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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무릎꿇은 특례상장 기업과 K-바이오의 위기[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지난달 31일 셀리버리 정기 주주총회.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가 주주들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회사의 상장폐지 위기로 성난 주주들을 달래기 위한 행동이었다. 그는 "회사 정상화에 목숨을 걸겠다"고 호소했다.이 회사는 지난 2018년 '성장성 특례상장 1호 기업'으로 코스닥에 입성했다. 2020·2021년 제약바이오주가 고공 행진할 때 회사의 주가는 10만원 이상으로 치솟았다. 그러나 2021년 중순부터 급락을 반복했고, 현재는 6000원대로 내려앉았다.올해 들어선 상장폐지 사유까지 발생했다. 지난달 23일 셀리버리 외부감사인은 이 회사의 지난해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 의견으로 '의견 거절'을 제시했다. 대주회계법인은 셀리버리의 유동성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작년 말 기준 이 회사의 유동부채는 551억원으로, 유동자산 300억원보다 많아 자본 잠식이 발생했다.개별 기업의 문제일까. 제약바이오업계 일각에선 특례상장 바이오기업의 '태생적 한계'라는 지적이 나온다.성장성 특례상장은 말 그대로 기업의 성장 가능성에 높은 가산점을 주는 상장 제도다.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가 기술력과 성장성을 판단해 잠재력이 높다고 추천하면, 상장 요건 중 수익성과 매출 기준이 완화된다.상장 당시에 적자를 내거나 매출이 없는 기업이라도 증권사가 일종의 보증을 하면, 상장이 가능해지는 구조다. 특례상장 기업은 상장한 해를 포함해 5년 간 관리종목 지정이 유예된다. 5년 간은 매출이 없어도, 적자가 지속돼도 치명적인 문제는 없다는 것이다.문제는 그 이후다. 5년이 지나도 매출이 30억원 미만(별도기준)이거나, 4년 연속으로 영업손실이 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사업연도 말 또는 반기 말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일 때도 관리종목이 된다. 이 같은 상황이 1년 더 지속되면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셀리버리는 약물을 세포에 전달하는 기술인 '약리물질 생체 내 전송기술(TSDT)'로 잠재력을 보증받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기술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임상 단계에 돌입한 셀리버리의 파이프라인은 코로나19 치료제 하나 뿐이다. 이마저도 개발 성공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유망 후보물질 발굴이 지지부진하면서 셀리버리에게 주어진 5년의 시간이 모두 흘렀다. 다급해진 회사는 당장의 매출을 위해 화장품 사업으로 눈을 돌렸지만, 이마저도 신통치 않았다. 이 과정에서 셀리버리의 적자는 누적됐다. 이 회사의 적자는 2018년 41억원에서 지난해 386억원으로 확대됐다.제약업계에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내년 이후로 제2, 제3의 셀리버리가 나올 것이란 우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5년 제도가 도입된 이후로 작년 말까지 171개 업체가 낮아진 문턱을 넘어 주식시장에 입성했다. 이 가운데 바이오기업의 비중은 압도적이다. 171곳 가운데 60%인 103곳이 바이오기업이다.특례상장은 2018년 이후 본격화했다. 직전년도까지 10건 내외였던 특례상장 건수가 2018년부터 20건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로부터 관리종목 지정 유예 기간인 5년이 도래하는 시점이 내년이다. 잠재력을 인정받아 주식시장에 입성한 바이오기업들의 위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이란 우려가 고조된다.상당수 바이오기업이 셀리버리와 비슷한 처지일 것으로 추정한다. 작년 재무제표상 매출이 30억원 이하이거나 영업손실이 지속되는 기업이 한둘이 아니라는 의미다. 위기를 겪는 기업이 늘어날수록 제약바이오업계 전반에 대한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위기가 한꺼번에 몰려오기 전에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상장주관사와 투자자들은 '성장 가능성' 혹은 '잠재력'이란 단어로 지나치게 낙관적인 미래만 내다보지 않았는지 반성할 필요도 있다. 나아가 특례상장 요건 전반에 대한 검토도 뒤따라야 한다. 아무렴 위기가 닥칠 때마다 대표가 무릎을 꿇을 순 없지 않은가.2023-04-05 06:17:44김진구 -
