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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해당 약국 근무하는 약사'의 법적 범위필자가 변호사가 되기 이전 근무약사로 약국에 근무할 때 경험을 떠올려보면, 약국개설자인 약국장이 급한 사정이 생기거나 또는 피치 못할 약속이 잡혀 있는 경우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때, 근무약사인 필자가 근무함으로써 약국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데, 만약 약국에 근무약사가 없는 경우는 어떻게 대처 할까?여러 경우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 약사인 지인이 있는 경우 짧은 시간 약국개설자를 대신하여 약국을 맡아주는 경우가 종종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대처방법에서 약국개설자와 그 지인 약사에게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유의미한 판결이 내려져 이 글에서 소개하고자 한다.사건의 발단은 다음과 같다. A약사는 X약국을 운영하는 약국개설자이고, B 약사는 Y라는 약국을 운영하는 약국개설자이다. B약사가 개인 사정으로 인해 하루동안 자신이 운영하는 Y약국의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자 X약국에서 근무하는 근무약사 C에게 하루동안 근무를 부탁했다. 그런데 C가 Y약국으로 출근하기 이전인 오전 8시40분경 Y약국에 환자가 처방전을 제시하며 의약품 조제를 부탁했고, 이에 Y약국에서 근무하던 D 종업원이 A약사에게 위 의약품 조제를 부탁하여, Y약국에서 A약사가 의약품을 조제한 사건이다.이 사건에서 문제시 되는 부분은, A약사가 Y약국에서 의약품 조제를 했다는 부분이다. 즉, A약사는 Y약국의 개설자도 아니며 Y약국에서 근무하는 약사도 아니었기 때문에 약사법 제44조 제1항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약사법 제44조 제1항에서는 '약국개설자(해당 약국에서 근무하는 약사 나 한약사를 포함한다)가 아니면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판매하는 목적으로 취득할 수 없다'라고 규정되어 있다.위 사안에 대해 1심은 다음과 같은 사유를 들어 약사법 위반이라고 보았다. ①약사법은 약사가 아니면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제20조 제1항), 약국 개설자나 해당약국에 근무하는 약사가 아닌 자에 의한 의약품 판매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제44조 제1항 본문), 약국개설자는 그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하여서는 아니 된다(제50조) 등에 비추어 볼 때, 약사법 제44조 제1항 본문의 '해당 약국’은 ‘약국 개설자'가 개설한 약국에 한정되고, '해당 약국에 근무하는 약사' 역시 위 개설 약국에서 근무하는 약사로 한정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②'해당 약국에 근무하는 약사' 부분 중 '근무'에 관해서는 약사법에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나, 근무의 사전적 정의는 '직장에 적을 두고 직무에 종사하는 것'이고 이는 근로계약 또는 위임계약으로 직무에 종사하기 위한 일정한 법률상 계약관계가 성립하여야 한다.③국민보건위생상 관점에서, 전문의약품이나 일반 의약품 모두 약국마다 구체적으로 취급하는 종류가 다르기 마련이고, 해당 약국의 시설과 의약품에 대한 관리·보관 상태와 정도, 관리 기준 역시 약국별로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는 의약품 판매시 정한 각종 의무사항의 준수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의약품의 오·남용, 보관과 판매과정에서의 의약품의 변질 등 보건위생상 위험으로 연결될 수 있으므로, 약국관리의 중요성 측면에서 약사법 제44조 제1항의 '근무약사'는 약국 개설자에 의한 철저한 관리·감독 하에 있으면서 위와 같은 국민보건위생상의 우려와 위험성을 배제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약사로 해석함이 타당하다.위 사유들을 근거로 A약사는 Y약국의 적을 두고 직무에 종사하였던 것이 아닌 점, Y약국 개설자인 B약사와 A약사는 Y약국에 근무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을 체결한 상태가 아닌 점, A약사는 짧은 시간 동안 급작스럽게 의약품 판매를 하였으므로 B약사의 관리·감독 내지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는 점 등을 들어 A약사의 행위가 약사법에 위반된다고 판결하였다.그러나, 2심에서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위 판결과는 다른 결론을 내렸다.①약사법 제20조 제1항은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니면 약국을 개설할 수 없고, 같은 법 제44조 제1항은 약설개설자나 해당약국에 근무하는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니면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약사법 규정의 취지는 의약품의 판매는 국민보건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그 판매행위를 국민의 자유에 맡기는 것은 보건위생상 부적당하므로 이를 일반적으로 금지하고, 일정한 시험을 거쳐 자격을 갖춘 약사나 한약사에게만 일반적 금지를 해제하여 의약품 판매를 허용하는데 있다(대법원 1998. 10. 9 선고 97도 1967 판결 참조). 즉, 위 약사법 규정의 취지는 무자격자에 의한 의약품 판매를 방지하는데 그 주된 목적이 있다.②약사법 제21조 제2항은 원칙적으로 약국개설자로 하여금 자신이 개설한 약국을 관리하도록 하면서, 예외적으로 약국개설자가 그 약국을 관리할 수 없는 경우에는 대신할 약사를 지정하여 약국을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일정한 시험을 거쳐 자격을 갖춘 약사로 하여금 약국에서 취급하는 의약품을 관리하게 하면서 무자격자에 의한 의약품 등이 관리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막는데 그 주된 취지가 있다.③약사법 제44조 제1항의 해당 약국에 근무하는 약사의 구체적인 의미에 대해 아무런 규정이 없다.위 사유들을 종합하여 볼 때, 약사법 제44조 제1항에서 정한 '해당 약국에 근무하는 약사'는 약국개설자를 위하여 의약품의 조제, 판매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약사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고, 약사의 근무형태, 방식 근로계약의 내용 등에 따라서 '해당약국에 근무하는 약사'에 해당할 수 있는지 여부가 달라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1심 판결을 파기하고 2심판결에서 위 A약사의 행위는 약사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하였다.