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의 눈] 보령의 실적 전망이 기대되는 이유[데일리팜=이석준 기자] 보령의 실적 전망 시작은 2016년 11월 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당시 보령은 11월, 12월 영업을 남겨둔 시점에서 과감히 2016년 매출액(4200억원)과 영업이익(310억원)을 전망했다. 증거가 남는 공시를 통해서다. 실제 결과와는 상이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보수적인 제약업계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던 장면이다. 일부는 파격이라는 단어도 사용했다.보령은 한 발 더 나아가 2017년 전망도 내놓았다. 공시 하루 전날에는 당시 최태홍 보령 사장이 직접 마이크를 실적 전망을 공개적으로 공유했다. 2017년에 매출 5000억원, 영업이익 400억원을 하겠다고 말이다.실적 전망에 대한 초반 성적은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받는다. 2016년은 전망과 실제가 얼추 비슷해지만 2017년은 괴리가 컸기 때문이다. 특히 2017년 영업이익은 16억원으로 전망치 400억원에 한참을 밑돌았다.보령은 절반의 성공에도 2018년과 2019년 실적 전망을 이어갔다. 2018년은 쪽집게 과외처럼 전망과 실제가 비슷했고 2019년은 당초 목표를 소폭 뛰어넘었다.2020년은 실적 전망을 한해 쉬어갔다. 회사는 2021년과 2022년 다시 실적 전망 공시를 꺼내들었다. 2021년은 2018년과 마찬가지로 쪽집게 결과를 낳았고 지난해는 목표치를 상회하는 결과를 얻었다.정리하면 실적 전망 공시를 시작한 2016년 이후 2017년을 제외하고는 전망과 실제가 비슷하거나 목표를 넘어섰다.기업가치 평가 요소는 여러가지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예측가능성과 불확실성이다. 당연히 예측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준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보령의 실적을 예측가능성 범위에 두고 투자를 진행할 수 있다.예측가능성은 여러 긍정 효과를 불러온다. 보령의 불확실한 사업도 실적 안정성으로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770억원까지 규모가 커진 우주 사업 투자가 그렇다. 일부는 과도한 비용 집행이라고 하지만 이는 실적 안정성에 대한 자신감이기도 하다. 설령 우주 사업이 실패로 끝나도 현재 사업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관심은 보령이 또 어떤 수치를 제시하며 약속을 지켜나가는 지다. 수년 간 증명한 예측가능성을 올해도 증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실적은 우주에 빠진 보령 3세 경영에도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 있다. 보령의 2023년 실적 전망 공시가 기다려지는 이유다.2023-02-09 06:00:02이석준 -
[기자의 눈] 바이오기업 정보공개 소탐대실 말아야[데일리팜=황진중 기자] 최근 참여한 제약바이오·투자자 모임에서 상장 제약바이오 기업 중 공시·IR 방식이 모범적이라는 A사에 대한 말을 들었다. 불법 등 선을 넘지 않는 수준에서 후보물질 효능이나 시장 규모 등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야 주가에 도움이 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정보공개를 가능한 정확하게 하는 모범적인 모습은 주가 띄우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로 들렸다.일부 상장 제약바이오 기업을 사례를 보면 주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내용을 교묘하게 포장해서 알리는 경우가 있다. 이제는 희망적인 말로 가득한 설명 문구를 넘어 공시 제도 빈틈까지 활용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B사는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자사 후보물질 임상 2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고 '투자판단 관련 주요경영사항'으로 공시했다. 문제로 볼 수 있는 것은 해당 IND 승인이 지연된 점은 공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FDA로부터 IND를 승인받을 때까지는 통상 30일이 필요하다. IND 제출 후 30일까지 별다른 통보가 없으면 규정상 임상 승인으로 효력을 나타낸다. FDA가 기업에 IND 관련 통지를 하는 사례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치료제가 없어 신약 개발이 시급한 경우와 임상 디자인 등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경우다. 개발이 시급한 사례에서는 30일 이내에 먼저 승인을 통지하고, 문제가 있을 때에는 문제를 개선해야 이를 승인한다.B사가 FDA에 신청한 2상 IND는 신청 후 30일을 지나 6~7개월여만에 승인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FDA IND 신청과 승인은 주가에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소식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B기업은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IND 승인 지연과 관련된 내용은 공시하지 않았다. 