[칼럼] 서비스와 세일즈콘텐츠, 약사와 소비자들[데일리팜=정석원 이사 기자] 사라 페너의 소설 '넬라의 비밀약방'(원제: The Lost Apothecary」에서 약국장 넬라는 ‘남편을 죽이길 원하는’ 여자를 위한 약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그녀는 자신이 누구를 죽이고 싶어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지난 20년간 완벽하게 갈고 닦은 나의 본능이 그녀의 요구에 가장 적합한 처방은 바로 마전자(근육경련을 일으키는 독성의 나무) 씨앗을 주입한 달걀임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어느 일요일 아침, 홍대앞에 위치한 나이키 매장 앞에는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젊은이들이 아침부터 길게 줄지어 서 있습니다. 근처 애그 드랍 앞에는 샌드위치를 먹기 위해 다양한 피부색의 여행객들이 좁은 길가에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낡은 건물에 주차장도 없고 간판도 잘 보이지 않는 이비인후과에는 대기 환자들이 아래층 복도까지 줄 서 있습니다.‘임대 문의’가 붙은 공실 상가가 많은 요즘 제 눈길을 끌었던 인상깊은 매장들의 모습입니다. 나이키, 애그 드랍, 이비인후과 매장은 소비자들의 니즈(Needs)를 명확히 파악하고 제공했습니다.나이키는 한정판 제품을 원하는 나이키 팬들의 구매 니즈를, 에그 드랍은 홍대근처를 방문한 여행객들의 아침식사 후 필수 인증샷이라는 니즈를, 그리고 4층 이비인후과는 일요일에도 문을 열어 환자들의 휴일 치료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켜줬습니다. 이러한 소비자 만족은 판매(Sales)와 수익(Profit)으로 이어집니다.이 내용을 약국에 한번 적용해 보겠습니다. 먼저 약국을 찾는 소비자의 특성을 생각해보기로 하겠습니다.약국(약사)의 서비스를 찾는 소비자는 일반적인 소비자와는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첫 번째, 이들은 반건강인에 속할 확률이 높습니다. 반건강인이란 일본의 ‘건강과 영양식품협회’에서 의약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를 분류한 유형 중 하나로서, 건강상태는 보통이나 관리는 부족한 편이고, 만성적이진 않지만 때때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의 사람들을 일컫습니다. 즉, 현재의 건강 상태는 나쁘지 않으나 관리하지 않으면 장래에 건강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소비자인 것입니다.둘째, 이들은 의약품에 관해 정보의 비대칭성(informational asymmetry)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보의 비대칭성이란 소위 ‘소비자 무지’로 인한 소비와 가격에서의 비시장적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경제행위의 두 당사자 중 한쪽은 객관적인 사실을 알고 있거나 상대방의 행위를 관찰할 수 있는데 반해 다른 한쪽은 이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경우를 말합니다. 특히 의료서비스의 경우 이러한 ‘소비자의 무지’가 두드러짐을 알수 있습니다.위의 두 가지 특징을 종합한다면 약국을 방문하는 소비자는 명확한 목적성(니즈)은 있지만 해결방법을 모르는 소비자일 확률이 높습니다. 약국을 ‘잘’ 경영하기 위해서는 약국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맞추어 세일즈와 수익이 발생되는 콘텐츠를 제공해야 합니다. 이러한 콘텐츠를 ‘세일즈콘텐츠’ 즉, 지역약국에서 ‘실질적인 세일즈’를 일으키는 ‘구체화된 콘텐츠들의 조합’이라고 정의해보겠습니다.친절하고 전문적인 약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약국이어도 세일즈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해당 약국의 약료 서비스는 ‘세일즈콘텐츠’라고 할 수 없습니다. 세일즈콘텐츠는 단순히 ‘좋은 서비스’를 넘어서는 ‘매출’을 일으키는 그 약국만의 ‘강력하고 구체적인 콘텐츠의 조합’입니다.성공적인 지역약국의 세일즈콘텐츠 사례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스웨덴의 보르다포테케트 약국은 독특한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통해 세일즈콘텐츠를 개발했습니다. 약국의 실내 디자인을 신체 내부기관으로 형상화하였고, 알록달록하고 비비드(vivid)한 컬러를 사용함으로써 일러스트레이션이 징그럽게 보이지 않게 했습니다. 이는 약국에 들어온 소비자들의 눈에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잘 보이게 하는 역할을 하였고 또한 약국을 찾는 소비자에게 활기찬 에너지를 제공합니다.또한 독특한 인테리어 디자인을 통해 약국내 공간을 상품 구매의 공간과 약사와의 상담 공간으로 나누어 보이게 하여 소비자의 편의를 제공하였습니다. 보르다포테케트 약국은 자신들만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함으로써 지속적인 고객의 방문과 세일즈를 유도한 사례입니다.“나는 여자들만 도와주었다. 여자들에게 안전한 피난처이자 치유의 ‘공간’을 제공해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 자신의 병을 솔직하게 말하고 약점을 드러낼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겠다고 넬라는 다짐했다.”소비자의 비밀스러운 니즈를 알아채고 그에 맞는 해결책(치명적인 독)을 제공하는 넬라 약방!소비자의 상황에 맞는 상담을 위한 별도의 공간을 제공하는 넬라 약방!소비자가 편안한 시간에 항상 문을 열어주는 넬라 약방!지역약국을 찾는 소비자는 자신의 건강을 회복, 유지하기 위한 ‘약’을 원하지만, 넬라 약방을 찾는 소비자는 자신이 반드시 죽이고 싶은 사람에게 사용할 ‘독’을 원한다는 면에서 상반된 니즈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그러나 지역약국의 소비자도, 넬라 약방의 소비자도 자신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적절한 해결책을 주는 약국을 좋아한다는 면에서는 같습니다. 비록 판타지 소설 속의 약국이지만, 넬라 약방의 소비자들은 반.드.시. 구매를 하고 돌아갑니다. 넬라의 약방에는 ‘특별한 세일즈콘텐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여러분의 약국에는 어떤 세일즈콘텐츠가 있습니까? 아니면 어떤 세일즈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필자 약력 - 고려대 문화콘텐츠학과 박사과정 졸업- 논문: 지역약국(Community Pharmacy) 활성화를 위한 세일즈콘텐츠 개발 연구- 부광약품 마케팅 이사- 서비스 콘텐츠 및 헬스 커뮤니케이션 등 연구2023-04-04 14:31:48정석원 이사 -
