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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비대면 진료 부작용, 정부 대책있나[데일리팜=이정환 기자] 보건복지부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비대면진료 제도화 방식으로 '초·재진 환자 범위 제한' 대신 '처방 금지 의약품·처방 기한 규제'를 선택하면서 보건의료계는 각자 입장을 담은 입법 의견을 발 빠르게 준비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특히 복지부가 의료법에서 비대면진료 처방약을 제한된 환자군에게만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비대면 조제·배송' 조항을 포함하면서 약계는 안전한 약 배송 제도화를 위한 약사 역할 법제화 방안을 만들어 선제적으로 복지부와 국회에 제출할 필요성이 커졌다. 복지부 안을 놓고 찬반 의견이 여러 갈래로 개진되고 있는데다, 계류중인 비대면진료 법안 4건(최보윤, 우재준, 전진숙, 권칠승 발의안)에 이어 추가 발의를 준비중인 의원실도 있다는 점에서 최종 입법안은 복지부 안을 골자로 한 국회의 심도있는 법안심사를 거쳐야 가까스로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비대면진료는 지난 5년 간 한시적 허용, 시범사업 단계에서 크게 눈 여겨 볼 만한 사고나 부작용 등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았다손 치더라도, 국내 보건의료 전달체계와 약국 생태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국회가 입법 단계에서 심혈을 기울여야 할 당위성이 유독 크다. 복잡한 입법 상황 속 한 가지 다행인 점은 복지부가 기존 비대면진료 환자들의 편의성을 지나치게 해치지 않으면서도, 비급여 처방약 오·남용 수단으로 악용되는 등 우려되는 비대면진료 부작용 최소화를 위한 입법안을 섬세하게 고민하는 표정이 역력하다는 점이다. 복지부는 비대면진료 허용 환자군을 규정하는 방식과 의료취약지 거주 환자 등에 대한 처방약 전달 방식, 의료법·약사법을 위반한 중개 플랫폼 편법 영업 규제책 등의 합리적인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전문가 단체와 학계, 환자·소비자 단체 의견을 빠짐없이 꼼꼼하게 들여다 보고 있는 분위기다. 이런 복지부의 입법 노력은 앞으로 국회 법안심사 때도 안전하면서도 환자 편의성까지 놓치지 않는 비대면진료 제도화에 필히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예기치 못한 비상계엄 선포와 직전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 정권 교체 등 여러가지 혼란스러운 정국 속에서 구슬땀을 흘려가며 국민과 보건의료계, 플랫폼 업계 상황을 다면적으로 고려해 정부안을 마련한 복지부 공무원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다만 복지부가 무겁게 고민해야 할 중요한 입법 요소 중 한 가지가 배제되고 있다는 찜찜함이 남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어쩔 수 없이 실현된 '전국 단위 비대면진료'가 촉발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해결책이다. 비대면진료가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과 같은 특정 지역, 특정 의료기관으로 환자가 매몰되는 현상을 가속화 할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빠져있다는 얘기다. 이재명 정부는 국민 중심 의료혁신위원회 구성·운영 등으로 지역 완결적 보건의료 환경을 구축하고, 지역 간 의료 격차와 의료 인프라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비전을 내세웠다. 아울러 보건의료·복지·주거·돌봄 서비스를 지역 단위에서 통합적으로 제공해 고령화, 만성질환 확산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통합돌봄법(지역사회 통합돌봄 지원에 관한 법률) 연착륙을 위해 중앙 정부인 복지부와 지자체 간 협력 강화에 나선 상태다. 나아가 주치의제, 방문약료제 등을 활성화 해 지역사회의 예방의학적 가치와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수립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성공적인 의료개혁을 지원하고 통합돌봄법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일차의료 강화 특별법 제정안도 국회 대표발의(남인순 의원)한 상태다. 이 같은 이재명 정부의 행정 원칙과 여당의 입법 방향성을 곱씹어 볼 때, 전국 단위 비대면진료가 제한없이 시행되는 방향의 제도화 입법을 별다른 고민없이 수용하는 것은 모순이다. 지역 단위가 아닌 전국 단위 비대면진료를 장벽없이 허용할 경우 특정 지역이나 권역으로 환자가 과몰입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격차 해소, 주치의제를 포함한 통합돌봄법 역착륙, 의료기관 쏠림 현상 타파 등 정부 과제를 자칫 실패로 이끌 가능성이 크다. 이에 전국 단위 비대면진료가 촉발할 부작용을 제어하기 위한 장치를 입법안에 담을 것을 제안한다. 