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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린 어미 닭처럼 '올리타'를 품을 수 있을까한미약품 신약개발 도전사를 보면 꿈에 부풀어 남극으로 향하는 쇄빙선의 고군분투가 떠오른다. 신약개발, 이 용어조차 낯설고 아득했던 때부터 쇄빙선 한척 없이 조각배에 기업의 운명을 싣고 망치로 얼음을 깨어가며 남극을 향했다. 경쟁사와 다르게 상상했고, 한걸음 앞서 우직하게 행동했다. '모난 돌이 정맞는다' 했던가. 호재든, 악재든 제일 먼저 영예를 안고, 앞장서 풍파를 겪었다. 풍랑이 지나가고, 여명이 밝았을 때 혁신신약의 종착지라고 할 수 있는 남극의 언저리에 조각배는 도달해 있었다. 조단위 기술수출의 연장선에 있는 3세대 폐암치료제 올리타는 대한민국의 '문제적 혁신의약품'으로 국내 제약산업계의 미래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R&D 측면에서 올리타는 '선택과 집중, 생략과 점프의 결과물'이다. 한미는 종합선물세트 같았던 R&D 프로젝트를 항암제와 당뇨로 좁혔다. 그런 까닭에 이레사나 타세바와 같은 1세대 비소세포폐암치료제에 내성이 찾아왔을 때 베링거인겔하임이나 화이자처럼 한미도 2세대 항암제 개발에 나설 수 있었다. 다국적사들의 임상은 대부분 실패했다. 포지오티닙으로 이 대열에 동참해 있던 한미도 같은 임상 경험을 맞게됐다. 고민 끝에 한미는 2세대를 전략적으로 생략하고 3세대로 건너뛰기로 결단했다. 원하는 게 없는 가로등 불빛 아래를 서성이지 않았다. 대신 가로등 불빛 밖 어둠의 지점에서 신약 후보물질 올무티닙(상품명 올리타)을 발굴, 개발에 나섰다. 오랫동안 R&D에 투자하며 생긴 안목, 속도의 중요성을 터득한 덕분이었다. 올리타는 올해 매우 낯선 '약가 협상 테이블'을 펼쳤다. 아스트라제네카 비소세포폐암치료제 타그리소와 건강보험 등재를 놓고 팽팽하게 경쟁했다. 다국적제약회사 혁신의약품과 건강보험 등재를 놓고 동시에 경쟁한 사례는 별것 아닌 것같지만, 대한민국 제약산업 역사상 전례없었던 빅 이벤트였다. 협상장은 언제나 그러했듯 '건강보험공단대 다국적제약회사'의 뻔한 구도였다. 그런데 올리타가 처음으로 이 굳어진 관행에 하이킥을 날렸다. 더 의미있는 것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타그리소에 태클을 거는 품목이 없다는 점이다. 올리타의 위상은 그래서 더 각별하고 남다르다. 이젠 국내 제약산업의 역량도 쌓여 종종 보게될 장면이다. 올리타와 타그리소 모두 급여권 진입에 성공했다. 해피엔딩일까? 혁신 신약의 개발과정을 처음 겪어보는 우리 사회에서 '올리타의 통과 의례'는 혹독했다. 기술을 사간 다국적제약회사와 계약이 무산되고 이어진 부작용 이슈 때문이었다. '약 먹고 사람 죽었다' 식으로 본질을 호도하며 선입견을 덧씌우는 말은 의약품 개발과정과 의약품 고유의 특성에 대해 설명할 여지조차 주지 않았다. '안전한 약 타그리소, 부작용 있는 약 올리타' 같은 프레임은 국산 혁신신약에 수갑을 채우고야 말았다. 모험에 가까운 신약개발에 도전하는 기업을 포용하려는 문화의 부재, 부작용이 내포된 항암제를 위험대비 이득의 크고작음의 관점에서 의료진이 통제하며 사용하는 의약품 특수성에 관한 이해가 부족했다. 도입신약이나 제네릭에 익숙한 환경에서 감당해야할 '새로운 현상'이었지만,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올리타는 한미약품에게, 한국제약산업에게 새 출발의 신호탄이겠지만 '2017년 올리타 현상'은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신약개발의 물적, 인적 역량은 물론 개발과정에서 관리의 역량, 혁신신약의 특수성과 개발 과정(즉 부작용 이슈)을 수용하는 문화까지 글로벌 빅파마와 선진 의약국에 한참 못미친다는 점에 대한 각성이다. 허가 당국인 식약처 산하 중앙약사심의위원회가 "부작용을 관리하며 쓸 수 있는 항암제"라고 결론을 내려도 온나라가 '기업이 뭔가 속이지 않았을까'하는 의구심으로 뚫어지게 지켜보며 모두 훈수를 두는 나라에서 혁신에 대한 도전과 모험은 제풀에 꺾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혁신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올리타를, 글로벌의약품으로 개발되도록 우리는, 어미 닭처럼 인내심을 갖고 품을 수 있을까?2017-12-28 06:14:55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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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약사없는 편의점을 왜, 약국 흉내 내게 하나편의점이 판매하고 있는 일반의약품의 품목을 조정, 사실상 품목확대 효과를 보려는 정부 정책에 맞서, 대한약사회 소속 1100명 임원들이 17일 청와대 근처에서 궐기대회를 열어 반대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편의점서 판매되고 있는 일부 의약품을 빼고 그 자리에 제산제와 지사제를 우겨 넣으려 는 움직임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이었는데, 이는 '안전한 의약품 사용에 관한 직무적 책임있는 약사'로서 너무나 당연한 직업적 의사표시의 행동으로 매우 정당하다. 이참에 우리 사회는 전문가들의 이야기에 귀를 열고 진지하게 들을 필요가 있다. 안전한 의약품 사용과 관련해 환자 접근성이나 편의성을 전혀 무시할 수는 없겠으나, 이같은 사안을 다룰 때 제일먼저 따져야 봐야 할 지점은 언제나 안전한 의약품 사용이다. 만약, 의견이 팽팽하다면 안전에 더 방점이 찍혀야 옳다. 