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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디지털헬스 경쟁 시작…한국은 준비됐나[데일리팜=황병우 기자] "다 경력직만 뽑으면, 나 같은 신입은 대체 어디서 경력을 쌓으라는 말인가." 최근 취업 시장에서 회자되는 이 말은 대한민국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의 현재와도 겹쳐 보인다. 기술은 등장했고 필요성도 인정받지만, 실제 사용 기회는 제한적이다. 시장은 검증된 성과를 요구하지만, 그 성과를 만들 환경은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다. 경험을 통해 성장해야 하는 산업이 정작 경험을 쌓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는 셈이다. 제약사와 디지털헬스 기업 간 협업이 실제 처방과 매출로 이어지는 단계까지 진입하면서 산업이 초기 실험 단계를 지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부 기업은 보험 적용이나 병원 도입 사례를 만들며 사업화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다만 산업 전체로 보면 여전히 제한적인 수준이다. 눈에 보이는 성과가 보험 적용과 맞물려 형성된 특정 시장에서의 결과일 뿐, 산업 전반의 확산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이 때문에 기술이나 사업 모델보다 허가 이후 사용과 보상으로 이어지는 제도적 연결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디지털헬스는 반복 사용을 통해 가치가 축적되는 산업이다. 초기 도입이 이뤄져야 데이터가 축적되고, 이를 기반으로 임상적 유효성과 경제성이 검증되며 시장이 확대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허가 이후 병원 도입까지 별도의 심의와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경우가 많다. 신의료기술 유예 평가 등 보완책이 마련됐지만 의사가 처방 하나를 위해 복잡한 행정 절차와 내부 심의를 감내해야 하는 구조에서는 기술의 혁신성보다 행정적 부담이 앞선다는 의견도 나온다. 디지털헬스 업계가 정책과 지원을 강조하는 이유는 지금이 글로벌 경쟁의 적기라는 판단 때문이다. 수십 년의 격차가 존재하는 전통 신약과 달리, 디지털헬스는 한국의 IT 인프라와 의료 수준을 기반으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분야로 평가된다. 이미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주요 국가는 가이드라인과 보상 체계를 선제적으로 정비하며 산업 확산을 뒷받침하고 있다. 단순히 기기 도입이 아니라 미래 의료 패러다임 선점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모습이다. 물론 제도만으로 산업이 성장할 수는 없다. 기업의 투자와 기술 고도화, 사업 모델 정립 역시 필수 조건이다. 일부 기업은 제한적인 환경에서도 병원 도입 사례를 만들고 보험 적용을 확보하며 시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산업의 성장 동력은 결국 기업의 노력에서 출발한다는 점도 분명하다. 다만 글로벌 경쟁이 이미 시작된 상황에서 제도와 정책의 역할 역시 외면하기 어렵다. 디지털헬스는 신약과 달리 동일한 출발선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는 분야다. 초기 확산이 지연될수록 국내 기업이 확보할 수 있는 데이터와 경험도 줄어든다. 시장 형성 속도 자체가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산업 특성 때문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헬스는 결국 사용을 통해 검증되고 확산되는 산업이다. 업계가 요구하는 수가 체계까지 이어지는 것은 시간이 필요한 과제일 수 있다. 그럼에도 당장의 활용을 높이기 위한 단계적 접근은 가능하다. 초기 사용을 촉진하는 시범 사업 확대, 행정 절차 간소화, 임시 적용 모델 등 다양한 방식이 논의될 수 있다. 경험을 요구하면서 경험을 쌓을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구조에서는 새로운 인재가 성장하기 어렵다. 디지털헬스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는 성과를 요구하는 단계에서, 그 성과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2026-04-10 06:00:42황병우 기자 -
[기자의 눈] 필요악? 오프라벨 처방의 딜레마[데일리팜=손형민 기자] 항암 치료에서 더 이상 선택지가 없는 환자에게 남는 길은 임상뿐이다. 효과가 기대되는 치료제가 존재하더라도, 제도적 제약으로 인해 실제 처방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는 적응증 외 사용, 이른바 오프라벨 처방이 허용된다. 우리나라에서 오프라벨 약제를 사용하려면 병원 내 IRB(임상시험심사위원회) 심의 이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승인 여부를 판단한다. 다만 IRB가 일부 병원에 한정돼 있고, 심의 기준이 높은 수준으로 적용되면서 실제 승인으로 이어지기까지 문턱이 존재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문제는 이 사전 승인 체계와 사용 가능한 치료제가 병원별로 다르게 작동한다는 점이다. 동일한 환자 조건에서도 특정 병원에서는 처방이 가능하지만, 다른 병원에서는 불가능한 사례가 발생한다. 결국 치료 기회가 환자의 상태가 아니라 의료기관의 내부 기준에 따라 달라지는 셈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치료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그 결과 환자 입장에서는 어떤 경우에 치료가 가능한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조차 알기 어렵다. 