복지부가 우리나라 대·중·소 진료권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규정하고, 소진료권 등 지역 단위로 비대면진료가 시행되도록 독려하는 규정에 대한 사회적 논의 시작에 불을 당기길 바란다. 물론 구체적인 법안 설계가 어렵고 까다롭겠지만 건강한 보건의료 환경 구축, 부작용 없는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위해 복지부가 팔을 걷어 부쳐야 할 의제임이 분명하다. 환자가 자신의 생활권(집·직장 등)에서 가까운 동네의원(일차의료) 담당 의사를 지정해 상시적이고 포괄적으로 건강·질병을 관리받는 '주치의 제도' 성공을 외치는 동시에 환자 거주지나 생활권과 무관하게 전국 어디서든, 어떤 의료기관에서든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는 입법안을 수용한다면 정부 스스로 정책 일관성·신뢰성을 훼손하는 우를 범하게 될 테다.2025-08-24 14:36:54이정환 -
[기자의 눈] 약 배송 논의에 사회적 비용 고려해야[데일리팜=정흥준 기자] 비대면진료 법제화 추진 과정에서 제한적 약 배송이 함께 언급되고 있다. 환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안전성 우려는 차치하고, 법제화 시 예상 가능한 사회적 비용을 검토해야 한다. 현재 거론되는 약 배송 허용 범위는 섬·벽지 등 의료취약지 거주 환자나 거동불편자, 희귀질환자 등으로 제한돼 있다. 시범사업에서도 약 배송이 가능한 대상이다. 예외적 허용의 우려점은 향후 세밀하지 않은 법 조항을 비집고 들어올 약 배송 확대 시도들이다. 가령 의료취약지 거주 환자에게 처방약을 보내면서 일반약을 함께 배송한다면 어떻게 될까. 섬·벽지가 아니라 허용 범위는 아니지만 격오지로 처방약을 배송하다 적발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진료는 비대면인데 조제는 대면으로 해야 하냐는 주장처럼, 전문약은 배송이 되는데 일반약은 약국에서 사야하냐는 요구가 나올 것이다. 의료취약지와 별반 다르지 않아 약 배송이 필요한 지역이라는 주장도 있을 것이다. 결국 민원, 신고와 소송은 전국 곳곳에서 일어날 것이다. 찬·반으로 나뉜 사람들은 정부의 유권해석과 사법부 판례만을 올려다보며 분쟁을 이어가고, 법에서는 규정하지 않고 있는 내용을 두고 사회적 갈등이 깊어질 수 있다. 약계와 정부뿐만 아니라 이용자인 국민들도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감당해야 할 사회적비용은 적지 않다. 수십년간 해결되지 않고 있는 약사와 한약사의 직능 갈등,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제도화 과정의 미진함에서 비롯됐다. 그 책임의 화살은 결국 정부에게 돌아가고 있지만 꼬여버린 실타래를 풀지 못하며 당사자들도 사회적비용을 지불하는 중이다. 약 배송도 마찬가지다. 법이 허술하면 다시 보완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약사법에는 첨예한 의견대립으로 손대지 못하고 있는 조항들이 여럿이다. 만약 허용 범위를 놓고 분쟁이 사방에서 벌어진다면, 뒤섞여버린 이해관계들로 인해 법을 손보기 위한 시도가 녹록치 않을 것이다. 비대면 진료가 제도화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약 배송 논의는 입 밖에 꺼내지 말자는 뜻이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큰 사회적비용을 물어야 하는 이슈인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예외조항을 벗어날 경우에는 어떤 규제 장치가 더 필요한 것은 아닌지, 허용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2025-08-21 16:48:59정흥준 -
[기자의 눈] 불편한 천연물의약품 이중 잣대[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정부는 지난해 5월 ‘제4차 천연물신약 연구개발 촉진계획’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장자원부·환경부·해양수산부·농촌진흥청·산림청 등 7개 부처가 공동으로 천연물신약 연구개발 기반을 조성하고 산업화를 촉진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3대 전략과 6개 중점 과제를 선정하고, 임상 성공률 제고를 위한 맞춤형 컨설팅과 글로벌 진출 지원까지 내세웠다. 관련 예산은 전년보다 2.7% 늘어난 1530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험급여 영역에선 정반대의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애엽추출물 위염치료제에 대한 급여 퇴출 논의다. 정부는 지난해 애엽추출물을 2025년도 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 대상으로 선정했다. 올해 진행된 논의에선 ‘급여 적정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의신청 절차가 남아있지만, 그간 사례를 감안하면 극적으로 결론이 뒤집힐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쪽에선 천연물의약품의 산업적 육성을 위해 예산을 확대하면서도, 다른 한쪽에선 임상적 유용성 부족을 근거로 환자 접근성을 축소하고 있는 셈이다. 