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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고덱스 결정유예, 재평가 합당했나[데일리팜=이탁순 기자] 지난 23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고덱스캡슐과 이모튼캡슐의 급여 적정성에 대해 다음 건정심에서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가 급여 적정성을 인정했지만, 최종 기구인 건정심이 제동을 건 것이다. 건정심은 임상적 유용성이 불분명한 약제가 비용 효과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급여 적정성을 인정하는 게 합당한지 재논의할 계획이다.이번 건정심 결정은 작년부터 진행해온 약제 급여 적정성 재평가가 올바르게 진행되고 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특히 우선 평가하고 있는 임상적 유용성에 대한 판단 근거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심평원은 교과서, 임상진료지침, 임상문헌 등 근거 기반을 토대로 임상적 유용성을 우선 평가하고 있다.하지만 임상적 유용성이 애매한 품목들, 불분명한 품목들이 나오고 있다. 고덱스와 이모튼도 그런 종류의 약제였다. 그렇다면 평가의 근거가 되는 자료들이 신뢰성이 부족하거나, 근거의 문턱이 너무 낮은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급여 재평가와 달리 식약처의 효능 재평가는 훨씬 명료하다. 약효가 불분명할 경우 임상시험을 통해 근거를 마련토록 하고 있다. 임상시험 성공 여부에 따라 허가도 달라지는 것이다.하지만 심평원의 임상적 유용성 평가는 애매하면 건너뛰게 돼 있다. 즉 임상적 유용성이 불분명할 경우 비용효과성을 따져 급여 적정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임상적 유용성이 정확히 입증되지 않더라도 급여를 유지할 수 있는 길이 있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약효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가격이 저렴하니 급여를 유지한다고 볼 수도 있다. 건정심도 이 지점을 지적하고, 약제비 지출 적정화 목적이 급여 적정성 재평가의 취지에 맞는지를 묻고 있다.다음 건정심에서 고덱스, 이모튼이 약평위 결정대로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는다 해도 기존 임상적 유용성 평가 부분은 수정해야 된다고 본다.중간 없이 임상적 유용성 여부가 명확한 평가체계를 마련하든지, 아니면 임상적 유용성이 불분명할 경우 분명하게 만드는 단서를 제시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지금의 급여 적정성 평가는 확실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임상적 유용성이 불분명한 약제는 식약처에 맡겨 임상 재평가를 진행해 보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식약처가 검증하는 효능과 심평원이 평가하는 임상적 유용성이 달라 굳이 이중 검증을 받는게 효율적인지도 되묻고 싶다.심평원은 건정심의 이번 결정을 일종의 딴지라고 치부하지 말고, 급여 재평가가 올바르게 진행됐는지 다시 곱씹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2022-11-25 06:34:58이탁순 -
[기고] 약사법을 통해 보는 약배달과 약사직능 위기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인해 보건복지부에서는 2020년 12월 '한시적 비대면 진료 허용방안'이라는 공고를 통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였고 이와 함께 비대면 투약 즉 앱을 이용한 택배나 퀵배송을 통한 약배달이 시작됐다.그 후 현재는 확진자의 확연한 감소 추세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비대면진료, 비대면투약에 관한 방침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비대면진료 및 투약에 관한 법개정을 새로운정부에서 추진방향으로 삼고있다는 것이다.약배달과 약배달앱에 따르는 무수히 많은 문제점들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중 필자는 약사법을 통해 약배달과 이에 따르는 약사직능의 위기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약사법은 일반인에게는 금지된 약사(藥事)라는 '의약품의 제조·조제·감정·보관·수입·판매'의 특수한 행위를 특정한 사람, 약사(藥師)에게만 허가하는 '면허'를 근본으로 하는 행정법이다. 구체적으로 약사법에는 2개의 커다란 원칙인 약국개설자라는 인적제한과 약국이라는 장소적제한으로 약사직능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있다.