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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식약처에 약사가 부족하다는데...[데일리팜=이혜경 기자] 요즘 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을 가면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있다. 약사들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지방청은 식품과 의약품 등 제조·수입업 및 제조·수입 품목의 허가 및 사후관리 뿐 아니라 행정처분까지 다양한 전문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특히 의약품 등 현장 감시를 진행하거나 현장기술 및 실사 지원, 상담 등을 실시하기 위해선 약사 출신 약무직의 손길이 더욱 필요할 때가 많다. 하지만 지방청에서 약사들을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올해 3월 기준 식약처 공무원 총 2018명 가운데 약사 출신 공무원은 246명, 공무직은 10명에 불과했다. 이들 중 6개 지방청에 배치된 인원은 28명 뿐이었다. 나머지 인원은 본부 직속 등 64명, 의약품안전국 51명, 바이오생약국 25명,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78명으로 흩어졌다.지방청에서 약사를 만나기 어려운 이유다. 서울지방의약품안전청장도, 경인지방의약품안전청장도 입 모아 약무직이 부족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자신감 있게 현 상황에서 약무직을 제대로 채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못했다.약무직 처우 개선에 대한 지적은 올해 국회 국정감사 지적사항이기도 하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약학대학이 6년제로 개편됐는데도 약무직 채용 직급 조정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약학대학 학제가 과거 4년제에서 6년제로 개편되고 임상약학 전문 업무도 고도화됐지만 약무직 처우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 7급으로 채용되고 있기 때문이다.특수업무수당 조정도 약무직 채용의 길을 여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는 제도 개선 방안 중 하나다.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약무직 면허수당은 1986년 최초 책정된 월 7만원에서 37년 동안 변함없다. 의사 수당은 최저 60만원에서 최대 95만원까지 지급하도록 책정된 것과 비교하면 형평성에서 어긋난다는 지적이 일기도 한다.식약처는 다른 기관과 달리 전문인력이 필요한 규제기관이다. 식약처 의료제품 허가심사 인력은 305명으로 미국 FDA 8051명, 일본 PMDA 566명과 비교하면 턱 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약무직 채용 직급 조정과 특수업무수당 조정이 직접적으로 약무직 채용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모르지만, 다양한 개선안을 마련해 약무직의 처우를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2022-10-31 17:46:08이혜경 -
[기자의눈] 어설픈 약가인상, 감기약 공급확대 어려워[데일리팜=이탁순 기자] 감기약 수급 문제가 좀처럼 풀리지 않으면서 정부가 최후의 카드로 약가 인상을 꺼냈다.일단 가격이 저렴한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약제에 대해 상한금액 조정 신청을 받기로 한 것이다.정부는 그동안 코로나19로 부족한 감기약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수급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생산업체에는 GMP 조사를 완화하는 등 지원책을 써왔다. 또한 사용량-약가 연동제 적용 시 코로나19 환자에게 사용한 물량은 제외하도록 하는 내용도 반영될 예정이다.하지만 감기약 부족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급기야 국정감사에서 오유경 식약처장이 쓸 수 있는 카드는 다 썼다며 약가 인상을 거론하기에 이르렀다.