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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토종바이오, 나스닥 상장과 안고수비고시합격 선배가 5번 이상 낙방을 거듭하는 후배에게 들려주는 사자성어 중 하나가 안고수비(眼高手卑)다. 눈은 높고, 손은 낮다는 말로 '이상은 높지만 그에 따른 실력과 능력이 뒷받침 되지 못해 조속히 다른 길로의 선택을 권유함'을 이르는 말이다. 최근 실적을 기반으로 한 펀더멘털 기준이 아닌 막연한 기대감과 모호한 모멘텀 그리고 군중심리를 이용한 기관과 개미투자자들의 묻지마 투자는 그야말로 바이오주 광풍을 몰고 왔다. 신약개발 성공확률은 0.01%로 그야말로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일이다. 현재 출시된 글로벌 혁신신약의 종류와 수만 봐도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정부의 무분별한 바이오기업 기술특례 상장제도는 '10년 연속 적자기업' 양산에 일조했다. 기업설립자와 VC(벤처캐피탈)들은 상장을 통해 10~200배의 수익을 챙겼지만 정작 치료제에 대한 결과물은 빈약하다. 신약개발보다는 상장수익실현을 위해 만들어진 프로젝트 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한 이유다. 이와 중에 대기업계열 바이오기업과 몇몇 바이오벤처들의 나스닥 상장 추진설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물론 해당 기업들은 최고의 기술력과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신만만하다. 해외 상장을 준비하는 명분도 그럴듯하다. 그들의 나스닥 명분론은 "글로벌 임상이 진행 중이고, 제품 타깃 자체가 해외 시장인 점을 감안할 때 나스닥 상장은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고객 신뢰도 향상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으로 평가하고 있다. 패기와 열정은 높이 사지만 현실을 직시할 필요는 분명하다. 2000~2010년대 초반 재계를 주름잡으며 성장가도를 달렸던 STX는 그 좋은 예다. STX그룹은 지난 2005년 7월 국내기업 최초로 계열사 STX팬오션을 싱가포르 증권거래소(SGX)에 상장시켰다. 이어 또다시 2010년 11월에도 계열사 STX OSV 홀딩스를 싱가포르증시에 상장시키는 성과를 올렸지만 지금은 상황이 여의치 않아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나스닥 불가론 중 첫 번째는 해외 바이오텍과 글로벌 공룡 제약사들과 겨룰만한 진정한 실력을 갖추고 있느냐다. 단백질과 당에 케미칼을 결합시킨 링커기술을 가진 기업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하지만 이 기술은 이미 로슈가 상용화했고, 글로벌 선점 포지션도 한 수 위다. 신약의 반열은 아니더라도 개량신약으로서의 지위를 얻기 위해서는 기존 치료제 보다 한 가지라도 치료효과가 개선돼야 한다. 그것이 바로 FDA가 말하는 허가 조건과 괘를 같이 한다. 꼭 북미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후진국으로 알고 있는 남미 역시 FDA 규정을 준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제약기업들이 아직도 남미를 미개척지로 남겨 놓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두 번째로는 재정적 실익 부분이다. 주식거래 수수료와 IR팀 운영, 투자유치 규모 등을 꼼꼼히 따져 볼 필요가 있는데 코스닥 상장이 더 유리한 면이 많다. 코스닥과 나스닥에 상장할 경우, 상장심사수수료와 상장수수료, 연부과금 등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상장규정시행규칙 별표4를 살펴보면 자기자본 1000억원 이하 기업의 상장심사수수료는 500만원이다. 상장수수료는 시가총액 500억 이하는 100만원부터 시작해 5000억 초과는 2220만원+5000억 초과금액의 10억당 1만원의 밴딩 폭으로 적용된다. 연부과금은 평균시가총액 100억 이하는 10억당 1만원, 5000억 초과는 114만원+5000억원 초가금액의 10억원당 500만원으로 이루어진다. 반면 나스닥 글로벌 마켓 상장수수료는 시가총액 322억 이하일 경우 1억 3400만원, 1073억 초과 시 2억 4151만원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나스닥 자본시장은 시총 161억까지는 5368만원, 초과할 경우 8052만원의 수수료가 적용된다. 