우선 인적제한이다. 약사법 제44조에 따르면 '약국 개설자가 아니면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취득할 수 없다'라고 명시해 오직 약국을 개설한 약사만이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게 한 것이다.그러나 이 조항은 2012년 '안전상비의약품' 즉, 편의점약이 생기면서 개정이 된다. 일부 조건을 갖추면 편의점주인도 의약품 판매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약사직능의 한 축인 인적제한이 이렇게 처음 풀리게 됨으로써 현재까지도 수많은 약사직능 위협의 단초가 된 것이다. 일반인인 편의점주인도 의약품을 취급하게 됨으로써 국민들은 약사라는 직업에 대하여 약사만의 배타적이고 고도의 전문적인 업무가 아닌 일반인들도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하여 약사직업의 사회적 위상이 크게 하락하였으며 최근까지도 약자판기 요구, 공항에서 안전상비약 취급제한 요구까지 이어지게 되었다.다음으로는 장소적제한이다. 약사법 제50조에 따르면 '약국개설자는 그 약국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명시해 오직 약국에서만 조제약 및 일반약을 투약할수 있게하였다.그러나 이 조항은 법률개정조차 되지 않았는데 현재 일부 비대면진료앱에 가입한 약국들에 의해 택배나 퀵을 통하여 조제약이 환자에게 배달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비대면진료 관련 공고에 따르면 의약품 수령 방식은 '환자와 약사가 협의하여 결정'이라고 되어있을 뿐인데 이것을 근거로 관련 앱업체와 가입약국들은 합법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이는 법률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 따른 것으로 아무런 법적 강제성이 없는 일개 공고가 약사법에서는 불법인 약국외판매를 허용할 수 없다. 이는 많은 법률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부분이며 복지부도 이에 관한 법적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것을 얼마전 인정한바 있다. 즉 약사법 제50조 위반이기에 약배달하는 약국은 형사고발 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약배달의 위법성 문제와는 별도로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행위들 자체가 약사직능의 한 축인 장소제한을 부정하는것이기에 약사직능의 존립자체가 심각한 위협을 받는다는것이다. 이미 약사법 개정을 통하여 인적제한의 규제가 풀어진 상황에서 장소적제한마저 규제가 풀리게 된다면 약사직능의 근간이 뿌리채 흔들리는것이기 때문이다.또한 약배달이 국민들에게 익숙해지면 익숙해 질수록 정부에서 추진하려는 비대면투약과 관련된 약사법 제50조 개정에 명분을 부여하고 가속화 할수 있기에 심각하게 생각하여야 한다.2008년, 2021년의 헌법재판소의 약사법상 장소적제한과 관련된 판결문에 따르면 크게 3가지 이유로써 이를 정당하다고 했는데 첫째는 대면시에만 충실한 복약지도 가능, 둘째는 약배달시 의약품의 안정성(stability) 문제, 셋째는 약화사고시 책임소재 불명확을 이유로 들었다. 이 3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약국이라는 장소적 제한을 벗어난 의약품 배달허용은 약사의 판매 수익향상과 소비자의 의약품 구입측면에서 편의를 주로 고려한 주장으로써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헌법재판소는 판시했다.이는 약배달을 반대하는데 있어서 소중하고 중요한 논리와 의견으로써 우리 약사들도 이를 바탕으로 반대하여야 한다. 이미 약사직능은 커다란 축인 인적제한이 일부 풀려버린 상태에서 장소적제한마저 풀려버린다면 그대로 무너져 버리는 일만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장소적제한이 풀리기 시작하면 조제약의 택배배송뿐 아니라 일반약의 택배배송과 의약품의 인터넷구입등이 허용될 단초가 되기 때문이다.그러므로 현재도 약배달을 하고 있는 일부약사들은 이러한 약사직능의 위협이 되는 불법행위를 지금이라도 당장 중단해야 하며 전체약사들은 이러한 인식과 관심을 가지고 약사직능 수호를 해야할 것이다. 필자약력 전남대 제약학과 졸 전 식품의약품안전처 약무직 공무원 전 보건복지부 약무직 공무원 현 부산 북강서구약사회 부회장 현 대한약사회 법제이사2022-11-24 19:55:05양근용 법제이사 -
