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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연화의 관점] 그럼에도 설득이 필요합니다(36)4년 전, 큰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이었을 때 스마트폰을 사주었다. 핸드폰을 바라보는 아이에게 핸드폰이 학습에 미치는 영향, 두뇌에 미치는 영향, 팝콘 같은 지식은 인간을 생각하지 못하게 한다며, 원래의 취미인 독서로 돌아오라는 이야기를 주야장천 했었다. 그런데도 아이는 스마트폰을 자제력 있게 사용하지 못한 채, 고등학교 1학년이 되었다. 중간고사를 망친 후 아이는 앉아있는 시간 동안 실제 집중하는 시간이 짧은 이유가 스마트폰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스마트폰과 헤어지는 연습을 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사주기 전 왜 사주지 않는지부터, 사준 후 어떻게 사용하는 게 좋은지를 약 7~8년간 에토스, 로고스, 파토스 전략 안에서 설명했지만, 내 아이가 실제로 변한 건 스스로 인과관계를 발견하고 자신이 자신을 설득하고, 스마트폰에 죄를 묻겠다 결심한 후이다. 나는 나의 메시지가 기반이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는 자신이 결정했다 생각한다. 바로, 이것이 설득이다. 다시 말해, 설득이란 내가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사람의 자기 설득을 돕는 것이다. 많은 이들은 설득을 자신이 말하는 대로 상대가 행동하는 마법 같은 거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설득이 아니다. 그것은 내 의견에 따르라는 위계적 세계관에 의한 강요일 뿐이다. 설득은 자유의지를 가진 대상자에게 영향을 미치고자 할 뿐, 선택은 대상자의 몫이라는 걸 이해하며 시작해야 한다. 아울러, 한쪽만 이익을 보는 주장, 일명 선전, 선동, 가스라이팅 같은 비윤리적인 심리전도 설득 커뮤니케이션 범주에 들어올 수 없다. 노스웨스턴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 교수인 다니엘 오키프(Daniel J. O'Keefe)가 설득을 “일정한 자유를 가진 피설득자를 대상으로 그의 관념이나 생각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적 노력”으로 설명한 이유도 바로 설득의 주체는 사실 대상자이기 때문이리라. 종합하자면, 설득은 인내와 지구력을 가지고, 대상자에게 끊임없이 다가가고, 주장에 다양한 근거를 추가해 시시때때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이다. 게다가 대상자의 기억 속에 그 메시지가 존재해야 하므로 장기 기억에 들어갈 수 있는 메시지 전략 역시 중요하다. 특정 상황에서, 대상자는 관련 기억을 꺼내어, 다시 생각하고 자신에게 ‘엄마가 그러는데/ 약사가 그러는데/ 미디어가 그러는데, 이게 맞을까?’라며 묻고, 다양한 수단으로 검증하고 나중에서야, ‘그럴싸하군. 혹은 믿을 만하군’으로 결론 내리기 때문이다. 이것을 마케팅 용어로는 회상(recall)과 재인(recognition)으로 설명한다. 마케팅 맥락에서, 회상은 보조 도구 없이도 브랜드 관련 지식을 떠올리는 걸 의미하고, 재인은 어떤 보조 도구를 통해 로고나 광고 메시지를 떠올리는 걸 의미한다. 인간의 인지구조에서, 정보는 나의 기존 지식을 토대로 의미를 구조화한 스키마에 의해 해석된다. 우리는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회상과 재인 과정을 토대로 나의 스키마를 발동시킨다. 그래서 좋은 메시지에 꾸준히 노출되는 경우, 그 메시지에 의해 서서히 설득되고 급기야 좋은 행동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존재한다. 꾸준히 좋지 않은 메시지에 의해 삶을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게 설득되는 경우 건강하지 않은 행동을 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권고할 만한 행동에 관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양한 메시지 전략을 사용해서 상대에게 왜 이 행동이 필요한지, 이로운지 설명하고 꾸준한 진정성을 느끼게 만들어 궁극적으로, 진정 대상자가 원해서 그 행동을 하도록 이끌어줘야 한다. 즉, 설득은 순간이 아니다. 그래서 설득에 능한 사람들은 대상자가 지금 당장 행동의 변화를 보이지 않아도 슬퍼하지 않는다. 원래 그렇다는 것을 알기에, 하염없이 기다릴 줄 안다. 그리고 대상자의 변화 결과에 진심으로 응원을 보낼 수 있다. 사실, 설득자도 사람인지라 설득 성공 이후, “내가 말했잖아.”라고 말해주고 싶을 거다. 하지만 메신저는 사라지고 메시지만 남는 수면자 효과(sleeper effect)를 기억해야 한다. 설득한 나는 사라지고, 상대가 취득한 메시지가 상대의 걸로 남는 것은 보편적인 일이다. 누군가 감사를 표한다면, 그가 난사람이라는 의미이다. 마지막으로, 약사 커뮤니케이션의 맥락으로 들어가 보자. 약사는 매 순간 대상자의 약물 요법, 건강 결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강 행동을 권고한다. 하지만 뭐 팔려고 그러나? 라는 눈빛을 마주하거나, 듣고 싶어 하지 않는 상대의 반응을 보며 지쳐가기도 한다. 단언컨대, 진정성이 담긴 메시지는 반드시 쌓인다. 진심으로 상대를 위해 전달한 메시지는 상대의 장기 기억 속에 들어가 기존 지식과 합쳐서 스키마로 형태로 존재하다가, 언젠가 반짝 나오게 될 것이다. 그러니, 우리의 역할- 고객의 건강 결과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설득을 오늘도 시도해보자. 어떻게 하면 약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먹을 수 있는지,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양성분은 무엇인지, 어떤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게 좋은지 끊임없이 이야기해 보자. 결국엔, 상대의 스키마에 메시지를 넣어준 사람만이 남지 않을까. 의식적으로 메시지의 주인은 기억하지 못해도, 무의식적으로 신뢰할 테니 말이다.2023-05-30 18:56:00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파토스: 설득의 결과가 다르다(35)사람과 사람의 접점을 마케팅에서는 흔히, MOT(moment of truth: 진실의 순간)라고 부른다. 짧은 순간 무엇이 존재하길래, 이것은 결정적 순간이 된 것일까? 바로, 감정이다. 면대 면의 접점이 존재하는 대면 상황에서는 정보만 건너오지 않는다. 말을 하는 사람의 감정, 이를테면 걱정, 관심, 우려, 격려 등의 감정이 함께 넘어간다. 