우리 사회 곳곳에는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인재들이 적지 않고, 문제가 생길때마다 일제히 안전불감증을 외치는 것은 늑대소년처럼 일상적이다. 그런데도, 막상 안전을 강조하는 목소리는 집단이기주의나 환자 접근성, 편의성이라는 말을 앞세워 사정없이 뭉개고야 만다. 이래가지고야 어떻게 안전한 사회 안정망이 구축될 수 있겠는가. 품목 조정회의에서 거론되었던 제산제나 지사제는 '부작용없는 일반의약품'이라 편의점 판매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주장은 그럴듯하게 소비자들의 마음을 현혹한다. 그러나 의약품의 안전한 사용이라는 사회적 명제를 이뤄내려면 이는 '안전망 차원'에서 다뤄져야 옳다. 의약품간 상호작용이나, 증상에 따라 병의원 진료를 권고하는 따위에 필요한 사람은 우리 사회가 자격을 부여한 약사들의 역할로서 가능하다. 편의점 아르바이생이 해줄 수 없는 고도의 서비스다. 그런데도 "약국도 복약지도 하나요?" 처럼 전문직능을 희화하며 귀를 닫는 행위는 사회 전반을 우스꽝스럽게 만들 뿐이다. TV 등 방송에 나오는 의사들의 약 사용에 관한 일상적인 코멘트가 무엇이던가. 두통이라 해서 함부로 진통제 먹으면 안되고, 진료받아야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는 단순히 약의 부작용이 있네 없네의 이야기가 아니라, 약을 찾는 환자들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원론적 이야기다. 그렇다고 한다면 의약품 전문가인 약사의 역할을 논외로하고 "이 약은 부작용이 없으니 편의점에서 판매해도 좋다"는 식의 논리는 단순, 무모하다. 두통약도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의사들의 주장이 지나치게 깐깐하다고 느끼면서도 수긍할 수 밖에 없는 이유와 같은 맥락이다. 지금 우리는 왜 편의점 상비약 판매제도를 도입했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 도입 취지는 응급 환자에 대한 편의성 증진인데, 명절이나 휴일 소화제나 진통제를 못구해 헤멨다는 환자불편은 확연하게 줄었다. 그렇다고 한다면, 환자접근성이나 편의성 확대도 매우 제한적이어야 한다. 증상이 있는 환자라면 약국을 찾고, 병의원 진료를 받도록 하는 제도가 안전한 사회를 구축하는 첩경이다. 전가의 보도처럼 들먹이는 외국 사례라는 것도 그 나라 환경을 반영한 제도일 따름이다. 선진국에서 한다고 선진 제도일 수 없다.2017-12-18 12:14:55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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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슬픈 CSO'...그들에게 돌팔매를 던지기 전에근래 국내 제약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CSO(계약판매대행) 논쟁은 치열하다. 제약기업들이 공격하고, CSO기업들이 방어하는 양상이다. 22일 열렸던 데일리팜 29차 제약산업 미래포럼 현장에서 서로 다른 처지에 있는 영업사원들의 발언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정말 열심히 일하는데, 언론에선 불법 리베이트 창구로 묘사된다. 범죄자로 몰려 서러울 때가 많다." CSO 관계자의 말이다. 반면 제약회사 관계자는 "CSO업체들의 불법 영업행위 때문에 점점 힘들어진다고 아우성이다. 협회를 통해 해결방안을 찾아달라는 말들이 많다"고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업체 수도, 종사자 수도 모르는 CSO의 '게릴라 전'은 영업 현장 곳곳에서 파열음의 원인으로 원성을 사고 있다. 불법 리베이트를 떨치려고, 자의반 타의반 애쓰는 제약회사 입장에선 눈뜨고 코베이는 심정일지 모른다. 제약업계 CSO 논쟁을 보고 있자니, 인간 위장관내 미생물 무리(세균총)의 생태계가 떠오른다. 인간과 공생하는 미생물의 질량만도 총 1kg이 넘고, 세균의 숫자는 100조 이상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 인간의 생명활동에 보탬을 주는 유익균이 8할, 해를 미치는 유해균이 2할이라고 하는데, 놀라운 것은 유익균들이 중심을 잡아주면 장내 미생물 무리가 대부분 균형을 이룬다는 사실이다. 균형이 깨지면 자폐증 같은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업계에선 유익균인 유산균, 다시말해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으라고 부추기고, 아예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을 섭취해야 한다는 주장도 드세다. 마치 CSO를 유해균 취급하며 '강력한 항생제'를 찾고있는, 보건의약경제의 제1 주체인 제약산업계가 이 문제를 풀어내려면 장내미생물 생태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8:2의 황금 비율을 유지하는 항상성 말이다. 대체 CSO의 본질이란 무엇인가. 제약회사와 계약을 통해 판매를 대행하는 마케팅과 영업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그러니 둘의 관계에선 '제약회사의 의지'가 반영될 수 밖에 없다. 불법 리베이트를 한다고 CSO를 지목하는 제약회사들 가운데, 나는 100% 깨끗하다고 말할 수 있는 곳은 얼마나 될까. 혹여 CSO의 등 뒤에 몸을 숨기려는 것은 아닐까? 무엇보다 모든 CSO가 다 해악을 끼치는 것도 아닌데, 지나치게 일반화함으로써 "내가 CSO요"라고 말할 수 있는 업체조차 고개 들지 못하도록 몰아침으로써 생태계에 균열을 일으키는 행위는 아닐까 염려된다. 