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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PVA 연동 인하품목도 미리 공개했어야[데일리팜=이탁순 기자] 정부가 차액정산과 반품 대란을 우려해 기준요건 재평가에 따라 상한금액이 인하되는 약 7000개 품목을 미리 공개했다.지난달 23일 제품 명단과 상한금액이 공개됐고, 1일자로 고시도 됐다. 5일부터는 조정된 가격이 실제 적용된다.보건당국이 반품·차액정산 준비기간이 충분해야 한다는 약사회 등의 의견을 수용한 결과다.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이번에 상한금액 재평가 뿐만 아니라 사용량-약가연동제 협상(PVA)에 의해 134개 품목도 상한금액이 조정된다. PVA 인하품목도 상한금액 재평가 품목과 마찬가지로 5일부터 조정된 상한금액이 적용된다.PVA 인하 품목 중 상한금액 재평가로 약가가 추가 인하되는 품목이 있어 현장의 혼란 방지 및 행정비용 감소를 위해 상한금액 재평가 일정에 맞춰 시행일이 변경됐다.실제로 18개 품목이 PVA와 상한금액 재평가가 겹친다. PVA 품목 인하가 예정대로 이달 1일 먼저 시행되고, 상한금액 재평가 조정품목이 5일에 시행됐다면 18개 품목은 한 달에 두 번 상한금액이 변동되기 되기 때문에 시행일을 맞춘 건 합리적이면서 옳은 결정이다.다만, PVA 인하품목과 상한금액도 미리 공개했으면 현장의 혼란 방지 차원에서 훨씬 낫지 않았을까 생각한다.상한금액 재평가 리스트가 지난달 23일 공개됐지만, PVA 리스트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가 종료된 31일에야 나왔다.도매와 약국은 PVA 리스트에 있는 다빈도 품목들은 반품량도 많아 더 준비가 필요했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하지만 상한금액 재평가와 달리 PVA 품목은 조정 상한금액이 안내되지 않아 현장은 답답함을 호소했다.어차피 상한금액 조정 시행일을 똑같은 5일로 맞춘 상황에서 재평가와 달리 PVA 리스트는 우선 공개하지 않은 점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명목상 건정심 심의 전 비공개 원칙을 지킨 것으로 해석되지만, 상한금액 재평가 역시 건정심 심의 전이었다는 점에서 좀 더 유연성을 발휘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이에 따라 상한금액 재평가 품목 반품 준비에는 14일의 시간이 부여된 반면 PVA 품목 반품 준비에는 6일만 주어지게 됐다.또 하나 문제점은 지난달 23일 공개된 상한금액 재평가 품목 가운데 PVA 결과로 약가가 변동되는 품목이 있었다는 것이다. 23일 공개된 자료만 믿고 차액정산을 세팅해 놓은 상황이라면 부랴부랴 수정이 필요했을 것이다. 현장 혼란 방지 차원의 선공개 자료가 완벽하지 않아 오히려 현장에 부담을 준 케이스다.이 역시 23일에 똑같이 PVA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했더라면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정부의 이번 약가인하 명단 선공개와 시행일 연기는 반품과 차액정산 혼란을 겪는 현장을 고려한 측면에서 칭찬받을 만 하지만, 조금 더 세밀했어야 했다. 상한금액 재평가와 PVA의 컨트롤타워인 복지부의 일처리가 아쉬움으로 남는다.2023-09-03 17:32:01이탁순 -
[기자의 눈] '암' 분류와 희귀질환 기준에 대한 재고[데일리팜=어윤호 기자] 기존 TKI에 소용없던 극소수의 EGFR 엑손 20 삽입 변이 폐암 환자를 타깃하는 항암제들의 보험급여권 진입이 동시에 좌초됐다.지난 30일 열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한국다케다제약의 '엑스키비티(모보서티닙)'와 한국얀센의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가 모두 급여기준 미설정 판정을 받았다. 리브리반트는 벌써 두번째 실패다.GFR 엑손 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은 국내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 가운데 단 2%에서만 확인될 정도로 희귀하다. 지금까지 이 질환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NCCN 가이드라인에서도 백금기반 항암요법을 권고해 왔다. 이마저도 국내에선 삭감 대상이다.폐암은 희귀질환이 아니지만 EGFR 엑손 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은 희귀암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GFR 엑손 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은 흔한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대비 사망 위험이 75% 높고, 5년 생존율은 8%, 환자 기대 여명은 2년 미만에 그친다.