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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미투' 제약계에도 변화 이끌어 내길직장상사와 로맨스는 한 때 멜로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던 단골소재다. 기자를 비롯해 많은 10~20대 여성들이 그러한 사내연애를 꿈꿨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사내연애보다 직장 내 성추행이 더욱 흔하다는 현실을 깨닫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 게 우리네 현실이다. 지난달 29일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검찰 내 성범죄 피해 사실을 폭로하면서 사회 전반에 파장이 일고 있다. 서 검사의 폭로는 일반 기업이 아니라 검찰 조직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는 점, 성추행 사실을 덮은 인물이 최교일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라는 점, 8년 전 안태근 전 검사에게 강제추행 당한 사실을 검찰 내부통신망에 올렸다가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는 보도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논란의 소지를 갖는다. 덕분에 SNS를 통해 '나도 그렇다'라는 뜻의 해시태그( MeToo)를 달아 자신이 겪었던 성범죄를 고백하는 미투운동이 국내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제약업계도 이 같은 성추행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공교롭게도 지난해에는 한국화이자제약, 한국노바티스, 한국오츠카제약, 한국MSD 등 다국적 제약사 한국법인에서 일어난 성추행 사건이 연달아 도마 위에 올랐다. 관리자급 남자직원이 수년간 여직원들을 성추행해 온 사실이 적발된 일부터 여성임원이 술자리 중 남성직원에게 부적절한 스킨십을 강행한 사례, 고위임원이 회의실 등 밀폐된 공간에서 여직원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시도한 사례 등 유형 또한 다양했다. 하지만 정작 피해자들의 속을 후련하게 해줄만한 처벌이 이뤄진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용기내어 회사 측에 피해사례를 알리더라도 적절한 징계는 커녕 가해사실 자체가 은폐되는 일이 부지기수다. 가해자가 징계위원회를 회부하기 직전 사직서를 제출하고 회사를 떠날 경우 공식기록이 남지 않기 때문에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데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심지어 불필요한 잡음을 막으려는 회사의 논리 아래 피해자에게 인사이동 또는 휴가권고와 같은 조치가 취해지는 경우도 확인된다. 기사화 되더라도 그 순간뿐, 대개는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린다. 그 사이 피해자들은 더 큰 내상에 노출되고 있다. 서 검사를 통해 촉발된 이번 사안이 처리되는 방식에 관심이 가는 건 이러한 업계 환경과도 관련이 깊다. 업계 일각에선 여전히 '유난스러운 사람으로 낙인 찍히거나 불이익을 당하진 않을까' 하는 염려 탓에 사내 고발을 주저하는 피해자들의 사연이 들려온다. 스스로 그러한 사태를 예방하지 못한 피해자의 처신을 문제삼는 우매한 시선들도 남아있다. 부디 제약업계에서도 일순간 관심에 그치지 않고, 근본적인 성추행 관리 및 예방책이 마련되길 바란다.2018-02-08 06:14:53안경진 -
[기자의 눈] 심평원 퇴직자 재취업 족쇄, 아쉽다퇴직을 앞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임직원들에게 결국 재취업 족쇄가 채워졌다. 취업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임직원 행동강령 일부개정강령안'이 의견조회를 거쳐 확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정 절차만 놓고 보면 아쉬운 점이 한 둘이 아니다. 심평원은 지난해 말 전직 약제관리실의 대형로펌 이직설로 골머리를 앓으면서 곧바로 행동강령 개정에 들어갔다. 새로운 약제관리실장을 임명하고, 행동강령에 대한 의견조회를 6일동안 거쳤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결국 개정 작업을 늦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업무보고를 하루 앞두고 서둘러 확정했다. 