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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파마 관심분야에 주목…'제2의 한미' 곧 나온다"

  • 안경진
  • 2018-05-29 06:29:30
  • 인터뷰 | 일본 릴리 타카오 혼다 개방형 혁신 상무이사

타카오 혼다 상무이사
신약개발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요소 중 하나는 다름아닌 '속도'다. 여기에는 경쟁사들보다 빠르게 시장을 선점해야 할 뿐 아니라, 실패 확률이 높은 프로젝트를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가 포함된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후보물질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함이다.

신속한 의사결정의 중요성을 시사하는 'Quick Win, Fast Fail' 신약개발 전략은 한미약품의 올리타 개발중단 선언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중요한 개념으로 떠올랐다. 이달 초 '한국 제약산업 공동컨퍼런스 2018(KPAC)'에서 소개됐던 일라이 릴리의 코러스(Chorus) 운영 사례는 그 대표적인 예다.

릴리는 신약후보물질 발굴부터 연구개발,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신약개발 전 단계에 요구되는 오픈이노베이션 담당 조직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신약개발 후보물질 개발 및 초기 임상만을 위한 자동실험시스템이자 독립연구기간인 코러스를 2002년 도입했으며, 최근에는 평균 10년 이상 걸리는 신약개발 기간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 전략 중 하나가 '개방형 혁신(External Innovation)'이다.

일본에서 릴리의 개방형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타카오 혼다(Takao Honda) 상무이사는 제2의 한미약품을 꿈꾸는 국내 기업들에게 "다국적 제약사의 관심분야를 눈여겨보라"고 당부한다. 최근 연구개발이 가장 활발한 항암제부터 당뇨병, 자가면역질환, 치매 등의 분야를 집중공략한다면 릴리 뿐 아니라 많은 다국적 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을 수 있으리란 조언이다.

▶일본 릴리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외부기관과의 연구개발 협력을 담당하고 있다. 인라이센싱(In-licensing)과 아웃라이센싱(Out-licensing), 연구협업 외에 개방형 혁신 신약개발을 담당한다. 대외적으로는 일본 릴리의 연구개발 성과를 알리는 데도 힘쓰고 있다.

▶발표연자로 참석한 KPAC 2018 강의 세션에서 'Quick Win, Fast Fail' 신약개발 전략이 소개됐다. 릴리가 운영 중인 코러스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한다면?

신약개발의 성공률이 워낙 낮지 않나. 오늘날 신약개발에는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과 30억 달러의 비용이 투자된다고 알려졌다. 대부분의 초기연구는 계열 최초의 혁신신약, 즉 퍼스트인클래스(first-in-class)를 개발하는 일이기에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친다. 때문에 릴리 뿐 아니라 모든 제약사들은 신약개발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는 환자에게 필요한 약을 가장 빠르게 제공해야 한다는 신약개발의 목적과도 부합한다. 초기 단계에서 후보물질의 성공 여부를 최대한 빨리 판단함으로써 우선순위를 정하고, 신약개발의 효율성을 증진시키자는 'Quick Win, Fast Fail' 전략이 도입된 건 이러한 배경과 관련이 깊다.

릴리의 코러스는 16년에 달하는 역사를 거치면서 여러 시행착오와 도전과제를 극복해 왔다. 신약개발의 과정 중 실패확률이 가장 높고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임상2상에서 실패하는 프로젝트의 수를 감소시키는 L2POC(Lean to Proof-of-Concept) 전략을 활용하자는 취지로, 후보물질 선별 후 약리학 검증(PoP; Proof-of-Pharmacology), 개념검증(PoC; Proof-of-Concept)을 진행한다. 40여 명의 숙련된 내부직원이 외부관계자 네트워크를 활용해 화학반응과 제조, 프로세스 관리, 전임상 독성테스트 및 생물학, 1/2상임상 등을 디자인, 실행함으로써 소요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물질에 연구개발을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후보물질이 PoC 단계에 도달하게 되면, 릴리 내부의 연구개발팀으로 이관된다. 릴리에 소속된 기관이지만 독립성이 확보됐기 때문에 획기적인 신약을 디자인하거나 혁신적인 접근법을 취하는 데 용이하다.

▶코러스 도입 이후 구체적으로 어떤 성과가 있었나?

