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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의정 강대강 대치에 자취 감춘 약사 현안[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정부와 의료계 간 강대강 대치가 지속되는 가운데 약사사회 핵심 현안들이 자취를 감췄다.비대면 진료는 전면 확대하지만 약 배송은 제한하겠다는 정부 발표 이후 약사회는 당장 안도하는 한편, 현 상황을 관망하겠다는 쪽으로 노선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대형 상급종합병원 중증 환자 수술, 진료 지연이 당장의 문제인데 엉뚱하게 경증 환자 위주 비대면 진료 전면 확대 카드를 꺼내든 정부 방침에 대해서도 약사회는 별다른 입장이 없었다.오히려 약사회는 정부 발표 직후 회원 약사 공지를 통해 비대면 진료에 따른 처방 조제에 적극 협조해 줄 것을 당부하고 나섰다.약사회는 해당 공지에서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비대면 처방 조제 시 대면투약 원칙을 준수하고 철저한 복약지도와 약료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비대면 진료 및 약 배송 요구 확대라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해당 공지에는 정부의 일방통행 식 정책 추진에 대한 비판이나 현행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 대한 약사회 입장은 담기지 않았다. 오로지 정부의 약 배송 추진을 막기 위한 회원 약사들의 협조만 종용할 뿐이었다.이 상황을 바라보는 약사들은 혼란스럽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현 보건의료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난감하다는 것. 의료계는 물론이고 약사회도 그간 끈질기게 반대해왔던 비대면 진료가 눈앞에서 뚫렸는데 이 상황을 지적하거나 이해시키는 주체가 없기 때문이다.약사들은 의료계는 현재 직을 내놓을 만한 절체절명의 이슈에 매몰돼 있다지만, 약사사회는 왜 지금의 상황에 침묵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도 했다.나아가 그간 약사회가 주장해 왔던 성분명처방, 처방 리필제, 공적전자처방전 도입이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이 시점에 약사회는 왜 이 부분을 정부에 요구하거나 여론화하지 않는지도 의문이라는 지적도 틀린 말은 아니다.오늘(28일)은 1년 만에 돌아오는 대한약사회 정기대의원총회가 있는 날이다. 전국 약사 대의원이 한자리에 모이는 귀중한 시간이기도 하다.수많은 회원 약사들이 궁금해 하는 현 상황들에 대해 대의원들은 책임감을 갖고 질의하고 또 약사회 집행부의 답을 얻어 전국 회원 약사들을 이해시키고 납득시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2024-02-27 18:06:26김지은 -
[기고] 약사회는 PIT3000·PM+20 개방하라[데일리팜=박정관 약사 기자] 2000년도 의약분업 시행으로 처방약을 조제하는 모든 약국은 보험 청구를 위해 약국 청구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386세대 약사들로 구성된 대한약사회 정보통신위원회를 주축으로 PM2000이라는 프로그램이 탄생했고 무료로 약사 회원들에게 배포되었습니다. 오랫동안 PM2000은 대한민국 약사들이 새로운 의약분업이라는 환경에 잘 적응하도록 중추적인 역할을 하였고, 대한약사회의 귀중한 자산이 되었습니다.그러나 현재 PM2000의 후속 버전인 PharmIT3000과 PM+20은 독보적인 국내 1위에서 점유율이 40%대로 떨어지고, 신규 가입도 10%내외로 감소하는 등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약정원은 약사들이 프로그램을 탈퇴하는 이유로 프로그램 노후화와 개발자 채용의 어려움으로 인한 유지 관리보수의 어려움 등을 꼽았습니다.저는 대한약사회 약정원 PharmIT3000이나 PM+20이 경쟁력을 높여 예전의 명성을 찾고 약사들이 다시 찾게 만들려면 무엇보다 개방형 플랫폼으로의 전환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약사의 역할을 확대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혹여 약국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로 인해 약국 생태계 확장은 뒤로 한 채 권한?을 엉뚱하게 쓰거나 엄격하게 제한하거나 모든 것을 내가 다하겠다는 폐쇄적인 정책으로 간다면 약정원 프로그램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오늘날 Apple의 iPhone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iPhone용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배포할 수 있도록 App Store API를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iPhone을 다양한 타사 앱을 갖춘 다용도 플랫폼으로 변화시켰고, 결과적으로 iPhone의 생태계는 크게 확장되어 오늘날에 이르렀습니다.온라인 서점에서 출발한 Amazon 또한, 정보통신기술(ICT)과 물류 인프라를 외부로 개방했기에 현재의 글로벌 물류 및 기술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즉 외부 파트너가 Amazon의 AWS(Amazon Web Services)를 활용해 애플리케이션을 호스팅하고, 데이터를 저장하고, 다양한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제3자 판매자가 Amazon의 잘 확립된 물류 및 ICT 역량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 오늘날 전세계 비즈니스와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입니다.1970년대생까지 약사라면 '팜스넷'이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것입니다.