신청이나 승인을 투자판단 관련 주요 경영사항으로 공시했으면 지연된 점도 같은 수준으로 간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앞서 한국거래소는 포괄조항 공시제도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제약바이오 분야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가이드라인에 공시가 필요한 것으로 제시된 주요 경영사항이 발생했음에도 기업이 전혀 공시하지 않는 경우 등에는 불성실공시에 해당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거래소가 제시한 제약바이오 업종 맞춤형 공시기준 가이드라인에는 임상시험계획 신청(변경신청) 및 결과 등이 포함됐다. IND에 대한 규제기관 등의 심사 결과, 승인, 제한 또는 보류 등 결정을 통보받은 경우에도 해당 사실을 공시해야 한다.주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해 부정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결국 작은 것을 탐하다가 큰 것을 잃는 길이라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난이도인 신약 개발이므로 IND가 지연될 수도 있고 임상 결과가 좋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그때그때 정확한 정보를 공개해 회사와 업계 전반에 걸친 신뢰를 투자자로부터 잃지 않아야 재도전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2023-02-08 06:16:41황진중 -
[모연화의 관점] 위험대상 설명: 지각된 취약성 메시지 전략(20)위험을 줄이거나 관리할 수 있는 행동, 구체적으로 예방접종, 금연금주, 복약이행, 근육운동 같은 건강 행동은 건강 전문가들이 독려해야 할 목표이다. 하지만 앞선 칼럼에서 설명했듯이 위험을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건강 행동에 관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위험 인식의 하부 개념들을 살펴보고,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고도화 해야 한다.건강 심리학자 닐 D. 와인스타인(Neil D. Weinstein)과 동료들은 건강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 인식을 세 개로 구분했다. 첫째, 지각된 심각성 둘째, 지각된 취약성 셋째, 지각된 발생 가능성이다. 먼저, 지각된 심각성의 개념과 관련 메시지 전략은 앞선 칼럼을 참고하시길 부탁드린다.한편, 지각된 취약성의 개념적 정의는 [자신이] 그 위험에 노출되었다고 지각하는 정도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내가 당면한 위험에 관한 지각이다. 가령, 독감 예방접종을 독려하기 위해서 독감의 육체적, 사회적, 정신적, 경제적 심각성을 설명했다고 가정해보자. 하지만, [자신]은 독감에 걸리지 않을 거로 생각한다면, 백신을 접종할까?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지 않을까?이에 "너도 걸릴 수 있어! 너도 위험해"처럼 대상을 명시하여 지각된 취약성을 높이는 메시지 전략이 필요하다. 일례로 "독감 유행 기간입니다. 예방 접종하세요"라는 메시지보다 "독감 유행 기간입니다. 당신도 걸릴 수 있습니다. 예방 접종하세요"라는 메시지가 취약성을 높인 전략이라 할 수 있다.마찬가지로 "고혈압을 관리하지 않으면 뇌졸중 확률이 높아집니다"보다 "고혈압을 관리하지 않으면 당신의 뇌졸중 확률이 높아집니다"라고 대상을 명시하는 것 역시, 지각된 취약성을 높이는 메시지 전략이다.한편, 지각된 발생 가능성은 말 그대로 그 위험이 실질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에 관한 지각이다. 예를 들어, 20대 여성은 50대 여성보다 유방암에 관한 지각된 발생 가능성을 작게 인지한다. 그래서 20대 여성에게 유방암 검진 행동을 독려할 때는 "매년 300명 이상 발병하는 20대 유방암"처럼 관련 유방암 데이터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혹은 "비만이라면, 가족력이 있다면, 초경이 빨랐다면" 등의 묘사로 지각된 발생 가능성이 커질 수 있는 사례들을 함께 제공하여, 대상자들의 검진을 독려할 수 있다.그런데 지각된 취약성과 지각된 발생 가능성은 특히, 어떤 사람에게 필요한 위험 인식일까? 위험 심리 연구자인 멜리사 L. 피누케인(Melissa L. Finucane)과 폴 슬로빅(Paul Slovic)이 발견한 ‘백인 남성 효과(white male effect)’는 젠더와 인종 그리고 지각된 위험의 관계를 의미심장하게 보여준다.연구자들은 백인 남성들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자신들의 건강과 회복 가능성을 매우 과대평가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과신은 그들이 질병에 취약하지 않고, 낮은 발생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지각으로 연결되었다. 결과적으로 백인 남성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백신 투여율, 마스크 착용률, 만성 질환 조절률 등의 건강 행동 비율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이른바, 사회적 관계성에 관한 지각이 낮고, 육체적 건강을 과신하며, 돌봄의 대상자가 적으면(아이 혹은 노인) 이러한 경향을 자주 보인다고 한다. 