같은 질환, 같은 조건에서도 병원과 상황에 따라 치료 여부가 달라지는 구조는 환자에게 혼란을 야기한다. 특히 적응증 외 환자군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동일한 바이오마커를 가진 환자라도 허가된 적응증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치료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오프라벨 사용이 사실상 차단된 구조에서는 이들 환자에게 남는 선택지는 극도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환자에게 남는 선택지는 임상뿐이다. 그러나 임상은 모든 환자에게 열려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다. 참여 조건이 까다롭고, 지역과 기관에 따른 접근성 격차도 크다. 무엇보다 치료 시점을 놓치기 쉬운 환자에게 임상은 선택지가 아니라 마지막 수단에 가깝다. 이에 오프라벨 처방 확대 논의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단순히 위험하거나 비현실적인 접근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제한된 재정 환경 속에서 치료 기회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해법으로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 치료 기회를 막지 않는 방향으로 제도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는 규제 완화의 문제가 아니라 기준 부재로 인한 혼란을 줄이고 환자에게 예측 가능한 치료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환자에게 남은 선택지가 임상뿐인 구조가 지속된다면 치료 기회의 형평성 역시 담보되기 어렵다.2026-04-09 06:00:36손형민 기자 -
[기자의 눈] 약국 소모품 대란과 의약품관리료 현실[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이번에는 ‘소모품’ 대란이다. 의약품 품절에 이어 최근 약국가에서는 약포지와 시럽병, 투약병 등 조제용 소모품 수급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일부 품목은 공급이 지연되고 일부는 가격이 급등했다. 현장에서는 사재기 양상까지 나타나며 불안이 불안을 키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이 사태가 단순한 일시적 공급난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번 수급 대란은 그간 당연하게 여겨졌던 약국 소모품의 구조적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조제용 약포지, 스틱형 포장지, 시럽병까지 환자에 제공되는 이들 용품은 대부분 별도 보상 없이 ‘무상’에 가깝게 제공되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의약품관리료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의약품관리료는 2012년 수가 개편 이후 ‘방문당’ 체계에 묶인 채 14년째 큰 틀의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그 사이 약국의 환경은 완전히 달라졌다. 장기처방은 일상이 됐고, 약가 인하는 반복됐다. 여기에 의약품 품절 장기화까지 겹치며 약국은 재고 관리와 대체조제, 환자 설명 등 추가 업무를 떠안고 있다. 신용카드 수수료 인상, 이번 소모품 가격 등락은 그 부담을 경제적 비용으로까지 확장시키고 있다. 과거와 동일한 수가 체계 아래에서 업무는 늘고 비용은 오르고 책임은 무거워졌다. 하지만 이를 반영한 정책적 보완은 찾아보기 어렵다. 관련 문제의식과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약사회와 보건복지부는 재작년부터 의약품관리료 개편과 관련한 실무 협의를 진행해 왔다. 2012년 방문당 수가 개편 과정에서 절감된 약 900억원 규모의 재정을 다시 환원하는 방안도 테이블에 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결과는 진전 없음이다. 재정 부담, 정책 우선순위 등의 벽 앞에서 논의는 멈췄고 그 사이 현장은 버텨왔다. 그리고 지금 소모품 수급난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 앞에서 그 한계가 다시 드러나고 있다. 지금의 의약품관리료는 과연 현재의 약국 현실을 반영하고 있을까. 아니면 14년 전의 약국 현장에 머물러 있는가. 이번 사태는 분명한 신호다. 더 이상 현장의 희생과 관행에 기대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쯤이면 의약품관리료 조정 논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2026-04-08 06:00:40김지은 기자 -
[기자의 눈] 약사가 '졸음주의 앵무새'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이달 2일부터 약물운전에 대한 처벌 기준이 상향되고 운전자의 검사 불응죄가 신설되는 등 제도가 대폭 강화됐다. 약물운전 사례가 잇따르면서 음주운전과 동일한 선상에서 약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특히 약물에 취해 반포대교 북단에서 한강공원으로 추락하며 강변북로를 운행하던 피해 차량과 충돌을 일으킨 올해 2월 사고는 약물운전의 본인 뿐만 아니라 타인의 생명에 해를 끼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제도의 취지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알코올 농도로 음주운전 여부를 판독하는 것과 달리 약물운전의 경우 약물의 종류가 광범위하다. 마약이나 향정신성의약품 뿐만 아니라 우리가 흔히 접하는 감기약, 알레르기약 등도 졸음을 유발할 수 있는 성분이 들어있다. 공교롭게 봄철 환절기에 접어들면서 약국들 역시 바빠졌다. 