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의약품은 유통과 판매가 엄격하게 제한된 품목이었기 때문에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지 못했으나 관련 규제가 풀리면서, 2000년도 국내 최초 의약품 온라인몰인 ‘팜스넷’이 탄생했고, 팜스넷은 의약품 온라인몰의 대명사가 되어 수많은 약국들이 이용했습니다.하지만 팜스넷의 명성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무료배송, 낱알 반품, 할인 등 다양한 서비스와 변화를 제공하는 대웅제약의 '더샵', 한미약품의 'HMP몰', '바로팜' 등 경쟁업체들이 시장에 진출했고 치열한 경쟁과 혁신 속에서 팜스넷은 점차 밀려 이제는 순위조차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저는 팜스넷이 쇠퇴한 이유를 시장 변화에 맞춰 '플랫폼화'를 수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플랫폼화는 나 혼자 모든 것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참여자(사용자, 업체, 개발자)들이 함께 모여 상호작용할 수 있는 무대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다양한 참여자들이 각자 얻고자 하는 가치를 거래할 수 있고 상호 작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져, 궁극적으로 플랫폼의 가치는 점점 커지게 되고, 관련자 뿐만 아니라 해당 산업 또한 성장하게 됩니다.약정원 청구프로그램을 개방하여 약사 역할을 확대하거나 약국경영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과 앱이 연결되어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더욱 성장하고 가치있는 플랫폼이 되어야 합니다.총 4편에 걸쳐 현안 문제인 약배달, 대한약사회 PPDS, 화상투약기, 약정원 프로그램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 드렸습니다. 결론적으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첫째, 우리 약국은 전통적인 대면 서비스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것 둘째, 현재 우리 약국 상황이 녹록지 않아 자칫 약사 역할이 단순한 약 조제·판매로 축소될 위험이 있다는 것입니다.비대면 투약 등 비대면 서비스를 적극 수용하고 화상투약기, 정부 주도 공적처방전달시스템 구축 등 디지털 기반 도구를 활용해 약사의 역할을 확대하는 미래지향적인 시각이 반드시 필요합니다.아울러 이제라도 현안 문제점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대안과 전략을 짜고 실천해야 하며, 이러한 중대한 시점에서 대한약사회는 리더로서의 역량을 다해 주기를 바란다는 것입니다.제 얘기들이 일부 불편한 부분도 있었을 줄 압니다. 다만 이런 얘기도 허심탄회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또 저의 생각입니다.이제라도 우리 약사들은 100년 대계를 생각하며 큰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약료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기술을 수용하고 진화하는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는 것은, 약사의 역할을 확장하기 위한 필수 단계입니다. 이러한 노력이 약국 발전을 주도하고 국민 건강에 헌신하는 진정한 약사의 길을 열어 줄 것입니다. 필자약력 -영남대 약대 졸업-DRxSolution 대표이사-약국체인 위드팜 부회장2024-02-26 11:12:31박정관 약사 -
[기자의 눈] 현안 넘치는데 또 반나절 약사회 총회인가[데일리팜=강혜경 기자]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 품절약, 화상투약기, 한약사 문제 등 약사사회 현안이 발에 차일 만큼 넘쳐나고 있다. 올해 1월과 2월 진행된 분회, 지부 단위 정기총회에서는 비대면 진료와 품절약 문제에 대한 불만과 대책 마련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대한약사회 정기대의원총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일 년에 한 번 있는 정기총회는 지난해 회무에 대한 결산과 함께 올 한해 예산과 사업계획을 점검하고 나아가 각급 약사회에서 제기됐던 현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심도 있는 논의를 하는 자리다.특히 의대정원 증원 문제로 시작된 비대면 진료 전면허용으로 인한 약국가의 혼란은 여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다.'복지부 장관이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기간'에는 별다른 규제 없이 모든 의료기관에서 24시간 비대면 진료가 가능해진, 초법적 시범사업이 타당하냐는 지적부터 약사회의 대응이 없다는 지적까지 잇따르고 있다.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확대와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으로 인해 민간 플랫폼에 개별적으로 제휴하는 약국 역시 늘어나고 있다. 