡이나 식당 선결제, 법인카드 대여 방식에서 벗어나 페이퍼컴퍼니를 활용이나 연구자주도 임상 지원 등 수법이 교묘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제약업계에선 약가 인하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자칫 현장의 변칙·편법 영업을 부추기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용 절감에 매몰되어 영업 통제권을 포기한 제약사가 CSO의 일탈을 인지하고도 이를 방치하거나, 실적 유지를 위해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결국 현장의 기형적인 영업 행태를 촉발한 근본 원인 중 하나는 시장 현실을 외면한 정부의 고강도 약가인하에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가 R&D 활성화를 명분으로 수익성을 한계까지 압박하다보니, 제약사들은 혁신이 아닌 당장의 생존을 위한 변칙‧편법 영업의 유혹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현장의 수법을 규제하는 데 앞서, 제약사를 법적 경계선으로 내모는 약가제도의 구조적 결함부터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2026-05-09 06:00:59김진구 기자 -
"팔수록 손해라도 일단 잡자"…제약업계 변칙 영업 확산[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제네릭 약가인하를 앞두고 제약바이오 영업 현장의 혼란이 극심한 가운데, 일각에선 변칙적인 영업 행태까지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제약사가 CSO(의약품 영업대행사)에 처방액 전액을 수수료로 지급하는 이른바 ‘백대백(100:100)’ 프로모션이 다시 확산하고 있다. 또한 ‘혁신형‧준혁신형 제약기업’ 요건 충족을 위해 R&D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CSO 수수료를 우선 낮게 지급한 뒤, 추후 보전하는 방식의 계약도 나타난 것으로 전해진다. 제약업계에선 정부의 약가개편 취지와는 다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이번 약가제도 개편의 주요 명분으로 ‘기업의 R&D를 활성화한다’는 점을 내세웠지만, 정작 현장에선 기형적인 영업 모델이나 R&D 비율의 편법 조정 등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비판이다. 밑지는 장사 ‘백대백’ 부활…점유율 유지 위한 출혈 감수 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연매출 2000억원 규모의 중소제약사 A사는 지난달 23일 100:100 프로모션 진행을 CSO에 고지했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인 치매치료제와 고혈압복합제 등 20개 품목에 대해 신규 처방액만큼의 수수료를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프로모션 기간은 4~6월로, 이 기간 신규로 처방이 나오면 이후 3개월간 100%의 수수료를 지급한다. 이 회사가 100:100 프로모션을 시작한 것은 작년 1월로 추정된다. 당시 기관지염 치료제와 관절염 치료제 각 1품목이 대상이었다. 이어 3‧4‧5월에도 2~6개 품목을 대상으로 100:100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작년 12월 이 회사의 프로모션 품목수가 20개 이상으로 급증했다. 정부가 제네릭 약가인하 개편안을 공개(2025년 11월 말)한 이후 시점이다. 이어 올해 들어서도 20개 이상 품목에 대한 100:100 프로모션이 이어지는 중이다. 최신 공지에선 ‘프로모션 종료 후 6개월간 매출 유지’ 조건이 추가로 붙었다. 프로모션 기간 동안 매출이 평균에 미달할 경우 수수료를 환수하겠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약가인하가 올 하반기 시행되는 가운데, 인하된 약가 체계에서도 자사 제품의 처방을 묶어두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른바 ‘백대백’ 프로모션은 최근 업계 전반으로 확산 중이다. 연매출 500억원 미만 중소제약사인 B업체 역시 고지혈증 치료제 등 경쟁이 치열한 품목을 중심으로 '신규 거래처 확보 시 100% 수수료' 정책을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매출 700억원 규모 C업체도 연초 자사 신제품 대상 백대백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업계에선 이들 외에도 2~3곳의 중견‧중소제약사가 백대백 프로모션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백대백은 제약사가 처방 실적만큼의 영업대행 수수료를 CSO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CSO가 확보한 처방액이 1만원이라면 제약사가 수수료로 1만원(100%)을 그대로 지급한다. 제약사 입장에선 제조원가와 인건비‧물류비를 고려했을 때 제품을 판매할수록 손해인 구조다. 단기적인 손해가 불가피하지만, 초기 시장 진입과 처방처 확보를 위해 종종 동원됐다. 일각에선 ‘불법 리베이트’ 제공의 우회 경로로 지목되기도 했다. 정부 제네릭 약가 인하 압박, 기형적 영업 부추기나 이러한 기형적인 영업 방식은 CSO 신고제와 지출보고서 의무 작성을 비롯한 정부의 유통 투명화 정책이 잇달아 도입되면서 일선 영업현장에서 한동안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급격한 약가인하 공포가 업계에 번지면서, 사라졌던 이 기형적 모델이 영업 현장에 다시 소환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기존 53.55%에서 40%대 초중반으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약가제도 개편을 예고했다. 이후 중소제약사를 중심으로 ‘정상적인 영업 방식으로는 처방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위기감이 고조됐고, 결국 백대백 부활로 이르게 됐다는 분석이다. 중소제약사 입장에선 백대백 프로모션을 통해 약가가 실제 인하되는 7월(예상) 전까지 '가장 비싼 가격'으로 재고를 밀어내 수익을 보전할 수 있다. 동시에 높은 수수료를 미끼로 처방처를 묶어둬, 약가인하 이후의 타격을 최소화할 수도 있다. 정부의 강력한 약가인하가 오히려 편법 영업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CSO 업체 관계자는 “인센티브나 기타 비용 등을 더하면 100:100이 아니라, 100:120 계약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기존에도 신제품 발매 시 100:100 프로모션이 종종 동원됐지만, 작년 말 제네릭 약가인하 예고 이후론 다양한 품목으로 확산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제네릭 의존도가 높아 손실이 크게 예상되는 중견‧중소제약사의 경우 백대백 프로모션에 대한 유혹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CSO 대표는 “고율 수수료가 당장은 높은 수익을 보장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불법 리베이트 유혹에 내몰리는 압박으로 작용한다”며 “제약사의 제안을 거절하기 힘든 상황에서, 약가인하 이후 제약사 영업 조직과 CSO가 공멸하거나 시장 질서 자체가 파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고 말했다. CSO 수수료 ‘선인하-후보전’ 모델…편법 R&D 비율 맞추기 사례도 이와 함께 수수료를 먼저 낮추는 대신 R&D 비율 요건을 충족해 약가 인하를 피할 경우 그 효과를 사후에 나누는 구조의 계약도 등장했다. 이와 관련 최근 CSO 업체인 D사는 일선 제약사에 ‘수수료 선인하’ 모델을 제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사가 R&D 비율을 맞춰 약가 인하를 피하면 그에 따른 효과를 나중에 보전받는 조건이다. 혁신형 혹은 준혁신형 제약기업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편법 계약으로 평가된다. 개정 약가제도에서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약가인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핵심으로 작용한다. 