그러므로 약사는 메시지 수용자의 특성을 고려하고 관련된 유병률과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탐색하여, 메시지 전략을 도출해야 한다.예를 들어, 당뇨약을 드시는 분 중 상당수가 다리 절단 합병증의 위험을 알고는 있지만 자신이 건강하다고 자부하는 사람일수록 그 위험을 겪을 가능성은 작게 평가한다. 그래서 당뇨를 앓고 계신 분이, 발 상처에 후시딘/ 빨간약 등을 바르기만 하는 경우를 약사들은 종종 목격한다. 대다수 약사가 염증 치료 진료를 권하지만, 그런 분들은 "젊었을 때는 이거 바르면 하루면 나았어. 며칠 바르면 금방 괜찮아져~"라며 위험 가능성을 얕잡아 보고, 권고 행동에 따르지 않는다.이럴 때, 지각된 취약성 메시지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당뇨 환자의 4명 중 1명이 당뇨병성 족부궤양을 앓는다는 메시지로 (후시딘을 사는 당신도) 그 한 명이 될 수 있다며 지각된 취약성을 자극해야 한다.덧붙여 지각된 발생 가능성 메시지 전략도 활용할 수 있다. 대한당뇨학회 통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초기에 당뇨발 증상이 나타나도 10명 중 4명은 치료를 제때 받지 않아 전 세계적으로 30초마다 1명 꼴로 족부를 절단한다는, 생각보다 위험 발생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강조하며 말이다. 적절한 치료를 권고하는 것도 약사의 역할이기에 알아두면 쓸모 있는 메시지 전략이라 할 수 있다.정리하자면, 위험 인식은 건강 행동의 동기 역할을 한다. 위험하다고 생각해야,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추천된) 건강 행동의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험 인식은 단순하지 않다. 건강 행동에 영향을 주는 지각된 위험의 구성요소는 '심각하군 + 나도 걸릴 수 있군 + 위험 가능성이 크군'의 합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생생하게 위험을 묘사하고, 대상자를 명확히 하며, 관련 가능성을 인지시켜야 권고하는 행동으로의 변화 가능성이 커진다.2023-02-08 06:10:43데일리팜 -
[기자의눈] 대조약 미공고 약제기준 재평가는 무리수[데일리팜=이탁순 기자] 기등재약제의 상한금액 기준요건 재평가 자료제출이 시작된 시점에서 아직 대조약 공고가 안 된 제품을 재평가 대상에 포함시킨 건 아무리 봐도 무리가 있어 보인다.식약처의 늦은 행정을 차치하더라도 예외를 만들지 않겠다는 보험당국의 태도는 전혀 정의롭지 않다.심평원은 최근 약제 상한금액 기준요건 재평가 대상 약제를 공고했는데, 이 가운데는 아직 대조약 공고가 안 된 품목들도 일부 포함돼 있다.식약처가 지난 10월부터 동등성시험 대상에 포함시킨 경구용 액제 및 무균제제 일부 품목이 아직 대조약이 없어 동등성시험을 시작할 수도 없는 것이다.이는 작년 내내 지목된 문제이기도 하다. 결국 정부도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동등성시험 의무 대상이 확대된 품목은 자료제출을 5개월을 늦추기도 했다.하지만 이 같은 조치는 현 시점에서 볼 때 대조약 공고가 더 늦춰질 가능성이 배제돼 있다. 현재 2월에도 대조약 공고가 안 된 품목들은 7월까지 5개월만에 동등성시험을 끝마치고, 식약처 심사를 거쳐 확인을 받아야 한다. 허가변경 절차만으로도 빠듯한 시간이다.이에 제약업계는 지난 1월 대조약 미공고 제품의 경우 심사 신청서로 갈음해 추후 결과를 반영하거나 제출기한을 대조약 공고 후 1년 등으로 연장해줄 것을 요청했다.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너무 매몰차기만 하다. 심평원은 "기준요건 입증자료를 위해 3년의 유예기간을 이미 부여한 바 있어 더 이상의 유예기간 부여는 어렵다"는 수용불가 입장을 내놨다.대조약 공고가 늦어 생동성을 입증하지 못하는 건 제약업계가 해결할 수 없는 불가항적인 문제다.과거에 기등재약 기준요건 재평가 유예기간을 3년 부여했을 때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기도 하다.따라서 이미 3년 유예기간을 부여해 더 이상 유예기간을 부여하기 어렵다는 답변에도 문제가 있다. 만약 앞으로 대조약 공고가 더 늦어져 자료제출 기한을 앞둔 6, 7월에나 동등성 시험이 가능하다면 구제해 줄 수 있는지 묻고 싶다.차라리 최소한의 대조약 공고 시점을 재평가 대상 커트라인으로 정해 제약업체들이 부담을 덜고, 심사 예측성을 높이는 게 더 나은 조치 아닐까 생각해 본다.2023-02-07 16:43:55이탁순 -
[기자의 눈] 급여정지 폐해 지울 건보법 개정 기대[데일리팜=이정환 기자] 불법 리베이트 의약품에 대한 약가인하·급여정지 행정처분을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삭제하고 과징금 부과 체계를 상향 개편하는 법안이 올해 제약계 시선을 집중시킬 이슈로 부상했다.리베이트 약 행정처분으로 환자와 처방 의사, 조제 약사 등에게 발생할 수 있는 제3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불법 리베이트 억제력을 강화하는 게 법안 목표다.리베이트 약가인하, 리베이트 급여정지를 둘러싼 불합리 논란은 오랜기간 이어져왔다. 급여정지 처분으로 더 비싼 의약품을 사용할 수 밖에 없게 되거나 질병 치료에 불이익을 입게 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급여정지 불합리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졌다.2014년 7월 리베이트 약 급여정지 제도가 시행된 이후 리베이트 적발 횟수에 따라 약가인하를 적용하고 3회 적발 시 급여정지 또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개선된 건보법은 2018년 3월부터 시행에 돌입했다.