위 사건의 핵심은 결국 약사법 제44조 제1항의 '해당 약국에 근무하는 약사'가 반드시 약국개설자와 근로계약 내지는 위임계약을 맺고 일정한 근무형태, 방식, 근로계약의 내용 등에 따라서 근무하는 약사로 볼 수 있는 것인지, 그렇지 않다면 약국개설자를 위하여 의약품의 조제, 판매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일정 자격을 가진 약사의 경우에도 근무하는 약사로 의율할 수 있는 지 여부이다.1심 판결은 약사법 제44조 제1항의 '해당 약국에 근무'에 관하여, 근무의 사전적 정의와 함께 국민보건위생상의 관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당해 약국 개설자와 약사의 관계, 약국 개설자가 아닌 약사가 해당 약국에서 의약품을 조제·판매하게 된 경위, 조제·판매 기간과 횟수, 약국 개설자가 아닌 약사가 다른 약국을 개설하였거나 다른 약국에서 근무하는지 여부, 보수의 지급 여부 등 제반사정을 두루 고려함으로써 일시적 근로계약 내지는 약국 운영 위임계약이 체결되었는지를 구체적이고 개별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의미이다.이에 반해, 2심 판결은 근무에 관하여 그 의미의 정도를 광범위하게 보아, 약국 개설자를 위하여 의약품의 조제, 판매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약사를 의미한다고 보아, 무자격자가 의약품을 조제, 판매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무자격자에 의한 의약품의 관리, 판매, 조제 등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막는데 약사법의 취지가 있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약국 뿐만 아니라 모든 자영업자는 위 사건과 같이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하게 될 때가 많다. 다만, 다른 자영업자와는 다르게 약국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약사의 경우, 일정한 시험을 거쳐 자격 내지는 면허를 취득하고, 국민의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의약품을 조제·투약, 관리하고 있는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법률 및 제반 규정에 일정한 사항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은 경우, 행정처분이나 형사처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예상가능한 경우에는, 이러한 현실적인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법해석을 내릴 필요성은 분명히 존재하기 마련이다.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상고된 상황이고, 이로 인해 위 약사법 해석에 관한 법리 확정만 남은 상태이다. 대법원 판결 결과에 따라서, 과연 법 제44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해당 약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약사'의 범위가 법적으로 어떻게 해석되며, 판단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2020-02-10 09:59:30데일리팜 -
[데스크시선] 등재약 사후평가, 약제 특수성 반영해야[데일리팜=김정주 기자] 정부가 '의약품 사후평가 기준 및 방법 마련안'의 세부방안을 잡아가고 있다.지난해 말 제약업계와의 간담회 외에 공청회에서 발표했던 일정이 다소 지연되는 모습이지만, 정부를 둘러싼 여러 현안과 감염병 사태 등 우선 대처할 문제들을 고려해볼 때 현재의 행보에서 추진의지는 분명해 보인다.보건복지부와 심사평가원은 최근 있었던 2월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사후평가 가이드라인(안)을 보고하고 일부 변화와 시범사업 대상 선정 등에 대해서 추가로 언급했다.과거 기등재약 재평가를 준용하고 큰 골격은 계획했던대로 진행하되 JADAD(자다드 척도) 질평가와 같은 제약계 반발이 거센 부분은 당초 거론됐었던 것보다 유연하게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범사업 대상은 예상대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로 가닥잡혔다.그간 제약사들은 약제 사후평가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내비쳐왔다. 현재 보험권 안에서 진행되는 사용량-약가연동제도나 사전약가인하제도 등 사후관리제도와 중복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과 제외국 가격비교 시 실거래가 파악의 어려움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들이 그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평가 부문 중 효과(efficacy)와 보건복지부가 하려는 평가 중 효과성(effectiveness) 부문의 차이에 대해서도 여전히 이견이 존재한다. 희귀질환 치료제처럼 RCT(무작위 임상)가 힘든 약제들을 보편타당하게, 예측가능하게 평가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도 의문부호를 나타낸다.업계는 이미 임상적유용성과 비용효과성을 정부로부터 확인받은 약제를 또 다시 일관된 기준으로 재평가하겠다는 시작점부터 우려한다. 종착지엔 약가인하가 자리한다고 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목적에 부합하는 기준만 바꿔 다른 재평가 방안을 채택할 것이란 인식이 크다.이번에 정부가 시범사업으로 가닥잡은 콜린알포세레이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제제 특성상 RCT가 어렵기 때문에 일괄 기준으로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어떤 방법론을 채택할 지 관건이다. 식약처 허가를 유지하더라도 급여기준 재설정으로 일부 적응증에 급여가 제한될 수 있는 데다가, 최악에는 급여권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는 것은 이 제제가 넘어야 할 허들이 얼마나 복합적인 지 방증한다.업계는 출시된 지 5년 이상 지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품의 경우 식약처가 주관하는 품목허가갱신제에 의해 최근까지 유효성 검증을 재입증을 했지만, 이를 복지부와 심평원에 '효과성' 입증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지나친 규제라고 주장한다. 당국의 입장에선 뚜렷한 한 가지 규제이지만, 피평가자 입장에선 하나의 제제에 부처별로 제각각 평가를 하는 것으로 체감하는 게 당연하다.약제 환자 접근성이 빠르게 향상되면서 진입장벽의 무게추가 사후관리 강화로 옮겨가는 경향은 세계적으로도 거스를 수 없는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제약 현장 즉, 피평가자 입장에서 우려하는 이 같은 사안을 간과해선 안 된다. 모든 제도가 그렇듯 똑 부러지는 명쾌한 제도는 애초에 만들기 어렵다. 더욱이 기업 생존과 업계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칠 제도는 그만큼 정교하고 예외를 포용할 수 있는 원칙 설계가 중요하다. 이미 시작점을 찍은 이번 제도의 남은 설계에 업계 이목이 쏠린 이유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2020-02-10 06:15:23김정주 -
