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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FH 진단, 유전자이상이 전부는 아니다"

  • 안경진
  • 2017-10-17 06:14:54
  • 인터뷰 | 일본 국립뇌심혈관센터 마삿수네 오구라 교수

흔히 나쁜 콜레스테롤이라 불리는 LDL-C의 정상수치는 0~130mg/dL다. 그런데 임상현장에선 드물게 LDL-C 수치가 500mg/dL를 초과하는 환자들이 종종 발견되곤 했다.

학계에서 뒤늦게 정의된 이들 환자의 질환명은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Familial Hypercholesterolemia)이다. 상염색체 우성으로 부모-자식간에 유전되는 가족성 고콜레스테롤 혈증 중에서도 양 부모로부터 유전자변이를 물려받은 동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HoFH) 환자는 혈액 내 LDL-C 제거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알려졌다.

일본 마삿수네 오구라 교수
치료받지 않을 경우 LDL-C 수치가 500mg 이상까지 치솟는 HoFH 환자들은 20~30대부터 심각한 심혈관계 사망 위험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100만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극희귀질환이다보니 국내 진단 및 치료가이드라인은 물론, 관련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기 어려웠다.

그런데 올해 초 암젠이 개발한 PCSK9 억제제 ' 레파타(에볼로쿠맙)'가 국내 승인을 받으면서 HoFH 환자들에게 희망이 생겨나고 있다. 지난 6월부턴 HoFH가 극희귀질환 산정특례 적용대상으로 인정돼, 환비급여약제비를 제외한 의료비 지원도 가능해졌다.

비록 속도는 느리지만 우리나라에서도 HoFH 진단과 치료트렌드에 변화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데일리팜은 일본에서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마삿수네 오구라(Masatsune Ogura) 교수(일본국립뇌심혈관센터)를 만났다. 오구라 교수는 가족성고콜레스테롤혈증(FH) 관리가이드라인 개발에 참여하고, HoFH 환자들을 대상으로 PCSK9 억제제의 임상연구를 진행해 온 인물.

오구라 교수와의 대담을 통해 HoFH 진단과 치료환경 개선을 위한 방향성을 짚어본다.

- 한국을 비롯해 대부분의 국가에서HoFH 유병률이 극히 낮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일본 역시 비슷한 상황이지 않나. 일찌감치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관리 가이드라인이 마련되고 관련 약제가 빨리 도입될 수 있었던 배경이 궁금하다.

가나자와 대학의 히로시 마부치(Hiroshi Mabuchi) 교수님과 같은 선배들의 연구 결과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선배 교수들의 발표에 따르면, 일본 가나자와 지구의 HoFH 유병률은 208명 중 1명꼴로 높은 편에 속한다. 문화인류학적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특정지역에서 높은 유병률로 인한 창시자효과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가나자와 지구와 같이 교통이 불편한 지역 외에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주한백인, 레바논 기독교인들, 프랑스계 캐나다인 등은 근친혼 비율이 높아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HeFH) 유병률이 100명 중 1명 정도라고 보고된다.

- 일본에서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관리 가이드라인 개정과정에 참여하셨다고 들었다. 어떤 내용인지 소개를 부탁드린다.

일본동맥경화학회는 5년마다 관련 질환의 진단 및 치료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고 있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이 학회 가이드라인의 독립된 섹션으로 포함된 건 2012년 이래 두 번째다. 올해 가이드라인은 전체적인 진단기준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PCSK9 억제제가 새로운 치료옵션으로 포함됐다는 특징을 갖는다. 지난 5년간 발표된 논문들을 토대로 생애주기동안 LDL-C 축적 위험성과 조기중재의 중요성 등이 강조됐고, PCSK9 억제제의 사용법이 함께 소개됐다.

- 일본과 한국에서 PCSK9 억제제의 적응증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안다. 한국에선 레파타가 HoFH 환자에게만 사용되는데, 일본은 어떤가?

일본에선 스타틴 최대용량을 사용한 후에도 LDL-C 수치가 조절되지 않거나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들 가운데 HoFH, HeFH 모두에게 레파타를 사용할 수 있다. 그 외 죽상동맥경화성심혈관질환(ASCVD)도 적응증에 포함된다.

- 과거에는 HoFH 환자들에게 LDL 교환술이나 간이식 등 시술적 치료가 많이 사용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 PCSK9 억제제의 등장 이후 치료법에 변화가 있었나?

일본에서 HoFH 치료목적으로 간이식을 받은 환자사례는 굉장히 적다.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사례는 1건에 불과하다. 간이식은 수술 중 감수해야 하는 위험이 높은 데다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어 많이 시행되지 않으며, 약물치료를 통해 LDL-C 수치가 조절되지 않거나 HoFH 환자에겐 LDL 교환술이 주로 시행된다. 아직까지 LDL 교환술의 시행률이 달라진 것은 아니란 의미다. 다만 레파타가 등장하면서 LDL 교환술에서 벗어나는 사례가 조금씩 늘고 있다. 일본국립뇌심혈관센터의 경우 7명의 환자가 LDL 교환술 대신 약물치료를 받았다.

