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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투명한 정보, 백신 신뢰 확보의 출발점[데일리팜=손형민 기자] 이달 15일부터 65세 이상 고령층과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예방 백신의 동시 접종이 시작됐다. 질병관리청은 두 백신을 동시에 접종하더라도 이상 반응 발생률이 각각의 백신에서 나타나는 수준을 넘어서는 일은 없다고 안내했다. 이는 고령층과 만성질환자 등 건강 위험이 높은 계층을 대상으로 한 조치이기에, 접종 불안감을 최소화하고 안전성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럼에도 최근 일부 연구 결과나 통계 수치가 단편적으로 소비되면서, 백신과 특정 질환 발생을 직간접적으로 연결지어 해석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해외에서도 백신 신뢰도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보건 당국이 최근 코로나19 백신을 아동 25명의 사망과 연관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가 백신에 대한 허위 정보를 조직적으로 유포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백신 접종 후 특정 질환의 발생률이 높아졌다는 일부 보고가 공유되며 불안이 확산되고 있지만, 의학 데이터는 항상 주요 변수를 고려해 분석해야 한다. 수치상 차이가 나타났다고 해도 그것이 곧 인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표본 구성, 관찰 기간, 생활습관, 기저질환 등 다양한 요인이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코로나19 백신은 도입된 지 6년이 채 되지 않은 신기술 기반 백신으로, 장기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점도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와 의료진은 객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NIP(국가예방접종사업)의 신뢰를 지켜내야 할 책무가 있다. 동시 접종에 대한 우려 역시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투명하게 다뤄야 한다. 이상 반응 사례를 숨기거나 축소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불안을 잠재울 수는 있지만, 결국 공중보건 전반의 신뢰를 훼손하게 된다. 의료진과 연구자들은 정확한 연구 과정을 통해 객관적 데이터를 축적하고, 그 결과를 국민에게 있는 그대로 설명해야 한다. 윤리 의식과 책임감을 기반으로 한 투명한 정보 전달이야 말로 공중보건의 지속 가능한 신뢰를 세우는 출발점이다. 백신을 맞는 사람, 연구를 수행하는 사람, 그리고 정책을 안내하는 정부 모두가 이 과정을 이해하고 제 역할을 다할 때, 예방접종사업은 비로소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특히 NIP에 코로나19 백신이 포함돼 시행되는 것 자체가 이미 객관성과 신뢰성을 담보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접종 프로그램의 설계와 심사 과정, 임상시험 데이터 검토, 이상반응 모니터링 등 모든 단계가 과학적 검증을 거친 결과물이다. 논란이 있다고 해도, 단편적 데이터나 정치적 주장 만으로 전체 신뢰를 흔들 수는 없다. 팬데믹 이후 남은 불안과 피로는 여전히 사람들을 단편적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만들고 있다. 과학적 근거와 투명한 소통을 중심에 두는 접근만이 백신 신뢰도를 유지하고, 공중보건의 지속 가능한 안전망을 지키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2025-10-17 06:09:25손형민 -
[기자의 눈] 장기처방 어쩌다 사회문제가 됐나[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이건 분명 심각한 문제입니다. 앞으로 더 그렇게 될 것이고요. 하지만 대형 문전약국에 국한된 문제라고 보는 시각이 제도 개선의 장애물이죠.” 5년 전 한 대학병원 문전약국 약국장이 했던 말이 뇌리에 남아있다. 이 약사는 당시 약국에 접수된 처방전을 바탕으로 3년 간의 처방조제일수를 분석한 결과를 내밀며 장기처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당시 10건 중 4건이 90일 이상 처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약사는 정부는 물론이고 약사회조차 문전약국만의 일로 치부하며 관심을 갖지 않고 있는 점이 한계라며 씁쓸해 했다. 