직원들이 반발한 이유는 하나다. 다들 임직원들이 퇴직후에도 청렴한 태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개정이유에는 동의한다. 개정안에 포함된 퇴직임직원 윤리기준, 직무관련자 접촉 보고 의무 등은 대부분의 직원들이 양심에 따라 지켜왔던 부분이다. 하지만 이 개정안이 '전직 약제관리실장 규정'이라고 불릴 만큼, 특정인 또는 특정부서를 타깃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업무보고를 앞두고 개정안을 확정시킨 이유도 국회의원들의 사전질의에 전직 약제관리실장 건이 포함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승택 심평원장 역시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의 임직원 취업제한 질의에 대해 "퇴직 임직원 윤리규정을 신설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질의응답만 놓고 보면 심평원 퇴직예정자들의 대형로펌 이직설이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내용 역시 취업제한 부분이다. 행동강령 제24조의4에 '원장은 퇴직예정자에게 구직을 위해 접촉 중인 영리사기업체 등으로의 취업에 대해 부적정 의견을 제시하고 해당 영리사기업체 등으로의 취업을 자제하도록 권고할 수 있다'는 내용이 신설됐다. 공직자윤리법을 적용 받지 않는 심평원 관리직들의 퇴직 후 재취업을 우선 행동강령으로 제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연히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윤리는 일반 사기업보다 더 강화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퇴직자에게 윤리만 강화할 뿐, 은퇴 후 '제2 인생설계'를 응원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재취업 족쇄로 앞으로의 인생설계에 대한 고민조차 포기하게 만들고 있다. 정년을 앞둔 한 직원은 "기업 등 관련분야 재취업은 꿈도 못꾼다. (그런 경우는 상당히 예외적이다. ) 정년 1년을 앞두고 공로연수를 보내기 보다, 재직 중에 제2인생설계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필요 시 공로연수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규정 개정이 더 절실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재취업 족쇄는 최근 취임한 김용익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의 행보와 비교돼 심평원 직원들의 허탈감을 더 키웠다. 김 이사장은 지난 2일 취임식 이후 노조 사무실을 방문해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정년퇴직 이후에도 국민건강보험의 일원으로 일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심평원 또한 올해 정년퇴직 인원이 50여명에 달한다. 평년보다 2~3배 늘어난 정년퇴직자의 윤리의식을 이야기하고 관련 업계 취업을 제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2의 인생'을 설계해야 하는 고참 직원들에 대한 관심과 응원도 필요해 보인다.2018-02-05 06:14:53이혜경 -
[기자의 눈] K-썬샤인액트, 반짝 효과 넘어 정착으로이른바 코리아 썬샤인액트로 불리는 '경제적이익 지출 보고서'가 올해부터 제약업계에 도입되면서 영업현장 분위기가 크게 바뀐 모습이다. 제약사가 거래처 지출내역을 남기면서 의사들도 아예 안 받겠다는 문화가 확산되는 모양이다. 다만 합법적 지출까지 거부하다보니 현장 영업사원이나 마케팅사원들은 실적쌓기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제약사들은 썬샤인액트 정착을 위한 프로그램 도입도 서두르고 있다. 지출내역을 감독기관에 제출한 의무는 없지만, 보관은 해야하는만큼 보다 철저한 증빙업무가 진행되고 있다. 현장 지출내역을 꼼꼼히 살피다보니 확실히 법적 한도를 넘는 지출에 대한 차단 효과가 있다. 