[칼럼]선진화된 'Track & Trace' 구축, 정부 과제한국 시장분석(Markets And Markets 'TRACK AND TRACE SOLUTIONS MARKET-GLOBAL FORECAST TO 2024')을 기반으로 Track & Trace 시스템은 제조, 포장, 물류 및 운송 과정을 포함한 의약품 공급망 전체에서 제품의 현재와 과거의 상태를 나타내주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일련번호와 묶음번호 등의 정보를 이용하여 제품의 위치를 추적한다. RFID와 바코드는 제품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가장 일반적인 Track & Trace 솔루션이다.Markets And Markets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Track & Trace 솔루션 시장 규모는 2019년 약 2조 5,000억 원(21억 6,000만 달러)에서 2024년 약 4조 9,000억 원(42억 1,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나라별로 Track & Trace 제도에 차이가 존재함에도 매 해 많은 비용을 Track & Trace 솔루션 시장에 투입하는 이유는 세계 의약품 유통시장에서 그 필요성과 효율성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일본 후생노동성의 연구에 의하면 2005~2010년 동안 전 세계에서 적어도 1,337명이 위조의약품으로 피해를 당했으며, 이 중 424명이 사망에 이르렀다고 한다. 피해 발생 국가는 개발도상국이 64%, 선진국이 36%에 달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또한 2017년 WHO 보고서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에서 판매되는 의약품의 1/10 가량이 위·변조 제품으로, 불법 의약품이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Markets And Markets는 정부의 엄격한 일련번호 규제 및 기준, 제약업체의 위조의약품으로부터 자기 브랜드 보호 노력, 포장과 관련된 리콜의 증가, 제네릭 및 OTC 시장의 성장이 Track & Trace 솔루션 시장을 확장시키는 주요 요소라고 말하고 있다.우리나라의 Track & Trace 시스템은 의약품 일련번호 표시와 공급내역 보고로 구성되어 있으며, 핵심은 ‘의약품 유통 투명화’이다. 현재 ‘제약업체 및 도매업체’(이하 ‘유통업체’라 함)는 의약품의 출고·반품·폐기 때마다 해당 의약품의 일련번호와 공급내역 정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라 함)의 의약품정보센터에 실시간 보고하고 있다.Markets And Markets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Track & Trace 솔루션 시장 규모를 2019년 약 380억 원(3,300만 달러)에서 2024년에는 약 720억 원(6,19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Track & Trace 솔루션 시장은 일련번호, 묶음번호 및 추적 프로세스의 관리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와 인쇄·표시 등 라벨러, 바코드 스캐너 또는 RFID 리더, 중량선별기, 모니터링 및 검증 등의 하드웨어, 그리고 자동 포맷 조정이 가능한 독립형 플랫폼으로 구성된다. 이외에도 일련번호와 묶음번호의 추적 및 보고로 구성된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이나 2D바코드, RFID, 선형 바코드로 구성된 기술(Technology)에 따라 구분할 수도 있다. 한편, Markets And Markets 보고서는 유통업체가 Track & Trace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솔루션 요소를 필요로 하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관련 규제 및 유통업체 이해당사자간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Track & Trace는 다양한 문제로 제약을 받고 있다.먼저, 유통업체는 의약품정보센터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활용할 수 없고, 한정적인 데이터만 얻을 수 있다. 제약업체는 자사의 제품에 대한 정보일지라도 실시간으로 유통정보를 받을 수 없으며, 심의를 거쳐야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더욱이 현재까지 의약품정보센터에서는 공급내역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 그로 인해 제약업체가 자사 제품의 구체적인 유통경로 등을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심평원도 최근 연구에서 제약업체가 의약품정보센터의 심의기간과 수수료, 제공받을 수 있는 데이터의 한계(종류, 1회 마다 반출 가능한 양)로 인해 불편을 겪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둘째, 의약품정보센터의 존재가 위조의약품을 어떻게 차단할 수 있는지 그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 위의 심평원 연구에서는 의약품 유통정보를 이용한 긍정적인 효과로서 위조의약품의 차단을 언급하고 있지만, 이를 위하여 해당 정보가 어떻게 활용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불충분하다.마지막으로, 정부기관이 의약품 유통정보를 효과적으로 얻기 위하여 또는 이용하기 위하여 유통업체에 모든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체가 의약품 일련번호와 공급내역 보고 제도를 실천하는 것은 간단한 과정이 아니다. L1~L5 단계의 Track & Trace 시스템 구현을 위해서는 보통 15~18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각종 운영체계를 통합하는 비용 외에도 유지 및 컨설팅 비용, 직원 교육비 등 막대한 초기 투자를 요구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Track & Trace 시스템 개발비용이 R&D 투자비용에 포함되지 못하고 있다.Track & Trace 솔루션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의약품 공급망 전체에 걸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기술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를 규제 차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시스템 구축을 위한 기술 및 재정 지원정책과 병행해야 한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의 일련번호 제도는 아직 약국이나 의료기관과 같은 요양기관이 참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상태이다. 