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체학으로 길을 떠난 것은 내 운명"
- 김민건
- 2017-08-21 12: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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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서정선 서울대 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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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선(65) 서울대 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 소장은 지난 7월 3일 47년 간의 교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정년 퇴임 강연을 했다. 한국바이오협회 회장과 유전체분석기업 마크로젠 회장을 맡고 있어 벤처가와 협회장으로 언론에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는 일생을 교수와 연구자로 살아왔다. 국내 유전체학 학문을 이끌어 온 산 증인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데일리팜은 최근 서 교수를 만나 학자로서 살아온 길과 정년 퇴임에 대한 소감을 들어봤다.
서 교수는 공무원 임용기준 40년 6개월이란 긴 세월을 서울대 의대에서 지냈다. 그 스스로 정년 퇴임 공문을 받고서 놀랐을 정도의 시간이다. 1970년 의과대학 입학부터는 47년 6개월이 된다.
"참 오래 있었구나 생각이 듭니다. 삶이라는 게 치열합니다. 경쟁도 하고, 나쁜 일과 좋은 일도 겪지만 지난 일을 돌이켜 보면 저는 복받은 거죠. '모든 날이 참 좋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실감이 안 났는데 이렇게 퇴임을 생각하게 됩니다."
수많은 연구에 매진하면서 각광을 받기도 하고, 경쟁에 지기도 했다. 문제가 잘 풀리기도 한 반면 억울하게 놓치는 일도 많았다. 그는 이 모든 게 고맙다며 회상했다. 그동안 자신을 되돌아 볼 시간과 여유가 없었다며 "계속될 줄 알았던 모든 일들이 어느 순간 탁 끊어지고 보니 번뜩 생각이 들었다"며 다른 의미로는 고마운 순간이라고 했다.
광장, 세상에 많은 풍문이 있다. 길을 떠난 사람은 많은 운명을 만난다.
선생님과 제자들과의 만남, 결혼, 학자로서 성공과 실패, 퇴임까지 걸어온 길은 민들레 홀씨를 따라 온 '운명'이었다. 예과 시절 가장 좋아했다는 소설가 최인훈의 광장 중 "세상에 많은 풍문이 있다. 사람들은 그 풍문을 확인하기 위해서 길을 떠난다. 사람들은 길을 떠나면 운명을 만난다"는 구절을 말하며 유전체학이란 풍문을 확인하기 위해 길을 떠났고 이는 자신의 운명이라고 했다.
1970년대 의대 입학 이후 가설중심 과학으로 암 유전자 연구를 하면서 논문 등 인정을 받았다. 생화학으로 시작해 생화학분자생물학으로 DNA 연구를 이어오다 2000년대 '패러다임 쇼크'를 맞게 된다. 1999년 인간게놈 프로젝트가 나오고 가설중심에서 데이터중심 과학으로 바뀐 것이다.
유전체학은 네이팜탄이었다. 기존 연구방식과 달리 한 번 터진 불빛을 통해 데이터가 계속 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영화로 치면 불란서 심리영화를 만들던 사람들이 미국식 블록버스터를 만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방향이 바뀔 때는 과감하게 턴을 하는 게 중요하다.
기술의 변화는 매번 새로웠고 빨랐다. 그러나 유전체 공부는 물론, 데이터를 만드는 기계, 분석을 위한 컴퓨터와 인력이 필요했다. 분자생물학에서는 유전체학을 인간의 창의력을 죽이는 것으로 여기며 "제정신이냐"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실험 잘하고 리더감'이라는 평가를 받던 그가 유전체학에서는 알아보는 사람도 없이 초라해졌다. 학회에 참가해 이해하고 배우기에 급급했다.
기존의 자신을 버리고 무모하면서도 과감하게 '턴'을 했다. 그의 인생과 학자로서의 중요한 타이밍이었다. 때를 기다리자 기회는 찾아왔다. 2000년 전세계 8개국, 3000명의 과학자와 25억달러가 투입된 유전체 분석 비용은 2004년 100만불로 감소했다. 2007년 개인별 게놈연구로 개념이 바뀌자 기존 연구자들은 떨어져나가기 시작했다. 30만불로도 연구 할 수 있게 됐으며, 이때 설립한 마크로젠을 통해 서버와 서열분석기 사용이 가능해지자 유전체 연구에 속도가 붙었다.
현재 네이쳐(자매지 포함)에 게재된 논문만 12편에 이른다. 2016년 10월에는 아시아인 표준 게놈을 처음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글로벌 수준보다 한 단계 위이며, 전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게놈지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GMI SNU(서울대 유전체의학연구소)는 글로벌에서 인정받고 있다.
지난 6월 고별 강연에서 그는 학생들에게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 대한 뜻을 물으며 "거북이는 토끼와 경쟁을 한 게 아니다. 완주가 목표라면 토끼가 가든 말든 한발씩 다가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한 것이다"며 경쟁 중심의 사회지만 경쟁만 의식하지 말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정확한 준비와 목표를 크게 잡고, 끈질기게 가면 그 자체가 성공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5년 이내에 30억개의 유전체를 분석해 의사들이 네비게이션처럼 사용할 수 있는 지도로 완성할 계획이다. 특히 공우(텅빈 소라는 의미) 생명정보재단 이사장으로서 유전체 분석을 통해 질병을 무료로 진단해주는 봉사활동에 묵묵히 나설 생각이라고 서 소장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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