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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위임형제네릭 품목 허가 수 제한해야[데일리팜=이탁순 기자] 약가제도 개편으로 제네릭약물이라면 빠른 품목허가가 유리해졌다. 등재신청 품목이 성분별로 20개가 넘어가면 그 다음부터 약가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리지널과 동일성분 제네릭약물이 상대적으로 높은 약가를 받으려면 허가를 일찍 받는 게 관건이 됐다. 일반적으로 제네릭사들은 오리지널약물의 PMS(신약 시판 후 조사·자료보호) 만료에 맞춰 제네릭 개발을 완수하고, 가능한 날짜에 바로 허가신청을 통해 퍼스트제네릭 지위를 받는다. 하지만 이를 거스르고 더 빨리 제네릭 허가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있다. 바로 PMS가 부여된 선발약물(혹은 자료제출의약품)과 허여(자료공유)를 통해 진입하는 것이다. 이런 의약품을 업계는 '위임형제네릭'이라고 부른다. 위임형 제네릭은 선발약물 업체와의 위수탁 계약을 통해 선발약물과 동일한 생산시설에서 제조한다. 때문에 PMS와 상관없이 품목허가를 받고 시장에 일찍 출시할 수 있다. 계단식 약가제도 하에서 위임형 제네릭은 일반 제네릭보다 등재순서가 앞서기 때문에 약가를 보전받을 수 있다. 또한 위임형 제네릭을 생산하는 수탁사는 위임형 제네릭사와의 위탁 계약에 따른 제품 생산 확대로 이익을 확대할 수 있다. 이렇게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최근 PMS 의약품의 허여로 품목허가를 받는 위임형 제네릭이 늘고 있다. 문제는 위임형 제네릭 출현에 계획에 없던 경쟁에 직면한 제약사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PMS에 맞춰 제네릭을 준비한 제약사는 억울한 만 하다. 퍼스트제네릭을 꿈꾸며 비용을 들여 생동성시험 등을 통해 제네릭 개발을 진행해왔지만, 등재순위 20위권 밖으로 밀려 제 가격을 못 받게 되는 것이다. 시장 독점을 꿈꿨던 선발약물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임상 등을 거쳐 자료제출의약품으로 허가받아 이전 선발품목의 잔여 PMS를 받은 의약품들이 허여를 통해 제네릭 진입을 열어줄 때 생기는 피해다. 이같은 피해사례는 이미 올해 여러군데서 포착되고 있다. 다만 피해업체보다 위임형 제네릭 이해관계 업체가 더 많고, 현 제도 내에서 불가피한 측면도 있어 제약업계가 한목소리를 내기엔 어려운 사안이다. 하지만 불공정 사례가 생기고 있다는 점만 감안해도 제도 보완의 필요성은 충분해 보인다. 이에 선발약물의 권리를 보호하고, 후발 제네릭약물의 피해를 최소화기 위해서는 위임형 제네릭의 품목허가 수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계단식 약가제도가 시행된 지금, 공정한 제네릭 개발 경쟁을 위해서는 이같은 제한장치가 절실하다.2020-09-11 16:44:56이탁순 -
[기자의 눈] 테마주 도덕성과 규제의 역설[데일리팜=정새임 기자] 일부 제약바이오 대주주와 고위 임원들의 주식 매도가 입방아에 오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류에 편승해 주가가 오르면 지분을 매도해 시세 차익을 얻고, 그로 인해 주가가 떨어지면 그 피해는 개인 주주들이 입는다는 지적이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라는 불법적 요소가 아닌 이상 이들의 지분 매도는 법적으로 문제될 만한 소지가 없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 주로 따라붙는 말은 '모럴 해저드', '도덕 불감증'과 같은 단어다. 이런 말들은 기업 이미지에 일부 타격이 될 수 있을지언정 파급력은 미미하다.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십억원이 생길 순간에서 '도의적'이라는 말이 큰 힘을 발휘할 리 만무하다. 당장 내 앞에 놓여진 선택지라면 수익 실현을 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이미 주가는 몇 배 뛴 상황에서 개인의 도덕성이 높길 바라는 건 언제라도 무너질 모래성이 튼튼하길 바라는 것과 같다. 수많은 기업들 내부에는 몇 배 더 많은 임원 등 경영진이 있다. 처한 상황이나 앉은 자리에 따라 도덕성의 문턱은 언제고 잠시 낮아질 수 있다. 그만큼 욕망의 힘은 강하다. 