나스닥 글로벌 마켓 연부과금은 시가총액 107억 이하는 4831만원, 1610억 초과는 1억 6640만원이 적용된다. 나스닥 자본시장은 107억 이하는 4509만원, 107억~536억은 5904만원, 536억 초과는 8052만원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만약 자기자본 1000억 규모의 국내 바이오기업이 코스닥·나스닥에 상장할 경우 각각 2834만원·4억 791만원의 수수료가 발생한다는 얘긴데, 이는 나스닥 수수료가 국내에 비해 14배 가량 높다. 제품화된 파이프라인이 없는 기업이라면 나스닥 상장은 '돈 먹는 하마'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해외 주식거래 수수료도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저해할 수 있다. 보통 증권사 해외 주식거래 수수료는 0.25~0.5%로 1억을 거래한다고 치면 최고 50만원의 수수료가 재비용으로 발생한다. 이에 반해 상당수의 증권사들은 HTS 거래 시 국내 수수료를 면제해 주고 있다. 양도소득세 발생도 해외 주식거래의 발목을 잡을 복병으로 분석된다. 국내 투자자가 해외 주식투자 시, 1500만원까지는 양도소득세가 면제되지만 초과할 경우에는 양도소득세 20%와 주민세 2%를 납부해야 한다. 주식으로 1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면 2200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말이다. 아울러 이에 대한 소득을 관할세무서에 자진신고해야 한다.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는 기업들은 상장만 되면 대규모 자금을 끌어 모을 수 있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의외로 해외 투자자들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현실 장벽은 아직도 높은 게 사실이다. 1971년에 있었던 현대그룹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영국 바클레이즈은행 차관 유치 일화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전형을 보여 준 예라할 수 있다. 빅파마가 즐비한 미국 증시에서 실력을 갖춘 토종 제약·바이오기업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면 그 얼마나 국위를 선양하는 일인가. 그러나 수요가 적으면 공모가를 낮출 수밖에 없고, 주가 흐름도 우하향 곡선을 그리기 쉽다. 나스닥 상장이라는 상징성은 있지만 그 이상의 효과는 미지수다. 바이오광풍이 불고 있는 이 시점에서 '바람을 타는 기업'이 아닌 '바람을 바꿀 수 있는 실력있는 기업'이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2018-03-26 06:10:00노병철 -
[기자의 눈] 베트남 순방, 국내제약 불평등 해소되길문재인 대통령이 한-아세안 상생협력 실현을 위해 오늘(22일) 베트남 국빈방문을 한다. 이번 순방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한-베트남 상생과 미래성장을 관통하는 경제협력이다. 현지법인 또는 투자를 예비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실무자급을 대동한 점도 두드러진다. 이 가운데 일부 제약기업들도 문 대통령과 함께 나서게 된다. 베트남은 우리나라 의약품 수출국가 중 4번째로 큰 규모를 형성하는 중요한 국가다. 공공병원이 많은 이 나라는 보다 비용효과적인 의약품을 조달 입찰방식으로 구매하는 것이 특징이어서 제네릭 위주의 우리나라에게는 글로벌 진출의 주요 거점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임박한 의약품 입찰기준 변경은 ICH 멤버 국가인 우리나라에게 부당한 차별 근거로 작용할 공산이 커졌고, 베트남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베트남이 의약품실사 상호협력기구(PIC/S) GMP를 인정하지 않고 EU GMP, cGMP, 일본 GMP만 1~2등급으로 인정하면서 우리나라는 등급이 5등급 이하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업계는 입찰 환경에서 등급이 강등되는 것과 관련해 사실상 베트남 시장에서의 국내 제약 퇴출로 보고 있다. 최대 1500억원 규모의 수출 감소 전망이 여기서 비롯된다. 