산업 육성과 대표 제품 퇴출을 병행하는 모순은 정부 스스로 정책 일관성을 약화시키는 결정으로 비춰진다. 정책 일관성 부족 문제는 두 번의 재평가에서 나온 서로 다른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애엽추출물은 14년 전 보건당국이 급여재평가를 진행한 결과 이미 유용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복지부는 지난 2011년 '기등재의약품 목록 정비'의 일환으로 순환기계용약·소화성궤양용약 등 5개 효능군에 대해 경제성을 검토했다. 이때 스티렌의 ‘위염 치료’ 적응증은 유용성이 인정됐다. 반면 ‘위염 예방’에 대해선 문제가 제기됐고, 임상자료 제출 지연을 둘러싼 법적 공방 끝에 급여 삭제로 결론이 났다. 위염 치료의 유용성에 대해서는 당시 아무런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다. 동일 약물에 대해 정반대의 판단이 내려진 셈이다. 의료 현장뿐 아니라 제약바이오기업 입장에서도 정책의 일관성에 의문을 남는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이중적 태도가 산업 전반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연구 동력을 역화시켰다는 점이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주요 제약바이오기업이 1~2개의 천연물의약품 개발 파이프라인을 보유했지만, 현재는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영진약품이 아토피 치료제 ‘유토마’를 허가받은 이후, 국내에선 13년간 천연물의약품이 배출되지 않았다. 유토마는 원가 문제로 발매조차 되지 못한 채 2022년 재심사자료 미제출로 허가가 취소됐다. 같은 해 종근당이 천연물의약품 ‘지텍’을 허가받았지만, 급여 등재가 지현되면서 역시 출시되지 않았다. 한때 국가 전략사업으로 주목받던 분야가 제도적 모순 속에 사실상 멈춰선 것이다. 애엽추출물을 둘러싼 논란은 몇몇 품목의 생존 문제를 넘어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의 궤적과 직결된다. 과거의 성과를 무비판적으로 긍정할 수는 없지만, 그 과정에서 쌓인 경험과 자산을 시대착오적 산물로 치부하는 것은 분명한 손실이다. 글로벌 기준에 맞춰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이중 잣대를 바로잡는 일이다. 산업 육성을 내세우면서 동시에 퇴출 논의를 병행하는 모순을 해소하고 임상연구과 상업화 지원, 품질 표준화를 아우르는 균형 잡힌 정책 설계가 뒤따라야 한다. 그래야 천연물의약품이 다시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의 무기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2025-08-21 06:16:11김진구 -
[기자의 눈] '생명을 위협'하지 않아도 혁신은 있다[데일리팜=어윤호 기자] 우리나라 보험급여 제도를 논할때 '생명을 위협하는'이란 수식어는 많은 갈증을 유발한다. 아마도 제약업계가 바라는 가장 오래된 제거 대상 1순위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위험분담계약제(RSA, Risk Sharing Agreement)와 경제성평가면제제도의 대상이 그랬고, 최근에는 또 다른 염원이었던 ICER 임계값 탄력 적용을 받기 위한 혁신신약 우대방안에도 '생명을 위협하는'이란 수식어는 형태를 바꿔 암묵적으로 적용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제, 사람이 죽을 정도가 돼야 심각한 질환이란 인식 자체에 대한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 특히 관련 질환과 합병증 등을 포함하면 수많은 인구의 간접적 사망원인이 되는 만성질환 신약들은 현 급여제도에서 외딴 섬이 되버린지 오래다. 이미 올드드럭이 즐비하고 신약의 출몰 자체가 줄었다지만, 패러다임이 전환하는 신약이 있음에도, 대부분 방치되고 있다. 유방암치료제 '트로델비'가 최초로 혁신 신약 우대방안 대상으로, ICER 혜택을 받고 6월부터 급여 목록에 등재됐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트로델비는 임계값이 7000만원대로 책정됐다. 전례없는 금액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명시적인 임계값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경제성 평가 제도가 최초 도입된 2007년 당시 1인당 GDP인 2500만원 기준 일반 약제 2500만원, 항암제 5000만원으로 ICER 임계값이 설정된 이후, 18년째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정설이다. 실제 지난해 심평원이 밝힌 2019~2023년 경제성평가 제출 약제의 ICER값은 일반약제가 1206~3610만원, 항암제가2588~4792만 원이었다. 트로델비가 중대한 족적인 이유다. 다만 이같은 족적이 극히 드문 사례가 되지 않아야 한다. 혜택을 내놓고 적용이 없는 것은 무용이다. ICER 혜택을 받기 위한 기준에는 '생존기간 연장 등 최종 결과지표에서 현저한 임상적 개선이 인정 가능한 경우'라는 조항을 포함 3가지 요건이 제시되고 있다. 