너무 꼼꼼한 나머지 법적한도 내 식사, 명절선물도 안 하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또다른 효과는 제약사 지원을 무리하게 요구하는 악덕 의료인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이제 거래를 끊으면 끊었지, 지원요구에 들어주지 않겠다는 반응들이 많아졌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이런 효과가 시행초기 반짝에 그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감시의 눈이 집중되고 있는 시행초반 엎드려있다가 관리가 풀어질때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도 갖고 있는 듯 하다. 따라서 증빙 프로그램 도입은 뒷전인 채 시간만 때우려는 제약사도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이같은 때우기는 첨엔 적극적이었으나 추후 잠잠해진 쌍벌제, 투아웃제, 김영란법 등 경험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초반 효과를 보고 있는 K-썬샤인액트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는 추가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 물론 실적을 더 올려야 하는 영업현장에서 불멘 소리가 나올 수 있지만, 지금의 안 주고 안 받고 하는 분위기를 계속 끌어갈 필요가 있다. 만약 이번에도 '용두사미'로 끝나 불법 리베이트 악령이 되살아난다면 국내 제약업계는 약가인하를 피할 명분이 없어 보인다. 결코 글로벌 성장에 발목을 잡는 일을 기업 스스로 전개해 나가선 안 된다. 이번 기회를 최대한 살려 건전 영업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이럴때 실적압박으로 영업사원만 옥죄는 일은 피해야 할 것이다. 더 좋은 약품을 만들고, 제품력으로 승부할 수 있는 환경마련에 집중해야 한다. 이와함께 정부는 K-썬샤인액트의 초반 효과를 모니터링하고, 이것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도록 세부장치 마련에 나서야 한다. 아울러 건전 영업을 펼치고, 신약개발 앞장서는 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도 살아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병행해 2020 제약 7대강국이 말로만 끝나지 않음을 증명해 나가길 바란다.2018-02-01 06:14:53이탁순 -
[기자의 눈] 동물약유통, 시장경제 눈으로만 본 법원동물용 심장사상충 예방약 애드보킷은 동물병원 수의사는 물론 동물약국 약사도 직접 취급 가능한 의약품이다. 하지만 현재 동물약국에 유통중인 애드보킷은 정식 루트를 통해 입고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원개발사 바이엘과 단독유통계약을 체결한 벨벳이 애드보킷을 동물병원에만 판매하겠다는 원칙을 세우고 동물약국 공급을 철저히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은 최근 벨벳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처분 취소소송에서 벨벳 손을 들어줬다. 벨벳이 애드보킷 유통망을 동물병원으로 한정한 행위를 불공정거래라고 지적한 공정위 판단은 틀렸다고 했다. 법원은 시장경제주의 체제를 도입한 한국에서 사업자가 유통망을 결정하고 납품을 막은 것은 불공정거래가 아니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특히 동물약국 약사들은 벨벳으로부터 애드보킷을 납품받지 않더라도 다른 유통사로부터 애드보킷 오리지널이나 제네릭을 입고할 수 있어 피해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약사들은 이같은 법원 판결은 실제 약국현장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비상식적 판결이라고 반박한다. 애드보킷과 동일한 성분이나 제형의 의약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약사사회 입장이다. 법원이 '심장사상충 예방'이라는 적응증을 넓게 해석해 해당 적응증 보유약을 '애드보킷 제네릭'이라고 표현했을 뿐 애드보킷 제네릭은 시중에서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동물약사는 "도대체 동물약국이 어디서, 어떻게 애드보킷을 정식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지금 약국유통 애드보킷은 도매나 도도매를 통해 비정상적으로 입고되는 의약품"이라고 말한다. 현실을 살펴볼 때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동물약 유통문제를 시장경제적으로만 바라본 측면이 커보인다. 