[기자의 눈] 크리스탈의 팬젠 인수 승부수[데일리팜=이석준 기자] 크리스탈지노믹스는 4년 연속 적자(연결 기준) 위기다. 2019년 106억원, 2020년 101억원, 2021년 51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 3분기까지도 186억원 적자를 내고 있다.돌파구가 필요하다.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선택은 코스닥 상장사 팬젠 인수였다.팬젠 인수를 위해 240억원을 투입한다. 내년 1월 계약금 외 잔금을 처리하면 팬젠 최대주주가 된다.팬젠도 적자다. 표면적으로 적자 기업이 적자 기업을 인수하는 모양새지만 크리스탈지노믹스는 당장의 적자 가중을 감수하고 사업 시너지를 선택했다.크리스탈지노믹스는 바이오 신약 연구개발부터 생산까지 일원화하여 토탈 바이오 회사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팬젠은 생산시설을 갖추고 빈혈 치료제(EPO)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해 국내외 판매 중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가 갖지 못했던 장점들이다. 상장사 인수로 자금조달 통로를 확대할 수도 있다.팬젠의 가능성은 휴온스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휴온스는 지난해 6월 팬젠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9.3%를 쥐고 있다. 크리스탈지노믹스의 팬젠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팬젠의 1,2대 주주는 크리스탈지노믹스와 휴온스가 된다. 향후 양사의 사업 제휴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물론 우려의 시선도 많다.▲적자 기업의 적자 기업 인수 ▲240억원 투입에 따른 유동성 고갈 ▲유동성 확보를 위해 유상증자 단행 등으로 낮아진 최대주주 지분율 등이 그렇다.다만 크리스탈지노믹스는 변화를 택했다. 어떻게 보면 크리스탈지노믹스의 미래 사업 자신감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 회사는 최근 R&D 성과(췌장암신약후보 미국 1b/2상 임상 진전 등)도 다수 도출하며 본업에 대한 투자도 지속하고 있다. 실적은 부진해도 사업 확장 의지는 이어가고 있다.크리스탈지노믹스의 팬젠 인수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적자 기업의 변화 추구는 낮아진 기업가치를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적자 늪에 빠진 크리스탈지노믹스가 기업 인수 승부수를 던졌다.2022-11-24 06:00:27이석준 -
[모연화의 관점] 미디어와 인포데믹, 수면자 효과(9)발행인들은 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이야기 중 가치가 있는 이야기를 골라, 뉴스에 담는다. 구체적으로 뉴스는 '흥미로운가, 새로운가, 갈등 요소가 있는가, 유명한가, 가까이에서 벌어진 사건인가, 시의적절한가'를 기준으로 선택된다.미디어는 뉴스를 전달하는 매개체이다. 커뮤니케이션학의 조지 거브너(George Gerbner) 교수는 배양이론(cultivation theory)을 통해 미디어가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길러낸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미디어 시청 수준과 현실 지각의 관계를 검증했는데, TV를 많이 보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세상을 폭력적으로 인식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의 얀 반 덴 벌크(Jan Van den Bulck) 교수도 TV 시청 시간이 1시간 늘어날 때마다 H5N1 조류 독감을 걱정하는 비율이 15.6% 증가한 데이터를 통해 미디어의 위험 주입 능력을 주장했다.예전에는 라디오, 신문, TV로 불리는 대중 미디어만이 뉴스를 전달하는 미디어였다면, 지금은 기존의 전통적 미디어 이외에 디지털 혁신으로 가능하게 된 다양한 연결망 서비스까지 새로운 미디어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뉴-미디어가 담아내는 뉴스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특히 디지털 미디어의 콘텐츠는 실시간으로 조회 숫자를 확인할 수 있고, 결과에 따라 다양한 미디어로 확산할 수 있으므로 더 갈등적으로, 더 흥미롭게, 극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경향을 보인다. 아울러 소셜 미디어는 내 주위, 혹은 나와 심리적 거리가 가까운 유명인들을 관찰하는 공간이기에 전통적인 미디어보다 공감의 정도가 깊어, 큰 감정적 영향력을 가진다.이러한 맥락에서 WHO는 전 세계적으로 인포데믹(Infodemic)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포데믹이란 가짜 혹은 왜곡된 메시지를 포함한 너무 많은 정보가 바이러스처럼 전파되어 사람들의 건강에 위해를 미치는 상태를 의미한다. 미디어는 인포데믹을 확산시키는 통로이고,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은 미디어에 의한 왜곡, 편향된 정보처리 과정을 설명하는 개념이다.