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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디지털병리학, 사회적 관심 시급하다세계 최초 인공위성은 1957년 10월 4일 발사한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다. 스푸트니크의 성공은 책에서나 읽었던 우주시대·우주경쟁 방아쇠를 당겼다. 위성을 이용해 대기권 밀도를 살피게 됐고, 전리층 정보도 얻게 됐다. 위성에서 지구를 촬영한 사진은 1959년 미국의 위성 익스플로러 6호가 최초다. 위성 사진은 점점 발전해서 현재는 농업·지질학·임업·도시 계획·교육·첩보·군사·생물 다양성 보존 등 폭 넓은 분야에서 쓰인다. 오늘날 우리가 편리하게 쓰는 내비게이션 위성 지도와 위성 위치확인 시스템(GPS)도 인공위성 덕택이다. 이젠 위성 정보를 휴대전화에서 간편히 이용할 정도로 우리 생활과는 뗄 수 없는 생활 필수품이 됐다.우리는 구글 지도를 이용해 지구 반대편 원하는 위치로 쉽게 이동하지만, 사실 그 전체 과정은 그리 쉽거나 간편하지만 않다. 우선 위성이 일정 시간간격으로 지표면을 촬영한 사진을 평면으로 이어 붙이는 게 시작이다. 이 사진에 우리가 약속한 위도와 경도 위치데이터를 합성해야 비로소 원하는 위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여기에 인간이 만든 건물과 도로 등 다양한 지형 지물을 구분하는 표식을 덧씌우면 비로소 우리가 이용하는 구글 지도다. 위성 사진은 지표면의 웬만한 지형 지물을 알아볼 수 있을 만큼의 해상도를 제공하는데, 지구면적이 5.1억 km2 임을 감안한다면 상상조차 어려운 양이다.과학자들은 엄청난 양의 정보 처리를 위해 'Active Data Repository(ADR)' 시스템을 개발했다. ADR은 궤도에 빠르게 진입하는 위성에서 얻은 지리정보를 연결해 지구 주위를 도는 위성 궤도를 추적할 수 있게 해 줬다. 지도와 위성위치확인 시스템을 이용하는 모든 운송 수단들은 이 시스템을 이용한다. ADR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새 병원 진료에도 사용된다. 최근 인공지능영상분석으로 각광받는 디지털병리(digital pathology) 핵심인 전체슬라이드이미지(WSI, Whole Slide Image)가 대표적이다.유리 슬라이드는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표본으로, 병리과 진단에 필수다. 슬라이드는 가로세로 약 75x26mm의 유리판위에 관찰 검체가 있는 것을 말한다. 검체는 통상 가로세로 15~20mm 정도 크기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렇게 작은 유리 슬라이드 이미지 관리에 굳이 ADR 같은 대용량 정보처리시스템을 쓸 필요가 있을까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현미경은 조그만 조직을 아주 크게 확대해서 볼 수 있게 하는 장치다. 현미경은 약 10배에서 1000배까지 확대해서 볼 수 있는데 이걸 인공위성 카메라와 견줘 상상하면 이해가 쉽다. 현미경 재물대 즉 슬라이드를 놓는 곳은 가로세로 움직임이 가능한데, 지구 위도와 경도로 대입할 수 있다. 이런 상상은 병리의사 살피쪼(Sal Pizzo)가 현미경을 컴퓨터로 대체하는 것을 고민하다 위성데이터 처리를 위해 개발한 초기 기술을 여기에 적용하면서 시작됐다.1996년 가상현미경(virtual microscope)연구를 시작할 때는 슬라이드 스캐너가 없었기 때문에 현미경에 카메라를 설치해서 한 장씩 연속적으로 촬영한 이미지를 이어 붙였다. 파노라마 사진 촬영 기능이 없는 카메라로, 풍경 등을 연속적으로 한 장씩 촬영해서 사진편집도구를 이용해서 이어 붙이는 방식이다. 최초의 전체슬라이드스캐너는 설치비용만 30만 달러인데다 유리슬라이드 한장을 스캔하려면 24시간이 걸렸다. 이 장치는 지난 20년간 엄청나게 발전했다. 오늘날 WSI는 수동 짜집기 필요 없이 고해상도 이미지를 자동 생성한다. 또 저장과 계산 기술이 획기적으로 향상돼 파일 하나 크기가 0.8~8기가바이트에 이르는 대용량 이미지를 아주 빠르고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WSI장치는 병리학에서 진단에 일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뿐더러 인공지능을 포함한 차세대 도구를 개발하는데 아주 중요한 도구가 됐다. 현대의 WSI 시스템은 크게 슬라이드스캐너와 스캐너를 제어하는 워크스테이션으로 그리고 영상을 분석하는 알고리즘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다빈치 로봇과 같이 원격으로 실시간 유리 슬라이드를 볼 수 있는 최첨단 기능들이 탑재되어 있는 장비들도 출시 되어있다.WSI는 더 폭넓은 실생활에 쓰인다.미국 FDA는 1차 병리진단 목적으로 하는 WSI 시스템을 2017년 4월 허가했다. 같은 해 12월 일본 PMDA도 허가했다. 2018년 7월엔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했다. WSI와 광학현미경 간 병리진단 일치도는 탁월해 이제 전체슬라이드이미지를 일차 진료에 사용하는데 모자람이 없다. WSI는 국내 의대생 병리학 실습에 이미 광범위하게 쓰여, 학생들은 현미경 보다 컴퓨터를 이용한 슬라이드 관찰이 더 익숙한 상황이다. WSI 영상분석 정보와 유전체데이터를 통합해 암의 예후와 치료 반응을 예측하기 위한 시도도 진행 중이다. 영상 분석으로 대표되는 전산병리학(computational pathology)이 정밀의학의 핵심요소 중 하나로 각광받는 이유다. 이러한 전산 병리학의 주된 목표는 적절한 바이오마커를 개발해서 치료 결과를 예측하고, 적절한 치료를 보장하는 것이다. 전산 병리학은 방사선영상과 유전체 정보를 통합하여, 환자 치료를 돕는 임상의사결정시스템에 일차적으로 사용 할 수 있다.하지만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수작업 병리에서 디지털병리로의 움직임은 달팽이 걸음 보다도 못하다는게 중론이다. 이러한 장벽을 크게 세 개로 나눠 보자.첫째, 디지털 병리로 전환을 위한 경제적, 기술적 부담이 가장 큰 장벽이다. WSI는 슬라이드 한장 당 파일 크기가 약 0.8~8GB 정도이다. 어떤 환자는 30~40장 정도의 슬라이드를 제작하는 경우도 있다. 대학병원에는 이런 환자가 하루에만 수십명이다. 이정도 데이터 량이면 단 며칠내에 병원전산 시스템의 스토리지를 다 채워 버릴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기관내에 수익 기여도가 크지 않는 병리과를 위해 엄청난 스토리지를 과감하게 투자할 만한 병원은 사실상 없다. 한편으로 디지털 병리로 본격 전환이 이루어지더라도 스토리지 요구량이 테라바이트(terabyte)급을 넘어서 페타바이트(petabyte), 엑사바이트(exabyte) 등 초빅데이터급 저장장치를 관리할 수 있는 기술적 지원도 절실하다.둘째, 규제기관의 선제적, 맞춤형 개발 지원 뿐만 아니라 적절한 수가 재분류로 개발 동력을 제공해야 한다. 디지털 병리의 구성요소는 전체슬라이드스캐너, 이를 운용할 수 있는 모니터를 포함한 워크스테이션 그리고 취득한 영상을 분석할 수 있는 각종 알고리즘이다. 현재 급여수가에는 계측병리가 등재돼 있다. 이 계측병리는 세포주기 및 핵산 분석 검사, 유세포측정법 및 형태계측 검사를 할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앞으로 이러한 단순 분류로는 새로 개발되는 알고리즘을 수용하기에는 확실한 제한점이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단순히 형태를 계측하는 검사(pixel level)부터 조금 더 상위 개념이 세포 분열, 종양의 크기 측정(cell-level) 그리고 인공지능을 활용한 질환이나 치료를 결정하고 (semantic-level)등으로 이제는 좀더 세분화 되어 각각의 수준에 따라 개발 되고 있는 중으로 이에 걸맞는 적절한 수가 재분류가 필요한 시점이다.