생존기간이란 단어에 '생명을 위협하는'이란 뜻이 내포돼 있지만 명확한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김국희 심평원 약제관리실장은 "질환의 위중도, 사회적 질병 부담 등을 고려해 혁신성 인정이 필요한 경우 명문화된 세가지 요건 전부를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ICER 임계값을 상향 조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유연한 심사 가능성을 시사한다. 지난 7월 이재명 정부의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임명된 정은경 장관도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트로델비 사례를 언급하며 혁신성 인정을 위한 정책 변화 필요성에 공감을 표한 바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비만치료제로 그야말로 세간의 이목을 받고 있는 '마운자로'가 최근 당뇨병 적응증에 대한 급여 신청을 제출했다. 워낙 비만이 유명하지만 마운자로의 당뇨병 영역에서 성과는 상당하다. 혈당 조절 목표를 넘어, 10명 중 6명이 저혈당 위험 증가 없이 정상 혈당 수치를 달성해 심혈관계 합병증 예방과 사망률 감소라는 치료의 궁극적 목표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뇨병에서 무려 '관해'라는 개념의 가능성까지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등재 절차를 밟는다고 가정할 때, 마운자로가 당뇨병 급여 등재에 성공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앞서 언급했듯, 만성질환은 이미 특허만료 의약품들이 주로 처방되고 있다. 이들 약제가 비교대상인 상황에서, 바이오 신약의 진입에 밝은 전망을 내놓기는 어렵다. 신약과 약가는 지금, 그 어느때보다 중대한 시류에 놓여 있다. 트럼프 정부의 우리나라 약가 정책 압박과 고가약의 홍수 속에서 '코리아 패싱'에 대한 우려와 함께 향후 정책 방향성이 국민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한국이 앞으로 마주하게 될 보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사회를 조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플 때 누구도 걱정 없는 나라 만들겠다"는 이재명 정부에 기대를 걸어 본다.2025-08-20 06:00:00어윤호 -
[기자의 눈] 수급 불안정 품목 지원 방안 명문화를[데일리팜=이혜경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가필수의약품을 비롯해 공급불안정 품목 등의 수급안정화를 위한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식약처는 당초 올해 상반기 내 업계가 공급 안정화를 위해 필요로 하는 긴급도입, 주문제조, 행정지원 등을 명문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바 있다. 하지만 상반기 내 명문화는 이뤄지지 않았고, 여전히 어떤 방향으로 명문화를 해서 공개를 할지에 대해 여전히 고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의약품 수급 안정화에 대한 지원은 식약처 의약품관리지원팀이 맡고 있다. 지난해 초까지 의약품안전국 내 의약품정책과에서 소관하던 업무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공중보건 위기상황 대응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자 2024년 3월 새롭게 팀이 신설된 것이다. 의약품관리지원팀은 2027년 1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며, 현재 필요의약품 안정공급 체계 확보, 위기대응 의료제품 신속안정 공급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특히 평상시 국가필수의약품지정, 공급중단/부족보고, 수급 모니터링, 행정지원 및 업체 소통, 공급중단 품목에 대한 공급지속 조치 등을 담당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제약업계에서는 행정지원 방안을 구체적으로 명문화해달라는 요청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현장에서 필요한 의약품의 경우 공급중단이 이뤄졌을 시 공급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방안이 필요한데, 품목에 따라 크게는 약가인상까지 이뤄진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품목에 대해 어떤 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지 각 개별 사례를 공유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식약처 또한 다양한 행정지원 방안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는데, 문제는 이 가이드라인을 내부용으로 쓸지 외부용으로 공개할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는데 있다. 