정부는 수년 전부터 이미 ICH와 PIC/S에 가입하고, CTD를 적용하는 등 국내 제약 글로벌 진출과 국산 의약품 품질을 담보하기 위해 까다로운 국제 규제기준을 도입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이 갈수록 열악해지는 제약 수출환경은 비단 정부 간 정책 사안으로만 풀어내기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번 베트남 순방에 앞서 한국과 베트남 간 경제협력에 대해 양국의 상생번영에 기여하는 호혜적 방식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 맥락에서 이번 대통령 국빈방문을 통해 국내 제약사들이 베트남 시장에서 보다 평등한 선상에서 국제 경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2018-03-22 06:16:42김정주 -
[기자의 눈] 윤식당의 인기와 제약업계의 노동현실지난주 방송된 인기 예능프로그램 '윤식당2'에서는 스페인 손님들이 한국의 노동문화에 관해 이야기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노부모와 함께 윤식당을 찾은 딸은 "인도여행 중 한국인을 만난 적이 있다. 한국인들은 다들 대기업에 들어가고 싶어 하고 그 곳에서 하루에 12시간씩 일한다"며, "전 세계 노동시간 1위가 한국, 2위가 멕시코다. 나는 조금 일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는 삶이 좋지, 하루 중 10시간 넘게 대기업에 바치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다. 이 말을 들은 부모 역시 "말도 안된다. 완전 끔찍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같은 장면에 씁쓸함을 느끼면서도 쉽사리 반박할 수 없는 건 그들의 대화가 틀린 표현만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한 '2017 고용동향'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취업자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은 2069시간으로 OECD 회원 35개국 평균(1764시간)보다 305시간 많다. 1위를 차지한 멕시코(2255시간)와는 186시간, OECD 국가 중 연평균 노동시간이 가장 짧은 독일(1363시간)과는 자그마치 706시간 차이다. 반면 연평균 실질임금은 구매력평가(PPP) 기준 3만2399달러로, OECD평균(4만2786달러)의 75% 수준이었다. 그나마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근로시간 단축을 올해 역점사업으로 꼽으면서 '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워라밸 열풍은 제약업계에도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들어 외국계 회사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연말휴가제를 도입하거나 공휴일 사이에 낀 샌드위치데이에 전사 휴무를 실시하는가 하면, 1년치 지정연차일을 미리 공지하는 국내사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3·1절 연휴를 활용할 수 있도록 3월 2일을 지정연차로 시행한 기업은 GC녹십자, 동아쏘시오홀딩스, 종근당, 한미약품, JW중외제약 등 24곳에 이른다. 이들 중 다수 기업이 5월 21일과 10월 8일 징검다리 연휴에 지정연차를 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여전히 대부분의 회사들은 여름휴가를 극성수기인 7월 말~8월 첫주로 고정하고 있다. 회의나 월례조회를 출근시간보다 2시간 빠른 오전 7시 등으로 잡는가 하면, 영업사원들에게 지급한 태블릿 PC를 통해 수시로 위치를 파악하는 등 인권침해 수준의 행태를 보이는 기업들도 존재한다. 얼마 전 GPS 조작 앱(Fake GPS)을 사용해 허위로 거래처 방문보고를 했다가 인사위원회에 회부된 모 회사의 영업사원 사례는 제약업계의 워라밸 수준을 다시한번 곱씹어보게 만든다. 외국계 기업들의 현실도 크게 다르진 않은 모양이다. 5년 연속 여성가족부가 인증한 '가족친화 우수기업'으로 선정되며 워라밸의 대명사로 꼽혀온 모 다국적 제약사 한국법인의 대표는 출산휴가에 들어가는 여직원에게 "3개월 뒤 보자"라는 작별인사를 날리는 것으로 유명하단다. 3개월의 출산휴가를 마친 후 퇴직 수순을 밟았던 기자의 지인에 따르면, 전체 직원의 40%, 임원진의 무려 50%가까이를 여성 인력으로 채우고 있는 이 회사조차 법으로 보장된 1년의 육아휴직 기간을 채우는 직원은 찾아보기 드물다고 했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함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불과 며칠 전, 정시퇴근을 권장하는 회사가 건물 전기를 차단하는 바람에 노트북을 들고 카페로 이동해야 했다는 또다른 지인의 사례는 허울뿐인 워라밸 열풍의 단면을 여실히 드러낸다. 금요일 밤 윤식당을 통해서가 아니라 월~금까지 매일 출근하는 회사에서 삶의 질이 회복될 순 없을까. 업계 리더들로부터 일과 삶을바라보는 의식개혁이 일어나지 못한다면, 퇴근 후 일할 곳을 찾아헤메는 직장인들을 계속 만나게 될 것이다.2018-03-19 06:19:32안경진 -