스캐너를 포함한 하드웨어 개발사 뿐만 아니라 알고리즘을 개발 하기위한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제공하려는 업체들은 여전히 맞춤형 규제가 절실하다. 현재 시장에 출시된 대부분의 장비와 소프트웨어들은 외국사제품들이 여전히 앞도적으로 많다.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에 강점이 있는 국내사들 업체들은 인공지능, 유전체 정보 및 병리영상을 활용한 제품들에 대해 첨단의료기기에 포함되어 적극적 규제지원을 받아야 한다.셋째, 병리의사들을 비롯한 관련 유관단체들의 적극적 움직임이 필요하다. 국내 일부 기관에서 초기 시스템 도입의 혼란과 어려움을 무릅쓰고 과감히 디지털 병리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따라 유럽과 미국 등 서구의 병리학 관련 학회에서는 디지털 병리를 도입, 이용하고자 하는 기관의 제반 시설, 업무절차, 내·외부정도 관리 등 병리 전반을 다루는 권장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있다. 디지털병리학회(Dgital Pathology Association)에서는 2019년 2월 전체슬라이드이미자를 위한 실사용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다. 국내에는 아직까지 디지털 병리에 대한 학회, 국가 정부기관 차원의 가이드라인에 대하여 연구되거나 발표된 것이 없으며, 이에 대한 대한병리학회 차원의 연구가 절실하다.전세계적인 디지털병리기술 시장은 2016년 3.8억 달러에서 연평균 13.2% 성장하여 2021년 약 7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21년에는 하드웨어 4억 7천만 달러(66.7%), 소프트웨어 1억 9천만 달러(27.9%), 스토리지 솔루션은 126만달러(3.3%)로 형성할 전망이며 임상응용 부분에서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통한 강력한 경쟁력으로 스캐너 및 병리업무 자동화를 통한 효율성이 향상되어 향후 5년간 지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금까지 군불만 지피고 있었다면 이제는 모두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 때다.2019-05-09 15:33:04데일리팜 -
[칼럼] 건강보험 의약품정책의 안정화를건강보험 의약품에 대하여 최근에 두 가지 정책이 발표되었다. 건강보험종합계획과 제네릭 의약품 가격 개선이다. 건강보험종합계획에는 의약품 보장성 강화와 재평가 그리고 약제비 적정화가 포함되어 있다, 제네릭 약가 개선은 발사르탄 사태에 다른 후속 조치 방안이다. 두 가지 모두 건강보험 정책의 수단임에도 그 기반과 방향이 다른 것처럼 보여서 혼란의 우려가 있을 것 같다.정책은 목표가 뚜렷하여야 하고 대상과 수단 그리고 과정이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하여야 한다. 건강보험정책은 국민 건강권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급여를 경제적으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여야 한다. 이 중 의약품 정책은 국민이 질 좋은 의약품을 경제적이고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의약품 보장성 강화는 건강보험 수단이고 선별등재는 이를 위한 수단이다. 선별등재는 안전성과 효과성이 입증되어 허가된 의약품 중 경제적인 의약품을 선택하여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법이다. 비용·효과적이지 못한 의약품을 건강보험 적용에서 제외하여 국민 건강을 효율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인 것이다.비급여 의약품의 급여화는 사회보험으로서 건강보험의 건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어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사회보험의 성격상 제도에 대한 주인(비용)의식 결여로 환자 등 일부 당사자들은 급여 적용을 요구할 수 있다. 등재 여부도 신중하여야 하지만, 특히 기준비급여의 해제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기준비급여는 주로 적응증이나 용법·용량에 관한 것으로 근거가 전제되어야 한다. 임상 근거없는 급여확대는 비용효과성과 무관하게 제약업체의 허가범위를 넓혀 주어 의약품의 오남용 근거를 제공하는 역효과도 예상되기 때문이다.재평가는 양질의 경제적인 급여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다. 의약품의 경우 그 대상은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는 모든 의약품이어야 한다. 시점은 동일 또는 유사 효능의 의약품이 등재되는 경우, 등재된 의약품 중 등재 시 재평가 조건이 부여된 경우 그리고 등재된 의약품 중 활용 중 문제(이의)가 제기된 경우가 될 것이다. 이밖에 선별급여 등과 같이 예외적으로 등재된 경우에는 특별히 별도 관리가 요구된다. 이러한 재평가가 시행된다면 정기 재평가의 최소화도 가능하다.약제비 적정화는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를 위한 과제 중 하나이다. 약제비 적정화는 의약품 사용량과 사용하는 의약품 가격의 적정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즉, 상대적으로 저가의 의약품을 급여의 질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최소로 사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의약품의 사용 여부와 어떤 의약품을 얼마나 사용할 것인지는 의사의 선택에 의한다. 따라서 약제비 적정화는 의사 처방의 적정화가 전제되어야 한다.처방 적정화는 기준의 제시와 교육 그리고 심사 등으로 규제하는 방법과 의사의 자율규제를 유도하는 방법이 있다. 규제는 반발과 편법이 수반될 수 있으나 어느 정도 활용할 수밖에 없다. 자율규제를 유도할 수있는 방안이 작동하지 않을 경우는 더욱 필요하다.현 건강보험제도는 자율규제의 유도에 한계가 있다. 무한경쟁의 공급체계에서 행위별지불제도가 적용되는 상황에서 장려금이나 그린처방 등 유인책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간의 경험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단골의사제와 포괄 내지는 총액 지불제도의 개념이 도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사들의 합리적인 처방을 기대하기는 불가능하다.가격의 적정화는 가성비 좋은 의약품 확보 방안으로 등재 시점에서는 합리적인 가격제도가 전제되어야 한다. 신약은 협상에 의한 가격 결정 시 공급자에게 가격의 근거를 요구하여 그 타당성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 기존 유사 의약품과 비교나 외국 가격과 비교 등이 그 방법이다. 이중 외국 약가는 국가에 따라 가격의 종류가 다양할 뿐 아니라 보험자의 rebate가 포함되어 있는 등 상황이 다양하여 해당 국가 상황의 분석·검토가 필요하다.제네릭은 의약품 품질의 동질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동일 품질의 의약품에 대해서는 동일 가격이 적용되어야 한다. 제네릭에서 품질의 차이에 따라 가격을 차별화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을 것이다. 