약가인상 주무 부처인 복지부가 아닌 식약처 수장이 이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그간 감기약 생산확대 지원방안의 한계와 답답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문제는 보여주기 식 약가인상으로는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정 신청을 받기로 한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의 상한금액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현재 아세트아미노펜 0.5그램은 정당 11원~32원, 0.16그램은 정당 26원, 0.325그램은 정당 29원, 0.65그램은 43~51원에 그치고 있다.0.65그램의 경우 약국 판매용이 정당 200원으로 4배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제약사 입장에서는 조제용 판매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약국 판매용 제품에 더 비중을 두거나 아세트아미노펜 대신 다른 비싼 처방약을 더 공급하는 것이 수익 향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따라서 이번 약가인상이 정부의 생색내기에 그친다면 공급 확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전반의 시각이다.이왕 약가인상 카드까지 꺼낸 만큼 인상률 역시 공급자를 배려하는 수준이 돼야 한다.더불어 약가인상까지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모든 행정절차를 거쳐 내년 2월 인상안이 적용된다면 코로나19 유행 속도를 감안할 때 너무 늦은 측면이 있다. 물론 엄격한 심사와 원활한 공급에 대한 협상이 필요하지만, 당장 공급 확대 효과를 보기 위한 조치라면 절차를 과감하게 생략할 필요가 있다.더욱이 공급자가 가격인상이 적용될 때까지 제품을 쌓아 놓고 판매를 미룰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신속한 조치가 더욱 선행돼야 한다.이를 방지하기 위해 약가인상과 함께 제약사도 공급 확대 확약을 해야 한다.이번 감기약 약가인상은 공급 확대에 따라 환자와 요양기관이 제 때 약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공익적 측면이 크다. 이를 잘 인식해 정부와 제약회사는 이번 약가인상이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협력하기를 바란다.2022-10-28 16:22:43이탁순 -
[기자의 눈] 불확실성 커지는 서울제약[데일리팜=이석준 기자] 회계처리기준 위반행위로 인한 증권선물위원회의 검찰 고발, 금융위원회의 과징금 27억 부과, 한국거래소의 거래 정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조사 기간 연장, 수출 계약 해지.서울제약에 악재가 끊이지 않는다. 모두 10월에 발생한 일이다. 잇단 악재에 기업 불확실성도 커진다.대표적 불확실성은 거래 재개 여부다. 회사는 27일부터 거래 재개로 리스크 해소를 기대했지만 거래소는 조사 기간 연장을 결정했다. 거래소는 내달 16일까지 서울제약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최악의 경우 장기간 거래 정지가 지속될 수 있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되면 한국거래소는 기업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상장 폐지 또는 개선기간 부여 등을 결정하게 된다. 관련 절차를 모두 마칠 때까지 주식 거래는 중단된다. 서울제약은 거래 재개를 위한 과제를 수행해야한다. 사안은 다르지만 거래 재개까지 신라젠은 2년 5개월, 코오롱티슈진은 3년 5개월의 시간이 걸렸다.불확실성은 다른 곳에서도 터져 나왔다.대표적으로 수출건이다. 거래 재개 여부 결정 하루 전 서울제약은 수출 계약 해지 공시를 냈다. 이로써 수출 계약은 4년 새 6건이 없던 일이 됐다. 합계 규모는 350억원 정도로 회사의 지난해 매출(405억원)과 비슷하다.잇단 계약 해지로 남은 수출건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특히 2017년 6월 중국 업체와 맺은 1111억원 규모 발기부전치료제 구강붕해필름 판매공급 계약이 그렇다. 현재까지 서울제약이 맺은 공급계약 중 규모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이행 여부에 따라 기업 가치가 요동칠 수 있다. 계약 당시 공시가 발표되고 서울제약은 상한가를 기록했다. 수출 계약이 해지될 경우 기업가치 하락은 자명하다.실적도 불확실성이 생겼다. 올 반기 모처럼 실적 반등 발판을 마련했지만 과징금 변수가 발생했다. 서울제약은 올 반기 영업이익 3억원으로 흑자 전환 발판을 마련했지만 과징금으로 흑자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적자를 내면 2년 연속 영업손실이다.잇단 악재로 불확실성이 커진 서울제약. 시장의 신뢰도 낮아지고 2020년 초 새 주인이 된 사모펀드 큐캐피탈의 머리도 복잡해지고 있다.2022-10-27 06:00:08이석준 -