[기자의 눈] 혁신약 약가우대, 제정시점 못박을 때[데일리팜=이정환 기자]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국회를 향해 혁신형 제약사가 만든 의약품의 약값을 다른 약 보다 우대하는 규정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2월 복지부 출입 전문기자협의회 간담회에서 박민수 차관이 혁신신약, 필수약에 대한 구체적인 약가우대를 담은 약가제도 청사진 개선 의지를 명확히 드러낸 것과 같은 맥락이다.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소위에서 박 차관은 혁신 의약품 우대 정책을 확실히 만들테니,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 한 혁신형 제약사 제조 의약품 약가우대 강행 입법을 통과시키지 말고 심사 보류해 줄 것을 요청했다. 당시 표현을 빌자면 박 차관은 "(제약산업육성·지원특별법 내) 대통령령을 구체화하고 건강보험 약가제도 개선 정책안을 마련하겠다. 지켜봐 달라. 강행 규정 입법은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21대 국회에서 약가우대 강행 법안을 발의한 서정숙 의원과 지난 20대 국회에서 약가우대 임의 규정 법안을 처음으로 발의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가 집중되자 박 차관이 입법을 일단 멈추고 정책 시행을 확언한 셈이다.박 차관의 혁신 제약사 약가우대 하위법령 제정 약속은 지금까지 복지부가 통상마찰을 이유로 하위법령 만들기에 소극적이었던 태도와 크게 상반된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만 하다. 다만 박 차관이 구체적인 약가우대 정책 마련 시점을 제시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이제라도 하위법령 제정이 거북이 걸음이란 비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게 언제까지 정책을 만들어 공개하겠다는 정확한 시점을 못 박았어야 했다.혁신형 제약사 제조 의약품의 상한금액 가산 등 약가우대 입법은 지난 2018년 1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정부 공포됐다. 그러나 이후 4년이 훌쩍 지나도록 약가우대 실효성을 뒷받침할 하위법령 제정 작업은 채 반 보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약계의 오랜 기다림과 답답함에 공감한 서 의원이 약가우대 임의 규정을 강행 규정으로 바꾸는 법안을 낸 배경이다. 서 의원 법안에 복지위 전문위원실 역시 입법에 무리가 없고 필요성과 당위성이 인정된다는 취지로 힘을 실었다.하위법령을 위한 물밑 움직임은 있었다. 복지부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을 통해 지난 2021년 10월 '국제통상질서에 부합하는 혁신형 제약기업의 약가 지원 정책 연구'를 용역 발주한 것이다. 그러나 이 연구마저도 2022년 5월 연구결과를 발표하겠다는 당초 계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서 하위법령 공백은 지금까지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이번에는 반드시 약가우대 규정을 만들어 법제화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박 차관에게 서 의원과 남 의원이 미심쩍은 의심을 숨기지 않은 이유다. 다행히도 이번에는 박 차관 의지 표명과 함께 복지부의 실질적인 하위법령 제정 움직임이 동반되는 분위기다. 복지부는 건강보험공단, 심사평가원, 3개 제약단체와 함께 약가제도개선 민관협의체를 주관했고, 지난달 5차례 회의를 끝마치고 최종 정책안 마무리 작업과 공표를 앞두고 있다.박 차관은 약가우대 조항을 마련하기 위해 강행 규정으로 법을 바꾸더라도 복지부가 이를 지키지 않았을 때 아무런 문제가 없어 실효성이 없다고 했다. 정부 의지와 정책 방향만 확고하다면 법 개정 없이도 충분히 우대 방안을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복지부가 국·내외 제약사와 바이오 기업 의견을 고루 수렴하는 작업을 사실상 종료한 만큼 박 차관은 적어도 올 상반기 내 구체적인 약가우대 규정이 베일을 완전히 벗을 수 있도록 직접 소매를 걷어 올리고 진두지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국회 입법까지 일시정지 시킨 마당에 기약없이 하위법령 제정을 또 미룬다면 복지부가 입법부를 가벼이 여기는 게 아니냐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려울 터다.올해도 어김없이 상륙할 한여름 무더위에 앞서, 복지부의 하위법령 제정으로 약가우대 강행 규정의 국회 심사 필요성이 사라지길 기대한다. 아울러 제정될 하위법령이 5년째 기다리며 하소연을 반복했던 제약업계 갈증을 단박 해소할 만큼 실효성 있는 내용들로 빼곡하길 희망한다. 약가우대 방안 마련이란 국회가 낸 숙제를 꾸역꾸역 해내기 위한 형식적 행정이 아닌, 산업계가 진짜 원하는 알짜배기 우대 조항을 세심히 반영하는 게 중요하단 얘기다. 제약바이오산업 육성과 글로벌 블록버스터 국산 신약 창출 실현을 위해 산업계 목소리에 귀 기울여 진정성 있는 우대 방안을 수립할 때, 정책 목표 실현과 함께 경제적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여기까지가 2027년까지 연매출 1조원 이상 블록버스터 국산 신약 2개를 창출하고, 연매출 3조원 이상 글로벌 제약사 3개를 만들겠다는 윤석열 정부 제약바이오산업 육성 계획이 표어에 그치지 않기 위한 최소 행정이다.2023-04-03 15:58:49이정환 -