게다가 자본주의적 시각에서 보면 오히려 '합리적인 행동'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도덕적 해이를 질타할 순 있어도 이것이 반복되는 현상을 바꿀 순 없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이 최대한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갖추는 것이 더 실효성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이 최대한 많고 자세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함으로써 손쉽게 주가 부양이 일어나지 않도록 말이다. 현재는 별다른 데이터 없이 몇 마디 말 만으로 쉽게 주가를 올릴 수 있다. 이를테면 자사 물질에 대해 세포실험한 결과 (흔히 비교되는)'렘데시비르'보다 효과가 수십배 뛰어났다는 발표로 상한가를 친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그런데 이들 기업 중 자사 물질을 얼마나 투여했는지, 어떤 효과가 나타났는지, 기전은 밝혀졌는지 등 구체적인 설명을 거론한 곳은 손에 꼽는다. 전임상이라지만 렘데시비르보다 훨씬 뛰어난 효과를 보였는데 논문 하나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 어떤 기업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했다면서 전문의약품인지 일반의약품인지 아니면 모기약같은 의약외품인지도 밝히지 않았다. 이런 것까지 기밀에 해당된다면 보도자료도 내지 말았어야 할 단계다. '코로나' 타이틀이 붙었다는 이유만으로 무분별하게 주가가 뛰지 않도록 데이터 공개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기본적인 정보와 설명도 적시하지 않는 기업에겐 가차없는 제재와 경고를 줘야 한다. 약에 대한 신뢰는 데이터에서 나오고, 이는 과학적 검증을 통해 증명되는 부분이다. 반짝 주가올리기용이 아니라 정말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고자 한다면 증명된 데이터를 공개해 신뢰도를 높이자는데 반대할 기업은 없을 것이다. 기밀이라는 말은 변명에 불과하다. 이미 상업화된 물질에서 기밀은 적용되지 않으며, 신약 물질이라면 좀 더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투자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실제로 지난 2월 금융위원회가 제약바이오 업종의 공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뒤 임상 중단 등 기업에 불리한 내용도 공시됨으로써 투자자의 피해를 줄였다. 코로나19처럼 특별 상황에서 이에 맞는 특별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때다. 제도가 모든 상황을 제어할 순 없지만 적어도 함부로 주가 부양을 할 수 없다는 '인식'을 준다. 쉽게 주가 부양이 가능한 제도 하에선 오히려 시세 차익을 얻지 못하는 자가 바보 취급을 받는다. 반대로 어설픈 말 만으로 주가 부양이 소용 없다면 개인이 욕망과 양심의 가책 사이에서 고민할 상황 자체가 적어진다.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는 힘은 제도에서 나온다.2020-09-09 06:15:13정새임 -
[기자의 눈] 원내약국 논란 언제까지 방치할건가창원 경상대병원, 천안 단국대병원 사태로 불씨가 당겨진 편법 원내약국 논란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형 병원 문전을 비롯해 지역의 클리닉빌딩까지, 우리 주변에 크고 작은 ‘원내약국’ 논란과 갈등이 산재해 있는 게 현실이다. 최근 부산의 한 사례도 편법 원내약국 논란으로 번질 모양새다. 지역 내 한 클리닉빌딩 내 내과병원이 그간 빌딩 옆 병원 전용 주차장으로 사용해 오던 부지에 건물을 세우고 병원 이전을 준비하면서 문제는 불거졌다. 해당 병원이 굳이 바로 옆 주차장 부지에 건물을 세워 이전하는 배경에 뒷 이야기가 무성한데, 인근 약국들에 따르면 이 병원은 건물을 세우기 전부터 1층 약국 자리에 들어올 약사에 대한 물색부터 들어갔다. 해당 병원장은 기존 빌딩 내 1층 약국 약사들에게 이전하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하는가 하면 신규 약국 자리의 약사는 건물 완공 전 약국 자리 개설 신청부터 진행하기도 했다. 인근 약국들에 민원 등으로 지역 보건소는 일단 약국에 대한 개설 신청을 보류했지만, 새로운 자리에 들어오려는 약사의 저항 역시 만만치 않아 약국 개설에 대한 불씨는 남아있는 상태다. 항상 그랬듯 편법 원내약국 논란에 중심에는 환자의 건강권과 개인의 재산권이 팽팽히 맞선다. 