의약분업 직후 고도 성장기 때 많은 영업사원들을 뽑았다가, 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품목을 안겨주며 조용히 내보낸 일부 제약회사들의 원죄, 자사 영업사원을 내보내고는 통상 업계가 용인하는 수준보다 훨씬 높은 판매 대행 수수료율을 책정해 CSO에게 불법 리베이트의 빌미를 제공한 원죄는 어떻게 할 것인가. 생태계를 이처럼 어지럽혀 놓고 이제와서 CSO에게 손가락질 하는 것으로 해결을 볼 수 있는 문제가 절대 아니다. 이제라도 프리바이오틱은 어떤 것이 있는지, 프로바이오틱은 무엇인지 찾아보고 의도적 섭취 노력을 해야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불법 리베이트를 물리치겠다는 비장한 각오일 것이다. 자사 영업사원은 물론 거래가 있는 CSO에게도 불법의 틈새를 1mm도 주지 않겠다는 강한 다짐 말이다. 그 지표는 판매 대행 수수료율의 적정화에서부터 출발할 것이다. 제약기업들은 유익균과 유해균 식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생태계를 키우고, 관리하며, 건전하게 육성시키는데 앞장서야 한다. 그 핵심은 CSO의 건전한 쓰임새를 고민하는 것이다. 예컨대, 대부분 제약회사는 보유 품목 20%가 80%의 매출을 달성하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나머지 80%를 CSO로 이관시키고 제약사는 20%의 디테일과 영업에 집중하면 어떠냐는 것이다. 특화제품이나 시장이 좁은 도입 품목 같은 경우엔 CSO에게 맡겨 보는 것도 좋다. 쓰임새를 늘리는 만큼 CSO의 영역도 넒게 개척되고, 불법 리베이트에 의존한 CSO들의 창궐도 막아 낼 수 있지 않을까? CSO들 역시 "보세요, 우리 끝내주는 업체입니다"라고 용기있게 실체를 드러내야 한다. 임의단체든, 법정단체든 만들어 스스로 실체를 등록하고 적정 판매 대행 수수료율 가이드라인을 수렴해 가는 등 건전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양지로 나와야 한다. 정부의 역할도 미적거려서는 안된다. 제약회사와 CSO 간 민사적 거래라 간여 대상이 아니라고 물러서 있으면 억지로 눈을 감고 있는 것이나 한가지다. 복지부 관계자가 "제약사와 CSO가 계약할 때 표준계약서를 활용해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하면 어떠냐는 아이디어가 있었다"고 밝힌 '바로 그 아이디어'도 정책으로 발전시켜 봄직하다. 정부는 "왜 그렇게까지 해야합니까?" 반문할지 모른다. 왜냐고? 관리감독의 정책을 작동시킬 명분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제약산업의 발전과 육성, 글로벌 진출 역량 확보와 국부 창출은 '연구개발부터 생산, 유통, 판매'까지 떠안고 있는 제약기업에겐 매우 힘에 부치는 과제다. 보건의약 경제주체들의 각자 역할 분담이 필요한 이유다. CSO 문제는 그들만을 두들긴다고해서 해결될 수 없다. 균형잡힌 생태계 차원서 풀어야 한다.2017-11-29 06:14:54조광연 -
[칼럼] 대기업 CJ가 몸으로 고백한 국내 제약산업의 위기억울한가? 그런데 사실이다. 대한민국에서 제약산업은 징징대거나 투정부리는 산업으로 비쳐져 왔다. '세제 혜택을 더 달라' '약가를 깎지 말아달라' 등 어린아이 모양 뭔가 조르며, 걱정하는 모습이 그렇다. 제약산업이 대표적 규제 산업이다 보니 기업들은 새로운 정책이나 제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출렁일 수 밖에 없는 게 진실이다. 그런데 현상만 놓고 보면 영락없이 떼 쓰는 아이의 꼴이다. 반면 "제약산업은 인류의 질병 예방과 치료를 담당하며 복지에 미치는 영향 또한 절대적이라는 점에서 국민산업"이라는 원희목 제약바이오협회장의 주장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제약산업의 긍정적 정체성을 명쾌하게 설명해 주고 있는데, 이 옳은 외침의 공명은 미약하기만 하다. 2017년 국내 제약산업은 위기다.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가 아니다. CJ그룹이 자회사 CJ헬스케어를 품에 안은지 34년 만에 매각의 수순을 밟는 것은 국내 제약산업의 고단함을 대변하는 상징적 시그널이다. 매각 움직임의 배경에 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지만 '사업 대상으로써 제약기업은 매력이 없다'게 중론이다. 말이 좋아 고부가가치 사업이지, 투자 해보니 수익은 보잘 것 없는데 비해 불법 리베이트 이슈 등 체면 구길 위험성은 상존한다. 돈은 많이 들고, 기간은 오래 걸리며, 그래서 나온 신약의 상업적 성공도 보장하지 못하는 게 오늘 날 제약사업이다. 미래를 살아가려면 신약개발을 해야하지만 그렇게 하려니 불투명하고, 캐시카우로 제네릭 사업을 요란하게 벌리자니 리스크가 적지 않다. 대기업 CJ의 눈에 컨디션이나 헛개수에 견줘 제약사업은 답이 없었을지 모른다. 사업의 원초적 목표는 누가 뭐래도 이윤추구이니 말이다. CJ 헬스케어 매각 움직임에 앞서 한화그룹 드림파마, 아모레퍼시픽그룹 태평양제약, 롯데그룹 롯데제약 모두 의욕적으로 제약산업에 진입했다가 초라하게 사업을 접었다. 판도를 갈아 엎을 것처럼 떠들석 했던 이들의 제약산업 진입과 좌절이 일관되게 말하고 있는 것은 제약사업이 예상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점이다. 물론 대기업들이 사업에서 모두 물러서는 것은 아니다. 삼성은 타깃을 좁혀 '바이오베터와 바이오시밀러'에 진출했고, SK케미칼과 코오롱그룹도 사업을 이어가며 백신과 유전자치료제 분야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국내 최초 FDA 신약 팩티브 개발 등 어느 대기업보다 신약 연구개발(R&D)에 가치를 두고 몰두했던 LG그룹도 LG생명과학으로 분사했다, LG화학에 편입하는 등 변화를 겪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심어놓은 R&D 자산은 민들레 홀씨처럼 대한민국 바이오 바이벤처로 싹을 티우고 있다. 