질의 계량화가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의약품의 안전성과 효과성을 담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약품은 허가되지 말아야 하나, 허가되었다면 가격의 차별화가 아니라 선별등재 목록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식의약처의 허가는 곧 질의 보증이라는 신뢰가 조기에 공식화되어야 한다.제네릭 약가에 외국 약가를 활용하는 것은 매우 신중하여야 한다. 외국의 경우 첫 번째 제네릭이 진입할 경우 기존 오리지날 가격의 조정 여부와 조정 폭이 다양하다. 맨 먼저 진입한 제네릭 가격 기준도 다양하고, 제네릭이 추가로 진입하면 모든 제네릭 가격을 하향 조정하는 방법을 활용하기도 한다. 특히 제네릭 약가에는 보험자나 구입·처방 기관의 rebate가 신약이나 오리지널 보다 흔하고 많이 적용되어 가격 비교의 의미가 없을 수 있다.등재된 의약품은 위에서 언급한 급여 재평가 과정에서 가격도 당연히 재평가되어야 한다. 시점과 방법은 등재 여부 재평가와 동시에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발사르탄 사태의 후속 조치로서 제네릭 약가 개선은 혼란스럽다. 제네릭에서 허가와 가격의 연계는 질과 가격의 연계를 의미한다. 질을 가격에 반영하는 것은 국민에게 저질의 의약품을 사용하도록 방치하는 정책으로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가격을 조정하는 원칙도 수용하기 어렵다. 저질 약품을 급여목록에 남겨 둔 결과 동일 의약품 동일 가격 논리는 버리고 20번째 이후 의약품 가격을 이유없이 차별화하는 모순을 유발하고 있다. 생동성과 원료에 문제가 있는 의약품이라면 선별등재목록에서 제외시켜서 국민의 건강과 건강보험의 재정을 보호하여야 한다. 가격을 조정할 일이 아니다. 그것도 원칙도 논리도 없이.건강보험에서 의약품 정책은 양질의 의약품을 경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 정책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양질의 경제적인 의약품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개발·생산·공급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의약품을 비롯한 보건의료산업은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한 수단이나 목적을 위하여 수단의 희생을 강요하면 공멸을 초래할 수있다. 목적과 수단이 상생하고 지원하는 조화로운 정책의 수립과 시행을 기대한다.2019-05-09 06:12:15데일리팜 -
[데스크시선] 이번에는 달라질(?) 수가협상바야흐로 봄이다. 올해도 계절처럼 어김없이 수가협상이 돌아왔다.새 정부 출범 후 건강보험의 혁신적인 보장성강화 정책과 함께 행위료에 대한 적정보상 기조는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정부의 이런 정책 경향과 흐름에 공급자를 대표하는 의약단체들은 또 다시 기대를 품고 있을 것이다.수가협상과 합의, 계약을 관통하는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어김 없이 희망과 기대, 좌절과 원망, 반박과 재반박이 돌림노래처럼 이어진다. 이번 협상에서도 재정 적자를 관리하기 위한 공단과 적정 보상을 외치는 의약단체들 사이에서 똑같은 장면이 필연적으로 연출되리라 전망된다.아젠다는 잠시 접고 수가협상의 뒷얘기를 해보려 한다. 수가협상을 10년에 걸쳐 지켜본 기자의 경우, 최근 몇년 새 격세지감을 느낀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공급자 뿐만 아니라 가입자조차 '깜깜이 협상'을 당연하게 여겼다. 재정운영위원회 위원인 한 시민사회단체가 회의 내용을 비판하기라도 하면 여지없이 차기 위원회 명단에서 배제되는 일이 공공연하게 이뤄지던 시절이다.건보공단은 협상단 일정조차 마치 일급비밀인양 숨기기에 급급했고, 의약단체는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호도하면서 의약사 회원들의 환심을 구하기 바빴다. 수가자율계약제도가 시행된 지 20년이 다 돼가도록 제대로된 원칙이나 매뉴얼도 없이 어설픈 관성에 따라 '수' 싸움에만 힘을 쏟았다. 보험자는 최후 보루인 추가재정소요분(벤딩, bending) 정보를 사수하며 상대의 패를 살폈고, 처방권을 쥔 공급자, 그 사이에 전략을 짜는 공급자들 간 눈칫밥만 늘었다. 단체 협상에서 유형별 협상으로 전환된 이후 소위 말하는 '제로섬 게임'이 심화한 데 따른 폐해다.협상이 끝나고 나면 어떤가. 보험자는 노련한 협상 경험자의 노하우 전수, 교육 기회나 여유를 주지 않고 원칙만 내세워 인사이동 하기 바빴고, 공급자들은 성과를 한껏 부풀려 암은 감추고 명만 드러내는 데 온 힘을 쏟았다.보험자와 공급자의 어처구니 없는 협상 후일담, 또는 무용담을 듣고 절로 혀를 찼던 기억이 선명하다. 현재 건보공단이 제도발전협의체를 꾸리고 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한편, 공급자 측에서도 소모적이고 무의미한 협상 지연 전략을 청산한 것만 보더라도 수가협상은 한층 성숙해진 것만은 분명하다.여기에 더 나아가 공단은 날을 세워 이어가는 소모적인 협상 관행을 없애기 위해 이달 중 열릴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에 벤딩 조기 공개 논의를 요청하겠다고 했다. 이는 공급자 측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렴한 결과다.사실상 공단의 유일한 패라고 볼 수 있는 벤딩 정보를 공개한다는 것은 단순히 소모적인 협상 관행을 철폐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협상에서 논의되는 소위 의미 없는 '밀고 당기기'보다 그 밖의 다른 협력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수가 결정 이상의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12년에 걸친 유형별 수가협상을 통해 우리는 보험자와 공급자 간 소모적인 수싸움과 의미 없는 논박을 무수히 지켜봤다. 그 사이 나라는 보건복지 선진국을 향해 도약하고 근거 중심의 제도를 확립하는 등 많은 변화가 이뤄졌다. 협상 결과를 논외로 치더라도, 적어도 그 과정만큼은 시대의 수준에 맞게 성숙하고 합리적인, 조금 더 욕심을 내어 질적인 개혁이 이뤄지는 '진짜 협상'을 기대해 본다.#NEWSAD#2019-05-07 19:22:50김정주 -
[기자의 눈] 약사사회 발칵 뒤집은 K약사, 그의 과거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건 3월 말이었다. 기사 댓글란을 모니터링하는데 세세하고 구체적이면서 목적을 알 수 없는 장문의 댓글이 눈에 띄었다. 같은 문구를 복사해서 붙인 내용인데, 종종 약사(藥事)와 무관한, 일반인 중 댓글을 도배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이번에도 그런 건가 하고 눈여겨보지 않았다.그런데 같은 글이 조금씩 변주되며 언론사 홈페이지 구인구직란 마다 올라오기 시작했다. 좀 있으니 SNS를 중심으로 '이상한 약국이 있다'는 게시물이 눈에 띄고 친분 있는 약사들이 사진을 보내왔다. 약사들 제보처럼 이번에는 '위험한 수준'이었다.보도 이후 성적인 문구를 적은 게시물과 여성 신체를 본 뜬 성인용품 마네킹을 전시한 약국으로 약사사회는 발칵 뒤집어졌다. 보도는 일파만파 퍼졌고, 결국 경찰 내사에 이어 약사는 입건되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뉴스란에 이어 심층보도 프로그램에도 이 약국이 등장했다. 모두 '약국을 강제할 이렇다 할 조치가 없다'는 책망으로 끝을 맺었다.