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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사용량-약가 개선안, 국산신약 피해 없도록[데일리팜=이탁순 기자] 연구용역을 통한 사용량-약가연동제 개선 제안이 일부 공개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작년 한해 사용량-약가연동 제도의 성과 평가 및 개선 방안을 연구한 연구진(배승진 이화여대 교수 등)은 재정영향이 높은 약제의 선별관리를 주문했다. 이에 따라 사용량 유형 '가'의 선정기준을 기존 청구액 30% 증가 조건에서 50억원 및 10% 증가 조건을 추가해 확대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반대로 협상 제외 기준을 기존 20억원에서 30억~50억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등 재정영향이 낮은 약제는 관리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번 개선 제안은 오는 5월 민·관 워킹그룹을 통해 논의해 내년 1월부터 제도화할 계획이다. 이를 종합해 볼 때 제도개선은 재정영향이 높은 약제는 상한금액 인하율을 높게, 낮은 약제는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인하율을 낮게 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내에서도 제도개선 방향과 관련해서는 찬성하는 목소리가 많다. 청구액 규모에 따라 상한금액에 차등을 두는 게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다만, 신약에 적용되는 유형 '가' 협상에 새로운 조건이 추가되면서 다국적 제약사나 국내 신약개발 회사에 부담이 가중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국산신약의 경우 그동안 제약업계에서 개발 노력과 육성 독려 차원에서 사용량-약가 연동제를 완화해달라고 주장해온 만큼 이번 개선방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정부가 바이오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국산신약 육성을 천명한만큼 이를 위해서는 약가도 뒷받침해야 한다. 국산신약은 등재 시점부터 약가우대 없이 낮은 가격에 진입하는데, 활발한 영업·마케팅으로 판매량이 많아진다고 약가를 또 내린다면 대규모 비용을 지출한 신약개발 회사 입장에서는 '뭣하러 시간과 돈을 들여 신약을 만들었는지' 후회만 남을 것이다. 정부가 국산신약과 해외신약에 대해 차별을 둘 수 없다고 하지만, 우리 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려면 국산신약 우대정책은 불가피한 요소가 있다. 따라서 5월부터 진행되는 민·관 워킹그룹에서는 국내 제약산업계 우려를 고려해 보다 정교한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2023-03-16 16:20:42이탁순 -
[기자의 눈] 달라진 식약처 소통 방식, 결과물도 중요[데일리팜=이혜경 기자]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취임한 이후 변화된 소통 방식이 눈에 띈다. 오 처장은 지난해 5월 취임사를 통해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식약처가 규제기관으로 전문성을 확보하려면 과학기술 전문가이면서 위기관리 전문가이자 국민소통 전문가가 돼야 한다고 했다. 민관이 소통하고 협력하는 열린 식약처를 만들겠다는 약속은 2021년 2월 22일부터 비공개로 전환됐던 식약처 홈페이지 조직도 내 부서 별 담당자 연락처를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8월 8일부터 홈페이지 조직도 내 부서 별 담당자 연락처가 공개로 전환했고, 같은 달 11일에는 규제혁신 100대 과제를 발표했다. 지난 2월 기준 규제혁신 100대 과제 추진율은 57%에 달한다. 식품 분야에서 34개, 의약 분야에서 23개로 총 57개 과제가 완료되거나 제도화에 착수했다. 이 뿐 만이 아니다. 허가총괄담당관은 지난해 11월부터 정기적으로 의료제품 허가심사 현황을 공개하고 있고, 매달 의약품·의료기기 허가 분야 민·관 소통계획도 구체적으로 세워 놨다. 여기에 얼마 전에는 식약처·제약업계 쌍방향 소통 채널인 '코러스(CHORUS)'가 출범했다. 소통단은 안전성·유효성, 품질, 동등성 등 3개 분야에서 임상시험 심사, 허가·심사 지원, 전주기 관리 심사, 첨단품질 심사, 동등성 심사 등 5개 분과로 각 분과당 식약처와 제약업계 관계자 30명씩 총 150명이 참여한다. 그동안 소통채널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식약처가 적극적으로 아젠다를 제약업계와 함께 발굴하는 쌍방향 소통채널은 처음이었다. 오 처장이 취임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식약처는 청에서 처로 승격한 지 만 10주년을 맞는 올해 소통의 방식 변화는 확실히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야기만 듣는다고 해서 소통이 완성됐다고 할 수는 없다. 규제를 혁신하고, 다양한 허가 소식을 전하고, 업계와 쌍방향 소통만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소통하는 만큼 변화된 결과물도 만들어내야 한다. 소통 방식의 전환이 '빛 좋은 개살구'가 되지 않으려면, 듣는 만큼 제도를 바꾸고 업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해법도 내놔야 한다.2023-03-15 17:22:04이혜경 -