오랜동안 공들인 R&D의 후광일 것이다. LG에게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대기업 고개 절래절래 흔드는 제약사업 근래 국산 의약품 불신 풍조, 혁신의 꽃 피우는데 장애물 CJ 등 제약산업에서 후퇴한 대기업 사례가 돈 안되는 제약산업의 면모를 보여줬다면, 최근 고개를 들고 있는 미묘한 현상들은 기존 제약기업들의 행보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식약처는 성분에 대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보지만, 복지부는 (오리지널과 제네릭 간) 개별적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제네릭) 비복용자가 약을 (제네릭으로) 바꾸면 동일성분이라도 다르게 발현될 수 있다는 점을..." 허가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이 말, 누가 했을까? 이 약을 복용하는 환자의 주장일까? 놀랍게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0월 31일 종합국정감사 현장에서 환자들의 주장처럼 말했다. 아주 오래 정립된 과학적 결론을 어정쩡한 타협의 언어로 뒤 흔들어 버렸다. 장관이 국산 의약품 불신을 야기하는 선봉에 선 것 아닌가. 대체제가 있어도 '어쨌든 오리지널'만 환자들이 요구할 수 있도록 장관이 길을 터준 셈이다. "제네릭으로 먹고산다" "잘 나갈 때 신약개발 안하고 뭐했나" 등등 국내 제약산업 혹은 기업들에겐 이처럼 엄중한 비판이 늘 따라 붙는다. 혁신이 곧 신약개발인 제약기업들이 좀더 일찍 도전과 모험을 에너지 삼아 R&D를 하지 못한 것은 뼈아픈 사실이다. 그러나 신약개발의 조건엔 사회적 인프라도 포함되고 2000년 이전 맨바닥이었다는 점도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열악한 상황에서 2015년 한미약품이 조단위 기술수출을 한 것을 필두로 불붙기 시작한 제약산업을 언제까지 과거의 시각으로 두들겨 팰 수 만은 없다. 대기업들은 제약사업에서 손을 떼지만, 전통의 기업들은 제네릭과 개량신약을 만들어 투자금을 조성, 어떻게하든 혁신으로 나가고 있다. 다들 혁신 신약에 대한 근원적 그리움, 혹은 꿈이 있기 때문이다. 회사채 900억원 발행해 R&D에 쏟아붓는 기업도 있다. 대기업 눈으로보자면 '미친 짓'일 뿐인데, 제약기업들은 그렇게 하고 있다. 정부가 진정 제약바이오산업을 국가 성장산업으로 육성하려 한다면 포용적이면서 정밀한 정책으로 기업가와 기업들의 R&D 욕망을 충동질 시켜줘야 한다. 'R&D 하면 돈이 된다'는 믿음을 확립해 줘야 한다. 이 믿음, 지금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 제네릭이든, 개량신약이든, 오랫만의 국산 혁신신약이든 허가는 나는데, 천대 받는 현상이 감지된다. '오리지널과 제네릭은 다르다'고 말하며 오리지널만 외치는 환자에게서 거부당하고, 이에 출렁거리는 정책과 장관의 말로부터 외면 당한다. 이래선 100년이 지나도 다국적 기업의 그늘을 벗어나기 힘들다. 아니 그늘은 더 깊어질지 모른다. 요즘 한껏 기세가 오른 바이오텍들의 기술이 외국에 팔려나가는 것은 박수를 칠 일이지만, 이러한 기술들이 국내 전통의 기업들과 협력해 더 큰 물건으로 개발돼 세계 시장의 블록버스터가 되는 것도 중요한 글로벌 진출의 트랙이다. 바이오텍을 북돋우면서 기존 기업들과 콜라보레이션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은 그래서 필요하다. 그런데 제약산업 현장은 벌써부터 '문재인케어'에서 약가인하를 걱정하고 있다. 이런 토양에선 혁신신약의 꽃을 피울 수 없다. 2017년 정부와 공무원들은 과연 어떤 역할을 해야할까. 그대들에게 공을 던진다.2017-11-09 06:15:00조광연 -
[사설] 메디톡스-대웅제약, 품질과 글로벌 경쟁하라메디톡스가 경쟁사인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독소 균주의 유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촉발된 다툼이 국·내외를 넘나들며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 균주를 도용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며 식약처에 이의 제기, 질병관리본부에 문제 제기, 수사기관에 진정까지 했으나 모두 무위로 끝났다. 메디톡스의 끝없는 공세에 대응하고 있는 대웅제약은 "메디톡스가 자신들의 균주 기원에 대해선 증빙하지 못하면서 딴지를 거는 의도가 불순하다"고 일축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해, 두 기업의 '보툴리눔 독소 균주 유래에 관한 끝없는 시시비비는 당장 멈추는 게 바람직하다. 기를 쓰고 달려들어 멱살잡이를 해봐야 유망한 두 기업(메디톡스 시가총액 2조3616억원, 대웅제약 시총 1조3151억원)이 얻을 수 있는 실익은 없다. 이 보다 다국적 기업들이 과점하는 보툴리눔 독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치열하게 품질경쟁을 벌이며 내수보다 글로벌시장에 놓여있는 기회를 움켜 잡는데 몰두하는 게 훨씬 생산적이다. 국내 기업끼리 균주나 제조법 도용같은 공방을 벌이며 금쪽같은 시간을 보내고 에너지를 소진하는 사이에도 다국적 기업들은 보툴리눔 독소 의약품으로 의료현장에서 충족되지 않는 새 치료영역을 빠르게 개척해 가고 있다. 