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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설사약 주세요"라는 말의 진실얼마 전 '모기약'을 달라는 환자에게 약국이 관장약을 판매해 환자가 급작스런 복통을 호소하며 응급실에 실려간 사건이 일어났다. 환자가 '모기약'을 달라했는데 약사가 관장약을 건네준 사연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약사가 '모기를 잡는 약'을 달라는 손님에게 '모기를 피하는 약'이나 '모기 물린 데 바르는 약'을 건네주는 경우는 지금도 약국에서 비일비재한 일이다. 상비약 6차 회의가 마무리됐다. 지사제와 제산제를 추가한다는 큰 틀은 정해졌는지 몰라도 '어떤' 지사제와 '어떤' 제산제를 추가할 지에 이르려면 또 한차례 진통이 예상된다. 이 와중에 약사들이 특히 걱정하는 것은 지사제다. '겔포스'와 '스멕타'가 현재 가장 유력한 차기 상비약 품목인데, 약사들은 하나같이 "겔포스는 백번 양보한다 치자. 스멕타가 복약지도 없이 판매하기 적합한 약이냐"고 입을 모은다. 서울의 한 곳에서 20년 넘게 약국을 운영해온, 내가 만난 '김 약사'도 이렇게 말한다. "모든 약을 주의해야 하지만, 지사제는 특히 더 주의해야 하는 약이에요. 스멕타는 흡착성 지사제인데, 흡착성이라는 건 몸에 들어와 설사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붙잡아 흡착해 함께 배설한단 뜻이에요. 이렇게 들으면 '좋은 약이네' 싶죠. 그런데 생각해봐요, 스멕타 성분이 바이러스만 골라서 흡착하겠냐는 거에요. 다른 약을 같이 먹거나, 요즘 많이들 먹는 유산균을 일상적으로 먹는 환자라면요. 스멕타가 고혈압 약이나 고지혈증 약, 유산균까지 같이 흡착해 장으로 끌고 내려가면 어떻게 되겠어요." 김 약사는 20여년동안 약국에서 이렇게 복약지도해왔고, 전화로 '스멕타가 어떤 약인가요'라도 묻는 내게 똑같이 이렇게 설명해주었다. 이밖에 스멕타를 복용할 때 주의할 점은 또 있다. 바이러스가 온전히 흡착되도록 공복에, 물 없이 복용해야 효과가 있다. 공복이라는 개념 역시 약사의 설명이 필요한 경우가 다반사다. 지사제는 그래서, 어떤 연유로 설사를 하는지, 다른 약을 복용하고 있는지, 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몇시간 간격을 두고 이 약을 먹어야 다른 약 흡수를 방해하지 않는지 설명과 함께 판매되는 약이다. 김 약사는 극단적인 사례도 소개했다. 대장암 환자의 경우다. 암조직으로 인한 것인지 모르면서 그저 설사를 멎고자 약을 복용하는 환자들이 실제 약국을 방문한다는 것이다. "어떤 원인으로 인한 설사인지 모르면서 흡착성 지사제를 복용한다면, 안되죠. 대장암으로 인한 설사인지, 장염으로 인한 것인지, 과민성으로 인한 설사인지 알 수 없는데 스멕타를 그냥 자가 복용하면 진짜 위험해질 수 있어요." 김 약사는 지사제와 관련해 이런 경험도 있다고 말했다. 지사제 처방이 나왔는데, 환자 상담을 하며 적절하지 않은 약이 처방돼 의원에 전화해 처방전을 수정한 사례다. 환자가 '설사약'을 달라고 했는데, 의사는 확인하지 않고 설사를 멎는 약을 처방했다. 그러나 변비로 인해 오래 고생해온 환자가 원한 것은 '지사제'가 아니라 '변비약'이었다. "의사가 '환자가 그런 말을 했어요?' 라면서 돌려보낸 처방전을 수정한 적이 있다니까요. 환자들은 단어를 막 헷갈려서 써요. 설사약인지, 지사제인지, 변비약인지를 말이에요." 단 한 명의 약사와의 통화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 대화였다. 또 다른 약사 역시 '도대체 품목 조정 위원회에 전문가들이 있기는 한거냐. 약간의 지식만 있어도 지사제를 상비약으로 풀 생각은 못할텐데,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사제는 약국에서도 복약지도가 상당히 까다로운 축에 속한다'고 말했다. 편의점 안전상비약을 무조건 반대하자는 말은 아니다. 다만, 6차에 이르기까지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토론이 이뤄졌는지 의심할 만한 지금까지의 결과가 약사들을 설득시키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 이제 7차 회의로 공은 넘어갔다. 기존 위원들이 변동 없이 회의에 참석할 것이다. 지금까지 분위기로 보면 스멕타와 겔포스의 상비약 지정은 피해갈 수 없는 일인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종이에 인쇄된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약리학적 기전만을 논하기 전에 우리 환자들, 국민들의 언어 사용 환경을 보자. 모기약을 달라는 환자가 모기 잡는 약을 원하는지, 모기 기피제를 사려는지, 모기물린 데 바르는 약을 달라는 건지도 불분명한 상황이 왕왕 있다. 그런데 스멕타가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상황을 상상했을 때, 변비 환자가 찾아와 스멕타를 구매하는 일이 전혀 일어나지 않을 거라 장담할 수 있을까. 나는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2018-08-09 06:25:33정혜진 -