대외적으로 가이드라인이 공개될 경우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행정지원이 적용될 수 있는데, 이에 따른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의약품 수급 안정화의 경우 품목별로 지원방안이 다를 수 밖에 없는데, 가이드라인이 공개되면 이를 두고 문제를 삼을 업체도 발생할 수 있다는데 있다. 하지만, 행정지원 명문화의 경우 업체들이 공급 안정화를 할 수 있도록 품목을 생산하는게 가장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다. 행정비용 등의 부담을 감수하고 공급중단 될 수 있는 품목을 생산해야 하는데, 이에 따라 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을 해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경우 내부용이 아닌 대외적으로 공개하고, 사례별 접근을 통한 행정지원 방안이 제대로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2025-08-18 06:00:52이혜경 -
[기자의 눈] 내 투자금이 3순위에만 쓰인다면?[데일리팜=이석준 기자] 자금의 사용목적. 기업이 외부서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공개하는 핵심 내용 중 하나다 투자자들은 투자금이 어디에 쓰일지를 보고 투자를 결정한다. 자금의 사용 목적에 따라 주가 역시 반응한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경우 대부분 '혁신신약 개발을 위한 R&D 투자'를 자금 사용 목적 1순위로 기재한다. 'R&D=기업가치'라는 공식이 제약바이오 업계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자금조달 규모도 사실상 R&D 계획, 즉 자금의 사용목적에 의해 결정된다. 이렇게 중요한 자금의 사용목적이 당초 계획과 달리 쓰여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내 투자금이 1순위가 아닌 3순위, 즉 후순위에 먼저 쓰였다면. 그리고 이 기업이 1년 6개월여만에 또 자금조달에 나섰고 이번에도 자금의 사용목적을 신사업 연구개발비라고 했다면. 아무래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사용처에 대한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다. 삼성제약 얘기다. 이 회사는 지난해초 406억원 규모 유상증자 조달액을 애초 자금사용 목적 '1순위'가 아닌 '3순위'에만 집행했다. 주 사용처 '임상시험 연구개발비' 대신 'CSO 수수료 및 원부자재 대금'으로만 70% 이상을 사용했다. 구체적으로 1순위 ▲임상시험 연구개발비(2024년 2분기~2026년 4분기) 328억원, 2순위 ▲임상시험 관련 인건비(2024년 2분기~2028년 4분기) 31억원, 3순위 ▲기타 판매관리비(2024년 2분기~2027년 3분기) 48억원 등에 집행한다고 예고했다. 다만 자금 사용 계획은 당초와 달라졌다. 올 1분기말(2025년 3월31일) 기준 유증 조달액 406억원 중 292억원은 모두 3순위였던 기타 판매관리비로 쓰인 것으로 확인됐다. 1순위 연구개발비에는 0원이 쓰였다.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자금조달 주 사용처 변경은 'GV1001'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3상을 보고 유증에 참여한 주주들을 기만한 행위라는 의견이다. 3상 변경 승인 직전 유증을 받고 이후 조달액을 임상이 아닌 판관비에만 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일부 주주들은 삼성제약의 최근 271억원 규모 전환사채(CB) 발행 결정에도 의구심을 보낸다. 불과 1년여전 유증 자금사용 계획이 달라진 만큼 CB 조달액도 연구개발비에 전액 쓰일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이다. 물론 변수가 많은 임상 특성상 자금조달 우선순위가 변경되는 경우가 종종 있을 수 있다. 다만 사용처가 변경됐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알려야한다. 방대한 정보가 담긴 분기보고서의 어느 항목에 사용처 변경 내용을 기재해 놓는다면 이를 놓치는 주주(투자자)가 많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해당 유증은 상대적으로 정보에 취약한 일반인 대상 '주주배정실권주일반공모'였다. 기업의 정보 제공 방식은 다양하다. 사업보고서 말고도 IR(기업설명회), 보도자료, 홈페이지, 주주서한 등이 그렇다. 내 투자금이 1순위가 아닌 3순위에 쓰이고 있다면 자금을 유치한 기업은 이에 대한 정보를 투자자가 직접 찾지 않아도 알 수 있도록 자세하고 적극 알려야한다. 또 향후 달라진 계획도 보다 구체적으로 밝혀야한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자금사용목적이 단순히 자금조달을 위한 '미끼'로 사용돼서는 안된다. 또 돈에 이름이 없다고 은근슬쩍 사용처를 바꿔서도 안된다. 명백한 이유가 있어야한다.2025-08-14 06:00:35이석준 -