민간 플랫폼을 통한 비대면 진료가 불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약사회 역시 PPDS에 적극 협조하라는 식으로 안내하고 있다 보니 민간 플랫폼과 PPDS를 동일선상으로 생각하는 약국도 생겨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실천하는약사회는 정부의 비대면 진료 전면허용에 반발하며, 대한약사회에 명확한 입장을 밝혀줄 것을 촉구했다.이들은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는 리더와 혼란 속에 퍼져나가는 각자도생의 행동들이 있다. 리더십 부재 속에 대한민국 약사들은 분열돼 가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대회원 지침을 다시 정비하고 중앙으로 힘을 집결시키도록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라"고 주문했다.지난해 총회는 약학정보원의 총회로 인식되리만큼 '약사사회 현안과 회원 민생에 대한 현안이 실종됐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올해는 방향성을 고민해야 하는 시급한 현안이 지난해 보다 늘었다.부디 "5시에 기차표를 예약했다", "시간이 부족하니 스톱워치를 켜놓고 발언하겠다"는 식의 반나절짜리 회의가 아닌, 약 배송에 대한 대국민적 요구를 어떻게 설득해 나갈 것인지, 균등배분 이외 품절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한약사 개설 약국의 화상투약기 설치와 약국 개설·난매·조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등을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회원을 대표해 참석하는 대의원, 약사회 집행부 임원 모두 귀한 시간을 쪼개 함께하는 자리인 만큼 약사사회 전략을 세우는 내실있는 회의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2024-02-26 09:54:58강혜경 -
[기자의 눈] 시범사업 치트키 남용하는 정부[데일리팜=정흥준 기자]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전면 허용됐다. 정부는 전공의 파업으로 보건의료재난 위기단계가 ‘심각’하기 때문이라는데, 결국 ‘복지부장관이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기간’에는 별다른 규제 없이 모든 의료기관에서 24시간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코로나로 한시적 허용됐던 비대면 진료는 벌써 5년차에 접어들었고, 작년 6월 본격적인 시범사업 이후로도 수차례 지침 개정이 있었다.특히 이번 전면 허용에서는 정부 의자와 그럴듯한 명분과 문구만 있다면 초법적 시범사업은 언제라도 확대 또는 변경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약사들이 시범사업 지침에 약 배송 추가를 우려하는 것도 이제는 지나친 걱정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정부는 무기한의 시범사업 치트키를 충분히 남용하고 있기 때문이다.신기술을 활용한 제품이나 서비스에 규제를 풀어주는 정부의 규제샌드박스도 2년+2년의 기간을 거치며 그 과정에서 수차례 평가를 거친다. 사업 도중에 ‘국민의 생명·안전에 우려가 큰 경우 특례를 제한’하기도 한다.유일하게 비대면 진료에 대해서만 정해진 기한도 없이, 명확한 평가 로드맵도 없이 오로지 법 개정을 향해서만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인 근거나 사회적 공감 없이 정부의 선택에 따라 축소되거나 확대되는 시범사업은 의·약사 뿐만 아니라 플랫폼과 국민에게도 혼란을 야기할 뿐이다.특히 의·약사들은 무기력함과 혼란을 겪고 있다. 그동안 플랫폼에 제휴하지 않으며 애써 시범사업에 동참하지 않던 약사들 사이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병의원들도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으면 결제 방식에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에 제휴 기관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이처럼 급격한 변화에 회원들이 혼란스러워 할 때 약사회는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23일 약사회는 회원 안내 문자를 발송했지만 달라진 정부 지침을 전달하는 것과 PPDS를 수시로 확인해달라는 기존의 안내를 고스란히 옮긴 내용이 전부였다.개별 약사들은 달라진 시범사업에 어디까지 협조해야 하는 건지, 대면수령 원칙은 지키면서 플랫폼에는 제휴해도 되는 건지, 나아가 약사사회가 궁극적으로 정부에 요구하는 점은 어떤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약사회가 시범사업 확대에 어떤 입장을 가진 것인지, 대면수령을 지키고 규정 보완을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지, 또 정부가 생각하는 ‘심각’한 보건의료 재난 상황에서 앞으로 약사로서 어떤 것들을 요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메시지가 빠져있는 것이다.변화의 흐름에서 회원들은 각자의 판단으로 서로 다른 선택을 하고 있다. 정부의 비대면 전면 허용의 결과가 어디로 갈지는 아무도 확답할 수 없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약사회의 존재 이유를 묻는 질문이 커진다면 정부의 시범사업 확대 강행에 대한 불똥은 약사회를 향해 튈지도 모를 일이다.2024-02-25 16:15:52정흥준 -