약사의 말을 증명하듯 해당 취재 기사에 대한 약사사회 관심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장기처방 문제는 지역 약국 약사들에게는 시쳇말로 딴 나라 이야기나 다름 없었던 듯 하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달라졌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 감염병과 대형 의정갈등 사태를 맞으며 90일 이상 장기처방은 이제 문전약국을 넘어 로컬 약국들에도 남의 이야기가 아닌 상황이 됐다. 동네 내과 의원까지 365일 처방을 발행하는 현 상황에서 일선 약사들은 장기처방은 이제 두고 볼 수 만은 없는 문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측이 최근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밝힌 장기처방 실태를 보면 최근 5년새 90일이 넘는 처방이 1천만건 이상 늘었으며, 180일이 넘는 처방전 발급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급, 의원급, 보건기관 등 의료기관 종별을 가리지 않고 장기처방전 발행 건수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남 의원은 장기처방은 환자의 복약 순응도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국내 의약품 생산, 유통, 조제 환경을 감안할때 약효, 안전성의 훼손을 가져와 국민 건강과 생명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국회에서 장기처방 문제가 제기된 것은 이번 만은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 꾸준히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장기처방 증가 추세와 이로 인해 파생될 수 있는 환자 안전 문제,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는 질의와 문제 제기가 이어져 왔다. 하지만 그간 정부는 별다른 응답을 하지 않았다. 약사사회를 중심으로 장기처방과 더불어 고령화 사회 속 다상병 처방 증가에 따른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제도적 보완 방안은 나오지 않았었다. 이 가운데 최근 보건복지부가 장기처방 실태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돼 주목된다. 정부가 5년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던 문제의 첫발을 뗀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일부에 한정되던 장기처방이 여러 이유로 건수가 늘고, 또 주체가 광범위해지는 지금, 이 문제는 단순 일선 약국의 경제적 손해를 넘어 환자 안전 측면에서 바라봐야 할 사회적 이슈가 됐다. 정부가 더욱 면밀하게 실태를 살피고 정책적 대안을 마련할 때가 된 이유다.2025-10-15 17:18:41김지은 -
[기자의 눈] 약 차고 넘치는 창고형 약국, 약사는 어디에?[데일리팜=강혜경 기자] 130평 규모 메가팩토리약국이 쏘아올린 나비효과는 생각보다 강했다. 6월 경기 성남 메가팩토리약국 개설 이후 창고형 약국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월 2억원에 약사를 구한다는 신종 면허대여 제안부터 대형약국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370평 규모 약국까지 등장했다. 전북 전주 메디플러스약국은 1~3층을 모두 약국이 사용하는 형태로, 전국 최대 규모다. 대량사입 박리다매 운영형태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차고 넘치는 약을 구경할 수 있는 재미는 물론 동네약국들 보다 20~30% 저렴한 값에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다 보니 약사의 복약상담, 약사의 약물관리 쯤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소비자들 인식이다. 늘 복용해 온 진통제, 가끔씩 찾는 감기약 정도는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달 초 뷔페식당을 개조한 250평 창고형 약국을 방문해 봤다. 평일 낮 시간대 였지만 약국에는 30여명의 소비자들이 카트를 끌며 레일장 사이사이를 구경하며 쇼핑을 하고 있었다. 개별 의약품 하나하나에는 도난방지를 위한 보안태그가 붙어져 있었고, 제약사와 주변 약국의 요청에 따라 새로 가격태그를 붙인 품목들이 눈에 띄었다. 이 곳을 책임지는 약사는 개설자 단 1명이었다. 개설 약사는 끼니까지 걸러가며 250평 약국 곳곳을 누비며 소비자들 질문에 응답했지만 나홀로 전부를 커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4군데 계산대 역시 약사는 존재하지 않았다. 소비자가 골라온 의약품과 의약외품, 건강기능식품을 직원이 결제만 할 뿐이었다. 이 약국 개설자는 최고 수준의 우대를 약속하며 구인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적임자를 구하지 못했다고 얘기했다. 