의약품 범주에 속한 동물약의 공공재적 성격을 고려하지 않은 판결을 내놓은 셈이다. 공정위와 약사사회는 약사법적으로 애드보킷은 약사가 직접 취급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직접 취급이 불가한 측면을 지적했지만 법원은 되레 벨벳이 기업 이익 추구를 위해 원하는 유통망으로 약을 유통시켜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약사들은 애드보킷을 직접 취급할 수 없을 뿐더러 세법상 불투명성이 높은 비정상적 유통거래로 약국 내 비치할 수 밖에 없게 됐다.애완동물 보호자들은 수의사를 만나지 않고 약사들의 동물약 투약지도만으로 집앞 약국에서 애드보킷을 손쉽게 구매할 공식적 기회를 잃게 됐다. 수의사 진료비와 약국 대비 값비싼 약값부담도 따라 붙었다. 법원 판결이 약국이 비정상적 루트로 구매한 동물약을 보호자들이 편익감소를 감수하며 구매하는 현실을 방치하는 결과를 낳은 셈이다. 이런 판결은 약사법 등 유관법률을 민감하게 따지지 않고 동물약을 시장주의적 관점으로만 바라보고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에만 치우쳐 재판한 결과다. 약사는 정상적인 유통라인에 놓인 애드보킷을 구매해 보호자들에게 판매하고 싶다는 상식적이고 타당한 주장을 펼쳐왔다. 법원이 시장주의체제 보다 의약품의 공공재적 성격을 곱씹어 판결 영향력을 재고할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다.2018-01-25 06:14:53이정환 -
[기자의 눈] "최저임금에, 영업 못한다" 하기 전에비정규직을 없애려고 만든 '비정규직 보호법'이 되려 비정규직을 해고시킨 계기가 될 줄이야. 불과 십여년 전 일이다. 정부가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며 복지와 임금에서 차별받은 비정규직을 보호하고자 '3년 이상 일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강제화하자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딱 2년만 고용하고 대거 해고시켰다. 비슷한 일이 2018년 재현되고 있다. 노동자들의 생활 여건을 향상시키고 소비 증가로 경기를 활성화시키고자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자,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을 올려주는 대신 종업원을 자르거나, 그 수를 줄이고 있다. 3명을 고용해온 자영업자는 '1명을 자르고 2명 임금을 더 챙겨주는 대신 업무량을 더 하도록 하는 게 이익'이라고 공공연히 말한다. 언론들도 앞다퉈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보도하고 있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오너들의 앓는 소리를 생생하게 기사화한다. '아직은 시기 상조다', '보완책이 부족하다', '앞뒤 안 보고 임금만 올려서 이 꼴 났다'고 나무란다. 정부의 시나리오는 이론적으로 틀리지 않았다. 무리를 해서라도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려주면 소비와 경기가 활성화되고, 그 효과가 결국 기업 이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겠느냐. 그러나 이론과 현실은 늘 엇박자를 낸다. 당장 현실에서 최저임금 상승이 경제 활성화와 국민 모두가 더 풍요롭게 살 수 있게 만드느냐는 아직 미지수로 남는다. 그래서 다시 십여년 전 비정규직 보호법을 생각한다. 그래서 비정규직이 없어지거나, 노동자가 안전한 환경에서 일 할 수 있게 되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미는 있었다. 아니, 컸다. 그간 사회에서 한번도 문제로 떠오른 적 없는 비정규직이 화두가 되었다. 이들의 열악한 근로환경과, 억울한처우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비정규직 보호법이 자체로 완전한 해결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람들은 고민했고, 노동자의 근무 환경과 처우에 대해, 단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차이 만으로 차별을 당하는 것이 정당한 일인지를 토론하게 됐다. 10년이 지나는 동안 비정규직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이 문제라는 인식을 누구나 할 수 있게 됐다. 