행동경제학 이론으로 노벨상을 받은 카너먼과 그의 동료 트버스키(Kahneman & Tversky)는 어떤 사건이 미디어에 자주 보도되면 사람들의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게 되고, 그 결과 사건의 발생 가능성을 크게 평가하게 되는데, 이러한 인지 편향을 가용성 휴리스틱이라고 설명했다. 즉, 쉽게 떠오르면 과대평가하는 정보처리 과정이 가용성 휴리스틱이다.예컨대, 팬데믹 관련 뉴스에 많이 노출된 사람들은 암, 당뇨, 고혈압, 천식 등의 위험보다 코로나의 위험을 훨씬 크게 생각하고, 백신 부작용 보도에 자주 노출된 사람들은 부작용 빈도 혹은 가능성을 더 높이 평가한다. 그런데다가, 흥미성, 영향성, 근접성 측면에서 의약품 부작용은 희귀할수록 흥미로운 콘텐츠가 되기 마련이며, 이러한 콘텐츠는 기억에서 잘 사라지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가용성 휴리스틱에 의해 희귀한 부작용의 가능성은 머릿속에서 부풀려진다.정리하자면, 현대 사회의 다양한 미디어는 의약품에 관한 수많은 메시지를 [흥미롭고, 신선하게] 만들어 내고 있다. 특히 부작용 경험담이나 희귀한 반응 등에 대한 기록은 ‘주관적인 경험담을 중심으로’ 극적으로 표현되곤 한다. 이러한 콘텐츠는 흥미롭고 자극적이기 때문에, 다양한 미디어에서 재사용된다. 자주 보여지기 때문에, 의약품 위험은 쉽게 떠오르고, 발생 가능성이 크게 느껴진다.반면, 출처는 어디인지, 누구의 주장인지는 금세 사라진다. 이러한 현상은 수면자 효과(sleeper effect)라고 불린다. 수면자 효과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뉴스의 출처 및 객관적 지표는 사라지고, ‘카더라’의 형태로 이야기만 전달되는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사람들은 누가 말했고, 믿을 수 있고 등의 판단 지표는 잘 기억하지 못하는데, 그 메시지 자체는 꽤 오랜 시간 기억한다(그래서 가짜 뉴스들이 계속 살아남아, 전달된다).미디어와 뉴스가 만들어 낸 가용성 편향, 극적인 위험 메시지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수면자 효과는 우리가 소통해야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사람들이 왜 그렇게 출처를 기억하지 못하는 가짜 뉴스를 판단에 이용하는지, 뉴스에 나온 위험을 왜 그렇게 과대평가하는지 말이다.그리고 이러한 이해는 사람을 약료의 중심에 두려는 우리의 목표와 닿아 있다. 이해해야 오해하지 않고,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2022-11-23 11:48:00데일리팜 -
[기자의 눈] 전문약사제, 이제 와 실익을 고민하다니[데일리팜=김지은 기자] 내년 4월 시행을 앞둔 전문약사제도가 법령 정비를 코 앞에 두고 표류하고 있다.주관 부처인 복지부가 앞서 밝힌 전문약사제도 시행과 관련한 타임테이블에 따르면 10월 말까지 제도 관련 하위법령 초안이 마련돼 입법예고가 진행됐어야 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복지부는 이에 대한 어떤 답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복지부 관계자들은 최근 공개 석상에서 잇따라 세부 법령 정비가 늦어지는 이유로 전문약사 자체의 실익과 직역 갈등 등을 제시했다.특히 지역 약국· 산업 약사의 업무 범위, 인력 관리 방법 등이 주요 고민 대상이라고 했다. 10년 넘게 자체적으로 전문약사를 배출하며 경험을 쌓아 온 병원약사와 달리 정체성부터 역할까지 모호하다는 것이다.더불어 의료계와의 직능 갈등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고 했다. 자칫 이번 제도를 통해 탄생할 국가 공인 전문약사의 서비스가 다른 직능의 범위를 침범해 갈등이 발생하는 등 문제가 잔존해 있다는 것이다.복지부의 고민은 사실 전문약사제도 설계 전부터 제기돼 왔던 부분이다. 병원약사는 논외로 하더라도 지역 약국·산업약사가 전문약사 자격을 취득했을 때 실질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은 제기돼 왔던 부분이다.이런 고민을 반영해 복지부도 법률 정비 이전에 3차례에 걸친 연구용역 절차를 거쳤다. 연구가 거듭되면서 이전에 제기됐던 문제를 일정 부분 구체화하는 작업도 동반됐다고 볼 수 있다.여기에 대한약사회와 병원약사회, 산업약사회 대표들이 참석한 전문약사제도협의회와 각 직역별 전문약사제도 TF는 수개월에 거쳐 시행령 마련을 위해 고민하고 연구했으며, 최종 결과를 지난 9월 말에 복지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협의회와 복지부는 수차례 정책간담회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이제 와 제도의 실익이나 정체성을 따지기에는 그간 고민할 시간도 기회도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지난 주말 열린 병원약사대회에서 복지부 관계자는 “지금쯤 초안을 입법예고해도 빠듯한데 아직 협의되지 않은 부분이 상당하다. 빨리 협의해 시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정부는 선수보다 심판, 조정자에 가깝다. 체계적인 분발을 하고, 다른 한편으론 정책 방향을 제시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관계자의 말 대로 4월 제도 시행은 이미 결정돼 있고 빠르면 내년, 늦어도 내후년에는 국가공인 전문약사 탄생이 기정사실화 돼 있다. 심판이 중심을 잃으면 결국 경기는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복지부가 하루 빨리 중심을 잡고 법령 정비에 속도를 내길 바란다.2022-11-22 17:27:23김지은 -