[데스크 시선] 제약사의 실적 흥행과 체질개선[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지난해 대형 전통제약사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종근당은 작년 영업이익 2466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전통제약사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5년 연이은 초대형 신약 기술수출로 올린 영업이익을 8년 만에 경신했다. 대웅제약, 보령, JW중외제약 등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규모를 작성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고무적인 현상이다.제약사들은 뚜렷한 체질개선으로 새로운 캐시카우를 장착했다는 점이 의미있는 행보로 보인다.종근당은 작년 말 체결한 신약 기술수출 효과로 실적이 껑충 뛰었다. 종근당은 지난해 11월 노바티스와 신약 후보물질 CKD-510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면서 반환 의무 없는 계약금 8000만달러를 받았다. 한미약품은 자체개발 복합신약이 성장세를 주도했다. 고지혈증 복합신약 로수젯은 지난해 처방 금액이 1788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판매 의약품 중 전체 처방액 2위에 올랐다.대웅제약은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펙수클루가 새로운 캐시카우로 가세했고 보툴리눔독소제제 나보타는 해외 시장에서 안정적인 성장세를 지속했다. 보령은 자체개발 신약 카나브패밀리의 견고한 성장과 새로운 캐시카우 항암제의 가파른 상승세가 돋보였다. JW중외제약은 복합신약 리바로젯이 발매 2년 누적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서며 돌풍을 일으켰다.물론 작년 영업이익 1조원을 넘은 삼성바이오로직스나 높은 이익률을 지속 중인 셀트리온과 견주면 전통제약사의 실적 개선은 크게 주목받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하지만 최근 들어 정부가 규제 일변도로 의약품 시장 환경을 옥죄는 것을 감안하면 새로운 캐시카우의 발굴은 매우 희망적인 현상이다.약가제도 개편으로 시장 진입이 크게 억제됐다. 2020년 7월부터 시행된 개편 약가제도는 제네릭 제품은 생동성시험 직접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을 모두 충족해야만 최고가를 받을 수 있는 내용이다. 이때 급여등재 시기가 늦을 수록 상한가가 낮아지는 계단형 약가제도도 시행됐다. 새 약가제도를 기등재 의약품에 적용하는 제네릭 약가재평가를 시행하면서 지난해 9월 총 7355개 품목의 약가가 최대 28.6% 인하됐다. 제약사들은 적잖은 손실을 감수한 상황이다.허가 규제 장벽도 높아지면서 시장 진입 동력이 크게 꺾였다. 2021년 7월부터 개정 약사법 시행으로 하나의 임상시험으로 허가받을 수 있는 개량신약과 제네릭 개수가 제한됐다. 이른바 '1+3' 규제로 불리는 새 규정은 하나의 임상시험으로 허가 받을 수 있는 개량신약과 제네릭 개수가 4개로 제한됐다.규제 강화로 최근 전문의약품의 신규 진입 시도가 크게 축소됐다. 지난해 전문약 허가 건수는 1046건으로 전년대비 6.4% 줄었다. 2021년 1600건과 비교하면 2년 새 34.6% 감소했다. 2019년 4195개에서 4년 만에 전문약 허가 규모는 75.1% 축소됐다. 4년 전에 비해 전문약 허가 건수가 3149개 줄었다.건강보험 급여 의약품도 크게 줄었다. 지난 1월 기준 건강보험 급여목록 등재 의약품은 총 2만2889개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 2만3643개에서 1년 만에 754개 감소했다. 건강보험 급여 의약품은 지난 2019년 9월 2만2912개를 기록한 이후 4년 4개월 만에 최소 규모다. 급여등재 의약품은 지난 2020년 10월 2만6527개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며 3년 3개월만에 3638개 감소했다. 지난 3년여 간 건강보험 급여 신규 진입보다 시장 철수나 퇴출이 3638개 많았다는 의미다.정부의 허가와 약가 규제가 제네릭 난립을 겨냥했기 때문에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 대형제약사들이 시장에서 더욱 우위를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평가도 나온다.제약사들은 정부 규제 강화에도 처방약 시장에서 주력 사업을 더욱 육성하고 새로운 캐시카우를 발굴하면서 실력 체력이 더욱 단단해진 모습이다. 꾸준한 R&D 투자가 시장에서 상업적 성과를 내면서 위기에도 실적 개선을 이끄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되는 긍정적인 현상이다. 대형 바이오기업에 비해 큰 한방은 없었지만 제약사들의 동반 실적 개선이 반가운 이유다.2024-02-24 06:15:34천승현 -
[기자의 눈] 경영권 분쟁과 을사늑약[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측과 한미사이언스 측이 나란히 입장문을 배포했다. 지난 21일 한미사이언스와 OCI홀딩스 간 통합의 적법성 여부를 따지는 첫 심리가 마무리된 직후였다.그중에서도 임종윤 사장 측 입장문에서 유독 자극적인 표현들이 눈에 띄었다. 그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의 요식적 결의로 가행된 OCI홀딩스와의 밀약을 일본이 대한제국과 체결한 을사늑약에 비유하고 싶다"며 "대주주로서, 창업주의 아들로서 한미약품그룹의 추락과 멸망을 방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입장문은 언론을 통해 한미사이언스 주주와 일반 대중에 전달됐다. 많은 매체가 '을사늑약'·'추락'·'멸망'과 같은 자극적 표현을 그대로 인용했다.개인적으로는 이러한 표현들이 부적절했다고 생각한다. 표현 수위가 높아서가 아니다. 이러한 자극적 표현이 임종윤 사장 측에겐 오히려 긁어 부스럼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물론 글 전체의 맥락은 한미사이언스 현 경영진의 기습적인 계약 체결을 비판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극적인 표현들로 인해 이러한 의도가 퇴색했다. 