요양기관이 입·출고 과정에서 일련번호를 점검하지 않으면 최종 유통단계에서의 위조의약품이나 불법 의약품을 차단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요양기관이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소비자 투약 및 사용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전체 의약품 공급망에서 Track & Trace가 시행되지 못하고 있은 상황이다.의약품 유통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들은 유통업체의 희생으로만 이뤄져서는 안 된다. 정부가 이해당사자에게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다양한 지원 속에 함께 이뤄가야 한다. 정부의 보다 근본적인 접근 방법이 요구된다. 이를 위하여 의약품 공급내역 보고에 대한 운영·관리를 민간과의 업무 분담 혹은 민간으로 이전하는 것은 제도 개선 차원에서 좋은 고려 사항이 될 것이다.(자료 정리 : 성균관대약대 제약산업학과 황재선 연구원) Track & Trace와 L1~L5 단계 - 'Markets and Markets'는 미국, 인도 등을 거점으로 하는 국제시장조사업체이다. IT, 의료 등 다양한 산업 영역에 대해 시장 동향과 규모, 기업 및 지역별 동향(북미, 미국, 유럽, 아시아, 중국, 일본)과 부문별 동향 등을 분석하여 보고서 형태로 발행하고 있다.-Track & Trace 솔루션에서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구성요소의 설비 수준을 나타낸다.L1 : 라인-레벨 하드웨어 시스템(프린터, 카메라, 스캐너, 중량선별기, RFID 리더)을 포함한다. L2 : L1 전체의 데이터 묶음번호를 컨트롤하는 소프트웨어를 포함한다. L3 : 일련번호 부여 소프트웨어를 포함한다. L4 : 다양한 비즈니스 프로세스 등 기능 영역을 제공하는 엔터프라이즈-레벨의 솔루션이 포함된다. L5 : 모든 일련번호 부여의 관리와 규제 데이터들을 외부 이해관계자와 이용할 수 있게 한다.2020-02-10 06:13:39데일리팜 -
[기자의 눈] 신종코로나와 제약사의 안전불감증[데일리팜=김진구 기자] 17번·19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제약사 직원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사실 관계는 파악되지 않는다.다만, 이들이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성형외과 관련 컨퍼런스에 참여했고, 질병관리본부가 의사가 아니라고 확인했다는 점에서 ‘제약사 직원이 아닐까’ 정도의 추측이 돌고 있는 상황이다.소문의 진위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제약사 영업사원이 슈퍼전파자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이로 인한 ‘파급력’이다.이미 적지 않은 제약사가 재택근무에 돌입했거나, 영업사원의 병원 방문을 자제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자사 영업사원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인 동시에, 이들로 인해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의도다.이런 조치를 취한 곳은 거의 대부분 글로벌제약사다. 국내사 중에는 삼일제약 정도만 재택근무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된다. 나머지 대다수 국내사는 ‘알아서 주의하라’는 정도의 조치만 취하고 있다. 병의원 방문 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소독제를 사용하라는 식이다.오히려 몇몇 국내사 경영진은 ‘위기는 곧 기회’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이번 사태로 인해 다른 제약사 영업사원의 병원 방문이 뜸해졌을 테니, 이 틈에 경쟁사 거래처를 공략하자는 것이다.궤변이다. 또한 너무나 위험한 도박이다. 만약 제약사 영업사원 중 확진자가 나온다면 그 파장은 해당 직원 하나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 자명하다.일반적으로 영업사원 한 명이 방문하는 거래처는 하루에 적게는 5곳 많게는 15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방문한 병의원과 약국의 의료진·환자·보호자 등을 감안하면 어림잡아 1000명은 직간접 접촉자가 될 것이란 계산이다. 이들 중 일부는 새로운 감염자가 돼 자신의 가정에서, 직장에서 가족과 동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것이다.기업의 수익 면에서도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다. 확진자가 나오면 해당 병의원은 문을 닫게 되고, 여기서 나오던 매출은 사라진다. 해당기업은 바이러스 확산을 조장했다는 비난도 받아야 한다.재택근무 혹은 병의원 방문 자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의 유일하고도 확실한 해결방법은 아니다. 다만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온 사회가 힘을 쏟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역행은 사라져야 한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 이번만큼은 틀렸다.2020-02-10 06:10:59김진구 -
[기자의 눈] 복지부 '복수차관제' 전문성 기대[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보건복지부 '복수차관제' 도입에 재차 불을 붙였다.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09년 신종플루, 2014년 에볼라바이러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에 이어 올해 신종 코로나 유행으로 감염병 이슈가 꾸준히 발생한 게 배경이다.복지부 내 보건과 복지를 별도 전담하는 2명의 차관을 두는 복수차관제는 꾸준히 논의된 의제다.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하는 안도 복수차관제와 함께 논의됐는데, 앞서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메르스 후속대책으로 필요성이 본격화했다.신종 코로나 사태 속 보건의료, 감염병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긴급상황이 아닌 평상시에도 방역 정책·인력·전문가 양성에 힘써야 한다"는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이 같은 지적은 처음이 아니다. 전국 단위 감염병 창궐 때마다 전문가 집단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 애초부터 정책과 재원을 투입해 국가 방역 시스템을 튼튼히 하고 전문인력 육성 환경을 만들라고 제언했다.지식과 경험, 전문성 없이 무방비 상태에서 직면하는 국제 감염병 이슈는 국민과 사회를 송두리째 혼란에 빠뜨린다.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근거 없는 유언비어가 대중 살갗 깊숙히 빠르게 파고들며 필요 이상의 공포를 낳는 동시에 국민과 정부, 국민과 전문가, 국민과 국민 간 불신을 키운다.이같은 혼란은 지역사회, 나아가 국가 전체 경제활동 위축으로 이어져 대부분의 감염병은 측정하기 어려운 수준의 사회 경제 마비, 손실을 초래해왔다.