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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연화의 관점] 위험대상 설명: 지각된 취약성 메시지 전략(20)위험을 줄이거나 관리할 수 있는 행동, 구체적으로 예방접종, 금연금주, 복약이행, 근육운동 같은 건강 행동은 건강 전문가들이 독려해야 할 목표이다. 하지만 앞선 칼럼에서 설명했듯이 위험을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건강 행동에 관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위험 인식의 하부 개념들을 살펴보고,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고도화 해야 한다. 건강 심리학자 닐 D. 와인스타인(Neil D. Weinstein)과 동료들은 건강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 인식을 세 개로 구분했다. 첫째, 지각된 심각성 둘째, 지각된 취약성 셋째, 지각된 발생 가능성이다. 먼저, 지각된 심각성의 개념과 관련 메시지 전략은 앞선 칼럼을 참고하시길 부탁드린다. 한편, 지각된 취약성의 개념적 정의는 [자신이] 그 위험에 노출되었다고 지각하는 정도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내가 당면한 위험에 관한 지각이다. 가령, 독감 예방접종을 독려하기 위해서 독감의 육체적, 사회적, 정신적, 경제적 심각성을 설명했다고 가정해보자. 하지만, [자신]은 독감에 걸리지 않을 거로 생각한다면, 백신을 접종할까?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지 않을까? 이에 "너도 걸릴 수 있어! 너도 위험해"처럼 대상을 명시하여 지각된 취약성을 높이는 메시지 전략이 필요하다. 일례로 "독감 유행 기간입니다. 예방 접종하세요"라는 메시지보다 "독감 유행 기간입니다. 당신도 걸릴 수 있습니다. 예방 접종하세요"라는 메시지가 취약성을 높인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고혈압을 관리하지 않으면 뇌졸중 확률이 높아집니다"보다 "고혈압을 관리하지 않으면 당신의 뇌졸중 확률이 높아집니다"라고 대상을 명시하는 것 역시, 지각된 취약성을 높이는 메시지 전략이다. 한편, 지각된 발생 가능성은 말 그대로 그 위험이 실질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에 관한 지각이다. 예를 들어, 20대 여성은 50대 여성보다 유방암에 관한 지각된 발생 가능성을 작게 인지한다. 그래서 20대 여성에게 유방암 검진 행동을 독려할 때는 "매년 300명 이상 발병하는 20대 유방암"처럼 관련 유방암 데이터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혹은 "비만이라면, 가족력이 있다면, 초경이 빨랐다면" 등의 묘사로 지각된 발생 가능성이 커질 수 있는 사례들을 함께 제공하여, 대상자들의 검진을 독려할 수 있다. 그런데 지각된 취약성과 지각된 발생 가능성은 특히, 어떤 사람에게 필요한 위험 인식일까? 위험 심리 연구자인 멜리사 L. 피누케인(Melissa L. Finucane)과 폴 슬로빅(Paul Slovic)이 발견한 ‘백인 남성 효과(white male effect)’는 젠더와 인종 그리고 지각된 위험의 관계를 의미심장하게 보여준다. 연구자들은 백인 남성들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자신들의 건강과 회복 가능성을 매우 과대평가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과신은 그들이 질병에 취약하지 않고, 낮은 발생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지각으로 연결되었다. 결과적으로 백인 남성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백신 투여율, 마스크 착용률, 만성 질환 조절률 등의 건강 행동 비율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사회적 관계성에 관한 지각이 낮고, 육체적 건강을 과신하며, 돌봄의 대상자가 적으면(아이 혹은 노인) 이러한 경향을 자주 보인다고 한다. 그러므로 약사는 메시지 수용자의 특성을 고려하고 관련된 유병률과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탐색하여, 메시지 전략을 도출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당뇨약을 드시는 분 중 상당수가 다리 절단 합병증의 위험을 알고는 있지만 자신이 건강하다고 자부하는 사람일수록 그 위험을 겪을 가능성은 작게 평가한다. 그래서 당뇨를 앓고 계신 분이, 발 상처에 후시딘/ 빨간약 등을 바르기만 하는 경우를 약사들은 종종 목격한다. 대다수 약사가 염증 치료 진료를 권하지만, 그런 분들은 "젊었을 때는 이거 바르면 하루면 나았어. 며칠 바르면 금방 괜찮아져~"라며 위험 가능성을 얕잡아 보고, 권고 행동에 따르지 않는다. 이럴 때, 지각된 취약성 메시지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당뇨 환자의 4명 중 1명이 당뇨병성 족부궤양을 앓는다는 메시지로 (후시딘을 사는 당신도) 그 한 명이 될 수 있다며 지각된 취약성을 자극해야 한다. 덧붙여 지각된 발생 가능성 메시지 전략도 활용할 수 있다. 대한당뇨학회 통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초기에 당뇨발 증상이 나타나도 10명 중 4명은 치료를 제때 받지 않아 전 세계적으로 30초마다 1명 꼴로 족부를 절단한다는, 생각보다 위험 발생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강조하며 말이다. 적절한 치료를 권고하는 것도 약사의 역할이기에 알아두면 쓸모 있는 메시지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위험 인식은 건강 행동의 동기 역할을 한다. 위험하다고 생각해야,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추천된) 건강 행동의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험 인식은 단순하지 않다. 건강 행동에 영향을 주는 지각된 위험의 구성요소는 '심각하군 + 나도 걸릴 수 있군 + 위험 가능성이 크군'의 합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생생하게 위험을 묘사하고, 대상자를 명확히 하며, 관련 가능성을 인지시켜야 권고하는 행동으로의 변화 가능성이 커진다.2023-02-08 06:10:43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위험 설명: 지각된 심각성 메시지 전략(19)현대 사회의 공중(public)은 일방적인 건강 메시지를 무조건 배우고 따라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메시지에 이성적, 감성적으로 반응하고, 설득되는 메시지 수용자이다. 그러므로 헬스커뮤니케이터는 메시지의 옳음만으로 수용자 설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해 설득 전략을 수행해야 한다. 그래서 헬스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인지 이론들은 "이게 사실이야" 보다, 메시지 수용자가 그 사실을 어떻게 '지각'하는지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실제 임신 가능성이라는 사실보다, 한 개인이 임신 가능성을 어떻게 지각하는지가 피임법 활용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법이다. 임신 가능성에 영향을 받는 개인일지라도 스스로 그 가능성을 지각하지 못한다면 피임법을 활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건강 메시지는 어떤 지각에 영향을 미쳐야 할까? 건강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탐구하기 위해 사회과학자들은 흥미로운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가 이루어진 상황은 1950년대 미국이었는데, 그 당시 사람들은 국가의 권고에 따른 결핵 검사를 잘 받지 않았다. 그 결과, 조기에 결핵을 발견, 격리, 치료 단계를 실행하기 어려웠다. 이에 보건당국은 연구자들에게 결핵을 조기 발견하기 위한 X-ray 검사에 사람들이 왜 참여하지 않는지, 그리고 사람들을 어떻게 참여시킬 수 있는지에 관한 연구를 의뢰했다. 