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연구 권위자의 일침…"기초연구 시스템 필요"
- 안경진
- 2018-08-06 06:3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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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 받은 이호영 교수
- EGFR 내성 기전극복 위한 코타깃팅 전략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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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여성 과학자들이 기초연구를 비롯한 다양한 연구영역에 전념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길 바랍니다. 퇴임 전까지 폐질환 진행을 억제할 수 있는 치료법 개발에 기여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한국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은 로레알코리아가 2002년부터 국내 우수 여성인력의 과학기술계 진출을 독려하고, 한국의 전도유망한 여성 과학자들이 국제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로 17년째 운영 중인 프로그램이다.
올해 수상자인 이 교수는 지난 20여 년간 폐암 발병과 악성화 기전을 연구하고, 항암제 내성 기전을 규명함으로써 폐암 치료제 개발 및 폐질환 분야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비소세포폐암(NSCLC) 치료에 활발히 사용되는 EGFR(상피성장인자수용체) 표적항암제와 IGF-1R(인슐린유사성장인자수용체) 표적항암제, HDAC(히스톤탈아세틸화효소) 억제제, 파클리탁셀과 같은 화학항암제에 이르기까지 항암제 내성기전을 밝혀 SCI급 논문에 게재된 건수만도 16편에 이른다.
최근에는 항암제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복합항암요법 개발에도 매진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폐암, 폐기종 등 폐질환을 치료 또는 예방할 수 있는 신약후보물질을 도출해 환자들의 삶에 기여한다는 목표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먼저 수상을 축하한다. 독자들에게 간단한 소감을 전한다면?
훌륭한 연구자분들이 추천을 받았다고 들었는데 예기치 않게 수상자로 선정돼 기쁘다.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에서 추천해주신 덕분에 큰 상을 받게 됐다. 화장품 브랜드로 잘 알려진 로레알은 유젠 슈엘러(Eugene Shueller)라는 화학자가 창립한 회사답게 전 세계 여성과학자들의 연구를 꾸준히 지원해 왔다고 들었다. 저 역시 여성들이 연구활동에 매진할 수 있는 가정환경과 사회 시스템이 정착되고, 여성들에 대한 어워드가 많이 생기길 기대한다.
▶20여 년간 폐질환 영역에서 다양한 연구에 집중했다. 2014년에는 표적항암제의 내성극복방법에 관한 특허를 등록했는데
1995년부터 2011년까지 MD앤더슨에 재직하는 동안 기초연구 외에 임상의사들과 공동으로 중개연구를 진행할 기회가 많았다. 미국에서도 기초연구와 임상연구를 두루 경험하기란 쉽지 않은데, 운이 좋았던 것 같다. 폐암 진단을 받은 환자 중 수술이 불가하거나 수술 전 암크기를 줄여야 하는 환자들에게 항암치료를 진행하지 않나. 이 때 사용되는 화학항암제나 표적항암제가 어떤 환자들에게 효과적이고 어떻게 내성반응을 일으키는지에 관해 많은 연구를 진행했고, 내성극복 방법에 관한 연구성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최근 3세대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는 EGFR 표적항암제의 내성에 관한 연구인가?
그렇다. 정확히는 2세대 EGFR 분자표적항암제의 내성기전을 밝혔다. EGFR과 IGF-1R의 상호작용 중 세포생존을 일으키는 신호를 자극해 내성반응을 일으킨다는 기전을 알게 됐고, EGFR과 IGF-1R 신호를 동시에 억제해야 효과적인 치료효과가 나타난다는 논문을 2006년 Cancer Research와 Clinical Cancer Research 등에 발표했다.
EGFR 표적항암제가 워낙 비소세포폐암 치료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다 보니 인용도 많이 되고, 이후 유사한 연구결과가 많이 발표됐던 것 같다. 분자표적치료제의 내성기전을 일으키는 경로를 알아내고 차단하는 것으로, 일명 코타깃팅(co-targeting) 전략이다. 작년에는 조직 또는 혈액 내에 IGF 발현이 높은 환자가 병용치료에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 발표가 있었다. 면역치료에 내성을 갖는 경우에도 코타깃팅이 효과적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돼 현재 전임상 연구를 진행 중이다.
▶코타깃팅 외에 관심을 갖고 있는 암치료 전략을 소개한다면?
기존에 알려진 약물을 리포지셔닝하는 것도 좋은 연구전략 중 하나다. 2016년 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논문은 임상에서 고혈압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는 칼슘채널차단제(CCB)의 폐암 예방 가능성에 주목했다.
흡연자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의 경우 스트레스호르몬이나 담배구성요소가 세포막에 있는 수용체와 결합해 칼슘이 세포 안으로 유입된다. 결과적으로 IGF2가 세포 밖으로 유리돼 IGF-1R 신호가 활성화되고, 폐암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 때 칼슘의 세포유입을 일으키는 통로 중 하나가전압개폐칼슘채널(voltage-dependent calcium channel)인데, CCB는 L-type 칼슘채널을효과적으로 억제한다.