[데스크시선] 고덱스 급여재평가와 앵커링 효과[데일리팜=노병철 기자] 2022년도 심평원 급여적정성 재평가 사업이 마무리됐다. 올해 재평가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를 꼽으라면 단연 셀트리온제약 고덱스캡슐을 들 수 있다. 재평가 목록에 이름을 올린 이 약물은 지난 7월 약제급여평가위원회로부터 급여적정성 불인정 심사결과를 받았다. 이후 셀트리온제약은 이의신청을 제기했고, 지난달 극적으로 주성분에 대한 임상적 유용성을 인정받으며 기사회생됐다. 자칫 보험급여 삭제라는 일대 파란과 충격은 막았지만 12%(356원→312원) 수준의 약가 삭감은 감내해야 할 몫으로 떨어졌다.지난해부터 향후 3년 간 계획된 급여적정성 재평가 사업은 ▲청구금액의 0.1%인 200억원 이상 ▲A8국가 중 1개국 이하의 급여 성분 ▲정책·사회적 요구·유용성 미흡 지적 약제 등이 기본 선정기준이다. 즉 이번 재평가는 제외국의 임상적 유용성·의약품 가격 등을 국내 출시 약물과 비교해 합리적 약가를 도출하겠다는 보건당국의 의지 표출이 담겨 있다. 아울러 비교약물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약가를 받고 있는 제품에 대한 급여삭제·삭감으로 건보재정 건전성 확보에 그 핵심 목적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이번 재평가의 당위성·합목적성은 충분히 공감이 간다. 그런데 실행 과정에서의 세부 방향성은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일명 '앵커링 효과(정박효과·닻 내림 효과)' 노림수가 그것이다. 행동경제학의 대표적 용어인 앵거링 효과는 닻을 내린 배가 많이 움직이지 못하는 것처럼 최초에 제시된 숫자가 기준점 역할로 작용해 합리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고 이후의 판단에 영향을 주는 현상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최초 판매가를 높거나 낮게 책정했다 차후 그 사이의 가격을 제시함으로써 타협점과 이익을 추구하는 고도의 마케팅전략이다.고덱스가 재평가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1차 심의에서 급여적정성 불인정 판정을 받음으로써 해당 제약사는 급여삭제라는 절체절명의 기준점을 제시받았다. 선례로 볼 때, 임상적 유용·효과성을 증명할 객관적 데이터를 제시하더라도 이를 뒤집는 일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의신청 기간 중 심평원과 셀트리온제약의 협의 내용은 알 길이 없으나 어찌됐건 삭제가 아닌 312원이라는 약가를 수용함으로써 500억대 블록버스터 의약품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100억대 매출 감소가 예상되지만 공격적 마케팅으로 극복 가능한 수치이기도 하다.'매출 200억 이상'이라는 약제 선정 기준도 다소 애매하다. 건보재정 절감이라는 대전제로 볼 때, 10억, 50억, 100억, 200억, 300억, 500억 등 저관여 또는 초블록버스터 제품군에 대한 합리적 가이드라인 설정 부재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BBD 외 6가지 성분이 추가된 복합제 고덱스 약가는 356원, 마늘유가 추가된 파마킹제약 2제복합제 펜넬캡슐은 312원, 단일제 닛셀정은 144원에 등재돼 있다. 단일제 닛셀(2억7000만원)은 23개 정도의 제품이 경합을 벌이고 있으며, 40억원 정도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고덱스·펜넬의 2021년 매출은 538억·59억원이다.BDD 단일·복합제 닛셀·펜넬은 지속적으로 ALT가 상승되어 있는 만성간염에 효능효과를 나타내고, 고덱스 적응증은 트란스아미나제(SGPT)가 상승된 간질환이다. 광의적 치료범위로 볼 때 유사 약물군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닛셀(BDD 25mg)의 허가연도는 1990년, 펜넬(BDD25mg·마늘유50mg)은 1995년으로 BDD 1세대 약물로 평가받고 있다. 고덱스는 2000년에 시장에 진입한 2세대 약물이다. 건보재정 절감과 유용성 입증에 방점이 있었다면 1·2세대 약물에 차별성을 부여·분리해 급여 재평가를 진행한 이유가 궁금한 대목이다.'BDD 단일·2제복합제 효과 인정에 따른 보험등재와 급여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복합제 고덱스만의 급여 삭감' '제네릭이 진입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약제를 재평가 대상에 올린 것' 등도 이번 재평가의 불합리성으로 지적된다. 고덱스 사례에서 드러난 이번 재평가의 맹점은 업계와의 공감대 부조화에 따른 세부 운영지침 혼선으로 압축된다. 이분법적 삭제·삭감이 아닌 처분 유예·조건부 급여·선별 급여 등 평가 결과에 대한 다양화도 차기 연도 재평가의 새로운 운영항목으로 도입, 보다 완성도 높은 정책을 펼치길 기대해 본다.2022-10-26 06:00:00노병철 -