[기자의 눈] 신속급여 좋지만 여론 휘둘려선 안돼[데일리팜=이탁순 기자] 정부가 약제 신속급여를 위해 어느 때보다 팔을 걷어 붙이고 있다. 올해 1월부터는 중대질환 치료제나 소아 삶의 질 개선 약제 처리기간이 60일 단축돼 환자 접근성이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또한 하반기부터는 허가신청 기간부터 급여 평가와 협상을 병행하는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식약처, 심평원, 건보공단 등 약제 등재 관련 부처가 모두 참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지난주부터 시범사업에 참여할 약제 수요조사에 나선 상황이다.신약의 급여신청부터 등재까지 현행 법정처리기간은 7개월(210일)이다. 환자들의 기다림을 고려하면 법정처리기간도 길게 느껴진다.하지만 여기에 자료 보완 요청이나 제약사의 평가기간 연장 요청 기간을 포함하면 법정처리기한을 훌쩍 넘기기 다반사다.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유미영 심평원 약제관리실장도 "비용효과성 검토과정에서 보완자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약제마다 진행 속도가 다른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유 실장은 "항암제의 경우 암질환심의위원회를 거치고, 희귀암은 전문가 자문회의도 진행하면서 자료보완 등이 이어진다"며 "약제에 따라 위험분담소위원회나 경제성평가소위원회 등 각종 소위원회도 거치기 때문에 시간이 더 지연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특정약이 절실한 환자들에게 불투명한 급여 소식은 절망에 가깝다. 따라서 최근엔 국민청원 등 창구를 통해 신속급여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커졌다.청원에 동의하는 숫자가 5만명을 넘기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돼 국회가 해당 기관에 신속 급여를 권고할 수 있다.최근 타그리소, 엔허투 등 항암제가 국민청원 4만명이 넘어 국회가 심사에 나섰다. 이에 발맞춰 두 약제는 지난달 암질환심의위원회에 상정돼 타그리소는 1차 관문을 통과했고, 엔허투는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최근 국민청원을 통해 복지위 회부된 약제들이 우선 심사되고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유미영 실장도 "예외적이지만, 신속하게 평가절차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복지부와 협의되거나 간혹 국민청원 등이 제기된 약제는 좀 더 신속히 처리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이같은 분위기는 앞으로 국민청원을 통한 신속 심사 압박이 더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여론전을 통한 신속심사 트랙은 자칫 원칙과 공정에도 위배될 수 있다. 그렇지 못한 다른 약제들이 심사 후순위로 밀릴 수도 있고, 그렇게 급하지 않은 약제가 여론전에 힘입어 우선순위가 될 수도 있다.일각에서는 신속급여를 노리는 제약사가 유리한 여론을 일부러 조성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따라서 신속급여도 좋지만, 여론에 휘말려 원칙을 저버려 선 안 된다. 여론전에 의한 신속심사는 정말 특별한 경우에만 한해야 한다. 그보다는 신약 급여등재 법정처리기한을 전반적으로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국민청원에 의한 신속급여 절차도 자칫 특별대우로 비춰지지 않도록 공정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2023-04-02 14:40:46이탁순 -
[오늘약사] 친절하지 않지만 친절한 약사트윈스타, 다이크로짇, 콩코르, 아스피린, 리피토.오늘 아침에도 어머니는 한 줌의 약을 드신다. 처음엔 단순히 혈압만 140이었던 어머니는, 처음 고혈압 진단을 받으셨음에도 약을 드시지 않아 현재는 협심증까지 얻으셨다. 그 결과 혈압이 기준치보다 많이 낮아짐을 감수하고서라도 여러 가지 조절 약들을 드셔야 한다."이거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하지요? 그러면 지금 안 먹고 최대한 늦게 먹을래요."오늘도 고혈압을 처음 진단 받은 환자가 나에게 말했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과거의 어머니 생각을 하게 된다. 그 땐 내가 약학대학에 입학하기 전이라 우리 가족 누구도 혈압약을 꼭 먹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5년 정도가 지나 어머니는 간헐적으로 가슴에 통증을 호소하시기 시작했고, 뒤늦게 다시 간 병원에서는 협심증이 의심된다며 소견서를 써줬다.이제는 약사가 돼 그 때 왜 혈압약을 드시지 않았냐는 나의 질문에, 당신의 기억에는 소위 지역에서 1타라고 하는 의사 선생님은 치료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것 자체를 불쾌해 했고, 약국에서 또한 충분한 교감이 되지 않아 하루 한 번 복용법만 안내 받고 왔을 뿐이었다고 했다.이 일은 내가 약사가 되어 살아가는 데 많은 영향을 줬다.