[기자의 눈] 스마트오피스와 사장실 분리[데일리팜=어윤호 기자] 스마트오피스가 대세다. 스마트오피스(Smart office), 본래 도심에 있는 사무실로 출퇴근하는 대신 원격 근무가 가능하도록 주거지 인근에 마련한 IT기반 사무실을 뜻하는 이 용어는 제약업계에서 조금은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 병원·관공서 등을 오가는 제약업계 임직원의 특성을 반영해 모바일 환경에 맞춘 사무실을 꾸리고 자율좌석제를 도입했다. 펜데믹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재택근무를 적절히 섞어 상주 인원도 줄였다. 다양한 회의실과 장시간 통화를 위한 폰부스는 덤이다. 이는 두마리 토끼를 잡게 해준다. 상주 인원이 줄었기에 사무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그러면서 출근한 이들이 쓸 수 있는 공간은 더 넓어졌다. 실제 다수 다국적제약사들은 스마트오피스를 적용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간으로 보금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다만 임원들은 방을 내줬다.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전망 좋은 회의실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임원들은 방을 버리고 직원들 옆에 앉게 됐다. 여기에 한명 더, 방을 내준 사람이 있으니 바로 '사장님'이다. "저도 방이 없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직원들 옆에서 업무를 보다 보니 다양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지고 훨씬 친해지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아예 사장님 호칭을 없애고 'OO님', 혹은 영어 이름을 부르는 제약사들도 있다. 실제 다국적사 직원들은 국내사 대비 CEO인 '사장님'들과 격없이 지내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모두의 생각이 같을 수는 없다. '직원식당에서 밥먹는 오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듯 말이다. "사장님이 옆자리에 앉아 계시면 긴장되고 불편한 것은 사실이죠. 취지도 좋고 훌륭한 분이지만 회사에서 가장 직급이 높으신 분과 업무시간에 계속 마주하는 상황을 선호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한 직원의 고백이다. 물론 좋은 방향성이고 시대의 흐름이다. 비난의 목적이 아닌, 외국계 회사라도 우리나라에 맞는 소폭의 조정은 고려해 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조금은 귀여운 아우성으로 반영, '사장님'은 아직 방에 계시는 것도 좋을 듯 하다.2023-03-15 06:00:00어윤호 -
[기자의 눈] R&D 집행과 비용절감 딜레마[데일리팜=이석준 기자] 제약바이오 기업에게 R&D(연구개발)란 미래성장동력을 뜻한다. R&D를 통한 파이프라인 확장은 향후 캐시카우 밑거름이 된다. 신약 배출 등 기대감은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져 대규모 자금조달과도 연동된다. 적자에도 R&D 승부수를 던진 제약사가 많은 이유다. 일동제약은 2년 합계 1290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일본 제약사(시오노기)와 먹는 코로나치료제 개발 등 다수 파이프라인을 가동해서다. 제2형당뇨병,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황반변성, 안구건조증, 녹내장, 편두통, 고형암 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신풍제약도 마찬가지다. 2년 합계 영업손실이 478억원이다. 회사는 말라리아치료제로 허가받은 '피라맥스'를 약물재창출 방식의 경구용 코로나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1676명 규모 영국 등 다국가 임상으로 진행 중이다. 신풍제약은 연구소장 출신 유제만 대표 재선임을 예고하며 R&D 지속성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이외도 영진약품, 부광약품, 유유제약 등도 지난해 R&D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 부문에서 적자를 냈다. 그야말로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적자 R&D 승부수다. 다만 일각에서는 R&D와 타 부서와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다. 연구개발 자체는 공감하지만 마케팅, 영업 등에 지장을 줄 정도로 R&D에 매몰돼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5000억원 이상 A제약사 영업마케팅 임원은 "오너의 R&D나 타법인 투자 드라이브로 다른 부서는 사실상 찬밥이 됐다. R&D 캐시카우를 담당하고 있는 마케팅이나 영업도 예산 따내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R&D 수행을 위해 타부서의 비용 절감이 어느 순간 공식이 됐다"고 호소했다. 