[기자의 눈] 약사회 인선 논란이 빚어낸 촌극[데일리팜=김지은 기자] “도대체 요즘 약사회는 어떻게 돌아가는 겁니까.”8개월째 이어지는 약사회 임원 인사 논란이 임원들에는 불안감과 위기 의식을, 회원 약사들에게는 피로감을 안겨주고 있다.약사회 임원 인사와 관련한 정보는 인사권을 쥐고 있는 최광훈 회장을 비롯한 그의 최측근 인사들, 유력 후보진 이외에는 미지의 영역이다. 한마디로 자리를 두고 벌어지는 크고 작은 문제와 논란은 철저히 ‘그들만의 리그’라는 것이다.당사자 누구 하나 명확한 설명이나 해명이 없으니 리그 안에 들지 못한 다수의 임원들과 이를 지켜보는 약사사회는 혼란을 넘어 염증마저 느껴진다는 반응이다.비단 최근 벌어진 장동석 약준모 회장의 사임 과정과 약준모의 후속 조치 등을 두고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고, 그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은 가십들이 양산되고 있다.허지웅 약사의 약사공론 사장직 해임과 장동석 회장의 사임을 계기로 약준모 임원단이 수차례 상임이사회 등을 열어 약준모 인사들의 대한약사회 임원직 공동 사퇴를 논의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이번 집행부 출범 이후 줄곧 공석으로 남아있는 부회장직 1석을 둘러싼 약사회 내·외부의 말들도 여전하다.이 자리를 노리는 약사회 외부 인사들의 움직임은 여전하고, 인사권을 쥔 최 회장을 비롯한 측근들을 흔들어 특정 인물의 임명을 요구하거나 막으려는 일부 인사들의 분위기도 감지되기 때문이다.문제는 일련의 인사 논란과 문제의 중심에는 최 회장과 그의 측근들이 있다지만, 그로 인한 여파는 곧 약사사회, 나아가 회원 약사들에게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가장 직접적으로는 약사회를 위해 일하는 다수의 임원과 사무국 직원의 사기에 영향을 주고 있다. 정치판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약사회의 현주소를 보며 과연 이곳에서 계속 일을 해야 할지 고민이라는 말까지 나온다.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최광훈 회장을 비롯한 약사회 주요 임원들이 임원 인사 문제와 논란에 눈과 귀를 뺏기는 것 역시 약사회에는 뼈아픈 전략 낭비일 수밖에 없다.이쯤 되면 최광훈 회장이 용단을 내려야 한다. 언제까지 지난 약사회장 선거 운동 과정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최 회장은 공석으로 남은 부회장직의 빠른 임명 등 논란을 양산하는 원인부터 제거해야 할 것이다.더불어 그간 불거진 사안들에 대해, 함께 일하는 임원과 직원, 회원 약사들을 위해서라도 공식적인 해명과 추후 계획에 대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임원 인선을 둘러싼 논란과 가십을 계속 양산하고 있기에는 2022년 오늘, 약사회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2022-10-25 17:21:24김지은 -
[기자의 눈] 국정감사에 오른 두 편의 연극[데일리팜=김진구 기자] 한 국회의원이 성분명 처방의 도입 필요성을 질의한다. 그러면 보건복지부장관이든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든 취지에 공감한다는 답변을 내놓는다. 의사단체의 강한 반발이 뒤잇는다. 이렇게 한 편의 연극이 마무리된다.올해도 마찬가지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마무리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성분명 처방 도입에 대한 복지부장관과 식약처장의 의견을 물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적극 동의한다'고 말했고, 조규홍 장관은 '식약처와 대책을 의논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각본은 대동소이하다. 매년 배우만 바뀐다. 질의를 던진 국회나 취지에 공감한다는 정부 모두에게 진정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읽고 답한다. 성분명 처방 도입을 둘러싼 논의는 국정감사 시즌에만 허공을 맴돌곤 이내 흩어진다.올해 국정감사에선 제네릭 약가 인하와 관련한 연극도 펼쳐졌다.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이 '제네릭 약값이 해외 선진국에 비해 높다'고 지적하자, 조규홍 장관은 '단계적으로 낮출 방안을 찾겠다'고 맞장구쳤다.성분명 처방 연극만큼이나 단골로 오르는 연극이다. 마찬가지로 진정성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제네릭 약가 인하가 국내 처방시장과 제약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되는지 치열한 고민은 없어 보인다. 질의하는 쪽이든 답하는 쪽이든 쓰여진 각본을 읽을 뿐이다.2012년 정부는 일괄 약가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그때도 제네릭 약값이 너무 비싸다는 국회의 지적이 있었고, 정부는 건보재정 절감이라는 대의명분을 앞세워 약가제도를 개편했다. 결국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내 제약업계가 받아야 했다.