그러나 이번에 2개 약물이 암질심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EGFR 엑손 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옵션 확대까지는 시간이 더 소모될 전망이다. 관건은 급여 평가에서 가치 인정 여부다. 이들 약제의 가치가 단순 폐암이 아닌, 희귀암 치료제로 인지되기 어려운 실정이다.이제는 같은 '암'이라도 카테고리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가 부르는 간암, 위암, 폐암 등 암종들은 단순한 대분류일 뿐, 사실은 세부적으로 분류된다. 동일한 장기에서 비롯된 종양이라 하더라도, 이 세부 분류에 따라 치료의 난이도가 다르며 환자 수 역시 다르다.종양이 발생한 장기에 따른 질환명이 일반적인 것은 맞지만, 신약이 세분화되고 타깃하는 환자에 따라 질환도 세분화 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앞으로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점이다. 발전은 변화를 불러 일으킨다. 신약과 그에 대한 보장성도 예외는 아니다.2023-09-01 06:00:01어윤호 -
[기자의 눈] 일본약국 재고약 관리가 부러운 이유[데일리팜=이혜경 기자] 지난 8월 18일부터 20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진행된 제22회 '일본 드럭스토어 박람회(Japan Drugstore Show 2023)'에 참가하면서, 일본 조제전문약국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법인약국 드럭스토어 체인약국들이 허용된 일본의 조제전문약국을 우리나라 약국과 비교할 수 없겠지만, 조제전문약국의 관리약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재고의약품이나 품절의약품 관리에 대한 생각이 잠깐 들었다.이번 박람회 기간 중 방문한 약국은 일본 스미토모상사가 운영하는 토모즈약국과 스기홀딩스가 운영하는 스기약국 두 곳이다. 토모즈약국은 2500여 품목의 의약품을, 스기약국은 3000여품목의 의약품을 관리하고 있었다. 두 곳 모두 드럭스토어의 규모는 200평이 넘지만, 조제가 이뤄지는 조제실은 3~4평 남짓에 불과해 보였다.토모즈약국은 일본의 대형 종합상사에서 운영하는 체인약국의 강점을 살려 각각 1000만엔에 달하는 가루약 로봇 제조 기계와 약의 위치를 알려주는 기계, 또 200만엔의 가량의 시럽약 조제 기계를 두고 자동화 시스템을 지향하고 있었다.반면 스기약국은 값비싼 기계는 없었고, 우리나라 약국의 조제실과 비슷한 환경이었다. 자랑할 만한 기계라고는 20만엔 정도 하는 콜드체인 시스템이 갖춰진 냉장고였다.궁금한 점이 생겼다. 임의분업으로 대부분의 약 조제가 의료기관에서 이뤄지는 일본에서 처방전이 외부 약국으로 유입이 이뤄지는지, 또 2500~3000여품목에 달하는 의약품 가운데 재고약이나 품절약이 생기면 어떻게 관리가 이뤄지는가였다.답은 간단했다. 토모즈약국은 1일 처방 150건의 처방전이 접수됐고, 스기약국은 주변 600곳의 의료기관에서 처방전이 들어와 월 평균 조제매출을 2500만엔 정도 기록한단다. 일본드럭스토어협회의 약국 전문약 조제비율을 보면 전국 평균 17%에 달한다는 데, 법인약국 형태로 운영되는 두 약국에선 매출로 인한 걱정은 없어보였다.과연 재고약 관리는 제대로 이뤄졌을까. 스기약국 관계자는 "약국이 재고약 관리를 할 필요는 없다"고 언급했다. 무슨 이유인지 물어보니, 재고약 관리를 제약회사가 직접 해준다고 했다. 재고약 관리나 반품, 회수 처리를 스스로 떠 맡아야 하는 우리나라 약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제약회사들이 각 약국의 재고현황을 파악해 더 이상 매약이 되지 않거나 재고가 조금 남은 품목의 경우 자진회수를 진행한다는 얘기였다.품절약 또한 최소 1~2주, 길어도 한 달 이내 수급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나라의 현실과 비교해보게 됐다. 우리나라 약국들은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품절약 미입고로 장기간 어려움을 겪고 있고, 수급대란 의약품의 경우 약국 스스로 온라인 주문을 하기 위해 '오픈런'을 하고 있다. 재고약과 품절약 관리 방안을 질문할 때, '왜 이런 문제를 두고 고민하지'라는 표정을 지으며 답하던 일본 약국의 관리약사가 생각이 난다.2023-08-30 17:19:17이혜경 -
[기자의 눈]공공 플랫폼보단 재진 비대면 축소가 정답[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의료기관·약국과 환자 사이 비대면진료·조제를 중개하는 민간 플랫폼에 대한 정부 규제 마련이 새삼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지난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소위에서 복수 심사위원들이 민간 플랫폼이 촉진할 수 있는 비대면진료 부작용에 대한 제동장치가 없다는 비판을 강하게 제기하면서다.민간 플랫폼에 대한 규제 필요성은 사실 새로운 쟁점이 아니다. 