이 감정은 순간적으로 청자의 감정으로 변환되어 마음을 움직이고 행동을 끌어낸다. 이러한 청자의 감정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시한 설득의 3요소 중 마지막 녀석인 파토스이다. 파토스는 청자가 원래 가지고 있던 감정 상태일 수도 있고, 화자에 의해 만들어지는 감정일 수도 있다. 모두 설득의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먼저 청자가 원래 가지고 있는 감정 상태의 파토스를 살펴보자. 청자가 화자에게 우호적인 감정이 있다면, 화자는 내용성(로고스)과 신뢰성(에토스)만 갖추면 진실의 순간을 완성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청자가 화자에게 적대적인 감정이 있다면? 어지간한 로고스와 에토스로는 설득할 수 없다. 일례로, 약사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가진 사람에게 논리적으로 말하면서, 전문성을 보인다 한들 결과는 좋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이런 경우, 진정성 있는 태도나 부드러운 말투를 통해 전해지는 감정이 의외로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아울러, 약국 현장에서는 약사의 커뮤니케이션에 의해 감정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가령, 아이 코감기약을 지어 가는 엄마에게, 약사는 "아이가 코 막혀 잠을 못 자면 너무 안쓰럽죠"라고 말하며, 걱정과 우려의 감정을 전할 수 있다. 약사의 진실한 감정을 느낀 사람들은 호감을 느끼게 되고, 약사의 다음 커뮤니케이션에 좀 더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혹은, 당뇨 환자에게 전달된 "오늘 당화혈색소 수치가 너무 좋아지셨네요. 꾸준히 약을 잘 드신 덕분입니다.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보아요"라는 너무나 당연한 말도, 응원과 희망, 그리고 당신이 좋아져서 나도 참 기쁘다는 감정과 함께 전달될 때 힘이 생긴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운동하라고 해도 듣지 않던 양반이, 약사님이 말하니까 그날부터 해요"라는 보호자의 반응을 얻게 된다. 이것은 보이지 않는 감정과 메시지의 결합 효과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감정은 속도가 빠르다. 우리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접점에서 상대의 감정을 기민하게 느낄 수 있는 내재적 촉수를 가지고 있다. 상대가 나를 염려하는구나. 걱정하는구나. 라는 감정이 느껴지지 않으면, 현대인들은 상대의 말을 굳이 듣지 않는다. 나를 잘 알지도 못하고, 위하는 마음도 없는 사람의 말을 듣지 않겠다는 굳은 다짐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비교 선택과 연결되어 있다. 사람들은 아무리 좋은 오프라인 공간일지라도, 부정적 감정이 느껴지면 그곳을 방문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대체하려고 한다. 작금의 사람들은 소모되는 감정이 아니라, 저 사람을 만나면 기분이 좋아. 저 사람을 만나면 지지받는 느낌이야. 저 표정만 봐도 힐링이야. 이 정도 수준이 되어야, 굳이 오프라인으로 나와 그 사람을 마주한다. 이유 없이 북적이는 공간을 살펴보면, 그 안에는 사람 간의 긍정적 감정이 부유하는 걸 발견할 수 있다. 바야흐로 사람처럼 말하는 기계어의 시대이다. 하지만, 기계어가 아무리 사람 같은들, 관계에서 주고받는 감정은 생성할 수 없다. 특히 팬더믹 시대를 통해 경험한 단절과 외로움은 온정과 다정을 갈구하게 했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따뜻함은 시대적 정서이기도 하다. 따뜻한 콘텐츠와 담담한 위로에 열광하는 건, 감정의 위로에 목마름을 나타낸다. 파토스가 느껴져야 사람은 움직인다. 그리고 움직여야, 건강 결과가 나타난다. 여기저기 들었던 당연한 말들도 감정이 건너갈 때,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 약국엔, 어떤 감정이 떠다니는가?2023-05-24 10:19:18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로고스: 설득의 품질이 다르다(34)로고스(logos)는 흔히 논리로 해석되는 개념이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가 수사학(rhetoric)에서 설명한 로고스는 상대가 내 메시지를 말이 된다고,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메시지 품질 평가이다. 메시지의 내용과 형태에 대한 전략인 로고스는 앞선 칼럼에서 소개한 메시지 프레이밍, 숫자로 증거 나타내기, 메시지 양면성 전략 등으로 높일 수 있다. 그런데 메시지를 프레이밍 하거나 숫자로 표현하거나, 메시지의 측면을 계산하며 말하기란 생각보다 어려워서, 일상에서 쉽게 활용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일상생활 특히 약국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로고스 전략은 무엇일까? 세 가지를 추천할 수 있는데 ▲첫째, 형용사 수식어 사용 ▲둘째, 은유(metaphor) 활용 ▲셋째, 행동 메시지 마무리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설명에 수식어를 넣는 것은 주의를 끌고, 기억에 남게 하는 것에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가 독감 진단을 받고, 타미플루를 처방받았다고 가정해보자. A약사는 "이 약은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이고요. 하루에 2번 1알씩, 5일간 식후에 드시면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B약사는 "우리 (예쁜) oo 님이 독감에 걸렸군요. 오늘 처방받은 약은 그 5일간 (놓치지 않고 잘 먹이면 효과가 아주 좋은) 타미플루입니다. 타미플루는 (하루 세 번이 아닌) 하루 두 번이고요. (빈 속 말고) 식후에 먹이는 게 좋아요"라고 설명했다. 표현력을 듬뿍 담아서 설명한 B 약사에게 좀 더 주의가 기울여지는가? 그런데 생동감 있는 단어를 사용해 살아있는 말하기를 하는 건 낯설 뿐이지,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다. 엊그제 어머님이 김치를 주셨는데 "연화야, 김치 가져갈래?"가 아니라 "내가 아주~~ 맛있는 김치를 줄게"라고 하셨다. 어머님은 로고스의 수식어 전략을 아시는 듯. 한편, 은유(metaphor)는 '사랑은 나비인가 봐'처럼 동떨어진 A와 B의 개념을 연결하는 수사법이다. 