첫 진단을 받고 나이가 들면서 잘 살아오지 못해 아픈 거라 자책하며 약국 문을 들어오는 사람, 병원에서 긴 대기 시간에 지쳐서 설명을 허투루 듣는 사람, 의료진과 라포(Rapport)가 형성 되지 않아 본인이 겪고 있는 일들이 미심쩍고 당황스러운 사람. 그 어떤 경우에라도 왜 복용해야 하는지 왜 관리해야 하는지, 그러지 않으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 것인지 설명하고 이해시켜야만 하는 약사 본연의 직업 활동이 나에게는 모친에게 그러지 못했던 죄책감에 면죄부를 준다.항상 친절하면 좋지만 무조건 친절할 수는 없었다. 주차된 차를 빼러 가야 해서, 화장실을 가야 해서, 약속 시간에 촉박해서 제대로 된 복약지도를 받으려 하지 않는 사람들을 붙잡고, 그냥 그렇게 약만 드릴 수 없다고 설득하고 타이르고 다그치며 충분히 이해를 시킨다. “그래, 니가 이겼다”라는 무언의 눈빛을 보고 나서야 “한 달 뒤에 꼭 봬요”라는 말을 끝으로 나는 그들에게 ‘친절하지 않지만 친절한’ 약사가 된다. 이렇게 형성된 나와의 라포는 그들이 대사성 질환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관리하는 데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사실 나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세상의 변화가 직능의 변화를 가져옴을 막을 수 없고, 그 변화가 또 다른 발전을 가져온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하지만 지금 산업계에서 주장하는 형태의 비대면 진료, 비대면 투약은 과연 보건의료의 발전된 모습이 맞을지 환자들과 같이 웃고 화내고 호흡하며 관계를 형성하며 일하는 현장 약사로서 강한 의구심이 든다. 오히려 지금보다 사회적 비용만 더 들고 질 낮은 보건의료 서비스를 하게 되지 않을까단지 내 부모에 국한된 일은 아닐 것이다. 만성질환을 일찍 발견하지 못하거나, 일찍 발견했더라도 관리의 중요성을 교육받지 못해 병을 키우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그 사회적 비용은 또 얼마나 클까.약사에게 라이선스를 부여한 사회, 약국에서 보건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들, 심지어 같은 일을 하는 동료 약사들도 직업에 부여하는 의미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약사만이 할 수 있는 복약지도라는 것의 의미가 단순히 어떻게 먹어야 하는 것만 알려주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왜 먹어야 하며 이 약을 먹음으로써 당신에게 어떠한 일들이 일어날 것인지 자세하게 알려주는 것이면 어떨까?환자가 받은 약을 ‘정확하게 먹고 싶게’ 만드는 것 더 나아가 이를 통해 앞으로 개인이 살아가며 질병을 올바르게 치료할 수 있게 도와주고 ‘소 잃고 외양간 고쳐서’ 발생할 사회적 비용까지 줄일 수 있다면 우리를 약국 사장님, 소매업자가 아닌 선생님, 보건의료인으로 불리게 할 것이라는 것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세상이 변화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약사의 존재 의미가 될 것이다.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게 될 약사가 아닌 그 누구에게도 당당하게 약국에서 올바른 복약지도를 요구할 것을 부탁 드린다. 그것은 당신의 권리이며, 약사의 의무이다. 그 결과 만들어지는 상호관계는 약사에게도, 우리 사회의 보건의료 수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강지훈 약사 이력 경성대학교 약학대학 졸업 현 울산광역시약사회 총무이사 아름약국 운영2023-04-02 10:25:18데일리팜 -
[기자의 눈] 품절약 정의가 필요한 이유[데일리팜=이혜경 기자] 3년 만에 정부가 인정하는 품절의약품의 정의가 마련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10일 품절의약품 수급대응 민·관협의체 구성을 위한 킥오프회의를 열었고, 2주만인 지난 23일 실무협의체 1차 회의를 진행했다. 품절약 정의 마련을 위한 시계추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사실 대한약사회는 약국에서 특정의약품에 대한 공급이슈가 벌어질 때 마다 정부에 품절약 수급 정상화를 위한 대책을 요구해왔다. 처방행태든 지역별 편차든 약국들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약을 품절약이라 불렀고, 정부는 공급중단 의약품이라 했다. 정부가 가지고 있는 생산·유통 데이터를 확인하면 누군가는 품절약이라 불리는 그 약을 공급받고 있었기 때문이다.결국 지난 2019년 약정협의체를 통해 마련된 품절약 협의체의 이름도 '공급중단(장기품절) 의약품 관련 대책 수립을 위한 협의회'로 불렸다. 이 회의 장기적으로 품절약에 대한 정의를 구체화 하자고 했고, 우선적으로 환자 불편 방지와 원활한 조제·투약 서비스 지원을 위해 생산·수입·공급중단 의약품 정보를 DUR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마련된다.하지만 2020년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 감염병의 확산으로 바빠진 복지부 뿐 아니라 대면회의 등의 중단으로 공급중단 의약품 관련 대책 수립을 위한 협의회는 그대로 사라지면서 품절약을 부르는 정부와 약국 간 괴리감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상태다.지난해 감기약 대란으로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의약품 공급 안정화. 감기약은 수요보다 생산량이 적은 상황에서 발생한 품절 사태였다. 정부가 말하는 품절약의 정의에 부합한 상황이었고, 식약처는 즉각 공급 안정화를 위한 시스템을 마련해 가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약국에서 '마그밀', '둘코락스' 등을 공급 받을 수 없다면서 품절약 대책방안을 요구했지만 감기약 같은 시스템은 가동되지 않았다. 정부가 품절약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식약처는 품절약에 대한 정의를 복지부 측에서 명확히 정해준다면 감기약 대란 사태를 해결했던 방법으로 공급 안정화를 위한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품절약 대책협의체를 통해 현장에서 원하는 제대로 된 품절약 정의가 마련되길 기대해본다.2023-03-30 17:34:24이혜경 -