더불어 인근 약국 약사들의 생존권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부분 중 하나다. 하지만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개인의 재산권, 환자의 건강권을 둔 논쟁 이전에 이를 판단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부족한 현실은 늘 아쉬운 대목이다. 그 지역 보건소 약국 개설 담당자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금의 약국 개설 기준과 원내약국을 판단하는 잣대는 모호한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폐기된 편법 원내약국 근절 법안은 이번 21대 국회에서도 여전히 표류 중이다. 개인 재산권, 직업자유권을 주장하는 의사단체와 병원 단체의 강력한 반대 의사가 해당 법안 통과를 가로막는 중차대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창원 경상대병원, 천안 단대병원 원내약국 판결들에서는 특정 개인의 재산권 이전에 환자의 건강권, 그리고 병원과 특정 약국 간 담합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에 무게를 실었던 바 있다. 약국 자리 기근 속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편법 원내약국 논란은 앞으로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불필요한 논란이나 갈등을 불식시키기 위한 명확한 기준이나 제도적 장치가 시급한 때다.2020-09-07 16:38:37김지은 -
[기자의 눈] 정부는 왜 소분 건기식에 꽂혔을까?[데일리팜=정흥준 기자] 맞춤형 소분 건기식에 쏟는 정부의 공이 예사롭지 않다. 표면적으론 규제샌드박스를 통한 시범사업이지만 사실상 식약처 역점사업으로 힘을 쏟고 있는 듯 보인다. 식약처는 지난 4월 소분 건기식 시범운영 계획을 밝혔을 당시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중심의 최근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제도로 정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비자의 편의성 제고나 질병예방에 따른 사회적 비용 절감 등의 이유는 소분 건기식을 통해 기대하는 부수적 효과라는 것쯤은 모두가 알고 있다. 지난 7월 이의경 식약처장은 첫 오프라인 매장 오픈식에서 “식품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진심을 밝혔다. 이후 시범사업 참여기업은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또 식약처는 '문제가 없다면' 내년에 건기식 소분판매를 허용하기 위해 시행규칙을 개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년간의 시범사업과는 상관없이 시행규칙 개정은 이미 확정된 것처럼 들리는 것은 기분탓일까. 그렇다면 정부는 왜 이토록 소분 건기식에 정성을 쏟는 것일까. 분명한 것은 소분 건기식의 시장 안착 및 확대는 일반의약품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지난 5월 하나금융투자에서 나온 건강기능식품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건기식 시장은 향후 3년간 연평균 10%씩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심은주& 8231;이정기 애널리스트는 ‘비처방 일반의약품 대비 건기식으로 질환을 예방하는 경향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 정부의 규제 혁신이 날개를 달아줬다는 분석이다. 건기식 제조& 8231;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판매사업자의 사전신고 의무를 폐지했고, 안정성이 확보된 일부 의약품 성분을 제조 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또 소분 혼합포장을 가능하도록 하고 광고가능 범위도 확대했다며, 과거 일본의 규제 개혁과 유사한 길을 걷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선 약국& 8231;약사들이 단순히 소분 건기식 산업의 성장을 우려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시장 확대의 기반을 온라인과 구독경제에서 찾고 있다는 점이고, 이는 애널리스트들이 전망하듯 일반약 시장을 위협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맞춤형 소분 건기식 모델이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이는 미국의 온라인 약 배달서비스인 ‘필팩’도 수년간 미국의 온오프라인 시장을 재편성했다. 