당장 성분명 처방을 도입해야 한다거나, 제네릭 약가 인하와 관련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아니다. 국정감사 시즌마다 기계적으로 연극이 반복되고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정해진 각본을 읽고 답변하는 과정에서 그 충격파가 얼마나 되는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의약품 처방시장과 제약산업을 뒤흔들 거대 담론인 만큼 단순 질의·답변에 앞서 토론회든 공청회든 의견을 모으는 자리라도 있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다.국회와 정부는 아마 내년 국정감사 때도 올해와 비슷한 각본으로 n번째 연극을 반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말이 뻔한 연극은 재미가 없다. 건보재정 절감이 주제인 무대에서 더욱 진정성 있고 참신한 각본이 새로 쓰이길 바란다.2022-10-25 06:13:46김진구 -
[데스크 시선] 잘 나가던 비대면 진료 플랫폼 위기론[데일리팜=강신국 기자] "전북 A의원이 지난 1년간 닥터나우를 통해 여드름약 처방을 홍보해 3억원을 부당 청구했다. 전국 여드름약 처방의 97%를 해당 의원 한 곳이 다 했다. 닥터나우 '원하는 약 처방받기' 서비스의 문제점을 지적했을 때 복지부는 법적 대응을 시사하다 가이드라인만 만들고 끝냈다. 복지부는 도대체 뭐 하고 있나."이는 지난 6일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 말이다.코로나 상황에서 한시적 비대면 진료 허용이라는 순풍을 타고, 윤석열 정부의 비대면 진료 제도화 추진이라는 기대감에 승승장구하던 비대면 진료 플랫폼들이 자기의 꾀에 자기가 넘어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코로나 팬데믹이라는 혼란기에, 의료법과 약사법을 넘나드는 교묘한 마케팅으로 무차별적 외연 확장에 나선 플랫폼들은 결국 비대면 진료 제도화 과정에서 계륵이 돼 버리는 모양새다.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전 운영했던 인수위원회 청년소통TF는 닥터나우 본사를 방문해 비대면 진료 혁신 스타트업이라고 업체를 추켜세웠다.이 자리에서 인수위측 관계자는 "규제 때문에 청년 일자리가 감소하면 안 된다"며 "법 개정 전 감염병 위기 경보가 조정될 경우 유예기간을 두거나 정부와 소통창구를 만드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인수위도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일자리가 창출되는 유망한 청년 스타트업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 이면에 숨겨진 문제점은 보지 못했다.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의약단체는 물론 국회에서도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정부나 국회도 비대면 진료 제도화 과정에서 플랫폼들에 대한 규제장치를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플랫품들은 코로나라는 사회적 상황과 규제 완화를 목표로 하는 윤석열 정부 집권 등 가장 완벽했던 비대면 진료 제도화의 시간을 스스로 걷어찬 꼴이 돼 버렸다.황희 카카오헬스대표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황 대표는 지난 6월 '한국의 규제 혁신, 어디로 가야 하나' 토론회에서 "의료 속성 상 비대면 진료는 비니지스화 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며 "의료행위는 생사가 달린 문제라 규제 강도가 센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팬데믹 이후 스타트업이 많이 뛰어들었는데 예상했든 예상하지 않았든 부작용이 나왔다"며 "업계나 의료기관의 자정 노력도 필요하다"고 했다.그는 "카카오를 포함해서 큰 플랫폼 기업들은 비대면 진료에 관해서 뛰어들기 어려운 산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의료계 스탠스, 관계의 문제 등을 고려하면 상당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즉 진료수가는 의료기관이, 조제수가는 약국이 가져가기 때문에 비대면 진료 플랫폼은 환자에게 별도 비용을 청구하거나 아니면 의료기관과 약국에서 수수료를 받아야 생존할 수 있는 구조다.플랫폼들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딱히 수익 구조를 만들기 어려운데, 투자는 받아야 하고 이용자 수를 늘려야 했다. 여기서 탈법과 합법의 교묘한 줄타기를 시작한 것이다.