매출 2000억원 규모 A제약사 오너도 R&D와 타부서와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수년 간 시설 투자를 감안해 올 초 시무식에서 비용 절감 얘기를 꺼냈다. 비용 절감은 여러 경영 방침 중 하나였는데 대부분 부서가 1월말에 예산을 쥐어 짜 보고서를 제출했다. 의도와는 다른 상황이 전개됐다. 이렇게 예산을 줄이면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어 수치 재검토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R&D 집행과 비용절감 딜레마. 어제 오늘 얘기도 아니고 정답도 없다. 모두를 감안하면 한쪽을 놓칠 수 있다. 다만 최근 글로벌 경기 불황과 R&D 지속성이 맞물리면서 타 부서와의 균형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호황 속에서는 감춰졌던 불만이 최근 터져 나오고 있다. R&D는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R&D에만 비용이 쏠려서는 안된다. 기업별 실정에 맞는 R&D 전략 재검토가 필요해 보이는 이유다. 어차피 R&D는 장기전이다. 신중한 검토로 손해 볼 일은 없다.2023-03-14 06:00:00이석준 -
[기자의 눈] 헬스케어 발전위해 개방·협력 속도 내야[데일리팜=황진중 기자]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가 앞으로 거대하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자주 나오지만 그것이 진짜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든다. 지난 2017년부터 장밋빛 미래를 그리면서 업계에 참여했지만 실질적인 성과가 나온 것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말 정신 차리지 않으면 국내에서 살아남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은 없을 것." 지난해 말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활성화를 주제로 열린 공개토론회에서 나온 말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관련 토론회에 참석해 보면 지난 2017년 경 나온 논의와 최근에 나오는 논의에서 차이점을 찾기 어렵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더딘 발전은 신약 개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유전체 분석과 관련한 규제로 맞춤형 신약 개발 연구도 늦어지고 있다. 보건의료산업 분야는 디지털헬스케어 신약 개발, 의료 데이터 등이 연결되는 지점이 많은 산업인 것으로 볼 수 있다. 헬스케어와 관련한 부처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으로 나뉘어 있다 보니 지원 정책 등이 통일성을 갖추고 추진되기 어려워 산업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변화하는 움직임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디지털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를 설치해 바이오헬스 전 분야를 아우르는 민관 협업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업계도 통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스마트헬스케어협회,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첨단재생의료산업협회 등 6개 단체는 '한국제약바이오헬스케어연합회'를 결성하고 적극적으로 정부 등과 소통에 나설 방침이다. 지난 13일 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한국제약바이오헬스케어연합회 제1차 포럼에 참석한 정부, 국회, 업계 관계자들은 개방과 통합, 혁신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문제는 속도와 신뢰성이다. 업계에는 이제 정말 해내야 한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되겠지, 되겠지 하면서 각 분야에서 각자가 알아서 해왔지만 실제로 이뤄진 것은 거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한 헬스케어 대기업이 스타트 업의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잡음도 나온다. 협력 관계가 아니라 사실상 갑을 관계라는 자조감 섞인 한탄도 있다. 올해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시기일지도 모른다.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사업과 분야에서 산·학·연·관을 막론하고 제약바이오헬스케어 발전을 위해 개방과 협력에 속도를 내야 한다.2023-03-13 06:12:19황진중 -