[기자의 눈] 외면받는 코넥스와 불안한 바이오 생태계[데일리팜=차지현 기자] "미국 프로야구는 마이너리그가 잘 갖춰져 있다. 한 번 메이저리그에서 내려와도 기량을 회복하면 언제든 다시 올라갈 수 있다. 바이오기업의 상장 구조는 마이너리그 시스템을 닮아야 한다." 최근 만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미국 프로야구는 메이저리그만 있는 게 아니라, 그 아래 AAA·AA·싱글A·루키리그로 이어지는 단계별 마이너리그가 촘촘히 구성돼 있다. 선수들은 부상·부진으로 내려가도 재정비 후 복귀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경기 감각과 체력을 유지한다. 실패와 재기의 순환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한국 바이오 자본시장의 구조는 정반대다. 일단 코스닥 진입은 입단 테스트가 매우 빡빡하다. 기술특례나 재무 요건을 통과해야 하며, 상장까지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이 든다. 한 번 기회를 잡기도 어렵지만, 더 큰 문제는 상장 후다. 코스닥에서 퇴출되면 사실상 공개시장 복귀가 불가능하다. 실패를 통한 학습·재도전이 아니라, 한 번 탈락하면 산업에서 퇴출되는 구조다. 국내 바이오 업계에서 실패 후 재도전의 마이너리그 기능을 할 수 있는 제도가 코넥스다. 코넥스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벤처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고 코스닥 이전 상장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13년 만들어졌다. 코스피나 코스닥 대비 거래 요건이 낮고 상장 심사 기준이 낮은 게 특징이다. 즉, 코넥스는 신생 기업의 등용문이자 재도전 기업의 안전망인 셈이다. 바이오산업에서 코넥스의 무게감은 더욱 묵직하다. 바이오 업종은 제품 상용화까지 오랜 기간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초기 단계부터 자본시장에 진입해 기술과 사업성을 검증받고, 이를 토대로 후속 투자 유치와 코스닥 이전상장으로 이어갈 수 있는 발판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또 바이오는 임상 실패나 허가 지연 등 변수가 많기 때문에 실패 후에도 재정비와 재도전이 가능한 구조가 산업 생태계 유지에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현재 코넥스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코넥스 신규 상장 바이오·헬스케어 업체 수는 2015년 17곳으로 정점을 찍은 후 꾸준히 감소해 2016년 13곳, 2017년 7곳, 2018년 6곳으로 매년 줄었고 2021년에는 1곳으로 급감했다. 올해 들어서는 상황이 더 악화됐다. 올해 코넥스에 신규 상장한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은 오션스바이오 한 곳 뿐이고, 코넥스 상장 예심 청구서 제출 건수는 '0건'을 기록했다. 코넥스가 위축되면 초기기업의 선택지는 코스닥 직행이나 비상장 유지로 좁아진다. 준비가 덜 된 기업의 무리한 직상장은 상장 후 실패와 투자자 손실을 초래한다. 반대로 유망 기업이 상장을 포기하면 자금이 비상장 인수합병(M&A)이나 사모시장에만 몰려 공개시장 기회가 줄어든다. 장기적으로 혁신기업 풀(pool)은 축소되고 코스닥 신규 상장은 감소해 자본시장의 활력과 다양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바이오처럼 장기 투자와 안정적 자금 흐름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성장 사다리가 한 번 끊기면 재건이 쉽지 않다. 중요한 건 코넥스를 단기 성과나 이전상장 통로로만 바라보지 않고, 혁신기업이 체력을 키우고 재도전할 수 있는 하나의 인프라로 기능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그렇게 될 때 국내 자본시장은 더 많은 '메이저' 바이오텍을 길러낼 수 있을 것이다.2025-08-13 06:16:19차지현 -
[기자의 눈] 바이오벤처 신규 상장과 매출 딜레마[데일리팜=황병우 기자] '선방이었다.' 올해 코스닥 문턱을 넘은 바이오 상장사의 주가와 성과를 두고 시장에서 자주 들리는 평이다. 다만 구체적으로 보면, 파두 사태(회계·매출 인식 논란) 이후 강화된 숫자 검증 기류가 매출 지표의 존재감을 키웠고, 그 결과 상장 표본이 우호적으로 보이는 ‘착시’를 낳았다는 지적도 공존한다. 바이오 업계에 훈풍이 분다는 시각과 동시에, 애초에 우호적일 수밖에 없는 기업이 주로 상장했다는 시각이 교차한다. 상장한 모든 바이오 기업이 매출만으로 방어한 것은 아니다. 임상 진전이나 파트너십으로 성과를 입증한 사례도 있다. 그럼에도 매출 지표의 영향력이 커진 흐름은 부정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체감이다. 실제로 매출은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가장 직관적인 방어막이다. 다만 바이오 산업은 다른 산업보다 호흡이 길 수밖에 없다. 연구개발과 임상, 규제, 기술이전 협상은 미래 매출을 예고하지만 현재 손익계산서에는 온전히 포착되기 어렵다. 이 간극이 R&D 중심 기업에 대한 심사·수요예측의 보수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금의 '선방'이 구조적 회복으로 읽히는 데는 조심스러움이 필요하다. 상장 후 관리요건과 외형 압박이 커질수록, 일부에서는 핵심 사업과의 관련성이 낮은 외형 보강 시도가 거론된다. 집중력 분산과 기회비용은 결국 파이프라인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평가다. 