애당초 의사, 약사 등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정부의 비대면진료 법제화 움직임에 반대한 가장 큰 이유도 민간 플랫폼이 야기할 수 있는 부작용 탓이었다. 2000년도 의약분업 이후 20년 넘게 자리잡은 의료전달체계와 의약품 처방 환경이 비대면진료 제도화와 플랫폼 법제화로 단숨에 혼란에 빠질 수 있고, 과잉 진료·처방·조제를 부추기거나 특정 질환 쏠림현상이 지금보다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의·약사 반발 논리였다. 의약계는 지금도 플랫폼의 정의와 역할을 의료법으로 규정하는 데 회의적이다.결국 민간 플랫폼 규제 대책은 비대면진료가 코로나19 팬데믹 3년 간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기간에 이어 시범사업 시행 세 달째에 접어든 지금까지 똑부러지는 해법 없이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게 됐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복지위원들이 이번 법안소위에서 정부를 향해 '공공 플랫폼' 마련 등 대응책을 직접 요구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상황이 이렇자 비대면진료 제도화 논의 무게는 정부가 직접 관리·규제하고 의료기관과 약국이 실무를 도맡는 공공 플랫폼 시스템 마련과 법제화로 쏠리게 됐다. 이미 민주당 소속 복지위원들은 사실상 민간 플랫폼의 역할을 최소화하거나 공공화하고 그 자리를 공공 플랫폼으로 대체하지 않으면 비대면진료 입법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뉘앙스를 직접적으로 내비치기 시작했다.하지만 이미 3년넘게 비대면진료를 시행해 오면서 닥터나우 등 민간 플랫폼이 팬데믹 상황에 맞춘 중개자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이제와서 산업으로서 외연과 내실을 갖춘 민간 플랫폼에게 무작정 중개업을 접으라는 요구를 하는 것도 무리다.비대면진료 오남용을 막기 위한 해결책을 골몰한 게 민간 플랫폼 규제와 공공 플랫폼 제도화 논의에 재차 불이 붙은 배경이다. 그렇다면 플랫폼 자체에 집중하기 보다는 비대면진료 오남용 대책에 시선을 옮기는 게 보다 정확한 정책을 수립하는데 효과적이다. 플랫폼을 휘어잡아 비대면진료 부작용을 해소하기 보다는 지나치게 넓은 재진 비대면진료 허용 범위를 꼭 필요한 질환으로 축소하는 방식으로 부작용을 없앨 수 있다는 얘기다.현재 복지부는 향정신성 의약품이나 오·남용 의약품 처방이 요구되는 몇몇 질환을 제외한 모든 질환에 대해 의료기관을 한 차례 방문해 대면진료를 받은 경우 재진 비대면진료를 제한 없이 허용하는 시범사업안을 그대로 법제화하자는 주장을 견지중이다. 민간 플랫폼은 복지부 주장에서 몇 걸음 더 나아가 아예 초진부터 비대면진료를 전면 허용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야당 의원들이 민간 플랫폼의 비대면진료 악용과 의료 영리화, 국내 보건의료·약국 생태계 붕괴를 우려해 플랫폼 규제와 공공 플랫폼 구축을 요구하는 게 일견 이해되는 이유다.그렇더라도 야당 의원들의 공공 플랫폼 제도화 요구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 민간 도움 없이 정부가 오롯이 공공 플랫폼 운영 환경을 마련하는 것은 녹록치 않고, 이미 민간 플랫폼이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무부처인 복지부 역시 머릿속에 민간 플랫폼 규제 방안은 물론 공공 플랫폼 제도화 방안이 뚜렷이 자리잡지 않은 모양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대한약사회가 일부 민간 플랫폼과 연동중인 처방전달시스템(PPDS)에 대해 "약사회가 민간 플랫폼과 협력하는 규율은 좋은 모델이라고 본다. 요건을 갖춘 민간 플랫폼이 정확하게 법을 지켜가면서 비대면진료를 운영할 수 있게 하는 게 국민 보건을 지키는 조치라고 생각한다"는 견해까지만 드러냈다. 민간 플랫폼이 촉발할 수 있는 여러가지 부작용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 조항을 만들거나, 공공 플랫폼 제도화 청사진을 복지부가 주도적으로 제시하는 움직임까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물론 야당 의원들이 우려하고 있는 민간 플랫폼 비대면진료 부작용은 충분히 현실가능성이 있다. 시범사업 기간 동안 상당수 비대면진료가 탈모약 등 비급여약 처방에 쏠리는 문제가 드러난 게 이를 뒷받침한다. 복지부는 특정 질환·처방약 쏠림 현상에 대한 성적표를 들키고 싶지 않은 이유에서인지 시범사업 통계 자료를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자문단 회의 내내 비급여약 비대면 쏠림 문제는 주요 의제로 자리잡고 있다.이런 혼란속에서 제대로 된 비대면진료를 제도화하려면 재진 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원래 법안 발의 취지인 '의료취약자의 의료접근성 강화'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재진 비대면진료를 현행 시범사업 대비 보수적으로 수정한 법안이 통과된다면 실현 가능성이 낮은 공공 플랫폼이 활성화하거나 구축되지 않더라도 최대 고민거리인 비대면진료 부작용이 대폭 해결되는 결과가 도출될 것이다.