이 약국 주변을 취재하다 약사의 과거 행적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약사사회 전체가 '난매와의 전쟁'을 선포했던 때 충남 어느 지역에 개국한 경험이 있다. 근무약사로 일하던 약국을 인수해 처음으로 '내 약국'을 가진 그는 약국을 잘 해보고자 다짐했던 청년 약사 중 하나였다.그러나 그런 다짐은 난매약국 하나로 인해 무너졌다. 그것도 난매약국은 지역 약사회 임원이 운영하던 곳. 지독한 난매로 인해 꿈 많은 약국을 그는 접을 수 밖에 없었다. 그가 가진 '약사회'와 '임원'에 대한 불신과 피해의식은 이때 시작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이후에도 약국을 운영했지만 안 좋은 일만 반복된 듯 하다. 법적 싸움으로 억울함을 해소하려 노력한 흔적도 있다. 결국 그는 스스로 조울증 관련 약을 복용하고 '억울한 사람을 돕겠다'는 변호인을 자처할 정도로 마음에 깊은 병을 얻었다. 그 병이 어떻게 '성인용품 전시'와 '마약 밀수'를 내건 약국으로 이어졌는지를 타인은 다 설명할 수 없다.이에 대해 '난매약국 피해입은 약사 모두가 비뚤어지진 않는다'고 반박할 수 있다. 그러나 K약사가 과거에 같은 약사끼리의 불법행위로 인한 금전적, 심리적 피해를 입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의 행동이 워낙 엽기적이고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건 부정할 수 없다. 그의 행동이 '약국'과 '약사'에 대한 국민 인식에 해를 입힌 것도 사실이다. 그를 변호할 생각은 없지만 그의 과거를 알았을 때 아쉬움은 남는다.지금도 구입가 미만 의약품 판매와 조제료 할인, 무상드링크 제공으로 손님을 끌어모으는 약국이 여전하다. 이들은 당장 내 앞의 이익만 생각할 뿐 약사 공동체에 대한 고민은 안중에 없다. 이런 세태가 계속되는 한 제2, 제3의 K약사가 다시 나타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불법행위를 일삼는 약국들도 한번쯤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2019-05-07 18:02:06정혜진 -
[칼럼]동업의사 거짓청구, 개설자 면허정지 가능할까동업 의사(고용 의사)의 거짓청구를 이유로 대표자(개설자)에게 의료법에 따른 면허자격정지처분을 부과하는 것이 정당한 것인가? 에 대하여 의료인뿐만 아니라 동 처분을 담당하는 처분청 공무원들도, 그리고 동 사안을 접할 법률가들도 바로 대답을 하기는 힘들 것입니다.의료법에 따른 면허자격정지처분의 성질은 어떠한 것인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업무정지처분과는 성질, 대상, 효과 등에서 차이가 나는지, 그러한 차이가 위 질문에 대한 결과를 도출하는데 핵심적인 요소가 되는 것인지, 동 사안에 직접 적용되는 의료법 면허정지 사유가 처음 의료법에 도입될 당시의 취지가 무엇인지, 도입 이후에 규정 형식이나 내용의 변화는 없었는지, 의료법에 규정된 다른 면허자격정지 사유와 규정 형식이나 내용에서 차이는 없는지, 또한 면허취소나 개설허가취소 사유와 비교하여 면허 자격 정지에 규정된 처분 사유의 구체적인 입법취지를 유기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인지 등 다양한 논증을 해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물론, 단지 법리 공방을 떠나, 대표자와 동업 의사 혹은 고용 의사가 실질적으로 어떠한 관계에 있는지, 외형상 대표자와 동업 관계 일 뿐 내부적으로 사실상 고용하여 감독하는 관계에 있었는지, 아니면 그 역으로 외형상 고용 관계로 보일 뿐 내부적으로는 그 고용의사가 외형상 대표자를 지휘 감독하는 관계에 있거나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독립채산의 형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면밀히 살피고, 그 사실관계에 맞는 개별적·구체적인 검토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최근 법원은 같은 요양기관 내에서 독립채산 형태('shop in shop)로 근무하고 있는 대표자 아닌 자(이하 을)의 거짓청구 부분을 이유로 대표자(이하 갑)에게 부과한 면허자격정지처분이 위법하다는 판시를 하였고(서울고등법원 2019. 1. 9. 선고 2018누 59740 판결), 동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이하, 제1 판결).이와 달리, 법원은 A 의사가 요양기관을 개설하고 B의사를 고용하여 운영하고 있었는데, A 의사가 1년가량 해외에 거주하였음에도 B를 통해 요양기관을 그대로 운영하였고, 고용의사인 B가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하여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경우라도 A에 대한 면허자격정지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시(서울고등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누 24579 판결 참조) 한 적도 있습니다(이하, 제2 판결)필자는 두 판결의 결론이 차이가 난 이유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살펴보고 또한 구체적인 법리 전개의 차이가 있었는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두 판결의 법리 전개 과정이나 판시 사유에 대해서 개별적인 검토를 하기에는 동 지면에 한계가 있어, 간략히 판결을 소개하는 것에 널리 양해를 부탁드립니다.우선, 두 판결의 사실관계의 차이로 인하여 그 결론이 달라졌다고 판단됩니다. 제1 판결의 경우는 갑과 을이 독립채산의 형태(shop in shop)로 운영하고 있었고, 요양기관 대표자인 갑이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였으나 갑이 거짓 청구한 부분과 을이 거짓 청구한 부분이 구분될 수 있었으며(을의 요양급여비용 거짓 청구에 갑이 구체적으로 관여하였거나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음), 약식명령도 갑과 을이 각 별개의 사실관계를 이유로 각 확정된 사안이었습니다.그러나 제2 판결의 경우는 A가 해외에 체류하는 동안 요양기관을 대신 운영한 B의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요양급여비용이 지급되는 계좌를 A 명의로 개설하였고, 줄곧 A가 이를 관리한 사정, A는 B가 대신 운영하는 기간 동안 B가 요양기관 운영을 위해 필요한 금원을 요구할 때마다 수시로 인터넷뱅킹을 이용하여 B에게 지급한 사정이 있었습니다.하지만, 두 판례가 사실관계에 있어 차이가 나는 부분 이외에 법리 적용에 있어 보다 중요한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제2 판결의 경우에는 구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6호(현행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7호)에 따른 제재를 행정법규 위반에 대하여 가하는 제재 조치 측면에서 접근하여, 원고에게 그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검토하여, 결과적으로 위 사실관계를 기초로 하여, 원고에게 그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03. 9. 2. 선고 2002두 5177 판결 참조)반면 제1 판결의 경우는 제2 판결과 달리, 구 의료법 제66조 제1항 소정의 의료인 면허자격 정지 처분을 행정법규 위반에 대하여 가하는 일반적 제재와 같이 단순히 행정목적 달성을 위하여 행정법규 위반이라는 객관적 사실에 착안하여 가하는 제재라고 볼 수 없는 점을 분명히 하였고(대법원 2003. 