그렇다면, 메디톡스와 대웅제약도 각기 확보하고 있는 핵심역량을 토대로 안전하고, 효과좋은 의약품을 만들어 새 적응증을 확보하는 임상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고품질 대량생산 체제를 갖춰 글로벌시장서 가격 경쟁력도 높여야 한다. 이처럼 가야할 길이 뚜렷한데 언제까지 균주타령만 일삼고 있을 것인가. 다행스럽게도,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품질경쟁과 글로벌 시장을 노려볼 토대를 갖추고 있다. 메디톡스는 2013년 '보톡스'라는 블록버스터를 갖고 있는 미국 앨러간에 총액 3898억원을 받고 수출한 고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시장에서 임상개발을 통해 허가를 받게되면 앨러간과 약정한 금액을 고스란히 수익으로 챙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상품화돼 시장에 나올 경우 판매로열티까지 받게됨으로써 글로벌 시장의 신흥 강자로 도약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파트너인 앨러간이 서둘러 개발을 마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대웅제약도 메디톡스의 시비에 일일이 반응할 것이 아니라 대도무문(大道無門)의 자세로 앞만 보고 나가야 한다. 이지에프, EPO, hGH, BMP-2 등을 개발하며 축적한 바이오 의약품 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보툴리눔 세포주 구축, 배양, 정제, 충전, 건조, 분석 등 제조 및 품질관리에 필요한 전공정을 자체 개발해 특허로 보호받고 있고, 대규모 전용 공장도 준공한 만큼 글로벌 시장만 바라보고 당당하게 정진하면 된다. 해서 외국에서 부를 창출하는 국내 기업의 표상이 되기를 기대한다. 부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국내 기업끼리 시장성 높은 항생제 세포탁심을 저가로 수출 경쟁하다 아예 시장을 망가트렸던 과거의 부끄러운 사례라든지, 국산 B형간염 치료제를 1원에 낙찰시키며 서로 손해를 보았던 것같은 뼈아픈 과거를 주목해야 한다. 국내 기업간 '바보같은 경쟁'이 얼마나 허망한 결과를 낳게되는지, 국내 제약산업사적 관점에서 되돌아 보고 깨닫기를 진심으로 요구하고 바란다. 정작 보툴리눔 독소를 활용하는 다국적 기업에서 주목하지 않는 '비 본질적 균주 논쟁'은 그만 그쳐야 한다.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의 유혈참극, 그 결말은 모두에게 불행이다.2017-11-01 06:14:54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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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혁신가치 돌아보게 하는 올리타와 타그리소세계 제약기업들이 그동안 신약개발을 통해 이룬 혁신은 인류의 건강증진과 삶의 질 개선이라는 가치를 잘 구현해 왔다. 페니실린이 출발점인 항생제는 감염병 치료에서 눈부신 성과를 냈으며, 백신은 집단접종의 외부효과(External effect)로 인해 질병 예방분야에서 혁혁하게 공헌했다. 고혈압치료제, 당뇨치료제, 고지혈증치료제, 항암치료제 역시 1세대, 2세대, 3세대로 진화하며 쉼없이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오늘 이 순간도 기업들은 '의학적 언멧니즈(unmet needs)'를 찾아 혁신 신약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원초적 상업 동기로 무장한 기업들이 혁신에 매달리고 있지만 신약개발은 마르지 않는 샘일 수 없다. 세계 제약기업들은 너나없이 신약 연구개발(R&D) 생산성 저하에 직면했다. 투자 비용은 느는데 반해 성공 확률은 낮아졌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기업들은 경영의 영속성을 위해 신약개발, 다시말해 혁신에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노바티스가 지난 달 정상세포 손상은 최소화하면서 암세포는 효과적으로 사멸할 수 있는 신개념의 세포치료제(티사젠렉류셀-T)를 세상에 내놓았다. 근래 최고 수준의 혁신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각광받고 있는 면역항암제들 또한 빛나는 혁신의 결과물이다. 한데 최근 제약기업들의 혁신에는 인류의 근원적인 고민이 따라 붙는다. 돈을 쏟아부은 끝에 다 성공한 듯 보였던 MSD 차세대 이상지질혈증 치료제(CETP 억제제)가 개발 중단된 것처럼 R&D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에 상응해 혁신신약의 가격 역시 천정부지 높아지고 있는 탓이다. 이는 의약품 산업은 고부가치라는 일반론을 뛰어 넘는 수준이다. 노바티스 세포치료제의 1회 투여비용이 대략 5억원, 면역항암제 1년 투여비용이 1억원대에 이른다. 개인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며, 국가의 사회보장 장치 역시 감당하기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치료제를 눈 앞에 보면서 쓸 수 없는 환자들의 심경은 오죽하겠는가. 전형적인 '희망고문'이다. 대한민국에서 이같은 고민들이 맞 부딪히는 말단은 '건강보험공단과 다국적기업'의 약가 협상 장이다. 경제성평가 자료 등 온갖 데이터가 총 동원되는 두뇌의 전쟁터라지만, 거칠게 요약하면 건보공단은 '최대한 더 싸게', 기업은 'No'로 귀결될 수 있을 것이다. 공단이 손에 쥘 무기는 대체약제의 존재여부, 다국적기업의 무기는 다국가에서 진행한 임상데이터다. 