[기자의 눈] 바이오벤처, 루머와의 전쟁 성공하려면바이오벤처가 루머 등 노이즈(noise)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주가 등락이 심한 코스닥 상장 바이오벤처는 노이즈 제거에 사활을 걸고 있다. A바이오벤처 대표는 지난달말 기업설명회(IR)에서 노이즈를 잡으러 나왔다고 발언했다. 이들 업체에 잡음이 많은 이유는 '신약 개발'이라는 업종 특성 때문이다. 잠재력 하나만으로 시가총액 수조원의 기업이 탄생하지만 반대편에는 성공보다는 높은 실패 확률이 기다리고 있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지만 결과물도 평균 10년이 지나서야 나온다. 이렇다보니 해당 업체는 신약 개발 기간 동안 크고 작은 이슈(노이즈)에 휩싸인다. 주요 임원 퇴사 등의 팩트가 임상 실패, 자금 조달 이슈 등으로 번지며 주가에 영향을 준다. 이들 업체는 기업설명회나 입장문 발표 등을 통해 노이즈 진화에 나선다. '큰 문제가 없다'며 투자자들을 안정시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허나 위험 요소에 대한 냉철한 분석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루머는 근거없고 임상 순항이라는 해명은 많지만 경쟁사와의 관계, 임상 디자인 및 속도 등을 고려한 위험 요소 업데이트는 부족하다. 이런 설명을 찾으려면 유상증자 등 투자를 받을 때 제출하는 철 지난 증권보고서 정도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이슈에 놓인 해당 기업의 적극적인 해명은 찬성한다. 잘못된 노이즈라면 바로잡아야한다. 다만 장밋빛 전망만 넘치는 해명은 투자자들의 기대 심리만 부풀릴 수 있다. 이들이 노이즈와의 전쟁에서 성공하려면 냉철한 정보 분석 및 공유가 필수다. 객관적인 정보의 부재는 회사 가치의 왜곡을 초래한다. 주가는 충분한 정보가 없을 때 요동치는 법이다.2018-08-06 06:28:02이석준 -
[기자의 눈]폭염 속 운집한 약사들, 얼마나 공감 얻었나35도를 웃도는 폭염 속 3300여명 약사들이 청계 광장에 모였다. 편의점 상비약 품목 확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에 모인 약사들, 그들은 '국민건강 수호'를 이번 대회의 대명제로 삼고 시민들 앞에 섰다. 이를 반영하듯 대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조찬휘 대한약사회장은 참석한 약사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궐기대회를 통해 얻고자 하는 건 우리만의 권익이나 직능 인정에 앞서 대한민국 주권자인 국민의 건강권 회복이다. 국민 입장에서 생각하고 진정 국민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끝까지 고수해야 할 핵심 가치"라고 말이다. 이날 모인 약사들은 또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약사(藥事) 정책을 촉구한다'는 제목으로 결의문을 채택하고, 의약품 오남용을 조장하는 편의점 판매약 제도 즉각 폐지 등을 주장했다. 이날은 약사 뿐만 아니라 미래 약사인 약대생까지 대거 참가해 시민들을 향해 국민 건강 수호를 외쳤다. 생각해보면 이미 국민 건강을 무기로 한 보건의료계 단체들의 거듭되는 집회에 지칠대로 지친 국민들이다. 전문가라는 이유로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만 한편으로는 직능 이기주의로 밖에 비쳐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 중심에는 공감이 있다. 한 직능의, 단체의 메시지가 국민의 생각, 마음에 와 닿기 위해선 그들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공감대를 사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약사들의 외침이 국민들에 얼마나 공감대를 샀을 지는 의문이다. 이번 궐기대회에 참석한 약사가 기자에 보낸 메시지가 기억에 남는다. 그 약사는 본론에 앞서 "이번 대회가 국민들에게는 무관심한 행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국민이 공감하지 않을테니."라고 잘라했다. 