급여정지로 환자 질병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이 제대로 쓰이지 못하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급여정지 제도가 시행된 기간인 2014년 7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이뤄진 리베이트 의약품에 대해서는 개정법의 소급적용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불합리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건보법 개정안은 현재진행형 급여정지의 제도적 불합리를 개선하기 위한 입법이다. 김 의원 발의안에는 리베이트 약 약가인하와 급여정지를 삭제하고 과징금 기준을 개선하는 의미를 넘어 과거 급여정지 처분이 이뤄진 약물에 대한 문제를 해소하는 조항도 담겼다.부칙에서 리베이트 과징금 적용 대상을 김 의원안 시행 당시 약가인하 또는 급여정지 처분절차나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약제까지 적용하도록 한 부분이다.이렇게 되면 과거 급여정지 제도 기간 적발 의약품에 대한 과징금 대체 소급적용이 가능해져 불합리 사례를 줄이고 환자 권익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게 김 의원 견해다.건강보험공단도 급여정지를 과징금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개선한 김 의원안 조항에 찬성했다. 건보공단은 "약제 급여정지는 해당 약을 필요로 하는 환자의 건강권 침해 가능성이 있어 과징금을 부과하는 개정안 취지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급여정지가 유발하는 폐해를 정부기관도 인정한 셈이다.물론 김 의원안이 완전무결한 법안이라고 단정 짓긴 어렵다. 다만 급여정지 제도 문제점을 최대한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동시에 리베이트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면적으로 고민한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법안이라는 생각이다.이번 건보법 개정안은 조만간 보건복지위 심사대에 오를 전망이다. 십년째 급여정지 문제점 해소를 위해 애쓰고 있는 제약계와 국회의 노력이 이번 개정안 심사를 통해 입법에 충분히 반영되길 바란다. 환자와 의·약사의 불필요한 피해 예방, 건강보험재정 낭비 최소화, 리베이트 제약사에 대한 징벌적 과징금 강화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입법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길 기대한다.2023-02-06 15:52:34이정환 -
[데스크시선] 톡신사태와 서울서부지검의 용단[데일리팜=노병철 기자] 2년여 동안 지속된 '보툴리눔 톡신 허가 취소 사태'가 이제 그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르면 오는 5월 안에 관련 사건에 대한 검찰·법원의 합법·위법성을 가리는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무역상을 통한 간접수출이 국내 판매 행위로 간주돼 약사법 위반인지, 아니면 정당한 수출활동의 일환으로 합법인지를 따지는 것이다. 민·형사를 포함한 행정쟁송의 판결 기준은 법 조항 위반 여부를 헌법·법령·조례·규칙에 근거해 이를 객관적으로 형량화 하는 것이 원칙이다. 법의 여신이 두 눈을 가리고, 오직 원칙과 정의에 따라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는 상징과 표상이 바로 여기에 있다.이번 톡신 사태가 식약처의 행정착오에서 비롯된 과잉조치로 받아들여지는 결정적 이유는 동일 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있다.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은 최근 톡신 사건과 관련한 일련의 사건을 상부수사기관인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범죄조사부에 이관했다. 이에 앞서 서울서부지검은 2016형제44811호 사건에서 무역업체를 통한 주사제 간접수출은 약사법상 '(국내)판매'에 대한 규정을 적용할 수 없고, 수출로 인정돼 무혐의 처분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사건을 맡은 서울서부지검 역시 사안의 엄중함과 신속한 처리 원칙에 근거해 사건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당시 2016형제44811호 사건도 수출을 목적으로 국내 무역업체에 주사제를 판매한 행위를 수출로 볼지, 아니면 국내 판매로 봐야 하는지가 핵심이었다. 피의자(제조업체)는 국내 수출업체에 주사제를 수출하는 것으로 알고 이를 공급, 실제 외화 획득용 원료·기재구매 확인서 교부 등 간접수출과 관련한 모든 물적증거를 검찰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서울서부지검은 피의자가 제출한 자료를 검토, 간접수출은 약사법 제47조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즉 제조업체는 무역상에 공급한 주사제가 전량 수출된 것으로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해 간접수출의 적법성을 인정한 것이다.무역업체를 통한 의약품 간접수출의 명명백백한 합법성은 서울서부지검만의 판단만은 아니다. 