기존에도 약 복용 이후 운전이나 기계조작 등을 주의하라고 구두로 안내해 왔지만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서 약국의 책임 소재 역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약국에서는 졸음주의, 운전금지 등 스탬프를 제작해 약봉투에 찍어 주고, 일반약에까지 졸음주의 라벨 스티커를 부착하기 한창이다. 지역약사회는 지역경찰 등과 함께 약물운전 캠페인이나 약국 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환자 개개인의 운전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고 모든 가능성을 통제 하기에는 업무 부담이 한계치에 다다라 있다. 자칫 제도의 화살이 약국의 복약지도 미흡으로 향하는 본말전도 상황이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여전히 약국의 졸음주의, 운전주의, 운전금지 복약지도를 생소해 하는 소비자들이 대다수다. 약국을 '졸음주의 무새'로 만들기 이전에 선행돼야 할 정책은 대국민 홍보와 계도다. 약물운전이 음주운전만큼 위험하다는 인식을 시민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조심하세요'라는 조언을 넘어 어떤 약이 위험한지, 어떤 약리적 효과로 졸음이 유발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대대적인 캠페인이 필요하다. 또한 적발시 예외 없는 엄벌에 처함으로써 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결국 약물운전 방지의 핵심은 환자 스스로의 인식 변화와 국가의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에 있다. 약국에 행정적·심리적 부담을 가중시키기 보다는 처방 단계에서 의사와 약물 사용을 논의하고, 약사가 전문적인 복약지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안전한 도로를 만드는 일은 약국의 일방적 희생이 아닌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시민들의 의식이 맞물릴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2026-04-07 06:00:38강혜경 기자 -
[데스크 시선] 바이오시밀러 고가 보장하는 이상한 정책[데일리팜=이탁순 기자] 이번 제네릭의약품 약가인하 결정이 건강보험 재정 절감 목적이라면 바이오시밀러가 개편 대상에서 빠진 것은 이율배반적이라 할 수 있다. 고가의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이 건보재정에 부담이 되는 상황에서 저가 바이오시밀러 활성화가 재정절감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 또한 저가 바이오시밀러를 통해 약가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주요 국가들은 의료비 절감을 위해 바이오시밀러 처방률을 획기적으로 높이려는 정책을 쓰고 있다. 일본은 바이오시밀러 점유율을 80% 목표로 처방에 따른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프랑스 역시 외래 처방의 70%가 바이오시밀러를 사용하도록 장려하고, 절감 금액의 일부를 의사에게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21년 기준 바이오시밀러 처방률이 21%에 불과하다. 다른 선진국처럼 처방률에 대한 목표도 없거니와 정책도 없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기업이 2개나 있으면서 처방률이 낮은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국내에서 바이오시밀러 처방률이 낮은 것은 오리지널 의약품 선호 현상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일정 부분 맞는 얘기이기도 하지만 틀린 부분도 있다. 정부가 애초 수출 경쟁력을 위해 바이오시밀러 약가를 높게 책정하면서 내수 시장에서는 오리지널과 약가 경쟁력이 적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다. 바이오시밀러가 급여 등재되면 기존 오리지널 최고가의 80%까지 가격이 책정된다. 이후 1년이 지나면 오리지널과 바이오시밀러 모두 최고가의 70%로 낮아지게 된다. 기본적으로 동일가 구조가 바이오의약품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이에 바이오시밀러가 시장 경쟁력을 위해 오리지널보다 약가를 자진 인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처럼 시장규모가 작은 시장에서는 바이오시밀러의 자진인하 폭이 크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는 오리지널 대비 40~50%하는 바이오시밀러 가격이 국내에서는 오리지널 대비 9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같은 상황은 바이오시밀러와 가격차가 크지 않은 오리지널의약품 선호 현상을 강화하고, 국내 환자들만 높은 가격에 바이오시밀러를 부담하는 역차별을 낳는다. 바이오시밀러 처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재 오리지널 대비 가격 비중을 낮출 필요가 있다. 약가 개편으로 제네릭의약품은 오리지널 최고가 대비 45% 수준에 결정된다. 하지만 바이오시밀러는 여전히 70%를 보장할 것으로 보인다. 70%를 보장하면서 다른 나라처럼 40~50% 수준에서 저가 바이오시밀러로 처방률을 끌어올리기를 바라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바이오시밀러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이다 보니 오리지널의약품의 약가 인하 비율 폭도 적을 수 밖에 없다. 이는 건보재정에도 크게 부담이 된다. 아무리 값싼 제네릭을 가격을 인하해봤자 고가의 바이오의약품 가격이 그대로라면 재정 절감 기여도는 낮을 수 밖에 없다. 