연구를 주도한 미국 공중 보건국의 고드프리 호크바움(Godfrey H. Hochbaum) 박사는 1,200명의 성인을 조사하여 어떤 지각이 건강 행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했다. 조사 결과, 결핵이 심각한 질병이며 자신이 결핵에 걸리기 쉽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조기 발견이 자신에게 이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가운데 82%가 엑스레이 검사를 받았고, 그런 생각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은 단 21%만이 엑스레이 검사를 받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발견을 토대로 연구자들은 건강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지각된 심각성, 지각된 취약성, 지각된 이익 등으로 개념화하고, 행동과의 관계를 검증한 후, 건강신념모델(Health belief model)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요인의 개념화는 아주 중요하다. 개념이 명확하지 않으면, 그것을 현실에 적용할 수 없고 일반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건강신념모델의 핵심 변인 중 지각된 심각성(perceived severity)의 정의를 상세히 다뤄보고자 한다. 지각된 심각성의 개념적 정의는 어떠한 질병이 얼마나 심각한지, 혹은 병을 방치했을 때 얼마나 심각해질 수 있는지에 대한 개인의 주관적 지각을 뜻한다. 그런데 '심각'이라는 개념 역시 모호하다. 그러므로 연구자들은 어떤 대상에 대한 심각인지를 개념화했다. 결론적으로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경제적 심각성에 대한 개인의 판단이 지각된 심각성이다. 예를 들어보자. "고지혈증을 방치하면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라는 문장은 심각하다는 설명일 뿐, 개인이 지각하는 심각성을 자극하기 어렵다. 왜냐면 어떤 심각인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각된 심각성에 영향을 미쳐 고지혈증약 복용 행동을 독려하고 싶다면, 다양한 차원의 심각성을 지각할 수 있게 메시지를 도출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육체적 심각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상상할 수 있는 심각의 범위를 명시적으로 나타내줘야 한다. 가령, 고지혈증을 관리하지 않으면, 동맥 경화에 의한 심장 마비를 겪을 수 있고, 이것은 우리나라 사망 순위 3위 안에 든다는 메시지를 보자. 어떤가? 좀 더 심각하게 느껴지는가? 동맥 경화를 피를 돌게 하는 관이 녹슬고 이물질이 쌓여 막혀버리는 상태로 묘사하는 건 어떤가? 육체의 손상에 관한 구체적인 묘사는 지각된 심각성을 강조할 수 있는 좋은 전략이다. 사회적 심각성을 강조한 메시지 전략은 고지혈증을 관리하지 않았을 때, 상상할 수 있는 사회적 관계의 손실을 묘사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보자. 동맥 경화로 인해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냥, 뭐 죽지 뭐.’ 이런 식이다. 그런 분들에게 장애의 가능성을 강조하고 그 결과 지금 하고 계신 사회적 활동, 구체적으로 모임에 나가기 어려워짐, 취미나 여가 생활을 즐기기 어려워짐 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또 다른 차원의 심각성을 느끼게 해줄 수 있다. 경제적 심각성을 강조한 메시지 전략은 고지혈증약을 관리하지 않아, 즉 월에 몇만 원을 사용하지 않아, 나중에 몇천만 원을 쓰게 된다는 묘사가 대표적이다. 즉 관련 질병을 겪게 되면, 어느 정도의 경제적 손해를 입을지에 관한 지각을 자극하는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메시지 전략을 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권고하고자 하는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특정 개념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다. 만약 지각된 심각성의 개념을 정확히 알고 있다면, 현장에서는 환자에 맞춘, 다양한 예시로 권고하는 건강 행동을 하지 않았을 때 겪을 수 있는 심각함을 인식시킬 수 있다. 심각함은 그저 "심각해집니다." 혹은 "합병증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정도의 문장과 근엄한 표정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심각의 결과를 다양한 관점에서 제시해보자. 그래야 상대는 그 심각성을 인지할 테니까.2023-02-01 20:11:14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치료실패 10% vs 성공 90%, 프레이밍 전략(18)인간이 다면체이듯, 현상도 다면체이다. 발생하는 모든 사건은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원하는 방향에 따라, 그 사건의 다양한 면 중 하나의 면이 보이게 메시지를 생성한다. 이를테면, 수학 문제 20개 중에서 4개나 틀렸다는 아이에게, 16개나 맞춘 것일 수도 있지 않겠냐는 말을 하거나 혹은 4개밖에 틀리지 않았다는 의기양양한 말에 4개나 틀린 걸 수도 있다며 압박을 가하기도 하고 말이다. 같은 결과일지라도, 의도에 따라 인간이 생산하는 메시지의 면은 달라진다. 만드는 사람의 의도가 담긴 메시지 구조화 방법의 하나인 프레임(frame)은 사전적 의미로 어떤 현상을 바라보는 "틀"의 개념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어떤 현상을 설명할 때 특정한 프레임을 통해 메시지 수용자가 바라볼 관점을 의도적으로 제시한다. 그리고 프레이밍(framing)은 어떠한 관점을 강조하거나 내용을 포함(inclusion) 및 제외(exclusion)하는 과정을 통해 프레임을 만드는 것을 의미하며 "틀짓기"로 불린다. 헬스커뮤니케이션 영역에서 프레이밍은 설득을 위한 메시지 전략의 방법론으로 많이 활용된다. 대표적인 프레이밍 방법은 아이오와 대학교의 심리 마케팅 교수인 어윈 레빈 (Irwin P. Levin)에 의해 속성 프레이밍(attribute framing)과 결과 프레이밍(outcome framing) 방법으로 개념화되었다. 먼저, 메시지를 속성 프레이밍한다는 것은 특정 속성을 강조하여 프레임을 만드는 방식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치료제 A는 30%의 치료 성공 가능성이 있다"로 메시지를 짠다고 가정해보자. 치료는 성공과 실패로 나눌 수 있기 때문에 30%의 성공은 70%의 실패와 동등한 의미이다. 하지만 "치료제 A는 70% 치료 실패 가능성이 있다"라는 부정적 속성 프레이밍보다 성공을 강조한 긍정적 속성 프레이밍에서, 사람들은 좀 더 치료받고 싶어 했다. 마찬가지로 "부작용 가능성이 1%입니다"라는 메시지는 부작용을 강조한 부정적 속성 프레이밍 방식으로 볼 수 있고,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은 99%입니다"라는 메시지는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 상황, 즉 긍정적 속성을 강조한 프레이밍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예상대로, 사람들은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명시될 때, 복용 의도를 높게 보였다. 또 다른 예로, "고혈압 환자의 대다수가(열의 아홉이) 복용 후 2주 정도면 고혈압약에 적응한다"와 같은 긍정적 속성 프레이밍은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환자의 불안감을 해소하며, 부작용에 대응하는 과정까지 원활하게 만들 수 있다. 인플루엔자 백신에도 같은 프레이밍 방식이 적용될 수 있다. "인플루엔자 백신을 맞으면 부분적으로 팔의 아픈 증상을 느끼지만, 대부분 일주일 안에 괜찮아진다"라는 설명이 대표적이다. 의약품의 특성상 완벽한 긍정성을 가지기는 어렵지만, 긍정적인 속성을 강조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 결과 프레이밍 방법은 행동 유무와 특정 결과 득실을 연결한다. 예를 들어 선크림을 바르는 행동의 유무를 피부암이라는 결과와 연결하여, 이득과 손실로 프레이밍할 수 있다. 