필팩은 구독서비스로 의약품을 정기 배송을 해주는 기업으로 2014년 창업했다. 이후 4년만인 2018년 아마존에 약 10억 달러로 인수된다. 눈여겨볼 점은 인수 이후 오프라인 의약품 유통업체들의 주가가 모두 하락했고, 온라인 유통시장의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2018년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구매건수 기준 온라인이 35.9%를 차지하고 있다. 만약 정부의 예상대로 소분 건기식이 제대로 안착한다면 구독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건기식은 나머지 65%의 오프라인 채널까지도 잠식해나갈 것이다. 이는 약국을 포함한 오프라인 건기식 채널의 재편성을 의미한다. 또한 일반약 시장으로 번질 불똥의 크기가 결코 가벼울 것이라고 예상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2020-09-03 18:50:35정흥준 -
[기자의 눈] 거리두기 2.5단계와 갈 곳 잃은 MR[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오늘도 출근을 하긴 했는데, 그냥 차에만 앉아 있었습니다.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까요." 수도권에서 제약사 영업사원으로 일하는 A씨가 답답해하며 토로했다. 그는 오늘도 점심을 차에 앉아 김밥으로 때웠다. 카페에도 갈 수 없는 처지였다. 운전석에서 노트북을 열어 회사가 내준 숙제(업무 대신 숙제라고 표현했다)를 하고, 전화 몇 통을 돌린 뒤 퇴근했다. 정부는 수도권에 이달 6일까지 한시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3단계에 가까운, 2.8단계쯤으로 봐도 무방한 조치가 권고됐다. 길거리는 부쩍 한산해졌다. 많은 제약사가 2.5단계 거리두기에 뜻을 같이하고 있다. 내근직·영업직을 가리지 않고 집에서 머물 것을 권장한다. 하루라도 빨리 2차 확산이 누그러지길 바라는 마음에 다소의 피해는 감내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소수의 몇몇 제약사다. 회사 차원에서 재택근무 방침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재택근무를 권고하면서도 사무실 출근만 하지 않게 하는 편법도 만연하다. 회사의 뜻을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 잘못 이해한 것인지 모르지만, 중간관리자는 '은근한 압박'으로 해석한다. '되도록 거래처를 방문하지 말라'는 요구와 그럼에도 '이번 달 목표실적은 달성하라'는 요구가 모순처럼 뒤섞인다. 등쌀에 못 이겨 거리로 나온 영업사원들은 갈 곳이 없다. 거래처에선 영업사원 방문을 부쩍 꺼린다. 지난 3월 1차 확산 때보다 정도가 심하다는 전언이다. 그도 그럴 것이 특히 수도권에서 재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이미 제약업계에서, 특히 영업직에서도 적지 않은 확진사례가 나왔다. A씨는 '나쁜 학습효과'라고 표현했다. 모든 제약사가 1차 확산을 경험했다. 각자의 방식으로 대응해 선방해냈다. 적어도 제약업계에서만큼은 1차 확산이 예상보다 잠잠하게 지나갔다. 그러나 이 경험이 오히려 지금의 2차 확산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차 확산 당시의 경험 때문에 둔감해진 탓에 그때만큼의 경각심이 없다는 지적이다. A씨 사례가 단적이다. 그는 "확실히 지난 3월보다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푸념했다. 내일도 수많은 A씨들이 압박에 못 이겨 억지로 출근길에 오를 것이다. 그리고 갈 곳을 잃은 이들은 방황할 것이다. 눈앞의 작은 이익만을 쫓는 극소수 관리자의 잘못된 판단 때문이다. 정부는 8일간의 배수진이 뚫려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불가피하게 3단계로 격상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탐대실의 위험한 도박은 불필요하다. 애초에 이번 재확산 사태 역시 극소수의 잘못된 판단에서 비롯됐음을 명심해야 한다. 부디 유격훈련에서의 마지막구호를 외치는 불상사가 제약업계에서 나오지 않길 바랄 뿐이다.2020-09-02 06:10:30김진구 -