이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거꾸로 바이오시밀러 산업의 경쟁력을 위해 2016년 약가를 70%에서 80%로 올린 바 있다. 하지만 2016년과 지금은 국내 시장 바이오의약품 사용량에서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효과와 편의성을 앞세워 골다공증치료제 시장을 장악한 프롤리아와 항암 치료의 혁신을 이끈 면역항암제 등 바이오의약품이 이제 주요 치료제 시장을 점령했다. 문제는 이들 바이오의약품이 합성의약품에 비해 고가라는 점이다. 시장규모가 커지면서 덩달아 바이오시밀러 경쟁도 치열해지는데, 국내 약가 구조상 약값 절감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는 먼저 동일가 정책부터 폐지하고, 제네릭처럼 바이오시밀러도 약가비중을 인하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다른 선진국처럼 바이오시밀러 처방에 대한 인센티브 정책도 필요하다. 사실 이는 바이오시밀러뿐만 아니라 제네릭의약품에도 필요하다. 고가의 오리지널 의약품을 대체하면 재정 절감이 크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저가의 제네릭의약품이나 바이오시밀러 처방을 우대해 기업 스스로 가격을 인하하게끔 유도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무슨 생각인지, 오리지널-제네릭(바이오시밀러) 동일가 기전을 유지하고, 제네릭 일괄 인하 정책만 고수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특히 제네릭의약품 일괄 인하를 추진하면서 바이오시밀러 고가격 보장 정책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2026-04-06 06:00:40이탁순 기자 -
[기자의 눈] 특사경 두려워말고 3조원 실리 챙기자[데일리팜=정흥준 기자]건강보험공단 특사경 추진에 의료계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3월 말 공단 특사경법(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은 법사위 처리가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안건에서 제외되며 국회 계류 중이다. 의료계는 국회 앞 시위에 이어 반대 성명을 잇달아 내며 법안 통과를 막아서고 있다. 권력의 비대화, 기본권 침해, 과잉수사 등 자극적인 단어들로 법안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공단은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으로 발생한 건강보험재정 누수가 3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 특수성을 고려한 수사가 부족하고, 절차는 길어지는 탓에 환수율은 10% 미만에 그치고 있다. 불법 업주들은 재산을 빼돌리고 유유히 사라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래서 나온 대책이 건보공단 특사경이다. 이재명 대통령까지 "필요하면 지원하겠다"며 힘을 실어주면서 급물살을 타나 싶었지만, 의료계의 반발이 또 다시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특사경 도입에 따른 수사권 강화에 대한 일선 현장의 거부감은 이해한다. 하지만 일어나지 않은 수사권 남용을 이유로 보험재정 누수를 방치하자는 건 불합리하다. 의약계 내부 질서를 파괴하고 동료들의 몫을 가로채는 문제를 뿌리 뽑겠다는 것이다.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이 활개 칠수록 건강보험 재정은 고갈되고, 그 피해는 결국 적정 수가를 요구하는 대다수 선량한 의료인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의료계는 공단이 부당 청구까지 수사를 확대해 통제권을 강화할 것이라 우려한다. 특사경의 진짜 타깃은 의약사가 아니라 병원과 약국을 운영하는 가짜 주인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특사경의 권한은 불법 개설 기관으로 수사범위를 제한하고 있고, 그것도 부족하다면 수사 남용을 예방할 법적 장치를 마련하면 될 일이다. 우려를 해소할 제도적 보완이 어떻게 필요한지에 대한 건설적 대안을 내놓는 것이 전문가 집단다운 모습이다. 과도한 우려로 특사경법을 반대하는 사이 웃고 있는 건 건보재정을 갉아먹고 있는 불법 업주들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말이 딱 지금 상황이다. 의료계도 막연한 공포심에서 벗어나 실리를 챙겨야 한다. 특사경이라는 칼날이 불법의 뿌리만 정확히 도려낼 수 있도록 감시하고 협력하는 것, 그것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재정 누수를 막는 길이다. 명분 없는 반대가 계속될수록 3조원이 넘는 재정 누수의 책임에서 의료계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2026-04-03 06:00:38정흥준 기자 -
[기자의 눈] 준혁신형 제약 약가우대의 모순[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정부가 약가제도 개편의 일환으로 ‘준혁신형 제약기업’ 트랙을 신설했다. 혁신형과 비혁신형 사이의 완충 지대를 만들어 기업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제약업계의 반응은 냉랭하다. ‘우대’라는 수식어와 달리, 현장에서는 약가 인하를 전제로 한 또 다른 ‘차등 삭감’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먼저 짚어야 할 지점은 이른바 ‘우대’의 실체다. 정부는 인하 폭을 일부 완화해주겠다고 설명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결국 약가가 내려간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인하액을 일부 보전해주는 것을 ‘인센티브’로 정의한 셈인데, 이는 정책 언어와 시장의 체감 사이의 간극만 키울 뿐이다. 