예를 들어, 꾸준한 복용을 강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가정해보자. C약사는 "매일 아침, 하루에 1번, 꾸준히 드세요"라고 설명했다. D약사는 "건강은 정성입니다. 정성을 다해야, 더 건강해지실 수 있습니다. 그러니, 매일 아침 잊지 말고 꾸준히 드세요"라고 설명했다. 건강=정성이라는 메타포를 사용한 D약사의 문장이 좀 더 나아 보이지 않는가? 운동, 좋은 식품 섭취 등 꾸준함을 필요로 하는 영역에서 정성이라는 단어는 적절한 비유라 할 수 있다. 어머님이 운전을 시도하지 않는 나에게, 운전은 신발이라고 하셨다. 내 걸음을 도와주는 수단이라고 하시면서 말이다. 어머님은 로고스의 은유 전략도 아시는 듯. 이러한 은유법은 메시지 앞 부분에서 사용해야, 흥미 유발이 가능하다. 덧붙여, 사람들이 알고 있는 단어들을 조합해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게 유리하다. 마지막으로, 행동 메시지 마무리이다.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말의 끝맺음을 분명한 권고 행동 메시지로 마무리하는 것에 약하다. 예컨대, 전문가들은 필요한 성분에 관한 설명을 통해 암시적으로 설득이 완료됐을 거로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것을 어떻게 드셔야 하는 지 구체적이고 분명한 행동 메시지가 결론에 제시되어야, 설득력이 높아질 수 있다. "이 약은 처방된 임의로 중단하지 마시고, 4주간 꾸준히 드시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잊지 말고 챙겨 드세요" 라든지 "이 제품은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시도해 보세요." 같은 행동을 독려하는 메시지가 대표적이다. 정리하자면, 메시지의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로고스는 감정을 가득 담은 수식어 사용, 다양한 은유 활용, 환자의 건강 결과에 도움을 주는 행동 메시지 제시로 획득될 수 있다. 이 중, 지금 당장 약국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은 수식어 사용이다. 문어체에서는 형용사와 부사가 명사의 적이라 하지만, 구어체에서 형용사와 부사는 명사를 도와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수식어는 말하는 사람의 감정도 일으킨다고 한다. 오늘 하루, 약사님들이 고객에게 전달하는 문장 곳곳에 다양한 수식어를 사용해 보고, 좋은 감정을 느껴 보셨으면 좋겠다.2023-05-17 10:15:00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에토스: 설득의 출발선이 다르다(33)"아니, 왜! 내가 말 할 때는 귓등으로 듣더니, 똑같은 말을 하는 저 사람 말은 듣는대?"라는 문장을 내뱉어 본 경험이 있는가? 사람들은 대충 큰 줄기가 같으면, 의미가 비슷하면 설득의 조건이 같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누가 설득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말하는 화자의 차이에 의한 설득력의 차이는 지금으로부터 2300년 전,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rhetoric)을 통해 소개된 에토스(ethos) 기본 개념이다. 듣는 사람이 말하는 사람을 신뢰하면, 말하는 사람의 주장에 설득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런데 수사학이 위대한 책인 이유는 화자의 특징(character of speaker)이라는 에토스가 화자가 아니라, 청자에 의해 부여되는 개념이라는 것을 언어화 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나는 진실하다. 나는 똑똑하다. 나는 착하다'라는 나의 특징은 나 말고는 모른다. 에토스는 당신은 진실하다. 당신은 똑똑하다. 당신은 믿을만하다는 '청자의 평가'로서, 나 외의 사람들 생각을 통해 만들어지는 성품이다. 즉, 나의 특징이 다른 이들에게 어떻게 보이느냐를 점검하게 만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묵직한 통찰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현대 설득커뮤니케이션학에서 에토스는 '공적인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능력'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는 공신력(credibility)으로 개념화되었다. 아울러, 학자들은 공신력의 하위개념에 관한 연구를 통해, 공신력은 화자의 전문성(expertise)과 믿음성(trustworthiness)으로 구성되고, 추가로 매력(attractiveness), 유사성(similarity) 등은 공신력에 도움을 주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공신력을 구성하는 전문성과 믿음성은 어떻게 획득할 수 있을까? 약사의 전문성은 우선 국가기관이 보증한 면허증으로 부여된다. 덧붙여 학위, 출판물 발행, 상장, 언론 보도 등으로 자신의 상대적 전문성을 보강하기도 한다. 잇달아 강조하지만, 전문성은 내가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평가하는 것이다. 병원에 가면, 의사의 약력이 크게 붙어있고, 병원 곳곳에 상패와 상장들이 있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당신의 약국에도 '전문성 존(expertise zone)'이 있는가? 두 번째, 믿음성은 어떻게 획득할 수 있을까? 믿음성은 신뢰(trust)와 다르다. 믿음성은 믿을 수 있다는 확신의 정도를 말한다. 즉, 믿을 수 있다는 확신을 어느 정도 느끼고 있느냐를 뜻하며 마찬가지로, 청자의 평가로 이루어지는 개념이다. 이러한 믿음성은 유사성, 매력의 영향을 받는다. 먼저, 유사성은 공통분모라고 생각하면 된다. 설득을 잘하는 약사는 청자와의 유사한 부분, 예컨대 공통된 경험을 통한 유사성 획득을 잘한다. 예를 들어, 아이 엄마에게 해열제를 설명할 때, 아이를 돌본 경험은 공통분모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은 꼭 엄마만 갖는 건 아니다. 조카를 돌본 경험, 친구의 아이를 본 경험 역시 공통분모가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공통분모는 발견하는 것이고 그것을 표현하는 건, 믿음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매력 역시 믿음성에 영향을 준다. 매력은 외향적인 부분으로서 첫인상과 관계가 높다. 본태가 좋으니 무엇을 입어도 빛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의도적으로 매력 포인트를 드러내야 한다. 