먼저, ‘선크림을 바르면 혹은 선크림을 바르지 않으면’으로 행동 유무를 표현한다. 이후, 피부암 예방 여부로 결과의 이득과 손실을 연결한다. 결과 프레이밍 법칙에 따라, 도출된 이득 프레이밍은 "선크림을 바르면 피부암을 예방할 수 있다"이고, 손실 프레이밍은 "선크림을 바르지 않으면, 피부암을 예방할 수 없다"이다. 전자는 건강 행동을 하는 경우 얻을 수 있는 결과를 표현했고, 후자는 건강 행동을 하지 않는 경우 잃을 수 있는 결과를 표현했다. 어떤 결과 프레이밍이 효과적이냐는 맥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데, 선크림을 바르는 행동에 관한 태도가 관련이 있었다. 미네소타 대학교의 임상 심리 분야 교수인 알렉산더 로스먼(Alexander J. Rothman)과 동료들의 연구에 따르면, 선크림을 바르는 행동을 이로운 행동이라고 생각할 때는, 확실한 이득을 강조하는 이득 프레이밍이 좀 더 효과적이었다. 반면, 선크림을 바르는 행동을 그다지 이롭다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비타민 D 부족, 면역력 부족, 피부 손상 등) 손실을 강조하는 메시지가 좀 더 효과적이었다. 즉, 결과 프레이밍은 메시지 수용자가 이미 가지고 있는 생각, 태도에 따라 적합한 프레임이 다르다는 의미이다. 전략 커뮤니케이션 연구자 컬크 할라한(Kirk Hallahan) 교수는 프레이밍이 사람들의 관점을 형성하는 과정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현실의 구성(the construction of reality)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하였다. 다시 말해, 전문가가 어떤 프레임으로 대상을 전달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이 평가하는 속성은 달라질 수 있다. 아울러, 전문가가 사람들의 기존 태도를 감지하고 그에 따른 맞춤 결과 프레이밍을 제공할 때, 사람들의 행동 의도 역시 달라질 수 있다. 여러 번 강조하지만, 약사의 커뮤니케이션은 환자의 건강 결과를 목적으로 한다. 그렇기에, 다양한 메시지 전략을 활용해 고객 혹은 환자의 관점을 공략하여, 건강 행동으로 끌고 나갈 필요가 있다. 사고의 틀을 바꿔 주는 프레이밍은 설득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도구라는 점, 기억하자.2023-01-25 20:05:00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인지부하 유발하는 부작용 메시지 구조(17)위험커뮤니케이션 연구자인 폴 슬로빅(Paul Slovic)은 위험이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로 표현되면 그 자체로 이해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진실이 왜곡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회적 위험 관리는 위험 메시지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석되는지를 탐구하는 거로부터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메시지 구조와 인간의 인지구조 관계를 살펴보도록 하자. 인지구조는 크게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새로운 정보(novel information)가 들어오는 감각기관(sensory input), 정보를 처리하는 작업기억(working memory), 스키마의 형태로 정보를 저장하는 장기기억(long-term memory)이 그것이다. 그런데 메시지를 처리하는 인간의 작업기억은 제한된 용량(limited capacity)을 가지고 있다. 이를 두고 프린스턴 대학교 교수인 조지 밀러(George A. Miller)는 인간이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항목의 수는 고작 7개 정도라고 주장하지 않았던가. 작업기억의 용량 한계는 교육심리학자인 존 스웰러(John Sweller)가 연구, 발표한 인지부하이론(cognitive load theory)의 기본 전제 역할을 한다. 인지부하이론은 작업기억이 제한되어 있으므로, 인지구조를 고려한 메시지나 정보 설계를 주창한다. 실제로, 우리는 메시지 나열 구조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는다. 예컨대, 효율적인 기억을 위해 노트 정리를 다시 했던 경험을 떠올려 보자. 교과서에 나온 긴 문장을 쪼개어 한눈에 들어 올 수 있게 바꾸고, 관련되었으나 떨어져 존재했던 정보들을 포스트잇에 붙여 한곳에 모으는 작업 말이다. 이것은 본능적으로 인지부하를 줄이려는 노력이다. 그렇다면, 이론적으로 어떤 인지부하를 줄일 수 있을까? 학문적으로, 인지부하이론은 작업기억 내에서 겪는 인지부하를 세 가지로 구분했다. 내재적 인지부하(intrinsic cognitive load), 외재적 인지부하(extraneous cognitive load), 본유적 인지부하(germane cognitive load)가 바로 그것이다. 이 중, 우리가 노트 정리를 통해 다른 말로 나열된 메시지의 구조 변경을 통해 줄일 수 있는 인지부하는 외재적 인지부하이다. 외재적 인지부하는 정보의 형식 및 절차 구조에 의해 발생하며 메시지 이해를 낮추는 인지부하로 알려져 있다. 한편, 본유적 인지부하와 내재적 인지부하는 꾹 참고 견뎌야 배울 수 있는 내용 자체에서 오는 부하를 의미한다. 참고로, 이것들은 메시지의 구조적 형식을 바꾼다고 해서 줄어들지 않는다. 이러한 내용을 기반으로, 의약품 부작용 메시지를 평가해 보자. 먼저, 의약품 부작용의 내용은 안전성 및 알권리 확보 차원에서 발견된 부작용들을 모두 포함한다. 이에 부작용 메시지의 양은 시간이 흐를수록 증가할 수밖에 없고, 이것은 부정적 정보 과부하(negative information overload)로 불리며 의약품에 대한 불안(anxiety)과 공포(fear)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내용에 의해 발생하는 부정적 인식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건 의약품 부작용 메시지의 태생적 운명 같은, 내재적 인지부하인 것이리라. 문제는 부작용 메시지가 나열되는 구조적 형식이다. 국내 의약품 부작용 메시지 구조를 살펴보자. 국내 의약품 부작용 메시지의 구조는 신체 기관에 따라, 부작용 가능성과 부작용 종류를 나열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신체 기관은 11~13개로 구분되기 때문에 항목 숫자는 열 개 이상이다. 이에, 메시지는 다음과 같은 구조로 부작용 종류와 가능성을 나열한다. 이런 형식의 부작용 메시지를 본 경험이 있는가? 보통은 예시보다 훨씬 길다. 그래서 읽을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용기 내어 읽기를 시도하는 메시지 수용자조차, 신체 기관을 확인하고, 각각의 부작용의 가능성을 해석하고, 종류를 확인, 종합하는 과정을 통해 이해를 포기하게 된다. 즉, 신체 기관별로 부작용 메시지가 분산되어 있으면, 학습자는 분산된 대상들을 각각 이해한 후, 통합해야 하므로 외재적 인지부하를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부작용 메시지의 구조적 문제를 일찍 파악한 해외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정교하지 않은 메시지 구조와 위험 인식의 관계를 탐색해왔다. 그 결과, 2009년 1월 12일 유럽 연합은 부작용 메시지를 수용자의 위험 인식에 근거하여 모호하지 않게 표현하기 위한 방침을 발표했다(Guideline on the Readability of the Labelling and Package Leaflet of Medicinal Products for Human Use). 구체적으로 "기관/ 시스템/ 군"(organ/system/class)에 의한 분류는 일반적인 메시지 수용자에게 익숙하지 않으니(not familiar) 추천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very common"의 구두적 표현을 사용할 때는 "more than 1 in 10 patients"을 함께 사용하도록 권고하였다. 이에 미국과 유럽의 부작용 메시지는 신체 기관 별로 부작용을 나열하지 않고, 다섯 단계의 부작용 가능성 별로 부작용 종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통합적인 구조로 되어 있다. 