마이너스 폭을 줄이는 것을 플러스라 부르는 정책적 형용 모순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혁신을 규정하는 논리적 모순에 있다. 이번 트랙은 연구개발(R&D) 비중 등 정량 지표를 중심으로 기업을 분류한다. 하지만 R&D 투자는 어디까지나 성과를 내기 위한 ‘투입(Input)’이지, 그 자체로 혁신의 ‘결과(Output)’를 담보하지 않는다. 투입된 자본의 양으로 기업의 등급을 매기는 것은, 공부시간이 길다고 성적과 관계없이 우등생 상장을 미리 주는 것과 다름없다. 이러한 ‘투입 중심 평가’는 산업의 역동성을 무시한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다. 같은 제약바이오산업 내에서도 질 높은 효율적 투자로 의미 있는 치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막대한 비용을 쏟고도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례가 존재한다. 혁신의 본질인 ‘가치’가 아니라 단순한 ‘비율’이라는 단편적 잣대로 기업을 서열화하는 것은 결국 혁신 장려가 아닌 또 다른 ‘줄 세우기’로 이어진다. 제도의 복잡성 역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는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했지만, 기업 입장에선 정작 맞춰야 할 기준만 늘었다. 이미 가산과 차감 요소가 얽힌 약가 산정 체계에 ‘준혁신형’이라는 새로운 분류 축까지 더해지면서, 기업이 예측 가능성은 오히려 낮아졌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 변화에 비해 구체적인 기준과 적용 방식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장 올 하반기 대규모 약가 인하가 예고됐지만, 기업들은 자신들이 준혁신형 트랙에 해당하는지조차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연 매출 1000억원 미만은 R&D 투자 비율 7% 이상, 1000억원 이상은 5% 이상이라는 큰 틀만 제시했을 뿐, 세부 기준과 적용 방식은 여전히 알려지지 않았다. 정부는 준혁신형 제약기업 적용 대상 기업을 12개 내외로 추산했지만, 업계에서는 30곳 안팎으로 보는 등 상당한 괴리가 나타나는 배경이다. 혁신을 유도하겠다는 정책 취지를 부정하는 이는 없다. 그러나 그 방식이 ‘덜 깎아주기’식 시혜에 머물고, 성과가 아닌 투입량으로 기업을 재단하며, 세부 기준조차 모호한 상태로 추진된다면 시장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정책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최소한 기업들이 스스로 위치를 가늠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세부 기준과 적용 방식을 보다 명확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준혁신형’이라는 이름이 산업계에 또 하나의 불확실성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지금 단계에서의 과제다.2026-04-02 06:00:36김진구 기자 -
[기자의 눈] 견실한 제약사 영점 맞춰 제네릭 잔혹사 끝내자[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약가제도 개편안을 둘러싼 보건복지부와 제약업계 갈등은 왜 매번 비슷한 양상을 띠며 반복될까. 복지부가 3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제네릭 약가인하와 혁신 제약사·수급 불안정약 기여 제약사 약가우대를 골자로 한 약가 개편안을 확정했지만 양자(복지부-제약업계) 간 입장 차이는 속 시원히 해결되지 않은 분위기다. 복지부는 국회와 언론, 제약업계를 향해 제약산업과 상생할 수 있는 개편안 설계를 위한 쌍방향 소통·의견수렴을 여러차례 약속했지만 부족하고 미흡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연히 모두를 100% 만족시킬 수 있는 행정이나 정책 설계는 불가능하다. 신기루에 가깝다. 다만 이번 약가 개편안 의결 과정에서 복지부가 보인 태도는 아쉬움이 크다. 물론 복지부 고충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건정심 위원장인 이형훈 복지부 제2차관은 제네릭 약가인하를 골자로 한 약가 개편안 수립 과정에서 건강보험 효율성과 제약산업 육성이란 상충 과제를 동시 달성하기 녹록지 않다는 고민어린 표정을 드러냈다. 이형훈 차관 얼굴에 스민 복잡다단한 표정은 기자가 행정부 정책 운영의 어려움을 간접적으로나마 일부 경험하고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매개가 됐다. 그럼에도 복지부는 향후 약가 개편안 설계 때 제약산업과 한층 깊숙히 호흡할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와 산업 간 소모적인 충돌과 뒤 이은 부작용으로 인한 진통을 최소화하고 정책 연착륙 확률 향상을 위해서다. 보건경제학자들은 복지부가 국내 제약업계와 다국적 외자 제약업계 간 형평성을 어느정도 고려한 약가제도 설계를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또 국민건강보험재정을 운용하는 복지부 철학과 구체적인 방향성이 무엇인지 짐작하기 어렵다고 꼬집는다. 행정 목표를 쉽사리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뭉툭하고 모호하다고 했다. 차라리 복지부 속내를 투명하게 드러내면 제대로 된 협의가 가능할 것이란 비판이다. 복지부는 혁신신약 체질 개선을 이번 약가 개편 명분이자, 기등재 제네릭 약가인하 불가피성을 어필하기 위한 장치로 내세웠다. 틀린 방향성은 아닐지 몰라도, 그 기울기가 너무 가팔랐다. 우리나라 제약산업은 여전히 제네릭 중심이다. 제네릭 품질과 자급률도 높다. 1개 성분 당 많게는 수 백여개 품목이 허가돼 처방·유통되는 현실이 아이러니하게도 이를 방증한다. 반면 품목허가를 획득한 국산신약은 41개에 불과하다. 첫 번째 국산신약은 1999년 7월 허가된 선플라주(SK제약), 가장 최근 허가된 국산신약은 2025년 11월 품목을 획득한 엑스코프리정(동아에스티)으로 41번째다. 