불행하게도 이 테이블에 국내 기업들이 올려놓은 국산 혁신 신약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미흡했던 연구개발 능력 때문이다. 2017년 10월 우리는 새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 혁신의 산물이라는 3세대 폐암치료제 타그리소(아스트라제네카)와 올리타(한미약품) 가격 협상 테이블이다. 올리타는 국내 제약산업계 최초 혁신신약이라는 지위로 협상 테이블에 앉아 일찌감치 협상을 마쳤다. 한미가 제시한 가격을 공단이 '경제적'이라 수용한 것이다. 올리타는 대체약제가 됐고, 최종 협상을 앞둔 타그리소는 이의 영향을 받게됐다. 국내 제약산업의 신약개발 연구역량이 높아지고 있어 유사한 장면은 앞으로 좀더 자주 보게 될 것이다. 최소한 국내 시장에선 연구개발의 혁신경쟁을 넘어 '혁신 성과물의 가격 경쟁시대'가 열리고 있다.2017-10-19 12:14:54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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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좋은 기업의 조건을 보여준 한화제약 사람들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 등장하는 말, '복서'의 삶은 딱히 내세울 것 없는 평범한 직장인들에게 늘 애잔하다. 인간과 전쟁에서 부상 투혼을 발휘하고, 풍차 건설에 앞장서 기여했으나, 그에게 돌아온 것은 왕관이 아니라 도축장에서 보낸 트럭이었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주인의식에 관해 장광설을 들었고, 종종 가슴이 뜨거워진 까닭에 희생과 열정도 바쳤건만, 자리를 뺄 때면 '오너의 사돈의 팔촌 대접'도 받아보지 못할 것을 아는 직장인들, 그들의 마음엔 늘 토사구팽(& 20820;死狗烹)이 자리잡고 있다. 송편에 솜씨좋게 발라놓은 참기름처럼 반지르르한 개인의 말이나 조직의 구호는 도달하고 싶은 결핍에 대한 그리움인 경우가 허다하다. '가족같은 회사'라는 구호가 대표적이지 않을까 싶다. 조직에 갇힌 사람들은 깊이 생각하지 않더라도 피부로 느낀다. 이윤추구가 제일 목표인 기업, 해서 효율을 앞세우는 조직이 가정일 수 없고, 구성원들 역시 가족일 수 없는 현실을 말이다.불행히도 가망성 없는 이런 구호는 조직안에서 수시로, 그리고 두루두루 유통되며 곳곳에 혼선을 부추기는 노릇을 한다. "복직 못할까 봐 걱정하지 마라, (우리가) 회사에 다 얘기해 뒀다. 네 자리 절대 안치운다."(직장 동료들). "나을 수 있다, 어서 재활치료실로 가자, 이 과장 나한테 약 안팔거냐?"(거래처 의사들). "한화제약 사훈이 서로 믿고 돕는 한화가족이다. 말로만 되풀이한다고 가족은 아니다. 이 과장이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회사는 직원과 함께 간다는 '가족'의 본보기다."(한화제약 김경락 대표). 데일리팜이 최근 보도한 '하반신마비 1년, 기적처럼 돌아온 MR...그리고 우정'이란 제목의 스토리는 훈훈했다. 스토리의 '주인공들'에겐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의 격려까지 따랐다. 불행을 맞은 우리의 주인공은 대체 어떻게 살아왔길래 동료들이 자신들의 금쪽같은 연차를 모아 유급 휴가 만들어 선물하고, 거래관계에서 갑인 의사들이 찾아와 금일봉을 건네줬을까? 궁금증이 인다. 유독 주인공의 주변에만 '키다리 아저씨들'이 모여 살았다는 말인가? 아닐 것이다. 기업의 토양이되는 문화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희박한 주인공, 스스로도 미안해 몇번이나 사직서를 냈다. 그런데도 김경락 대표는 매번 돌려줬다. 회사 사람들은 다 안다. 동료의 불행이 안타까워도 효율 지상주의 문화를 거스르며 선의를 베풀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한화제약 스토리는 가족같은 기업문화 위에서 피어난 꽃이다. 어떤이는 감동의 스토리가 300명이 안되는 종업원과 매출 1000억원이 안되는 중소기업이라 가능하다고 말할지 모른다. 그럴까? 어느 산업계보다 보수적이며, 가족적이라던 제약업계가 최근 변하고 있다. 남의 떡이 커보이는 것은 인지상정인지, 인재 영입이라는 명분으로 '카 센터 부품갈듯' 시원찮아 보이는 오래된 직원을 내치고, 외부에서 새 인물을 들여다 쓰기를 좋아한다. 영입 인재들도 뿌리를 내리기전 또 내보낸다. 능력부재인지, 아니면 오너 혹은 경영진과 코드가 달랐는지 모를 일이지만 하나의 현상이 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회사의 저변에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말이 거침없이 나돈다. 누구도 말은 않지만,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오너나 경영진들은 오늘도 입을 열어 2020 회사의 비전을 말하고, 스스로 행복감에 젖은 나머지 그날이 오면 신세계가 열릴 것처럼 이야기 한다. 헛헛한 소리다. 직원들을 함부로 내치며 가족같은 회사를 입에 올린다. 물론 기업은 친목이나 봉사단체는 아니다. 고용능력 그 자체로도 고마운 일이기도 하다. 한데 참 좋은 기업이 되려면 인간에 대한 예의나 존중심을 갖춰야 하지 않을까 싶다. 불가피한 필요성에 따라 인력을 조정할 때도 좀더 배려심을 보여야 한다. 새 부품에 눈길을 주는만큼, 기름을 칠곳이 어딘지 살피는 일은 좋은 기업의 출발점이다.2017-09-29 12:14:55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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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성분명처방...