[기자의 눈] 철저하게 '상품'으로 팔면서 "환자 위해?"국민건강과 기업논리. 제약회사에게 두 가치는 오래된 딜레마다. 아니, 딜레마여야 한다. '약'은 공공재 성격이 짙은 상품이다. 사람의 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지켜주는 수단이다.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까지 적용된다. 또 하나의 사실, 이를 만들고 파는 곳은 회사다.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목적이다. 사실 그렇다. 의약품은 잘 만 하면 떼돈을 벌 수 있는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제약사는 약을 홍보할때 버릇처럼 "환자를 위해"라 말한다. 훌륭한 얘긴데 감흥이 없을 때가 많다. 딜레마 없이 '상품' 쪽으로 부등호가 크게 열리는 회사들 덕분이다. 요즘 신약개발 트렌드는 항암제와 희귀난치성 질환이다. 인간의 생명과 직결된 다양한 암 영역에서 획기적인 신약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 극소수만 앓기 때문에 마땅한 치료제 없이 고생하던 희귀난치성 환자들에게도 동아줄이 내려지고 있다. 그런데 비싸다. 해당 약들은 초고가약이 대부분이다. 식약처에 허가된지 한참이 지났는데, 처방이 이뤄지지 않는다. 급여 등재 절차는 끝날 줄 모른다. 심평원, 건보공단에 환자들의 항의전화는 빗발친다. 정부의 탄력있는 평가방식이 필요한 것은 맞다. 그렇다고 정부만 비난할 일은 아니다. 딜레마를 던져버린 제약사는 무섭다. 환자단체를 종용해 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을 형성하는 회사, 정부의 보장성 방안에 포함될 것을 염두해 고의로 약가협상을 지연시키는 회사, 한국의 시장성이 떨어진다 판단해 아예 약의 도입을 무효화하는 회사, 모두 실존한다. 그 사이 환자 사망례는 증가한다. 국민건강, 함부로 운운할 단어는 아니지 않은가. 이윤을 추구해야 한다. 단, 공공재의 성격이 강함을 반영한 상태에서 말이다. 불가능한 가격을 제시해 놓고 싫으면 관두라면서 '최선을 다하겠다' 말하면 안되는 것이다. 딜레마는 지켜져야 한다.2018-03-15 06:20:20어윤호 -
[기자의 눈] 미투, 기댈 곳 없었던 피해자의 '결단'미투(Me TOO) 운동이 제약업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형적인 남성 위주의 산업군 중 하나로 꼽히는 제약산업도 피해갈 수 없을 듯 하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미투는 우리가 키워 온 '현실'이다. 영업현장의 여성 영업사원(MR)들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방치된 상황이었다. 여성 MR은 거래처 관계자와 단 둘이 만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타 직종에 비해 많다. 상대방이 처방권을 비롯해 업무와 관련한 권한이 있다면 '술 한잔 하자'는 제안을 거절하기 힘든 현실이다. 실제 여성 MR을 상대로 제약사나 의료기관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성추행 한 사례도 있다. 문제는 회사에서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제약사 내부라도 상황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오늘 예쁘다. 술 한잔 하자. 옷이 똑같은데 어젯밤 집에는 들어갔냐"는 얘기들이 직접 전해지거나 전화와 문자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선배라는 이유로, 더 높은 지위에 있다는 이유로, 농담이라는 이유다. 그 한마디가 한 사람에겐 지울 수 없는 아픔과 기억으로 남았다. 당사자는 하소연 할 곳이 없다고 한다. 팀장, 팀원, 후배 대부분 단지 남자라서가 아니다. 그 얘기를 듣는 동료 여성 MR조차 "몰랐다"는 말을 한다. 