왜냐면 사람들은 매력적으로 보이는 사람이 정직하고 심지어 똑똑할 것이라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약사는 고객에게 드러나는 가운의 형태, 머리의 모양 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약국의 매력 디자인은 약사의 설득력을 높이는 전략이기 때문에, 내 약국의 외향도 반드시 타인의 시선으로 평가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에토스는 사전 설득 역할을 한다. 일례로, 우리는 상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상대가 그 말을 해도 될 자격이 있는지 고려하곤 하니 말이다. 설득의 심리학으로 유명한 로버트 치알디니(Robert Cialdin) 교수 역시 그의 저서, 초전 설득에서 설득이 난무하는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설득의 준비라 강조했다. 소비자들이 품질 혹은 효용을 정확하게 알기 힘들어, 제공자에 대한 신뢰가 판단 기준이 되는 신용재를 기반으로 하는 의, 약료 서비스업에서 에토스 구축은 필수적이다. 에토스의 밑그림을 잘 그리는 건, 설득의 출발을 좀 더 원활하게 만든다는 것을 기억하자.2023-05-10 10:08:56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야! 나두, 자기효능감 커뮤니케이션(32)최근 고혈압, 당뇨, 관절염, 심장질환, 암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우울감이 문제가 되고 있다. 세계정신건강연맹에 따르면 만성질환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 대비 2~4배 이상의 우울감을 호소한다고 한다. 우울감은 의욕이 떨어져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인 무기력과 연결되고, 무기력은 약을 꾸준히 먹어야 하는 약물치료 및 생활습관교정과 같은 행동 치료를 방해한다. 이에 세계보건기구는 만성질환자의 정신건강에 다차원적인 개입을 촉구하며, 관련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캠페인 형태의 국가 차원의 개입, IoT를 활용한 사회적 차원의 개입,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담당할 지역 의료 모델의 개발 등이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목표로 삼고 있는 개념은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이다. 자기효능감은 세계적인 심리학자 앨버트 밴두라(Albert Bandura)에 의해 제창된 개념으로, 자신의 능력치에 대한 신념을 뜻한다. 자신이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은 건강 관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 왜냐면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없는 사람은 매일매일 품이 드는 '약 먹기, 덜 먹기, 더 걷기' 등의 건강 행동을 꾸준히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은 지지를 양분 삼아 자신의 효능감을 인지하고, 나아가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존재다. 그래서 자기효능감을 키워주는 건, 스스로 건강을 관리해야 하는 시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심리 요인이다. 상호작용이 가능한 인공지능 프로그램들은 IoT가 자기효능감을 높여, 건강 결과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며 건강 영역 입성을 시도하는 중이다. 귀찮아하지 않고 말을 걸어주며, 잘하고 있다는 사인을 주기 때문에, 우울감 치료나 중독 치료에 활용될 수 있다는 논리다. 예를 들어, 'SKT 인공지능 돌봄 1년, 노년층 자기효능감 높여 활동 늘렸다'라는 기사를 보자. 이 기사는 SK텔레콤의 인공지능 돌봄으로 노인의 자기효능감이 높아져 노인들이 통화도 많이 하고, 일 평균 걷기도 많이 했다는 것이다. 자기효능감 맥락에서, 약국은 생각보다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약사는 많은 만성 질환 환자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약사는 대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환자의 자기효능감 관리를 해줄 수 있다. 이를테면, 꾸준히 혈압약을 받으러 오는 환자에게 "이렇게 꾸준히 관리하기 쉽지 않은데, 자기 관리 만점입니다."라는 형태로 말이다. 약사가 전해주는 잘하고 있을 때는 응원과 지지는 환자의 자신감을 채워줄 수 있다. 환자가 꾸준한 복용을 어려워할 때, 약사는 "누구나 꾸준한 약 복용을 어려워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오셔서 건강 관리받는 거, 너무 잘하고 계신 겁니다. 앞으로 더 잘하실 겁니다"라는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며, 다시 시도하도록 독려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약국은 환자들에게 '마음이 안정되고 안심되는 장소', 약사는 '자신의 노력을 평가하고 인정해 주는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고, 이러한 마음은 환자-자기효능감의 기반이 되어 준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약사가 환자-자기효능감을 높이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려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약사-자기효능감이다. 약사 스스로가 '약물치료 과정의 중심에 약사가 있다는 각성'을 기반으로 '환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의 자기효능감을 가져야, 약사들이 환자의 효능감을 높이는 커뮤니케이션의 동기를 가질 수 있다. 이에 많은 나라에서는 약대생에게 약사는 왜 필요한 업인 지, 또한 약사가 환자의 건강에 어떤 경로로 영향을 미치는 것에 관한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고, 단단한 직업적 자기효능감을 가질 수 있게 노력한다. 약사가 약을 넘어 사람의 관점에서 자신의 업을 바라보게 하는 것은 설명 전문가가 저물어가는 이 시대에 필수적인 교육 과제라 할 수 있다. 우리의 현주소는 어떠한지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다. 