우리나라는 2015년 국내 첫 감염자가 발생한 메르스 때 감염환자 총 186명, 사망자 총 38명이란 쓰린 성적표를 받아 들었지만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국가 방역시스템이 미흡하고 중구난방"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실제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 신종 코로나 대책위원회의 보건의료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한 국립암센터 기모란 예방의학과 교수는 "메르스 당시 미국 질병관리센터(CDC) 등 해외 선진국은 국내 파견인력으로 한국 감염병 사례를 집요하게 질문, 연구해 각 국 선제 도입으로 대응력을 높이는 모습이 여실했다. 우리나라는 중동 외 가장 크게 메르스를 겪었지만 이번 신종 코로나에서 효율적인 대응 매뉴얼을 내놓지 못하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한 번의 실패를 경험했는데도 같은 내용의 실패를 반복할 우려가 크다는 비판이다.지금도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꾸준히 늘며 감염병이 진정 국면에 진입하지 못했지만, 사태 종료 후 감염병 대응 전문성을 더 키워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이 뒤이을 것으로 보인다.민주당이 향후 본격 추진을 예고한 복지부 복수차관제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 역시 '보건 전담 차관' 신설로 감염병 전문성이 제고할 기초를 닦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기본적으로 보건은 육성이 필요한 산업이자 국민건강 관련 이슈를 총괄하는 분야인 반면, 복지는 합리적인 분배에 무게가 실려야하는 분야로 일정부분 상충지대가 존재한다.보건복지부를 보건부와 복지부로 나눠야 한다는 지적도 이같은 상충지대가 영향을 미쳤다.부처를 쪼개지 않더라도 조직개편을 거쳐 '보건 차관'과 '복지 차관'을 따로 둔다면 이같은 상충지대를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보건 전담 차관에게 전세계 보건산업 이슈를 한 눈에 살피고 감염병 등 신종 질환 최신 정보를 기존 대비 빠르고 정확하게 입수할 수 있는 '선택과 집중' 권한이 부여되는 따름이다.질본을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는 것 역시 세계 대유행 감염병 발생 시 콘트롤 타워를 질병청으로 단일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방역 효율성 향상이 기대된다.과거 복지부 산하에 있었던 식품의약품안전청을 식약처로 승격해 신약개발 강국을 기치로 내거는 등 의약품 안전관리와 경쟁력 강화 기틀을 마련한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물론 지나치게 복지부 조직이 비대화하고 불필요한 예산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도 전혀 타당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그럼에도 긴급상황 외 '평상시 대응력'을 제고할 정책기획력과 실천력을 갖춘 복수차관제가 전향적으로 논의된다면 되레 신종 감염병으로 발생할 천문학적 단위 사회·경제적 피해를 줄일 확률을 대폭 높일 수 있을 것이다.민주당은 신종 코로나가 진정 국면으로 진입하는대로 자유한국당 등 야당과 복수차관제, 질본 청 승격 등 정부조직개편 논의에 착수할 방침이다.현재 복수차관제 운영 부처는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외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5개다. 행정안전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부처 내 차관급 기구를 별도 운영중이다.복수차관제 운영 사례의 면밀한 분석을 토대로 실효성 있는 조직개편에 성공하고 보건산업·감염병 대응 전문성을 크게 강화한 복지부 복수차관제 도입을 기대해 본다.2020-02-07 16:19:29이정환 -
[기자의 눈] 전염병 시대, 마스크에 맡긴 약국 안전[데일리팜=김민건 기자]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세계로 확산하며 5일 오전 국내에서만 18번째 확진자가 나왔다.지난 1월 23일 명절 전날 취재차 찾은 명동은 해외 여행객들이 줄을 서서 마스크를 구매할 정도로 대란이 벌어졌지만 전염병 유행 징조로는 보이지 않았다. 당시 이렇게까지 심각한 사태로 돌아갈지 알 수 없었지만 우리는 앞서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세계보건기구(WHO)는 21세기를 '전염병 시대'라고 했다. 2002년 사스(SARS), 2009년 신종플루(H1N1), 2012년 메르스(MERS), 2020년 신종코로나까지 약 20년 동안 4개의 전염병이 전세계를 휩쓸었다. 이 가운데 우리도 적지 않은 가족과 친구를 잃어야 했고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보건당국이 신종코로나를 막기 위해 공항 등에서 방역체계를 가동하긴 했지만 설 연휴 기간 수많은 환자와 일반인들이 오간 약국은 감염 위험에 노출됐다. 현재 3번, 12번, 14번, 16번 환자 등이 다녀간 약국과 요양기관은 문을 닦고 소독 방역을 받았다. 일부 약사 또는 근무자들도 자가격리된 상태에서 2주간 능동감시를 받고 있다.2009년 메르스 확진환자가 다녀간 약국에서 격리 조치가 취해진 약사는 물론 가족과 약국을 이용한 환자까지도 불안함 속에 불편을 겪어야 했다.선별진료소를 운영하는 상급병원에 비해 약국 등 1차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기관은 전염병 감염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정보 공유, 교육, 감염 확산 예방을 위한 기초적이면서도 필수인 마스크·손소독제 공급 시스템은 없다시피 하다. 약사들이 알아서 준비하고 대비해야 한다.신종코로나가 확산하고 있다. 현재도 약국에서는 손소독제와 마스크 공급에 애를 먹고 있다. 명동에서 만난 한 약사는 "약국에서 사용할 손소독제와 마스크조차 구하기 힘들다"며 걱정을 떨치지 못 했다.감염병 대응 1차 방어선일 수 있는 약국에서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방역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약사회 차원에서 국가 전염병 사태 발생에 대처할 수 있는 지속적인 교육 등 대비가 필요하다. 보건당국은 해외 전염병 발생 시 약국에 관련 내용을 선도적으로 전파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질본 메르스 대책반은 '2018년 국내 메르스 의심환자 감시 및 대응 결과' 보고서를 통해 의심환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해 신고한 경우 밀접접촉자는 23.3명으로 1339나 보건소를 통했을 때인 17.5명 보다 많다고 분석했다대책반은 "의심환자를 얼마나 조기에, 접촉자를 최소화해 인지하고 후속 조치를 시행하는 것이 메르스 감시, 대응 체계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라고 강조했다.이미 외국과의 교류가 많아지고 이동 시간도 단축되면 전염병은 순식간에 확산하고 있다. 우리 시대 가장 큰 문제는 전염병 대응이 될 것이라는 경고는 계속되고 있다.무엇보다 동물을 통한 전염은 방어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 한 인간에게 치명적인 경우가 많다. 앞으로 어떠한 전염병이 동물에서 변이해 인간에게 감염을 일으킬지 모를 일이다. 그리고 또 다른 전염병 사태가 시작될 것이다.약국에서 약사 안전을 확보하는 방안과 전염병 대응, 정보 전달을 체계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2020-02-05 12:05:49김민건 -