신약개발에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을 투자하고, 임상 대상자 인권과 실험동물에 대한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하면서도, 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는 드물다는 것이 아쉽다. 영업현장에서 보호 대책이란 팀장이 동행하거나 거래처를 바꾸는 등의 미봉책일 뿐이다. 회사는 직원을 보호하고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관했다는 지적이다. 회사 내부에서도 쉬쉬할 뿐이다. 직원들이 기댈 곳은 회사다. 부당한 대우나 어려움, 고민을 쉽게 털어놓을 수 있는 전문상담사와 조직이 필요한 이유다. 성희롱 예방교육이나 인권교육을 정기적으로 시행한 것이 큰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단순하게 회식을 금지하는 등의 조치도 단편적이다. 일을 잘한다고, 높은 위치에 있다고 성희롱, 성추행, 성폭력, 언어폭행 따위를 눈감아주는 회사도 공범자는 아닐까. 냉정하게 바라보자. 할 수 있는데 못 한 것과 처음부터 하지 않은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2018-03-12 06:15:10김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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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편의점 '심야시간' 논의서 소외된 상비약동계올림픽 소식에 국민들의 눈과 귀가 평창에 쏠려있던 사이, 편의점 개점 시간을 조정하려는 정부 움직임이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편의점의 365일, 24시간 의무 영업으로 인한 가맹점주의 고충을 덜고자 현행 24시간 영업 의무화에 규제를 가하고자 업계와 논의 중인 것이다. 공정위가 업계 현실을 고려한 '편의점 심야 영업 관련 시행령' 개정안을 내달 중 확정한다는 목표로 안을 논의하고 있다. 현재 규제개혁위원회가 막바지 수정 작업을 맡아 마무리 단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규개위를 통과하면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를 통해 시행령이 개정된다. 문제는 심야영업이다. 현재 편의점 심야영업 시간대는 현행 '오전 1~6시'인데, 가맹점이 심야영업을 피하려면 '직전 6개월 간 영업 손실이 발생했거나 질병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경우'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매출이나 건강, 아르바이트생 고용 등 문제로 심야영업이 어려운 가맹점주가 이 조항을 활용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는 데에 집중했다. 편의점 본부가 어떻게든 심야영업 점포를 줄이기 위해 심야영업을 하지 않는 점포에 강한 제제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직전 6개월'을 '직전 3개월'로, 심야 5시간을 7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제기했는데, 이 시간을 적용하는 시간대를 두고 편의점 업계가 반대의견을 내는 등 설왕설래하고 있다. 이러한 논의가 도마 위에 오르게 된 결정적 계기는 역시 최저시급 대폭 인상이다. 편의점주들이 인건비를 감당하기 벅차다고 반발한 시기에 맞춰 공정위도 '가맹 분야 불공정 관행 근절 대책'(초안)을 발표한 이후 받은 지적의 대부분이 편의점 심야영업 제한시간대 관련이었다는 점에 착안해 개정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심야시간에 매출이 적은 점포는 문을 점포주 자율적으로 닫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의견부터 심야시간을 정하는 세세한 논의들이 계속되고 있지만, 아쉬운 것은 그 안에 안전상비약에 대한 논의가 전혀 다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약사법에서 이미 안전상비약은 24시간 점포에 한해 판매할 수 있다고 못박고 있지만, 이같은 논의는 결국 편의점 중 24시간 운영되는 비율을 대폭 낮출 것이라는 전망은 어렵지 않다. 이미 국민들은 편의점에서 일반의약품을 구매하는 데 익숙해졌고, 약국이 문을 연 낮 시간에도 소화제나 진통제는 약국보다 편의점을 찾는 경우도 많아졌다. 