창고형 약국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지방의 구인난이 더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지역 약사회는 이 약국을 '무자격자 판매', '복약지도 미비'로 관계당국에 고발했다. 보건소 측 역시 약국을 방문해 상황을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약은 차고 넘치도록 많은 창고형 약국에 정작 약사는 귀하디 귀할 뿐이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약국 명칭에 '창고', '공장' 등을 쓰지 못하도록 하는 창고형 약국 표시 금지법을 최근 대표발의했다. 약사법 제47조 의약품 등의 판매질서 조항을 손질해 창고형 약국 등 명칭이나 간판에 창고, 공장 등을 쓸 수 없도록 하는 게 골자다.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실질적인 부분은 '디테일'에 있다. 차등수가제 등이 존재하지 않는 일반약 중심 약국에서 최소 약사 인원을 어떻게 설정할지, 어떻게 복약상담이 가능하도록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더욱 시급해 보인다. 약은 차고 넘칠 만큼 많은 창고형 약국의 제각각 인력기준에 대한 장치 마련 역시 속히 이뤄져야 할 대목이다.2025-10-14 16:28:56강혜경 -
[기자의 눈] 네트워크약국 규제법으로 재정누수 막자[데일리팜=정흥준 기자] 자본을 가진 일부 약사나 업체가 여러 약국 운영에 개입하는 소위 ‘네트워크약국’에 대한 규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문어발식 약국이 확산될 경우, 편법적 운영을 통한 보험재정 낭비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 약사사회 뜨거운 이슈인 창고형약국을 바라보는 약사들의 우려에도 네트워크 운영에 대한 걱정이 깔려있다. 대자본을 중심으로 한 대형 네트워크약국이 늘어나지 않도록 제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올해 인천지방검찰청이 네트워크 약국 관련 수사에서 불기소 종결한 건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약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주요 골자는 약사법 제21조1항에 ‘약사 또는 한약사는 하나의 약국만을 개설할 수 있다’고 제한을 둔 문구를 ‘개설·운영’으로 보완하는 내용이다. 경찰 수사와 검찰 불기소까지 이어진 과정에서도 약국 개설이 아닌 운영에 불과하다는 논리가 나왔는데, 그 배경에 약사법의 허점이 있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발의된 법안은 1인 1개소를 제한하고 있는 의료법과 규정 조항을 동일하게 적용하자는 취지다. 의료법 제33조 8항에서도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실상 ‘중복개설’로 판단될 수 있는 복수의 약국 운영 방식을 제한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규정 마련인 셈이다. 의료기관과 마찬가지로 약국에도 동일한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완 개정을 두고 큰 이견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복수의 약국이 동일한 약사나 업체의 자본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걸 조사해 밝히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다만, 실질적으로 운영자가 같은 기관에 대한 적극적 행정조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법적 근거가 필요한 상황이다. 법망의 빈틈을 악용한 기형적 약국 운영을 막기에 약사법은 낡았고, 이제라도 법 개정을 통해 보험재정을 갉아먹는 문제를 점검해야 할 때다. 내년 건보재정 적자 전환으로 여러 제도적 보완책이 언급되는 상황에서 편법에 낭비되는 재정누수도 함께 틀어막을 필요가 있다.2025-10-13 17:27:22정흥준 -
[기자의 눈] 괴소문에 흔들린 의약품 유통망, 해법 없나[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최근의 아목시실린 품절 사태는 괴소문 하나에 의약품 유통망이 흔들린 사례로 평가된다. ‘아목시실린 재고가 조만간 소진될 것’이란 근거 없는 문자메시지가 약국가를 중심으로 확산됐고, 약국들은 앞 다퉈 주문에 나섰다. 안정적으로 공급되던 아목시실린 제제가 품절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두 시간 남짓이었다. 이어 진해거담제 일부 품목도 ‘가짜 품절’ 정보가 퍼지면서 혼란이 재현됐다. 허위 정보의 최초 유포자가 특정되자 해당 도매업체는 ”당사 소속 영업사원의 개인 일탈이었다“며 공식 사과했다. 