물론 일부 기업에 상장폐지 경고등이 켜진 사례를 보면, 매출을 기준으로 신규 진입의 문턱을 높이는 조치를 탓하기는 어렵다. 투자자 보호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다만 기술특례상장의 취지를 감안하면, 당장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순수 신약개발 기업의 기회가 줄어드는 부작용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는 매출 지표를 맞추기 위해 부가 사업으로 매출을 메우는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올해 신규 상장 바이오가 선방해 보이는 배경에는 매출 중심의 필터가 있다.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바이오 산업의 속도를 온전히 반영하기는 어렵다. 결국 신약개발형 기업의 통로를 과도하게 좁히지 않도록 제도·평가의 균형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 보호와 회사의 연속성을 위해 매출 지표는 중요하다. 그러나 기술특례의 취지와 바이오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매출도(also)라는 관점이 필요하지 않을까.2025-08-12 06:26:39황병우 -
[기자의 눈] 미국발 의약품 관세, 위기와 기회 공존[데일리팜=손형민 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의약품에 관세 부과 카드를 꺼내들면서 글로벌 제약업계의 공급망이 요동치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의약품에 15% 관세가 부과되면서, 그간 면세 지위에 기대온 가격경쟁력 구조가 흔들리는 것이다. 산업계에선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상황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최근 발표한 'FDA PreCheck' 프로그램은 이 흐름에 맞춰 미국 내 생산을 촉진하는 대표 사례다. 의약품 및 원료의약품(API) 생산의 해외 의존도를 줄이고 자국 내 생산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시설 준비와 신청 절차 과정을 대폭 단축한다는 내용이다.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내 제조 기반을 빠르게 구축하려는 의도다. 기존 승인까지 통상 5~10년 걸리는 기간을 단축해 생산 가동 시점을 앞당기는 구조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잇따라 수십억 달러 규모 투자를 발표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이미 대응에 나섰다. 사노피는 미국 내 생산 역량 강화를 위해 뉴저지 생산시설을 미국 기업 써모피셔사이언티픽에 매각했으며, 로슈는 미국 내 재고 확대를 통해 단기 공급 차질에 대비 중이다. 위탁생산 확대, 공급망 다변화, 재고 비축 등이 주요 대응 전략으로 꼽힌다. 한국 기업에도 영향은 불가피하다. 지금까지는 유럽산 원료를 수입해 완제화한 뒤 미국으로 수출하거나, 유럽 제약사와 공동 개발한 제품을 직수출하는 구조가 가능했다. 하지만 15% 관세가 현실화되면 가격 경쟁력은 곤두박질친다. 특히 고가 바이오의약품이나 희귀질환 치료제처럼 가격 탄력성이 낮은 제품군은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셀트리온이 미국 뉴저지 일라이릴리 공장 인수를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지 생산·현지 유통 구조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역으로 해석하면, 미국 시장 안에서의 생산·유통 거점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기업은 관세 장벽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제조 인프라 구축에 적극 지원 의사를 밝힌 만큼, 현지 투자와 고용 창출을 앞세운 전략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시장 지위를 보장할 수 있다. 기존 공급망 재편은 불가피하지만, 그 과정에서 기민하게 대응한 기업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된다. 한국은 최근 미국과의 협상에서 의약품 분야에 대해 최혜국대우(MFN)를 약속받았다. 이론적으로는 EU와 달리 관세 우대를 받을 수 있어 가격 경쟁력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다만 실질 효과는 공급망 구조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위탁개발생산 산업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현지 원료를 쓰지 않는 한 ‘관세 우위’가 형식적 혜택에 그칠 수 있다. 관세 부과는 단기적으로는 비용 상승과 공급망 불안을 불러올 수 있다. 하지만 구조 전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기업이라면 이를 미국 시장 안착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 위기와 기회의 경계선은 결국 ‘속도’와 ‘방향’에 달려 있다. 결국 이번 관세 부과는 산업계에 하나의 분기점을 제시한다. 단기적으로는 원가 상승과 수익성 악화를 감수해야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입지를 재정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미국이 ‘자국 우선’ 깃발을 든 이상, 한국 기업도 ‘글로벌 현지화’라는 새로운 게임의 룰을 받아들여야 한다. 위기와 기회는 같은 문으로 들어온다. 그 문을 먼저 개방할 수 있는 기업이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2025-08-11 06:16:03손형민 -