참고로, 자기효능감은 '나는 스스로 세운 목표 중 대부분을 달성할 수 있다', '나는 어려운 일에 부딪혔을 때, 그것을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하다', '나는 상황이 별로 안 좋아도 무슨 일이든 매우 잘할 수 있다' 등에 동의하는 정도에 따라 높고 낮음이 파악된다. 약사로서, 당신의 효능감은 어떠한가?2023-05-03 10:03:57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복약 이행과 커뮤니케이션의 관계(31)"Drug don’t work in patients who don’t take them." 스탠퍼드 의과대학 라스 오스터버그(Lars Osterberg) 교수는 치료 과정에서 증상 개선이 없다면, 치료 프로토콜을 검토하기 이전에 환자의 복약 이행 정도를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가 약을 잘 먹는가? 는 복약 순응(compliance), 복약 이행(adherence), 복약 일치(concordance), 복약 지속(persistence)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먼저 복약 순응은 전문가의 지시를 수동적으로 따르는 "passively following the prescriber’s orders"의 의미이다. 복약 이행은 그보다 광범위한데, 핵심은 전문가의 권고사항에 '동의' 그리고 '수행'이다. 복약 이행이라는 단어는 의료 공급자의 지시(order)가 아닌 권고(recommendation)로 관점을 전환하며, 환자의 선택권을 인정한 용어이다. 복약 이행은 처방 대비 복용하는 약의 비율로 측정할 수 있다. 가령 30일 처방으로 30알 처방되었는데 그 기간에 10알을 먹었다면 약 33%의 복약 이행률이다. 한편, 이보다 더 환자 중심적인 개념은 영국 NHS에서 활용하는 복약 일치이다. 이 개념은 환자와 전문가가 목표를 공유하는 치료 동맹(therapeutic alliance) 관계라고 설명한다. 구체적으로 의약품 복용 여부, 시기, 방법 등을 결정함에 있어 환자의 신념과 소망을 존중하는 의료전문가와 환자가 협상을 거쳐 합의한 것으로 정의된다. 마지막으로, 만성질환자가 증가하면서 중요해진 개념은 복약 지속이다. 이 개념은 처방된 치료법을 이행하는 기간(days)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복약 지속은 중단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복용한 기간으로써 환자가 정해진 기간 동안 치료를 계속하는 행위를 지표화한다. 전문가의 말을 믿고 따르라는 순응의 개념에서 전문가의 의견에 동의하고 실행한다는 이행, 일치로의 개념 전환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것은 사람들이 건강 의사 결정을 전문가에게 위임하던 것에서, 건강 결정권의 주인을 자신이라고 각성하는 관점의 전환이다. 작금의 사람들은 약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비교, 분석한 후 먹을지, 먹지 않을지를 스스로 결정한다. 그러므로 사회는 약사들에게 환자들이 정말로 약을 잘 먹고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그럴 때는 어떤 개입을 해줘야 하는지 고민하기를 요구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이다. 커뮤니케이션 연구자들은 약을 잘 먹는지 확인이 필요한 순간, "약을 규칙적으로 챙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압니다. 혹시, 약 복용을 놓치신 적이 있으신지요? 빈도는 어느 정도인지 솔직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처럼 공감을 먼저 해주고, 부드럽게 질문하라고 제안한다. 항생제나 스테로이드같은 약들이 처방되었는데, 치료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면 "처방된 약들이 다음과 같은데요(리스트를 함께 보며), 어떤 것들을 드시고 계신지요?"라고 묻는 것도 괜찮은 접근 방법이다. 의외로 골라서 복용하는 예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행동을 고치겠다는 일념으로 정색을 하고 "어머, 약을 왜 이렇게 늦게 받으러 오셨어요? 꾸준히 안 드셨어요? 잊으시면 안 되는데"라며 야단하거나, 치료 효과가 더딜 때 환자의 비이행을 의심하는 어조로 추궁하는 건, 비효과적이다. 추궁의 의도는 건강을 위한 진실검증이지만, 그 결과는 대부분 도피로서 병원이나 약국을 옮기는 행동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다른 예로, 약국 전산 프로그램에 어떤 환자의 만성 질환약이 띄엄띄엄 처방된 경우, "처방된 약의 복용을 중단해 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식으로 접근해 약물치료 과정을 함께 검토해 보는 것도 좋다. 복약 지속기간 검토가 필요할 때는 "이 약을 마지막으로 언제 복용하셨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등의 방식으로 질문하는 것을 권한다. 아울러, 복약 비복용에 관한 질문을 할 때는, 비언어(non-verbal) 커뮤니케이션도 챙겨야 한다. 공손하고 정중한 태도로 '나는 당신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약사로서 알아야 한다.'라는 눈빛을 보내며 말이다. 실제, 약국 현장에서는 많은 약사가 복약 이행 여부 관련 질문을 한다. 하지만 대부분 "약은 잘 챙겨 드시죠?"라며, 잘 챙기는 게 당연하다는 암시를 담아 전달된다. 이러한 질문에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하는 용자는 드물다. 그래서 의도를 담지 말고, 열려있는 질문을 시도하는 게 중요하다. 아울러, 약물치료 행동은 복잡하고, 개인적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이것은 약사가 환자를 위해 무엇을 질문해야 하는지, 무엇을 점검해야 하는지를, 궁극적으로 어떤 목표 지점을 가져야 할지 알려준다.2023-04-26 09:43:51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속임수에 대항하는 접종이론(30)유명한 천문학자가 있었다. 한 기자가 그에게 어떻게 천문학자가 되었냐고 묻자 그는 어릴 적 삼촌에게 천문학자가 되고 싶다고 고백했는데 삼촌이 꿈을 꼭 이룰 거라 말해주었다고 답했다. 기자는 '그 말의 힘으로 당신이 천문학자가 되었군요'라고 평가했다. 그러자, 천문학자가 말했다. 그 말이 아니라 이어지는 다음 말 때문이었노라고. "살아가면서 네가 천문학자라는 꿈을 말하면 어른들은 이렇게 말할 거야. 돈도 안 되는 거, 뭐 하려고? 그럴 때마다 너는 이렇게 말하면 돼. '저는 돈을 세지 않을 거예요. 