[기자의 눈] 빈약한 코로나 백신 유인책[데일리팜=정새임 기자] 엄마에게 물었다. "동절기 코로나19 백신 맞았어? 엄마 아빠 대상자야."엄마는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괜찮아. 건강한 60대라 안 맞아도 돼.""무슨 소리야. 엄마 고지혈증 있잖아. 빨리 맞아.""괜찮아. 코로나 걸려도 가볍게 지나갈 거 같아."엄마에게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한 끝에 맞겠다는 대답을 들었다. 하지만 떨어져 지내는 부모님이 진짜 백신 접종을 받을지는 모르겠다. 딸의 말도 쉽사리 먹히지 않는데 정부의 말은 와 닿기나 할까.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높이기에 한창이다. 그럴 만도 한 게 최근 코로나 통계에서 위기가 감지된다. 21일 기준 코로나19로 입원 치료를 받는 위중증 환자는 전날 451명보다 14명 늘어난 465명으로 집계됐다. 9월 21일(494명) 이후 두 달 새 가장 많은 수준이다.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3만명을 넘어섰다. 사망자가 늘면서 치명률도 0.11%로 상승했다. 7차 재유행으로 확진자도 늘면서 최근 7일간 평균 일일 신규 확진자는 5만2002명에 달했다.결국 코로나19 취약계층을 백신으로 보호해야 하는데, 아직 60세 이상 고령층과 감염 취약시설 관련자의 동절기 부스터샷(2가) 접종률은 각각 17.3%, 17.6%에 불과하다. 고령층 10명 중 8명이 2가 백신을 맞지 않은 것이다.방역당국은 이번 주부터 내달 18일까지를 동절기 추가접종 집중 기간으로 정하고, 고령층과 감염취약시설을 중심으로 접종 독려에 나섰다. 이 기간 내 60세 이상 고령층의 절반 이상이 2가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감염취약시설의 접종률 60%를 달성하는 게 목표다.비장한 목표에 비해 유인책은 상당히 빈약하다. 개인에게 주는 인센티브는 템플스테이 할인, 고궁 및 능원 무료입장 등 문화체험 혜택, 지자체별 소관시설 이용 시 할인 혜택 등이다. 자식 입장에서 봐도 우리 부모님이 템플스테이나 고궁을 가기 위해 백신을 맞을 것 같지 않다. 심지어 고궁이나 능원은 이미 65세 이상에게 무료로 열려 있다.이미 코로나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 코로나19에 걸려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오히려 백신 부작용을 더 무섭게 여긴다. 예방을 위해 백신을 맞는 게 아니라 필요에 의해 백신을 맞는다. 여행을 가야 하는데 부스터샷 인증이 필요하거나 백신을 맞지 않으면 불이익이 따르는 경우 등이다.이런 상황에서 작년에나 통했던 템플스테이 무료 입장 같은 유인책을 제시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보다 실효성 있는 유인책이 필요하다. 국민이 예방을 위해 자발적으로 백신을 찾도록 다방면으로 홍보도 필요하다. 단순히 '접종해야 한다'는 당위성만 강조하는 것은 효용이 없다. 정부의 힘으로 역부족이라면 제약사의 손을 빌릴 수도 있다. 백신은 대중광고가 허용되는 만큼 코로나19 백신 개발사들의 자사 백신 홍보를 통해 전체 접종률 상승 효과를 꾀할 수 있다.정부는 매일 브리핑에서 백신 접종을 독려한다. 이 같은 호소가 허공 속 외침으로 끝나지 않도록 대중을 설득하기 위한 심도 있는 전략이 필요할 때다.2022-11-22 06:17:03정새임 -
[기자의 눈] 매점매석이 품절 원인?...멀미약·지사제는...[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정부가 올 겨울 감기약 부족에 대비해 도매업소와 약국의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 21품목에 대해 한시적으로 매점매석 단속을 강화한다고 밝혔다.복지부에서 낸 보도참고자료 제목 자체가 '올겨울 감기약 부족 대비 유통 개선 조치 추진. 도매상, 약국의 매점매석 부당행위 등 단속 강화'였다. 품절약 문제의 원인으로 매점매석을 지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물론 대형약국들의 매점매석 행위는 늘 지적돼 오던 부분이다. 거래 규모에 따라 거래액이 큰 약국부터 순차적으로 공급하다 보니 규모가 크지 않은 약국에서는 약을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도 규모에 따라 유불리가 나뉠 수 있지만 올 초 오미크론 사태로 불거진 대규모 품절 사태 이후로는 대다수 약국이 대동소이 해졌다는 게 약사들의 설명이다.