[기자의 눈] 의·정갈등과 코로나 공포 파묻힌 민심[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의대정원 확대 정책을 도화선으로 한 의료계와 정부 간 강대강 대치가 풀릴 기미 없이 악화일로다. 보건복지부가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한 전공의 10명을 경찰 고발하고 대한의사협회와 전공의협의회가 무기한 총파업을 확정하면서 의정이 "건너선 안 될 강을 건넜다"는 탄식이 나온다. 의정 갈등은 정치 쟁점화하며 여야 갈등과 국론 분열로까지 확산했다. 복지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와 청와대, 여당이 한 편에 섰고 의협·전공의협을 선두로 야당이 맞은편에 서 상호 약점을 물어뜯는 형국이다. 의정이 네 탓 공방을 반복하며 치킨(겁쟁이) 게임을 벌이는 지금,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일평균 300명을 넘나드는 위기상황인 점은 아이러니다. 확진자 급증으로 사회 전반이 불안 속 휘청거리고 있지만 확진자 치료와 감염병 방역, 사회안정에 힘을 모아야 할 의정은 등을 돌리고 섰다. 정부는 이례적으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발령했다. 식당과 커피숍, 체육시설 등 자영업자 경영주는 매출손해를 감수하며 정부 정책에 따라 문을 닫거나 울며 겨자먹기로 축소 운영에 돌입했다. 국민 모두는 코로나19 종식과 평범한 일상으로의 회귀를 꿈꾸며 늦더위 속 사회적 거리두기 핵심인 비말차단 마스크 착용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치킨(겁쟁이) 게임의 끝은 공멸이다. 어느 한 쪽이 물러서지 않으면 둘 다 죽는다. 지금으로선 정부와 의료계는 사실상 이성을 잃고 각자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죽기를 각오한 태도다. 애먼 국민과 환자는 이성의 끈을 놓친 의사와 정부를 번갈아 쳐다보며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이 끝나기만을 바라고 있다. 의료계와 정부는 치킨 게임을 멈추고 코로나 재확산과 의정갈등 이중고로 쩔쩔매고있는 국민 표정을 살피며 이성을 찾을 때다.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첩약급여 시범사업, 원격의료 도입을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의 주장은 각자 논리가 단단해 지금 당장 합의점을 찾기 어렵다. 치킨 게임은 양쪽 모두 물러서지 않으면 둘 다 죽지만, 양쪽 모두가 물러서면 공생의 길을 찾을 수 있다. 지금은 의정이 파워게임을 벌일 때가 아니라 코로나 공포에 파묻힌 민생을 구하는데 손을 맞잡을 때다. 국가재난상황이다. 의료계와 정부 어느 누가 한 걸음 물러선들 물러선자를 겁쟁이라고 손가락질 할 국민은 없다. 양쪽 모두가 한 발씩 물러선 뒤 코로나 종식 후 공공의료 확대 정책을 함께 고민하는 장면을 보여준다면 더할나위 없을 테다. 코로나 팬더믹 장기화로 인파로 붐볐던 수도권 도심 곳곳이 유령도시가 됐다. 역병으로 살갗 깊숙히 경영피해를 입은 국민을 코로나 공포에서 구해내는 일, 이성을 잃은 의료계와 정부가 해야 할 최우선 과제다. 의사와 정부 스스로도 "의정 갈등 끝을 예단할 수 없다"며 싸움에 임하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것은 코로나 위기로 충분하다.2020-08-31 16:15:02이정환 -
[기자의 눈] 코로나와 비대면 그리고 약국[데일리팜=김민건 기자] 최근 서울지역 약국으로 의약품 택배배송 제휴를 권유하는 업체의 홍보 우편물이 전해졌다. '배달약국 없는 원격진료는 단팥없는 단팥빵!'이라니 비대면(언택트) 시대에 선 약국의 현 위치를 제대로 꼬집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약사회가 약사법 위반 등으로 고발하겠다고 하면서 해당 업체가 한발 물러섰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약사사회에 새로운 서비스를 들이려는 기업들이 넘쳐나고 있다. 코로나19가 4차산업시대를 촉진하면서 약국도 '뉴노멀' 시대 한가운데 선 상황이다. 보수적인 약사사회지만 기술적 차원이 아닌 산업 측면에서 외면할 수 없을 만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디지털치료제라는 신개념의 의료기기를 의약품 수준에 준해 취급하고 있다. 