부작용 메시지 구조 개정은 수용자의 인지 부하를 최소화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부작용 메시지 표현 및 구조에 의한, 수용자의 인지부하 그리고 왜곡된 부작용 인식 정도에 관한 점검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메시지를 읽는 일반 수용자 관점에서 다양한 연구가 수행되어, 머리가 덜 아픈 부작용 메시지들을 볼 수 있길 바란다.2023-01-18 20:00:34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고작?' 읽을 수 있다고 아는 건 아닌데(16)약의 용법과 용량을 정확히 아는 것은, 치료 결과에 매우 큰 영향을 준다. 이에, 약사들은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활용해 환자들에게 용량과 용법을 설명한다. 가령, 복약 안내문은 기본이요, 손글씨로 정성스레 적어주거나, 세세한 라벨을 붙여주거나, 손가락을 활용해 하루 몇 번인지를 강조하는 노력 등을 하며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용법과 용량을 설명하는 커뮤니케이션은 '고작'이라는 이름으로 프레임돼 왔다. "약국에 가면, '고작' 하루 몇 번 먹으라는 이야기밖에 안 해요."라는 식이 대표적이다. 그래서인가,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약사의 용법, 용량 복약지도를 잘 듣지 않는다. 매번, '그냥 하루, 세 번 식후 30분이겠지'라고 미루어 짐작하는 듯하다. 그 결과 약국 현장에서는 용법, 용량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생기는 사고들이 곧잘 목격된다. 예를 들어, 신종플루에 사용하는 타미플루는 하루 2번(12시간 간격) 5일간 복용 용법이다. 그래서 딱 10캡슐의 약이 처방, 조제된다. 그런데, "아니, 약이 5일분이라고 했는데, 왜 3일 먹었는데, 약이 없냐?"라는 항의 전화가 종종 약국으로 걸려 온다. 이런 경우, 약사들은 약을 하루, 몇 번 드셨냐고 물어본다. 대다수 하루 3번이라는 답을 받는다. 분명히 하루 2번이라고 설명했는데도 말이다. 강의할 때는, 상대가 해석한 내용까지 책임을 지려는 자세가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이끄는 전문가에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저런 상황을 맞닥뜨릴 때면, ‘에이, 약사 말 좀 잘 들어주지’라는 야속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약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는 약사의 복약지도 중 기본이다. 흔히들, 약봉투에 적혀 있는데? 라고 하지만, 읽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 일례로, 병원 투약구에서 근무하던 당시, 스멕타를 처방받은 한 어르신께 복약지도를 하면서, ‘공복’에 드시라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한참 후 한가해진 투약구에 그분이 다시 오셨다. 약을 받을 때마다 궁금했는데, 공복이 대체 언제냐고 물으셨다. 본인은 하루에 두 끼, 오전 11시와 오후 6시에만 식사를 하는데 하루, 세 번, 공복을 어떻게 챙기면 좋겠냐고 말이다. 그래서 공복은 속이 비어있는 시간으로, 보통 식전 1시간 / 식후 2시간 정도를 의미한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약을 챙겨 먹기 편한 시간을 체크하고, 오전 10시, 오후 2시, 주무시기 전 이렇게 세 번을 드시면 어떨까요? 라고 제안했다. 더불어, 변이 무르지 않는 단계가 오면 횟수를 줄이시라고 말씀드렸다. 짧은 문장이지만 공복의 정의, 용량/용법 조정을 통해 고도로 맞춤화된 대면 서비스(highly tailored, in-person services)를 제공한 셈이다. 실상, 공복이라는 용어를 읽지 못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다. 그런데 우리나라 언어는 읽기 쉬움으로 인해, 읽었으니 알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 읽을 수 있는 능력과 이해하고, 생각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다름에 기반을 둔, 리터러시(문해력) 교육이 점차 강조되는 추세다. 헬스리터러시는 개인이 건강 정보 용어를 이해하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이다. 건강 정보는 의약품 메시지, 질병 메시지, 의학 관련 단어, 건강 관련 정보의 수치 등을 포함한다. 헬스리터러시는 자율적인 건강 관리 및 의료 서비스 활용에 필요하며, 의약품 정보 공개 이후, 개인의 건강 결과와 밀접한 관계를 보인다. 구체적으로 헬스리터러시가 높은 사람은 의료 정보, 전문가의 조언, 약의 용법/용량 등 건강 정보에 대한 이해와 참여에 대한 동기가 높아 건강 결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낮은 헬스리터러시는 건강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 구체적으로 높은 입원율, 높은 응급실 방문율, 높은 사망률, 높은 의료비, 낮은 유방암 검사율, 낮은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률, 적절한 의약품을 복용하기 어려워하는 것에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맥락에서 국제 헬스리터러시 아카데미(Global Health Literacy Academy) 창립자인 크리스틴 쇠렌센(Kristine Sørensen)과 의료 연구가이자 의사인 데이비드 베이커(David W. Baker)는 공공의 건강을 위해 헬스리터러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환자와 보건 전문가들 간의 질의응답 커뮤니케이션은 헬스리터러시를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학습에는 질문과 답을 주고받는 것, 만한 게 없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약사의 설명에 관한 생각 전환이 필요하다. 앞서 예시로 든 ‘공복’ 상황처럼 말이다. 고작’ 용법이 뭐가 중요해. ‘고작’ 용량이 뭐가 중요해, ‘고작’ 하루에 몇 번이 별거냐는 프레임을 바꾸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용법은 무척 중요하고, 적혀진 의미는 사람마다 맞춤형으로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 일례로, 어떤 약은 식후라 적혀 있지만, 약사에게 질문해 보면 빈속에 먹어도 큰 무리가 없는 약이 있고, 어떤 약은 공복에 먹는 것이 가장 약효가 좋은데, 식습관에 따라 공복의 정의는 달라질 수 있다. 또 어떤 약은 반드시 식 직후에 먹어야 하거나, 어떤 약은 식사 중간에 먹어야 하는데 이 또한 개인의 식사 루틴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 용량 또한 마찬가지다. 용량은 남용과 오용을 예방하는 굉장히 중요한 정보이다. 하루에 한 번 먹어야 하는 혈압약을 세 번 먹으면 큰일을 치를 수 있고, 두 번 먹어야 하는 약을 세 번 먹으면 부작용만 커질 수 있으며, 두 알씩 먹어야 하는데 한 알씩 먹게 되면,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아이에게 시럽을 먹여야 할 때, ml를 잘 못 읽는다면, 엉뚱한 용량을 투여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약사에게 질문하면 대다수 약사가 시럽병에 줄을 그어주거나, 주사기를 활용하는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용량을 이해시키고자 한다. 종합하자면, 헬스리터러시는 환자 중심 약료를 끌어가는 개념이다. 치료 과정 혹은 치료 결정 과정에서 [개인의 건강 정보 이해 능력]은 올바른 판단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러한 헬스리터러시는 설명 듣기로 점철된 전문가와의 커뮤니케이션 형태가 묻고 질문하는 상호작용 형태로 전환될 때, 높아질 수 있다. 이에,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약을 먹게 하려는 약사의 루틴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 복약상담이란 '용량, 용법;이라는 기본에서 시작해 깊이를 더해가는 거라는 걸 기억하며 말이다.2023-01-11 19:53:04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부작용 두려워…"복약없이 결과 없다"(15)며칠 전, 엄마로부터 전화가 왔다. 