9. 2. 선고 2002두 5177 판결을 통해 적용되는 법리가 제2 판결에서는 그대로 인용되었으나 제1 판결에는 오히려 적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였음), 의료인이 직접 또는 피용인 등 타인을 통하여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거짓으로 청구하는 비위 행위에 대하여 가하는 제재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제1 판결은 의료법에서는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및 제98조 등에서 '속임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규정한 것과 달리' 속임수 등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거짓 청구한 때’로 규정한 취지로 볼 때 의료법에서 규제하는 면허자격 정지 처분을 국민건강보험법에서 규제하는 '객관적 부당청구의 결과'로 이해할 수 없다(의료인에게 고의가 있거나 책임을 지울 수 있는 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면허자격정지처분을 부과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의료법 규정이 국민건강보험법 규정과 달리 규정한 것은 ‘의료인이 진료비를 거짓으로 청구한 행위’의 불법적 요소를 행위 제재의 근거로 규정한 것으로 해석함이 옳다는 취지 역시 명시하고 있습니다.다만, 필자는 의료인에게 고의가 있거나 책임을 지울 수 있는 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면허자격정지처분을 부과하는 것이 위법하다는 그 결론에 있어서 찬성함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제1 판결의 판시사항 중 업무정지처분의 요건은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 경우이고, 의료법에 따른 면허자격정지처분의 요건은‘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거짓 청구하는 때’로서 그 처분 요건의 내용이 다르다고 판시한 점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국민건강보험법에서는 속임수라고 규정하였으나, 의료법에서는 속임수 등 부정한 방법으로 그 태양을 넓혔고, 거짓청구라는 용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한 점이 논거가 될지는 몰라도, 실제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7호에서 명시하는 속임수 등 부정한 방법과 거짓청구의 문구는 국민건강보험법 제98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속임수’에 대응되는 개념이지 그 밖의 부당한 청구에 대응되는 개념이 될 수 없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비교를 이유로 논거로 삼은 점은 찬성할 수 없습니다.또한,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7호 규정과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및 제98조 제1항 제1호의 규정 형식상의 차이를 고민할 때,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7호를 연혁적으로 살펴 그 차이를 고민하지 않은 점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현행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7호 관련 규정은 2001. 6. 20. 이해찬 의원이 대표발의 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논의 과정을 거쳐 처음 도입되었고(2002.3.30 법률 제6686호로 개정된 것), 도입 당시(도입 당시 의료법 제53조 제1항 제6호)에는 사위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허위 청구한 때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의료인에 의한 진료비의 허위청구를 방지하기 위하여 의료인이 진료비를 허위청구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 이를 의료인이 될 수 없는 결격사유로 추가하고, 그와 연장선 상에서 허위청구의 경우 형의 선고와 상관없이 1년의 범위 내에서 면허자격을 정지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이 규정이 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전부 개정되어 속임수 등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거짓 청구한 때로 되었으며,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필자가 제1 판결과 제2 판결의 개략적인 소개 이외에 개인적인 의견을 보다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것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음을 널리 양해를 구하면서, 마무리하자면, 처분청의 입장에서도 동 판결의 취지를 고려하여, 향후 면허정지 처분 사유, 대상, 정도 등에 대해서 충분한 고민을 할 것이 분명하지만, 의료인 입장에서 역시 이러한 판시사항이 있다고 하더라도, 아직 확고한 대법원의 판시사항이 있는 경우는 아니므로, 향후 유사한 사실관계 대한 판결의 방향에 대해서 면밀하게 살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아무쪼록, 동 판결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미력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이번 칼럼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2019-05-03 09:08:27데일리팜 -
[기자의 눈]뇌기능개선제·사후피임약 재분류 필요식약처는 번거롭고 어렵더라도 재분류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 특히 손실보다 이익이 큰 경우라면 관련 단체의 눈치를 보지 말고 바로 테이블에 올려놔야 한다.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뇌기능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의 의약품이나 사후피임약이 바로 그런 약이다.뇌기능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나 사후피임약은 안전성과 접근성, 건강보험재정, 소비자 주권을 고려할 때 충분히 전문의약품에서 비급여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해도 지나치지 않는다.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는 연간 3000억원치가 치매 예방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 앞다퉈 이 시장에 진입하고, 제형을 바꾼 약물을 속속 출시하는데는 이러한 시장성이 반영되고 있다.