선대회장의 유지를 잇겠다는 진심 어린 호소도, 주주와 임직원의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다짐도 자극적 표현에 가려져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반면 한미사이언스는 "OCI홀딩스에 대한 신주발행은 재무구조 개선과 R&D 재원확보 등 경영상 목적 달성을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임종윤 사장 측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긴 했지만, 그 표현은 "일고의 가치가 없다"거나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정도에 그쳤다. 입장문 발표 전후로도 한미사이언스 경영 비전을 꾸준히 제시할 뿐, 감정적 대응과 자극적 표현은 되도록 자제하는 모습이다.당장 임종윤 사장 측은 내달 정기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앞두고 한 명의 주주라도 더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이들을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한 전략적 메시지로서 상대에 대한 비방과 자극적 표현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극적 표현은 자신의 강력한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어도, 나머지 일반주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방법으로는 적절치 않다.정정당당한 자세로 상대보다 나은 비전을 제시하고, 스스로가 한미사이언스 경영진이 돼야 하는 명분을 꾸준히 제시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전략일 것이다. 이번 분쟁에선 자극적 단어보다는 정제되고 세련된 단어가 전략적으로 더 좋은 무기라고 생각한다.2024-02-23 06:16:04김진구 -
[기자의 눈] 신임 유통협회장에 바라는 점[데일리팜=손형민 기자] 37대 한국의약품유통협회장에 박호영(69) 위너스약품 대표가 당선되며 선거레이스가 종료됐다. 박 신임 회장은 남상규(74) 남신팜 대표를 85표 차이로 눌렀다. 총 투표인수가 365명임을 고려하면 결코 적은 차이는 아니었다.문제는 투표율이다. 선거인수 525명 중 365명이 투표에 참여하며 투표율은 70%를 기록했다. 경선이 진행됐던 지난 35대 선거 대비 16%포인트 낮았다. 후보 간의 비방을 최대한 자제하며 ‘내 편 만들기’ 경선이 진행됐기에 흥행 부진은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었다.흥행 부진은 치열한 여론전이 없어서 만은 아니었다. 공약을 ‘어떻게’ 실현하겠다는 의지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박 신임 회장은 6가지 회무 지향점으로 ▲강하고 힘있는 회무 기반 마련 ▲중소도매특별위원회 구성 ▲미래혁신위원회 설치 ▲선제적 회무 대응 ▲협력과 상생의 생태계 구축 ▲회원사 의견·비판 경청을 제시했다. 또 저마진, 반품 압박, 카드 수수료 문제, 피코몰·블루팜코리아 등 유통업계가 마주한 현안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하지만 미래혁신위원회나 중소도매특별위원회를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지, 강하고 힘있는 회무기반을 어떻게 마련할지, 유통업계가 마주한 현안들을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내용은 부재했다. 후보 간의 경쟁은 나이스했지만 핵심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선거 기간 내 지울 수 없었다.박 신임 회장에게 기대하는 점이 하나 있다. 그는 선거운동기간 무엇보다 소통과 화합을 강조했다. 대형유통업체 위주로 돌아가는 회무에 있어 중소유통업체 의견에 귀 기울이고 기성 세대와 미래 세대 간의 소통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도 보였다.소통이 중요한 이유는 유통업계의 위기와도 연관된다.의약품 약가 인하에 따른 제약사의 유통 마진 감소, 불용 재고의약품 반품 압박, 도매 부담 카드수수료 등이 유통업계의 현안으로 산적해 있다.경쟁자들의 급부상도 유통업계 위기의 큰 축 중 하나다. 피코몰과 블루팜코리아는 고객사를 늘려가며 덩치를 키우고 있다. 결국 인터넷 유통이 활성화되고 고객사가 줄게 되면 그 피해는 유통업계에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다.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선 내부 뿐만 아니라 제약업계, 규제기관, 유관단체와의 적극적인 소통이 필수다. 하지만 유통업계의 수장을 뽑는 선거 기간 내 후보들이 보여줬던 소통은 소극적이었다.약 700개의 회원사를 이끄는 중앙회 수장의 책임은 무겁다. 박 신임 회장은 회원사 간의 단합을 이뤄내면서 새로운 회원사를 모집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박 신임 회장에게는 본인을 지지하지 않은 회원들과 신규 업체들과의 소통 또한 필요한 상황이다.업적과 성과 만을 발표하는 것이 소통의 전부는 아니다. 위기를 알리는 것 또한 소통이다. 업계의 성과와 고충을 세상에 알리는 것은 언론의 역할이다. 의약품유통업계의 적극적인 소통 의지가 있다면 그들의 목소리를 알리는 데 앞장설 요량이다.2024-02-22 06:15:28손형민 -