결코 선물처럼 오지 않는다언젠가 풀어야 할 사회적 숙제인 줄 뻔히 아는 당국조차 손 놓아버린 성분명처방 문제가 최근 세계약학연맹(FIP) 총회를 기점으로 고개를 들었다. 약사 사회를 대표하는 대한약사회는 "건강보험재정 안정화, 소비자선택권 확대 등의 이유로 프랑스 등 세계 27개 국가가 성분명처방을 의무화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성분명처방이 필요하다는 공론화에 불을 지폈다. 예상대로 의사 사회를 대표하는 의사협회가 곧바로 "의사 진료 판단을 무시하고 환자 위해를 키울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냈다. 성분명처방 문제는 누구의 주장이 옳고, 그르냐를 떠나 인화성 높은 사안이다. '분위기가 잡혔다'고 본 약사회는 FIP 총회를 마친 뒤 '성분명처방 법제화를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을 결정했다. 25명 안팎으로 특별위를 설치해 국립의료원 이후 중단된 성분명처방 시범사업이 계속 진행되도록 정부와 국회를 설득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미 있는 대체조제 활성화 대책팀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약사회가 옥상옥이 될 수도 있는 '성분명 특위'를 가동하려는 것은 성분명 처방 도입이 그만큼 약사와 약국들에게 절박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다른 관점에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내세운 문재인 케어가 재정절감을 동력삼을 수 밖에 없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활용해 보겠다는 전략적 의도도 깔려있다. 약사회가 성분명 처방의 명분으로 건강보험재정 안정화, 소비자선택권 확대를 내세우며 적극성을 보이는 것은 현 상품명처방 아래서 약국 부담이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이다. 소위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될 때마다 쏟아져 나오는 제네릭 의약품은 적개 수개에서, 많게 수십개까지 달해 약국은 허리가 꺾어질 지경이다. 제약회사에겐 비즈니스 기회가 약국에겐 고통의 문이 또하나 열리는 셈이다. 처방이 나온다니 현금주고 구매해 놓지만, 처방이 꾸준하지 않고 중간에 처방이 바뀌는 경우도 잦아 얼마안가 약국은 반품문제로 또 신음한다. 악순환이다. 성분명처방이 되면 생동성이 입증된 동일성분약 하나 구입으로 부담이 줄 어 들 수 있다는 점때문에 약사들은 성분명 처방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약사들의 성분명처방 논리는 타당하지만 냉정히 보아 법적, 제도적으로 확립되기 쉽지 않은 게 주어진 현실이다. 오죽하면 그 자신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 씨마저 2013년 약사들 앞에서 "성분명 처방을 한다고 하면 대란을 각오해야 한다. 의·약간 의약품에 대한 통제권 싸움"이라며 혀를 내둘렀을까. 성분명 처방 정책은 어느 날 선물처럼 오기 힘들다. 그렇다고 한다면 접근법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대한약사회 특위의 공론화 작업도 의미있겠으나, 조제 현장에서 변화의 동력이 형성되도록 약사 사회 내부가 함께 환자를 설득해 가는 일도 중요하다. 몸통이 움직이면 머리도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환자 설득의 첫 걸음은 대체조제의 이슬비같은 점진적 확산이다. 저가 동일성분약제로 조제하는 경우(대체조제) 장려금을 주는 등재품목이 1만개를 넘어섰고, 대체조제율도 미미하지만 0.2%를 넘어섰다. 이는 대체조제를 통해 약국이 인센티브를 받았다는 미시적 의미도 되지만, 건보재정을 낮추는데 기여하는 한편 환자들의 본인 부담금도 감소시켰다는 의미도 된다. 국내 제약사들의 제네릭 가격이 크게 낮아지는 것도 대체조제의 큰 명분이 되고 있다. 약제에 따라 다르지만 어떤 제네릭군은 오리지널 대비 반값 밖에 되지 않는데, 이를 대체조제하게 되면 환자본인부담금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약국이 환자 본인부담금에 주목하면, 제네릭 가격은 더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선순환 구도를 만들어야 하며, 여기서 나오는 혜택으로 환자를 설득해 가야 한다. 물론 험난한 길이다. 주위 병의원과 친소 관계에 따라 약국마다 고민의 크기도 다를 것이다. 한데 불행하게도 이것 만이 매우 실용적이고, 성분명 처방에 도달하는 현실적인 길이다. 이해 당사자 혹은 이해 관계자의 주장 그 너머에 바람직한 정책이 있다 손쳐도, 당국은 결코 바라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품질에 관한 오해와 논란이 생겼을 때 오리지널과 제네릭 약효가 동등하다고 허가당국인 식약처가 제대로 홍보한적이 있는가. 건보재정 안정화를 누구보다 갈망하는 복지부가 저가약 대체조제 장려금제도를 제대로 알린적이 있는가. 없다. 공무원들은 승산없어 보이는 곳에서 정책을 결코 만들지 않는다. 따라서 약사회가 성분명 처방의 공론화에 나서고, 특별위원회를 만드는 것으로 변화를 이끌어 내기는 힘들다. 국민 여론을 끌어내 모으기 위한 내부 변화와 혁신이 함께 필요한 이유다. 