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지적처럼 미국은 이 제제를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해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만 유독 막대한 양이 소비되고 있다.냉정하게 건강보험 재정을 고려할 때 이 제제에 급여를 적용하는 대신 고가 항암제나 희귀의약품을 지원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보여지는 막대한 처방량은 안전성을 의논하는 것이 무의미해 보인다.의·약 줄다리기로 현상유지에 만족하고 있는 피임약도 접근성을 우선하는게 국민에게 더 이롭다고 본다. 특히 사후피임약은 국민의식 향상과 시대변화, 약국 안전장치를 더한다면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는게 낫다는 생각이다.시대적 변화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 불합치가 여실히 반증한다. '피임을 할 권리'를 전제한다면 사후피임약의 전문의약품 분류는 시대 정신과 맞지 않는다.2012년 이후 재분류 논의는 또 멈춰있다. 상시 재분류 체계를 만든다 했지만, 계속 제자리만 맴돌고 있다.아마도 재분류 논의 과정에서 의-약으로 나눈 이익단체의 갈등을 고려했으리라 짐작된다.그렇다면 전면 재분류보다는 국민이 원하고, 국가가 필요한 약제만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를 하게끔 제도화하는 것은 어떤지 제안해본다.물론 이 역시 의제를 선정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처럼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것보다는 늦더라도 발을 내딛는게 중요하다고 본다. 지금이 그럴때다. 식약처는 지금 두 약제에 대한 재분류 검토를 시작해야 한다.2019-05-03 06:16:19이탁순 -
[데스크시선] 김승호 회장의 넘어지지 않는 자전거창립 62돌을 맞은 보령제약이 지난달 충남 예산에 국내 최대 규모의 스마트공장을 완공하고 글로벌 제약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예산 신공장은 2017년 3월 착공해 2년 여만에 완공됐다. 14만5097㎡ 부지에 2100억원을 투자해 건립됐으며, 향후 보령제약 생산개발 클러스터 전진기지로의 성장이 기대된다. 예산 스마트공장의 탄생은 글로벌 NO.1 기업을 염원하는 김승호 보령제약 회장의 꿈과 희망의 집약체로 평가된다. 올해 미수(米壽, 88세)를 바라보는 김 회장의 열정과 노력은 제약바이오업계 선후배들에게 많은 귀감과 영감을 주고 있다.외형 5000억원 보령제약의 전신은 종로5가 보령약국에서 시작됐다. 3남 1녀 중 차남인 김 회장이 제약업에 눈을 뜬 계기는 친형이 운영하는 대창약방에서 소일 거들었던 인연에서 시작됐다. 1957년 군생활을 마친 김 회장은 봄부터 가을까지 자신의 꿈을 펼칠 공간을 찾아다녔고, 돈암동 신혼집을 처분해 300환을 마련해 당시 3평 규모의 보령약국을 창업했다. 보령은 김 회장의 고향을 뜻하기도 하지만 '보령(保寧): 평안함을 지키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보령약국과 보령약품으로 이어진 성공가도는 또다른 혁신을 예고했다. '평안함을 지키겠다'는 창립이념은 '더 저렴한 가격에 더 효과 좋은 약품을 공급하겠다'는 의지로 이어졌고, 이는 다시 '스스로 약을 만들자'는 제약의 꿈으로 발전했다. 자본금 50만원으로 창립된 보령약품주식회사는 1963년 11월 동영제약을 인수함으로써 제약기업으로의 기틀을 닦았다.지금의 보령제약을 있게 한 일등공신 품목은 용각산이다. 김 회장은 한약재를 신뢰하는 국내 분위기와 안정적으로 원료를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생약제제를 이용한 선진 제약기술 도입 방안을 모색했고, 그때 눈에 들어 온 약이 바로 용각산이다. 이 제품은 일본 류카쿠산사가 개발한 150년 전통을 가진 약으로 일제강점기 국내에 들어와 널리 알려졌다. 용각산을 라이선스 인 하기 위해 일본과의 기술제휴를 제안했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류카쿠산사가 변변한 생산 공장 하나 없는 보령제약에 기술을 이전할 이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끈질긴 의지로 1년여 동안 설득한 끝에 마침내 1966년 12월 기술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이와 함께 1967년 성수동 공장을 완공하면서 용각산 제조를 시작했다. 그렇게 첫 출시한 용각산은 총 5만갑. 1967년 6월 26일, 보령제약그룹 60년 역사의 발판이 된 용각산은 난산 끝에 국민 일반의약품으로 자리메김하게 됐다.용각산이 보령의 초석을 다졌다면 겔포스는 골격을 완성시킨 제품으로 평가된다. 1975년 출시된 겔포스는 액체 위장약이라는 생소한 제품으로 처음 등장해 현재까지 국민 위장약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겔포스가 출시되기 전까지는 암포젤이라는 병에 든 제산제가 있었는데 이 제품은 병뚜껑을 여닫다 보니 세균이 침투할 가능성이 높았고, 부피도 커서 휴대하기에 불편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해서 겔포스는 포로 출시됐다. 일회용 정량을 포장해서 휴대가 간편했고, 제때 복용하기도 수월했다. 겔포스가 가장 먼저 진출한 국가는 대만으로 1980년 첫 수출 이후 대만 제산제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대만에 이어 진출한 곳은 10억 인구의 거대 시장 중국이다. 1992년 국내 완제의약품 중 최초로 포스겔이라는 이름으로 중국에 론칭됐다. 2004년 100억원의 현지 매출을 기록한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뤄 현재 500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제2의 창업을 이끌고 있는 국산 신약 고혈압치료제 카나브도 보령제약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제품이다. 1992년 개발을 시작해 18년 간 연구 끝에 2010년 탄생한 카나브는 글로벌 신약이라는 목표에 성큼 다가서고 있다. 2016년 기준 국내 신약 중 최고 누적 매출인 1000억원을 돌파했다. 카나브는 2011년 멕시코를 포함한 중남미 13개국과의 첫 라이센스 아웃계약을 체결했다. 2014년 중국, 2015년 동남아 13개국 등에 기술수출 계약을 맺음과 동시에 독일 AET사와 손잡고 유럽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2017년에는 아프리카 10개국을 포함해 글로벌 51개 국가에 카나브를 론칭했다. 지금까지 총수출 규모는 4200억원에 이른다. 카나브는 이 기세를 몰아 선진 의약품 시장인 미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창업 이후 보령제약은 크고 작은 위기도 많았다. 1977년 여름 집중호우로 안양천이 범람해 흙탕물이 보령제약 공장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공장은 올스톱됐다. 겔포스 라인을 비롯해 고가의 최신 설비, 완제/원료의약품 모두가 흙탕물에 잠겼다. 천상 업을 포기해야하는 절체절명의 순간, 회사를 구한 것은 직원들이었다. 새벽부터 자정까지 누구라 할 것 없이 모든 직원들은 수해복구에 땀방울을 흘렸고, 기적을 만들어 냈다. 피해조사단은 복구기간이 최소 1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3개월 만에 공장을 정상 가동시켰다. 그때 김 회장은 결심했다. 사람만이 희망이고, 이 빚을 갚기 위해 여생을 헌신하겠노라고. 그리고 결코 혼자 빨리 가지 않고 이 세상 사람들과 함께 멀리 가기로.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겠다는 김 회장의 신념과 의지는 다양한 의약품 개발에 큰 족적을 남겼다. 세계 최초 천연 인슐린 양산 기술 개발, 국내 최초 원료 개발 독소루비신, 국내 최초 먹는 장티푸스 백신 지로티브 출시, 국내 최초 2세대 유전자 재조합B형 간염 백신 헵티스-비 발매, 복막투석 의약품 페리플러스 국산화 성공 등이 그것이다. 어느 기업이든 설립정신이 있다. 그 철학/사상은 직원이 아닌 창업자의 이념에서 비롯된다. 누군가 김승호 회장에게 물었다. 회사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의 근간은 무엇이냐고. "자전거가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페달을 밟아야 합니다. 그것이 넘어지지 않는 자전거의 비밀입니다." 미수의 나이에 접어든 관록의 사업가 김 회장. 하지만 62년 전 홍안의 청년 실업가 김승호의 도전과 꿈을 향한 자전거는 오늘도 달린다.2019-05-03 06:11:13노병철 -