[데스크시선] 원샷 멀티비타민 전성시대[데일리팜=노병철 기자] 프리미엄 올인원 멀티비타민 시장이 론칭 4년 만에 2000억원 외형에 근접한 것으로 관측된다. 파죽지세의 성장 속도다.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이 10년에 걸쳐 9000억원 실적을 달성한 진기록에 견줄만 하다. 원샷 멀티비타민제 리딩 품목은 동아제약 오쏘몰 이뮨, 대웅제약 에너씨슬 퍼펙트샷, 종근당건강 아임비타 이뮨샷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제품은 '정제+액상' 일체형 포장으로 높은 효능효과는 물론 복용·휴대 편리성을 마케팅 포인트로 공략해 폭발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관련 분야 1위 제품은 동아제약 오쏘몰 이뮨으로 2020년 홈쇼핑을 통해 정식 출시(2017년 면세점 론칭)됐으며, 현재 백화점·온라인몰 등을 비롯한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오쏘몰 이뮨은 동아제약이 독일 오쏘몰사로부터 수입해 국내에 판매하고 있는 프리미엄 비타민으로 2022년 매출액이 650억원을 넘어섰으며, 지난해 1000억원 안팎의 실적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2020·2021년 실적은 87억·284억원으로 2년 만에 670%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오쏘몰 이뮨의 폭발적인 성장 요인은 포괄적이고 다변화된 판매망 확보에 있다. TV홈쇼핑은 물론 온라인, 소셜커머스, H&B 스토어, 면세점 등 판매 채널을 다양하게 넓혀가고 있다. 전략적 타깃망 형성도 매출 퀀텀점프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오쏘몰 이뮨의 핵심 타깃인 3040 여성을 대상으로 한 백화점 여성패션관·호텔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프리미엄한 오쏘몰 브랜드 경험을 선사했다. 만년필 브랜드 라미(LAMY)와 콜라보레이션·유명 아티스트와의 굿즈 캠페인도 눈에 띠는 마케팅 포인트다.대웅제약 에너씨슬 퍼펙트샷은 지난 1월 기준, 출시 8개월 만에 누적판매 200만병을 돌파했다. 지난해 5월 처음 선보인 에너씨슬 퍼펙트샷은 출시 3개월차에 50만병, 6개월차 100만병 판매를 기록, 이후 불과 2개월 만에 판매량이 2배로 급증했다. 이는 복용 편의성이 높고, 기능성 성분이 꼼꼼하게 설계된 에너씨슬 퍼펙트샷이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면서 멀티비타민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갑진년 새해 한정판 '청룡에디션'을 출시,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대웅제약은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고객의 니즈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자 건강몰 회원 고객들을 직접 만나 초점집단 인터뷰(FGI, Focused-Group Interview)를 지난해 상반기 3차례, 설문조사는 4차례 진행했다. 그 결과 '제품이 다양해서 선택이 어려움' '때 맞춰 챙겨 먹어야 하는 번거로움' '기능별로 여러 제품을 다 챙겨 먹기 힘듦' 등의 소비자 미충족 수요를 파악하고, 데이터화한 건강몰 후기 및 구매 고객 의견을 바탕으로 제품 리뉴얼 및 신제품 연구·개발 과정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2022년 선보인 종근당건강 아임비타 이뮨샷도 가파른 매출 성장을 보이고 있다. 론칭 초기 종근당건강은 TV-CF 메인 모델로 배우 유아인을 전격 발탁해 이른바 '유아인 비타민' 브랜드 홍보를 펼치며 이름을 알렸다. 회사 측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한달 기준, 아임비타 이뮨샷은 110만병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를 시간으로 환산하면 3초에 1병씩 팔려, 자칭 '3초 비타민'에 역점을 두고 브랜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아임비타는 세계적인 DSM사의 유럽산 비타민만을 100% 사용하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반면 주요 일반약 종합비타민은 박스권 우하향 곡선을 그린 것으로 분석된다. 의약품 유통실적 자료에 따르면, 일동제약 아로나민 시리즈의 2023년 3분기 누적 매출은 289억원으로 전년동기 411억원과 비교하면 30% 줄었다. 대웅제약 임팩타민 시리즈의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은 95억원으로 2021년 3분기 누적매출 189억원과 비교해 크게 감소했다. GC녹십자 비맥스·종근당 벤포벨·유한양행 메가트루 등은 전년대비 매출 증가 추이를 보였지만 2022년까지 높은 성장률과 비교하면 다소 주춤한 양상이다.일반약 비타민제의 매출 부진은 건기식 '올인원 비타민' 시장 확대와 무관치 않다. 건기식·일반약, 분류는 다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광의의 카테고리는 비슷하게 여겨질 수 있다. 약사법의 적용을 받는 일반약은 까다로운 광고심의 규정에 제한을 받지만 건기식은 사은품·가격할인 등 자유로운 마케팅 기법이 최대 강점이다. 만약 원샷 비타민이 일반약으로 출시됐다면 지금의 잭팟이 터졌을까. '같은 듯 다른 약-원샷 비타민'의 파상공세에 즈음해 시대에 맞는 광심의 개정과 재분류를 고민할 때다.2024-02-21 06:00:26노병철 -