이미 서울남부지방법원·대법원 등 1·3심 법원 모두 재론의 여지를 두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서부지검의 선례적 판단(2016형제44811호 사건)이 새롭게 주목받는 이유는 이번 톡신 사건의 초동수사를 담당한 식약처 중조단의 컨트롤타워인 서울서부지검이 동일사안에 대해 이미 적법성을 인정하고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는 점이다. 이런 부분을 비추어 볼 때, 2021년 휴젤·파마리서치바이오와 2022년 제테마·한국비엔씨·한국비엠아이에 내린 허가취소·회수폐기 명령은 행정착오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식약처의 의약품 간접수출 범위와 기준은 수여에 방점이 맞춰져 있다. 바꾸어 말하면 제약사가 의약품을 수출할 경우 무역업체에는 수수료만 지급하고, 전체 대금결제는 수입국 업체와 직접 진행하라는 의미다. 약사법 제47조제1항제1호는 '의약품공급자는 약사법령상 의약품도매상 이외에는 의약품을 판매(수여 포함)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단편적으로 이 조항만 놓고 보면 만약 계약서 등을 통해 제약사가 무역업체에 수출 의약품의 가격과 대행수수료를 모두 받고 판매했을 경우 약사법에 따라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는 자에게 이를 판매한 행위로 위법이라는 것이 식약처의 일관된 입장이다.하지만 이미 개정 약사법에서는 수출에 관한 사항을 대외무역법으로 이관했다. 이는 약사법·대외무역법에 포함된 수출의 2중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단행됐다. 의약품 간접수출 합법성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한국무역협회의 한결같은 입장이다. 구매확인서는 대외무역법에 근거,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수출업체가 수출·외화획득을 위해 물품 등을 구매한 것임을 확인해 주는 서류로, 대외무역법 시행령 제2조 제11호와 대외무역관리규정 제25조 제1항 제3호 (나)목에 따라 수출실적으로 인정된다. 따라서 무역업체의 전량 수출 사실이 확인될 경우라면 기소 자체가 무고다.절차적 요건을 갖춘 의약품 간접수출 합법성 판례는 2017년 서울남부지방법원 선고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판결문의 주요 골자는 공소사실 기재 의약품을 양수한 수출업체는 그 중 일부를 중국에 수출했고, 나머지는 수사 당시 보관하고 있었던 사실을 충분히 인정했다. 법원은 위와 같은 취득경위와 취득 이후의 정황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국내에서 판매할 목적으로 공소사실 기재 의약품을 취득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확정했다. 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거해 무죄를 선고하고, 피고인에 대해서는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무죄판결을 내렸다.대법원도 약사법상 판매와 수출의 개념을 엄격히 구분, 수출은 판매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바리돈에프엑스 의약품 수출과 관련한 대법원 판례에서 구 약사법 제35조 제1항 소정의 판매는 국내에서 불특정·다수인에게 의약품을 유상으로 양도하는 행위를 말하고, 제3자인 무역업자 등을 통해 수여가 아닌 전량 수출로 의약품을 다른 나라로 판매하는 행위는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명시(2001도2479 판결)한 바 있다. 특히 대법원은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따라 권익제한과 의무가 부과되는 침익적 행정처분에 대해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방향으로의 확대·유추 해석을 금하고 있다.정상적 수출절차를 거친 톡신제제에 대한 품목허가 취소·회수 폐기 명령은 법률에 근거하지 아니한 행정행위로 행정기본법 제8조(법치행정의 원칙)·18조에 근거해 부당한 처분으로 볼 수 있다. 행정처분 자체를 보건당국의 고유권한으로 볼 수는 있다. 그러나 공익·제3자의 이익에 반하지 않는 사안에 대해 충분한 검토없이 법을 해석·집행하는 것은 행정기본법 제12조(신뢰보호의 원칙)·해당 처분에 따른 이익침해가 지나치게 큰 점은 제10조 비례원칙에 반한다. 이제 결론은 '무혐의' 기소유예' '기소' 셋 중 하나다. 법과 원칙, 정의에 입각한 서울서부지검의 처분 향방에 30만 제약인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2023-02-06 06:00:05노병철 -
[기자의 눈] 1년째 이어지는 품절...끝이 안보인다[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이 사실상 '확진자 격리'라는 마지막 관문만 남겨둔 채 끝나가는 분위기다.정확히 일 년 전, 일일 신규 확진자가 60만명에 달했던 오미크론 당시와 비교했을 때 코로나19에 대한 공포나 불안 역시 어느 정도 희석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지난달 30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마저 해제됐고, 5월 경 완전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나아지지 않는 부분 가운데 하나가 품절약이다. 품절약 문제가 1년 가까이 지속되자 약사들이 겪는 어려움은 점차 가중되고 있다.데일리팜이 품절약 문제 대두의 시작을 찾아봤다. 