디지털치료제라는 생소하고 낯선 개념이 약국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아직은 잘 모를 수밖에 없다. 연구하고 고민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판 뉴딜 정책에서 원격의료와 비대면 처방, 의약품 배송, 전자처방전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 서울대병원은 대구 지역 약국으로 1200건의 원외처방전을 팩스 발송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팩스 대신 모바일기기로 처방전을 보내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많은 약국이 전자처방전을 비난하지만 IT기업과 대학병원 입장에선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인 것도 분명하다. 사실은 약국도 4차산업시대 IOT 기술에 적지 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약사들은 "앞으로 약국에 도움이 될 수 있는 4차산업 기술이 무엇이 있고, 이를 활용해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를 공통적으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6월 대한약사회가 농심데이터서비스(NDS)와 추진하던 전자처방전 시범사업 중단은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배달앱 등 불법적인 난립을 사전 차단하고 선제적으로 표준 기준을 만들어가자는 게 배경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약국 안에서부터 변화는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카드 매출이 증가하면서 POS시스템과 IOT기능을 접목할 수 있는 활용법을 찾기 시작했다. 화상투약기가 많은 반발을 불렀지만 다양한 IT기술을 적용한 '디지털약국'이 등장하는 건 시간 문제로 느껴진다.2020-08-27 19:41:20김민건 -
[기자의 눈] 한국 약제급여에서 '올커머'의 소외[데일리팜=어윤호 기자] '올커머(All-comer)', 제약업계에서는 어떤 질환의 특정 치료단계에서 환자의 거름없이 약을 처방할 수 있는 적응증을 일컫는다. 수용체나 유전자 변이와 무관하게 효능을 입증했다.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얘기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정부는 이같은 올커머 적응증에 대해 보수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어찌보면 당연하다. 약물의 쓰임새가 넓다는 말은 사용량의 증가를 의미하고 이는 재정 고민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올커머 약물에 대한 신중함, 혹은 조심성에는 재정 이외의 장벽도 존재하는 느낌이다. 일각에서는 그것을 효능에 대한 의구심이라 말한다. 난소암에 쓰이는 PARP(Poly ADP-ribose Polymerase)저해제 '제줄라(니라파립)'라는 약이 있다. 이 약은 승인받은 모든 치료단계에서 표적하는 유전자 BRCA 변이와 무관하게 효능을 입증했다. 단, 입증과 함께 차이도 있다. 제줄라는 gBRCA 변이 환자에서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 기준으로 4배, 변이가 없는 환자에서는 2배의 개선을 보였다. 또 gBRCA 변이가 있으면서 상동재조합결핍(HRd)까지 음성인 환자에서는 위약군과 격차가 더 줄었다. 분명 입증했고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지만 효능에 차이는 있다. 약물의 기전상 분명 타깃하는 유전자가 있는데, 그와 무관하게 유효성이 도출된 이 약물에 대한 급여 적용을 놓고 현재까지 정부는 'BRCA 변이로 제한'을 고수하고 있다. 조심스러울 수 있고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도 있다. 다만 앞선 사례를 봤을 때 시간은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면역항암제 최초로 비소세포폐암 영역에서 올커머 적응증을 들고 나왔던 PD-1저해제 '옵디보(니볼루맙)'는 당시 모든 전문의가 'PD-L1 발현율'이 마커가 아니라는 것에 동의했지만 시기상조라는 분위기를 넘지 못하고 급여기준에 제한이 걸린채 2017년 등재됐다. 이후 논의는 있었으나, 현재까지 급여기준은 동일하다. 