정부는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기존 53.55%에서 45%로 인하하면서, 혁신형‧준혁신형 제약사에 약가가산을 적용한다. 신규등재 품목의 경우 혁신형은 60%를, 준혁신형은 50%의 약가를 받는다. 기등재 의약품도 혁신형은 4년간 49%, 준혁신형은 3년간 47%의 가산을 받는다. 정부는 동시에 혁신형‧준혁신형 제약기업의 매출액 대비 R&D 비중 기준을 높였다. 혁신형 제약사가 되려면 연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은 R&D 비중을 현행 5%에서 7% 이상으로, 매출 1000억원 미만은 7%에서 9%로 높여야 한다. 준혁신형 제약사가 되려면 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은 5%에서 7%로, 매출 1000억원 미만은 3%에서 5%로 각각 높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신규등재든 기등재든 45%의 산정률을 즉시 적용받는다. 한 마디로 약가가산 혜택을 위한 혁신형 제약사 인증의 실효성은 커졌으나, 강화된 기준 탓에 진입 문턱은 도리어 높아진 것이다. 제약사 입장에선 인하된 약가산정률을 적용받지 않기 위해 R&D 비중을 반드시 기준치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CSO 수수료율의 선인하-후보전 방식의 기형적 계약까지 등장했다는 분석이다. 제약사는 초기 비용 부담을 낮추면서도 R&D 비율을 맞출 수 있다는 점이 유인으로 작용한다. CSO 수수료로 지출하는 비용을 낮추면 영업이익이 늘어나고, 여기서 발생하는 자금을 R&D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나아가 CSO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회계장부상 R&D 관련 비용으로 전환하는 편법을 동원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CSO와 입을 맞추고 나중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학술 마케팅 용역비’나 ‘임상 데이터 수집비’ 명목으로 송금할 수 있다”며 “원래 판관비로 잡혀야 할 수수료가 R&D 비용으로 둔갑한다. 혁신형 제약사 요건을 인위적으로 충족하기 위한 고도의 편법”이라고 지적했다. CSO 입장에서도 선인하-후보전 모델이 실리적 선택이 될 수 있다. 당장은 수수료율을 낮추더라도 제약사가 혁신형 인증을 획득‧유지해 약가를 사수하면 CSO에게도 이득인 구조이기 때문이다. 결국 제약사와 CSO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이러한 기형적 공생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R&D 활성화는 사라지고 편법영업 남은 현장…“무리한 약가인하 부작용”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기형적 영업 행태의 배경에 정부의 무리한 약가인하 정책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내세운 ‘R&D 선순환’이라는 명분이 도리어 현장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구조적 모순을 낳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약가 개편을 앞두고 제약업계는 '수익성 악화'와 'R&D 투자 강요'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제네릭 약가는 깎이는데, 약가를 방어하려면 거꾸로 투자를 늘려야 하는 모순적 상황에 놓였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100:100 프로모션이나 선인하-후보전 같은 편법 모델은 거부하기 힘든 생존 카드가 된다. 결국 ‘제네릭 약가를 깎아 신약 개발을 유도하겠다’는 정부의 당초 목적이 현장에서 역효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제네릭 약가인하의 명분으로 ‘R&D 활성화’를 제시했지만, 실제 약가가 인하되기도 전에 기형적인 영업 모델만 양산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제약업계에선 약가 압박이 거세질수록 부작용이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무리한 약가인하가 결과적으로 제약사들을 혁신보다는 변칙적인 영업과 회계처리에 몰두하도록 만든다”고 비판했다. 그는 “제네릭 수익을 깎아 신약 개발로 유도하겠다는 단순한 도식 자체가 현장에선 정책적 실패로 증명되고 있다”며 “올 하반기 약가 인하로 수익성이 본격 악화하면, 장부상 수치를 맞추기 위한 변칙 영업은 더욱 지능화되고 보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2026-05-08 06:00:59김진구 기자 -
수수료 퍼주고 깎고…약가인하 공포에 CSO 영업 '격랑'[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올 하반기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 적용을 앞두고 제약 영업 현장과 CSO(의약품 영업대행사) 업계가 유례없는 혼란에 휩싸였다. 제네릭 약가 인하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지자, 제약사들은 판관비 절감을 위한 ‘수수료율 인하’와 점유율 방어를 위한 ‘수수료율 파격 인상’이라는 상반된 전략을 동시에 쏟아내고 있다. 특히 약가인하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일부 중견‧중소제약사를 중심으로 수수료율이 최대 80%까지 상승하는 등 CSO 선점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이다. 업계에선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이 현장의 수급 불균형과 수수료 체계의 혼란을 야기하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수익 보전 vs 점유율 사수…수수료율 인하·인상 ‘공존’ 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연매출 2000억원 규모의 중견제약사 A사는 최근 자사 항생제‧소화제 등 6개 품목의 수수료율을 2%p 인하한다고 CSO 측에 통지했다. 대형제약사의 비상장 자회사인 B사도 일부 품목의 수수료율을 3~5%p 낮추기로 결정했다. 또 다른 중견제약사의 비상장 관계사인 C사 역시 원자재 가격과 고정비 상승을 이유로 최근 일부 품목의 수수료율을 3%p씩 낮췄다. 이러한 움직임은 약가 인하로 인한 마진율 하락에 사전 대비하려는 제약사들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다른 일각에선 수수료율 인상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연매출 2000억원 규모의 비상장 제약사 D사는 위염약과 발기부전약 등 8개 품목의 수수료율을 5~15%p 인상했다. 기존 40~50%였던 수수료율이 45%~65%로 높아졌다. 프로모션 기간은 올해 말까지다. 연매출 5000억원 이상 중견제약사 E사는 이달부터 자사 6개 품목의 수수료율을 47%에서 52%로 5%p 인상했다. 연매출 1000억원대 비상장 중소제약사 F사도 이달 2개 품목의 수수료율을 30%에서 55%로 25%p 상향 조정한다고 공지했다. 영업대행 수수료율은 제약사와 CSO 간 계약의 핵심이다. 통상 CSO의 영업대행 수수료는 30~50% 수준으로 알려졌다. 일반 품목은 30~40%, 경쟁이 치열하거나 신규 론칭한 품목은 40~50%에서 결정되는 식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잇따른 수수료율 인상으로 65% 이상 사례도 흔하게 확인된다. 전반적인 수수료율 상승으로 인해, 신제품에 대한 수수료율은 더욱 높아졌다. 연매출 2000억원 내외 중소제약사 G사는 5월 발매한 불면증 치료제의 수수료율을 최초 60%에서 80%로 20%p 상향 조정했다. 이러한 현상은 올 하반기로 예고된 약가인하가 가까워질수록 확대되는 양상이다. 약가제도 개편이 예고된 초기에는 수수료율 인하에 대한 압력이 높았지만, 최근 들어선 점유율 방어를 위한 수수료율 인상 사례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CSO 업체 관계자는 “제약사의 수수료율 변경이 최근 더욱 빈번해졌다. 바뀐 수수료율을 업데이트하기 벅찰 정도”라며 “약가제도 개편안의 윤곽이 드러난 작년 말부터 수수료율 '인하' 공지가 이어지더니, 최근 한두 달 사이엔 '인상' 공지도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약가제도 개편이 쏜 화살…생존 위한 수수료율 '선택과 집중' 이번 혼란의 기폭제는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이다.