회사 측은 ”이번 사안에 대해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혼란과 불편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두 사례를 단순 해프닝으로 치부하긴 어렵다. 괴소문의 발단이 한 영업사원의 일탈행위였다고 하더라도, 그 배경에는 구조적 허점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반복된 의약품 품절로 약국가에선 불안감이 누적됐고, 작은 이상 신호에도 시장은 즉각 반응하며 ‘패닉바잉’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확인되지 않은 ‘품절 예상’ 소문이 불안을 자극하고, 여기서 비롯된 주문이 실제 품절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문제의 근원은 정보의 단절에 있다. 제약사·유통업체·약국은 각각의 재고관리 시스템을 사용한다. 의약품 재고와 공급 정보는 실시간으로 공유되지 않는다. 표준화된 데이터가 없는 데다, 유통 단계별 시스템은 단절적으로 운영된다. 정확한 정보를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시장은 괴소문 하나에도 흔들리고 악의적인 허위 정보가 이 틈을 파고든다. 정부는 반복되는 의약품 품절 사태를 막고자 ‘의약품 공급 중단 보고 제도’를 운영 중이다. 또한 의약품 공급 부족 정보를 ‘의약품안전나라’ 포털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과의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의약품 공급 부족 보고를 제약사에 맡기다 보니, 신고가 누락되거나 지연되는 경우가 잦다. 정보가 시스템에 업데이트되는 데 수일이 걸려 현장 상황이 실시간 반영되지 않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윤 의원이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일선 약사들은 올해 1~8월 72건의 의약품 수급 불안을 호소했으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신고된 수급불안 의약품은 단 7개 품목에 그쳤다. 또한 제약사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공급부족으로 신고한 의약품은 단 2개 품목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국가에선 ‘한 달 째 품절’을 호소하는데, 정부는 ‘공급 이상 없음’으로 판단하는 상황이다. 정부와 현장 체감의 괴리는 정책 판단의 정확성을 흔든다. 유통 단계에서 정보의 비대칭은 시장 질서를 근본적으로 위협한다. 허위 정보가 유통망 전체로 확산되더라도 이를 검증하거나 차단할 장치가 없다. 고의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는 한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결과적으로 가짜 품절 사태는 ‘단순 실수’나 ‘개인 일탈’로 마무리되고, 피해는 고스란히 약국과 환자에게 전가된다. 이번 사태는 정보의 단절과 검증 부재가 낳은 악순환의 결과다. 정확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없기에 시장은 과잉 반응하고, 그 반응이 다시 정보 왜곡으로 이어진다. 정부는 의약품 품절을 방지하기 위해 생산 확대와 인센티브에 주력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핵심은 정보 신뢰 회복이다. 유통 단계별 실시간 재고 공유와 허위 정보 차단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이러한 근본적 구조 개선이 없는 한, 의약품 품절 사태는 형태와 품목만 달리해 반복될 수밖에 없다.2025-10-10 06:00:00김진구 -
[기자의 눈] 정부, 열린 비대면진료법 제안...국회 결정은[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아 어렵다. 국민의 '안전하고 편리한'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은 당장이라도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를 뛰어 넘을 기세였지만, 재차 초진·재진 범위를 놓고 교착 상태에 빠진 분위기다. 이제와 뒤돌아보면 신속 처리에 모두 뜻이 모인 듯 했던 여당과 야당, 정부, 직능 단체의 공감대는 기자만의 착각이었다는 생각이다. 비대면진료 제도화라는 거센 파도 이면에는 직능 헤게모니(패권) 분쟁 해결과 동시에 보건의료전달시스템 붕괴·약국 생태계 훼손 우려를 봉쇄해야 하는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가 쌓여있다. 2020년 2월부터 지금까지 6년 째 허용중인 비대면진료지만, 정식 제도화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과 불법, 편법에 대한 의·약사 전문가들의 제언을 입법·행정에 담아내야 하는 보건복지부의 무거운 책임감이 필히 동반돼야 한다는 얘기다. 복지부는 안정감을 갈구중이다. 