그 첫번째 보도는 일일 신규 확진자가 3만5000명이던 작년 2월이었다.2022년 2월 7일 확진자 급증하자 약국 상비약 꾸러미 '잘 나가네'를 시작으로 ▲2월 8일 오미크론 대유행에 약국 감기·상비약 매출 급증 ▲9일 테라플루·콜대원·챔프시럽 품절…상비약도 공급 대란 ▲11일 감기약부터 해열제까지…상비약 없어서 못 판다라는 보도가 있었다.정확히 1년이 흘렀지만 현재도 당시와 비교할 때 조금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게 약사들의 반응이다. 코로나19 관련 약제들의 품절이 이어지고 있으며 위장약과 변비약, 멀미약, 혈압약, 관절약까지 품절이 이어지다 보니 발생하는 부작용 역시 점차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2일 '바로팜'의 품절 입고 알림 신청 의약품 순위만 봐도 그렇다. ▲1위 코싹엘정 ▲슈다페드정 60mg ▲스트렙실 트로키 ▲4위 노바스크정5mg ▲5위 조인스정200mg ▲6위 이모튼캡슐300mg ▲7위 알레그라정180mg ▲8위 코대원포르테시럽 ▲9위 현대테놀민정25mg ▲10위 씨앤유 캡슐 ▲11위 펜잘8시간이알서방정 ▲12위 현대미녹시딜정 ▲13위 삼천당 산화마그네슘정250mg ▲14위 알레그라정120mg ▲15위 듀파락-이지시럽 ▲16위 파마 염산슈도에페드린정 ▲17위 포리부틴 드라이시럽 ▲18위 타이레놀정500mg ▲19위 로도질정125mg ▲20위 디세텔정50mg 순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관련 제제 뿐만 아니라 혈압약, 관절약, 과민성 대장증후군 치료제까지 전영역에 걸쳐 품절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코싹엘정과 동일성분약인 코슈엘정, 슈다페드정과 동일성분약인 파마 염산슈도에페드린정, 슈페린정, 코슈정 등이 모두 품절이다. 아세트아미노펜 제제 역시 다시 구하기 쉽지 않아졌다는 게 약사들의 설명이다.품절약이 많아지다보니 자주 사용하는 약에 대해서는 쟁이게 되고, 이로 인해 결제액이 늘어나면서 고금리 대출을 받거나, 회전 기일을 늘리는 약국도 적지 않다. 최대 수량이 1개로 한정되다 보니 품절약 한 품목을 구하기 위해 최소 주문액인 20만원 어치를 채워야 하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도 비일비재해지면서 약사들의 한숨은 커질 수밖에 없다.일년 째 이어지는 품절약 문제를 방치해 둘 수만은 없다. 의약품 품절에 대한 정의를 바로 잡고, 품절 사태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2023-02-02 15:51:02강혜경 -
[기자의 눈] 리더의 책임감[데일리팜=정새임 기자] 외국계 기업의 한국법인 직원들이 흔히 겪는 고충 중 하나는 '리더의 무책임'이다. 한국법인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대표하는 수장이지만, 글로벌에서 보면 수많은 국가의 지사장 중 하나다. 당연히 좋든 싫든 글로벌 본사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본사의 지시가 우선이 되다 보니 일부 리더는 사내 문제가 불거져도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며 해결의 의지를 보이지 않기도 한다. 대충 임기가 끝날 때까지 문제를 방치해도 다른 곳으로 발령을 받으면 그만이라고 여기는 것이다.몇 년 전 한국MSD의 모습이 딱 그랬다. 당시 한국MSD는 과도한 CP 규정, 계약직 위주의 직원 충원, 임금체불 등을 문제로 노사 갈등을 빚고 있었다. 갈등은 MSD에서 오가논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격화됐다. 당시 직원들은 회사가 직원 동의 없이 오가논으로 발령을 통보하고, 이를 문제제기하는 노조와도 소통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결국 노사 문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 극으로 치달았고, 대표는 한국을 떠났다.2020년 11월 후임자로 부임한 케빈 피터스 한국MSD 대표는 한국에 오자마자 막중한 임무를 떠안아야 했다. 오가논 분사 작업을 마무리해야 했고, 경영진에 대한 불신이 가득했던 직원들의 마음도 달래줘야 했다. 이미 노조는 회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강경행동에 돌입한 상태였다. 그야말로 첩첩산중이었다.피터스 대표가 부임한 지 세 달 뒤, 한국MSD에서 첫 단체협약 체결 소식이 들려왔다. 2018년 노조가 설립된 이래 체결된 첫 단협이다. 단협엔 복리후생, 근로조건 등 노조의 요구사항이 다수 반영됐다. 새로 설립되는 한국오가논도 동일한 근로조건을 적용해 이동 직원들의 불안을 잠재웠으며, 추가 격려금을 지급했다. 대신 노조는 기업분할 과정과 신설 회사 설립에 최대한 협력하기로 약속했다.전임자가 몇 년을 끌어왔던 문제를 어떻게 불과 세 달만에 봉합했는지 그 과정을 상세히 알 순 없지만, 그는 직원들과의 소통에 큰 의지를 보인 듯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전국을 돌며 직원들을 만나고, 그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려는 모습이었다고 전해진다.단협을 계기로 한국MSD의 한국오가논 분사는 순탄하게 이뤄졌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여러 다국적 제약사들이 인력 감축으로 진통을 겪는 시기에도 한국MSD에서는 별다른 잡음이 들리지 않았다. 모두가 불만없는 회사는 없겠지만, 적어도 피터스 대표는 한국 직원들로부터 상당한 신뢰를 얻은 것으로 보여진다.기자회견에서도 그의 탁월한 소통능력이 돋보였다. 굳이 질의응답에 나서지 않아도 될 상황이었지만 피터스 대표는 자처해 질문석에 앉았고, 기자회견 주제와 벗어난 질문에도 성심성의껏 답했다.그가 수장에 있던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한국MSD는 4년 간 넘지 못했던 키트루다 폐암 1차 급여 확대를 이뤘고, 조직이 안정화 됐다. 지난달 독일 발령으로 한국을 떠나게 됐을 때 직원들은 진심을 담아 그에게 작별인사를 건넸다.피터스 대표는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소통을 통해 해결하려는 모습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가치를 아는 리더가 얼마나 조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지 입증했다. 2년 간 그가 보여준 모습들은 한국MSD에도 소중한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리더의 책임감이란 이런 게 아닐까.2023-02-02 06:17:34정새임 -