편의점 중 '상비약을 판매한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으로 양분될 상황이 분명한데, 공정위도 편의점도 여기까지 논의의 범위를 넓히지 못하고 있다. 국민 편의를 위해 약국 밖으로 나갔던 상비약의 무게감은 제법 컸다. '24시간 운영'이라는, 개인 약사가 운영하는 약국은 좀체 따라갈 수 없는 허들을 명목으로 의약품이 일반 소매점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는데, 이젠 그 '허들'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이다. 이런 때에 약사사회와 약사회는 정부에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까. 총회장에서만 띠를 두를 게 아니라, 상비약을 판매하는 판매처의 기준 자체에 대해 약사사회가 목소리를 낼 때이다.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2018-02-26 12:09:30정혜진 -
[기자의 눈] "회장님, 공공심야약국 해보실래요?"자신의 24시간을 온전히 약국에 투자하던 강철맨 김유곤 약사가 지난 달 5년만에 약국에서 보내는 일부 시간을 포기하겠다고 해 관심을 모았다. 당시 기자와의 통화에서 가족 건강 문제로 당분간 새벽 시간은 약국을 비우게 됐다며 아쉬워 하던 김 약사. 그는 가족 건강이 회복되면 언제든 기존으로 복귀하겠단 뜻을 내비쳤었다. 그랬던 그가 한달도 채 안돼 자신의 약속을 지켰다. 이달 중순부터 다시 24시간 약국 운영 체제로 복귀했기 때문이다. 김 약사는 무엇보다 새벽시간 약국을 비운 자신을 걱정하고 궁금해하는 지역 주민, 그 시간에 약국을 찾을 환자들 생각에 잠시라도 약국을 비울 수 없었다고 했다. 5년 전 경기도 부천시가 심야공공약국에 시범사업을 운영할 당시에 합류한 김 약사는 시범사업이 끝난 이후에도 자발적으로 새벽 시간 약국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지자체의 예산 지원은 중단된지 오래지만 처음 새벽 시간 문을 열었을 당시 급하게 약국을 찾는 환자들을 보면서 그 이후 약국 문을 닫을 수 없었다는 그이다. 김유곤 약사의 사례가 사회적으로 관심받고 있는 이유는 24시간을 약국에 투자하며 그 자신, 또 그 가족이 감수하는 희생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다. 24시간 약국을 지키는 김유곤 약사와 최대 새벽 1시까지 약국을 개문하는 보통의 심야약국은 차이가 있지만 그 역시 약사에는 수고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 정부 차원의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 움직임이 일면서 그 반대 급부로 약사사회가 공공심야약국 제도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 분위기에 지역 약사회는 물론 대한약사회도 정기총회 등 각종 행사에서 궐기대회를 열고 붉은띠를 둘렀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임원들이 손에 든 피켓에는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 반대, 공공심야약국 도입이 적혀있었고, 연단에 서 마이크를 쥔 약사회장들은 너도나도 공공심야약국 제도 도입과 지원을 정부에 촉구했다. 하지만 정작 현실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이미 공공심야약국에 대한 조례를 제정하거나 관련 제도에 대한 지자체 예산을 편성한 지역에서 지원 약국이 나오지 않아 시행에 들어가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보건소와 지역 약사회까지 나서 지원 약국 물색에 애를 먹지만 하겠단 약국이 없어 시작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민초 약사들 사이에서는 “이럴때 임원은 뭐하나?”란 말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성명서 내고 머리띠 두를땐 가장 먼저 앞장섰던 약사회 임원들이 정작 심야약국 운영에는 발을 빼는것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약사회 회장 중에도 개인 사정상 약국 환경상 심야약국 운영이 쉽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필요성을 주장하고 제도 도입을 촉구한 이상 그에 따른 수고와 희생은 일정부분 감수할 준비가 돼 있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아직 일부 지자체에 국한된 이야기라 심각성이 덜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한약사회 요구대로 정부 차원에서 공공심야약국 제도를 법제화한다면 상황은 달라 질 수 있다. 약사회 선거때만 되면 단골처럼 등장하는 후보자들의 ‘봉사하는 자리’란 단어가 공공심야약국 운영에도 반영됐으면 하는 바람이다.2018-02-22 06:14:53김지은 -