보건의료기본법이란 비교적 불안정하고 불완전한 법적 기반 위에서 시범사업이란 이름으로 전국단위 무제한 비대면진료를 계속 허용중인 현실을 빨리 종식하고 정식 법제화를 통해 불확실성 해소와 함께 제도 선진화·고도화 방안을 모색할 수 있게 국회가 도와달라는 요구다. 실제 이형훈 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달 복지위 법안소위장에서 여야 법안소위원들을 향해 "비대면진료법은 오늘 꼭 좀 통과시켜 달라"고 거듭 호소했다는 게 현장 배석한 보좌진들의 전언이다. 복지부에서 입법 실무를 맡고 있는 성창현 보건의료정책과장도 국회를 향해 신속한 입법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성 과장은 의사, 약사, 환자, 학계 전문가, 플랫폼 업계를 릴레이 회의 형태로 만나며 최대한 합리적이고 스마트한 정부 대안 도출에 구슬땀을 흘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 과장은 지난 1일 열린 국회 비대면진료 정책 토론회에서 '유연한 입법'을 수 차례 언급했다. 비대면진료 초진 허용 대상을 의료법에서 일일히 구체적으로 열거하지 않으면 의정 합의 원칙이자 역대 보건복지위가 흔들림없이 견지해 온 '제한적, 재진중심'이 아닌 '초진부터 무제한 허용'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우려감이 국회로부터 제기된데 따른 복지부의 솔직한 속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성 과장은 언제나 새로운 차원의 사례 제시를 토대로 국회와 직능을 설득하고 분위기를 환기하는 국면 전환 시도에 열심히다. 국회 토론회 당일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지역사회 건강관리 업무에 참여했던 본인 경험을 들어 "캘리포니아 주정부 워크샵에는 IT 전문가들이 공무원, 시민들과 함께 지역 주민들의 건강 수준을 어떻게하면 높일 수 있을지 논의했다"고 소개했다. 환자, 의사, 약사, 플랫폼, 정부가 대척점에서 각자에게 유리한 헤게모니를 성취하려 힘 겨루기보다는 지역 건강 향상이란 하나의 목표에 집중하는 풍경을 제시하며 우리도 비대면진료 입법에 상호 협의·합의하는데 역점을 두자는 취지로 읽힌다. 다만 국회 입장도 이해된다. 일부 보건복지위원들은 복지부 대안대로 법안을 통과시켰을 때 자칫 비대면진료 초진 대상이 지나치게 쉽게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중이다. 입법이 수 년 뒤, 수 십년 뒤까지 모두 예상할 수는 없지만 고무줄처럼 늘어날 수 있는 초진 법제화는 보건의료전달체계 붕괴로 인한 국민 건강 위협이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불가피 의료법에서 초진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닫힌 입법'을 채택해야 한다는 논리다. 결국 복지부의 '유연하고 열린 입법'과 국회 일각의 '안전하고 닫힌 입법'이 합치점을 찾을 수 있을지 여부가 비대면진료 법안의 신속 통과 필요조건이 될 전망이다. 복지위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간사와 김미애 간사는 지난달 법안소위 산회 직후 "다음 소위에서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늦어도 12월 안에는 속된 말로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최종 제도화 법안이 도출 될 확률이 클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다. 21대 국회에서 한 차례 입법에 실패한 비대면진료, 22대 국회에서 보다 건강하고 실속있는 조항으로 본회의를 통과하길 응원한다.2025-10-01 16:54:35이정환 -
[기자의 눈] 한국형 기획바이오 성공사례 필요한 이유[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자본과 연구가 출발선부터 손을 잡는다면. 최근 국내 바이오 산업에 기획바이오(Buy and Build)라는 창업 모델이 빠르게 떠오르고 있다. 기획바이오는 경험 많은 경영진과 풍부한 자본을 앞세워 회사를 설립하고 유망한 초기 파이프라인을 외부에서 도입해 신속히 임상에 진입시키는 전략이다. 통상 바이오텍 창업이 연구자가 아이디어와 기술을 기반으로 연구소를 세우고 물질 발굴부터 임상까지 차근차근 밟아가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과 대조적이다. 기획바이오의 핵심은 효율성 극대화다. 기획바이오는 설립 단계부터 빅파마가 필요로 하는 유망 파이프라인을 빠르게 임상에 올리는 구조로 짜여 있다. 이로써 자체 파이프라인 개발에 어려움을 겪거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빅파마의 매력적인 인수합병(M&A) 타깃이 되고 투자자에 빠른 투자 회수(엑시트) 전략을 제공한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모더나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모더나는 2010년 미국 보스턴에서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이 세운 기획바이오다. 