[칼럼]故 임세원 교수와 진주방화 사건, 해법은?최근 안타깝게도 소중한 선후배이자 동료인 故 임세원 교수를 잃었고 가족과 이웃 여러 명을 잃었습니다. 이로 인해 조현병을 비롯한 정신질환에 대한 언론, 각계 각층, 국민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길지 않은 시간 간격을 두고 안타까운 사건들이 일어났고 대책을 마련하기에 부족한 시간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전문가들은 하나 같이 입을 모아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인 동시에 예방가능한 일이었고 인재였다고 이야기합니다.故 임세원 교수 사건의 경우 환자가 입원을 한 적이 있었으나 환자의 지속적인 퇴원 요구를 견디지 못하고 보호자들이 퇴원을 시켰고, 이후 적절한 치료가 단절되었습니다. 당시 충분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았고 치료가 유지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더라도 환자와 보호자에게 병원에 꼭 오라는 당부 외에는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을 것입니다. 환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지역정신건강복지센터로 사례관리를 위해 연계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의료기관에서 외래치료명령제를 신청하더라도 이를 실제로 행할 주체가 정해져 있지 않고 병원에서 직접 퇴원하고 외래에 방문하지 않는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행위를 제공할 근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진주방화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찰, 치료감호소, 병원 여러 곳에서 상당 기간 접촉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에서는 존재 자체도 명확히 파악하지 못했고 일정 책임 기간이 지난 뒤에는 대상자의 치료에 대한 책임을 담보하던 공공 영역의 책임의 소명도 불이 꺼져버렸습니다. 심지어 사건 직전에 주민들의 반복적인 신고로 여러 위험이 감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시스템 속에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경찰은 그 위험성을 직시하지 못하였고 보호의무자의 자격이 없는 친형은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을 시킬 수 없었고 보호자의 존재로 시군구청장이 책임을 지는 행정입원의 당위성은 희석됐습니다. 이 안타까운 일련의 사건들은 준비가 부족한 탈원화의 기조, 정신건강복지법의 개정, 왜곡된 인권에 대한 해석, 투자의 부족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신질환자의 퇴원 사실 통보가 필요한 경우 진행을 하는 법안, 국가가 직접 환자들의 입원 및 치료에 대해 결정하고 주체가 되고자 하는 사법입원 제도를 담은 법안, 외래치료명령제의 실효성을 강조한 법안 등이 소위 ‘임세원법’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개가 상정 및 준비 중에 있습니다. 이외에도 병원에서 사례관리가 필요한 환자를 입원시키지 않고 지역 사회에서 직접 사례관리를 할 수 있는 ‘병원기반 사례관리 시범사업’, 환자 인권의 인권과 치료의 중요성을 동시에 강조하는 절차보조인 시범사업 등이 준비 및 진행 중입다.이 모든 법안과 시범사업은 환자 및 사례관리가 필요한 대상자들의 치료 연속성을 담보하는 데 그 핵심이 있습니다. 정신질환의 특성상 단발성의 개입은 그 의미가 크지 않은 바, 지속적으로 서비스 혹은 치료가 필요한 대상자에게,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서비스를, 끊기지 않고 충분히 제공할 수 있도록 현 상황의 구멍들을 메워야 하고 끊긴 치료의 끈들을 연결해야 합니다.정신질환자들과 함께 공존하기 위해 그 연속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와 시범사업이 실제로 현실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수적입니다. 첫 번째는 아낌없는 투자입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가 있더라도 그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인력, 인프라, 작동기전을 마련하기 위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우리 관심의 연속성입니다. 대상자들의 치료 및 공존의 근간이 되는 연속성을 만들기 위한 우리의 ‘연속성’,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이런 사건이 있을 때마다 잠깐 놀라고 분노하고 처벌만 강조하고 마는 게 아니라, 계속 연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법에는 문제가 없는지, 개정을 위한 노력은 잘 이뤄지는지, 나는 이 문제에 대하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치열하게 지켜봐야 합니다. 그래야만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고 나와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2019-05-02 10:49:33데일리팜 -