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와 R&D 투자 유도를 명분으로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현행 53.55%에서 45%로 인하한다. 동시에 제네릭 최고가 기준요건(자체 생동,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충족 여부에 따른 약가인하 폭이 15%에서 20%로 더욱 확대된다. 다품목 등재 관리 목적에 따라 계단식 인하 기준도 강화된다. 제약사들은 대대적인 변화 앞에서 두 가지 방향의 전략적 움직임을 보인다. 하나는 주력 품목에 대한 과감한 수수료율 인상이다.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시장 점유율을 유지해 약가인하 이후의 생존 기반을 다지겠다는 의도다. 동시에 비급여 의약품 일부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약가인하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도 담겼다. 다른 하나는 비주력 품목의 과감한 정리다. 수익성이 낮으면서 약가인하 타격이 직접적인 비주력 품목은 수수료를 깎아 고정비를 축소한다. 마진이 낮은 영업은 사실상 포기할 수도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주력 품목에 대한 수수료율은 높이고, 비주력 품목은 낮추는 ‘수수료율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국내 CSO 시장은 탄생부터 '불안정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일부 대형업체를 제외한 시장의 70~80%가 1인 또는 3~5인 규모의 소규모 점조직 형태로 운영된다. 이들은 특정 지역이나 특정 진료과에 특화된 인적 네트워크를 무기로 삼는다. 별도의 고정 급여 없이 처방 실적에 따른 수수료로 생존하는 구조다 보니, 이들에게 ‘충성도’란 제약사가 아닌 ‘가장 높은 수수료’를 향하기 마련이다.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은 CSO 업계에 연쇄적인 수익 저하 우려를 확산시키고 있다. 기존에도 구조적으로 불안정했던 CSO 시장이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이라는 외부 충격을 만나며 혼란이 증폭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제약사-CSO 영업 주도권 역전…‘옥석 가리기’ 시작되나 이 과정에서 제약 영업의 주도권 이동도 감지된다. 과거에는 제약사가 영업권을 배분하며 CSO를 관리하는 위치였다면, 거꾸로 CSO가 제약사의 품목과 수수료율을 저울질하며 '거래처'를 선택하는 상황이 점차 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영업력이 검증된, 이른바 'A급 CSO'들은 단일 제약사에 종속되지 않는다. 이들은 더 높은 수수료를 제시하거나, 향후 약가인하 리스크가 낮은 품목을 골라 계약을 맺는다. 실력 있는 CSO의 몸값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한 CSO 업체 관계자는 "CSO 입장에서 수익성 하락이 유력하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 더 나은 조건을 가진 제약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시장은 이미 실력 있는 CSO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 체제로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경쟁력을 증명하지 못한 영세 제약사들은 영업력 축소라는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장기적으로는 CSO 업계를 포함한 국내 제약영업 지형도의 강제적인 재편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다수의 품목을 확보한 대형 CSO들은 제약사와의 협상력을 더욱 키우며 시장을 독점해 나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대로 영업력이 검증되지 않은 CSO들은 약가인하를 계기로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혼란은 구조적으로 취약했던 CSO 시장이 약가 인하라는 파도를 만나 전면 재편되는 과정"이라며 "올 하반기 이후 중장기적으로 살아남은 소수의 대형 CSO와 제약사의 갑을 관계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2026-05-07 06:00:59김진구 기자 -
창고형약국도 사정권…"복잡한 임대 구조, 실운영자 찾아라"[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일명 ‘네트워크 약국 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약국 시장 전반의 구조 변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약사법 개정안은 약사 또는 한약사가 둘 이상의 약국을 개설할 뿐만 아니라 운영까지 할 수 없도록 명확히 규정한 것이 핵심이다. 논란이 됐던 네트워크형 약국 운영 구조를 직접 겨냥한 입법이라는 점에서는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다. 입법 전까지는 제도 도입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면, 이제부터는 실제 시장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어디까지가 불법일까”…기존 네트워크 약국 재편 여부 촉각 법 시행 이후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곳은 기존 네트워크 형태로 운영돼 온 약국들이다.그동안 일부 약국들은 브랜드 공유, 공동 구매, 경영 지원 조직, 투자 구조 등을 기반으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해 왔다. 겉으로는 개별 약국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하나의 조직처럼 움직인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번 개정으로 복수 약국 운영과 실질적 지배 구조에 대한 규제 근거가 강화되면서 기존 방식 유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크게 두 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첫째는 네트워크 구조를 해체하고 개별 약국 체제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둘째는 법 적용을 피할 수 있는 새로운 협업 구조로 재편하는 시나리오다. 이번 법 통과가 기존 네트워크 약국의 종말을 의미한다기보다 새로운 형태의 진화를 촉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번 입법을 두고 약사사회 내부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네트워크 약국이 자본력과 조직력을 앞세워 상권을 빠르게 잠식해 왔고 이 과정에서 전통적인 동네약국의 경영 부담이 커졌다는 문제의식이 누적돼 왔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대형 마트형 약국·창고형 약국·네트워크 약국 확산이 맞물리며 위기감이 높아졌던 만큼 이번 개정안이 중소 약국 보호 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한 법률 전문가는 “약국 개설자의 책임성과 독립성을 다시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자본 주도의 확장 구조에 일정 부분 제동을 거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핵심 쟁점은 ‘제3자 개입’…어디까지가 운영인가 향후 제도의 실효성을 가를 핵심 쟁점은 약국 운영에 대한 제3자의 개입 범위가 될 전망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도매업체, CSO, 대형 유통업체, 임대인 등 약사 외 주체가 약국 운영에 실질적으로 관여할 경우 위법 소지가 커질 수 있다는 데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특정 도매업체가 약국의 의약품 구매나 인사, 경영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CSO가 단순 영업 대행을 넘어 경영 구조에 개입하는 경우가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또 임대인이나 대형 유통업체가 임대차 계약을 매개로 수익 구조, 영업 방식, 취급 품목 등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 역시 향후 판단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약국가 안팎에서 거론되는 창고형 약국 모델 역시 주요 변수다. 