모더나는 설립 초기부터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고 mRNA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백신과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백신 상업화에 성공하면서 매출이 수백 배 늘었고, 창업 10여 년 만에 글로벌 제약사로 등극했다. 미국에서는 기획바이오가 보편적인 창업 모델로 자리잡았지만 국내에서는 꽤 오랜 기간 기획바이오가 부정적 시각에 갇혀 있었다. 신약개발 본질인 장기적인 과학적 성과보다 단기적인 재무성과를 중시하는 자본시장 지향적 접근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투자자와 금융 전문가가 먼저 회사를 세운 뒤 나중에 기술을 사오거나 도입하는 방식이 많다 보니 "연구 기반이 빈약하고 상장만 노린다"는 시각이 형성됐다. 반대로 교수 창업이나 대학·연구소 스핀오프처럼 연구자 기반 창업은 신뢰를 더 얻었다. 요즘 들어 분위기가 바뀌는 모습이다. 국내에서도 기획바이오를 신약개발 효율성을 높이는 한 축으로 인정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벤처캐피탈(VC) 미리어드파트너스는 단순히 유망 기업에 투자하는 걸 넘어 초기 단계부터 기업을 직접 설계하고 창업을 공동 주도하는 컴퍼니 빌더를 지향한다. 아직은 국내에서 생소한 기획바이오 모델을 국내 투자 생태계 안에 안착시키려는 시도다. 국내 바이오 기업이 기획바이오 모델을 가진 해외 파트너와 협력하는 형태도 증가하는 추세다. 피노바이오가 2023년 말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을 설립 2년차 컨쥬게이트바이오에 기술수출했다. 컨쥬게이트바이오는 빅파마에 기술수출한 ADC 플랫폼 발굴 경험을 보유한 전문 VC에게 투자를 받은 회사라는 게 피노바이오 측 설명이다. 이달 보로노이의 자가면역질환 경구치료제 후보물질 'VRN04' 프로그램을 인수한 미국 안비아 테라퓨틱스도 작년 5월 설립한 미국 뉴욕 소재 신생 법인이다. 안비아는 미국 최대 헬스케어 전문 VC 중 하나인 디어필드가 초기 설립을 주도한 기획형 바이오로 알려져 있다. 이외 에이비온도 지난 6월 클라우딘3(CLDN3)을 포함한 총 5개 단백질 표적 항체 치료제 후보물질 'ABN501'을 신생 기업에 기술수출했다. 디앤디파마텍 파트너사 멧세라는 글로벌 빅파마 화이자에 인수되며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멧세라는 지난 2022년 비만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미국 대형 바이오 전문 VC 아치 벤처 파트너스와 파퓰레이션 헬스 파트너스 등이 설립한 신생 바이오텍이다. 멧세라와 디앤디파마텍은 2023년부터 신약개발 협업을 맺고 있다. 멧세라는 디앤디파마텍으로부터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약물을 도입, 개발을 진행 중이다. 기획바이오 모델의 확산은 단순히 창업 방식의 변화를 넘어 국내 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표준에 맞춰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걸로 해석할 수 있다. 과거 연구자 중심 창업은 연구자의 학문적 호기심과 성과를 바탕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모델은 기초 과학 발전에는 기여했으나 시장성이나 상업화 가능성이 낮은 기술에 매몰될 위험도 존재했다. 반면 기획바이오는 처음부터 시장 수요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처음부터 '잘 팔리는 기술'을 골라 그에 맞는 연구진과 자원을 모아 회사를 설계한다. 이후 기술을 고도화해 이를 가장 높은 가치를 매길 수 있는 기업에 매각하는 걸 염두에 둔다. 기획바이오의 부상은 국내 바이오가 학문적 성과를 넘어 실질적인 상업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기획바이오가 불신의 굴레를 벗고 국내 바이오 산업의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2025-10-01 08:46:12차지현 -
[기자의 눈] 톡신 해제 공회전…정부 결단 필요[데일리팜=황병우 기자] 보툴리눔 톡신 국가핵심기술 해제 논의가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산업계의 요구는 커졌지만 제도 개선은 여전히 제자리다. 해제를 둘러싼 찬반 양측의 주장은 반복되고, 논의는 좀처럼 진전되지 않고 있다. 지난 29일 국회 토론회에서 보툴리눔 톡신 국가핵심기술 해제를 찬성하는 산업계와 시민사회는 한목소리를 냈다. "중첩 규제로 연구개발이 지연되고 투자유치도 어렵다." 이날 나온 지적의 핵심은 지정·해제 기준이 불투명하고 소요 기간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복수 부처 심사를 거쳐야 하는 과정에서 기업 부담은 커지고, 시간과 비용이 낭비된다는 비판도 나왔다. 