비정규직이 필요악이라는 단계를 넘어 정규직과의 형평성이라는, 한발 더 나아간 진전된 토론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대해 아주 인색한 평가를 내리더라도, 이제는 우리가 노동자의 급여수준에 대해 토론할 수 있게 됐다는 효과는 부정하기 어려울 듯 하다. 시급 5000원이면 주5일 하루 8시간을 꼬박 일하고도 '웬만한 생활과 기본적인 소비·문화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물가인가, 사회인가. 그렇다면 6000원은? 7000원은? 1만원이 되면 어떨까? 이번 계기를 우리가 모두 열띤 토론을 벌이는 도화선에 불을 붙이고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는 없을까. 주 5일제를 전면화할 때에도,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라 할 때에도 기업과 언론들은 당장 한국 경제가 망할 것 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물론 최저시급을 대폭 인상한 올해 많은 언론들이 역시 비판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고용주로 일컬어지는 약국과 자영업자들, 중소기업이 주장하는 어려움이 거짓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제는 이 문제를 다뤄볼 때가 되었다. 비판적인 기사와 옹호하는 기사가 더 많이 나올 수록, 노동자들의 급여에 대한 우리 사회의 성숙도가 높아진다고 믿는다.2018-01-22 06:14:52정혜진 -
[기자의 눈] "불친절하면 생존불가" 어느 약사의 말최근 SNS는 물론 지역 내에서도 독특한 인테리어와 친절한 상담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A약국. 경영 잘하기로 소문난 약국을 발굴해 약사의 경영 방침, 노하우를 알아보는 것도 업무 중 하나인 기자는 곧바로 약사를 수소문해 취재 요청에 들어갔다. 결과는 실패였다. 개업한지 1년이 채 안돼 연륜이 부족하다며 약사는 정중히 거절했다. 1년쯤 더 지나 자신의 경영 방식에 확신이 생기면 꼭 인터뷰를 하겠다던 약사, 그러면서 덧붙인 한마디에 순간 여러 생각이 들었다. "요즘 젊은 약사들, 환자에 친절하지 않으면 못살아 남아요. 그래서 제가 더 특별하지 않을 수 있고요." 비슷한 맥락으로 최근 기자의 한 지인이 입병으로 약국을 다녀온 후 상기된 목소리로 했던 말이 기억에 남아있다. 그는 "저렇게 약사가 친절한 약국은 처음 봤다"면서 "역시 생긴지 얼마 안된 약국은 다르다"고 했다. 순간 불치병 같은 직업병이 발동해 왜 그렇게 일반화해 생각하냐며 따지듯 물었지만, 그의 말에 일정 부분 수긍이 가는 것도 사실이었다. 확실히 세상은 달라졌다. 개국만 하면 직장에 들어간 동료들보다 더 윤택한 생활이 보장받던 시대는 끝난 듯 하다. 바로 옆 약국은 물론 하나 건너 하나 있는 편의점, 헬스앤뷰티숍이고 온라인쇼핑몰, 홈쇼핑까지 경쟁 상대가 돼버린 상황에서 약국은 철저히 처방전에 의존하고 있고, 그 종이 몇장에 따라 임대료는 널뛰기를 하고 있다. 병의원의 경영 부진이나 이전이 곧 인근 약국 존폐를 결정짓는 게 요즘 개국가의 현실이다. 올해 서울 지역 약국 개폐업 조사 결과에서 유독 30~40대 젊은 약사들, 이중 개업한지 1년이 채 안돼 매출 부진으로 조기 폐업한 약국 비율이 높았던 점도 이런 부분들과 무관하지 않다. 자신만의 특별한 무기나 경영 철학 없이 주변 병의원에서 발행되는 처방전 수에만 의존해 하늘같은 분양가, 임대료를 감수하고 약국 문을 연 약사들에 남는 건 쓰디쓴 실패의 경험이다. 상대적으로 연륜있는 약사들은 의약분업 전 축적한 자산으로 자가 상가에서 약국을 하다보니 임차료 지출이라도 없어 버티지만 요즘 약사들은 그것도 안돼 힘겨운 싸움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어느 약사의 말, 틀린 것도 아니다. 친절하고 충실한 복약지도는 어찌보면 이제 개국을 꿈꾸거나 이미 한 젊은 약사들에는 기본 중에 기본인 듯 하다. 이제는 그를 뛰어넘는 그 '무언가'가 성패를, 생존을 결정짓는 시대가 됐다. 기성 약사들보다 2년의 시간을 더 투자한 6년제 젊은 약사들의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2018-01-18 06:14:53김지은 -