이들 중 블록버스터급 매출을 기록한 신약은 아직 없다. 25년 간 41개 신약을 탄생시키며 아직 고등학생 수준 내지는 갓 미성년자 꼬리표를 뗀 스무살 평가를 받는 국내 제약산업을 향해 제네릭 제조·판매를 멈추고 블록버스터 신약을 만들 성과를 단박에 요구하는 건 지나치게 가혹하다. 복지부는 국내 제약사들이 이번 약가 개편으로 신약 연구개발(R&D)는 얼마나 위축되는지, 수급 안정 의약품 공급엔 얼마나 부정적인지, 고용 안정성과는 어떤 인과성이 있는지 어필하고 호소한 내용을 개편안에 더 반영했어야 한다. 복지부가 제시한 약가 개편안 방향성 자료에서 눈에 띄는 단어가 하나 있었다. 바로 '견실한 제약사'다. 복지부는 이번 개편을 분기점으로 제네릭 판촉 경쟁에만 매몰되지 않은 신약 개발과 필수약 안정 공급에 진심인 견실한 제약사를 길러내고 지원하겠다는 포부를 내놨다. 이 포부를 달성하려면 복지부는 견실한 제약사의 기준을 투명하고 명확하게 설정하고, 평가 지표를 마련해야 한다. 당연히 민관협의체를 꾸려 협의와 합의를 거치는 절차가 필요하다. 제약사들과 '견실함'에 대한 영점을 함께 맞추는 적극 행정, 쌍방향 소통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이번 약가 개편안 수립 과정에서 R&D 비율을 확보한 '견실한' 제약사 다수는 "복지부나 식약처가 혁신적인 제약사, 산업 발전과 국민 건강에 진심인 제약사를 가려낼 기준은 있는지, 평가 자료는 갖췄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위수탁 제네릭을 핵심 매출 요인으로 한 속칭 페이퍼 컴퍼니, 종이 제약사와 진짜 제약사 간 옥석을 가려낼 수 있는 정부 행정이 지금까지는 제대로, 세밀하게, 거칠게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었다. 옥석을 가려 낼 섬세한 기준과 철학이 정부 머릿속에 있는지, 행정력은 갖췄는지에 대한 산업 신뢰가 전무한 상황에서 복지부가 당장 제네릭 약가를 40%까지 깎고 혁신성을 입증한 제약사를 우대하겠다는 개편안을 일방적으로 들이 밀며 도장을 찍으라니, 답답함과 공포감이 컸다는 토로마저 나왔었다. 복지부는 개편안 추진과 동시에 견실한 제약사를 제대로 구분하고 맞춤형 지원할 채점표를 다양하고 세밀하게 만드는 후속 행정에 나서야 한다. 복지부는 이번을 기회로 고품질 제네릭이 'K-파마슈티컬' 심장이자 산업과 고용의 미래를 지탱할 두 다리란 점을 각인하고, 제네릭 다품목 구조 해소를 위한 정부 행정의 맹점을 찾아내 해결하기 위해 제약업계와 긴밀히 소통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안게 됐다. 제네릭 가격만 깎아서 건보재정 절감과 신약 창출이란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방향의 정책 반복을 멈추고 합리적인 제약산업 육성, 약가제도 선진화 패러다임 대전환을 위한 실마리를 현장에서 찾는 복지부 행정을 기대한다.2026-04-01 06:00:40이정환 기자 -
[기자의 눈] 약가 깎고 R&D 늘려라…중소사 ‘퇴출 압력’[데일리팜=최다은 기자] 정부가 발표한 ‘약가제도 개선방안’은 분명 방향성만 놓고 보면 그럴싸하다. 제네릭 중심의 시장 구조를 개선하고 제약사들이 신약 연구개발(R&D)과 원료 자급화에 투자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단순 복제약 판매에서 벗어나 산업 체질을 바꾸겠다는 의도 역시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하지만 현장의 온도는 다르다. 정책이 제시한 유인책이 실제로는 상당수 제약사들에게 이중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제네릭 약가를 낮추는 대신 R&D 투자 비중이 높은 기업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약가를 보장하겠다는 구조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 비중이 높을수록 제네릭 약가를 더 인정받고, 이는 곧 기업 수익성과 직결된다. 문제는 이 구조가 모든 기업에 동일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일정 수준 이상의 R&D 역량과 자본을 확보한 상위 제약사에게는 보상이 될 수 있지만 중소·중견 제약사에게는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제네릭 약가 산정률이 기존 53.55%에서 45%로 낮아지고 후발 품목에 대한 계단식 인하 시점도 13번째로 앞당겨지면서 기본적인 수익 기반 자체가 축소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존 등재 품목까지 단계적으로 약가 인하가 적용되면 상당수 중소 제약사들은 당장 현금 흐름 악화를 피하기 어려운 구조다. 물론 정부는 ‘혁신형’과 ‘준혁신형’ 제약기업을 통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설명한다. R&D 비중이 높은 기업에는 최대 60% 수준의 약가를 보장하고 일정 수준의 투자 기업에도 우대 가산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선투자가 필요하다. 수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R&D 투자를 늘려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는 자금 여력이 부족한 기업일수록 접근하기 어려운 선별적 인센티브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주 수익원인 제네릭 약값은 깎이는데 낮아진 수익성을 보전받으려면 도리어 수십, 수백억 원이 투입되는 R&D 비중을 끌어올려야만 한다. 