궁극적으로는 이미 상용화된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묶어두는 것이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의견이다. 실제 이날 공개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 기업의 82%가 해제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고려했을 때 보툴리눔 톡신 국가핵심기술 해제는 단순한 요구라기보다 산업계 전반의 공감대에 가까워 보인다. 이 같은 이유로 토론회에서는 '규제 포획'이라는 날선 표현까지 등장했다. 규제의 목적이 산업 보호가 아니라 유지 그 자체로 변질됐다는 불신이다. 다만 이날 자리에 참석한 산업통상자원부는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찬성뿐 아니라 반대 의견도 들어봐야 한다"며 신중론을 폈다. 그러나 찬반의 의견의 엇갈리는 상황에서 중립적인 기조를 유지할 수 있는 정부가 토론의 장을 적극적으로 열고 있느냐는 의문도 나온다. 단순히 "의견을 듣겠다"는 수준을 넘어, 정부 스스로 논의의 장을 기획하고 조율하는 역할이 필요해 보이는 상황이다. 능동적 컨트롤타워 없이는 논의는 제자리걸음을 반복할 뿐이다. 해법은 명확하다. 지정·해제 절차를 표준화하고 소요 기간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산·학·관이 참여하는 상설 협의체를 통해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고, 필요하면 차등 관리·단계적 해제를 검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책임 있는 진행자 역할을 해야 한다. 양측 의견을 균형 있게 모으고, 실행 가능한 로드맵으로 연결하는 역할이다. 논의가 길어질수록 산업계 불안은 커지고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위험은 현실이 된다. 공회전을 멈추려면 정부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해제 찬반의 재확인을 넘어, 정부의 결단과 리더십이다.2025-09-30 06:10:19황병우 -
[기자의 눈] 좁혀지지 않는 혁신과 접근성 간극[데일리팜=손형민 기자] 의학의 진보는 인간 생존의 흐름에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어왔다. 불치병이라 불리던 질환들이 하나둘씩 만성 질환의 영역으로 편입되고 있다. 항암제·희귀질환치료제·면역치료제에 이르기까지 혁신신약은 환자의 시간을 연장하는 동시에 국가와 사회가 감당해야 할 책임의 무게도 함께 키워왔다. 문제는 '혁신의 속도'와 '환자 접근성의 속도'가 같은 궤도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 환자들은 늘 기다려야 한다. 신약이 미국이나 유럽에서 승인됐다는 소식이 전해져도, 실제 국내에서 환자가 처방받기까지는 1~3년의 시차가 생긴다. 이 지연은 단순히 절차적 문제가 아니라 치료 기회의 상실이다. 말기 암환자에게 1년은 곧 삶 전체다. 환자가 해외로 원정 치료를 떠나는 일이 낯설지 않은 이유다. 이 아이러니의 중심에는 한국만의 독특한 공식이 있다. 혁신성보다 가격. 신약의 가치는 임상적 의미와 환자 생존에 미치는 파급력보다 건강보험 재정의 부담으로 먼저 계산된다. 보험재정 관리가 국가 운영에 있어 중요한 과제임은 분명하지만, 그 균형 추가 지나치게 재정 절감 쪽으로 기울면서 정작 환자는 혁신의 과실을 제때 누리지 못한다. 제약사들이 한국을 글로벌 출시 전략에서 후순위로 미루는 구조적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른바 '코리아 패싱' 우려는 추상적 경고가 아니라, 실제 환자의 치료 기회를 늦추는 현실적 위험이다. 국제 정세도 녹록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MFN(Most Favored Nation, 최혜국 대우) 약가정책은 글로벌 약가 정책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 겉으로는 미국 환자 보호였지만, 실제로는 한국처럼 낮은 약가 체계를 유지하는 나라들을 위험 요인으로 몰아갔다. 글로벌 제약사 입장에서는 한국에 먼저 약을 출시할 이유가 줄어들었다. 미국 시장에서의 가격 방어가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한국의 낮은 약가는 곧 글로벌 시장 전략에서의 후순위로 직결된다. 여기서 우리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환자에게 신약은 무엇인가. 정부에겐 재정 변수이고, 기업에겐 수익 변수일 수 있다. 그러나 환자에게 신약은 생존의 변수다. '얼마나 싸게 들여올 것인가'가 아니라 '얼마나 빠르고 공정하게 환자에게 닿게 할 것인가'라는 관점으로 시선을 전환하지 않는다면, 혁신의 의미는 환자 앞에서 무력해진다. 물론 건보 재정의 제약은 엄연한 현실이다. 