온라인 주문이 늘어나고 품목마다, 약국마다 최대 주문 수량이 정해져 있다 보니 거래가 많은 약국에 약을 몰아주는 일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문제는 감기약 뿐만 아니라 멀미약과 지사제 등 코로나와 관련 없는 제제들까지 광범위하게 품절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약사회가 지난 18일 약의날 심포지엄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마그밀정 입고 알림 신청 약국 수는 7059곳, 이모튼캡슐 4883곳, 노바스크 4238곳, 알레그라180mg 4072곳·120mg 3914곳, 벤토린네뷸 3880곳, 보나링에이정 3116곳 등이었다.통상 전국 약국 수를 2만5000곳으로 추산한다면, 1/3 이상의 약국이 마그밀 유통이 절실한 상황이다. 마그밀 뿐만 아니라 멀미약과 지사제는 제약사를 불문하고 전 제품군에서 품절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아예 생산을 중단한 제약사도 있다. 입고 예정일을 알 수 없거나, 일러야 내년 1, 2월에나 가능하다는 제약사들이 대다수다.감기약 품절이 비단 물량이 적은 탓이 아닌, 일부 유통과정에서 팔지 않아 흐름이 막힌 것도 주요 원인이라면 멀미약과 지사제 품절 역시 매점매석 또는 흐름의 적체 때문이라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650mg 보험약가가 51원에서 79원 내외로 인상되는 안이 유력한 상황이다. 트윈데믹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데도 감기약 부족 현상이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약가 문제가 지속되자 결국 정부가 가격인상 카드를 꺼내 들게 된 것이다. 제약사들과 약사들은 비단 아세트아미노펜 뿐만 아니라 현재 품절 문제가 장기화되고 있는 대다수 품목들이 같은 매커니즘으로 인해 시발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결국에는 원료가격 인상 등으로 인해 정상 수급이 어려워지다 보니 마그밀, 감기약, 멀미약, 변비약, 지사제 등이 줄줄이 품절현상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유통과 약국의 매점매석이 품절 원인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도, 근본적인 해법도 될 수 없다는 점은 약국과 유통은 물론 정부도 주지하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굳이 '올 겨울 감기약 부족 대비 유통 개선 조치 추진. 도매상, 약국의 매점매석 부당행위 등 단속 강화'라는 제목을 달 필요가 있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정부는 감기약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빚어지고 있는 연쇄 품절 현상을 점검하고, 의약단체, 제약사와 함께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또 생산 단계에서 뿐만 아니라 처방단계 등에서 공공재로서 관리도 필요한 대목이다. 약국이 트윈데믹 시 환자들의 불편을 우려해 재고를 확보하는 과정을 단순히 매점매석으로 봐야하는 지는 재고가 필요해 보인다.2022-11-20 13:41:58강혜경 -
[데스크시선] AAP 매점매석 단속이 아쉬운 이유[데일리팜=김정주 기자]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감기약의 보험상한가 인상 조정이 현실화 단계에 들어서면서 정부가 도매상과 약국가의 매점매속 단속을 예고했다. 통상 약가조정은 인하가 대부분이지만 특별한 상황에선 가격을 올려 조정을 한다. 이번 AAP 약가조정 또한 코로나19 재유행과 독감 동시 창궐에 따른 품절 사태 장기화를 막기 위한 인상 조치다.가격 인하가 주류인 조정 정책에서 인상을 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 있다. 미리 대규모로 구매해 약가가 오를 시점까지 시장에 내놓지 않거나 소매 단계에서 팔지 않는 매점매석 행위다. 정부는 도매상과 약국이 이런 방법으로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행위를 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미리 차단에 나선 것이다.이러한 정부의 시각은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정감사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당국은 복지위 소속 의원들의 질의에 감기약 품절이 비단 물량이 적어서가 아닌, 일부 유통과정에서 팔지 않아 흐름이 막힌 것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 같은 이상한 유통 흐름은 심사평가원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 데이터와 청구 데이터를 비교, 분석하거나 교차 점검하는 방법으로 충분히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나온 진단일 것이다.