이어 "궐기대회 전 2010년 심야약국운영을 계획하고 실천 했던 시절처럼 약사회 임원들이 새벽 1시까지라도 전국적으로 심야약국을 운영한다고 공표하고 실행 한 후 궐기대회를 했다면 시민의 공감을 사고 여론은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며 "어찌됐든 내키지는 않지만, 약사이기에 동참한다"고 전했다. 참가한 약사조차 국민 공감을 사긴 역부족이란 사실을 이미 인지하는 게임이었다. 하지만 살인적인 폭염 속 3000명이 넘는 약사가, 약대생이 한자리에 모였단 것은 그만큼 이번 사안이 중대하단 사실을 보여준다. 사안이 중대하고 시급한 만큼 단순 보여주기식을 넘어 국민들을 이해시키고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그 '무엇'이 필요한 때다.2018-07-30 06:19:50김지은 -
[기자의 눈] FDA 바이오시밀러 정책이 보내는 시그널미국식품의약국(FDA)의 바이오시밀러 촉진정책 발표 이후 국내 기업들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스콧 고틀리브(Scott Gottlieb) FDA 국장이 18일(현지시각) 공개한 바이오시밀러 액션 플랜(Biosimilars Action Plan)에는 총 11가지 정책이 담겼다. 바이오시밀러 개발 및 허가절차를 간소화하고, 처방률 증대 차원에서 환자와 의료진, 보험사 등 이해관계자들의 소통을 강화하는 한편, 공정한 시장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골자다. 가령 블록버스터급 오리지널 의약품을 보유한 제약사가 바이오시밀러의 시장진입을 늦추기 위해 법정 소송을 벌이거나 거액의 리베이트를 제공할 경우 규제를 받을 수 있다. FDA에 따르면 2015년 3월 산도스의 작시오가 미국 최초 바이오시밀러로 허가된 지금껏 시판허가를 받은 바이오시밀러는 11종(7월 18일 기준)에 이른다. 그럼에도 실제 시장에 출시된 품목은 3종에 불과하다.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기간이 남았거나 법정 소송 등의 사유로 발목이 묶여있는 탓이다. 시장론칭에 성공했더라도 거액의 리베이트를 빌미로 오리지널 의약품의 처방을 유도하는 사례도 있었다. 관련 시장의 절반과 독점 계약을 맺고,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한꺼번에 계약하는 조건으로 큰 폭의 할인율을 제공한 존슨앤드존슨이 대표적인 예다. 그로 인해 셀트리온의 인플렉트라(램시마의 미국상품명)는 레미케이드보다 15% 저렴하다는 가격 혜택에도 불구하고 기대에 못 미치는 매출을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급기야 인플렉트라의 미국 현지 판매사인 화이자는 지난해 연방독점금지법과 바이오의약품 가격경쟁 및 혁신법 위반 사유로 존슨앤드존슨을 고소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정황을 고려할 때 FDA 액션플랜은 미국 내 바이오시밀러 시장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기에 충분해 보인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국내 바이오시밀러 개발 업체들을 비롯해 증권가에서도 FDA의 변화를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번 정책의 이면에는 또 다른 시그널이 담겨있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더이상 블루오션이 아니라는 메시지다. 미국, 유럽을 통틀어 전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이미 과당경쟁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노바티스 그룹의 산도스나 밀란과 같이 제네릭 및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특화된 기업 뿐 아니라 화이자, 암젠, 베링거인겔하임 등 빅파마들도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팔을 걷어붙인지 오래다. 산도스는 2020년까지 글로벌 핵심시장에서 암과 면역질환 분야 바이오시밀러 5종의 허가를 취득하고 발매하겠다는 계획을 공공연하게 제시해 왔고, 조금씩 목표치에 근접하고 있다. 셀트리온을 통해 바이오시밀러 판매 경험을 쌓은 화이자는 지난해 말부터 바이오시밀러 3종의 FDA 허가를 따냈다. FDA가 선사한 행운의 카드가 국내 업체들에게만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이유다. 민간의료보험 비중이 높은 미국은 정부 정책 만큼이나 보험사의 급여리스트에 의한 리베이트 유무가 의약품 판매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이 같은 특성을 간파한 밀란은 지난달 허가된 퓰필라(뉴라스타 바이오시밀러)의 고시가격(AWP)을 오리지널 의약품의 67% 수준으로 책정했다. 