준혁신형 제약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따내지 못하면 시장에서 자연 도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구조가 산업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자본력이 있는 상위 제약사는 R&D 투자 확대를 통해 혜택을 극대화하는 반면 중소 제약사는 투자 여력 부족으로 오히려 시장에서 밀려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향후 11년간 2조4000억원 규모의 건보 재정을 절감하겠다고 공언했으나, 그 대가는 R&D 체력을 갖추지 못한 중소 제약사들의 생태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일각에서 정부의 이번 약가 개편이 국내 제약산업의 강제 구조조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현재 구조는 여력이 있는 기업만 더 성장할 수 있는 구조”라며 “중소 제약사들이 R&D에 참여할 수 있는 현실적인 지원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약산업의 R&D는 장기 레이스다. 단기간의 성과로 평가하기 어렵고,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투입해야만 결실이 나온다. 그런 점에서 이번 약가 개편안은 출발선부터 체력이 다른 기업들을 같은 트랙에 세워놓고 더 빠르게 달릴 것을 요구하는 셈이다. 더욱이 R&D 투자는 실패 가능성을 전제로 한다. 투자 대비 성과가 보장되지 않는 영역에서 수익 기반까지 약화된 기업이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기란 쉽지 않다. 결국 일부 기업은 생존을 위해 연구개발보다 단기 수익 확보에 집중하거나 사업 자체를 축소하는 선택에 내몰릴 가능성도 있다. 제네릭 난립을 줄이고 산업 구조를 고도화해야 한다는 방향성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속도와 방식의 문제다. 다만 일괄적인 약가 인하와 선택적 인센티브만으로 구조 전환을 유도하는 방식은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 중소 제약사들이 최소한의 투자 여력을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R&D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번 개편은 혁신 촉진이 아닌 산업 축소로 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약가를 낮추는 정책과 R&D를 늘리라는 요구가 충돌하지 않도록 추가 유인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2026-03-31 06:00:38최다은 기자 -
[데스크 시선] 제네릭 편견에 갇힌 약가제도 개편[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정부가 제네릭 약가 산정 기준을 특허 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의 53.55%에서 45%로 내리는 방안을 결정했다. 제약업계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제시한 초안과 유사한 수준으로 결정됐다는 평가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40%대로 낮추는 방안을 건강보험심의위원회에 보고했다. 이때 기등재 의약품의 약가 조정 일정 방안을 제시했는데, 제네릭 약가가 45~50% 수준에서 설정된 제품의 약가를 40%대로 인하하겠다는 로드맵을 공개했다. 제네릭 약가가 45% 이상인 제품도 약가 조정 대상으로 분류하면서 제네릭 약가 기준이 45%를 초과할 수 없다는 의지를 시사했고, 결론도 원안 범주 내에서 결정됐다. 제약업계는 53.55%에서 10% 인하된 48.20%를 감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다. 복지부는 지난 11일 건정심 소위원회에서 40%대 초중반의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제시했다. 결과적으로 복지부는 5개월 동안 소통했다는 알리바이를 완성했고, 결론은 초안이나 5개월 전의 안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제네릭 산정 기준 45%는 표면적으로 최고가격이 16.0% 인하된다는 의미지만, 정부의 복잡한 약가 인하 장치를 적용하면 실제 인하율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개편 약가 제도에서 최고가 요건 미충족 시 적용되는 인하율은 15%에서 20%로 확대된다. 2020년 7월부터 개편 약가 제도에 따라 제네릭 제품은 생동성 시험 직접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최고가를 받을 수 있다. 한 가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마다 상한가는 15%씩 내려간다. 2개 요건 모두 충족하지 못하면 27.75% 인하되는 구조다. 제네릭 산정 기준 45%와 기준 요건 미충족 인하율 20%를 적용하면 최고가 요건 1개 미충족 제네릭은 36%, 2개 미충족 제네릭은 28.8%로 낮아진다. 이때 최고가 요건 1개 미충족 제네릭의 약가는 현행보다 20.9% 인하되고, 2개 미충족 제네릭은 25.6% 떨어지는 것으로 계산된다. 개편 약가 제도에 더욱 강화된 계단형 약가 제도를 적용하면 후발 제네릭은 사실상 진입이 봉쇄되는 장치가 완성된다. 복지부가 2020년 약가 제도 개편 이후 내놓은 기준을 보면 ‘기준 요건 2가지를 모두 충족한 제품이더라도 기등재된 동일 제제 제품이 20개 이상이면 21번째 제품부터는 동일 제제 최저가와 38.69% 중 낮은 가격의 85%로 등재된다’라고 명시됐다. 현재 계단형 약가 제도가 처음 적용되는 21번째 제네릭은 38.69%에서 15% 인하된 32.86%가 적용된다. 최고가 53.33%와 비교하면 첫 계단형 약가 제도 적용 제네릭은 38.6%가 깎인다는 의미다. 22번째, 23번째 제네릭의 약가는 더욱 인하된다. 개편 약가 제도에서 13번째 제네릭은 최고가 요건 2개 미충족 제네릭 28.8%에서 15% 내려간 24.48%로 떨어지는 것으로 계산된다. 동일한 13번째 제네릭을 비교하면 현행 제도에서는 53.55%였던 비율이 개편 제도에서는 절반 이하로 낮아지는 구조다. 13번째와 14번째 제네릭은 최저가에서 38.6%씩 내려가면서 각각 14.98원, 9.20원으로 낮아진다. 최고가로 등재됐더라도 약가가 떨어지는 추가 약가 인하 장치도 추가된다. 