플랫폼들은 규제 완화의 최첨병을 자임하는 국무조정실장의 최근 국감 발언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정무위 국감에서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 비즈니스가 먼저 치고 나가면서 의료 공급자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일부 우려되는 부분도 발생하고 있다"면서 "주무 부처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비대면 진료 규제 완화를 외치더라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플랫폼 업계도 자성과 자정을 통해 지킬 것은 지켜야 하고, 불법에 대해서는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2022-10-23 20:22:00강신국 -
[기자의 눈] 무의미해진 약국 전용 건기식[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약국 전용'이라는 이름을 단 건강기능식품들이 점차 줄어들고, 무너지고 있다.'약국'이라는 공간의 전문성을 활용하고, 약사가 추천하는 믿을 수 있는 제품이라는 신뢰를 줄 수 있어 선호됐던 약국 전용 건기식이 무색해진 지 오래다.TV홈쇼핑이나 온라인, 건기식 전문숍을 통해 다양한 제품이 판매되고 있고, 아이돌이나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한 건기식은 출시와 동시에 높은 판매율을 보장한다.전체 건기식 시장에서 약국이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이 2~3%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올 만큼 약국 건기식은 예전만큼 메리트가 없는 게 사실이다.약국들도 예전 같지 않다며 건기식 판매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건기식 관련 보도만 보더라도, 건기식 업체가 거리제한과 예외조항을 근거로 약국을 선별해 제품을 공급하는가 하면 약국에서 큰 약국 전용 건기식 브랜드는 병원으로의 납품과 병원 내 영양사가 상주해 상담·판매하기도 한다. 약국전용 건기식을 약사들이 여전히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고 있으며, 약국에서 사간 약국 전용 건기식을 소비자가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판매하는 일도 빚어졌다.이렇게 되자 유통을 마트와 온라인에 집중하고, 아예 약국 채널을 놓는 건기식 업체들도 있다. 최근 들어 '학회'라는 이름을 달고 건기식을 제작·판매하는 업체들이 크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세상이 달라지고 있다. 몇 가지 설문에 응답만 하면 본인에 맞는 제품 구성을 통해 한 포씩 포장해 정기 배달해 주는 서비스가 보편화되고 있고, 마켓컬리 등에서도 짧게는 1~2주, 보편적으로는 한 달분씩 건기식을 사서 복용할 수 있다. 자체 홈페이지에서는 각종 쿠폰과 포인트 등을 지급하며 구매, 재구매율을 높이고 있다.더는 약국의 전문성을 살려 약사만이 팔 수 있는 제품에 대한 메리트는 크지 않다는 데 약사들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다만 약국은 환자의 약력 데이터를 가지고 있고, 개개인의 영양상태나 생활습관 등을 파악하는 데 용이하므로 이 같은 부분에 역할을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건기식 상담의 기본은 환자의 약력 데이터가 돼야 한다.2022-10-23 08:25:49강혜경 -
[기자의눈] 약대생들의 미래엔 디지털이 있다[데일리팜=정흥준 기자] 약대생들이 생각하는 약국의 미래엔 디지털 전환을 맞이한 약사의 모습이 묘사돼 있었다.최근 데일리팜은 제2회 약대생 콘텐츠 공모전을 접수받았고, 여러 주제 중 ‘미래약국 디자인해보기’를 선택해 작품을 제출한 학생들이 많았다.동영상과 카드뉴스, 웹툰 등의 방법으로 다양한 상상력을 보여줬지만 모든 작품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디지털 전환’을 맞이한 약사의 모습이었다.예선전에 응모한 작품들엔 화상 복약상담과 메타버스를 활용한 약국 플랫폼, 웨어러블기기를 통한 환자 건강관리 서비스, 드론 약 배달 등이 자리잡은 미래가 그려져있었다.표현의 차이만 있을뿐 디지털이 어떤 식으로 약국, 약사에게 접목될 지를 고민한 흔적이 곳곳에서 보였다.최근 대한약사회가 회원신고 1~5년차 젊은 약사들을 모아 만든 카톡방에선 비대면진료(약배달) 플랫폼을 약사회가 선제적으로 만드는 것이 어떻겠냐는 질문이 논란이 된 바 있다.가능성과 방향성에 대한 토론으로 이어지진 않았고, 질의응답 태도 문제로 비화됐다가 일단락됐다. 아마도 질문을 던진 약사는 약배달을 찬성한 것이 아니라 디지털 전환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었던 거 같다.실제 취재로 만나는 젊은 약사 중엔 약사회가 비대면진료와 약 배달의 주도권을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약사들이 꽤나 많다.