첫 번째 바이오시밀러임에도 오리지널 및 곧 출시될 후발주자들과 가격 차별성을 두기 위해 파격적인 가격인하를 단행한 것이다. 물론 제네릭과 달리 높은 제조비용이 수반되는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무조건적인 가격인하가 능사는 아니다. 초안 발표 이후 1년째 시간을 끌고 있는 대체조제(Interchangeability) 가이드라인이 확정될 경우, 대체조제의 근거를 확보하기 위한 대규모 임상비용을 감수해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장에 대한 이해와 탄탄한 임상근거가 겸비되지 않는다면 바이오시밀러 간 경쟁에서 밀려날지 모른다는 의미다. 국내 제약산업 역사상 가장 많은 수출 실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국산 바이오시밀러가 해외 시장에서 조금 더 멀리, 오랜 기간 선전하기 위해 가격 이외 다양한 차별성을 갖춰야 할 때다.2018-07-26 06:29:59안경진 -
[기자의 눈] 발사르탄 진정국면 뒤엔 그들이 있었다소동이 따로 없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7일(토요일) 정오쯤 중국산 발사르탄 성분 고혈압 의약품 219품목에 대한 판매 중지를 발표했다. 식약처가 유럽의약안전성(EMA) 발표 검토 후 신속하게 대처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고혈압약을 복용하고 있는 국내 환자 160만 명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최종적으로 문제 의약품 처방·조제가 확인된 환자는 17만8000여 명이다. 하필 주말이어야 했을까. 이틀 동안 밤샘 현장조사를 했다는 식약처는 9일 219품목 중 104품목에 대한 판매중지를 풀었다. 그리고 아직 판매중지 중인 115품목에서 발암가능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 검출량과 위해성 여부도 모른다. 조사가 끝난 이후 후속조치까지 마련하고 요양기관이 문을 여는 월요일(9일) 오전, 최종 115품목 판매중지를 공개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 같은 식약처의 행정절차 과정은 발사르탄 고혈압약 회수가 모두 이뤄지고, NDMA 위해성이 공개된 이후에 또 다시 평가가 있으리라 본다. 그 중간점에서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이 있다. 바로 교환율이 의미하는 바다. 판매중지 의약품 115품목을 처방·조제한 환자 중 14만명 이상이 다른 고혈압약으로 교환을 마쳤다. 정확히 2주만에 80%가량이 재처방·재조제를 마쳤다. 발사르탄 고혈압약 리콜 조치에 들어간 유럽 22개국과 미국은 교환 조치를 하지 않았다. 우리 나라가 급하게 결정했다는 비난도 있지만, 이미 발암물질 유발 가능성으로 식약처의 판매중지가 내려진 상황에서 국민정서상 소동을 잠재우기 위해 교환조치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의약품 교환 결정이 내려지면서부터의 과정은 보건복지부가 맡았다. 실무 작업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건강보험공단이 권한을 쥐고 있다. 심평원은 의약품안전대책추진단을 구성했고, 공단 또한 발사르탄 대처를 위한 임시조직을 계획하고 있다. 복지부, 심평원, 공단, 그리고 의료계와 약업계가 함께 했다. 심평원은 DUR을 활용해 요양기관이 판매중지 의약품을 처방, 조제할 수 없도록 차단조치를 했다. 식약처가 7일 219품목에서 9일 115품목으로 판매중지 의약품을 조정했을 때도 심평원 DUR관리실은 24시간 대기하면서 DUR시스템을 업데이트하기 바빴다. 판매중지 의약품에 대한 처방전이 발행되면서 잡음이 일었지만, 이는 'DUR 온·오프' 기능 탑재로 인해 '오프'한 요양기관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만약 모든 요양기관이 DUR을 켜뒀더라면, 판매중지 이후 처방·조제가 이뤄진 발사르탄 고혈압약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사르탄 사태에서 의약품 일련번호 제도 또한 빛을 봤다. 심평원 의약품종합관리센터는 판매중지 품목을 확인 후, 제약사가 발사르탄 고혈압약을 어느 요양기관에 공급했는지를 일련번호를 통해 파악했다. 올해부터 제약회사에 의무 적용된 '일련번호 즉시보고'로 이뤄질 수 있었던 결과다. 만약 도매업체, 요양기관까지 실시간으로 보고가 이뤄졌다면 어느 환자가 발사르탄 고혈압약을 복용했는지 까지 알 수 있었다. 