[기자의 눈] 치솟는 바이오주와 펀더멘털의 역설코스닥 시가총액 탑 10 중 7개사가 바이오기업일 정도로 관련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있다. 셀트리온과 신라젠 시총은 42조·6조원으로 코스닥 대장주로 자리잡고 있으며, 코스피 상장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상장 2년여 만에 시총 27조원을 달성, 경쟁사인 글로벌 기업 스위스 론자의 시총을 앞질렀다.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측면에서 본다면, 주가가치의 상승은 회사가치를 높여 R&D 재투자라는 선순환을 이끌어 낼 수 있어 호재임이 분명하다. 특히 신약개발 특성상 1조원 이상의 막대한 자금과 10년 이상의 긴 임상기간이 필요한 점을 감안할 때 꾸준한 주가 상승은 연구개발의 든든한 원동력으로 평가된다. 증시 유입 자금은 살펴본 봐와 같이 공공재적 성격과 단기 수익을 노린 투자라는 야누스의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전자는 기업의 내재적 가치를 높이 평가해 장기투자를 통한 기업과 개인의 이익 실현에 무게를 두고, 후자는 상승장세 속에서의 단순 시세차익에만 목적을 두고 있다. 투자기준과 철학이 결여된 상당수의 단타 투자자들의 약점은 카더라 통신에 대부분의 정보를 의존하고, 일희일비 한다는 점이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전망한 신약개발 확률은 0.02% 수준이다. 10년 넘게 10조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된 프로젝트라도 몇 건의 부작용 사례로 임상시험을 중단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그만큼 고수익 고위험 분야가 바로 제약·바이오다. '주식은 꿈을 먹고 자란다'고 말하지만 기업이 내놓은 장밋빛 청사진만 믿고 불나방처럼 투자하는 방법은 위험천만하다. 주식 투자의 기본은 펀더멘털 분석이다. 재무재표에 나타난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성장가능성을 점치는 것이다. 물론 주식시장은 실적과 무관하게 가능성만 보고 움직이는 경우도 많지만 펀더멘털이 탄탄한 기업은 장기적 관점에서 가치주로 평가 받는다. 헬스케어관련주 중에서 펀더멘털 보다 잠재적 가치에 방점을 뒀다 실패한 예로 헤파호프를 들 수 있다. 인공간 개발회사 헤파호프는 2006년 코스닥에 상장, 5년만인 2011년 상장폐지됐다. 당시 증시관련 카페나 게시판 토론방에는 '임상이 성공했다' '개발 완료 후 상용화가 임박했다' '임상이 실패했다'는 등 각종 추측성 루머와 억측이 난무했다. 일일 주가 등락폭도 상당했다. 임상 시퀸스와 연동된 주가 움직임이 아니라 말 그대로 큰손과 여론에 의한 장세가 짙었다. 만약 정보에 어두웠던 개미투자자라면 자신이 투자한 주식이 휴지조각이 되는 아픔을 맛봐야만 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일부 바이오기업 주가 움직임을 보면 의아할 때가 많다. 몇 년째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마이너스임에도 주가는 하늘을 날고 있다. 자회사·계열사를 통한 외상매출로 재무재표상 실적을 과대하게 부풀린 경우도 일부 눈에 띈다. 여론몰이를 통해 주가를 단기폭등 시킨 후 기관과 투신사들이 수익을 실현하고 빠져나갈 시간적 여유를 주는 듯한 움직임도 감지된다. 정보의 비대칭 속에서 개미 투자자들은 또 눈뜨고 코 베일 수밖에 없다. 그동안 주식시장에서 제약주는 전통적 경기방어주로서 이목을 끌거나 큰 재미를 볼 수 있는 종목은 아니었다. 불씨를 큰 불로 만들어 낸 '재료' 역할은 셀트리온과 한미약품 그리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을 들 수 있다. 셀트리온은 2012년 국산 바이오시밀러 램시마 허가로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었고, 한미약품은 수조원대 기술수출로 제약강국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글로벌 기업 삼성의 바이오산업 진출도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데 일조했다.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국민적 열망과 정부 차원의 기대가 그 어느 때 보다 높다. 그야말로 훈풍이 불고 있다. 이런 장세와 분위기가 꾸준히 이어져 기업성장과 동시에 투자자들도 함께 웃는 모습이 연출되기 위해서는 성숙되고 투명한 기업정보 공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잘못된 또는 거짓 정보가 시장에 만연하더라도 주가에 호재라는 이유로 수수방관해서는 안된다. 기관이 아닌 개미 투자자들의 질문에 성실히 답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투자자 역시 친구따라 강남가거나 묻지마 투자는 금물이다. 기업도 개인도 '기본과 원칙'의 중심추를 유지하고 실천할 때 주식시장이라는 밀림에서 상생할 수 있다.2018-01-15 06:14:53노병철 -