말씀하시길, 건강 검진 후 새롭게 처방받은 고지혈증약을 반 알씩 잘라서 복용하고 계신단다. 의사 몰래 그렇게 하려다 보니 진료는 제때 받으시고, 약은 남고, 이걸 어떻게 해야 좋을까 걱정이시란다. 왜 그러시는지 여쭈어보니 '그냥 뭐.'이러시며 얼렁뚱땅 넘어가신다. 캐묻고 캐물으니 뉴스에 고지혈증약 부작용이 나왔는데 너무 무서워서 못 드시겠단다. 사람들은 삶의 맥락에 따라 위험에 가중치를 두기도 하고 이익에 가중치를 두기도 하며 치료 여부를 결정한다. 치료의 핵심은 환자의 동의와 실행이다. 그래서 복약 이행(Medication adherence)은 환자가 약물치료에 동의하고 복용을 실행하는 과정, 반대로 치료에 동의하지 않거나 복용을 이행하지 않는 것은 복약 비이행(Medication non-adherence)으로 정의된다. 그리고 복약 비이행은 약물 복용을 하는 사람의 '의식적 의도'에 따라 의도적(intentional), 비의도적(unintentional) 복약 비이행으로 구분된다. 구체적으로 의도적 복약 비이행은 의약품 소비자가 스스로 판단하여 약을 중단하거나 줄여서 복용하는 것을 의미하고, 비의도적 복약 비이행은 주의가 부족하거나, 약 복용을 잊어 의도치 않게 발생하는 비이행을 의미한다. 정의에 따르면, 내 엄마는 의도적 복약 비이행 중이시다. 참고로, 약을 의도적으로 줄이거나 건너뛰는 의도적 비이행은 65세 이상 어르신들 사이에서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러한 현상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전통적인 의료 관점에서 복약 비이행은 의료 공급자를 중심으로 평가되었다. 의사와의 관계, 혹은 약사와의 관계가 좋지 않아 또는 관련 지식 부족에 의해 의도적 비 복용이 발생한다고 말이다. 그래서 의약품 설명서를 제공하거나, 친절한 복약 알람 등을 해주면 복약 이행의 비율이 높아질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비이행의 비율은 크게 경감되지 않았다. 이것은 복약 비이행 연구 방향을 전통적인 의료 관점에서 환자의 관점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환자들이 가지고 있는 심리적인 요인에 대한 탐구, 즉 의도적으로 약을 중단하는 이유에 대한 환자 중심의 연구가 시작되었다. 이에, 개인이 약물치료에 관해 가진 신념을 측정하기 위해 BMQ(Belief Medication Questionnaire)가 개발됐다. BMQ는 크게 약물 치료에 대한 우려와 필요 차원으로 구분되어 있다. 우려 신념은 장기간 복용에 대한 우려, 의존에 대한 우려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필요 신념은 자기 삶을 위한 약물의 필요성을 어느 정도 지각하고 있느냐에 관한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필요-우려’모델은 약물 치료에 대한 환자의 심리적 신념이 치료 참여에 영향을 미쳐 권고대로 복용하지 않는 행동을 설명한다. BMQ와 복약 이행의 인과를 파악한 연구들에 따르면, 우려 신념은 의도적 복약 비이행과 더불어, 비의도적인 복약 비이행으로 알려진 건망증과 부주의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환자들에게 왜 약을 먹지 않냐고 물어보면 그저 “잊었다”라고 대답하지만, 약물 치료에 대한 우려 신념과 상관관계가 높게 나타났다. 즉 약물 치료에 대한 우려는 무의식을 침투해 약을 피하게 만들고, 잊음을 합리화하는지도 모른다. 아울러, 의도적 복약 비이행은 의약품에 대한 부작용 인식과 높은 관련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작용 메시지에 노출된 사람은 부작용 발생의 가능성을 상상하고, 이것이 [걱정, 우려된다]는 신념을 만든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약의 부작용에 대한 위험 인식은 치료의 시작 그리고 치료 시작 후 6개월까지 가장 높게 유지된다. 이미, 1년 이상 복용을 진행한 환자군은 1년간 부작용의 경험이 없었기에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점차 낮아진다. 즉, 의도적으로 약을 끊는 사례는 약을 처방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어쨌든, 엄마에게 두 가지 이야기를 해드렸다. 먼저 좋은 의사라면 엄마의 고민을 무시하지 않을 거라고 말씀드렸다. 그러니 무서워하지 말고, 의사에게 약의 부작용이 무서워 약을 반 알씩 드신다고, 그렇게 드시고 운동과 식단을 병행하면 고지혈증 수치 관리가 가능한지 솔직하게 여쭤보라고 말씀드렸다. 엄마의 고지혈증 수치가 아주 높으면 의사가 절대 안 된다고 할 것이고, 수치가 관리할만하다면, 의사 역시 시도해 보자고 할 거라고. 그리고 약사로서 동맥경화를 예방하기 위한 고지혈증약은 갑작스러운 죽음을 예방하는 약이니, 엄마가 꾸준히 잘 복용하셨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엄마가 걱정하는 치매나 근육 부작용은 오천 보 이상 걷고 빵과 떡을 적게 드시는 것으로 낮아질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결론적으로, 엄마는 의사에게 말할 용기는 아직 없는 듯, 그녀의 의도적 비이행을 말하지 못했다. 하지만 우려 신념은 좀 낮아져, 다행히 현재는 용량대로 드시고, 운동을 꾸준히 하신다. 안타깝지만, 빵과 떡은 아주 조금 줄이셨다. 의료 데이터 연구자인 의사 로버트 멘츠(Robert J. Mentz MD)가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심혈관질환과 관련 지역사회 기반 역학 조사인 JHS(Jackson Heart Study) 자료에 따르면, 만성질환자의 72.9%에서 간헐적 복약 비이행이 관찰되었다고 한다. 나아가, 미국 처방전 데이터를 살펴보면, 2009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에서 발행된 외래 처방전은 한 해 평균 약 40억 장 정도인데, 절반 이상의 환자들이 처방대로 복용하지 않았고, 이러한 복약 비이행에 의해 발생하는 의료비용은 약 5,284억 달러에 달하며 관련 사망자는 매년 약 275,689명 이상이란다. 이러한 현실에서 약물 부작용에 관한 정확한 정보, 예방, 관리에 대해 환자들이 가장 가까운 곳에서 논의할 수 있는 전문가는 지역 약국 약사다. 아울러, 의약품에 관한 과도한 심리적 우려를 낮춰 복약 이행을 높일 수 있는 전문가 또한 지역 약국에서 헬스-커뮤니케이션하는 약사라는 것을 정책 입안자분들이 알아주셨으면 한다. 심리적인 우려를 낮추는 커뮤니케이션, 혹은 동기를 부여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만큼의 티는 나지 않는다. 하지만 건강 결과에는 꽤 많은 영향을 미친다. 다시금 강조하지만, 복용이 없는 곳엔 결과도 없다.2023-01-04 12:01:44데일리팜 -
[사설] 의약계 패러다임 변화와 멈출 수 없는 마라톤계묘년 (癸卯年) 태양이 떠올랐다. 2023년 긍정의 시그널보다는 위기의 신호가 감지된다. 경기불황과 강력한 규제의 연속은 의약산업계를 수렁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고통의 시간 속에서도 R&D분야에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며 글로벌기업으로 우뚝 서기 위한 최종 목표를 향해 묵묵히 달려왔던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열매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여전히 의약산업계에 걸쳐있는 그림자는 암울하다. 수 년 간 불순물 파장으로 멍들었던 제약업계는 지금도 계속되는 후폭풍으로 가슴을 졸이고 있고, 강력한 허가 약가 규제정책은 산업계가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급여재평가 사업과 해외 약가참조국 확대 정책은 이미 급여 등재된 제네릭과 신규 도입될 약제들의 급여 생존 여부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제약바이오산업계는 신약 개발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위반 시 인증을 취소하는 'GMP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는 지난해 12월 시행 이후 품질경영과 정도경영을 산업계에 주문하고 있다. 