그렇게, 교환부터 회수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기까지는 도입 전에는 각 이해관계로 인해 반대가 심했지만, 도입된 이후 빛을 발하는 제도도 한몫했다. 그리고,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의사와 약사다. 심평원은 요양기관에서 처방이나 조제가 이뤄진 내역을 파악할 수 있지만, 환자 개인정보가 없기 때문에 직접 전화를 걸어 안내를 할 수 없다. 공단은 수진자별 개인정보가 있지만, 어쩐지 이번 발사르탄 사태에서는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 결국 요양기관이 나서서 문제가 된 의약품을 처방, 조제 받은 환자에게 직접 연락을 해야 했다. 식약처 발표 이후 주말 내내 환자들의 민원을 받아낸 사람들도, 교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었던 마찰까지 감내해야 했던 사람들도, 모두 현장에 있던 의·약사였던 것을 잊으면 안 된다.2018-07-23 12:06:52이혜경 -
[기자의 눈] 한미의 복합제 전략에 박수를 보내는 이유한미약품이 내놓은 복합제 신제품들이 올해 상반기 원외 처방약 시장에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작년 하반기부터 선보인 신제품 가운데 일부 수입 오리지널약물을 제외하고 한미약품 제품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상반기 3제 고혈압복합제 '아모잘탄 플러스'가 39억원을 기록했고, 천식+알레르기비염 복합제 '몬테리진'이 35억원, 골다공증복합제 '라본디'가 30억원으로 순항했다. 신제품 상위 5개 품목 가운데 3개가 한미약품 제품이다. 복합제는 이미 국내 제약사의 '캐시카우'로 자리잡았다.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성분을 토대로 우리만의 뛰어난 제제기술을 통해 세계 최초 조합의 복합제들이 탄생했다. 아모잘탄 플러스나 몬테리진, 라본디 역시 그전에는 보지 못한 조합이다. 특히 한미약품은 아모잘탄플러스, 로수젯, 로벨리토 등 복합제로 내수시장에서 크게 재미를 봤다. 한미의 성공은 다른 제약사들을 자극해 수많은 복합제들이 양산되고 있다. 복합제는 양날의 검이다. 2~3개 약을 하나로 합쳤기 때문에 그만큼 환자들은 복용이 편리하다. 하지만 국내 제약사들이 과거 제네릭약물 만들듯이 복수의 복합제들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오면서 제약사 간 과다경쟁과 취급 곤란의 원인이 되고 있다. 임상시험을 거친다지만 생물학적동등성시험 수준의 허가입증 자료도 국내 복합제를 폄하하는 근거로 사용되곤 한다. 영업 현장에서는 제품력보다는 'MR을 다그쳐 실적을 내는 제품'이라며 반가워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한미약품의 복합제 전략은 박수를 받을 만 하다. 그 수많은 복합제 가운데 한미약품처럼 눈에 띄는 실적을 내는 제약사는 손에 꼽힌다. 한미 복합제의 선전은 최초 조합이라는 제품력과 영업력이 시너지효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한미는 최초를 위해 남다른 특허전략을 세우고, 남들과 손잡지 않는다. 로수젯은 MSD와 에제티미브 특허 허여 계약을 맺어 경쟁사보다 6개월 일찍 나왔다. 한미의 복합제들은 또한 단독임상을 통해 홀로 나와 경쟁자를 허락하지 않는다. 반면 다른 국내 제약사들은 복합제 역시 개발비 부담을 덜기 위해 위탁생산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나온 복합제들이 영업을 잘해 성공하기도 하지만, 같은 공장에서 나온 타사 제품들과 경쟁을 해야하기 때문에 시장을 선점하기가 어렵다. 한미는 글로벌 신약개발로 다른 국내제약사들을 이끌면서 또한 내수시장에서 판매전략도 가장 선진적이다. 과다경쟁의 온상인 제네릭으로 돈을 벌기 어려워지자 재빨리 복합제, 개량신약으로 눈을 돌렸다. 이제는 외형성장과 제품구색을 맞추기 위해 '제네릭'을 묻지마식으로 만들지도 않는다. 중국산 발암 우려 발사르탄 원료로 제네릭 가치가 폄하되고, 공동·위탁 개발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되는 상황에서 한미의 앞선 제품개발 전략은 국내 제약사들이 한번 더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2018-07-19 06:29:20이탁순 -