[모연화의 관점] 위험 설명: 지각된 심각성 메시지 전략(19)현대 사회의 공중(public)은 일방적인 건강 메시지를 무조건 배우고 따라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메시지에 이성적, 감성적으로 반응하고, 설득되는 메시지 수용자이다. 그러므로 헬스커뮤니케이터는 메시지의 옳음만으로 수용자 설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해 설득 전략을 수행해야 한다.그래서 헬스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인지 이론들은 "이게 사실이야" 보다, 메시지 수용자가 그 사실을 어떻게 '지각'하는지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실제 임신 가능성이라는 사실보다, 한 개인이 임신 가능성을 어떻게 지각하는지가 피임법 활용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법이다. 임신 가능성에 영향을 받는 개인일지라도 스스로 그 가능성을 지각하지 못한다면 피임법을 활용하지 않기 때문이다.그렇다면, 건강 메시지는 어떤 지각에 영향을 미쳐야 할까? 건강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탐구하기 위해 사회과학자들은 흥미로운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가 이루어진 상황은 1950년대 미국이었는데, 그 당시 사람들은 국가의 권고에 따른 결핵 검사를 잘 받지 않았다. 그 결과, 조기에 결핵을 발견, 격리, 치료 단계를 실행하기 어려웠다.이에 보건당국은 연구자들에게 결핵을 조기 발견하기 위한 X-ray 검사에 사람들이 왜 참여하지 않는지, 그리고 사람들을 어떻게 참여시킬 수 있는지에 관한 연구를 의뢰했다. 연구를 주도한 미국 공중 보건국의 고드프리 호크바움(Godfrey H. Hochbaum) 박사는 1,200명의 성인을 조사하여 어떤 지각이 건강 행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했다.조사 결과, 결핵이 심각한 질병이며 자신이 결핵에 걸리기 쉽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조기 발견이 자신에게 이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가운데 82%가 엑스레이 검사를 받았고, 그런 생각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은 단 21%만이 엑스레이 검사를 받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발견을 토대로 연구자들은 건강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지각된 심각성, 지각된 취약성, 지각된 이익 등으로 개념화하고, 행동과의 관계를 검증한 후, 건강신념모델(Health belief model)이라는 이름을 붙였다.요인의 개념화는 아주 중요하다. 개념이 명확하지 않으면, 그것을 현실에 적용할 수 없고 일반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건강신념모델의 핵심 변인 중 지각된 심각성(perceived severity)의 정의를 상세히 다뤄보고자 한다.지각된 심각성의 개념적 정의는 어떠한 질병이 얼마나 심각한지, 혹은 병을 방치했을 때 얼마나 심각해질 수 있는지에 대한 개인의 주관적 지각을 뜻한다. 그런데 '심각'이라는 개념 역시 모호하다. 그러므로 연구자들은 어떤 대상에 대한 심각인지를 개념화했다. 결론적으로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경제적 심각성에 대한 개인의 판단이 지각된 심각성이다.예를 들어보자. "고지혈증을 방치하면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라는 문장은 심각하다는 설명일 뿐, 개인이 지각하는 심각성을 자극하기 어렵다. 왜냐면 어떤 심각인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각된 심각성에 영향을 미쳐 고지혈증약 복용 행동을 독려하고 싶다면, 다양한 차원의 심각성을 지각할 수 있게 메시지를 도출해야 한다.구체적으로 육체적 심각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상상할 수 있는 심각의 범위를 명시적으로 나타내줘야 한다. 가령, 고지혈증을 관리하지 않으면, 동맥 경화에 의한 심장 마비를 겪을 수 있고, 이것은 우리나라 사망 순위 3위 안에 든다는 메시지를 보자. 어떤가? 좀 더 심각하게 느껴지는가? 동맥 경화를 피를 돌게 하는 관이 녹슬고 이물질이 쌓여 막혀버리는 상태로 묘사하는 건 어떤가? 육체의 손상에 관한 구체적인 묘사는 지각된 심각성을 강조할 수 있는 좋은 전략이다.사회적 심각성을 강조한 메시지 전략은 고지혈증을 관리하지 않았을 때, 상상할 수 있는 사회적 관계의 손실을 묘사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보자. 