[기자의 눈] 약사회 총회 '정쟁'만 남아선 안된다[데일리팜=김지은 기자] 대한약사회 정기 대의원총회를 앞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총회 운영 방식과 안건까지 갑론을박이 계속되는 모습이다. 오는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대한약사회 제69회 정기대의원 총회에서는 최초로 대면, 화상 회의가 병행되고 안건 의결 과정에서 전자투표가 도입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그간의 대의원총회 고질적 문제인 ‘의결정족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집행부와 총회의장단은 화상회의 참가자에게도 의결권을 부여하기로 하는 초강수를 둔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총회를 일주일여 앞두고 의장단과 집행부의 막판 합의 끝에 화상회의를 도입하지 않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지만, 이로 인한 불필요한 시간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여기에 올해 총회에 상정돼 있는 일부 안건에 대한 논란과 쟁점도 여전하다. 지난 약사회 제1차 이사회에서 이사들의 문제제기를 모두 총회를 미뤄둔 상황인 만큼 돌아오는 총회에서의 관련 논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뒷말들도 무성하다. 보이지 않는 파벌을 그어 놓고 그 안에서 서로를 공격하기 위한 일종의 ‘무기’를 준비 중이라는 말까지 들려온다. 아쉬운 점은 들려오는 논란 속 정작 현재 약사사회가 닥쳐있는 현안들은 빠져있다는 점이다. 현재 약사회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부터 공공심야약국, 전문약사제도 등의 정책 현안과 더불어 의약품 품절, 불용재고약 반품 등 민생 현안이 산적해 있다. 여기에서 한약사 문제, 성분명처방 등 장기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와 규제샌드박스를 이용한 화상투약기, 상비약 자판기 등 각종 의약품 판매처 확대 시도 등 당장 눈 앞에 닥쳐있는 위기도 적지 않다. 약사 직능은 현재 대내·외 도전들로 어려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다. 그만큼 회원 약사들을 대변하는 대의원들의 깊은 고민과 발전적인 토론,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의원총회의 기본 취지와 목적이 무엇인지 이날 총회에 참석하는 대의원들은 되새길 필요가 있을 것이다. 더불어 의결정족수 부족이 올해 만큼은 반복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적어도 1년에 한번 있을 총회에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투자하지 못할 것이었다면, 본인의 권리이자 책임인 대의원직은 애초부터 맡지 말았어야 했다.2023-03-09 17:40:00김지은 -
[기자의 눈] 제약업계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를 위해[데일리팜=정새임 기자] 어제(8일)는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각종 기업들이 쏟아내는 여성의 날 캠페인 자료를 넘겨보던 중 설문조사 하나가 눈에 띄었다. 한국로슈진단에서 아시아태평양 8개국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였는데, 눈길을 사로잡은 건 마지막 문항이었다. "회사로부터 나의 임신 등 가족계획에 대해 지지를 받고 있습니까?" 이 질문에 한국 직장 여성들의 11%만 지지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10명 중 9명의 직장 여성은 임신을 하는 것에 대해 회사 눈치를 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설문을 실시한 아시아태평양 8개국 중 가장 낮은 수치다. 1위인 인도(59%)와도 큰 격차를 보였다. 안타깝지만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물론 우리나라 여성 인권이 인도보다 낮다는 뜻은 분명 아니다. 각국의 사회적 분위기와 정책이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금물이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부정적인 응답이 컸던 건 사회 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빠르게 늘어났지만 사회 문화가 변화하는 속도는 이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남녀 모두 육아휴직을 쓸 수 있지만 실제로 남자 직원이 쓴 사례는 없다거나, 오너가 남성 직원 위주로 뽑으려 한다거나, 팀원이 육아휴직을 써 불평하는 상사의 모습을 보다보면 임신을 고민하게 되는 게 현실이다. 일부 육아휴직을 악용하는 사례까지 더해지면 육아휴직에 대한 낙인은 돌이킬 수 없게 된다. 10개월 간 임신을 유지하며 일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육아휴직을 쓰면 회사에 피해를 준다는 낙인까지 찍히니 일 욕심이 많은 여성들은 안 낳고 만다는 생각이 커진다. 특히 제약업계는 전통적으로 남성 위주로 돌아가는 보수적인 문화로 유명했다.