[기자의 눈] 극소수 환자만 쓰는 표적항암제의 수용[데일리팜=어윤호 기자] 같은 '암'인데 다르다. 해당 암 안에서도 극소수의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신약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우리가 부르는 간암, 위암, 폐암 등 암종들은 단순한 대분류일 뿐, 사실은 세부적으로 분류된다. 동일한 장기에서 비롯된 종양이라 하더라도, 이 세부 분류에 따라 치료의 난이도가 다르며 환자 수 역시 다르다.이미 정밀의학의 발전은 '유전자'로 약물의 처방기준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그야말로 맞춤형 의료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현실로 다가왔지만 아직은 낯설다. 암종에 상관없이 유전자 변이만 확인되면 효능을 발휘하는 이들 첨단 표적항암제들에 대해 우리나라는 아직 수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기존에 등재된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들 역시 급여 확대 과정에서 적잖은 고비를 겪고 있다. 약 자체가 비싸기도 하지만 하나의 약이 쓰임새가 늘어나면서 다시 가치 평가를 진행하고 사용량을 예측해야 한다. 이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를 지탱하고 있는 큰 틀이기도 하다.다만 최근 개발된 신약들의 특징 중 하나는 해당 환자 수, 즉 특정 유전자 변이가 확인되는 숫자 자체가 상당히 적다. 즉 신약을 처방할 수 있는 대상 자체가 많지 않다.우리나라 전체 고형암에서 이런 희귀 유형의 환자는 1% 미만이고, 진단해 내는 효율을 보자면 200명이 못 미친다. 더욱이 이 같은 유형의 환자들은 전형적인 표준치료(기존 약제)가 잘 듣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설명이다.그렇기 때문에 최근 업계에선 이제 희귀질환의 정의를 재정립 해야 한다는 목소리고 적잖다. 질환 자체의 환자 수가 아닌 치료 옵션에 해당하는 환자 수를 반영해야 한다는 얘기다.물론 이는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그러나 쓰임새는 늘고 타깃은 축소되는 지금의 표적항암제들을 어떻게 보험급여 내에 들일 지 고민할 때가 왔다.우리의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현 제도를 통해 논의가 어려워지는 항암제가 증가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에 대한 고민 말이다.2023-03-30 06:00:25어윤호 -
[모연화의 관점] "다른 사람도 그렇게 해요"...메시지 전략(27)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는 차라투스트라(Zarathustra)를 통해 규범(norm)을 거대한 용으로 은유했다. 용은 "너는 해야 한다"는 천년 묵은 가치를 비늘마다 금빛으로 빛내고 있었다. 규범의 거대함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규범은 법, 제도와 같은 원칙만이 아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결정할 때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본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어떤 행동을 하기 전에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또는 주변 사람들이 그 행동을 기대하는지 판단을 한다. 이것을 인지행동 이론에서는 주관적 규범(subjective norm)으로 정의한다.청소년기 또래 문화가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가령, 반항하는 것을 멋지다고 여기는 또래가 주위에 많다면 그 아이는 반항에 관한 긍정적인 느낌을 받는다. 부모님이 아이 주변에 좋은 친구들이 많기를 바라는 것은, 이러한 주관적 규범의 힘을 알기 때문이리라.사회적 상호작용을 하는 인간은 주관적 규범의 영향을 생각보다 크게 받는다. 집단주의 문화 성향을 지닌 공동체 혹은 '우리'를 강조하는 조직에서 더더욱 그렇다. 이를테면, 예비군복만 입으면 껄렁해진다거나 흡연율이 높은 조직원이 되었을 때 흡연의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 주요 예시이다.가족 역시 개인의 주관적 규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가령 부모의 윤리적 잣대, 성 감수성, 건강 습관 등은 가족 구성원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실상,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규범은 내가 속한 작은 환경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한 개인을 설득하고자 할 때 개인이 속한 공동체의 규범을 확인하는 것은 중요하다.예를 들어, 청소년 금연 캠페인을 생각해 보자. 