전대차, 법인 명의 임대, 복합상업시설 입점 등 복잡한 임대 구조를 통해 외형상 개인 약국 형태를 갖추더라도 실제 운영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단순 임대차 계약만으로 곧바로 위법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많다. 실질적인 운영 개입이나 수익 배분, 경영 통제 등 구체적 요소가 확인돼야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현행 개정안만으로 모든 우회 구조를 일괄 차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률 전문가는 “법 개정 취지는 약사 면허를 가진 개설자가 실질적으로 독립 운영해야 한다는 데 있다”며 “이번 법 개정으로 형식상 명의만 약사일 뿐 제3자가 경영 전반을 좌우한다면 위법 판단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만으론 부족…하위 법령‧추가 입법으로 실효성 높아야” 결국 이번 법 통과는 출발점에 가깝다는 평가다. ‘운영’의 개념과 제3자 개입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에 따라 향후 시장 질서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시행령·시행규칙을 통해 이번 개정 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세부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약사회 이 같은 지적에 공감하고 있다. 이에 약사회는 국회와의 논의 과정에서 약국 개설 단계부터 실질 운영 주체를 확인할 수 있는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며 시행령·시행규칙 정비 필요성을 적극 어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약국 개설 시 임대차계약서 제출, 자금조달계획서 확인, 실질 투자 관계 점검 등을 통해 명의상 개설자와 실제 운영 주체가 다른 구조를 사전에 걸러내야 한다는 취지다. 업계에서는 네트워크형 약국이나 창고형 약국의 경우 복잡한 임대 구조나 자금 흐름을 활용하는 사례가 거론되는 만큼 향후 하위 규정 설계가 법 실효성을 좌우할 핵심 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약사회 관계자는 “의료법은 법인의료기관 개설의 경우 임대차계약서와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며 “약국의 경우도 이번 법 개정과 더불어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시행규칙 개정으로 개설 과정에서 임대차계약서, 자금조달계획서 등을 제출하도록 하는 등 더 법을 더 촘촘이 할 수 있는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본 개입 의심 창고형약국, 네트워크 약국, 면허대여 약국 등을 방지하기 위해 이번 법 개정과 더불어 현재 발의된 창고형약국 관련 법안, 또 발의가 준비 중인 법안, 건보공단 특사경 도입 등이 모두 맞물려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2026-05-04 11:58:27김지은 기자 -
유디치과가 남긴 교훈…약국판 '경영지원회사' 차단 관건[데일리팜=김지은 기자] 네트워크 약국 방지법이 입법에 성공하면서 의료계의 선례로 꼽히는 유디치과 사태로 촉발됐던 의료법 개정 효과에 다시 시선이 쏠린다. 네트워크 형태 의료기관을 둘러싼 논란은 약국보다 먼저 병·의원 시장에서 불거졌었고 실제 입법으로 이어진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규제는 시장 질서를 바로잡았다는 평가와 함께 새로운 형태의 우회 구조를 낳았다는 지적도 동시에 받고 있다. 약국가 역시 비슷한 흐름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이번 입법의 예고편으로 읽힌다. 유디치과 사태, 네트워크 의료기관 논란의 출발점 네트워크 의료기관 문제는 유디치과 사태를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다수의 치과를 하나의 브랜드로 묶어 운영하는 구조 속에서 과잉진료 논란과 경영 개입 문제가 불거지면서 의료기관의 공공성과 영리성 사이의 충돌이 사회적 쟁점으로 확산됐다. 특히 의료인이 아닌 자본이 의료기관 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면서 명의 대여와 사무장 병원 논란과 맞물려 제도 개선 요구가 거세졌다. 이 사건은 결국 의료기관의 개설·운영 원칙을 보다 엄격히 규정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가 됐고, 이후 추진된 의료법 개정의 핵심은 의료기관 운영에 대한 외부 개입을 차단하는 데 있었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에 대해 ‘1인 1개소 원칙’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특히 의료법 제33조 제8항은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 의료기관을 개설 또는 운영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단순 ‘개설’만이 아닌 실질적인 ‘운영 관여’까지 금지한다는 점에서 규제 강도가 한층 강화된 조항이다. 의료인이 복수의 병·의원을 지배하는 구조를 명확히 불법화한 것이 핵심이다. 의료인의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행위를 보다 강하게 규제하고 사실상 동일한 자본이나 조직이 다수 의료기관을 지배하는 구조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법이 정비됐다. 표면적으로는 개별 의료기관 체계를 유지하더라도 실질적으로 하나의 조직처럼 운영되는 경우를 제재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당시 정부와 의료계 일각에서는 “네트워크형 병원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고 의료 질서를 회복하는 계기”라는 평가가 나왔다. 질서 회복vs풍선효과…"법보다 중요한 건 실효성” 하지만 제도 시행 이후 평가는 엇갈린다. 우선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대규모 네트워크 병원의 확산 속도가 둔화되고 일부 문제 사례가 정리되면서 시장이 일정 부분 안정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규제가 강화되자 또 다른 형태의 운영 구조가 등장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의료기관 운영을 지원하는 별도의 법인 형태인 일명 ‘경영지원회사(MSO)’ 모델이 확산되며 규제를 우회하는 방식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독립된 의료기관이지만 실제로는 경영·마케팅·구매 등을 외부 조직이 통합 관리하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의료계에서는 형태만 바뀌었을 뿐 본질은 유지됐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결국 규제가 시장을 완전히 통제하기보다는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는 해석이다. 법 개정 이후 또 하나의 쟁점은 집행의 문제였다. 