법제처는 비대면진료 제도화 의료법 개정안을 올해 제21대 정기국회 기간 안에 반드시 처리해야 할 중점법안으로 지정했다. 입법이 지연되는 이유를 분석해 국회 통과를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법제처 타임라인대로 이번 정기국회에서 비대면진료 제도화에 성공하려면 복지부는 국회가 수용 가능한 비대면진료 부작용 대책을 세워 법안에 반영해야 한다. 국회와 복지부가 민간 플랫폼, 공공 플랫폼에 매몰되기 보다는 막연히 넓게 허용중인 재진 비대면진료 질환을 스마트하게 손질해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 자체를 삭제하는 혜안을 보일 때다.2023-08-29 16:56:54이정환 -
[기자의 눈] 제약업계 M&A 바람이 분다[데일리팜=이석준 기자] 40대 중반 오너 2세와의 술자리였다. 하반기 회사 목표를 물었다. 술자리 초반 아이스브레이킹 차원의 질문이었다.'R&D나 시설에 투자해 성장동력을 쌓고', '신제품을 단기간 블록버스터로 만들고', '비용 절감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조직 통합과 인원 재배치로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등의 통상적 답변을 예상했다."'M&A를 추진하려고 한다."돌아온 답변은 예상과 달랐다. 'M&A'라는 한 단어였지만 제약업계가 새삼 '달라졌다'를 느꼈다. 창업주에서 경영권이 2~3세로 넘어오면서 M&A에 대한 인식도 뚜렷하게 변하고 있음을 인지했다.계획도 구체적이었다. 눈 여겨 보는 회사들의 사업 구조 특징, 최대주주 지분율, 시가총액 등을 낱낱이 꿰고 있었다.그는 "오래된 제약사지만 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이 많다. 우리 회사와 시너지가 극대화 된다면 M&A를 주저할 필요가 없다. 여러 곳을 물망에 둔 상태다. 회사 현금이 많아 최대주주 지분율이 10~15% 정도인 곳은 무리 없이 살 수 있다. 옛날처럼 제네릭 영업하고 회사 키우는 시대는 갔다. CSO 영업으로 수수료를 내는 대신 M&A가 비용효율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또 다른 50대 중반 오너 2세에게도 M&A 추진 계획이 있는지 물었다. '당연하다'는 답변이 나왔다. 과거 M&A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했다면 이제는 실행할 때라고 언급했다.그는 과거 녹십자-일동제약 사례를 들며 더 이상 인연에 얽매여서는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오너의 자질은 직원들을 잘 이끌어갈 수 있는지 우선이다. 예전부터 아는 사이라고 M&A를 포기한다면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녹십자와 일동제약 빅딜이 일어났다면 제약산업의 또 다른 이정표가 됐을 것이다. 당시만 해도 적대적 M&A로 비판 아닌 비판을 받았지만 이제는 M&A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다. 경영의 한 축이 됐다."한 두 명의 의견이 전체를 대변할 수 없기에 오너 2~3세와의 만남에서 꾸준히 M&A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대부분 M&A를 대하는 방향성과 자세가 적극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어떤 이는 특정 제약사와 이에 수반되는 자금 조달 등 구체적인 계획도 귀띔했다.시대가 변하며 과거에 불가능하게 보였던 것들이 당연시되는 요즘. 제약업계도 2~3세의 의견을 반영했을 때 M&A 바람이 불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M&A를 추종하는 건 아니지만 M&A를 경영의 한 축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제약업계도 또 다른 붐이 조성될 수 있다.2023-08-29 06:00:00이석준 -
[기자의 눈] 공적 전자처방전에 웃을수 없는 약사회[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약사사회의 숙원 사업 중 하나였던 ‘공적 전자처방전’이 이슈로 떠오르고 급기야 법안으로 발의됐다. 누구보다 환영해야 할 약사회인데, 뒷맛이 뭔가 씁쓸하다.지난 21일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자처방전 전달시스템의 개념을 법제화 하고 정부의 전자처방전 시스템 구축·운영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현행 의료법에도 처방권자인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는 전자로 처방전을 발송할 수 있게 돼 있지만 그에 대한 규정이 명확치 않아 일부 병원에 한해서만 민간 사업자가 개입된 형태의 전자처방전이 전송되고 있는 실정이다.