- LDL 교환술을 시행하지 않고 PCSK9 억제제로 전환한 환자들의 기준이 있나? 스타틴과 PCSK9 억제제 모두 LDL 수용체를 증가시킨다는 기전 자체는 동일하다. 그런데 일부 환자들에게서 스타틴의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LDL 수용체가 아예 작동하지 않는 변이가 나타난다. 이런 환자들에겐 LDL 교환술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미약하게나마 스타틴에 반응을 보이는 HoFH 환자의 경우, PCSK9 억제제를 통한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일본에서 레파타 처방건수는 어느정도 되나? 연구가 아닌 임상현장에서 환자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일본국립뇌심혈관센터에서 레파타를 사용한 사례는 50건이 조금 넘는다. 10~20%는 LDL 수용체가 어느 정도 작용하는 HoFH 환자다.나머지는 HeFH 환자들이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으로 진단되지 않은 환자에겐 PCSK9 억제제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약물을 투여한지 2주 후에 환자들을 만났을 때 "지금껏 인생에서 경험해 보지 못한 콜레스테롤 수치"라며 기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환자들의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의료진 입장에선 이런 점이 상당한 동기부여가 되기도한다.

-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에게만 PCSK9 억제제를 사용한다고 말씀하셨다. 한국은 아직까지 산정특례 기준 외에 통일된 진단기준이 없는 상황이다. 일본에선 HoFH 환자를 어떻게 진단하나?

대부분의 HoFH 환자는대부분 10대 이전에 팔목 또는 발목에 황색종이 생겨 피부과에 내원했다가 밝혀지는 경우가 많다. 환자 본인과 부모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함께 검사해 진단이 이뤄지게 된다. 한국의 HoFH 산정특례 기준을 살펴보면 유전자검사가 산정특례 등록을 위한 필수요건으로 돼 있는데, 이 부분이 다르다. 일본에선 유전자검사 여부를 확인하는 칸만 존재하고, 유전자검사를 받지 않았더라도 명백히 HoFH로 판단되면 난치병 지정을 받을 수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LDL 수용체의 유전자변이 외에도 HoFH와 관련된 새로운 유전자변이가 많이 발견되고 있다. 실제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의 약 20~30%는 유전자변이가 검출되지 않는다. 현재로선 이제까지 밝혀진 LDL 수용체나 PCSK9, ApoB 등이 아닌 새로운 유전자변이가 존재할 것으로 예측할 뿐이다. 때문에 최대용량의 스타틴이나 에제티미브를 사용하면서도 LDL-C 수치가 떨어지지 않는다면 '유전자변이가 검출되지 않은 FH'라고 진단하고, PCSK9 억제제를 처방한다. 이 같은 논리를 적용한다면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HoFH 유병률이 높다고도 예상해 볼 수 있다.

- 좋은 약이라는 걸 인정하더라도 약제비가 워낙 비싸지 않나. 한국에선 급여등재 과정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일본 상황은 어떤지 궁금하다.

물론이다. 일본에서 PCSK9 억제제 가격이 미국의 1/5~1/10 수준임에도 약제비를 부담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있다. 이미 심근경색을 경험한 HeFH 환자임에도 난치병 지정이 안되는 환자사례도 봤다. 이런 환자들은 약값의 30%을 본인부담해야 하는데,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일본에는 HeFH 환자가 30만~50만명가량 존재한다. 이들을 모두 난치병 환자로 지정하면 국가재정이 어려워질 것이다.

그럼에도 의사들은 PCSK9 억제제가 강력한 LDL-C 강하효과를 나타내고, 심근경색 발현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점 때문에 PCSK9 억제제를 선호할 수 밖에 없다. 가령 LDL 교환술과 비교하더라도 환자들의 치료비 부담이 현저히 줄어드는 건 사실이다. 약제를 개발한 회사의 존속도 고려해야 하지 않나. 약가문제는 개별 국가의 사안으로 논의돼야 겠지만 전문가들이 참여해 환자들에게 우호적인 방향으로 바꿔나갈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 일본보다 PCSK9 억제제 도입과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관리방안 마련이 늦어진 한국 의료진들에게 조언한다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환자를 진단할 때는 반드시 아킬레스건을 만져보고 가족력도 함께 확인하길 권고드린다. 환자 한명을 진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족도 스크리닝함으로써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를 한명이라도 더 찾아내고, 조기에 관리를시작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것이 이상지질혈증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의사들의 본분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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