별을 셀 거예요'라고. 이 말이 너를 지켜줄 거야." 이민호 작가의 '말은 운명의 조각칼이다'라는 책에서 소개된 일화이다. 이 이야기는 말이 가지고 있는 저항의 힘을 보여준다. 구체적으로, 삼촌은 아이에게 어른들의 편견에 맞설 수 있는 말을 미리 투입해 주었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인 윌리엄 맥과이어(William J. McGuire)는 커뮤니케이션 영역에서도 예방접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맥과이어는 이러한 논리의 배경으로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예로 들었다. 현재 우리가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수호한다는 메시지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처럼, 1950년대 미국인 역시 그러했다. 그런데 한국전쟁에서 포로로 잡힌 미국 병사들이 자유나 민주주의가 정말 훌륭한 제도일까에 관해 중공군이 논리적으로 공격하자, 반박할 메시지를 찾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상당수가 적군에 협력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에 맥과이어는 접종이론(Inoculation Theory)을 통해 예상되는 기만에 저항하여 나의 태도를 유지할 수 있는 전략도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접종이론은 커뮤니케이션 과정의 접종 처치, 즉 백신처럼 미리 특정 메시지에 약하게 노출 시켜 항체를 만들어 내는 전략이다. 그것은 의도적인 설득 메시지에 저항해 기존의 신념을 보호하는 면역 효과를 나타낸다. 접종이론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방법론을 알아야 한다. 방법론의 이름은 접종 처치(treatment)이다. 접종 처치는 '위협(threat)'과 '반박적 선점(refutational preemption)'으로 구성된다. 위협은 사람들의 신념이 공격당할 수 있음을 경고하여, 대비의 필요성을 인지시키는 것이다. 천문학자의 예를 보면, 삼촌은 아이에게 앞으로 어른들이 너의 꿈을 무시할 거라 경고(위협)했다. 너의 신념이 공격당할 수 있다는 경고는 방어 전략의 전제 역할을 한다. 반박적 선점은 방어에 활용할 수 있는 메시지를 미리 알려줘 공격에 대처할 힘을 제공한다. 천문학자의 예를 보면, 삼촌은 아이에게 어른들이 돈으로 공격하면, 돈을 세지 않고 별을 세겠다고 답하라는 전략을 제시했다. 이처럼 접종이론은 일반적인 설득 메시지가 아니라 방어를 위한 메시지를 넣어줘야 한다. 그렇다면, 약국에서 접종이론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A 약사는 환자들이 가짜 마케팅에 속아서, 당뇨약을 임의로 중단하는 상황이 속상했다. 그래서 접종이론을 배운 후 다음과 같은 접종 처치 전략을 구상해보았다. "어머님. 어머님이 당뇨약을 먹는다고 이야기하면, 약은 독하다. 오랫동안 먹으면 큰일 난다고 위협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예요(위협)". 그럴 때는 "당뇨 초기 환자들이 약 대신 이런 거 맹신해 오래 먹다가, 미세혈관들이 회복 불능 상태가 되었다더라. 쉬운 말로 눈 멀고, 콩팥 붓고, 발바닥 저릿저릿해진다고 그러더라(반박적 선점)"이라고 하시면 됩니다. 어떠한가? 물론, 사람들이 과학을 얼마나 신뢰하느냐, 정부 건강 기관을 얼마나 신뢰하느냐, 학교의 정규 교육을 얼마나 신뢰하느냐, 약사와 약국을 얼마나 신뢰하느냐에 따라 접종 처치에 따라 형성되는 항체의 양은 다를 것이다. 확실한 건, 누군가 어머님을 위협하는 순간, 위협을 미리 알려준 약사는 믿을만한 사람이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어머님은 알려준 반박 메시지로 저항을 시도할 수 있다. 아울러, 저항에 성공할수록 약사와의 관계는 더 돈독해질 수 있다. 사실, 건강과 관련한 기만적인 주장에 대해 전문가가 활용할 수 있는 무기는 메시지 뿐이다. 그런데, 이미 속임수에 넘어간 사람을 설득하는 것은 바이러스나 세균에 전신이 감염된 사람을 치유하는 거 만큼이나 긴 치료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감염되기 전에 선점 메시지를 투입하는 것이 비용 효과적이다. 다시 말해, 어떤 속임수 메시지들이 부유하고 있는지 알아내는 것. 약독화시켜 적절한 시기에 접종해 주는 것. 이것은 건강을 위해 신뢰의 이름을 건 전문가가 활용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치료법이다.2023-04-19 06:45:33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설득의도와 방어기제, 기법을 더한 메시지(29)바야흐로 설득 메시지의 시대이다. 현대인은 수백 개 혹은 수천 개의 설득 메시지에 매일 노출된다. 노출된다는 수동형이 말해주듯, 스스로 선택하는 게 아니다. 이 시대의 언어의 집은 설득 메시지의 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래서 많은 현대인이 설득 메시지를 귀찮아하고 부담스러워하고 심지어 혐오한다. 자신을 설득하려고 한다는 느낌이 들면 방어기제 반사판을 만들어 튕겨버린다. 왜냐면 설득자의 의도대로 행동하는 건, 공연히 손해 같기 때문이다. 오리건 대학교 마케팅 교수인 마리안 프리스타드(Marian Friestad)와 스탠포드 대학교 마케팅 교수인 피터 라이트(Peter Wright)는 설득지식모델 (Persuasion Knowledge Model)로 이러한 현상을 설명한다. 설득지식모델에 따르면, 사람들은 마케팅이나 광고와 같은 설득 메시지에 노출될 때, 그들이 자신을 설득하려는 의도를 (설득지식으로) 읽는다. 그리고 의도가 명확하게 느껴질수록 (기필코 설득되지 않겠다는) 방어기제를 만든다. 가령, 설득자의 의도를 '저 사람은 이윤이 많이 남는 제품을 팔기 위해 이것을 추천하는 거야'라고 생각하면, 메시지를 거부한다. 그래서 설득 의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지 않는 기술이 필요하다. 연구자들은 장점을 부각하는 일면적 메시지 전략(One-sided message)과 장단점을 함께 구조화하는 양면적 메시지 전략(Two-sided message)을 맥락에 맞게 쓰라고 제안한다. 만약 새로운 기술, 새로운 영역의 제품을 설득된 경험이 낮은 소비자들에게 광고할 때는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는 일면적 메시지가 효과적이다. 반면, 소비자가 메시지 전달자(회사)의 의도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거나, 관련 제품에 부정적 측면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양면적 메시지가 커뮤니케이터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빙그레의 요플레 토핑 광고는 양면적 메시지 전략을 활용한 대표적인 예이다.