서 의원은 민간에서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전자처방전이 발급되면서 합법적 서비스 표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데다가, 활용률도 미비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표준화 된 전자처방전의 필요성은 코로나와 함께 시작된 비대면 진료로 더 강화됐다는 게 서 의원의 설명이다. 현재의 민간 플랫폼을 통해 중개되는 처방전은 관리기전 부재로 환자 개인정보나 건강정보 등 민감정보가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서 의원은 이번 법안에서 보건복지부장관이 처방전, 처방전 작성과 교부 조항에 따른 전자처방전 발송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처방전 전자전달시스템을 구축·운영하도록 의무화하도록 했다.더불어 복지부장관이 처방전전자전달시스템의 구축·운영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공공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했다. 한마디로 정부가 전자처방전달 시스템의 주최인, 진정한 의미의 ‘공적’ 전자처방전달시스템인 것이다.약사회는 그간 정부가 주도하는 형태의 공적 전자처방전달시스템 도입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약사회의 요구로 정부와 보건의약단체, 전문가 등이 모인 협의체가 출범돼 회의를 진행해 왔지만 지난해 6월 이후 협의체의 논의는 무기한 중단된 상태다.협의체가 중단된 지 1년이 지나도록 약사회에서는 공적 전자처방전 전달시스템 도입 필요성에 대해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협의체 재개 필요성을 물어도 움직임이 없는 정부의 행보를 탓할 뿐이었다.그러던 중 지난 6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추진됐고, 약사회는 급기야 회원 약사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민간 플랫폼과 연동하는 형태의 처방전달시스템(PPDS)를 마련했다. 민간 플랫폼 난립으로 인한 지역 약국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약사회가 만든 시스템으로 민간 플랫폼을 관리하겠다는 취지다.최 회장은 이번 시스템 개시 당시 추후 비대면 진료 법제화 과정에서 이번 시스템을 제도권 위에 올려놓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공적 시스템으로 인정받아 제도화된 비대면 진료 하에서 이번 시스템을 통해 지역 약국이 처방전을 전송받게 하겠다는 의지다.그간 정부 주도 공적 전자처방전달시스템 도입 필요성을 요구해 왔던 약사회의 행보와 플랫폼과 연동하는 형태의 PPDS를 제도권에 올려 전자처방전 전송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는 어딘가 엇박자가 나 보인다.약사회가 PPDS에 집중하는 동안 의사협회는 민간 플랫폼을 배제한 형태의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개발 중에 있으며, 더불어 공적 전자처방전달 시스템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개발 중인 플랫폼과 관련해 ‘철저히 민간 플랫폼을 배제했다’데 방점을 찍었다.국회에서도 이대로는 안된다며 정부가 주도하는 공적 전자처방전달 시스템을 법제화 하자고 나선 상황에서 그간 PPDS에 온 전력을 집중해 왔던 약사회가 어떤 행보를 보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2023-08-27 16:49:09김지은 -
[기자의 눈] 약국 주인공은 약이 아닌 환자다[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일본에서 열린 드럭스토어 쇼를 참관하고 돌아왔다.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행사인 만큼 쇼를 참관하기 위해 모인 인파는 북새통을 이뤘다.사실 드럭스토어 쇼 참관이 달갑지만은 않았다. 일본이 물리적으로는 가깝게 위치해 있다고 하지만, 완전 분업이 실시돼 있지 않고 약국 역시 법인약국 형태로 우리와 차이가 크다 보니 매력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칫 '그래서 뭐'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실제로 일본 약국과 드럭스토어를 관람하면서, '와! 우리나라 약국들이 정말 많이 진화하고 발전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손 조제가 100%를 차지하던 우리 약사들과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ATC와 제품, 진열을 구경하고 배워보겠다며 일본으로 향했다. 약국에 보편화된 가루약 분배기나 시럽 분주기, 반자동 조제기기도 일본에서 들여와 국내에 보급된 경우가 상당했다. 하지만 그 짧은 사이, 우리 약국이 시스템화되고 선진화된 것만은 팩트였다.