신중함과 함께 절충안과 환자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상피성 난소암 환자의 약 15% 정도만이 BRCA 1/2 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85%에 해당하는 대다수의 환자들이 BRCA 변이 유전자가 없다는 의미다. 허가당국의 승인을 받고 나온 약의 급여 논의에서 의사들까지 재정 걱정을 이유로 반대의 목소리를 전하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제약사의 터무니 없는 요구가 있다면 단연 수용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분담안이 있다면, 입증된 데이터를 두고 선입견 없이 논의를 진행할 필요는 있지 않을까.2020-08-26 12:19:14어윤호 -
[기자의 눈] 시행착오와 신약수출 전략의 진화[데일리팜=안경진 기자] 8월에는 제약·바이오업계 반가운 소식이 많았다. 국내 간판 제약사 한미약품과 유한양행이 연달아 신약파이프라인의 글로벌 기술이전 계약 체결 소식을 전하면서 연구개발(R&D) 저력을 드러냈다. 국내 기업들의 라이선스 계약에서 '진화' 현상이 포착됐다는 점은 흥미를 더하는 요소다. 한미약품은 이달초 비알콜성지방간염(NASH)을 치료하기 위한 바이오신약의 글로벌 판권을 미국 MSD에 이전했다. 기술이전 규모는 한화로 약 1조원(8억7000만달러) 규모다. 반환의무가 없는 계약금으로 1000만달러를 챙겼다. 상업화 이후 매출액에 따른 로열티는 별도 수취하는 조건이다. 업계에서 이번 기술이전 계약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에피노페그듀타이드'로 명명된 GLP-1 기반 이중작용제가 불과 1년 전 얀센으로부터 돌려받은 파이프라인(HM12525A)이라는 점에서다.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개발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 2015년 11월 얀센과 당뇨/비만 적응증으로 총 9억1500만달러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이듬해 11월 환자모집이 일시 유예됐다. 이듬해 6월 임상시험이 재가동됐지만 작년 7월 권리가 최종 반환되고 말았다. 얀센은 판권반환 당시 "중증 비만을 동반한 제2형 당뇨병 환자 대상의 2상임상 2건을 분석한 결과, 체중감소 목표는 충족했지만 혈당조절 효과가 내부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라고 언급했다.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비만 치료효과만큼은 충분히 입증했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이후 공개된 2건의 임상데이터는 비만치료제로서 잠재력을 나타냈다. 시험약을 투여받은 피험자들은 12주 후 유의한 체중감소를 나타냈고, 블록버스터 비만치료제 '삭센다'와 비교 연구에서도 뒤지지 않는 유효성과 안전성 프로파일을 확보했다. 권세창 한미약품 대표가 올해 초 JP모건헬스케어컨퍼런스에서 'HM12525A'를 핵심 과제로 지목하고, 세계 최초의 주1회 투여 비만치료제로 개발하겠다고 선언한 데는 이 같은 자신감이 깔려있었던 셈이다. 한미약품 경영진은 GLP-1 기반 이중작용제의 회생프로젝트를 가동한지 1년 여만에 새로운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랩스커버리 플랫폼기술에 대한 신뢰회복에 성공했다. 기술이 반환됐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확번 확인시키는 한편, 4년 여만에 빅파마와 조 단위 계약을 체결하면서 R&D 내공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지난주 유한양행과 프로세사파마슈티컬즈의 계약에서도 시사점을 찾아볼 수 있다. 유한양행은 미국 바이오텍 프로세사파마수티컬에 기능성 위장관질환 치료후보물질 'YH12852'의 글로벌 판권을 이전했다. 총 계약규모는 한화 기준 약 4872억원(4억1050만달러), 반환의무가 없는 계약금은 200만달러다. 계약금은 전액 프로세사 주식으로 받고 총 기술수출금액 내에도 450만달러 상당의 주식이 포함돼 있다. 계약상대가 잘 알려지지 않은 소규모 바이오텍인 데다, 즉각적인 현금 유입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업계 주목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하지만 'YH12852'의 개발 히스토리를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YH12852'는 유한양행이 자체 개발한 합성신약 후보물질이다. 