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광고에 기획자가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남겨놓았다. 내용인 즉슨 "안녕하세요… 요플레 토핑 담당자입니다. 이번에 KCM님과 조동혁님 모델로 광고 재밌게 찍었는데 이게 그대로 컨펌 날 줄은…올리라고 하시니 올립니다…크래프트 토핑 요플레 토핑의 새 광고. '껍데기가 ★로야' 입니다"이다. 너무 맛있고 내용물도 좋고, 토핑도 최고인데 제품 디자인이 별로라는 의미다. 양면적 메시지 전략은 커뮤니케이터의 진실성을 드러낼 수 있는 장치를 [작은 부정 요소]를 강조함으로 확보한다. 결과적으로, 식음료 디자인은 맛보다 작은 요소이다. 디자인이 좀 별로라고 솔직하게 말해줌으로써, 맛은 정말 좋다는 메시지에 신뢰도를 높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런 양면적 메시지 전략은 커뮤니케이터의 공신력 상승 전략 중 하나로 약국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 먼저, 맛이 좋지 않은 물약 제품에 양면적 메시지를 사용할 수 있다. 가령, 마그네슘의 맛은 쓰고 떨떠름하여 사람에 따라 역한 느낌까지 들 수 있다. 마그네슘을 주성분으로 하는 액상 영양제들은 이러한 마그네슘의 맛을 잡기 위한 노력을 하지만, 예민한 입맛에는 여전히 맛없음이다. 이럴 때, 약사가 마그네슘의 미끄덩한 맛의 특징을 설명하고(작은 부정) 그렇지만 잠깐만 참으면 겪고 계신 저림과 떨림에 도움이 될 거라 설명하는 방식도 양면적 메시지 전략이다. 혹은, 약의 효과와 부작용을 설명할 때도 활용할 수 있다. "감기약의 특정 성분(항히스타민)이 분비물을 억제해 귀찮은 콧물을 막아주지만, 물을 말리니까 입도 마르게 합니다. 그러니 물을 잘 챙겨 드세요." 같은 구조가 대표적이다. 단점을 살포시 알려주는 양면 구성을 했다. 또 다른 예로, 특정 제품 포장의 작은 부정적 이슈를 공유할 수도 있다. 물약 파우치 제품을 손으로 자르다가 옷에 튄 경험을 이야기 해주며, 예방하기 위해 가위로 똑딱 잘라 컵에 따라 드시라고 설명하는 거다. 사람들은 누군가의 이런 부분은 살짝 별로였지만, 이런 부분은 엄청 좋다는 구조의 경험담을 좋아한다. 특히 전문가만 알려줄 수 있는 경험담은 더 인기가 많다. 필자가 아는 어떤 의사는 환자를 위해 모든 주사를 하나씩 맞아보고 기록했단다. 그리고 주사제를 처방할 때마다 환자에게 그 주사의 경험담을 설명했다고 한다. 맞는 순간의 뻐근함 정도, 통증 지속 시간 등을 설명해 주면, 사람들이 이분은 믿어도 되겠다는 눈빛을 보냈단다. 결과적으로 이분이 추천하는 치료법의 선택에도 좋은 영향을 미쳤고, 말이다. 설득 메시지가 범람하는 시대, 메시지 수용자는 눈에 불을 켜고, 콘텐츠에 숨은 의도가 없는지 파악하려고 한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메시지의 의도를 주관적으로 판단한다. 설사 상대의 의도가 순수하고, 선할지라도 상대가 그렇지 못하다고 인식하면 말짱 도루묵인 것이다. 그래서 건강을 설득해야 하는 우리에게도 전략은 필요하다. 현시대의 신뢰는 상대를 위하는 마음과 영민한 전략의 합으로 얻어진다는 걸 기억하자.2023-04-12 06:37:15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고려,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6계단(28)인스타그램에서 매일 스쿼트 백 개를 실행해 뚱뚱 배가 홀쭉 배로 변신하는 과정을 본다. 오늘부터 운동하겠다는 결심을 하지만 생각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나는 왜 이 모양인가 한탄하지만, 안심하라. 인간은 원래 그렇다. 변화에 관한 결심 그 자체는 쉽지만, 변화를 이루는 과정은 단계를 거쳐 아주 점진적으로 일어난다. 게다가 잠깐 한눈을 팔면 스프링의 관성처럼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렇다면 변화의 단계는 어떻게 이루어져 있을까? 1970년대 후반, 로드 아일랜드 대학의 암 예방 연구 센터의 심리학과 교수인 제임스 프로카스카(James O. Prochaska)와 메릴랜드 대학 심리학 교수인 카를로 디클레멘테(Carlo DiClemente)는 변화의 단계를 범이론모델(TransTheoretical model; TTM)을 통해 설명했다. 이 이론은 300개 이상으로 분할된 변화의 심리치료이론들을 통합하여, 공통으로 적용될 수 있는 변화 단계(stage of change)를 정립하였다. 행동 변화에 관한 모태가 될 수 있을 만한 이론이기 때문에 '범이론'으로 불리며, 건강 영역에서는 불안과 공황 장애, 고지방 식습관, 복약 이행, 중독 치료, 금연, 다이어트, 운동 증진과 같은 다양한 사례에 적용되고 있다. 범이론모델의 단계는 시간적 차원을 포함하며, 행동변화를 유한한 사건이 아닌 무한한 과정으로 설명한다. 이론에 따르면, 변화는 크게 여섯 단계로 이루어진다. 변화는 그림에서 보듯 사전고려 단계, 고려 단계, 준비 단계, 행동 단계, 유지 단계, 종료 단계이며, 계단을 오르내리듯 퇴보와 전진을 거듭한다. 사전고려(precontemplation)단계는 무관심 단계다. 이 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행동 변화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거나, 여러 차례 변화 시도 실패 후 동기를 상실한 상태이다. 고려(contemplation) 단계는 사람들이 향후 6개월 이내에 변할 마음이 있는 단계이다. 변화의 이익과 비용 혹은 위험 간의 계산을 하며 망설이는 단계라고 볼 수도 있다. 준비(preparation) 단계는 변화의 행동을 막 취하려는 혹은 살짝 그 행동을 한 단계이다. 이 단계에 있는 사람들을 금연이나 비만 클리닉 같은 행동 지향적 프로그램에 관심을 둘 수 있다. 행동(action) 단계는 지난 6개월 이내에 자신의 기존 행동을 분명하게 바꾼 단계이다. 하지만 이 행동 단계가 변화의 완성 단계는 아니다. 왜냐면, 사람들은 쉽게 중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 단계인 유지(maintenance)가 필요하다. 이 단계는 사람들이 원래의 행동으로 원래 상태로 돌아가지 않고, 변화과정을 유지하는 상태이다. 참고로 미국의 금연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12개월 동안 금연 상태를 유지한 사람 중 40% 이상이 다시 흡연자로 돌아갔고 5년 정도 금연을 유지해야 다시 흡연자가 될 위험이 7%로 떨어진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종료(termination) 단계는 더는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행동에 관한 완전한 자신감을 느끼게 된 단계이다. 