물론 조제약 자동 검수기나 주사기처럼 일회용 포장단위로 멸균돼 공급되는 투약병은 우리 약사들이 "부럽다"고 한 부분이었지만, DUR이나 POS 시스템, 자동발주 시스템, 처방전 리딩 시스템은 일본과 비교할 때 오히려 선진화된 모습이었다.허나 이번 출장을 통해 느낀 점이 있다면, 우리는 얼마나 미래를 준비하고 있을까 하는 부분이었다. 우리 보다 먼저 고령사회에 접어든 일본의 약국 한 면이 기저귀와 개호식품으로 가득차 있는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또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쇼핑 편의를 돕기 위해 약국체인에서 이동형 트럭을 통해 의약품과 식료품을 판매하고, 대형화면을 통해 약사와 상담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역시 놀라웠다.남의 일이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에는 우리도 전체 인구 가운데 20.6%가 65세 이상이라고 한다. 2035년에는 30.1%, 2050년에는 40.1%를 고령인구가 차지하게 된다.우리 약국은 고령화에 대한 준비가 얼마나 돼 있을까. 일본 약국의 이념이 '물건에서 사람으로로 변화하고 있다'는 말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그간 약국이 물건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장소로서의 기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제는 환자 한 명, 한 명을 상담하고 관리하는 쪽으로 약사의 역할과 미션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여기에 더 나아가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약사가 가구를 방문하는 재택약료 서비스가 보편화되고 있다고 한다.노인의 경우 복용하는 약물의 종류와 개수가 더 많고, 같은 약을 복용한다고 하더라도 약물의 흡수에 대한 개인 차가 크다 보니 약사가 이러한 부분을 잘 관찰해 주치의에게 알려주고, 보다 건강한 삶을 오래 영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측면에서 팀 의료가 중요하다는 것이다.그런 측면에서 약국의 주인공은 약이 아닌 환자 개개인이 돼야 한다. 약(상품)을 가운데 둔 상담이 아니라, 개인의 건강을 케어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상품을 추천하고 걸러주는 것이 머지않은 미래에 있어 약사의 역할이 되리라 생각한다. 챗 GPT도 미처 닿을 수 없는 영역에서 약사의 활동이 더욱 강조되고 중요한 이유다.2023-08-24 14:31:14강혜경 -
[기자의 눈] 통합 6년제에 맞는 약사정책 고민할 때[데일리팜=정흥준 기자] 전국 약학대학이 수능 입시로 선발하는 통합6년제 학제 개편이 이뤄지며, 약대들은 학생 이탈에 따른 결원 문제를 숙제로 떠안았다.의대 진학에 도전하는 학생들이 약대 입학 후 휴학 혹은 자퇴를 하면서 생긴 문제다. 각 약대는 일반편입을 통한 충원 모집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일각에서는 수능 고득점 학생들을 선발하는 상위 학과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 과도한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또는 이탈한 학생을 다시 모집하면 되는 문제일 뿐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다만 이 같은 접근은 어디까지나 숫자세기에 불과하며, 전체 약사 배출을 단순 숫자로만 판단하는 시선과 다를 바 없다.그보다 수능 입시로 약대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가진 약사에 대한 가치관이 그동안 약대를 진학해 졸업했던 학생들과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다. 출발 선에서부터 학과 이탈 등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이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뜻이다.이 같은 미묘한 차이는 교내 구성원들도 체감하고 있다. 재학생 중 고학년들은 교내 행사에서 보여주는 1~2학년들의 태도가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얘기한다. 그것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기에 앞서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는 것이다.모 약대 교수도 학생들이 점점 더 금전적인 것에만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투자, 사업에 대한 관심을 갖는 약대생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교육 현장에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약사 배출에 따라 약국 수는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지역약사회 회원이 정비례하게 늘어나지는 않고 있다. 