[기자의 눈] 피해구제제도, 추가부담금 폐지 필요약물 부작용이 의심되는 사례를 겪은 피해자 또는 유가족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의약품 피해구제제도가 시행 5년차에 들어섰다. 제약사들이 십시일반 모아 피해를 입은 환자들에게 금전적인 어려움을 일부 보전해주기 위해 2014년 도입된 이 제도는 아직은 정보비대칭으로 활성화되진 않았지만 부담금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부터는 진료비 보상이 추가되면서 점차 피해자와 유족의 복리후생이 증진되는 데 기여하고, 부작용이나 이상사례 보고 등 데이터 수집과 연구에도 일정부분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는 이 제도의 발전 가능성을 뚜렷하게 대변해 준다. 그러나 제도 운영 중에 나타나는 제약사 추가부담금에 대한 문제의식이 점차 커지고 있다. 제약사 추가부담금 기전은 해당 제약사의 생산 약제로 인한 부작용으로 추정될 경우 그 제약사에게 25% 상당의 부담을 추가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기전은 의약품 피해구제제도의 당초 취지와 배치된다. 무과실 보상주의를 원칙으로 시행된 이 제도에서 해당 제약사 생산 제품으로 추청되는 사례라는 이유로 부담을 덧씌우는 것은 일종의 페널티이자 이중처벌 잣대를 들이대는 것과 다름 없다. 특히 다제 약제 복용이나 그 외의 환자 투약 당시 상황에서 명확히 팩트로 인정된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특정 제약사에게 금전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건 오히려 장기적으로 제도 활성화에 역행할 수 있는 우려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정보비대칭을 개선해 보다 많은 피해 환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방안 마련과 동시에 추가부담금 기전은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 한 해에도 수 많은 신약과 제네릭이 쏟아져 나오는 환경에서 의약품 피해구제제도는 앞으로 보다 많은 기전이 추가돼 구제 영역이 더욱 넓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당초 설계된 제도의 취지에 맞게 효과적이고 발전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올곧은 방향타가 중요하다. 제도 허점과 불합리성이 수면 위에 잔존하는 만큼, 이를 적시에 개선할 수 있는 보다 능동적인 실행이 필요한 때다.2018-01-11 06:14:53김정주 -
[기자의 눈] 급여 확대와 이를 대하는 개원의 태도건보재정은 한정 돼 있고 급여 확대가 필요한 약은 많다. 때문에 정부는 약의 등재 이후 처방현장의 목소리를 포함,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비용효과성과 니즈를 따져 보장성을 확대한다. 환자 입장에서 앓고 있는 질환을 치료하는 약의 급여기준 확대는 반가운 일이다. 물론 진료하고 처방하는 의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항상 '환자들을 생각하니 기쁘다'는 것이다. 다만 여담이 있다. 국내 1차의료를 담당하는 개원의들과 담소중에는 표정관리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 "이번에 급여 넓어진 ○○○약 있잖아요. 그럼 이제 삭감 걱정 안 해되 되나? 상병코드 입력 외 뭐 또 기재해야 되고 하면, 번거러운데…. 저번에 △△△약이 그래서 난 애매하면 처방 안 합니다. 그냥." 개원의도 엄연히 자영업자다. 수익을 내야 하고 어렸을때부터 열심히 공부한 만큼, 일반인 보다 높은 수준의 벌이를 원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심평원의 잘못이 있을 수도 있다. 삭감 심사에서 좀 더 융통성을 발휘하고 애초 코드삽입외 별도 기재가 필요한 경우 적극으로 홍보할 필요성이 있다. 그런데 '번거롭다'니, '그래서 처방을 안 한다'니, 의술과 약으로 병을 치료·진찰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의사'가 할 말인가. 삭감기준 탓은 나중일이다. 바뀐 급여기준을 숙지하고 일단 추가로 약 처방이 가능해진 환자에게 합당한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먼저다. 가뜩이나 처방권이 의사의 고유권한임을 부르짖고 있는 요즘이다. 국민들은 똑똑해지고 있다. 본인이 어떤 약을 복용하는지, 세부적이진 않더라도 약의 급여기준이 무엇인지 정도는 알고 있다는 얘기다. 직업윤리의 문제도 아니다. 본연의 의무에 충실해야 한다. 저수가, 원격의료 문제를 논할때도 자처해서 10만 의사가 내세우는 핵심이 '국민건강'이지 않은가.2017-12-29 06:14:53어윤호 -