[기자의 눈] 분별없는 피임약 오프라벨 투약최근 한 기업체 신입사원 연수교육 프로그램 운영 과정에서 여성 신입사원들에게 무료 배포한 피임약이 논란이 된 사건이 있었다. 지난 1일 보건복지부 국회 업무보고에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구매와 투약 과정에서 보건의료인이 개입한 거래가 아닌 비정상적 거래의혹이 있어서 논란이 컸다. 여기서 우리는 또 하나의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피임약 오프라벨 사용이다. 당시 연수교육 프로그램은 거친 행군이 포함돼 있었고, 업체 측은 여성 신입사원들을 모두 참여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피임약을 생리주기 조절제로 배포한 것이었다. 사전피임약은 사후피임약과 비교해 접근성이 높아 공급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16년 기준 3억8300만정 이상이 국내에 공급됐다. 그만큼 부작용 발생 가능성도 커졌다. 어지럼증이나 두통 등 가벼운 증상에서부터 심하면 혈전색전증이나 뇌졸중 등 중증 이상반응이 동반하기도 한다. 일반약으로 판매되고 있는 사전피임약의 부작용과 이상반응만 살펴보더라도 수십가지가 넘어간다. 실제로 생리조절 목적으로 사전피임약을 구매해 오프라벨로 사용했다가 사망한 사례가 의약품부작용피해구제 대상으로 결정됐던 사실은, 이 약물과 중증 부작용 간 인과성이 있다는 걸 의미한다. 투약과정에서 불법적으로 거래된 사실에 대한 법적 처벌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를 차치하고서라도 사전피임약을 허가초과해 사용하는 사례가 남발되지 않도록 식약-보건당국의 보다 강화된 계도·홍보가 필요하다. 부작용 정보에 어두운 청소년과 미처 숙지하지 못한 성인 복용 대상자들에게는 보다 쉽고 직관적인 약제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투약 과정에서 이를 전달·계도하는 보건의료인들에게는 보다 근거중심적인 오프라벨 사용 데이터 제공이 절실한 시점이다.2018-02-19 06:14:53김정주 -
[기자의 눈] 외환거래법의 허점과 페이퍼 컴퍼니외국환거래법은 외국환거래의 자유를 보장하고 시장기능을 활성화해 국제수지 균형과 통화가치 안정을 위한 법률이다. 시행 25년을 맞는 이 법은 외국환 관리에 관한 기본법률과 외환관리법을 전신으로 한다. 법에서 규정한 네 가지 선언적 목적 외 저변의 순기능은 외화유출 방지와 비자금 축적 차단이다. 그런데 최근 제약업계 일각에서 외국환거래법의 내용과 테두리의 날줄씨줄을 더욱 정교하게 정비해 합목적성을 부합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어 주목된다. 주장의 핵심은 기업 간 또는 개인 간 외국환거래 내용과 시점을 명확히 공시하거나 사외이사 등 옴브즈만으로 하여금 이를 감시하고 관리감독하는 책임과 의무를 지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리가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기업 또는 개인 간 외국환거래에 대한 내용을 언론, 시민단체 등 제3자 기관에 밝힐 필요가 없어 마음만 먹으면 법망을 쉽게 피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검찰, 경찰, 관세청 등 정부기관이 위법을 인지하고 정밀수사를 펼치지 않으면 눈 가리고 아옹할 소지가 크다. 이 부분이 바로 외국환거래법의 허점이고 개선이 필요한 대목이다. 외국환거래법에 따르면 기업 간 자본거래에 있어 1년에 5만 달러(5000만원) 이상이 오가면 한국은행에 거래명목과 금액을 신고해야 한다. 차입일 경우 금전대차신고, 증여 시에는 자본거래신고로 한국은행에 반드시 신고해야할 의무가 있다. 다만 50만달러(5억원) 이하 증액투자라면 사후신고를 허용하고 있지만 이 역시 사전신고 원칙이 적용된다. 미신고 시, 처분은 자본거래 10억원 미만은 유형에 따라 총 거래금액의 2~4%의 과태료가 10억이 초과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가정해서 설명하면 이렇다. 한국에 본사를 둔 A제약기업이 뉴칼레도니아 소재 B자회사(계열사)에 관리/체제비 명목으로 100억원을 송금할 경우 한국은행 신고는 의무사항이다. 만약 악의적 미신고라면 비자금 조성 목적이 클 것으로 합리적 의심을 해 볼 수 있다. 