좀 더 복잡한 이유가 있겠지만 지역약사회는 약사들의 개인적 성향을 원인으로 꼽으며, 앞으로 약사사회 결집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아마도 이 같은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6년제로 입학한 학생들이 매년 2000명씩 배출돼 10년 뒤 2만명이 현장에서 활동한다면, 이들 중 얼마나 약사회와 약사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두고 있을까.물론 통6년제에 맞는 교육 과정의 중요성은 두말 할 것 없이 중요하지만, 약사회도 학제 개편에 따른 변화가 약사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이다.약사사회는 직면한 과제들이 산적하다. 비대면진료부터 안전상비약, 한약사 문제까지 풀어야 할 것이 당장 눈 앞에 있다. 하지만 변화하는 약학교육에 따라 달라질 미래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 이제 막 약대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어디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어떤 교육이 뒷받침돼야 하는지도 고민해야 한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그것이 약사회의 10년 뒤 모습을 결정할지도 모를 일이다.2023-08-23 18:33:57정흥준 -
[기자의 눈] 때아닌 혈우병약 신경전과 들통난 초조함[데일리팜=김진구 기자] GC녹십자가 JW중외제약을 저격했다. JW중외제약이 국내 도입, 판매 중인 혈우병 치료제 '헴리브라'가 타깃이 됐다.GC녹십자는 지난 21일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헴리브라 혈전 이상사례 보고율, 8인자 제제보다 2.8배 높았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다.보도자료는 미국출혈장애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내용을 토대로 작성됐다. 미 식품의약국(FDA) 이상사례 보고시스템을 바탕으로 JW중외제약의 헴리브라와 GC녹십자의 8인자제제를 비교한 결과, 헴리브라의 혈전 이상사례 보고율은 4.07%로 8인자제제 1.44%보다 2.83배 높았다는 내용이었다.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회사의 공식 메일주소로 경쟁약물을 직접 언급하며 비교하는 보도자료를 보낸 사례는 악연으로 엮인 몇몇 제약바이오기업을 제외하곤 드물었던 게 사실이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선 경쟁 약물의 제품명을 직접 언급하기보다는 성분명으로 에둘러 표현하곤 했다.내용도 충실하진 않았다. 자사 제품의 장점을 드러내 경쟁 약물과 비교한 게 아니라, 경쟁약물의 부작용을 부각하며 흠집을 내려는 의도로 읽혔다. 더구나 같은 데이터에서 전체 이상사례 보고건수와 중대한 이상사례 보고건수로는 오히려 GC녹십자의 8인자 제제가 더 높게 나타났다는 점은 보도자료에서 쏙 빠졌다.물론 제약업계에서도 두 약물을 직접 비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만 이는 정교하게 설계된 임상시험을 통해 나온 결과를 바탕으로 한다. GC녹십자 보도자료처럼 단순 보고율만으로는 두 약물의 우열을 평가하기에 외부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JW중외제약은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별도로 입장문을 내고 '경쟁사 약을 공식적으로 폄하한 행위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GC녹십자는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다’며 '혈전 부작용을 모니터링하기 위함'이라고 응수했다.두 회사의 때 아닌 신경전을 두고 GC녹십자가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미 GC녹십자는 한국혈우재단을 통해 국내 혈우병 치료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어설픈 비교 결과가 담긴 보도자료를 굳이 배포할 필요가 없다. 임상데이터와 영업력으로 당당하게 경쟁에 임하면 된다.오히려 이번 보도자료가 역효과를 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번 신경전을 통해 결과적으로 헴리브라의 인지도가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동시에 헴리브라가 추격 속도를 높이는 상황에서 GC녹십자는 스스로 초조함을 인정한 꼴이 됐다.2023-08-23 06:17:58김진구 -