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여성 직원들은 회사의 정책에서 소외되기 쉬웠다. 여전히 임원 10명 중 여성은 1명이 될까말까이니 변화가 더욱 더딘 편이었다. 출근 복장이 유연해지고, 리프레시 휴가 등 직원 복지가 향상해도 육아휴직에서는 여전히 '사회적 차별'이 존재하는 현실이다. 남성 직원들은 여성에게만 주어지는 육아휴직을 역차별이라 느낀다. 그러다 보니 여성 직원과 동료가 되는 걸 꺼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만약 여성 직원이 육아휴직이라도 가게 되면 남은 동료들이 업무를 떠안아야 한다는 생각이 짙다. 실제로 회사가 육아휴직 대체자를 뽑아주지 않으면 벌어지는 일이다. 동료애는커녕 성 갈등만 깊어지고 출산율 제고에도 별로 도움이 안 되는 현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육아휴직을 적용하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19년 한국을 방문한 조안 윌리엄스 캘리포니아주립대 법대 명예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성평등한 노동 시장을 위해 남성의 육아휴직을 강제하는 '아버지 할당제'를 실시하는 게 중요하다"며 "회사를 위한 희생을 요구하는 '이상적 노동자상'이 있는 한 남성들은 육아휴직을 '선택'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제약사들은 남성도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규정해 놨다. 현실은 다르다. 기자가 물어본 여러 제약사 직원들은 하나같이 "남성도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면서도 "선례는 거의 없다"고 답했다. 남성 육아휴직은 의무가 아니다보니 규정과 현실에 괴리가 발생한다. 제약업계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괴리로 국회에서는 남성 육아휴직을 의무화한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얼마 전 다국적 제약사 한국법인 관계자를 만나 이야기를 하다 흠칫 놀란 사실이 있다. 함께 알고 있는 모 남자 직원이 얼마 전 육아휴직에 들어갔다는 말에 "남자들도 육아휴직을 쓸 수 있나요?"라고 물었더니 "그럼요. 1년 쓴 사람도 많아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남자가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란 게 아니라 남자도 육아휴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회사 직원들도 이를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에 놀랐다. 국내 제약업계의 수준은 날이 갈수록 발전하며 국내를 넘어 아시아, 글로벌로 향하고 있다. 해외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만큼 '보수적인 기업문화' 이미지를 이제는 걷어낼 필요가 있다. 때로는 제도가 문화를 바꾼다. 제약업계가 선도적으로 남녀 육아휴직 정착을 이끌어내는 모습을 보고싶다.2023-03-09 06:16:50정새임 -
[기자의 눈] 한시적 비대면진료 공고, 면죄부 아니다[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이 끝나간다는 사실이 비로소 실감된다. 약국과 의료기관 등 일부 공간을 제외하고는 마지막 단계라고 할 수 있는 마스크 착용 의무마저 해제되니 백신을 맞고, 식당·카페 입구에서 안심번호로 전화를 걸고, 사적 모임을 제한하던 때가 다소 생경하게 느껴진다. 빠른 속도로 일상 회복이 이뤄지면서 올해는 벚꽃구경을 드라이브스루가 아닌 친구와, 가족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설레인다. 사실상 남은 코로나19 규제 장치는 마스크 전면해제와 격리의무, 한시적 비대면 진료로 압축할 수 있다. 코로나 심각 단계가 해제되면 한시적 비대면 진료 역시 중단돼야 하기 때문에 정부는 비대면 진료 상시 제도화를 서두르는 분위기다. 코로나 심각단계가 해제될 경우 코로나19를 기회 삼아 생겨난 30여개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들은 말 그대로 갈 곳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의정은 국민 건강증진이라는 목적 아래에 ▲대면진료 원칙, 비대면진료를 보조 수단으로 활용 ▲재진환자 중심으로 운영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으로 실시 ▲비대면진료 전담의료기관은 금지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이뤘다. 간호법 제정으로 인해 협의가 중단된 듯 보이지만 사실상 비대면 진료와 관련한 거의 모든 준비가 완료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약사회는 '약 배달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데서 한 발자국도 더 떼지 못하고 있다. 왜 그렇게까지 약사들은 약 배달을 반대하는 걸까? 안전성 때문일까, 안정성 때문일까, 아니면 정말 약이 잘못 배달되거나 오염될 것을 걱정해서일까. 