동맥 경화로 인해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냥, 뭐 죽지 뭐.’ 이런 식이다. 그런 분들에게 장애의 가능성을 강조하고 그 결과 지금 하고 계신 사회적 활동, 구체적으로 모임에 나가기 어려워짐, 취미나 여가 생활을 즐기기 어려워짐 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또 다른 차원의 심각성을 느끼게 해줄 수 있다.경제적 심각성을 강조한 메시지 전략은 고지혈증약을 관리하지 않아, 즉 월에 몇만 원을 사용하지 않아, 나중에 몇천만 원을 쓰게 된다는 묘사가 대표적이다. 즉 관련 질병을 겪게 되면, 어느 정도의 경제적 손해를 입을지에 관한 지각을 자극하는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메시지 전략을 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권고하고자 하는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특정 개념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다. 만약 지각된 심각성의 개념을 정확히 알고 있다면, 현장에서는 환자에 맞춘, 다양한 예시로 권고하는 건강 행동을 하지 않았을 때 겪을 수 있는 심각함을 인식시킬 수 있다.심각함은 그저 "심각해집니다." 혹은 "합병증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정도의 문장과 근엄한 표정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심각의 결과를 다양한 관점에서 제시해보자. 그래야 상대는 그 심각성을 인지할 테니까.2023-02-01 20:11:14데일리팜 -
[기자의 눈] 끊임 없는 구설수의 주인공, 암질심[데일리팜=어윤호 기자] 암질환심의위원회는 이제 우리나라 항암제 보험급여를 다룰 때 가장 높은 문턱으로 자리잡았다. 급여 등재의 필수 코스인 이 전문가 위원회는 '통곡의 벽'이라는 별칭이 생길 정도로 많은 항암제들의 여정에 시련을 안겼다.본래 약을 처방하는 전문의들이 모여 등재 신청된 항암제의 임상적 유용성을 평가하는 목적으로 출범한 암질심은 어느 순간 재정영향을 추가로 살피게 되면서 수많은 이슈의 중심이 됐다.암질심에서 재정영향 분석이 이뤄지는 것 자체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됐으며, 심의 결과에 대한 형평성, 객관성에 대한 지적도 적잖았다. 그러나 암질심의 운영은 결과 공개 외 큰 변화는 없었고 그 힘은 점점 막강해졌다. 정부에겐 '약을 쓰는 의사들이 안 된다는 데 뭐가 문제냐'란 명분을 줬을 터이고 위원으로 선정된 의사들은 제약회사의 최우선 관리 대상이 됐다.최근에는 위원 구성을 놓고 논란이 발생했다. 고형암 전문가의 비중이 높아 혈액암 약제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즉 혈액암 약제를 심사하는데, 이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는 고형암 전문의들의 심사 비중이 크기 때문에 제대로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단 얘기다. 실제 대한혈액학회 및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는 심평원에 별도의 혈액암 심의위원회 구성을 요구했지만 심평원은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평가의 전문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암질심은 작년 위원회 구성에서 직접적 이해관계자를 배제했다. 해당 약물의 임상 연구에 참여한 의사들은 당일 위원회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목적 자체로 보면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처치였다. 다만 그 이해관계자의 범주에 4상이라 불리는 PMS에 참여한 의사들까지 포함되면서 위원회의 구성이 해당 약물에 대한 전문성을 답보할 수 없는 상황까지 내려가 버렸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의사는 재정전문가가 아니다. 말 그대로 의학의 전문가다. 그래서 정부도 암질심에서 재정영향을 평가하는 당위성을 설명할 때 재정 전문가, 보건의료 전문가가 추가로 위원회에 포함된다는 설명을 내놓는다. 그렇다면 암질심에서 의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정말 그 약이 의학적으로 필요하고 임상 결과가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알려주는 것이다.전문성이 떨어지면 전문가위원회가 이미 아니다. 다른 약도 아니고 암 환자들이 투약을 기다리는 신약이다. 투명성을 위한 배제도 혈액암과 고형암의 비중도 전문성 결여를 야기해선 안 된다. 수많은 이들이 바뀌어야 한다는 데, "문제 없다"는 답변엔 전문성이 담겨있는지 생각해 봤으면 한다.2023-02-01 06:00:00어윤호
오늘의 TOP 10
- 1무상드링크에 일반약 할인까지…도넘은 마트형약국 판촉
- 2실리마린 급여 삭제 뒤집힐까...제약사 첫 승소
- 3췌장 기능 장애 소화제 국산 정제 허가…틈새시장 공략
- 4임상 수행, 사회적 인식…약국 접고 캐나다로 떠난 이유
- 5안과사업부 떼어낸 한림제약…'한림눈건강' 분할 속내는
- 6대웅 '엔블로', 당뇨 넘어 대사·심혈관 적응증 확장 시동
- 7비상장 바이오 투자 건수↓·금액↑...상위 6%에 40% 집중
- 8'엘라히어' 국내 등장…애브비, ADC 개발 잇단 성과
- 9인천 부평구약, 40년만에 분회 회관 리모델링 완료
- 10"현장 소통 강화를"…은평구약, 전 회원 약국 방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