[기자의 눈] 글로벌 유한양행과 회장 직위 신설[데일리팜=이석준 기자] 유한양행의 회장 직위 신설은 '글로벌 유한양행' 키워드와 맞닿아 있다. 회사는 최근 글로벌 제약바이오 파트너사와의 교류가 빈번해지면서 회장 직위 신설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현 직위 체제 정점인 대표이사 사장과 그 위로 신설될 대표이사 회장은 글로벌 미팅에서 무게감이 다르다. 회장은 말 그대로 회사에서 제일 높은 직위다. 그 다음이 부회장과 사장 순이다.글로벌 미팅에서 직위는 중요하다. 미팅의 무게감을 더해줄 수 있다. 대표이사 회장이라면 회사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유한양행은 국내 최상위 제약사다. 다만 글로벌에서 볼 때 매출 2조원에 불과한 한국제약사일 수 있다. 그만큼 글로벌 파트너사와 교류 시, 직위 등 어필이 필요하다. 어쩌면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을 수 있다.국내 대형제약사 BD 고위관계자의 경험담이다."글로벌 미팅 시 파트너 직위는 자리의 무게감을 더해준다. 심지어 미팅에 누가 참석하는지에 따라 계약의 성패가 갈리는 경우도 있다. 글로벌 시선에서는 대표이사 사장보다는 대표이사 회장이 계약의 결정권을 가진 인물로 판단할 수 있다."유한양행의 글로벌 사업은 날로 확장되고 있다.대표 사례는 렉라자다. 조욱제(59)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도 올해 최우선 목표로 항암신약 '렉라자(레이저티닙)'의 글로벌 상용화를 꼽았다.지난해는 렉라자의 국내 1차 치료제 급여 적용 과제에 집중해 목표를 달성했다. 올해는 무대를 글로벌로 옮겨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NASH) 치료제와 비만 치료제 등 28개 신약 후보물질의 글로벌 임상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서 라이선스 아웃 등 글로벌 계약도 염두해 두고 있다.유한양행은 덩치가 커졌다. 외형은 물론 글로벌화를 위한 내실도 갖췄다. 창립 100주년인 2026년 '글로벌 50대 제약사 도약'을 내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외부적으로 글로벌 도약의 발판이 마련됐다고 해석된다.이번 유한양행의 회장, 부회장 직위 신설 두고 설왕설래다. 누가 이 자리를 차지하는 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사장 2명, 부사장 6명 등 임원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생기는 궁금증이다.다만 회장 직위 신설은 유한양행의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한 선제적 조치(직위 체제 유연함 등)라는 본질이 깔려있다. 회장이 누가 될 지보다는 본질에 대한 해석이 필요하다.2024-02-20 06:00:16이석준 -
[기고] 대면투약 지키려다 약국시장 잠식될까 우려디지털 시대에서 기업들은 온·오프라인 등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 제품이나 서비스, 콘텐츠를 고객에게 제공하며, 고객은 이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코로나19 이후 쿠팡의 급속한 성장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소매환경을 뒤흔들며 이마트와 같은 대형 오프라인 매장에 엄청난 도전을 안겨주고 있습니다.디지털시대, 새로운 소매시대에서 생존하고 성공하려면 오프라인 소매업체는 기술을 수용하고,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며,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빠르게 비즈니스 모델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또 최근 많은 산업 분야에서는 소비자와 기업 간 경계를 허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을 통합하여 전체적인 소비자 경험을 최적화 하려는 소위 '온·오프라인 옴니채널 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습니다.그러나 우리 약사사회는 오프라인에만 계속 머물러 있겠다는 기득권들의 세력 때문에 걱정입니다. 화상투약기, 디지털 처방전달시스템을 극심하게 반대하는 약사사회의 일부 리더들을 보면서 우리의 미래를 그들에게 맡겨도 될까라는 우려를 감출 수가 없습니다.정말 중요한 것은 고객들에게 '의약품은 약국에서만 살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인데, 국민 편의성을 전제로 13종 일반의약품의 편의점 판매가 허용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대면투약을 고집하며 '화상투약기'를 설치하려는 약국을 압박하여 결국 철회시키는 등의 결과는 200여 한약사 개설약국에서 화상투약기를 설치해 달라는 신청서를 접수하게 했습니다.또 무료로 처방전 전달을 해주겠다는 '디지털 처방전달시스템'을 반대하다가, 현재 키오스크나 QR 업체들의 배만 채워주고 있습니다. 나아가 지난 12월 15일부로 비대면진료 민간업체의 처방전달시스템을 인정해주는 꼴이 되었습니다.화상투약기는 심야시간 등 환자가 약이 필요할 때 화상투약기로 약사와 통화한 후 의약품을 살 수 있는 기기입니다. 원격으로 약사 복약지도가 이뤄지고, 약국 앞에만 설치할 수 있습니다. 영상데이터는 6개월 간 보관된다고 합니다. 즉, 디지털 기술로 인해 약사가 환자를 대면하지 못할 경우 도움을 받게 된 것입니다. 디지털 기술로 약사직능을 강화하게 된 것이지요.물론 화상투약기를 처음 들었을 땐, 약사로서 환자 안전에 대한 우려, 응대의 한계 등 걱정과 우려가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또 디지털에 대한 불안이나 거부감도 있었을 것입니다.하지만 기술 발전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고 세상은 바뀌고 있습니다. 따라서 의견과 태도는 변할 수 있으며 그 이후로 새로운 발전이 있어야 하는데, 약사회는 변화 없이 결국 대면 원칙, 오프라인 서비스만 하겠다라고 합니다(약사회는 10여년 간 한결같이 화상투약기 반대입니다.).지난 해 11월 과기부를 통해 '한약사 개설약국 화상투약기 설치 운영'에 대한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한 대한한약사회가 한약사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치 신청을 받은 결과 200여 곳에서 신청을 했다고 합니다. 한약국이 전국 800여 곳이라고 하니 약 25%가 화상투약기를 신청한 셈입니다. 