신약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확실하게 개선됐다. 개념검증(PoC) 단계까지 들어가는 비용은 약 1/3~1/4로 줄었고, 투여시간 역시 다른 다국적사에 비해 30%가량 절감됐다. 2002년부터 지금까지 코러스를 통해 총 50개의 후보물질이 검토됐으며, 그 중 20%가 PoC 수준에도달한 것으로 확인된다. 최근 FDA(미국식품의약국)에 허가신청서를 제출한 편두통 치료후보물질 갈카네주맙 역시 코러스를통해 개발된 경우다. 돌이켜보면 코러스를 처음 도입했던 2002년 당시만 해도 갈카네주맙은 신약개발 우선순위가 높지 않았다. 그런데 벤처캐피탈로부터 1800만 달러를 투자받아 코러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던 중 가능성이 발견됐고, PoC 데이터가 확보되어 연구를 지속하게 됐고, 투자금에 대한 바이백(buy-back) 옵션을 진행하기로 결정하게 됐다.

▶일본 릴리의 개방형 혁신 사례를 소개한다면?

일본법인은 일라이 릴리 본사와 협력을 통해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이노베이션 데이(Innovation Day) 행사를 총 3차례 개최했다. 해당 행사에는 일본의 유수 연구기관에서 500여 명의 연구자가 참여해 매년 약 30건의 일대일 대면 미팅이 성사된다. 지난 3년간 총 93개의 프로젝트를 평가했으며, 4개의 일본 연구기관과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전임상 단계다.

▶일본은 릴리 외에도 여러 제약사들이 신약개발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방형혁신을 실천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면역항암제 옵디보 역시 개방형혁신을 통한 신약개발에 성공한 사례다. 교토대학 혼조 교수가 처음 컨셉을 제공했고, 일본 오노제약이 권리를 인수했다가 BMS에 판매했다. 최근 일본 정부는 사이클(CICLE)이라는 제도를 도입했는데, 쉽게 말해 정부가 민간기업과 학계의 협업을 지원하는 제도다. 정부에 연구계획서를 제출해 채택되면 전임상 단계부터 PoC 단계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3000~4000만 달러가 지원된다. 만약 개발 단계에서 실패하면 연구기관이 전체 비용의 10%만 상환하면 되고, 성공할 경우 연구비용을 100% 상환하는 방식이다.

▶올해 초 한국의 한미약품이 기술수출한 BTK 억제제의 개발이 중단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미약품과 계약 당시 릴리는 유망한 BTK 억제제 후보군을 찾아 전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BTK 억제제는 암이나 자가면역질환 분야에활용되는데, 릴리가 찾던 후보물질은 자가면역질환 쪽이었다. 그러던 중 한미약품의 후보물질(LY3337641/HM71224)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2상임상이 중단된 점은 아쉽지만, 향후 한국의 바이오텍이나 연구기관들이 다국적사가 집중하는 분야에 부합하는 후보물질을발굴한다면 언제라도 협업할 수 있는 기회들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제약바이오행사를 통해 한국 기업들을 접하면서 받은 인상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혹 매력적인 후보물질이나 기업이 있었나?

한국인과 일본인은 진정성, 근면성 측면에서 공통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바이오코리아와 같은 행사에 참여하면서 만난 한국 연구자들로부터 좋은 인상을 받았고, 조만간 한국에서 좋은 파트너를 찾길 기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릴리와 인연을 맺었던 한미약품처럼 대외적으로 연구개발 파트너십이 활발한 제약사들이 주목을 받는 것 같다. 아직 구체적으로 협력이 이뤄지진 않았지만 그 외에도 몇몇 바이오기업과 학계에 관심이 간다. 릴리의 관심분야인 암, 당뇨병, 치매, 자가면역질환 등의 분야에서 유망한 후보물질을 연구개발 중이라면 좋을 것 같다.

▶릴리 본사의 주력분야인 자가면역질환이나 당뇨병, 치매, 암 등의 분야에서 국내 기업이 매력적인 후보물질을 개발한다면 또한번 기술이전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인가?

물론이다. 외부혁신을 담당하는 실무자로서, 언제나 다국적 제약사의 관심분야를 눈여겨보라고 당부하고 싶다. 다국적 기업이 어떤 질환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는 대외적으로 공개되어 있는 정보지 않나. 암 뿐 아니라 당뇨병, 통증관리, 자가면역질환, 치매 등은 비단 릴리 뿐아니라 여러 다국적 제약사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영역이다. 기술수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회사라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Bio-USA나 Bio-Europe과 같은 국제행사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기업 인지도를 높이고, 자체 기술을 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미약품이 릴리와 계약을 체결한 이후 여러 다국적사들과 계약체결이 늘어난 것처럼, 일단 물고를 트고나면 보다 다양한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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