특히 상계와 금전대차의 경우 신고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상계와 관련해 국내 모기업과 해외 자회사(거래처 등 포함) 간 외국환 거래 시, 매입채무나 매출채권을 상계하거나 다자간 보유 중인 채권 채무를 서로 상쇄하는 다자간 상계거래 시 국내거래와 달리 사전에 지정거래 외국환은행장에게 신고를 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금전대차는 거주자와 비거주자 간 외화 또는 원화를 차입하거나 대출을 하고자 하는 경우 반드시 신고를 해야 한다. 거주자가 해외에서 비거주자와 해외예금거래를 하고자 하는 경우 지정거래외국환은행에 신고해야 한다. 다시 말해 해외 체류 시 개설한 계좌를 국내에 입국해 거주자가 되었음에도 별도 신고 없이 당시 개설한 예금계좌를 이용해 예금거래를 하는 경우 명백한 외환거래법 위반으로 본다. 우리는 몇 해 전, 모럴헤저드에 빠진 일부 기업들의 해외 페이퍼 컴퍼니 비자금 사건을 기억한다. 수백 수천억원에 달하는 부정 축재에 많은 사람들은 분노와 괴리감을 느꼈다. 이와 연루된 일련의 사안들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것으로 안다. 현미경과 돋보기의 잣대로 보더라도 외국환거래법의 정비와 페이퍼 컴퍼니 비자금 사건은 괘를 같이 한다. 처벌 규정의 강도는 높고 낮음에 따라 실익 차가 크거나 방향성이 왜곡될 소지가 크다. 반면 법망은 넓고 촘촘할수록 형평성과 목적 달성률을 높일 수 있다. 기업의 외국환거래 내용에 대한 공시의무와 옴브즈만 의무 감사제도 도입이 시급한 이유다.2018-02-14 12:02:54노병철 -
[기자의 눈] 영업사원 정말 안 만나면 그만일까?2010년 쌍벌제 시행때부터 나온 제약 영업사원의 병의원 출입금지 얘기는 2018년 지출보고서 의무화가 시작된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그러나 그 매번마다 실제 의사들의 MR 방문 거부율은 저조한 수준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의사들 대부분은 페이닥터, 혹은 개원의다. 물론 이들은 변하는 제도의 영향을 받지만 집단행동을 고수하기가 어려운 성향을 갖는다. 각 세대별, 진료과목별, 제약사 거래규모 별 이권, 시각 차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또 단순히 약을 처방하는 의사를 넘어,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한 사람으로서 그들의 삶에 제약사 MR은 단순히 '안 보면 그만'인 사람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일반적인 동네의원 의사들의 하루 일과는 보통 이렇다. 아침에 그들이 '점빵'이라 부르는 의원으로 출근하면 휘하 2~5명의 직원과 인사를 나누고 5~8평 남짓한 그들만의 공간에서 하루를 보낸다. 그리고 퇴근후 만나는 인간 관계 역시 동료 의사들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그들의 커뮤니티는 제한적이며 폐쇄적이다. 어렸을때 부터 공부만 했던 그들이 의대에 진입후 전문의 자격을 획득하고 사업장(의료기관)을 갖게 됐을때 그들의 나이는 이미 삼십대 중반에 이른다. 남성의 경우 군복무 기간을 포함하면 마흔 넘어 개원하는 이들이 태반이다. 이같은 의사들에게 제약사 MR은 개원할때 부터 찾아오는 전혀 다른 인간관계를 제공한다.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전해주고 신약 출시 소식, 의료계 이슈 등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일종의 창구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물론 갑과 을의 관계이기 때문에 편한 것도 맞다. 또 많은 의사들에게 영업외 소득(리베이트)을 제공하는 음성적 관행의 집행자였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이것이 MR을 만나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란 얘기다. 리베이트를 주지 않더라도 MR 출입을 허용하는 의사 역시 부지기수다. 이제 의사들이 제약사 영업사원들을 무작정 '안 만난다'고 외친다기 보다는 새시대 새기조에 맞는 적절한 관계를 유지키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2018-02-12 06:14:53어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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