꾸준히 약 배달 앱 서비스에 참여하는 약사도 있고, 오히려 약사회 중심으로 플랫폼을 만들자는 목소리도 있다.이들 모두 비대면진료와 약 배달을 찬성해서가 아니라 ‘디지털 전환’이라는 흐름을 바꿀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혹시라도 비대면진료와 약 배달을 막게 된다면 건강데이터를 앱에 담아 약국을 찾아오는 환자는 영영 나타나지 않게 될까. 또 비대면 건강관리, 빅데이터와 웨어러블기기 접목에 대한 수요는 갑자기 사라지게 될까.그동안 약사회는 약배달 플랫폼에 대해선 강력한 반대 입장을 피력해왔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으로 달라질 수 있는 약국의 미래는 어렴풋이라도 제시해준 적이 없다. 비대면진료는 막더라도 디지털전환은 막을 수 없다.달라질 미래가 누군가에게만 선택적으로 찾아온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겠지만, 미처 준비되지 않은채 맞이해야 하는 약사들이 없으려면 지금부터라도 ‘미래약국 디자인해보기’를 고민해봐야 한다.2022-10-21 01:52:30정흥준 -
[기자의 눈] 대기업 통 큰 투자가 주목되는 이유[데일리팜=정새임 기자] LG화학이 지난 18일 미국 바이오텍 인수 소식을 알렸다. 약 8000억원을 들여 미국 아베오 파마슈티컬스 지분 100%를 확보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국내 제약사 인수합병 역사상 3번째로 큰 규모다. 단일 기업 투자로는 SK의 앰팩 인수와 함께 최대 금액이다.아베오는 VEGF(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 억제제를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얻는 데 성공한 20년 경력의 항암제 전문 바이오텍이다. 아베오의 신약 포티브다(성분명 티보자닙)는 계열 최초를 뜻하는 '퍼스트 인 클래스'는 아니지만 활용 가능성이 많다. VEGF 억제제는 암을 직접 공격하기보다 암세포 증식에 필요한 영양소 공급로를 차단해 암세포를 굶겨 죽인다. 기전 특성상 다른 항암제와 쓰기 좋고, 특히 최근 항암제 시장에서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면역항암제와 좋은 짝꿍이 된다.LG화학은 예전부터 신약 개발을 통한 글로벌 진출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22년 전 미국에 현지 연구법인을 세우고, 항암제 개발을 위해 미국 바이오벤처에 500만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연구개발 비용도 매출액 대비 20%에 달하는 등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미 FDA 신약 승인을 따낸 곳도 LG화학이었다.하지만 혁신신약 개발은 무척 까다로운 데다 경영상 문제로 글로벌 진출 결실을 쉽사리 맺지 못했다. LG화학 생명과학사업부는 분사와 구조조정, 흡수합병을 거치는 과정에서 신약 개발의 지속성을 이어가지 못했고 전문 인력도 대거 잃었다.2016년 LG생명과학을 흡수한 LG화학은 다시 글로벌 제약 시장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당뇨병 치료제나 필러, 백신 등으로 캐시카우를 확보해 자가면역질환, 항암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등 신약 파이프라인에 투자했다. LG화학이 진행 중인 신약·백신 파이프라인은 23개에 달한다.최근 회사는 개발 중인 통풍 신약으로 글로벌 3상 임상에 나섰다. 미국과 중국, 유럽을 대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항암제 분야에서는 바이오텍 인수를 택했다. 물론 LG화학은 자체적으로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갖고 있고, 개수도 7개에 달한다. 하지만 모두 초기 1상 단계이고, 항암제 개발 경력이 풍부하지 않아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막대한 비용은 둘째 치고 상용화 경력이 풍부한 빅파마들도 후기 임상에서 개발이 고꾸라지는 경우가 많다.아베오 인수는 LG화학이 항암제 개발과 글로벌 허가, 판매 전 영역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항암제 개발 전문 인력들을 얻게 됐을 뿐 아니라 아베오와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인 빅파마들의 개발 노하우도 습득할 수 있다. 추후 자체 보유하던 항암 파이프라인을 아베오로 넘기면 보다 효과적으로 글로벌 임상을 진행할 수도 있다.올해 글로벌 3상 진입과 아베오 인수로 LG화학의 글로벌 제약 시장 진출이 도약기에 들어섰다. LG화학의 투트랙 전략이 빛을 발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2022-10-20 06:15:53정새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