[기자의 눈] 초고가신약 별도기금 신설 연구, 필요하다[데일리팜=이정환 기자] 1회 투여 비용이 수 십억원을 초과하는 초고가 혁신의약품의 환자 접근성 강화 필요성은 매해 지적되는 의제이자 정부도 건강보험급여 확대 정책에 골몰 중인 이슈다.정부 입장에서도 국민의 의약품 보장성 강화를 위해 혁신신약 건보급여를 제한 없이 해주고 싶겠지만 항상 그렇듯 문제는 돈이다.한정된 건보재정 안에서 보건복지부는 약제비 비중을 약 23~24% 수준을 유지하길 원하고 있다. 건보재정 약 80조원 중 약 20조원을 약제비로 쓰는 가계부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생각이다.아이러니한 건 복지부가 이와 동시에 초고가 신약 건보급여율도 향상시키겠다는 목표를 내놓고 있단 점이다. 더 나아가 복지부는 건강보험 지속가능성도 제고하겠다는 간판까지 내걸었다.제한된 건보재정 약제비 조건을 변함없이 유지하면서 초고가약 환자 접근성을 높이고 지속가능성도 향상시키겠다는 복지부 계획을 한 발 멀리 떨어져 바라보면 '실현불가능'이란 좌절적 단어만 떠오른다.복지부의 이런 건보재정 운영 기조가 이어지자 국내 제약사와 글로벌 제약사 모두 조바심을 내는 실정이다.아직까지 제네릭과 개량신약을 캐시카우로 신약개발 R&D 비용을 마련하고 경영을 이어 가고 있는 국내사들은 초고가약 급여를 확대하면서 건보재정 지속가능성을 확대하기 위해 자칫 제네릭이 희생양이 될까 초조해 하고 있다.속칭 '건드리기 간단한' 제네릭 약가를 대폭 깎아 고가약 급여와 건보 지속가능성 제고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글로벌 제약사들은 저 나름대로 이대로는 혁신신약 건보급여 확대에 좀처럼 탄력이 붙기 어렵고, 시판허가 후 급여때까지 기간이 지연되는 불합리가 반복될 것이란 진단을 내놓는다.결국 한정된 곳간을 더 크게 키우고 채워야 초고가약 신속급여와 신약 개발 R&D 활성화, 건보 지속가능성 확대란 중첩된 숙제들을 탈 없이 해낼 수 있다.이를 위해 국회는 고가의약품 급여를 타깃으로 별도 기금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을 몇 해째 하고 있다. 국가가 건보재정 외부에서 희귀난치성 치료제 기금을 별도로 운영하면 재원 볼륨 자체가 커지고 다양해져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취지다.실제 21대 국회에서도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과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암 등 중증질환 신약 보험급여 확대를 위해 별도 기금을 신설하거나 건보재정이 아닌 국가 예산으로 급여를 지원하는 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하지만 정부는 국회 지적에도 아랑곳 않는 모습이다. 기획재정부와 복지부 모두 초고가약 별도 기금 신설에 사실상 반대했다.새로운 특별회계를 설치했을 때 볼 수 있는 효과가 불확실하고, 특정 질환 타깃 기금은 다른 질병과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게 기재부 입장이다.복지부는 암 등 별도 질환 기금 신설은 재정당국 협의·승인이 필수인 데다가, 별도 기금 신설이 효율적인지 충분한 검토와 연구가 필요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기재부와 복지부 말 대로라면 별도 기금이 실제 효과를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 법안에 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실효성에 의문을 품는다고 한정된 건보재정이 늘어날리 만무하며, 중증질환 신속급여가 실현될 수 있을 리 없다.정부는 국회 지적에 따라 별도 기금 마련을 통한 초고가약 급여확대가 실제로 어느정도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전문가 논의와 연구부터 시작해야 한다.별도 기금을 운영하는 해외 선진국 사례를 촘촘히 분석하고 이를 본따 적용할 수 있는 우리나라 모델을 발굴해 도입 시 효과분석에 나서야 한다.전·현 정부 간 비교를 할 사안은 아니지만, 지난 문재인 정부 당시 권덕철 전 복지부장관 정책보좌관을 맡았던 김민식 전 보좌관은 초고가약 기금화 방안에 대해 "정답은 아니지만 해답이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약값이 터무니 없이 비싼 신약 건보급여에 필요한 돈을 국가와 민간, 제약사가 함께 기금으로 마련하는 방편을 고민할 타당성이 있다는 것이다.윤석열 정부는 필수·지역의료 강화를 보건·복지 정책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다. 당연히 중증질환 치료제 건보급여 확대도 해당 정책 코어 한 켠에 자리잡고 있다. 고가 중증질환약 별도 기금 신설로 건보재정에 치중된 무게중심을 분산시켰을 때 필수·지역의료 강화와 필수약 환자 접근성 향상에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연구해 정책 가능성을 진단하는 것, 건보당국이 늦추지 않고 당장 해야 하는 일이다.2023-08-21 17:21:12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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