그러나 12월 1일자를 목표로 한 약가인상까지 보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품절 현상은 아직도 전국 각지에서 고르게 발생하고 있다. 제품을 제대로 구하기도 힘든데 매점매석 단속을 강화한다고 으름장부터 놓는 것이 업체와 약국가 입장에선 황당하게 비춰질 뿐이다.정보센터에선 실시간 공급내역보고로 출하량과 주문처인 개별 요양기관 정보를 분석할 수 있고, 해당 요양기관 청구량을 통해 소매 판매량을 가늠할 수 있다. 즉 도매상이나 약국들이 과도하게 구매해 놓고 팔지 않는 수법으로 판매량을 조정하는 등 이상 행위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전산 기술과 노하우는 오래 전부터 갖춰 놓은 것이다. 약국가 청구불일치 적발 기술 또한 여기서부터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그렇다면 정부와 당국은 징역이나 벌금, 업무정지 처분을 내세우며 업계와 약국가에 으름장 같은 단속강화 정책을 내세우기 전에, 이미 보유한 기술을 이용해 유통 병목을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해소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먼저여야 하지 않을까.그간 당국이 진단해 온 '과도한' '이상 유통 흐름'에 대한 기준을 데이터 교차분석으로 명확히 세우고 이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과 매점매석 예측을 향상시키는 방법, 문제 시 외부 정보 공개를 하는 방법, DUR 시스템 팝업이나 알리미 서비스 등 기존에 만들어 놓은 교정 또는 계도 시스템으로 경고하는 방법, 이후에도 계속될 경우 악성 업체·기관을 특별 관리하는 방법 등 강도 높은 경고책을 검토해볼 시간은 충분했다. 특히 품절약 대란이 비단 AAP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여러 종류의 약제에 걸쳐 상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시각이 필요한 상황이다.약가인상이 현실화 돼 사실상 카운트다운을 앞둔 시점에 이르러서야 '적발되면 고발조치에 행정처분' 한다는 정부의 '해결책'을 살펴보면, 일단 문제가 발생하면 그 잠재적 원인은 현장 종사자에게 있다는 인식이 전반에 팽배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품절약과 약가 변동은 약국과 유통업계에 가장 큰 골칫거리다. 비단 AAP 유통 단속 뿐만 아니라 신속한 환자 투약을 도모하고, 현장 행정대란을 방지하고 투명한 유통과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현장 자정을 촉진하기 위해서라도 더 큰 시각과 노련함이 필요하다.2022-11-18 18:48:02김정주 -
[기자의 눈] 공공심야약국 예산, 긴축재정 대상 아냐[데일리팜=이정환 기자] 공공심야약국 운영을 위한 내년도 예산 증액안이 조만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를 받는다. 전국 76개 약국에 35억4400만원을 지원하는 게 보건복지위원회가 의결한 증액안이다.예결특위 심사에서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재정당국의 공공심야약국 예산을 향한 스탠스다. 지금껏 기재부는 공공심야약국 예산에 비교적 호의적이지 않은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왔다.애시당초 재정당국은 내년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올해 시범사업으로 운영됐던 공공심야약국 정부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올해 시범사업 수행을 위한 예산심사 과정에서도 기재부는 건건이 감액 의견을 제시하며 복지위가 의결한 40억원을 수용하지 않고 16억원만 수용했다.더욱이 윤석열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대해 긴축재정을 기조로 삼은 상태로 공공심야약국 예산안이 복지위 의결안으로 최종 통과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우려도 나온다.기재부는 공공심야약국 예산에 대해 과거 비협조적이었던 태도를 지양하고 긴축재정 기조를 내세우지 말아야 한다.공공심야약국이 올해 어렵게 첫 발을 뗀 데다 심야약국을 찾은 환자들이 취약시간대 의약품 접근성 확보라는 편익을 체감한 까닭이다.국비 지원으로 시범운영된 공공심야약국의 7월 한 달 판매실적에 따르면 총 2만717명이 비처방약, 처방약, 건강기능식품 등을 조제 받거나 구입했다.올해 하반기 시범사업 운영 실적이 나오면 공공심야약국의 사회적 역할이 한층 명확해질 것으로 기대된다.