한정된 재원 속에서 무작정 신약의 가치를 인정하고 가격을 올려주기는 어렵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허가-평가 연계 시범사업, 위험분담제 확대, 최근에는 적응증별 약가 차등제 같은 새로운 시도들이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한계는 여전하다. 현 시스템 안에서는 환자의 신약 접근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획기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다면 ‘획기적’이란 무엇일까. 가치 기반 평가를 도입해 임상적 혁신과 환자 생존 기여도를 우선적으로 반영하는 방식, 위험을 정부·제약사·사회가 함께 나누는 다층적 위험분담제, 국제적 협상력을 높여 환자 접근성을 국가적 전략 목표로 삼는 비전 등이 거론된다. 더 나아가서는 단순히 재정 관점에서가 아니라 보건의료가 국가 경쟁력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의학의 혁신은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그 혁신이 한국 환자에게 닿는 속도가 여전히 더디다는 사실이다. 혁신의 시대에 환자가 뒤처지는 역설을 언제까지 용인할 수 있을까. 이제는 정부와 제약사, 그리고 우리 사회 모두가 함께 답을 찾아야 한다. 환자가 더 이상 기다림으로 시간을 소진하지 않도록 혁신의 속도를 환자에게 맞추는 정책적 결단이 절실하다.2025-09-26 06:18:10손형민 -
[기자의 눈] 정부는 한약사 문제 언제까지 방관할 건가[데일리팜=김지은 기자] “한약사가 약국을 운영하고, 약도 판매한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네요.” 대한약사회와 16개 시도지부가 지난 주부터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한약사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릴레이 시위를 이어가는 가운데, 시위 첫날 한 시민은 약사와 한약사가 나란히 서 팻말을 든 모습에 의아해 했다. 그는 한약사가 어떤 직능인지, 또 약사가 아닌 한약사가 약국을 운영하며 의약품을 판매한다는 사실을 평소 인지하지 못했다며 관심을 보였다. ‘한약사 문제’가 이제 약사-한약사 간 직역 갈등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도 확대되고 있다. 개국 약사의 직능 침해를 넘어 면허 위조, 무자격 조제 의혹까지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교묘히 넘나드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1993년 한방분업과 함꼐 한약사제도를 도입한 후 현장에 배출된 한약사는 3000여명으로 추정된다. 매년 한약사 자격자는 증가하지만, 한방분업은 미뤄지면서 생존을 위한 그들의 눈길이 약국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약사가 전문약 조제 중심 대학병원 문전약국을 개설하는 것을 넘어 약사사회에서 ‘기형’으로 규정한 창고형약국 개설에까지 나선 상황이 이를 방증한다. 이쯤이면 굳이 전국에서 최상위권 성적을 받아 약학대학에 입학하고, 6년의 대학 교육을 이수해 약사 면허를 취득할 필요가 있냐는 말도 우스개 소리로만 넘길 수 없는 일이다. 한약사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용산 시위에서 약사회 바로 옆 자리에서 같은 시간 시위에 나선 한약사 단체는 약사회에 대한 맞불이 아닌 공동 시위라고 주장했다. 자신들도 분명 정부가 만들고 방치한 한약사 제도의 피해자라는 이유에서다. 단체는 한약사는 약국 개설자로서, 모든 일반약과 전문약을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취득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정부를 향해 한의사-약사 간 이권다툼의 희생양으로 만들어진 한약사들을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만든 제도를 정비하지 않은 채 직능 갈등으로 치부하며 문제를 뒤로 미뤄두는 사이 결국 그 피해는 관련 전문 직능을 넘어 국민에까지 미치고 있다. 국가가 부여한 자격증임에도 환자가 자신에게 의약품을 판매, 조제하고, 복약지도를 한 주체가 누구인지 명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는 곧 국가 보건의료체계의 신뢰를 무너뜨릴 일이다. 이쯤이면 정부를 향해 참을 만큼 참았다며 직무유기를 멈추라는 약사회장의 울부짖음을 단순 직능 이기주의로만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정부는 더 이상 법 해석의 모호함, 직능 간 갈등이라는 핑계 뒤에 숨어만 있을 것이 아니라 책임있는 자세로 한약사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다.2025-09-24 18:19:30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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