네트워크 구조는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제 위법 여부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동일한 사안임에도 해석과 처분이 엇갈리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규제의 일관성과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법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집행 역량과 기준의 명확성”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 의료 전문 법률 전문가는 “법 테두리 안에 있는 MSO 구조의 적법성은 단일 요소로 판단되지 않는다”며 “계약서나 지분구조, 자금 흐름,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일관된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지 여부 등이 영향을 미치는데 실제 집행 과정에서 이 부분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은 측면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의료법 개정에 따른 이 같은 흐름은 현재 추진 중인 네트워크 약국 방지법과 맞닿아 있다. 약국 역시 병·의원과 마찬가지로 공공성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인 만큼 자본의 개입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의료법 개정 사례는 분명한 시사점을 남긴다. 규제는 일정 부분 시장 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우회 구조를 유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약국가에서도 이미 경영 지원, 공동 구매, 브랜드 공유 등 다양한 협업 모델이 존재하는 만큼 법 시행 이후 이들 구조가 어떻게 재편될지 관심이 쏠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약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이번 네트워크 약국 방지법은 과거 의료법 개정의 반복 될지, 아니면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지가 핵심 관전 포인트”라며 “제도의 방향성은 유사하지만 적용 대상과 시장 구조가 다른 만큼 결과도 달라질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 가지 분명한건 규제를 피한 회색지대의 생성 가능성”이라며 “그만큼 이번 법 개정이 실효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국회와 정부, 약사회가 머리를 맞대어 하위 규정을 최대한 촘촘이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2026-05-02 06:00:59김지은 기자 -
돈으로 약국 여러 개 운영 못 한다…강력해진 '1약사 1약국'[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일명 ‘네트워크 약국 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약국 시장을 둘러싼 오랜 논쟁이 제도 변화의 문턱에 서게 됐다. 이 법은 공포 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개정된 약사법은 약사 또는 한약사가 둘 이상의 약국을 개설 뿐만 아니라 운영까지 할 수 없도록 명시한 것이 핵심이다. 약국의 지분 구조와 운영 방식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사실상 체인 형태로 운영되는 네트워크 약국을 차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단순 제도 보완을 넘어 약국 경영 구조 전반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입법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특정 자본 개입이 의심되는 네트워크 약국이 늘어나면서 약국 개설 뿐만 아니라 운영에 대해서도 불법적인 지분 투자나 과도한 상업화를 차단한다는 목적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수사기관에서 네트워크 약국 운영을 두고 사실상 불법이 아니라는 판단이 나오면서 그간 이어져 온 논쟁이 결국 이번 입법으로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회색지대에 놓인 네트워크 약국…반복된 논란에도 제도는 제자리 현행 약사법의 핵심 원칙은 ‘1약사 1약국’이다. 약사가 직접 약국을 개설·운영하도록 해 자본의 개입을 차단하고 공공성을 유지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 원칙이 점차 흔들려 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공식 프랜차이즈가 아님에도 브랜드를 공유하거나 경영 지원 조직을 통해 사실상 동일한 운영 체계를 갖춘 약국들이 등장하면서다. 겉으로는 개별 약국 형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자본과 조직이 결합된 ‘네트워크형 구조’가 확산됐다는 것이 약사사회와 국회의 시각이다. 특히 일부 약국은 인테리어, 의약품 공급, 마케팅까지 통합 운영되며 바잉파워를 통해 기존 동네 약국과는 다른 경쟁 구도를 형성해 왔다. 최근 확산세를 보이고 있는 특정 마트형 약국, 창고형 약국들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약사사회 내부에서는 이 같은 운영 방식에 대해 형식만 개인 약국일 뿐 실질적 운영은 기업형 체인과 다를 바 없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국회에서도 "표면적으로는 약사 업무인 조제‧복약지도는 약사가 전담하되 그 이외 경영 서비스는 사업자가 제공함으로써 현행법의 틀 내에서 약국의 효율적 운영을 가능케 하는 형태이지만, 실질적 운영권이 비약사에 사실상 이전되는 경우 면허 대여와 유사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나의 자본이 여러 약국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게 됨으로써 사실상 1인이 여러 약국을 개설하는 것과 같은 결과가 된다는 것이 문제의 요지"라고 밝혔다. 1약사 1약국 논쟁에 불을 지핀 것은 최근 수사기관의 판단이었다. 2023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기업형 네트워크 약국을 면허대여 의심 사례로 보고 수사를 의뢰했지만 경찰에 이어 인천지방검찰청도 최종적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문제가 된 구조는 도매상과 자본력을 갖춘 약사가 복수 약국 개설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은 사례였다. 다만 각 약국의 명의상 개설자는 모두 다른 약사였고 운영 역시 개별 약사가 일정 부분 수행한 것으로 판단됐다. 검찰은 약국 운영 주체, 직원 고용, 대금 결제 등이 명의 상 약사를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근거로 약사법 위반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즉, 형식 상 각 약국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구조라면 자본 개입이나 네트워크 형태가 일부 존재하더라도 이를 곧바로 면허대여나 불법 개설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해석한 것. 이 결정은 약사사회에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그동안 문제로 지적돼 온 네트워크 약국 구조가 법적으로는 위법이 아닐 수 있다는 판단이 나오면서 현행 법으로는 규제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급격히 확산됐기 때문이다. 물론 유사한 사안에 대한 사법부 판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과거 대법원은 약사가 다른 약사 명의를 빌려 약국을 추가 개설하고 두 약국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면서 무자격자에게 의약품 판매까지 맡긴 사건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바 있다. 당시 판결은 사실상 1약사 다약국 운영과 면허대여를 명확히 위법으로 판단한 사례로 평가된다. 다만 해당 판례 역시 무자격자의 조제·판매 개입 등 명백한 위법 요소가 있는 경우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검찰 판단과 일정 부분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결국 현행 법 체계에서는 어디까지가 단순 경영(운영) 관여인지 어디부터 불법 개설인지를 명확히 가르기 어려운 회색지대가 존재해 왔던 셈이다. 반복된 논란 끝에…"단순 보완 아닌 시장 구조 변화 신호" 이 같은 법적 공백과 해석 논란은 결국 입법 필요성으로 이어졌다. 