결국 이러다가 한약국의 경쟁력만 키워주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약사회는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게 되며 이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건가요?과거에는 머리 염색약이나 살충제 등의 의약외품은 약국에서 독점적으로 판매해 소위 약국 효자상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약국에선 구색 정도 밖에 안되고, 대형 할인점이나 편의점, 온라인 몰에 모두 내어 줬습니다.건강기능식품인 한국인삼공사 정관장 또한 약국시장에 진출하고자 했으나 약국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못해 결국 약국에서 정관장 브랜드는 없어졌고, 현재 건강기능식품의 거대 시장에서 약국 유통은 3~4% 정도로 미미한 현실을 볼 때 안타까운 마음 뿐입니다.최근에 들어서 건기식 소분을 통해 약국이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뛰어들어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지만 이와 더불어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소분은 약사들에게 추천 받아 복용하는 것이 좋다는 대국민 홍보를 병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2011년 박카스와 같은 일반의약품이 의약외품으로 전환되어 공식적으로 약국을 빠져나갔고, 2012년에는 약사법 개정을 통해 13종 품목이 ‘안전상비의약품’으로 24시간 편의점으로 빠져나갔습니다.지금도 국민 편의성, 경제 활성화 쪽에 중점을 두고 안전상비의약품 수를 늘리자는 의견이 만만치 않습니다. 보건복지부 또한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조정을 위한 전문가 자문단을 두고 회의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복지부가 분류체계만 바꾼다면 의약품이 의약외품으로 해서 계속 약국을 빠져 나갈 수도 있습니다.진정 약사회가 해야 할 일은, 약국 안에서 운영되는 화상투약기 반대가 아니라 약국 밖으로 나가 있는 의약품을 다시 약국 안으로 들여오는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아무리 부작용이 적은 의약외품, 안전상비약이라고 해도 약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면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그 책임은 누가 질 건가요? 결국 고스란히 개인의 몫입니다.약사사회가 나서야 할 곳이 이런 부분입니다.365일 언제든지 약사들이 국민 곁에 있음을 피력해야 합니다. 이때 화상투약기가 그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저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서 약국 밖으로 빠져나갔던 약을 다시 약국 안으로 들여와야 합니다.우리나라는 '종이처방전' 뿐만 아니라 의사나 치과의사가 「전자서명법」에 따른 전자서명이 기재된 전자문서 형태로 작성한 처방전(이하 '전자처방전') 또한 인정하고 있습니다. (의료법 제17조의2)정부에서는 의약분업 이후 줄곧 전자처방전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종이처방전 방식에서 전자처방전으로의 전환을 시도해 왔지만 제도적으로 전국화 하는 데는 이해당사자 간의 이견으로 결국은 지지부진하게 논의만 거듭되고 있는 상황입니다.그러는 사이, 전자처방전 사업을 하는 민간업체는 중·대형 병원, 동네의원 할 것 없이 속속들이 그들만의 전자처방전달시스템을 도입했고, 처방전을 받아야 하는 주변 약국은 어쩔 수 없이 그들에게 끌려가게 된 것이 작금의 현실입니다. 키오스크, 2D 바코드 등으로 전송되는 제각각의 전자처방전을 받으려면 약국은 해당 민간업체 마다의 장비를 구비해야 하고(물론 약국 경비로), 건당 200~300원씩 부과되는 수수료로 인해 매달 나가는 고정경비도 만만치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병원과 특정약국 간 담합문제, 병원에서 키오스크로 약국은 지정해 놓고 오지 않는 일명 노쇼(No Show)까지도 고스란히 약국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처방전을 받는다는 대가로, 약국에서 민간업체에 수수료를 지불하는 이런 불공정한 구조는 세계적으로 아마 대한민국 밖에 없을 것입니다.약사회는 병의원에서 발급하는 처방전이 "표준화된 코드" 또는 "표준화 된 시스템"으로 약국에 전달돼 환자들은 전국 어느 약국에서도 내 처방전을 읽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즉, 정부 주도의 표준화 또는 디지털 처방전 전달시스템 도입을 이뤄내야 합니다.약사회가 이제라도 디지털 기술,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태도를 달리 취하지 않으면, 정말 중요한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타이밍조차 놓치면, 현재의 약사 역할조차 쪼그라들고 의료계나 민간 플랫폼 업체에 휘둘리는 종속관계가 될 것입니다.이제라도 시대를 제대로 읽고 모든 산업들이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 소비자들의 경험이 어디까지 왔는지 캐치하여 우리 약국의 미래를 재설계 해야 합니다. 디지털 시대, 소비자 니즈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지혜와 노력이 절실합니다. 필자약력 -영남대 약대 졸업-DRxSolution 대표이사-약국체인 위드팜 부회장2024-02-19 14:15:47박정관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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