[기자의 눈] 발사르탄 쇼크…대체조제와 리베이트유럽발 발암물질 발사르탄 고혈압제 쇼크가 전국을 강타했다. 지난 주말 식약처가 판매중지를 결정했고, 일요일 뉴스를 접한 국민과 고혈압 환자들은 불안에 빠졌다. 월요일 아침, 혼란은 본격화 됐다. 일선 약국가와 병·의원은 약품 문의와 환불을 요구하는 환자들로 업무마비 현상을 겪었다. 식약처와 복지부, 공단·심평원, 약사회, 의사협회는 후속조치와 국민불안 해소를 위한 긴급 회의를 열었다. 갑작스런 발암물질 이슈로 홍역을 치른 병·의원 약국이 충격을 말끔히 씻어내려면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의료기관 재처방과 약국 재조제에 뒤따르는 수가에서부터 환자 본인부담금 등으로 이어지는 급여 정산이 마무리돼야 한다. 발사르탄 쇼크 불길은 의사와 약사 간 직능갈등으로까지 번져 나갔다. 의사는 약국약사의 대체조제가 발암물질 이슈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저가약 인센티브 제도로 값싼 고혈압제 사용을 독려하고 약사에게 재정을 지원한 정부는 각성하라는 게 의사들의 중론이다. 성분명 처방은 발암물질 이슈를 양성하는 주원인으로 의협 정성균 대변인은 "약사는 의사 처방전 대로 의약품을 조제하는 기능 외 역할이 없다"고 까지 했다. 그는 이번 이슈와 다소 거리가 먼 '약국 백마진' 마저 화제에 올렸다. 약사는 의사가 난데없이 발사르탄 이슈로 약사직능을 비하하고 문제와 관련없는 대체조제, 성분명 처방, 저가약 대체조제 문제를 끌어내 왜곡된 주장을 쏟아냈다고 맞섰다. 처방권을 쥔 의사가 발암물질 의약품을 처방해 놓고 책임을 약사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웠다고 했다. 고질병인 의사 리베이트가 발암물질 발사르탄 쇼크 중심에 있다고도 했다. 전국적, 세계적 의약품 이슈를 의사직능 강화와 약사직능 비하 구실로 삼지 말라는 비판이다. 이쯤되자 이슈 본질인 발암물질 발사르탄 문제는 뒷전 취급되는 모습이었다. 의사와 약사는 고혈압환자의 불안해소와 문제 발사르탄 재처방·재조제에 의견을 모으기보단 얼굴을 마주보며 쓴소리를 내뱉는데 정력을 쏟았다. 의약품 불순물 이슈는 비전문가인 국민들에게 막연한 공포를 전달한다.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은 약물을 꾸준히 매일 복용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공포감의 빈도와 크기가 더 크다. 의사와 약사, 정부가 발사르탄 이슈 해결과 국민 불안감 해소에 앞장서야 하는 이유다. 발사르탄 고혈압제로 새삼 오랜기간 의약사 직능갈등 핵심에 자리했던 대체조제와 성분명처방 이슈와 의사 리베이트, 약국 백마진 논란이 재차 부상한 건 국민 시각에서 결국 의·약사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다. 의사와 약사가 힘을 합쳐 발사르탄 고혈압제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발암물질로 지적된 NDMA의 실제적 위험성을 국민에게 알리는 모습을 찾을 수 없었던 점이 못내 아쉽다. 전문가의 입은 타 직능을 비판할 때 보다 문제 본질을 깊숙이 파악하고 의·약학적 견해를 대중앞에 내놓을 때 빛을 발한다.2018-07-16 06:29:10이정환 -
[기자의 눈]코오롱티슈진 대표의 인보사 자화자찬장밋빛 전망이 넘친다. 피크 매출을 10조원으로 점친다. 3상 성공이라는 단어가 수없이 쏟아진다. 7월10일 인보사 국내 허가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다. 프레젠테이션에 나선 이우석 코오롱티슈진 대표의 입에서는 인보사 예찬론이 펼쳐졌다. 인보사는 세계 최초 골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다. 임상 성공은 어렵다. 신약 개발을 성공이라는 단어보다는 실패 확률을 줄이는 게임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임상 최종 단계인 3상에 진입하면 성공 확률이 높아지지만 이마저도 49%에 지나지 않는다. 이 대표는 항변한다. 49% 숫자에는 개발 어려움이 큰 항암제가 포함됐다고. 하지만 신약 개발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 대표의 임상 성공이라는 표현은 낯설기 그지 없다. 그것도 3상 시작도 전에 말이다. 이 대표는 제약밥만 20년 가까이 먹었다. 자신감일수 있다. 다만 신중해야한다. 주가 변동이 심한 코스닥 기업이라면 더 그렇다. 인보사는 사실상 코오롱티슈진 주가 등락의 키를 쥐고 있다. 이 회사의 최근 주가 흐름은 부진하다. 52주 최고 7만5100원이던 코오롱티슈진 주가는 5월31일 3만2600원까지 떨어졌다. 52주 최저인 3만1800원에 비슷했다. 인보사 3상 소식이 전해지고 기자간담회가 열린 7월10일 종가는 4만1500원으로 상승했다. 7월11일 종가는 4만2950원이다. 인보사의 영향력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임상은 변수가 많다. 3상 진입은 실패 확률이 줄었을 뿐이다. 49%라는 숫자는 코오롱티슈진 입장에서 '절반이나 성공한다'고 볼 수 있지만 다른쪽에서는 '절반이나 실패한다'고 볼 수 있다. 2차 평가지표로 보는 구조개선(연골재생) 효과에 대한 자신감도 마찬가지다. 