[기자의 눈] 당신의 60대는 안녕하십니까취재원들을 만날 때 '업무' 다음으로 많이 주고받는 대화의 주제는 '노후걱정(?)'이 아닐까 싶다. "안정적인 60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는 회사 매출이나 연봉, 지위고하 등을 막론하고 우리네 직장인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최근 다국적 제약사들 사이에서 자주 들려오는 노사갈등 사례가 남일 같이 느껴지지 않는 건 그런 연유일 것이다. 넉넉한 연말휴가 덕분에 매년 이 맘때쯤이면 업계의 부러움을 샀던 다국적 제약사는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2013년 법인 분할된지 4년만에 노동조합을 새롭게 결성한 애브비부터 6년 연속 임금협상이 결렬되고 있는 쥴릭파마, 단협 해석차이로 갈등이 생긴 다케다, 희망퇴직프로그램(ERP)을 가동한 BMS, 릴리, 베링거인겔하임에 이르기까지… 한달새 노사 문제가 발생한 다국적사만 수곳에 이른다. 현재 법정공방을 진행 중인 회사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속사정은 조금씩 다르나 당사자인 직원들이 느끼는 감정은 유사했다. 고용에 대한 불안감이다. 평일 저녁 9~10시 퇴근은 기본이고 주말 출근도 마다하지 않았던 직원들은 회사로부터 미래를 보장받지 못한다. 노동조합이라도 갖춰져 있으면 조금 낫지만, 그 마저도 갖춰져 있지 않은 경우엔 눈물을 머금은 채 책상을 정리할 수 밖에 없다. 의약품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이 같은 진통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제약산업은 이미 파머징('Pharma'와 신흥을 뜻하는 'Emerging'의 합성어) 단계를 벗어난지 오래다. 특허만료 이후 값싼 제네릭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다국적 제약사 한국법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고 있다. 적은 투자로 최대한의 이윤을 창출해야 한다는 기업의 본능을 고려할 때, 직원들이 설 자리가 점차 줄어들 것임은 자명해 보인다. 실직의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회사 건물 앞에서 투쟁가를 부르며 고용안정을 외치는 일이 되풀이 돼야 하는걸까? 그에 대한 책임은 과연 누구의 몫일지부터 생각해보자. 올해의 실적달성을 하지 못한 영업사원 김씨? 아니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자기계발에 신경쓰지 못했던 마케팅 직원 박씨? 매년 자신의 성과와 역량을 증명해 보여야 고용계약 갱신이 되는 임원 이씨? 모든 문제의 책임을 특정 개인에게 돌리기에 우리 현실은 너무 가혹한지 모르겠다. 어떤 개인도 우리 사회 구조가 만들어 놓은 판을 자유롭게 뛰어넘을 수 있는 사람을 없을 테니 말이다. 올해 발표된 세계경제포럼(WEF)의 조사 결과는 이 같은 노동자들의 설움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조사에 포함된 전 세계 137개국 가운데 대한민국의 노사협력 수준은 130위, 정리해고 비용은 112위, 임금 결정의 유연성은 62위를 차지했다. 노동유연성이란 찾아보기 힘든 결과다. 전문가들은 노동유연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선 고용안정도 불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노동유연성이 높은 대표 사례로 자주 인용되는 덴마크의 노동자들은 실직을 두려워하지 않는단다. 물론 기업들이 내는 세금으로부터 확보된 자금이 직업교육과 실업급여 등에 투자되기에 가능한 일이다. 행복한 60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잘못된 사회구조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노동자들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 언젠가 우리에게 닥칠지 모르는 미래를 위해서라도 쟁취돼야만 할 권리다.2017-12-21 06:14:53안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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