[기자의눈] 영업사원 자살과 사건 보도의 딜레마[데일리팜=어윤호 기자] 안타까운 일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4명의 다국적제약회사 영업사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는 알려지고 확인된 최소 수치다.이들 고인의 회사와 극단적인 선택의 상황은 각기 다르다. 다만 공통점을 꼽자면 자살의 이유가 '회사'라는 주장이 있었다는 점이다.자살 사건의 보도는 언론사와 기자 입장에서도 다루기 까다롭고 불편하다. 보도에 대한 신중함이 필요하다. 데일리팜 역시 4건의 사고를 모두 다루지는 않았다. 보도가 이뤄지더라도 첫 기사는 해석과 추정을 배제한 사실의 전달 수준으로 작성된다.그럼에도 보도 자체에 대한 딜레마는 여전하다. 고인 다음으로 중요한 유가족의 마음 때문이다. 물론 유가족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기사화를 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오히려 언론의 무관심이 그들에게 상처를 입힐때도 있다.반면 사건을 모르는 지인, 혹은 주변인이 기사를 보고 고인을 추정할 수 있는 '단어' 하나가 노출되는 것도 원치 않는다면, 보도의 적법성을 떠나 윤리적인 배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확실한 것은 죽음을 '이용'하면 안 되지만 극단적 선택의 '이유'가 있고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또한 이처럼 비극적인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조성하는데 언론은 힘을 보태야 한다.자살은 슬픔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노동조합과 회사의 대립이 격화되며 죽음의 책임을 둔 공방이 이어진다. 고인의 선택이 실적압박, 감원 등 원인에서 비롯됐다 하더라도, 이를 회사의 '귀책'으로 결론짓는 것은 또 다른 얘기다.그래서 언론이 관찰자가 돼야 한다. 죽음의 사연을 기반으로 노사의 주장을 듣고 공방의 결론과 후속 조치를 지켜보는 눈이 있음을 인지시켜 줘야 한다. 다시 한번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제약업계 자살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길 기원한다.2020-02-03 06:19:43어윤호 -
[데스크시선] 바이러스, 공포와 공존의 두 얼굴[데일리팜=노병철 기자]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 따르면, 인간은 창조가 아닌 환경과 필요에 의한 변이를 거듭하며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다. 인류의 역사는 300만년 전으로 추정되지만 현생 인류는 4만년 전 불(火)과 도구와 문자를 사용한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크로마뇽인)가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기서 주목되는 점은 불의 사용인데, 날것을 익혀 먹으면서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로부터 1차원적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고대와 근대에 이르러 크고 작은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항생제·항바이러스제'가 개발돼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일명 '우한폐렴'으로 알려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중국 내 확진자가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판데믹(대유행) 발생도 우려되는 상황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는 지난해 12월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의 원인 바이러스로, 인체 감염 7개 코로나바이러스 중 하나다. 이는 2019년 말 처음 인체 감염이 확인됐다는 의미에서 '2019-nCoV'로 명명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 1월 중국 우한에서 집단 발병한 폐렴의 원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확인됐다고 밝힌 데 이어, 해당 질환이 인간 대 인간으로 전염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는 중국이 학계를 통해 공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자염기서열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박쥐 유래 유사 코로나바이러스와 가장 높은 상동성(89.1%)이 있음을 확인했다. 아울러 사람 코로나바이러스 4종과의 상동성은 39~43%로 낮았으며, 메르스와는 50%, 사스와는 77.5%의 상동성이 나타났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아데노·리노바이러스와 함께 사람에게 감기를 일으키는 3대 바이러스 중 하나다. 이는 동물과 사람 모두에게 감염될 수 있는데, 인간 활동 영역이 광범위해지면서 동물 사이에서만 유행하던 바이러스가 생존을 위해 유전자 변이를 일으켜 사람에게로 넘어오기도 한다. 예컨대 사스(박쥐와 사향고양이)와 메르스(박쥐와 낙타)가 이에 해당한다.통상적 계절독감 사망률은 0.1% 정도며, 세계적으로 매년 약 25만~50만명이 독감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한다. 국내에서도 연간 3000명 정도가 독감에 걸려 목숨을 잃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력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는 낮지만,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보다는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WH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비 R0 추정치를 1.4~2.5로 밝혔는데, R0가 1보다 크면 전염병이 감염자 1명에게서 다른 사람 1명 이상으로 전파된다는 뜻이다. 사스의 경우 R0이 4였고, 메르스는 0.4~0.9로 알려져 있다.이를 바꾸어 말하면 정부의 치밀한 방역 시스템과 개인위생 관리에 만전을 기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방증이다. 그런데도 과도한 포비아(공포심) 유발의 저변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신종'이라는 '처음 접하는 미지'로 귀결된다. 바이러스는 보통 두가지 변이를 일으키는데 항원표류와 항원변천이 그것이다. 