[데스크 시선] 정부, '제네릭 대책' 발표만 하면 끝인가정부 제네릭 약가 개편방안이 발표된지 한달 지났다. 당초 개편안 발표 직후 제약사들은 제네릭 약가인하에 따른 손실 파악에 분주하는 모습이었다. 최근에는 약가인하 모면을 위한 생동성시험을 검토하면서 혼선이 가중되는 분위기다.지난달 27일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제네릭 약가 개편안은 생동성시험 직접 수행과 원료의약품 등록(DMF)을 모두 충족해야만 현행 53.55% 상한가를 유지하는 내용이다. 1가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마다 상한가는 15%씩 내려간다. 기등재 제네릭의 약가인하는 관련 규정 개정 이후 3년 뒤에 시행된다.제약사들은 위탁 제네릭에 대해 매출 규모가 큰 제네릭을 중심으로 약가인하를 모면하기 위한 생동성시험을 준비 중인데, 수탁 기관과 의료기관이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우려한다.제약사들은 생동성시험을 수행할 수탁기관과 의료기관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정부는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입장만 고수한다.복지부 측은 제도 개편안 발표 때부터 최근 데일리팜이 개최한 미래포럼에서도 “임상시험 기관 중 일부도 생동성시험 시행에 가담하면 생동시험 수행기관이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며 생동기관 부족 우려를 일축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은 제약사들의 눈높이와 온도 차가 느껴진다.정부 시각대로 제약사의 생동성시험 스케줄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만 적어도 제약사들의 생동성시험 시도 건수와 소화가능한 임상기관 파악은 해볼 수 있지 않을까.생동성시험 승인현황을 보면 피험자의 채혈이 진행되는 의료기관은 특정 기관 편중 현상이 두드러졌다.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은 생동성시험계획은 총 178건이다. 이중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이 116건을 담당했다. 베스티안 병원은 49건이다. 2개 의료기관에서 전체 생동성시험 90% 이상을 담당한 셈이다. 반대로 최근 생동성시험을 경험한 의료기관은 많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제약사들은 회사 수익과 직결된만큼 과거 생동성시험을 많이 수행한 기관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 기존에 생동성시험을 진행하지 않은 임상기관이 생동성시험에 뛰어들더라도 제약사가 신뢰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지난 몇 년간 생동성시험을 한 번도 수행하지 않은 임상기관이 제약사들의 수요가 폭증했다고 생동성시험에 가담할지도 미지수다. 대형병원의 경우 이미 임상시험에 집중하고 있어 생동성시험을 새롭게 진행할지 알 수 없는 실정이다.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의 경우 최근 생동성시험 소화 건수를 늘리기 위해 시험실을 증설키로 결정했다. 제약사들의 생동시험일정 선점을 방지하고 실제 시험이 필요한 제약사 및 관련 CRO들이 시험 진행을 못하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생동시험 예약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이미 현장에서는 제약사들의 생동성시험 진행 가능 여부에 대한 문의가 폭증하면서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방증이다.제약사들이 단지 “임상기관이 충분하다”라는 수치만 제시하는 정부에 큰 불만을 제기하는 배경이다.사실 정부 승인을 받고 잘 팔고 있는 제품을 약가를 이유로 생동성시험을 다시 진행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현상이다.상당수 업체들은 판매 중인 제네릭의 생동성시험을 진행했는데 동등 판정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할까 걱정하는 눈치다. 제약사들은 허가받은지 오래된 제네릭의 경우 제조환경 변화 등의 요인으로 동등성을 장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더욱이 오리지널 의약품도 제조시기나 공장 환경에 따라 약물의 특성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생동성시험 결과 비동등 결과가 나오게 되면 판매 중인 제품의 신뢰도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 더욱 큰 고민이다.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등성을 인정받지 못한 제품을 팔아왔다는 눈초리를 받게 된다. 해당 제품을 승인한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이미 정부 정책 방향이 정해졌다면 이제와서 재고를 요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현장에서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면밀히 들어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비단 복지부에만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식약처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 서류에 집계되는 수치와 현장에서 돌아가는 상황은 다를 수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채 서류만 보고 상황을 예측하는 것을 흔히 탁상행정 또는 책상머리행정이라고 부른다.2019-04-29 06:15:51천승현 -
[기자의 눈]'주먹구구식' 제약바이오 IR, 혼란만 가중제약바이오 업체의 크고 작은 기업설명회(IR)가 넘쳐나고 있다. 2015년 한미약품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 이후 제약바이오주가 요동치면서 정보 공개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방문하면 공시되지 않은 IR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IR 참석자 범위도 넓어졌다. 과거 기관투자자, 애널리스트, 엔젤투자자, 벤처캐피탈 등 소위 '전문가' 집단에만 국한됐다면 최근에는 일반투자자 참여가 일상화됐다.정보 공개 확대는 바람직하다. 특히 신약 개발을 다루는 제약바이오 기업은 정보에 관한 외부 장벽이 심하기 때문이다.바람직한 현상 이면에는 아쉬움도 발견된다. 주먹구구식 IR 정보 제공이 대표적이다.바이오벤처 A기업의 사례다. 이 회사의 IR은 전반적으로 두루뭉술하다. 임상 및 수출에 대한 타임라인, 매출 목표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 등은 제시하지 않은채 장밋빛 미래만 늘어놓는다. 흑자전환, 중국 시장 진출 등 호재성 단어만 쏟아진다. 20페이지가 넘는 슬라이드는 단 10분 정도의 설명으로 끝이 난다.구체적인 질문에는 '목표'라는 단어를 강조한다. 목표는 어느 기업이든 크게 잡으며 달라질 수 있다고 부연한다. 기업 종사자를 만나 팩트 기반 정보를 얻으려고 온 참가자는 의아할 뿐이다.또 다른 바이오벤처 B사는 임상 스케쥴 딜레이에 대해 '신약 개발 어려움'을 토로한다. 실제 어떤 이유로 임상이 늦어졌는지에 대해서는 답이 없다.대신 신약 개발은 3상에 들어가도 50% 성공 확률이며, 세계적인 기업 바이오젠도 3상에서 치매치료제 개발이 중단됐다는 사례를 제시한다. 이어 신약 개발은 변수가 많다는 말이 거듭된다. 참석자는 구체적인 이유를 알고 싶은데 말이다. 대외비를 제외한 정보 제공이 맞는지 의심스럽다. 환자 모집 진행 사항 등은 대외비가 아닐 것이다.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도 펼친다. IR 내용이 기사화되면 그 정보는 오프더레코드였다고 하소연한다. 일부는 불쾌감을 토로한다. 참석자에 알린 정보와 기사 내용이 같은 점은 인정하면서도 말이다.IR 확대는 찬성이다. 다만 모호한 정보 제공 등 주먹구구식 IR는 시장의 혼란만 가져올 수 있다. 시간이 지나고 IR 문화가 정착되면 이슈 파이팅이 아닌 확실한 정보만이 오가는 IR이 올거라 믿고 싶다.2019-04-29 06:15:16이석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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