조제용 감기약의 대대적인 품절로 야기된 제약기업, 유통기업, 일선 약국들의 어려움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제약바이오기업들은 미래 먹거리를 위한 과감한 투자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LG화학이 8000억원을 투자해 이뤄낸 미국 바이오기업 인수와 에스디바이오센서의 미국 체외진단기업 2조원대 인수는 긍정적인 시그널이다. 롯데그룹 지주회사인 롯데지주가 미국 BMS 공장을 약 2000억원에 인수한 것은 향후 산업계 생태계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해서 2023년 의약산업계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거대한 물결 속에 서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급변하고 있는 패러다임에 순응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은 계묘년 의약산업계에 던져진 숙제다. GMP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와 맞물려 의약품 품질관리 향상은 이젠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공정 경쟁과 준법경영은 거부할 수 없는 시대 흐름이다. 올해 최악의 경기침체와 각종 규제정책 속에서 다양한 시장환경 변화가 예고된 만큼 힘든 한해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제약바이오기업들은 그동안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내는 방법을 습득했고 이를 실현해왔다. 끊임없는 도전과 벤처정신으로 무장해 글로벌 시장이 인정하는 기업, 국민이 신뢰하는 기업이 되기 위한 경주를 게을리 하면 안된다. 정부도 의약산업계가 뿌리를 튼튼히 다질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해 줘야 한다. 신약개발 R&D 투자를 촉진시킬 수 있도록 허가 및 약가 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영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예측 가능성을 갖고 적극 투자할 수 있도록 토양을 만들어 줘야 한다. 2023년 정부와 의약산업계가 함께 호흡하며 보건의약 산업 규모를 키워나갈 때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은 순풍에 항해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올해도 멈출 수 없는 마라톤은 계속되어야 한다.2023-01-02 10:34:41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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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연화의 관점] 상황의 문제일까, 사람의 문제일까(14)커뮤니케이션은 어렵다. 특히 예측이 가능한 메시지를 던졌을 때 예측과 다른 반응이 나오는 경우, 커뮤니케이션은 무서워진다. 가령, A약사의 경우를 보자. 그는 약국을 개국한 후, 친절을 다짐하며 약국에 들어오는 환자에게 건강과 안부의 말을 건네고자 했다(greeting). 그래서 가장 보편적인 안부 메시지인 "안녕하세요"와 친절함의 상징기호인 '미소'를 함께 보냈다. 그런데 "안녕하면 여길 오겠소"라는 답과 함께, 아파 죽겠는데, 왜 웃냐는 핀잔이 돌아왔다. A약사는 내가 만만한가? 저 사람 나를 싫어하나? 약국에서는 안녕하냐고 물으면 안 되는 건가? 약국에서는 웃으면 안 되는 건가? 라는 별의별 생각들을 하다가, 사람들이 약국에서는 안녕하냐는 안부 인사와 미소를 싫어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인사를 눈인사로 바꾸고, 미소를 줄이는 방향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수정했다. 이 같은 A약사의 원인 추론 과정은 귀인이론(attribution theory)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귀인이론은 개인이 행동 또는 사건을 해석하여 원인을 내부적 혹은 외부적으로 귀속시키는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이 이론을 발전시킨 하이더(Heider, 1958)는 사람들이 어떤 결과의 원인을 파악하는 방법을 "인간(성향) 대 환경(상황) 요인"으로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인간(성향, 기질)을 원인으로 보는 것은 내적 요인이고, 환경(상황)을 원인으로 보는 것은 외적 요인이다. 예를 들어, A약사가 환자의 반응을 "저 사람은 내가 싫은가? 만만한가?" 혹은 "내가 말을 잘못했나?"로 귀인 하는 것은 내적 요인 혹은 기질적 요인에 기반한 귀인이다. 반면 "약국에서는 인사가 안 맞나?" 혹은 "아파서 그런가 보다"로 귀인 하는 것은 외적 요인 혹은 상황적 요인에 기반한 귀인이다. 사회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타인의 행동 원인을 추론하는 데 있어, 상황보다는 기질 혹은 성향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직원이 지각했다고 가정해보자. 대부분 사람은 지각을 기질적 요인(게을러, 시간관념이 없어)으로 귀인 하는 경향을 보인다. 약국에서 누군가 화를 냈다고 가정해봐도 비슷한데, 진상 혹은 성격이 이상하다는 것으로 귀인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한국인들은 역동적인 사회 변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릴 때부터 경쟁에 의한 성장과 그것을 이루기 위한 내부 통제력에 관한 교육을 받는다. 이를테면, 모든 것은 나에게 달려있고,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이다. 이러한 통제 가능성에 관한 기대는 질병 상황에서도 발생한다. 즉, 한국인들은 어떤 사람이 질병으로 진단받았을 때 환경보다는 개인의 통제력에서 원인을 찾고, 질병에 의해 예민해진 상태일 때도 개인의 성향이나 성격을 원인으로 찾는 경향이 크다. 안타깝게도, 환경의 영향보다는 개인이 모든 것을 관리할 수 있다고 믿는, 통제 가능성 신념은 공부 성과가 좋았거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직업의 소유자일수록 크다. 다시 말해, 공부를 잘했던 그대는 상황의 힘이나 아픔의 힘에 굴복하는 상대에게 공감하기 쉽지 않다는 말이다. 그런데 상황의 힘은 생각보다 크고, 통제하기 어렵다. 다시 말해 고통의 힘, 아픔의 특성은 개인별로 한정된 자제력을 넘어선다. 배가 아픈 사람은 아무리 의지가 충만해도 공부에 집중할 수 없다. 머리가 아픈 사람은 욱신대는 통증으로 양미간에 주름을 잡는다. 손거스러미나 혓바늘이 날을 세우면 매 순간 예민해지기 마련이다. 호르몬은 어떠한가? 호르몬이 요동칠 때는 제3의 자아가 나타나기도 한다. 즉, 불편함과 괴로움은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를 야기하고, 생리적인 신체 기능은 떨어뜨린다. 경험하는 증상으로 야기된 상황적 요인들은 인간과 인간이 상징화된 기호를 메시지로 주고받으며 상호작용하는 과정인 커뮤니케이션까지 방해한다. 특히 한정된 이해력과 자제력을 떨어뜨려, 작은 일에도 예민한 반응을 초래한다. 그 결과, 안부 인사와 미소에 적절한 피드백을 줄 의지조차 부족해지는 것이다. 소설가 김훈은 그의 산문 [라면을 끓이며]에서 젊은 의사가 배운 학문의 보편성이 개별적인 고통의 이해와 관련 없음을 안타까워했다. 김훈의 시선대로라면, 증상 및 질병 그리고 약의 과학적 특징을 보편적 지식의 형태로 배운 약사도 다르지 않다. 나 역시, 고통의 특수성보다는 상대의 성품을 원인으로 귀인하곤 하니 말이다. 귀인이론은 타인을 판단하는 잣대의 공정함에 관한 통찰을 준다. 타인의 잘못을 평가할 때도 "그 사람 때문이야"보다는 나의 잘못을 평가할 때처럼 "상황이 좋지 않았어"로 외적 귀인, 상황적 귀인 하기를 제안하며 말이다. 이것은 약국에 방문한 사람이 짜증을 내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장기가 짜증을 내는 거라는 관대한 관점 형성과도 연결되어 있다. 경험치가 많은 선배 약사의 '그럴 수 있지' 기술은 사실, 귀인이론과 맞닿아 있다. 정리하자면 어딘가 불편한 사람들이 방문하는 공간의 무게는 꽤 묵직하다. 