약사회는 파랑새를 집 밖에서만 찾으려 해서는 안된다.2017-09-21 12:14:55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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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몹시 어리석은 경남도 행정심판위의 심판병원의 연장선에 있는 편의시설에 "약국 개설을 허용해 달라"는 민원인의 심판 청구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경상남도 행정심판위원회의 판단은 숲은 간과한 채 나무만 들여다본 것으로 몹시 어리석다. 한 나라 보건의료정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의약분업제도의 정책 철학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자체 행정심판위가 이토록 국가 정책의 뿌리를 뒤 흔들어도 좋은지 의문이 든다. 경남도 행정심판위는 지난달 30일 오후 3시 나라의 정책에 전혀 합목적적이지 못한 심판을 했다. 경상대병원의 소유인 건물에 약국이 들어서도록 허용한 것인데, 이 심판은 창원시 경상대병원에 머물지 않고 전국병원으로 번질 공산이 크고 보건의료 정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다시말해 이번 심판은 제2, 제3의 경상대병원이 출현을 위해 길을 터준 것이나 한가지다. 의약분업의 정신이란 대체 무엇인가. 단적으로 말해 의약품의 처방(의사)과 조제(약사)를 분리해 놓는 것이다. 효과와 부작용이 함께 있어 양날의 검으로 불리는 의약품을 안전하게 사용되도록 하려면 처방과 조제가 한 몸이 되어서는 안된다. 따라서 우리나라 의약분업은 기관분업이라고도 불린다. 외래환자가 병원안에 있는 약국(일명 원내약국)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기위해 처방과 조제에 관해 병원(의원)과 약국을 따로 떼어놓는 것도 바로 그때문이다. 병원과 편의시설 사이에 도로가 있다고 해서, 편의시설의 임대권을 제3자에게 넘겼다고 해서 편의시설이 병원소유가 아닌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약국개설을 허용한 이번 심판은 그동안 환자편의를 내세워 병원약국이 외래환자 처방을 조제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병원계에 잘못된 시그널을 전달해줄 우려가 크다. 의약분업은 태생부터 '불편함'을 전제로 한 제도다. 환자들의 편리성만 고려한다면 이 제도는 성립될 수 없다. 환자 안전성을 핵심가치로 둔 제도다. 그래서 인체에 투여되는 의약품의 쓰임이 바로되도록 의사와 약사의 역할을 분리한 것이고 상호감시하도록 한 것이다. 이번 심판은 행정소송에서 반드시 바로 잡혀야 한다. 전국의 크고 작은 약사단체들이 이 문제에 경종을 울리고 있는 가운데 창원시약사회가 31일 창원지방법원에 '창원경상대병원 약국개설등록 수리절차 금지 가처분신청'을 하고 행정소송 준비에 나선 것은 당면한 지역의 문제를 넘어 의약분업의 근간을 지킨다는 차원에서 적절하다. 정책의 주무당국인 복지부 역시 이 문제를 좌시해서는 안될 것이다.2017-09-01 06:14:54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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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약국 기능 왜곡시키는 면대약국 발본 색원해야건강보험공단 의료기관관리지원단이 사무장병원 이상 면대약국의 폐해가 크다고 보고, 이르면 9월부터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가기로 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면대약국은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운영되는데다 부당이득 규모가 적지 않아 사회적으로 끼치는 부정적 영향이 상당하다. 상식적으로 보아도 권한 없는자가 취급하는 의약품은 사회적 흉기나 다름없다. 2015년 6월 충북지방경찰청 지능수사대가 적발한 면대약국의 경우 면대업주가 고령의 약사의 면허를 이용해 약국을 운영하며 50억원대 부당청구를 했다. 올해 7월 청주지법은 면대업주에게 징역 3년형을 선고하는 한편 면허를 빌려주고 매달 400만원을 받아 챙기 혐의로 기소된 약사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의 유죄처분했다. 면대약국을 가만둘 수 없는 이유다. 면대약국은 사회적 관심이 덜한 틈을 타 현재 창궐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사법당국에 면대약국이 적발됐다는 관련 기사가 보도되고 나면 '이 약국이 의심된다' '저 약국은 100%'다 같은 제보성 댓글이 줄을 잇고 있는 형편이다. 약국가에서는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약국에 의약품을 대던 도매 유통업체들이 자본력을 앞세워 대형병원 문전약국을 점령했다는 이야기도 정설화돼 있다. 면대약국이 사회적 흉기인 가장 큰 이유는 의약품 조제와 판매 면허가 없는 사람들의 법 위반이다. 문제는 이들이 2차적인 피해를 야기시킨다는 점이다. 전주들이 약국을 철저히 돈벌이 창구로 여겨 약국의 건강한 기능과 역할을 왜곡시킬 가능성은 농후하다. 이들은 의약품이 생명에 미치는 위험성이나 전문직능인들이 갖는 최소한의 도덕성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건보공단은 불법으로 얻은 부당수익을 환수해 건보재정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면대약국과 업주, 영혼을 불법에 맡긴 약사들을 발본색원하는데 그 역할을 다해주기를 기대한다.2017-08-09 12:14:19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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