보통의 금연 캠페인은 공포 소구를 활용해 미래에 있을 위험을 묘사하고, 지각된 심각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메시지 전략을 도출한다.하지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금연 캠페인의 경우에는 또래의 주관적 규범을 확인하고, 그것을 교정해나가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왜냐면 아이들은 미래에 대한 걱정을 기반으로 현재의 행동을 교정하겠다는 동기가 약하기 때문이다.그래서 '노담 캠페인'이 탄생했다. 친구를 위해 노담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구성, "나는 네가 노담이면 좋겠어"라는 메시지는 담배를 피지 말라는 흔한 훈화가 아니다. 그저, 또래의 잔잔한 너를 위함이다. 이 캠페인은 청소년기 담배에 관한 주관적 규범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글로벌 소셜 미디어들이 코로나 백신 인증 공유를 독려하며, 프로필 전환 서비스를 실행한 사례도 대표적인 주관적 규범 설득 전략이다. 내 주위 사람들이 백신에 맞았다는 사실 인증, 그리고 그것을 뿌듯하게 알려주는 행위는 백신에 관한 주관적 규범을 긍정적으로 바꾸어 백신 행동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앞서 설명한 대로, 우리성(we-ness) 역시 대표적인 주관적 규범이다. 이에, 많은 건강 메시지는 '우리'를 강조한다.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혹은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 착용을 독려하는 것, 타인을 배려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침이 나올 때 팔꿈치 안쪽에 하라는 예의 캠페인 메시지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한편, 주관적 규범 형성에는 세계관도 한 몫 한다. 만약 위계적 세계관을 가졌다면 스스로가 인정하는 계층의 규범에만 선택적으로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반면, 수평적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은 나와 같은 사람들 즉, 일반 시민의 행동에 더 반응하게 된다.예를 들어 MZ 세대의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나 어다행다(어차피 다이어트할 거 행복하게 다이어트하자)와 같은 해시테그 같은 것을 공유하는 것은 수평적 자기관을 기반으로 공동체와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주관적 규범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협조적이며 타인과의 유대를 중시하는 수평적 자기관은 '스스로, 그리고 함께' 건강 행동을 하게 한다.정리하자면, 인간은 타인의 생각을 미루어 짐작한다. 아울러, 주관적으로 인식된 규범을 실제 행동에 투영한다. 그래서 누군가를 설득해야 할 때는 그 사람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인정할 만한 주관적 규범을 명분으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 주위 사람들이 다 인정할 만한 규범일 때, 행동은 힘을 받는다.2023-03-29 14:59:40데일리팜 -
[기자의 눈] 일성신약 사옥이전과 제2의 도약[데일리팜=이석준 기자] 일성신약이 과천 시대를 개막한다. 이달 31일 과천지식정보타운으로 본사를 이전한다.일성신약을 시작으로 경동제약, JW중외그룹, 안국약품, 광동제약 등이 차례로 과천에 입성한다. 경기 판교, 인천 송도, 충북 오송에 이은 새로운 제약바이오 클러스터다.일성신약은 과천 본사 이전을 위해 510억원을 투입했다. 지난해 영업이익(13억원)의 약 40배에 달하는 금액이다.과감한 투자는 미래를 내다본 움직임이다.회사는 클러스터 조성으로 4차 산업혁명 핵심인 보건의료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새 성장 동력을 책임지는 인재들이 창의적으로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계획이다. 과천은 강남에 인접해 인재 확보에 용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일성신약은 과천 시대에 맞춰 지속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본사 이전과 함께 그간의 보수적 이미지 변화를 던지고 새로운 일성신약을 만들고 있다.윤석근 일성신약 회장은 지난해 5월 회장으로 취임했다. 2015년 부회장으로 선임된 지 7년 만이다.윤 회장은 '새로운 일성신약'을 선언했다. 대대적 시스템 변화로 5년 후 1500억원대 중견제약사 도약을 약속했다.약속은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다. 보수적인 경영 방식을 벗어 던지고 다양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국내외 제약사와 제휴도 늘며 제품 라인업도 풍부해지고 있다. 경영 극대화를 위해 M&A 등도 고려하고 있다. 김규항 사장(전 전 Air Product 전무), 김병조 전무(약학박사, 전 신풍제약 개발본부장) 등 인재 영입도 이뤄졌다.실천은 실적으로 연결됐다. 회사는 지난해 순이익만 105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물산 주식 투자 관련 이익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은 3년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매출은 전년 400억원 초반대에서 단숨에 600억원을 돌파했다. 