그래서 약국 현장 커뮤니케이션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하지만 한 개인의 쌀쌀한 반응을 그저 나를 싫어하나보다 혹은 성격이 별로인가로 치부하기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괴로움, 알 수 없는 환경의 힘이 크다. 타인을 평가할 때, 내적 귀인 보다는 외적으로 귀인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 그것은 어찌 보면 삶의 여유일 수 있다.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한 개인이 겪는 상황, 혹은 그를 둘러싼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유기적 존재인 인간을 다시금 이해하며 커뮤니케이션에 임해보자.2022-12-29 10:54:49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약효의 시간적 거리감과 메시지 전략(13)지금(now), 여기(here), 나 자신(self)은 어떤 대상에 관한 거리감을 식별(identification)하는 사람들의 기준이다. 예를 들어 시간상으로 내일은 가깝고, 10년 뒤는 멀다. 공간적으로 대한민국은 가깝고, 아프리카는 멀다. 사회적으로 내가 속해 있는 그룹은 가깝고, 나랑 관계없는 그룹은 멀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지금-여기-나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 대상과의 심리적 거리감을 계산한다. 이러한 심리적 거리감은 사건과 대상에 관한 판단 및 해석에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당장 내일 어딘가로 떠난다고 가정을 해보자. 어디에서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할지, 준비물은 무엇을 챙길지, 구체적이고 방법론적인 생각이 떠오를 것이다. 반면 10년 후 여행을 상상해보자. 구체적인 방법보다는, 정말 원하는 여행은 무엇인지, 추구하고 싶은 의미는 무엇인지, 무엇을 경험하고 싶은지 등 목적 지향적인 생각들을 하게 된다. 해석수준이론(construal level theory)은 거리감에 따른 심리적인 표상, 즉 가치를 두는 영역이 달라진다는 것을 검증하며, 구체적이고 방법론적으로 대상에 관해 생각하는 걸 하위-해석수준, 추상적이고 목적론적으로 대상에 관해 생각하는 걸 상위-해석수준이라 명명했다. 하위해석수준인 경우 현실적이고 실행 가능한지 등에 가치를 두고, 상위해석수준인 경우 본질적이고 바람직한지 등에 가치를 둔다. 이러한 해석수준이론은 심리적 거리감과 해석수준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메시지 전략에 활용된다. 이를테면, 가까운 거리감일 때는 행동 방법을 강조하거나 실행 가능성을 제시하는 하위해석수준 메시지가 좀 더 설득적이고, 먼 거리감일 때는 행동 목적을 강조하거나 바람직성을 말해주는 상위해석수준 메시지가 좀 더 설득적일 수 있다고 이론은 설명한다. 이러한 이론을 적용해 금연 메시지를 도출해 보자. 내일부터 당장 담배 끊기를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구체적인 방법론(약의 종류, 처방 방법 등) 위주의 메시지가 금연의 이유나 목적을 강조하는 메시지보다 더 설득적일 것이다. 반면, 아직 금연을 먼 미래처럼 느끼는 사람에게는 금연의 바람직성, 이유, 목적과 같은 추상적인 메시지가 더 설득적일 것이다. 이번에는, 의약품 메시지에 해석수준이론을 적용해보자. 의약품은 효능에 따라, 다른 시간적 거리감을 만들어 낸다. 구체적으로 진통제는 복용 후 15분~30분 안에 통증이 억제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반면 고혈압약은 복용 후 자각 증상은 없지만, 장기간 복용 후에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약이다. 즉, 전자는 시간적 거리감이 짧고, 후자는 길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진통제 복용을 설득해서 해야 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고혈압약과 같은 만성질환 약은 장기간의 꾸준한 복용을 설득해야 하는 경우가 제법 있다. 이러한 순간에 메시지 전략이 필요하다. 어떤 메시지가 적당할까? 해석수준이론을 적용해보면, 고혈압약은 시간적 거리감이 멀기 때문에 이유, 목적, 바람직성의 요인을 갖춘 메시지가 사람들의 심리적 거리와 궁합이 좋을 거라 가정해볼 수 있다. 해석수준이론과 메시지 전략에 관한 강의를 하고, 약사들에게 고혈압약에 관한 복약 이행 설득 메시지를 도출해 보라고 하면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 고혈압약을 꾸준히 드세요"라는 메시지가 가장 많이 나온다. 앞서 시간적 거리감이 멀 때는, 목적을 강조하라는 부분에 기대어 나온 메시지로 판단된다. 약사들은 가능성이 좀 더 높은 정답을 취하는 이과적인 방식에 최적화되어 있어, 메시지 정답의 정답도 이론이 확실히 말해줄 거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론은 어떤 개념을 설명할 때, 정답 찾기처럼 설명하지 않는다. 예컨대, 해석수준이론은 상위-해석수준의 특징을 "단순성, 구조화, 핵심성, 상위가치, 바람직성" 등으로 다양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론이 개념을 다양하게 제시하는 이유는 맥락에 맞게 이 모든 것을 잘 고려해야 수용자에게 닿을 수 있는 메시지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 고혈압약을 꾸준히 드세요"라는 메시지를 평가해 보자. 약사는 고혈압의 합병증을 생생하게 상상할 수 있지만 일반인들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합병증이라고 똑같이 읽지만, 예측할 수 있는 범위는 다를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고혈압약의 목적 중 최상위가치를 합병증보다는 고혈압약 논문들의 종속변인인 사망률 저하로 규정하고, 언어화해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고혈압약을 꾸준히 드세요."로 도출했다. 어떠한가? 메시지 수용자로서는 사망률이라고 하니, 좀 더 생생한 느낌일 것이다. 그런데 뭔가 바람직한 핵심이라는 느낌은 덜 들지 않는가? 커뮤니케이션학 교수인 로빈 나비(Robin L. Nabi)는 건강행동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희망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 생성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필자는 "사망률을 낮추기 위함"이라는 메시지에 긍정성을 부여하기 위해, “수명 연장 혹은 생명 연장”을 덧붙이는 시도를 했다. 결론적으로 수십 번의 시도 끝에 해석수준이론을 적용한 고혈압약 설득 메시지는 다음과 같이 도출되었다. "고혈압약은 혈관 손상에 의한 사망률을 낮추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필자는 이 메시지를 상위해석수준 메시지라 명명하고 방법을 강조하는 하위해석수준 메시지와 비교해서, 어떤 메시지가 만족도와 복약이행의도를 높이는지 검증했다. 방법을 강조한 메시지는 "고혈압약은 하루에 한 번, 비교적 같은 시간에 의사가 지시한 용량을 자르거나 쪼개지 않고 복용하도록 합니다. 고혈압약은 식사와 크게 관계없이, 한 컵의 물과 함께 복용하는 것을 권장합니다."였다. 1,200명을 대상으로 두 메시지를 보여주고, 어떤 메시지가 더 만족스러운지, 어떤 메시지를 보았을 때 복약 이행 의도가 높아지는지 비교했다. 그 결과, 예상대로 시간적 거리가 먼 경우(고혈압약의 복용 결과가 미래인 경우) 복용의 목적과 바람직성을 강조한 메시지가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리하자면 이론은 메시지의 방향성은 알려준다. 그런데도, 그 방향에 맞춰 가장 적당한 메시지를 도출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조금 더 나은 메시지, 수용자에게 닿을 수 있는 메시지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론과 이론을 구성하는 적확한 개념을 알아야 할 뿐 아니라, 수용자의 맥락을 파악하기 위한 시도 역시 (생각보다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적한 설득 즉, 질병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설득을 위한 메시지를 도출하는 연습은 약사들에게 필수 불가결해지고 있다. 