실제 연구 결과 CCB가 흡연성분 또는 스트레스에 의한 폐암 생성을 효과적으로 억제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심평원에서 제공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도 CCB를 복용했던 고혈압환자들의 폐암 발생률이 30% 이상 감소됐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를 토대로 CCB가 폐암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보조치료제로 사용될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처럼 이미 개발된 약을 적응증이 다른 새로운 환자군에게 적용할 경우, 개발에 필요한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마찬가지로 기존에 알려진 표적치료제의 활성도를 향상시키거나 천연물 라이브러리를 스크리닝해 신약을 개발하고 유도체를만들거나, 혹은 약물리포지셔닝 등 다각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천연물유래 신약후보물질 개발도 추진 중이지 않나. 지난해 대한약학회 학술대회에서 관련 연구성과를 소개했는데?
MD앤더슨 재직 당시 천연물 유래 디굴린(Deguelin)이란 물질을 도출했다. 이 물질은 굉장히 낮은 농도에서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미 여러 연구자들을 통해 혈관형성억제 및 항암작용 등의 기전이 여러 차례 논문으로 발표됐다. 귀국할 때쯤 서울약대에 몸 담았던 서영거 교수님가 마침 디굴린의 약물유도체를 만드는 과제를 진행 중이어서 자연스럽게 해당 과제에 참여하게 됐고, 현재도 여러 디굴린 유도체의 효능 및 작용기전을 밝히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개발된 유도체들은 디굴린과 비교해 독성이 거의 없으면서도 우수한 항암작용을 나타냈다.
디굴린과 그 유도체들은 Hsp90을 억제해 항암효과를 나타낸다. Hsp90은 암세포 성장을 촉진하는 신호전달을 매개하는 여러 단백질들이 온도변화나 UV 자극과 같은 스트레스 환경에서도 제대로 구조가 형성되도록 함으로써 제 기능을 하게 만드는 단백질이다. 이미 글로벌 제약사들도 이러한 기전의 Hsp90 억제제를 많이 개발하고 있다. 확보된 디굴린 유도체로는 미국 특허를 받았고, 전임상에서 임상시험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제약회사에 기술이전을 추진 중이다. 문제는 Hsp90을 억제할 때 또다른 Hsp 시스템의 구성요소인 Hsp70이발현돼 내성을 유도한다는 것인데, 이를 차단하기 위해 Hsp90와 Hsp70을 동시 억제하는 약물들도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폐기종 관련 논문도 발표했다. 폐암과 폐기종 사이에 연관성이 있나?
귀국 이후 한국인에서 호발하는 대장암, 유방암, 위암 등으로 연구 영역을 넓히던 중 폐기종을 연구하게 됐다. 폐기종과 폐암은 발생인자가 많이 중복된다. 노화, 흡연, 공해 등이 폐질환의 공통된 발병인자로 염증에 의한 경우가 많다. 폐기종이 폐세포의 파괴에 의한 질환이라면 폐암은 폐상피세포의 성장이 조절되지 않아 발생한다. 동일한 병인이 환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폐기종이 폐암을 일으키는 위험인자라는 역학조사 결과를 토대로 연구를 진행해보니, 흡연 동물모델에서 폐기종과 폐암이 차례로 발생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또한 흡연에 의해 발현이 늘어나는 유전자를 발견하고, 유전자변형쥐를 만들어 폐기종 발병 후 폐암이 발생하는 과정을 재확인했다. 현재는 폐기종 및 폐암의 발생과정과 이를 억제할 수 있는 전략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폐암을 넘어 COPD, 폐기종 등 폐질환 영역에서 예방책 또는 예방약을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국내외 다양한 연구 경험을 쌓으면서 아쉬운 점도 있을 것 같다.
한국, 미국할 것 없이 아쉬운 점은 비슷하다. PhD와 MD가 동등한 포지션에서 서로의 전문지식을 존중하고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논문의 주요저자와 교신저자 이외 중간저자들도 연구 결과에 대한 공헌에 따른 크레딧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
팀프로젝트 개념으로 연구팀 전원이 연구업적을 공유할 수 있다면 기초연구와 임상연구의 연계가 좀 더 활발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남녀 연구자들의 역할과 대우에 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당장 서울대학교 의약대만 해도 여교수 수는 전체 50명 중 10명 수준이다. 물론 미국이라고 해서 남녀가 완전히 공정한 대우를 받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 있을 때 여성교수협의회에서 남녀별 의장수나 연봉, 부서별 직원수 등의 차이를 발표하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단순하게 남녀의 수를 절반씩 동일하게 맞추기 보다는 연구 및 사회활동에 대한 참여와 공헌도를 따져 공정한 대우와 권리를 주장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연구자로서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아버지께서 앓으셨던 암을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약대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MD앤더슨 암센터에서 박사 후 연수를 시작할 때는 훌륭한 논문을 내자는 데 목표를 두기도 했다. 그런데 MD앤더슨에 처음 갔을 때 목격한 광경은 그런 생각들을 바꿔놓았다.
암전문병원이다 보니 공격적인 수술로 눈이나 귀, 턱, 얼굴 일부가 없거나 뇌종양이 너무 커져서 우주인처럼 머리가 커진 소아 환자들도 보게 되는데, 카페테리아에서 이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보호자와 방문자들의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가 식사 중 옆 사람의 식판에 구토를 했는데도 전혀 화를 내거나 당황스러워하지 않고 일어나 환자를 닦이고 위로해주는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다. 좋은 논문보다 치료제 개발이나 연구과정에 조금이나마 공헌하고 싶은 목표가 생긴 건 그 때였던 것 같다. 퇴임 전까지 폐암이나 폐질환 진행을 억제할 수 있는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고, 학생들을 실력있는 연구자로 키워내는 데도 일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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