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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선 한시름 덜었는데"…급여고민 빠진 티쎈트릭

  • 안경진
  • 2017-09-26 06:14:55
  • 유럽서 방광암·폐암 동시허가…한국법인은 급여 초읽기

로슈의 면역항암제 '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이 해외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서 폐암과 방광암에 관한 적응증을 동시 허가받는 쾌거를 올렸고, 한 때 조건부허가 취소설이 제기됐던 미국에서도 방광암 적응증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MSD의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부터 BMS·오노의 '옵디보(니볼루맙)', 화이자·머크의 '바벤시오(아벨루맙)', 아스트라제네카의 '임핀지(더발루맙)'까지, 자그마치 4개 품목과 겨뤄야 하는 로슈로선 커다란 위기를 넘긴 셈이다.

반면 국내의 경우 신바람 난 글로벌 상황과 온도차가 감지된다. 일찌감치 방광암과 비소세포폐암 적응증을 허가받았지만, '급여등재'가 남았기 때문이다.

면역항암제 후발주자로서 2개 암종의 급여절차를 함께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한국로슈가 복잡한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갈지 관심을 모은다.

◆EMA 2개 적응증 승인소식에 …신바람…= 지난 5월 방광암 환자 대상의 IMvigor211 3상연구가 일차종료점 도달에 실패하면서 최대 위기에 봉착했던 로슈는 9월 들어 연이은 호재를 맞았다.

첫 번째는 유럽 보건당국의 '티쎈트릭' 승인소식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22일(현지시각)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과 요로상피세포암 환자를 위한 2차 단독요법제로 티쎈트릭의 사용을 허가했다.

PD-L1 발현 여부와 관계없이 항암화학요법을 진행한 적이 있거나 EGFR 또는 ALK 표적항암제에 반응하지 않는 비소세포폐암 환자와 과거 백금기반 항암제를 포함한 세포독성항암제를 투여받았거나 시스플라틴 투여가 불가능한 요로상피세포암 환자가 적응증에 해당한다.

두 번째는 허가취소설이 돌았던 미국식품의약국(FDA)의 방광암 적응증 유지에 관한 소식이다.

미국의 의약전문지 피어스파마(FiercePharma)에 따르면, FDA와 논의를 마친 제넨텍 대변인이 지난 11일(현지시각) "티쎈트릭의 FDA 조건부승인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치료경험이 없으면서 시스플라틴 투여가 불가능하거나 백금기반 항암제 투여에 실패한 전이성 요로상피세포암 환자 모두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밝혔다. '티쎈트릭'은 5년 뒤 55억 3000만 달러(한화 약 6조 2616억원)의 연매출이 예상되는 로슈의 차기 기대주로서, 지난 2분기 동안만 2억 3700만 스위스프랑(한화 약 2761억원)의 실적을 달성했다.

2개 암종을 동시 승인받은 이례적인 성과와 방광암을 지켜냈다는 자부심이 로슈에겐 단비와도 같은 소식이었을 것이다.

폐암 승인의 근거가된 OAK 연구 결과(출처: 로슈)
임상실패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에버코어 ISI(Evercore ISI)의 우머 라팟(Umer Raffat) 애널리스트는 "PD-1 억제제 계열인 옵디보와 키트루다가 방광암 환자를 대상으로 뛰어난 혜택을 입증한 것과 대조된다"며, "PD-L1 억제제 계열인 티쎈트릭과 미세한 기전차이 때문에 종양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일시적이나마 방광암을 둘러싼 PD-L1 계열에 관한 불신은 어느정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위원회는 "IMvigor211 연구에서 일차평가변수(OS)를 충족시키지 못했음에도 이차평가변수로 설정된 반응기간 향상률이 월등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실제 IMvigor211 연구의 세부 결과를 살펴보면, 티쎈트릭' 투여군의 평균 반응기간이 21.7개월로 대조군(7.4개월)보다 월등히 높다. 티쎈트릭 투여군은 데이터 분석시점에도 63%가 지속적인 반응을 나타내 대조군(21%)과 유의한 차이를 나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제출됐던 IMvigor210 2상연구에서도 티쎈트릭 투여군의 전체생존기간은 평균 15.9개월(중앙값)에 도달해 유효성을 입증했다는 보고다.

로슈에서 신약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산드라 호닝(Sandra Horning) 의학부 부서장(CMO)은 "지금까지 확인된 임상데이터에 비춰볼 때 티쎈트릭이 진행성 방광암과 폐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연장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유럽 최초로 PD-L1 억제제가 승인받게 됐음을 적극 환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국내는 급여 초읽기…"약가인하가 변수" 예상= 해외에서의 호재는 물론 국내 시장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로슈는 올해 초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티쎈트릭'의 방광암 2차치료 적응증을 획득한 다음, 4월말경 국내 공급을 시작했다. "방광암 최초의 항PD-L1 면역항암제'란 타이틀을 내세워 본격적인 홍보활동을 펼치려던 찰나, 방광암 연구 실패 소식이 전해지는 바람에 주춤했던 상황이다.

방광암이 주력시장은 아니지만 FDA 적응증 유지와 함께 EMA 허가소식이 전해진다면, 국내 이미지 회복에 상당부분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문제는 급여등재다. 지난달 21일부터 '키트루다'와 '옵디보'가 비소세포폐암 2차치료제로 급여적용을 받게 된 터라, '티쎈트릭'은 급여등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지난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비소세포폐암과 방광암에 관한 급여신청서를 각각 제출한 것으로 확인된다. PD-L1 발현율(TPS)이 음성 소견을 보이는 탓에 '옵디보'와 '키트루다' 급여처방이 불가능한 일부 환자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티쎈트릭' 급여시기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후문.

선등재된 면역항암제 2종의 급여기준
그러나 환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PD-L1 발현 여부와 관계없이 투여가능하다"는 허가사항 그대로 급여적용을 받기란 힘들어 보인다. 옵디보와 키트루다의 선례에서 알 수 있듯이, 건강보험재정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심평원은 "식약처 허가사항과 함께 비용효과성을 고려해야 하므로 허가사항보다 제한적으로 급여 범위를 설정할 수 있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참고로 키트루다는 KEYNOTE-010 연구에 근거해 PD-L1 발현율(TPS) 50% 이상인 환자를 급여대상으로 인정받았으며, PD-L1에 관한 데이터가 없었던 옵디보는 키트루다 급여대상과 동일한 비율을 적용해 PD-L1 발현율 10%가 기준으로 설정됐다. 대략 전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3분의 1(25~30%)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고가 항암제인 만큼 위험분담계약(RSA) 트랙을 밟게 될 가능성을 고려해 볼 때, 티쎈트릭이 PD-L1 발현율을 어떻게 설정할지, 혹은 다른 기준이 적용될지는 향후 상당한 쟁점이 될 수 있다.

제약업계 일각에선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키트루다, 옵디보보다 낮은 약가를 제시해야 급여등재가 수월할텐데 그간 로슈의 전력을 고려할 때 그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제기된다.

로슈 관계자는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심평원에서 검토 중이라는 사실 외엔 언급할 내용이 없다. 가능한 많은 환자에게 치료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해외시장에서 탄력을 받은 티쎈트릭이 우리나라에서도 무난한 급여절차를 밟을 수 있을지 흥미로운 전개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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