매출 증가로 수익성이 개선되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했다.통 큰 주주친화 정책도 내놓았다. 일성신약이 297억원 규모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주당 2만원이다. 회사는 5대1 주식분할도 결정했다. 얼마 전에는 150억원 규모 자사주 취득 계약도 맺었다. 잇단 주주친화 정책이다.최대주주의 자사주 취득으로 지배력도 강화했다. 이를 통해 윤석근 회장 지분율은 15.59%까지 올라갔다. 황금낙하산 조항을 신설하며 적대적 인수합병 방어 수단도 마련했다. 향후 사업 지속성을 위한 조치들이다.일성신약은 1년 간 일련의 변화를 통해 과천 시대 개막을 위한 사전 예열을 마쳤다. 사옥 이전을 통한 비전 수립도 설정된 상태다. 윤석근 회장의 중견제약사 도약 포부가 과천에서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질지 주목된다. 변화를 위한 도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2023-03-29 06:00:08이석준 -
[기자의눈] '글로벌신약 개발 목표' 속도전 주의해야[데일리팜=황진중 기자] 정부가 '제3차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에서 매출 1조원 이상을 기록하는 블록버스터급 신약을 누적으로 3개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중점과제로 전략적 연구개발(R&D) 투자를 선정했다. 신약 개발에 있어 민관 R&D 투자를 대폭 확대한다고 계획했다. 세부 지원책을 보면 정부는 글로벌 신약 개발 10개 목표로 5년 간 민·관 합동 총 25조원 R&D 투자를 추진할 예정이다.정부는 또 올해부터 오는 2027년까지 누적 정부 R&D 4조원, 민간 R&D 21조원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범부처전주기신약개발사업의 성과를 이어받은 국가신약개발사업에 기반을 두고 민·관 합동 2조2000억원을 투입해 블록버스터 신약을 1건, 2035년까지 3건을 개발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정부의 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는 긍정적이지만 신약 개발은 속도전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정부가 인식한 블록버스터 신약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0개다. 정부는 오는 2027년을 기준으로 2개를 확보할 것으로 봤다. 현 상황에서 2027년까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개발하고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품은 약물은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레이저티닙)'와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세노바메이트)' 정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렉라자는 전임상 개발이 진행되던 지난 2015년 7월 제노스코·오스코텍으로부터 유한양행으로 기술이전 됐다. 이후 2018년 11월 유한양행으로부터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존슨(J&J)의 자회사인 얀센으로 한 차례 더 기술이전 됐다. 유한양행은 2021년 국내에서 비소세포폐암 2차 돌연변이에 대한 치료제로 렉라자를 조건부 허가 받았다. 전임상에서 조건부허가까지 5년 6개월 여가 소요된 셈이다.렉라자가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두각을 보일 때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판권을 보유한 얀센은 비소세포폐암에 대한 적응증으로 렉라자의 단독 투여와 '리브레반트(아미반타맙)' 병용 3상을 진행 중이다.세노바메이트는 지난 2001년부터 기초 연구를 시작으로 임상과 인허가 과정을 거쳐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 첫 연구부터 규모가 큰 미국 의약품 시장 진출까지 18여년이 소요됐다. 지난해 세노바메이트 미국 매출은 1692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했지만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지난해 매출 184억 달러(약 24조원)를 기록한 모더나의 코로나19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도 1년여만에 개발에 성공했다고 칭송받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모더나의 코로나19 mRNA 백신은 인공 리보핵산(RNA) 연구 30여년, mRNA를 보호하는 지질나노입자(LNP) 개발 20여년, 모더나 자체 연구개발 10여년이 더해진 산물이다.정부는 제약바이오 산업을 '저성장 시기 미래 먹거리', '일자리 확보 핵심 분야', '감염병 등 질병 극복과 국민 건강보장을 위한 국가 필수 전략산업'으로 인식했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글로벌 임상시험비 지원 등 R&D 지원책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화학, 생명공학 등 기초연구 분야 지원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2023-03-28 06:18:02황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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