이중 가장 염려되는 것은 항원변천인데, 감염자의 면역기능을 크게 무력화시키고, 전이가 빨라 대유행인 판데믹을 유발해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9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신종플루에 의한 치사율은 계절독감 보다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차분 대처의 역사적 역설이기도 하다.바이러스 판데믹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사례가 스페인 독감이다. 1918년 3월 미국 시카고에서 창궐한 스페인독감은 3000여만명의 목숨을 빼앗았다. 1차 세계대전의 사망자 수보다 세 배나 많다. 스페인이 바이러스의 발원지는 아니었지만 스페인 언론이 이 사태를 깊이 있게 다루면서 이름이 붙여졌다. 한국에서도 무오년 독감(戊午年 毒感)이라고 불렸고, 국내에서는 740만명이 감염됐고 14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한 세기가 지난 지금의 방역시스템과 대증요법의 발전을 적극 감안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그렇다면 예방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 난항인 이유는 뭘까. 바이러스는 크기도 작고 복제 주기가 짧아 빠른 속도로 변한다. 또 다른 살아있는 세포가 있어야만 그것을 이용해 번식할 수 있고, 일반적 배지에서 바이러스만 단독으로 배양할 수 없어 연구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유전정보가 단순해 조작이 쉽고 효과가 높아 분자생물학 실험에서 중요한 도구로 쓰임이 많다. 암 용해 바이러스도 개발 중이며, 몇 개는 임상시험 중이다. 세균은 무생물, 공기, 육체 등에 존재하면서 번식하지만, 바이러스는 생물 간 이루어지는 병원체로 타액, 접촉에 의해서 번식한다. 즉, 동물을 포함한 인간도 바이러스의 숙주인 셈이다.바이러스는 현미경의 발명과 함께 17세기 중반 그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한 여과성 병원체다. 크기는 0.01~0.2μm 정도며, 세균과는 달리 너무 작아서 19세기 말에 와서야 작아서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병을 일으킨다는 것을 알았고, 20세기 들어 전자현미경이 개발된 뒤에야 드디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흥미로운 부분은 인간 DNA 중 정크 DNA에 고대 바이러스의 DNA가 섞여 있는 점이다. 파리와 인간의 DNA만 해도 60% 정도가 동일하다. 또 이런 바이러스 때문에 인간이 생존할 수 있기도 하다. 특히 HERV-FRD란 내생 레트로바이러스는 산모와 태아 간에 단백질 막을 형성해 산모의 면역반응으로부터 태아를 보호한다.후천적으로 바이러스의 DNA가 숙주의 핵에 영구적으로 존재할 수도 있다. 물론 개체 전체의 유전자 변형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국지적인 부분에 한정된다. 증식을 위해 끼워 넣은 DNA가 어떤 이유에서 전부 혹은 일부가 계속 남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숙주의 몸에서 아무런 효용가치가 없는 서열로 남아 이리저리 섞이다가 돌연변이원으로 작용해 암을 일으킨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아주 드물게 생식세포를 감염시키고 그것이 이롭게 작용할 수도 있다. 특히 탯줄이 이런 경우이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잠복기(2~14일·추정)가 길고, 무증상 감염 유발·치사율에 대한 통계가 없다. 백신·치료약이 없다는 점도 막연한 공포심을 일으킨다. 감염 증상은 기침·발열·폐렴 등 감기의 재증상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1500만명의 인플루엔자 환자가 발생해 14만명이 입원, 8200명이 숨졌다. 신종플루의 경우 74만835명이 확진 판정을 받고 263명이 사망했다. 독감 바이러스도 완벽한 백신·치료제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는 독감에 걸렸다고 유난을 떨지 않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호들갑과 무서움이 아니라 극복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슬기롭게 이번 사태를 대처하는 길 뿐이다.2020-02-03 06:15:00노병철 -
[기자의 눈] 'R&D 정보공개' 정공법이 답이다[데일리팜=안경진 기자] 코스피 상장사인 한올바이오파마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안구건조증 신약후보물질 'HL036'의 임상3상 탑라인 결과를 공개하는 과정이 투명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한올바이오파마는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안구건조증 신약 HL036의 임상3상 탑라인 결과가 성공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객관적지표와 주관적지표 모두에서 각각 통계적 유의성이 입증됐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닷새 뒤 기자간담회장에서 일차유효성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번복했다. 이 같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한올바이오파마 주가는 하한가로 직행했다. 시가총액은 하루만에 4500억원 가까이 증발했고, "투자자들을 기만한 것 아니냐"는 원색적인 비난도 쏟아졌다.한올바이오파마 입장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이번 임상 결과를 기반으로 상업화를 추진한다고 밝힌 적이 없었다. 애초부터 추가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었던 만큼 이번 임상의 주평가지표 미충족이 시장에서 신약개발 실패로 받아들여질까 조심스러웠을 수 있다. 지난해 에이치엘비, 헬릭스미스, 메지온 등 많은 신약개발기업들이 3상임상 단계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투자자들의 냉담한 반응을 체감한 터라 임상 결과를 전달하는 방식에 고민이 많았을 것이라 생각한다.한올 측이 내놓은 해명대로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안구건조증 임상의 평가변수로 다양한 지표들을 인정해 왔다. 안구건조증 신약 '레스타시스' 개발사인 엘러간도 2002년 FDA 허가에 앞서 총 3번의 3상임상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2상임상과 첫 번째 임상3상에서 안구건조증 관련 다양한 평가지표에 대해 폭넓게 평가한 다음, 주평가지표를 확정하고 추가 임상을 통해 통계적 유의성을 반복 입증하는 형태다.