이 같은 상황에서 기재부는 6개월 간의 시범사업에서 그치지 않고 내년에도 공공심야약국이 국민 편익을 지속할 수 있도록 예산지원을 계속하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다행히 보건복지부와 국회는 공공심야약국 예산 지속 필요성에 공감한 상태다. 대한약사회도 시범사업의 본사업 전환과 예산 확보를 위해 분투 노력 중이다.기재부가 공공심야약국 예산을 삭감하거나 불수용한다면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경증 질환으로 약국을 찾아 약사 전문성을 누려 온 국민의 건강권을 훼손하는 결과를 촉발하는 셈이다.이제야 시범사업 시행으로 시동이 걸린 공공심야약국은 한시적 예산 지원에 이어 정부 지원 법제화를 통해 사회 안전망 강화책으로 활용해야 한다.아울러 경증 환자의 공공심야약국 방문·이용 확대는 늘어나는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줄이는 긍정적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약국이 문을 닫는 시간 무작정 병원 응급실을 방문하는 경증 환자들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1년 35억4400만원이란 적은 예산으로 건보재정 절감이란 혜택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 여야와 복지부가 필요성을 인정한 공공심야약국 예산을 수용하는 기재부의 현명한 모습을 기대한다.2022-11-18 16:57:28이정환 -
[기자의 눈] 제네릭, 과연 복제약과 같은 의미일까[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정부가 '제네릭(Generic)'이란 용어를 '복제약'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해서 논란이 일고 있다.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대한약사회가 즉각 반대 입장을 냈다. 복제약이라는 용어 안에 제네릭이란 용어가 의미하는 바를 모두 담기엔 모자라기 때문이라고 이들은 강조한다.약업계의 반발은 타당해 보인다. 사전적으로나 사회통념적으로 각각의 용어가 의미하는 범위에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제네릭이란 단어는 '일반적'이란 뜻의 'General'과 어원이 같다. 그래서 사전에서도 '포괄적인' '특징이 없는' '이름이 붙지 않은' 등의 뜻으로 정의한다. 나아가 영영사전에선 두 번째 뜻으로 '특정 상표명으로 판매되거나 제조되지 않은 제품(not sold or made under a particular brand name)'으로 설명하고 있다.반면 복제는 '본디의 것과 똑같은 것을 만듦, 또는 그렇게 만든 것'으로 정의된다. 영어로 'Generic' 보다는 'Reproducation' 혹은 'Copy'라는 단어에 가깝다. 그러나 영미권 어디에서도 제네릭 의약품을 Reproduced Medicine 또는 Copy Drug이라고 명명하지 않는다.제네릭이 개발되는 과정을 살펴도 복제약과는 거리가 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제네릭 의약품에 대해 '처음 개발된 원개발(오리지널) 의약품과 주성분 함량, 복용 방법, 효능·효과, 품질 등이 동등하게 만들어진 의약품'이라고 설명한다.이때 오리지널과 제네릭이 동일한지 살피기 위해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오리지널을 단순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인체에서 효능·안전성이 동일한지 검사를 한 뒤, 별도의 허가 심사까지 받아야 한다. 제약바이오협회가 “단순히 찍어내듯 만들어낸 복제의 결과물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나아가 제네릭을 복제약으로 대체할 경우 일반 국민에게 본질과 달리 인식될 우려가 크다. 대한약사회가 “복제라는 단어의 틀 안에서 '짝퉁약' 또는 '카피약'이라는 이름으로 매도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언어는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단순히 사물을 표현하는 기호가 아니다. 인식의 범위를 결정하는 일종의 거푸집과 같은 역할을 한다. 제네릭 의약품을 복제약이라는 용어로 대체할 경우 '복제'라는 인식의 범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의미다.정부의 취지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제네릭이라는 용어가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 다소 낯선 단어일 수 있다. 그럼에도 복제약이 제네릭의 대체어가 되기엔 부적절하다는 약업계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제네릭의 본질을 담기엔 복제약이라는 단어가 적절한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2022-11-17 06:15:58김진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