유한양행은 2013년 건강한 성인 대상의 국내 1상임상에 착수해 우수한 장운동 개선 효과를 확인하고, 환자 대상의 2상임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하면서 2년가까이 계류 중인 상태다. 프로세사는 내년 초 미국식품의약국(FDA)과 미팅을 갖고 2상임상 진입 계획을 타진한다고 알려졌다. 2018년 이후 별다른 개발 진척이 없었던 신약 파이프라인을 위장관 분야에 특화된 바이오텍에 넘기면서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는 분석이다. R&D 전략을 구사할 때도 선택과 집중, 효율적인 '엑시트'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몸소 보여줬다. 그동안 국내 제약기업들은 많은 기대와 쓴맛을 보며 적잖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수많은 시행착오는 신약 기술수출 전략의 진화로 이어졌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할 때 '실리'에 눈뜨기 시작했다는 점이 반갑다.2020-08-24 06:11:55안경진 -
[기자의 눈] '좋은병원' 목록에 없으면 나쁜병원?[데일리팜=이혜경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11일부터 '우리 지역 좋은 병원 찾기'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심평원 홈페이지 의료정보 메뉴에서 지역과 분야를 선택하면 병원 평가결과가 우수한 병원 리스트가 나온다. 이 페이지에서는 의료질 평가결과 뿐 아니라 1인실 상급병실료, 의사수, 병상수 등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심평원의 의료질 평가결과가 우수한 병원을 '좋은 병원'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심평원 평가 결과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평가 결과는 없지만, 동네에서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 받는 병원도 있기 마련이다. 심평원은 자기들의 평가를 받고, 인정을 받은 병원만이 '좋은 병원'이라는 프레임을 씌웠다. 좋다의 반대말은 '나쁘다', '싫다'는 의미인데 심평원의 '우리 지역 좋은 병원 찾기' 서비스에 검색되지 않는 병원은 '나쁜 병원'이라는 의미일까. 최근 무릎 관절 진료를 위해 동네 정형외과를 자주 찾는다. 갓 개원한 동네의원이라 심평원으로부터 의료질 평가를 받은 적이 없는 곳이다. 대부분의 동네의원이 3분 진료가 기본이라지만, 이 병원 원장님은 그 이상의 진료를 보면서 환자의 상태를 팔로업 한다. 비급여가 적용되는 항목이 있다면, 사전에 환자에게 동의를 구한다. 이 곳에서 진료를 받고 나오면 기분이 좋다. 하지만 심평원의 '좋은 병원' 검색 서비스를 통해선 이 병원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그렇다면, 심평원이 이야기 하는 좋은 병원을 검색해 보자는 마음에 동네 지역을 선택하고 관절 항목을 눌러봤다. 나오는 병원이 없다. 조금 더 반경을 넓혀 서울 전역으로 검색했다. 관절 분야 좋은 병원은 강서구, 동대문구, 영등포구, 서초구 등에 한 곳씩 포진돼 있다. 단 4곳 만이 서울 지역 관절 치료에 있어 좋은 병원이다. 심평원의 프레임대로 라면, 나머지 정형외과는 모두 나쁜 병원이 되고 만다. 심평원은 좋은 병원 찾기 서비스를 홍보하면서 경증질환에도 수도권 대형병원을 선호하거나 우리 주변에 진료를 잘하는 병·의원이 있음에도 관련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만큼, 필요한 병원정보를 찾아보기 쉽게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 서비스는 좋은 병원과 나쁜 병원을 나누기 위해 만든게 아니다. 심평원의 평가 결과가 우수한 병원들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정리한 정보를 말한다. 그야말로 심평원이 서비스다.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국민들 뿐 아니라 공급자까지 생각했다면 '좋은 병원 찾기 서비스'가 아닌 '평가 결과 우수 병원' 등 주관적 의견을 빼고, 공공기관으로서 객관적인 네이밍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2020-08-21 19:23:01이혜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