현장에서 약사와 사람들을 잇는 건 커뮤니케이션이고, 그것이 건강 결과를 만들고, 결과는 내 업의 이유이니 말이다.2022-12-21 09:50:28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미뤄 짐작하는 고맥락 문화사회의 대면소통(12)이심전심, 척하면 착, 행간 등의 바탕을 이루는 관계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이다. 우리는 구구절절 설명하는 걸 계면쩍어하고, 상대가 알아서 내 마음을 읽어주길 바란다. 이러한 기술은 '눈치'로 불리며 어릴 적부터 "눈치 좀 봐라, 눈치 챙겨라, 눈치 없이 굴지 마라"의 핀잔, 잔소리 혹은 조언으로부터 습득되고, 수많은 인간관계를 통해 향상된다. 개인의 문화적 속성을 분석하는 토착 문화(indigenous culture) 연구자들은 눈치(Nunchi)를 체면(Chemyon), 정(Jeong), 우리성(we-ness) 등과 함께 한국적 문화를 나타내는 주요 개념으로 설명한다. 아울러 눈치는 화자의 언어, 표정, 눈빛, 처한 상황 등을 관찰해 화자의 욕구를 명확히 파악해 내는 개인의 능력이다. 그래서 눈치가 부족하면 한국 내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문화간 다양성을 연구하는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Edward T. Hall)은 눈치를 강조하는 문화를 고맥락 문화(high context culture)로 범주화하였다. 나아가 홀은 한국, 일본, 중국과 같은 동양은 고맥락, 서양은 저맥락 문화로 구분하였는데, 두 문화권은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차이를 보였다. 먼저, 고맥락 문화권의 사람들은 상황적 맥락에 따라 암시적으로 의미를 나타내거나 비언어적 혹은 모호한 표현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리고 고맥락 문화권에서는 논리적으로 말하는 것을, 알아서 눈치껏 반응하는 커뮤니케이션보다 낮게 평가하곤 한다. 반면, 저맥락 문화권의 사람들은 직접적이고 세부적인 묘사와 명백한 표현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경향이 강하다. 아울러, 그들은 모호한 언어 사용은 빈약한 정신세계의 반영이라고 생각한다. 홀은 국가 간 문화를 설명하기 위해 고/저 맥락 구조를 사용했는데, 이 틀은 세대 간, 조직 간, 지역 간에도 적용할 수 있다. 어떤 그룹과 다른 그룹 간의 차이는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맥락 경험이 적은 세대는 그렇지 않은 세대보다 저맥락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한다. 특히 2000년 이후 세대, 텍스트 소통이 익숙한 세대는 언어적, 명시적, 직접적인 표현을 편하게 생각한다. 또한 익명성이 강한 지역은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저맥락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한다. 아파트 거주자들은 서로의 맥락을 잘 알 수 없기에, 명확하게 언어화된 표현으로 (비대면 게시판을 통해) 커뮤니케이션하게 된다. 이러한 문화적 커뮤니케이션 특징을 이해하고, 약국을 들여다보자. 약국에 고객이 들어온다. 약사들은 온몸의 촉수를 세워 고객의 맥락을 읽고 싶지만, 마스크 상황에서 상대의 얼굴을 간파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눈빛을 읽어 보고 싶지만, 많은 이들이 시선을 마주치지 않는다. 그래서 항상 하듯이, 안녕하세요. 처방전 받았습니다. OOO 님 오늘 받으신 약에 관해 설명하겠습니다. 혹은 찾으시는 것 있으신가요? 등의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간다. 그런데 고객 대부분은 단답형 메시지 이외 별다른 피드백이 없다. 약사들은 고객들의 무반응을 근거로, 침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고객의 입장을 보자. 고객은 이미 그 약국을 서너 번 이상 방문했다. 약사가 오늘은 알아봐 줄까 싶었는데, 오늘도 처음 보는 것처럼 나를 대한다. 약사 얼굴을 보기 전에는 뭔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막상 얼굴을 보니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왜냐면 물어보는 것을 따지고 든다고 생각할까 봐서이다. 그냥 집에 가서 인터넷으로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발걸음을 돌린다. 그러면서 고객들 역시 자신의 맥락을 경험 삼아 약사를 평가한다. '나를 기억 못하네. 나에게 관심이 없나?' 그래서 "그냥 그래"라는 말로 결론 내리기도 한다. 그런데 약사는 신뢰를 바탕으로, 사람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쳐야만 하는 직종이다. 그래서 관계의 오해를 적게 만들 수 있는 저맥락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습득할 필요가 있다. 저맥락 커뮤니케이션 과정의 기초는 커뮤니케이션 이론의 어머니로 불리는 클로드 섀넌과 워렌 위버(Claude E. Shannon and Warren Weaver)의 모델로 학습할 수 있다. 1948년 섀넌은 미국의 수학자였고, 위버는 과학자였는데, 그들은 "커뮤니케이션의 수학적 이론" 논문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모델을 선보였다. 이 모델의 핵심은 커뮤니케이션은 선형적인 과정을 가지고 있으며 말하는 사람이 1차 역할, 듣는 사람이 2차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즉, 말하는 사람이 원천 정보에서 필요한 메시지를 골라 정확하게 전송(transmitter)하지 않으면 듣는 사람은 정확한 수신(reception)을 할 수 없다. 또한 그 과정에서 노이즈로 방해받을 수 있는데, 이 노이즈의 개념은 소음의 뜻이기도 하지만 집중을 떨어뜨리는 다양한 방해요인으로 개념화될 수 있다. 예컨대, 고맥락 사회에서는 [눈치 강요]와 같은 사회적 압박과 [미루어 짐작]하려는 나의 의지가 커뮤니케이션을 방해하는 노이즈 요인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듣는 사람이 수신과 관련한(잘 이해했는지) 피드백을 주어야 커뮤니케이션이 완성된다. 약사의 커뮤니케이션은 사람들의 약물 치료 효과 극대화를 위한, 직능적 역할을 한다. 그래서 약사는 듣는 사람의 생각을 미루어 짐작하기보다는 맥락을 낮추고, 구구절절 설명하는 저맥락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고객이 특정 제품을 지목하고, 다 알고 있다는 표정일지라도, 그거 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소? 식의 TMI(Too Much Information; TMI)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고 이해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피드백 요청 등으로 말이다. 그런데 약국 현장의 현실적 특성상 모든 사람에게 구구절절 친절한 TMI를 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하루 5~10명 정도를 목표로 구체적인 저맥락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라는 제안을 한다. 약국은 많은 경우 한 지역에서 오랜 기간 고정되어 있어서, 하루 10명 정도라도 꾸준히 하다 보면, 지역 구성원들의 맥락이 조금씩 읽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조금은 읽어주는 고맥락 커뮤니케이션의 장점도 시너지처럼 발휘될 수 있다. 맥락을 파악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사람에 따라 맥락을 낮추기도, 높이기도 하는 맞춤형(tailoring) 커뮤니케이션의 기초가 되어준다. 궁극적으로, 맞춤형 커뮤니케이션은 나라는 브랜드, 내 약국 브랜드의 충성도를 높여준다. 그러니 미루어 짐작하지 말고, 맥락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지 말고 말을 건네보자.2022-12-14 09:42:42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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