복지부는 최초 제네릭 진입 시 경쟁 과열 방지를 위해 동일 제제 13개 초과를 유발한 제네릭에 대해 계단식 약가 인하에 준하는 산정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제네릭 등재 시 12번째 이내에 포함돼 최고가 45%를 받았더라도 다수 제품의 등재로 13개 초과를 유발한 제품은 1년 뒤 15% 인하된다. 가장 먼저 등재된 제네릭도 13개 이상 동시에 진입하면 1년 뒤 약가가 15% 인하될 수도 있다. 만약 45%의 최고가 요건을 확보했더라도 1년 뒤에 15% 내려간 38.25% 수준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현행 제네릭 최고가보다 28.58%가 인하되는 구조다. 정부가 약가 인하 장치를 동시 가동하면서 사실상 약가를 20% 이상 떨어뜨리고 후발 제네릭의 진입을 억제하는 꼼꼼한 설계를 완성했다는 불만이 제약업계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이번 약가 제도 개편 과정에서 정부의 제네릭에 대한 불편한 편견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제네릭 사용 증가만으로 문제가 된다는 위험한 인식 때문이다. 보건당국은 제네릭 약품비가 급증하면서 건강보험 재정 지출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를 반복적으로 내놓는다. 지난 2024년 제네릭의 약품비 지출액은 12조 4409억 원으로 2020년 9조 911억 원보다 36.8% 늘었다. 같은 기간 제네릭이 있는 오리지널은 5조 5960억 원에서 7조 468억 원으로 25.9% 증가했다. 제네릭 약품비 증가로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이 훼손되기 때문에 약가 인하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논리다. 하지만 오리지널보다 저렴한 제네릭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고 있다는 반박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실제로 아토르바스타틴, 클로피도그렐, 콜린알포세레이트, 로수바스타틴, 도네페질 등 주요 다빈도 전문의약품 5개 성분 16개 용량 중 14개의 작년 가중평균가가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낮게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저렴한 제품을 많이 사용할수록 가중평균가가 오리지널보다 낮아지는 구조다. 처방 현장에서 저렴한 제네릭 사용이 늘면서 가중평균가가 오리지널보다 낮게 형성되고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 기여하고 있는데도, 단순히 제네릭 약품비가 증가한다는 통계만 부각시켜 약가 인하 명분을 내세웠다는 지적이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작동하고 있는 강력한 허가와 약가 규제를 정부가 외면한다는 비판도 설득력을 얻는다. 2020년 7월부터 약가 제도 개편으로 제약사가 생동성 시험을 직접 수행하지 않으면 약가가 크게 떨어지는 구조 탓에 위탁 제네릭의 허가가 크게 감소했다. 2021년 7월부터 개정 약사법 시행으로 하나의 임상시험으로 허가받을 수 있는 개량신약과 제네릭 개수가 제한됐다. 이른바 '1+3' 규제로 불리는 새 규정은 하나의 임상시험으로 허가받을 수 있는 개량신약과 제네릭 개수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과거에는 특정 제약사가 생동성 시험을 거쳐 제네릭을 허가받으면 수십 개 제약사가 동일한 자료로 위탁 제네릭 허가를 받는 경우가 빈번했는데, 공동 개발 규제로 '제네릭 무제한 복제'는 불가능해졌다. 실제로 제약사들의 제네릭 시장 진입 시도가 크게 위축됐다. 전문약 허가 건수는 2019년 4,195개에서 2020년 2,616개로 38% 줄어든 이후 감소세가 계속되는 양상이다. 지난해 전문약 허가 건수는 747건으로 2019년과 비교하면 6년 새 82% 쪼그라들었다. 복지부는 제네릭 약가 제도 개편의 당위성을 높은 제네릭 약가 중심의 제약산업으로 지목하면서, 관련 근거 중 하나로 제약기업들의 과당경쟁 심화를 지목했다. 영업·생산 위탁 등으로 산업 진입이 쉬워지면서 소규모 기업 수가 대폭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가 제시한 자료를 보면 지난 2012년 완제의약품 생산 실적 10억 원 미만 업체는 54개로 집계됐는데, 2024년에는 121개로 12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생산액 10억 원 미만 업체의 비중은 2012년 18.9%에서 2024년 30.3%로 확대됐다. 하지만 세부적인 통계를 보면 최근에는 영세 제약사 수가 감소세를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완제의약품 생산 실적 10억 원 미만 업체는 2014년 51곳에서 1년 만에 124곳으로 수직 상승했다. 2016년부터 영세 제약사의 증가세가 주춤했고 2020년 137곳으로 다시 한번 증가했다. 하지만 2021년 133곳으로 전년 대비 4곳 줄었고, 2024년에는 121곳으로 4년 전보다 16곳 감소했다. 정부는 최근 규제 도입으로 인한 영향을 외면한 채 10여 년 전과 비교한 단순 수치만으로 제네릭 난립을 크게 부각시킨 것이다. 제약업계는 작년 정부의 약가 제도 개편 방침 발표 이후 수익성 하락에 따른 고용 감소, 연구개발 위축 등을 읍소하며 소통을 통한 정책 타협을 외쳤다. 제약업계는 산업이 실제로 입는 손실 데이터를 같이 보고 논의할 것을 제안했지만 정부는 외면했다. 오히려 정부는 정책에 유리한 통계를 기반으로 기존 정책을 고수했다. 정부는 기존 혁신형 제약사에 '준혁신형 제약사'라는 용어도 추가하면서 연구개발 기업의 약가 우대 당근도 제시했지만 실효가 있을지는 물음표다. 제약산업에 대한 낮은 이해도를 노출하면서 안 그래도 복잡한 제도가 더욱 복잡해졌을 뿐이다. 정부는 소통도 실패했고 업계를 이해시키는 데도 실패했다. 결국 정부 정책 전문성에 대한 불신만 커졌다.2026-03-30 06:00:40천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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