그동안 유사 사례가 반복적으로 제기됐음에도 처벌 여부가 엇갈리고 제재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법을 고치지 않으면 해결이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이번 법안은 약국 운영에 대한 외부 자본의 개입을 보다 명확히 제한하고 네트워크 형태의 사실상 공동 운영 구조를 제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지분 투자, 위탁 운영, 네트워크 조직을 통한 간접 지배 등 우회적 구조까지 제한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번 법안이 주목 받는 이유는 단순 위법 행위 처벌 강화 차원을 넘어선다는 데 있다. 그간 회색지대에 머물렀던 네트워크 약국 모델 자체가 제약을 받게 되면서 약국 시장의 경쟁 구조와 경영 방식 전반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약사사회 내부에서는 대체로 필요한 규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또 다른 형태의 우회 구조가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의료계에서 유사한 규제 이후 새로운 운영 방식이 등장한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입법 역시 시행 이후가 더 중요하다는 시각이 많다. 약국 체인업체 한 관계자는 “이번 법 개정은 중소 약국 보호라는 기본적인 정책 효과가 기대되는 반면 회색지대였던 부분들을 어떻게 수면 위로 올릴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며 “의료계에서 유사한 규제 이후 새로운 운영 방식이 등장한 전례를 감안하면 또 다른 사각지대를 만들어 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입법 역시 하위 시행령, 시행규칙 규정과 더불어 시행 이후가 더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2026-04-30 11:58:19김지은 기자 -
"AI가 신약개발 엔진"…제약 R&D, 팀 넘어 센터급 격상[데일리팜=차지현 기자] 국내 주요 제약사 연구개발(R&D) 조직이 빠르게 세분화·다양화하고 있다. 4년 전만 해도 보조 수단에 머물렀던 인공지능(AI)과 데이터가 이제는 R&D의 핵심 엔진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신규 모달리티 전담 부서 신설과 오픈이노베이션 조직 강화도 눈에 띄는 변화다. AI·데이터 조직, R&D 핵심 엔진으로 부상 데일리팜은 지난해 매출 상위 30곳 제약사의 사업보고서를 바탕으로 R&D 조직 현황을 분석했다. 또 이들 기업의 2021년 R&D 조직과 비교해 최근 4년간 국내 제약사 R&D 조직 변화 흐름을 살펴봤다. 이번 집계에는 HK이노엔, JW중외제약, 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팜, 광동제약, 녹십자, 대웅제약, 대원제약, 동국제약, 동아에스티, 동화약품, 보령,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진제약, 셀트리온, 셀트리온제약, 안국약품, 에스티팜, 유나이티드, 유한양행, 일동제약, 일양약품, 제일약품, 종근당, 파마리서치, 한독, 한미약품, 환인제약, 휴온스, 휴젤 등 제약사가 포함됐다. 지난해 주요 제약사 R&D 조직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AI와 데이터 조직의 부상이다. 2021년 제약사 R&D 조직에서는 AI 부문이 독립 부서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보령 AI팀, 셀트리온 데이터사이언스센터 본부 등 일부 기업이 제한적으로 관련 조직을 운영하는 수준에 그쳤다. 반면 2025년에는 AI 부문이 팀 수준을 넘어 센터·본부급 조직으로 격상되며 신약개발 전반을 이끄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SK바이오팜이 AI 조직을 전면에 배치한 대표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2021년 SK바이오팜R&D 조직은 신약연구소와 항암연구소, 신약개발사업부, R&D혁신본부 등으로 구성된 전통적인 기능 중심 구조였다. 신약연구소 산하 2개 팀과 항암연구소 산하 2개 팀, 신약개발사업부 산하 5개 팀, R&D혁신본부 산하 4개 팀이 각각 후보물질 발굴과 개발을 나눠 수행하는 형태로 AI나 데이터 조직이 별도로 구분되지 않았다. 반면 현재 SK바이오팜은 R&D 조직을 신약연구부문 전략&DT본부, 디스커버리본부, 전임상개발본부, AI/DT 센터 등으로 재편한 상태다. 이 가운데 AI/DT 센터 산하에는 AI 디스커버리팀, AI 트랜스포메이션팀, AI 파이오니어팀이 있다. AI 디스커버리팀은 AI 기반 신약 후보물질 발굴을 담당하고 오픈이노베이션과 버추얼랩을 활용해 타깃 탐색과 초기 파이프라인 도출을 수행한다. AI 트랜스포메이션팀은 연구개발과 사업 전반에 AI를 접목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고 운영 효율화를 이끄는 역할을 맡는다. AI 파이오니어팀은 전사적 AI 활용 전략을 수립하고 연구·개발·경영 전반으로 AI 적용을 확산시키는 기능을 담당한다. SK바이오팜은 AI를 독립 축으로 분리·확대하면서 신약개발 전반의 디지털 역량과 플랫폼 기반 연구 체계를 동시에 강화한 것이다. 셀트리온 역시 AI 조직을 강화해 R&D 구조를 재편했다. 2021년 셀트리온 연구개발부문은 신약연구본부 산하에 본부장, 신규사업담당, 바이오신약 담당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이와 달리 지난해에는 AI Boot Camp를 새롭게 추가하고 바이오신약 담당을 세분화하는 등 조직 구성에 변화가 있었다. AI Boot Camp는 BI/AI 기반으로 신약 타깃 발굴과 후보물질 최적화, 데이터 분석 지원을 수행하는 조직이다. 셀트리온 AI Boot Camp는 총 13명 규모로 박사급 3명, 석사급 9명, 학사급 1명으로 꾸려져 있다.이상준 셀트리온 사장이 데이터사이언스연구소장으로서 임상 데이터 관련 업무를 총괄하며 AI Boot Camp장을 겸직 중이다. AI 기술을 연구 현장에 즉각 투입할 수 있는 실무 조직을 구축해 신약개발 전반의 데이터 기반 연구 역량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진제약도 전통적인 합성·제제 중심 연구조직에서 AI 기반 신약개발 조직을 추가하며 R&D 구조 변화를 본격화한 사례다. 2021년 삼진제약 R&D 조직은 의약합성연구실, 제제연구실, 분석연구실 등 기능 중심 연구조직이 주를 이뤘다. 반면 현재 이 회사는 신약 AI모델을 개발하고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AI 신약개발팀을 신설, 운영 중이다. 삼진제약의 AI 신약개발팀은 총 5명으로 구성돼 있다. 대웅제약도 AI 기반 신약개발 기능을 조직을 앞세웠다. 대웅제약 R&D 조직은 2021년 케미컬 기반 신약센터와 신제품센터, C&D센터 등 전통적인 기능 중심 구조를 유지했다. 현재 대웅제약은 신약Discovery센터를 통해 AI 기반 전임상 후보물질 도출, 효능이나 기전 연구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모달리티 중심 재편…CGT·ADC·TPD 조직 전면 등장 신규 모달리티와 플랫폼 기술 조직 강화 전략도 두드러진다. 이전까지는 합성연구팀, 제제연구팀, 분석연구팀, 임상팀처럼 기능 중심 조직명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기술 기반 조직으로 재편되는 흐름이다. 지난해 주요 제약사 R&D 조직을 보면 세포·유전자치료제(CGT), 항체-약물접합체(ADC), 방사성의약품치료제(RPT), 표적단백질분해제(TPD), 약물전달시스템(DDS) 등 기술 플랫폼이 조직명과 R&D 기능에 직접 반영되는 양상이 뚜렷하다. 대웅제약은 AI 기반 신약개발을 담당하는 신약Discovery센터 신설뿐만 아니라 바이오R&D센터, 혁신신약센터 등 신규 모달리티 중심 조직을 새로 구축했다. 특히 바이오R&D센터는 CGT 기반 신규 모달리티 치료제와 재조합 단백질 치료제 개발을 담당하고 혁신신약센터는 질환별 타깃과 최적 모달리티를 기반으로 후보물질을 도출하는 역할을 맡는다. 