코오롱티슈진은 2차로도 효능을 증명하면 라벨에 연골재생 효과를 실을 수 있다고 하지만 통상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임상의 핵심은 1차 평가지표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연골재생 등 디모드 개발은 애초에 어렵다. 디모드는 근본적인 원인까지 고칠 수 있는 약품을 말한다. 물론 한국인 입장에서 코오롱티슈진의 기대가 현실이 되길 응원한다. 회사는 자신감이 넘쳐야 한다는 경영철학도 이해가 된다. 다만 시장 우려에 대한 충분한 설명은 빼먹었다. 자화자찬을 과학으로 입증하길 기대해본다.2018-07-12 06:29:30이석준 -
[기자의 눈] 고혈압약, 환자만큼 약국·도매도 두렵다언제까지 시장 논리에 맡겨둘 것인가. 새로운 정책이 시행되거나, 하다못해 의약품 하나라도 교환, 반품, 회수 조치가 되면 뉴스를 접하자마자 약국과 도매업체는 긴장한다. '이번엔 또 얼마나 싸우고 시달려야 하나'라는 생각이 먼저 든단다. 몇해 전 의약품 일괄 약가인하는 제약사에게도 폭탄이었지만, 중간에서 의약품 배송을 주로 해온 도매업체에게도 핵폭탄급 파장을 불러왔다. 정해진 날짜가 가까워지면서부터 '전쟁'은 시작된다. 제약사가 약가정산 분을 줄이고자 물량을 조절하면 '약이 없다'고 성화하는 약국 항의에 맞춰 없는 약을 구해다 주는 것으로 도매업체의 고난이 시작된다. 날짜가 임박하면 자사의 해당의약품 재고는 물론 거래 약국 재고까지 물량을 파악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재고를 입력하라'고 약국에 공지한 후 정한 날짜가 되면 각 약국에 차액을 정산해주려 도매업체 경리부는 또 한번 전쟁터가 된다. 더 큰 문제는 약국 정산까지 해준 도매업체에 제때 정산액을 주지 않는 제약사다. 심한 경우 1년 가까이 정산을 미루는 배짱을 볼 수도 있다. 약사법에서 정하지 않았으니 강제할 수 없고, 거래관계에서 때론 을이 되는 도매가 정산을 재촉하지도 못한다. 이러한 상황은 의약품이 반품, 회수될 때마다 반복된다. 다빈도일 수록, 거래 약국이 많을 수록 골치아픈 상황은 비례한다. 도매업체뿐일까. 반품, 회수일 때에는 약국도 비슷한 고초를 겪는다. 소비자 항의를 (잘못도 없이) 약국이 감당해야 하고, 환불, 정산 등을 약국이 먼저 해결해야 한다. 이 업무는 또 도매로, 제약으로 이어진다. 타이레놀 어린이 시럽 등 굵직한 의약품 회수 조치를 회상하며 한 도매업체 관계자는 말했다. "반품, 회수 때문에 추가로 약국을 왔다갔다 하는 인력, 그에 따른 유류비, 정산 업무 폭증은 기본이다. 어떤 약국은 착불로 의약품을 보내온다. 배송비까지 내며 왜 도매업체가 제약사 불량제품을 회수해줘야 한다." 이 당시 정산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지 않냐는 질문에 정부 관계자는 "그건 시장 논리에 맞춰 업체들끼리 해결할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시장 논리에 따르자면 도매업체와 약국은 정부의 문제의약품 반품,회수 절차에 협조할 이유가 없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보건의료계 종사자라는 의무감에 이 모든 걸 감당하는 개인사업자, 유통업자들에게 정부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조차 없이 '너희끼리 알아서' 하라며 반품, 회수 공지를 띄운다. 의약품 반품 절차나 매뉴얼에 대한 취재를 여러번 해왔지만, 그 때마다 환자와 생산자 중간에 끼어있는 약국과 도매업체는 '기준이 될 만한 매뉴얼이나 가이드라인이 없다'고 항의한다. 그러나 식약처가 내세우는 가이드라인은 오로지 제약사와 식약처 간의 절차만 포함될 뿐, 잘못된 의약품이 실제 제약사로 돌아오기까지 거치는 무수한 인력에 대한 인건비, 수고비, 실비와 절차는 포함되지 않았다. 당장 219 품목 고혈압약이 발암물질이 포함됐을 가능성으로 인해 판매 중지됐다. 일부 품목은 회수 결정이 불가피할 지 모른다. 한 품목도 골치아팠던 약국, 도매업체들에게 다수 품목이 회수될 지 모르는 이 사태는 감조차 잡을 수 없을 정도의 업무 증가와 비용 증가, 지난한 정산 절차를 떠오르게 한다. 위기 사항일 수록 빛나는 것이 매뉴얼이라던데, 우리 의약행정에서 이러한 빛나는 매뉴얼이 마련될 날이 아직도 먼 것일까. 오늘도 약국과 도매는 어쩌지 못하고 주먹구구식으로 반품, 교환 절차를 나홀로 해결하고 있다.2018-07-10 12:29:50정혜진 -