생화(生花)며 아이스크림까지, 팥빙수도 녹지 않고 배달되는 시대에 약사들이 약 배달을 반대하는 이유는 뭘까 생각해 봤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모객 유치를 위한 플랫폼 업체의 과당 영업과 정부의 수수방관이 약사들에게 약 배달에 대한 외상을 남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리즈A, 시리즈B 투자를 받기 위해 배달비며 진료비까지 할인해 줬던 플랫폼 업체의 과당 영업, 소비자가 원하는 약을 장바구니에 넣으면 의사가 그대로 처방하고 약사가 조제하는 원하는 약 처방받기 기능, 사후약방 수준에 그치는 정부 권고를 봐왔기에 지레 반발이 앞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최근 경기도약사회와 서울시의사회가 닥터나우를 고발한 사건이 경찰에서 일부 무혐의 판단을 받았다. 닥터나우의 의약품 배송행위는 약사법과 대법원·헌법재판소 판례에 비춰볼 때 위법성이 인정되지만, 닥터나우의 행위는 보건복지부 공고 이후의 행위이며 공고문에 표현된 의약품 교부 방식에서 '약사와 환자 간 합의' 해석에 대해 '택배배송 등의 가능 여부'를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 확인해 유권해석을 받은 뒤 행위한 것으로 확인돼 약사법 위반에 대한 고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는 게 경찰의 결정문이었다. 약사와 환자 간 합의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전무하다. 환자가 비대면 진료를 통해 전자 처방전을 발급 받은 뒤, 환자가 원하는 약국을 지정해 보내면 약사가 전화를 걸어 재고 유무를 확인하고 수령 방법을 묻는 것이 '통상적인 합의'의 방식일 것이다. 하지만 비대면진료 플랫폼 가이드라인이 마련된 현재까지도 방문수령 이외의 방식에서는 약국 지정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가까운 약국에 처방전 전송 동의 ▲동일성분 대체조제 동의 ▲진료 후 자동결제 동의 ▲개인정보 제공 동의 ▲개인정보 처리 위탁 동의 ▲중요 안내 사항에 대한 동의 등 6가지 필수항목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경우 진료 자체가 불가능하다 보니 필수동의를 환자의 동의로 볼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논쟁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 여전히 약이 배달돼 오는 약국도 '제휴약국'으로만 표시될 뿐 약국명도 약사 이름도, 약국 주소도 알 길이 없다. 또한 약 배달 이후에 약사가 환자에게 전화를 걸어 수령 여부를 확인하거나 복약안내를 하는 것 역시 약사의 자율에 속한다. 직접 플랫폼을 통해 비대면 진료·약 배송을 이용해 봤던 두 건의 기사 ▲한시적 비대면 진료 공고 기간 동안 "약국을 선택하지 않았는데 조제약이 배달돼 왔다"(http://www.dailypharm.com/Users/News/NewsView.html?ID=287690&szGetNewsPreview=1) ▲"약 배송 직접 이용해보니…정부 가이드라인 반만 준수"(http://www.dailypharm.com/Users/News/NewsView.html?ID=291665&szGetNewsPreview=1)에 대한 시정이나 개선이 전무했다는 것이다. 한시적 비대면 진료 공고가 만능치트키 될 수는 없다. 한시적 공고가 면죄부라는 만능 치트키가 돼서는 안된다. 경기도약사회와 서울시의사회의 고발을 놓고 '안 하느니만 못한 게 아니었냐'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그에 앞서 한시적 비대면 진료·약 배달에 대한 결과 분석과 제도의 미비를 보완하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부분은 자명한 사실이다. 현재의 플랫폼을 필터링 없이 모두 제도권화 하겠다는 부분은 공감을 이뤄내지 못할 것이다.2023-03-07 15:08:30강혜경 -
[기자의 눈] 품절약 대책 사후약방문 벗어나려면[데일리팜=정흥준 기자] 종합적인 품절약 대책 마련을 위한 민관협의체가 드디어 가동된다. 그동안 감기약에 집중되던 수급 안정 논의 대상을 확대한다는 방침인데, 이번엔 성과없이 회의에만 그치는 협의체가 되지 않길 바란다. 또 약 품절로 환자 불편을 겪은 이후에야 약을 균등 배분하는 사후약방문식 정책에서 벗어날 수 있는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 협의체는 먼저 품귀와 품절을 구분해야 하고, 각 품목별로 수급 불안정이 발생하는 이유를 카테고리로 분류해야 한다. 품귀 상태일 때부터 파악이 가능해야 품절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단계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또 품목에 따라 수급 불안정이 생기는 이유는 제각각이기 때문에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도 제품별로 다르다. A약은 원료값 상승, B약은 부자재 공급난, C약은 낮은 약가가 이유가 될 수 있다. 두 가지가 가능해진다면 정부는 품귀 상태에 들어선 의약품들이 파악되는 즉시 이유를 분류해 제약사에 지원이 필요한지, 유통 과정에서 정체된 수량을 해결해야 할지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 논의가 진전되기 위해선 부족한 약 ‘품귀약’, 없는 약 ‘품절약’을 어떤 기준으로 나눌 것인지가 선행 과제다. 대한약사회도 품절약을 실시간 관리할 수 있는 통합관리시스템을 주장한 바 있다. 