제제기술센터 역시 케미컬뿐 아니라 펩타이드·단백질 등 다양한 모달리티에 대응하는 약물전달 기술 개발을 수행한다. SK바이오팜의 경우 Discovery본부 산하에 RPT 프로젝트, TPD 프로젝트, AC4 프로젝트, INS 프로젝트 등을 배치하며 연구 조직을 기술 플랫폼과 모달리티 중심으로 재편했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 이후 신성장 동력으로 ▲표적단백질분해(TPD) ▲방사성의약품 치료제(RPT)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등을 낙점하고 항암 분야로 연구개발 영역을 확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조직 구조에 반영함으로써 모달리티 기반 신약개발 전략을 가속화하려는 포석이다. 삼진제약의 경우 연구센터 내 ADC TF를 신설하며 조직 구성을 다변화했다. ADC TF는 ADC 기반 바이오컨쥬게이션 연구와 약리·물성 평가를 담당하는 조직이다. 기존 케미컬 중심 연구에서 벗어나 ADC 등 신규 모달리티를 조직 단위로 반영하면서 R&D 영역을 확장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한미약품은 질환 중심 프로젝트를 핵심 축으로 삼고 R&D 조직을 재구성했다. 4년 전 한미약품 R&D 조직은 연구센터를 중심으로 바이오신약, 합성신약, 제제, 공정 등 기능별 조직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구조였다. 반면 현재는 R&D센터 내에 비만대사팀, 면역항암팀, 표적항암팀 등 질환·파이프라인 중심 조직이 신설됐다. 한미약품은 비만·대사질환과 항암 분야를 차세대 성장축으로 설정하고 전임상부터 임상까지 이어지는 통합 개발 역량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오픈이노베이션 확대…BD·C&D R&D 핵심 축으로 오픈이노베이션 조직 확대도 눈길을 끈다. 기존에는 사업개발(BD)이나 외부협력 조직이 일부 기업에서 보조 기능에 머물렀다면 최근 들어서는 오픈이노베이션, C&D(Connect & Development), R&BD 등 기술소싱 조직이 R&D 구조 안에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자체 연구만으로는 신약개발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운 환경에서 외부 파이프라인 도입과 공동개발이 필수 전략으로 부상했다는 해석이다. 대웅제약은 C&D기획조정실을 통해 오픈이노베이션 기능을 R&D 조직 내 핵심 축으로 끌어올렸다. C&D기획조정실은 공동 연구개발, 기술 도입·이전, 투자, TIPS 운영 등 오픈이노베이션 업무를 수행하는 부서다. 회사는 C&D기획조정실을 앞세워 연결·협력·개발(Connected Collaboration & Development)을 강화, 미래 신규사업 진출을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JW중외제약도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을 중심으로 R&D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미국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JW Theriac이 중외제약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의 핵심 거점이다. JW Theriac은 UCSD, 스크립스연구소 등과 인접한 연구 인프라를 활용해 신규 플랫폼과 타깃 중심 혁신 기업과의 공동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한·미·일을 잇는 R&D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외부 파이프라인과 시너지를 확대하며 글로벌 협력 중심 신약개발 전략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유한양행은 R&D 조직 내 사업개발 기능을 전면에 강화하며 구조 변화를 꾀했다. 2021년 유한양행 R&D 조직은 중앙연구소와 임상개발부문, 개발부문으로 구성된 전통적인 연구·개발 중심 구조였는데 최근 회사는 중앙연구소 외에 R&BD본부와 임상의학본부를 별도로 두며 조직 체계를 재편했다. 이 중 R&BD본부는 전략실과 의약품개발실, R&D전략팀 등을 포함하며 사업개발과 기술도입 기능을 통합한 조직이다. 외부 파이프라인 도입과 사업화 기능을 동시에 강화한 셈이다. 제약사들의 이 같은 조직 개편은 단순한 직제 변경을 넘어 글로벌 신약 경쟁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개량신약이나 국산 제네릭 중심 성장에 의존했던 국내 기업들이 혁신신약 개발에 본격 도전하면서 R&D 체질 전환에 나섰다는 시각이다. 조직 개편으로 R&D 전문성이 강화되면서 신약개발 경쟁력도 한층 가속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2026-04-29 06:00:59차지현 기자 -
"신약이 기업 가치"…제약 R&D 수장 33% 부사장급[데일리팜=차지현 기자] 국내 주요 제약사 연구개발(R&D) 수장의 위상이 빠르게 격상되고 있다. 과거 상무·전무급 실무 책임자에 머물던 연구소장 직급이 최근 들어 부사장급 이상으로 대거 상향됐고 연구소장이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리는 사례도 증가했다. 신약 파이프라인 성과가 기업 미래 가치와 직결되는 만큼, R&D 조직이 경영 의사결정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무 책임자'서 '경영 핵심'으로, 높아진 R&D 수장 위상 데일리팜은 지난해 매출 상위 30곳 제약사의 R&D 수장 30인을 분석했다.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핵심 연구인력에 등재된 R&D 총괄 또는 연구소장이 대상이다. 또 이들 기업의 2021년 현황과 비교해 최근 4년간 국내 제약사 R&D 리더 구성 변화를 살펴봤다. 연구소장 재직 기간은 각 사업보고서 기준일(2021년 말, 2025년 말)을 기준으로 산출했다. 이번 집계에는 HK이노엔, JW중외제약, 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팜, 광동제약, 녹십자, 대웅제약, 대원제약, 동국제약, 동아에스티, 동화약품, 보령,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진제약, 셀트리온, 셀트리온제약, 안국약품, 에스티팜, 유나이티드, 유한양행, 일동제약, 일양약품, 제일약품, 종근당, 파마리서치, 한독, 한미약품, 환인제약, 휴온스, 휴젤 등 제약사가 포함됐다. 주요 제약사 핵심 R&D 인력의 직위를 분석한 결과 2025년 부사장급 이상 인사는 1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의 33.3%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2021년 6명(20.0%) 대비 13.3%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직위별 구성은 2025년 ▲사장급 3명 ▲부사장급 7명 ▲전무이사급 12명 ▲상무이사급 3명 ▲이사급 1명으로 집계됐다. 이외 기타에는 부문장, 센터장 등 직급 대신 직책 중심으로 표기된 인사가 포함됐다. 2021년과 비교하면 사장급 인력은 2명에서 3명으로 증가했고 부사장급은 4명에서 7명으로 3명 늘며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전무이사도 10명에서 12명으로 확대됐다. 반면 상무이사는 7명에서 3명으로 4명 감소하며 절반 이상 줄었다. 대표이사와 이사는 각각 2명, 1명으로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2021년에는 상무·전무급이 56.7% 이상을 차지하며 연구소장이 실무 중심 역할에 머무르는 경향이 뚜렷했다. 반면 2025년에는 상무·전무급 비중이 50.0%로 줄어든 대신 부사장급 이상 비중이 확대되면서 조직 내 위상이 한 단계 올라섰다는 평가다. 인물별로 보면 성무제 에스티팜 대표이사는 연구 총괄을 맡고 있는 동시에 회사 최고경영자(CEO)로서 경영 전반을 이끌고 있다. 성 대표는 고려대 화학과를 졸업한 후 서강대 유기화학 석사를 취득했다. 이어 미국 알라바마주립대에서 유기화학을 전공한 후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 후 과정(포스닥)을 마쳤다. 성 대표는 미국 노바티스에서 20여년간 신약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도 보유했다. 노바티스는 세계 최초 CAR-T 세포치료제 '킴리아'를 개발한 글로벌 제약사다. 이후 2024년 에스티팜 대표이사로 선임됐으며 2025년 말 인사를 통해 동아쏘시오그룹 R&D 최고책임자(CTO)까지 겸직하게 됐다. 김훈 SK바이오사이언스 Global Business 대표는 연구개발 중심 커리어에서 사업 총괄로 역할이 확대된 사례다. 