[기자의 눈]리피오돌, 우리에게 '게르베'는 없나간암색전술에 쓰이는 조영제 리피오돌을 구할 수가 없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가 아니라 제약사가 공급하지 않기 때문인데, 약가가 원인이다. 약가 인상 상한가인 26만원에 자신의 목숨을 맡기고 있는 환자들은 어떤 생각이 들까. 참 황당해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리피오돌의 주인은 다국적사 '게르베'다. 1998년 게르베코리아가 설립돼 국내에서 조영제 등을 판매하고 있다. 리피오돌의 1998년 국내 약가는 8410원, 2012년에는 5만2650원이었다. 그리고 올해 게르베코리아, 아니 정확히 그 뒤에 있는 게르베 본사와 협상 중인 약가가 26만원대다. 리피오돌은 양귀비에서 추출한 유기성 요오드 조영제로 마르쉘 게르베 박사가 1901년 처음으로 발견했다. 1926년 최초의 X-레이 조영제로 사용됐다고 한다. 이후 자궁난관과 림프 조영제 등으로 쓰이다 간암 조영제가 추가됐다. 2014년 미국에서 희귀약 지정을 통해 2021년까지 독점권을 부여받았지만 국내에서는 특허권이나 별도 독점권이 없다. 단, 리피오돌 생산에는 원료인 '천연양귀비 오일'이 필요한데 현재 천연양귀비 오일을 제조하는 곳은 전 세계 단 두 곳으로 알려진다. 게르베와 게르베 자회사다. 국내 마약법을 적용 받는 양귀비 과를 들여올 때 식약처 허가가 필요하다. 해당 종류는 파파베르 솜니페룸 엘(Papaver somniferum L.)과 파파베르 세티게룸 디시(Papaver setigerum DC.), 파파베르 브락테아툼(Papaver bracteatum) 등 3개다. 외에는 허가 없이 들여올 수 있다. 일부 지자체 축제에서 양귀비를 심어놓는 경우가 이런 예다. 원료만 있으면 누구나 국내 생산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리피오돌에 쓰이는 양귀비를 구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게르베가 제조·생산하는 '천연양귀비 오일'이 국내에선 특허나 독점권이 없음에도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이고, 단 26만원대 의약품에 자국민의 생명을 맡겨야 하는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에게 게르베 같은 전문 분야에 특화된 제약사가 있었다면 상황은 달랐을 수 있다. 게르베는 조영제 전문 제약사다. 따라서 리피오돌같이 수요가 많지 않은 의약품도 꾸준히 생산해 온 것이다. 첫 발견부터 100년이 지났지만, 이제서야 그 가치가 높아진 것은 과학 기술의 발전과 새로운 쓰임새를 찾아낸 대가로 볼 수 있다. 물론 기업의 최우선 목적이 이익을 내는 것임에도 인류애적 측면에서 '제약사' 기업 가치는 '건강'이다. 수요가 증가했다고 약가 인상을 빌미로 공급을 중단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제약 강국'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매출 1조원이 넘는 유한양행과 신약 기술수출로 국내 제약산업을 전세계에 널리 알린 한미약품이 있다. 바이오의약품 CMO와 개발 분야에서 전세계 1·2위를 기록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도 있다. 이제 우리에게도 특정 분야에 특화된 전문제약사가 필요한 시기다. 국내사 대부분 고혈압, 고지혈, 당뇨 등 소위 돈이 되는 분야 의약품에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예로 내분비순환기계가 있다. 과연 국내 제약산업이 건강한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의문을 가져야 한다. 팔과 다리는 얇은데 배만 나온 '비만형'은 아닐까. 제네릭만 만들어도 전문 분야에 특화된 제약사가 필요하다. 정부 한 관계자는 "수익이 나오는 시장만 형성되면 국내 제약사들이 뛰어들 것"이라고 얘기한다. 의약품은 공공재 성격이 강하다. 공공제약사 설립이나 필수의약품 공급 콘트롤타워에 대한 얘기가 몇년 동안 나오는 이유일 터이다. 정부의 선제적 개입을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방안들 모두 무너져 가는 단 하나의 다리를 받치기 위한 '버팀목'에 그칠수도 있다는 우려가 생긴다. 신약만 많이 만든다고 제약 강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여러 분야에서 자신만의 전문성을 가진 제약사가 많다면 제 2의 리피오돌 사태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국내 제약사들은 특정 질환에 집중하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건너지 않아도 소수를 위한 다리가 많이 있었다면, 우리 마을에 있는 단 하나의 다리가 무너질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2018-07-05 06:23:13김민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