[기자의 눈] 다이소가 쏘아올린 저가 건기식, 향방은?[데일리팜=강혜경 기자] 트렌드가 사업·성공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이 되고 있다. 약국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도 변화하는 흐름을 읽고, 최신 동향을 파악하는 민첩함은 잘 되는 약국과 안 되는 약국을 가르는 결정적 단서가 된다. 대중매체에서 보게되는 트민남(트렌드에 민감한 남자), 트민녀(트렌드에 민감한 여자) 같은 신조어도 어색하지만은 않다. 소비자 심리가 인기를 끌고, 소비자 행동론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후반부터다. 김난도 교수가 매년 '트렌드 코리아'를 출간하기 시작한 시점도 2008년부터다. 소비자로부터 선택받느냐, 외면받느냐가 그 어떤 마케팅 보다도 강력한 힘을 발휘하다 보니 식음료·유통 업계 등에서는 전문인재 양성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일부 제약사 역시 컨슈머 헬스케어 전담 부서를 두는 등 의약사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에까지 관심을 돌리고 있다. 올해 초 다이소를 필두로 시작된 건강기능식품 열풍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다이소와 보다 다양한 접점에서 소비자들을 만나고 싶은 제약사의 니즈가 더해지면서 생활용품점인 다이소에 저가 건기식이 출시됐다. 다이소는 200개 점포에 한정해 저가 건기식 판매를 시작했고, 지난 달 부터는 판매 점포를 700여 점포로 확장했다. 전국 다이소 점포가 1576곳임을 감안할 때 2곳 중 1곳이 건기식을 취급하고 있는 셈이다. 그 사이 협업하는 제약사와 상품 수도 더욱 늘어났다. 이에 질세라 편의점들 역시 제약사와의 콜라보에 나섰다. CU와 GS25는 1주~1개월 단위 소용량 패키지로 구성한 건기식을 구성, 판매에 나섰다. 이마트24와 세븐일레븐도 올해 하반기 중 건기식 유통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건기식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고, 약국용 건기식의 경우 최소 1개월 이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나름의 틈새를 파고든 움직임이다. 건기식 출시에 앞서 건강식품 판매에서 쏠쏠한 재미를 본 것도 이들이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서게 하는 이유가 됐다. GS리테일 측이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92%가 정기 또는 간헐적으로 건기식을 섭취 중이며 편의점에서의 향후 구매 의향도 91%에 달한다고 조사됐다. 갑작스러운 피로와 컨디션 저하시 편의점에서 건기식을 구입하겠다는 의견이 39%로 가장 높았으며 매장에서 눈에 띄었을 때, 약국·마트 영업외 시간대에, 출장·여행 중이라는 의견도 각각 33%, 19%, 10% 순이었다. 약사회가 다이소 건기식의 유통에 대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는 지를 놓고 공정거래위원회는 '법 위반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제재절차에 돌입했다. 아직까지 위원회 상정 등이 남아 있지만 공정위가 약사회에 대해 강도높은 조사를 벌이고, 시민사회단체 등으로부터 비난의 화살을 받았다는 것 만으로도 불명예가 아닐 수 없다. 소비자의 약력정보 등을 토대로 가장 잘 건강을 설계해 줄 수 있다는 사람이 약사라는 데는 그 누구도 이견을 달기 어렵다. 특히 다제약물을 복용하는 고령환자일수록, 영양제를 과다하게 복용하는 사람일 수록 약사의 도움은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소비자들의 트렌드는 어떤지, 그들의 구매형태가 어떤 추이를 보이는지 등도 외면하지 말아야 할 문제다. 초창기 엄청난 관심과 인기를 누렸던 다이소 건기식에 대한 매출이 예전같지 않다는 게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결국 선택은 소비자들로부터 나온다는 것이다. 억울한 약사회(?)와 달리 다이소는 계속해 저가 건기식을 늘리고 있고, 결국은 소비자들로부터 매출이라는 성적표를 받게 될 것이다. 편의점 업계까지 참전한 저가 건기식 시장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사뭇 궁금하다.2025-08-07 06:00:00강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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