김 대표는 고려대 농화학 학사와 생화학 석사를 거쳐 아주대에서 분자과학 박사를 취득했다. 2008년 SK케미칼에 입사해 VAX사업부문 CTO를 맡는 등 백신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후 2018년 SK바이오사이언스 출범과 함께 초대 CTO로 선임돼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 개발과 글로벌 협력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김 대표는 2022년 Global R&BD 대표로 승진했고 2023년부터는 Global Business 대표로 보직이 변경되며 사업 전반을 이끄는 위치로 올라섰다. R&D 인력이 기술을 넘어 글로벌 사업과 전략까지 이끄는 방향으로 역할이 확장한 셈이다. 김열홍 유한양행 사장도 사장급 R&D 인력으로 거론된다. 김 사장은 2023년 3월 유한양행 R&D 전담 사장으로 영입된 인물로, 고려대 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의학 석·박사를 취득했다. 이후 고려대 암센터 센터장과 대한암학회 이사장, 아시아암학회 회장 등을 역임한 임상·연구 전문가로 외부에서 영입된 대표적인 R&D 수장 사례로 꼽힌다. 부사장급 R&D 인력으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정형남 바이오연구소장, 셀트리온 권기성 연구개발부문장(수석부사장), 보령 임종래 R&D부문장, HK이노엔 송근석 R&D총괄, 대원제약 김주일 연구·개발 담당, 휴온스 박경미 연구개발 총괄, 파마리서치 원치엽 연구부문 부문장 등이 포함됐다. 단순히 직급만 높아진 것이 아니다. 경영 전반의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하는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린 R&D 수장도 2021년 5명에서 2025년 7명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김열홍 유한양행 사장을 비롯해 정재욱 녹십자 R&D부문 총괄, 송근석 HK이노엔 부사장, 이창석 제일약품 전무, 박경미 휴온스 부사장, 성무제 에스티팜 대표이사 사장, 김훈 SK바이오사이언스 Global Business 대표 등이 사내이사로 선임돼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R&D 수장이 단순 연구 책임자를 넘어 이사회에 참여하며 예산과 전략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핵심 경영 인력으로 격상됐다는 의미다. 외부·빅파마 출신 전면 유입…R&D 리더십 '세대교체' R&D 조직의 위상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흐름 속 리더십 교체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2021년과 2025년을 비교한 결과 주요 제약사 30곳 가운데 21곳에서 R&D 책임자를 교체했다. 4년 새 전체의 70%에 해당하는 기업이 수장을 교체한 것이다. 교체 인원 중 10명이 외부 영입 인사로 분류된다. 정형남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사장, 김열홍 유한양행 사장, 임종래 보령 부사장, 박경미 휴온스 부사장, 강성식 한독 전무, 이창선 셀트리온제약 전무, 원치엽 파마리서치 부사장, 이수민 삼진제약 전무, 성무제 에스티팜 대표이사 사장, 최청하 안국약품 전무 등이 해당한다. 주요 제약사 핵심 R&D 인력 중 3분의 1 이 외부에서 영입한 전문가라는 얘기다. 보령은 2023년 임종래 부사장을 외부에서 영입해 R&D부문장에 앉혔다. 임 부사장은 서울대 제약학과를 졸업하고 물리약학 석사, 성균관대 산업약학 박사를 취득한 연구개발 전문가다. 다케다약품을 거쳐 종근당에서 30년 이상 근무하며 기술연구소장과 제품개발본부장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4년 정형남 부사장을 외부에서 영입해 바이오연구소장으로 선임했다. 정 부사장은 미국 오클라호마대 의대에서 미생물면역학 박사를 취득하고 하버드 의대 암센터에서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거친 연구개발 전문가다. 이후 미국 위스콘신대와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교수로 재직했고 유틸렉스 CTO, 큐라티스 연구소장,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바이오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2026년 임원 인사를 통해 ADC개발팀장에서 바이오연구소장(부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항체·항체-약물접합체(ADC) 기반 플랫폼 구축과 위탁개발(CDO)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휴온스도 2024년 박경미 부사장을 외부에서 영입해 신성장 R&D 총괄에 앉혔다. 박 부사장은 서울대 제약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약학 석·박사를 취득한 임상개발 전문가다. 박 부사장은 CJ 제약사업본부 개발팀 임상 담당 매니저, 한미약품 임상팀 담당 이사, 차바이오텍 개발본부장 전무, 종근당 개발본부 제품개발담당 상무, 지놈앤컴퍼니 부사장(Head of R&D)을 역임했다. 글로벌 빅파마 출신 인력의 유입도 눈에 띈다. 2017년 광동제약에 합류한 배기룡 전무는 GSK 코리아와 GSK 아시아·태평양&일본 지역 사업개발(BD)을 거친 인물이다. 배 전무는 중앙대 약대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대웅제약, 한독약품을 거쳐 글로벌 제약사에서 경력을 쌓았다. 현재 광동제약 의약연구개발본부장을 맡고 있다. 한독 역시 빅파마 경험을 갖춘 인재를 전면에 배치한 사례로 꼽힌다. 강성식 한독 전무는 서울아산병원, 을지대의료원, 건국대병원 등에서 임상 경험을 쌓은 흉부외과 전문의 출신으로 이후 한국 BMS, MSD,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를 거치며 의학·개발 역량을 축적했다. 2025년 한독 의학부 전무로 합류했다. 파마리서치 원치엽 부사장은 로슈, 존슨앤드존슨(J&J), 엘러간 등 글로벌 빅파마를 거친 인물이다. 원 부사장은 인하대 고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조지아공대에서 고분자공학 석사, 코넬대에서 생체재료과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미국 로슈와 J&J를 거쳐 엘러간에서 필러와 보툴리눔 톡신의 연구개발과 임상을 총괄했다. 높은 교체율에도 불구하고 R&D 핵심 인력의 평균 재직기간은 10년 수준을 유지했다. 2025년 기준 연구소장의 해당 기업 재직기간은 평균 10년 2개월로 집계됐다. 2021년(10년 9개월)과 유사하다. 10년 이상 장기 재직자는 2021년 말 10명에서 2025년 말 12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최장 근속자는 박준석 대웅제약 센터장이다. 박 센터장은 서울대 약학 박사 출신으로 2004년 대웅제약에 입사한 이후 신약연구실 프로젝트 리더, 이중표적사업팀 팀장, 신약탐색팀 팀장 등을 거쳐 현재 신약discovery센터를 총괄하고 있다. 이어 김주일 대원제약 부사장이 28년 4개월의 재직 기간을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1972년생인 김 부사장은 경희대 약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대원제약 서울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김미경 동아에스티 상무도 재직 기간 27년 11개월로 장기 재직자 대열에 합류했다. 1973년생 김 상무는 이화여대 약학 석·박사를 취득한 뒤 1998년 동아제약에 입사해 연구개발 경력을 쌓았다. 이후 당뇨과제 프로젝트 리더와 의약생물연구 실장, 면역질환연구실장 등을 거쳐 현재 연구본부장을 맡고 있다. 19년 2개월 동안 재직한 송근석 HK이노엔 부사장도 장기 근속자에 속한다. 건국대 수의학 박사 출신인 송 부사장은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 연구소장으로 재직하며 국산 30호 신약 '케이캡' 개발을 주도한 인물이다. 이후 케이캡사업추진본부장을 맡아 제품 상업화와 글로벌 진출을 이끌었으며 현재는 R&D 총괄을 담당하고 있다. 송 부사장은 2023년 말 정기 인사를 통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2026-04-28 06:00:59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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