한올바이오파마가 개발 중인 'HL036' 역시 이번 임상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한 각막전체염색지수(TCSS)와 안구건조감지수(EDS) 등을 주평가변수로 설정할 경우 2번째 3상임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확보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FDA와 협상을 통해 이차유효성평가변수의 유용성을 인정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건의 임상실패만으로 한올바이오파마가 그간 보여준 신약개발 능력을 폄하할 필요까진 없다는 얘기다.다른 질환군으로 눈을 돌려보면 바이오젠은 알츠하이머 신약후보물질 '아두카누맙'의 성공 가능성이 없다는 무용성평가 결과에도 불구하고 추가 데이터를 확보해 FDA 신약허가신청(BLA)을 추진하고 있다. 임상시험에 대한 규제당국의 평가가 갈수록 유연해지면서 임상데이터가 다소 미흡하더라도 상업화를 시도하는 사례도 조금씩 늘어나는 분위기다.그럼에도 투자자들과의 소통과정에서 드러난 한올바이오파마의 태도는 세련되지 못했다. 탑라인 결과 발표의 핵심은 일차유효성평가지표 달성 여부다. 정석대로라면 "일차유효성평가지표였던 각막하부염색지수(ICSS)가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라는 발표가 먼저여야 했다. 이후에 "주평가변수는 아니지만 각막중앙부염색지수(CCSS)와 각막전체염색지수(TCSS)에서 유의성이 확인됐고, 안구건조감지수(EDS)에서 유의성이 입증됐다. 후속 임상에서 TCSS와 EDS를 주평가변수로 설정할 수 있는 근거가 확보됐기 때문에 이번 임상시험 결과가 '성공적'이라고 판단한다"라는 입장을 표명해도 충분하지 않았을까.지난 몇 년간의 학습을 통해 신약개발을 바라보는 국내 투자자들의 눈높이는 많이 높아졌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임상 결과 발표는 당장의 주가 하락을 막을 수 있을지는 모르나 투자자들의 신뢰형성으로부터는 멀어질 수 밖에 없다. 그 후폭풍은 고스란히 신약개발 기업들이 떠안게 될 것이다. 달라진 눈높이에 걸맞게 IR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2020-01-31 06:10:11안경진 -
[기자의 눈] '제2 메르스' 사태 막으려면 신뢰가 필수[데일리팜=이혜경 기자] 국내에서 중국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네 번째 확진자가 나오면서 2015년 겪었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려를 넘어서 메르스 사태를 경험한 국민들과 병·의원, 약국 등 요양기관까지 공포에 떨고 있다.우한폐렴은 지난해 12월 31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원인불명의 폐렴(이하 우한폐렴)환자 27명이 격리치료중 이라고 발표한 데 이어, 올해 1월 10일 우한폐렴 첫 사망자가 중국 내에서 발생하면서 이슈가 됐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중국에서 발생한 사건이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우한폐렴이 '제2의 사스', '제2의 메르스'로 불리면서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될줄은 몰랐다.우리나라 국민들이 관심을 두기 시작한 때는 1월 20일 국내에 입국한 중국인 여성(35)이 우한폐렴 첫 확진자로 확인된 이후부터다. 이 당시까지만 해도 우한폐렴은 주요 일간지에서 다루고 있던 '아이템'이었고, 전문지에서는 우한폐렴 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기사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24일 두 번째 확진자(남성·55), 26일 세 번째 확진자(남성·54), 27일 네 번째 확진자(남성·55)까지 연이어 나오자 모든 언론사가 우한폐렴 기사를 쏟아냈다. 언론에서부터 '제2의 메르스' 사태가 재현된 느낌이다.5년 전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언론인으로서 다짐한 게 있다.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국민들에게 전달하자. 거짓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 정부가 제대로 된 정보를 발표하고, 국민들은 거짓 정보에 동요하지 않고 공식 발표를 신뢰할 수 있도록 '교두보' 역할을 해야 하는 게 언론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러한 마음은 여전히 변화가 없다.정부는 메르스 사태보다 빠르게 우한폐렴을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우한폐렴 첫 확진자 발표 이후 감염병 위기 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시킨 데 이어 지난 27일 네 번째 확진자 발생으로 '경계'로 격상하고 국립중앙의료원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기관'으로 지정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본부장을 맡는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설치됐다. 모든 게 첫 확진자 발생 이후 7일 만에 이뤄낸 결과다. 국민들은 우한폐렴 공포에 떨기보다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http://www.cdc.go.kr/)를 통해 발생동향, 보도자료 등의 정보를 확인해 우한폐렴 확산방지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국민과 정부, 언론의 신뢰뿐 아니라 의료 현장에서 헌신하고 있는 의료인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국내 첫 확진자 발표 다음 날인 2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요양기관에 안내문을 배포하고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를 통해 우한폐렴 발생지역 입국자 정보 확인을 당부했다. 하지만 법으로 DUR 사용을 강제하고 있지 않아, 일부 병·의원, 약국은 DUR을 설치해놓고도 꺼놓거나, DUR 프로그램 내 해외여행력정보제공 전용 프로그램(ITS)을 'OFF'로 해놓고 있다. 심평원에 따르면 의료기관의 30%가 ITS를 활용하지 않는다. 지금이라고 요양기관에서 DUR 시스템 내 ITS를 'ON'으로 바꿔 우한폐렴 감염병 발생지역 입국자 정보를 받아 더 빠른 시일 내 감염자 접촉을 막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우리 국민들은 5년 전 자고 일어나면 메르스로 사망하는 환자의 소식을 접하면서도 이겨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한폐렴은 중증 폐렴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지만 치료할 백신은 따로 없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환자 상태에 따라 항바이러스제, 항생제 등을 투여하면서 2차 감염을 예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 국민들이 정확한 정보만 선별하면서, 감염병 예방 수칙인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2020-01-28 17:54:25이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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