단계마다 수용자가 변화에 관해 갖는 마음가짐은 다르다. 그러므로 수용자의 변화 단계를 고려하지 않은 메시지는 수용자의 마음에 닿기 어렵다. 요즘 말로, 'fit' 이 맞지 않게 된다. 예컨대 사전고려 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변화에 관해 별 관심이 없으므로 지식을 넣어주거나, 현재의 행동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걸 인식시키는 메시지가 필요하다. 고려 단계에서는 행동의 이득을 강조하거나, 비용이나 장애가 생각보다 별거 아니라는 메시지 전략이 필요하다. 준비 단계에서는 실현 가능한 목표를 제시해 주고, 긍정적인 응원 메시지가 필요하다. 행동 단계에서는 구체적인 칭찬을 포함한 피드백 메시지가 중요하며, 지켜보고 있다는 지지 메시지가 필요하다. 유지 단계에서는 모호한 칭찬보다는 유지 행동 그 자체에 관한 확실한 인정이 필요하다. 만약, 사전 고려 단계에 있는 사람에게 갑자기 목표를 알려주는 메시지가 제시되면 어떨까? 혹은, 유지 단계에 있는 사람에게 "행동을 바꾸지 않으면 위험해집니다"라는 메시지가 제시되면 어떨까? 전자는 공부에 관심이 없는 학생에게 서울대 갈 방법을 알려준다는 메시지와 비슷하다. 후자는 이미 삶을 열심히 개척하고 있는 사람에게, 열심히 안 살면 큰일 난다고 겁주는 메시지와 비슷한 결이다. 속된 말로, 맥락에 맞지 않는 꼰대 메시지라 할 수 있다.2023-04-05 15:13:31데일리팜 -
[오늘약사] 친절하지 않지만 친절한 약사트윈스타, 다이크로짇, 콩코르, 아스피린, 리피토. 오늘 아침에도 어머니는 한 줌의 약을 드신다. 처음엔 단순히 혈압만 140이었던 어머니는, 처음 고혈압 진단을 받으셨음에도 약을 드시지 않아 현재는 협심증까지 얻으셨다. 그 결과 혈압이 기준치보다 많이 낮아짐을 감수하고서라도 여러 가지 조절 약들을 드셔야 한다. "이거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하지요? 그러면 지금 안 먹고 최대한 늦게 먹을래요." 오늘도 고혈압을 처음 진단 받은 환자가 나에게 말했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과거의 어머니 생각을 하게 된다. 그 땐 내가 약학대학에 입학하기 전이라 우리 가족 누구도 혈압약을 꼭 먹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5년 정도가 지나 어머니는 간헐적으로 가슴에 통증을 호소하시기 시작했고, 뒤늦게 다시 간 병원에서는 협심증이 의심된다며 소견서를 써줬다. 이제는 약사가 돼 그 때 왜 혈압약을 드시지 않았냐는 나의 질문에, 당신의 기억에는 소위 지역에서 1타라고 하는 의사 선생님은 치료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것 자체를 불쾌해 했고, 약국에서 또한 충분한 교감이 되지 않아 하루 한 번 복용법만 안내 받고 왔을 뿐이었다고 했다. 이 일은 내가 약사가 되어 살아가는 데 많은 영향을 줬다. 첫 진단을 받고 나이가 들면서 잘 살아오지 못해 아픈 거라 자책하며 약국 문을 들어오는 사람, 병원에서 긴 대기 시간에 지쳐서 설명을 허투루 듣는 사람, 의료진과 라포(Rapport)가 형성 되지 않아 본인이 겪고 있는 일들이 미심쩍고 당황스러운 사람. 그 어떤 경우에라도 왜 복용해야 하는지 왜 관리해야 하는지, 그러지 않으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 것인지 설명하고 이해시켜야만 하는 약사 본연의 직업 활동이 나에게는 모친에게 그러지 못했던 죄책감에 면죄부를 준다. 항상 친절하면 좋지만 무조건 친절할 수는 없었다. 주차된 차를 빼러 가야 해서, 화장실을 가야 해서, 약속 시간에 촉박해서 제대로 된 복약지도를 받으려 하지 않는 사람들을 붙잡고, 그냥 그렇게 약만 드릴 수 없다고 설득하고 타이르고 다그치며 충분히 이해를 시킨다. “그래, 니가 이겼다”라는 무언의 눈빛을 보고 나서야 “한 달 뒤에 꼭 봬요”라는 말을 끝으로 나는 그들에게 ‘친절하지 않지만 친절한’ 약사가 된다. 이렇게 형성된 나와의 라포는 그들이 대사성 질환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관리하는 데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사실 나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세상의 변화가 직능의 변화를 가져옴을 막을 수 없고, 그 변화가 또 다른 발전을 가져온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하지만 지금 산업계에서 주장하는 형태의 비대면 진료, 비대면 투약은 과연 보건의료의 발전된 모습이 맞을지 환자들과 같이 웃고 화내고 호흡하며 관계를 형성하며 일하는 현장 약사로서 강한 의구심이 든다. 오히려 지금보다 사회적 비용만 더 들고 질 낮은 보건의료 서비스를 하게 되지 않을까 단지 내 부모에 국한된 일은 아닐 것이다. 만성질환을 일찍 발견하지 못하거나, 일찍 발견했더라도 관리의 중요성을 교육받지 못해 병을 키우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그 사회적 비용은 또 얼마나 클까. 약사에게 라이선스를 부여한 사회, 약국에서 보건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들, 심지어 같은 일을 하는 동료 약사들도 직업에 부여하는 의미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약사만이 할 수 있는 복약지도라는 것의 의미가 단순히 어떻게 먹어야 하는 것만 알려주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왜 먹어야 하며 이 약을 먹음으로써 당신에게 어떠한 일들이 일어날 것인지 자세하게 알려주는 것이면 어떨까? 환자가 받은 약을 ‘정확하게 먹고 싶게’ 만드는 것 더 나아가 이를 통해 앞으로 개인이 살아가며 질병을 올바르게 치료할 수 있게 도와주고 ‘소 잃고 외양간 고쳐서’ 발생할 사회적 비용까지 줄일 수 있다면 우리를 약국 사장님, 소매업자가 아닌 선생님, 보건의료인으로 불리게 할 것이라는 것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세상이 변화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약사의 존재 의미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게 될 약사가 아닌 그 누구에게도 당당하게 약국에서 올바른 복약지도를 요구할 것을 부탁 드린다. 그것은 당신의 권리이며, 약사의 의무이다. 그 결과 만들어지는 상호관계는 약사에게도, 우리 사회의 보건의료 수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2023-04-02 10:25:18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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