미국 FDA가 전체 의약품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참고해 국내에도 반영하자는 것이다. 앱이나 웹을 활용해 제약사들이 실시간 보고할 수 있도록 하고, 생산이 부족하거나 중단된 약을 통합 관리하자는 제안이다. 여전히 약국가에서는 품절 조짐이 있는 약들의 구입량을 늘려 재고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각자 도생하고 있다. 약이 없어도 처방이 나오거나, 공급난이 장기화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사재기로 이어지게 된다. 여기엔 정부가 의약품 수급 불안정을 해결하지 못할 것이란 현장의 불안이 깔려있다. 만약 부족한 약, 없는 약에 대한 대책이 체계화 된다면 약국들은 굳이 부담을 안으면서까지 주문량을 늘릴 필요가 없다. 품절약 관리 시스템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이해관계자들도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수년 전에도 답을 찾지 못하고 해체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의약품 수급불안정이 장기화되고 있고, 환자들과 현장의 불편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이번에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한 고통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2023-03-06 17:50:47정흥준 -
[기자의 눈] '약가인하 환수법' 좋은 입법일까[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이른바 '약가인하 환수·환급법'의 운명이 조만간 결정된다. 오리지널 의약품에 대한 약가 인하 처분을 집행정지 신청으로 수년 간 회피하는 '꼼수'를 제한할 수 있을지 이르면 이달 안에 결정될 전망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은 당초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무산될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야당을 중심으로 본회의에 직접 부의하기로 의결하면서 기사회생 했다. 이로써 이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의 최종 결정만 기다리고 있다. 본회의는 이달 23일과 30일로 예정됐다. 그간 이 개정안을 둘러싸고 찬반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법안에 찬성하는 보건복지부와 야당 측에선 제약사들의 꼼수와 이로 인한 건보재정 누수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반대하는 법조계와 법사위 측에선 헌법이 보장하는 정당한 권리 구제 수단인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는 논리로 맞섰다. 야당이 과반인 현 상황에서 개정안은 통과 쪽으로 무게 추가 기우는 모습이다. 본회의 의결을 위해선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 이래저래 다른 안건과 묶여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개정안이 끝내 통과되면 앞으로 제약사들은 본안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약가인하 집행정지 기간 동안 투입된 건강보험 재정을 토해내야 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제약사들의 소송 청구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간의 사법체계 악용은 사라지겠지만, 정말로 약가인하가 부당하다고 느꼈을 때 이를 정당하게 따질 기회마저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법체계적으로는 집행정지 제도의 본질마저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그 다음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그 이후로 재판청구권을 위축시키는 제2, 제3의 입법도 따를 가능성이 있다.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재판청구권을 제한하는 입법은 처음이 어려울 뿐, 두 번째 세 번째는 비교적 수월할 수밖에 없다. 개정안에 찬성하는 쪽 주장은 집행정지 제도의 악용을 뿌리 뽑기 위해서, 그리고 이를 통해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해서라면 제약사들의 소송 청구권이 조금 위축되는 것 정도는 문제되지 않는다고 재해석할 수 있다. 대를 위해 소는 어느 정도 희생할 수 있다는 주장은 전체주의 혹은 파시즘적인 성격이 짙다. 아무리 제약사가 괘씸하다고 해서 헌법상 기본 권리마저 침해할 수는 없지 않은가. 약가인하 환수법이 제약사의 꼼수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지 생각해볼 시점이다.2023-03-06 06:17:26김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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