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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적 경쟁자 인수'...엘러간, 보톡스 방어 전략 시동

  • 안경진
  • 2018-09-17 06:20:33
  • 1억9500만 달러 투자해 본티 인수…레반스·에볼루스 견제 효과 노려

엘러간이 연매출 38억 달러(한화 약 4.3조원) 규모의 보톡스 시장을 사수하기 위해 M&A 카드를 꺼내 들었다. 초기 투자금 1억9500만 달러(약 2183억원)를 들여 차세대 보툴리눔독소 제제 개발에 특화된 바이오기업을 인수하고, 신규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

나날이 치열해지는 보툴리눔독소제제 시장에서 잠재적인 경쟁상대를 배제하고, 시장 차별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보톡스의 강력한 경쟁상대로 거론되는 레반스 테라퓨틱스(Revance Therapeutics)와 에볼루스(Evolus)의 시장 진출이 임박해짐에 따라, 미국 내 보툴리눔독소 시장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1억9500만 달러 투자…차세대 보툴리눔독소 개발사 '본티' 인수

15일(현지시각) 엘러간은 새로운 형태의 보툴리눔독소제제를 개발 중인 생명공학기업 본티(Bonti, Inc)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공표했다. 엘러간은 초기계약금으로 본티사에 1억9500만 달러를 지급하게 된다. 향후 상업화 단계에 따른 마일스톤을 추가 지급해야 하는데, 구체적인 계약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엘러간으로부터 거액의 투자금을 유치하게 된 본티는 캘리포니아주 뉴포트비치에 본사를 둔 생명공학기업이다. 2015년 창립 이래 속효성 보툴리눔독소 제제 개발 및 상업화에 주력해 왔다. 미간주름 개선 및 국소통증 치료, 2가지 적응증을 타깃하는 보툴리눔독소 E형 제제(EB-001)가 핵심 파이프라인이다.

본티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보툴리눔독소 제제 개발 현황
EB-001은 보툴리눔독소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A형 제제와 작용기전이 유사하지만 약효 발현시간이 빠르고, 지속기간이 짧다는 차이점을 갖는다. 보톡스 등 기존 보툴리눔독소 제제가 시술 후 3~7일 사이에 투여반응을 보이기 시작해 3~4개월가량 효과가 지속되는 데 비해, EB-001은 시술 후 24시간 이내 효과가 발현되고 약 3~4주 동안 유지된다고 알려졌다.

본티사는 최근 EB-001의 미간주름 개선 효과를 평가한 임상연구의 탑라인 결과를 최초로 발표하면서 유효성 및 안전성을 확보했다. 현재 미간주름 개선 및 피부암 절제술의 일종인 모즈현미경도식수술 후 흉터감소에 관한 미용적응증(EB-001A)과 근육통증 치료(EB-001T)에 관한 3가지 2상임상 연구가 진행 중이다. 올해 초 2번째 2상임상에 돌입하는 과정에서 155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C 투자금을 유치했으며, 해당 금액은 임상연구와 외에 보툴리눔독소 시장조사 등에 활용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본티의 또 다른 특징은 전직 엘러간 임원이 창립멤버라는 점이다. 폰티의 공동창업자로서 현재 CEO를 맡고 있는 푸아드 하산(Fauad Hasan)은 창업 직전인 2015년 5월까지 엘러간 차세대 보툴리눔독소제제를 포함한 바이오의약품 전략, 개발부서를 이끌었다. 2008년 6월부터 약 7년의 재직기간 동안 연구개발(R&D)과 제조공급망 운영, 사업개발 등 엘러간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으며, 엘러간 재직 이전에는 리제네론, 박스터 등 헬스케어기업에서 16년이 넘는 경험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로서 엘러간의 잠재적인 위협상대로 거론되는 에볼루스가 올 상반기 엘러간 출신의 데이빗 모아타제디(David Moatazedi)를 신임 대표로 영입하며 주목받았던 사례를 연상케 한다.

시술 24시간 이내 효과…기존 보툴리눔독소와 차별성

해외에서는 엘러간의 이번 거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차별성을 갖춘 보툴리눔독소 제제를 손에 넣으면서 잠재적인 경쟁상대를 제거할 뿐 아니라, 파이프라인을 다각화하는 2가지 효과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엘러간은 과거에도 경쟁사를 견제하려는 취지로 기술이전 및 M&A 전략을 펼친다는 의혹을 받은 적이 있다. 2013년 국내 기업인 메디톡스로부터 액상형 보툴리눔독소 제제 '이노톡스'의 권리를 이전받고도 고의로 3상임상을 진행하지 않아 시장진입을 방해했다는 혐의가 제기된 것이다. 3년 전 미국의 한 외과의사가 반독점법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엘러간을 고발하고, 이후 집단소송으로까지 번지자 엘러간은 1350만 달러를 지급하고 합의를 도출했다.

미국의 의약전문지 피어스파마(FiercePharma)는 "엘러간의 본티 인수는 잠재적인 경쟁자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인 셈이다. 엘러간이 1억9500만 달러 투자로 보톡스 시장의 위협을 완화했다"고 보도했다.

EB-001의 시장 가치도 높게 평가되고 있다. 약효 발현시간이 빠르다는 임상적 특성과 개발 중인 적응증이 잘 맞아떨어지는 데다, 기존 시장의 미충족수요를 해소하기에 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피어스파마는 "기존 보툴리눔독소 제제가 미용 시장 외에 과민성방광, 만성 편두통과 같은 치료 적응증을 겨냥한다면, 본티의 EB-001은 근골격계 통증에 대한 비수술적 치료와 수술 후 흉터치료를 타깃한다. 24시간 이내 효과가 발현되고 3~4주간 지속된다는 임상 특성과 잘 맞아떨어진다"며 "근육수축이나 경련에 의해 유발되는 국소통증 치료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아 미충족수요가 높다"고 언급했다.

내년 상반기 에볼루스 '나보타' 출시 예고…보톡스 매출급감 위기

엘러간은 지난 30여 년간 보툴리눔독소제제 시장에서 독보적인 점유율을 자랑해 왔다. 연간 38억 달러(2017년 기준) 규모를 형성하는 보톡스 매출에 힘입어 매년 성장을 거듭 중이다.

하지만 레반스, 에볼루스 등 보툴리눔독소 제제 후발주자들과의 경쟁이 임박해진 데다 보톡스 다음으로 매출 규모가 큰 안구건조증 치료제 '레스타시스'마저 제네릭 경쟁 위기에 처하면서 최근 실적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는 내년 상반기 나보타의 미국 출시 계획을 공식화했고, 레반스는 일명 '바르는 보톡스'로 불리는 RT002의 허가신청서를 내년 상반기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비록 신생기업이지만 미국 피부과 키닥터들의 투자로 세워진 데다 엘러간 출신의 CEO를 영입한 에볼루스가 보톡스 대비 가격경쟁력을 갖춘 나보타를 출시한다는 점은 시장에서 상당한 위험요소로 평가된다.

그런데도 엘러간은 메디컬에스테틱 사업부 매출이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보툴리눔독소 제제 경쟁사들을 향한 견제 수위도 강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엘러간의 브렌트 선더스(Brent Saunders) 대표(CEO)는 "본티 인수는 엘러간 메디컬에스테틱 사업부의 미래를 위한 전략적 투자에 해당한다. 본티의 새로운 보툴리눔독소 제제가 엘러간의 메디컬에스테틱 파이프라인을 동급 최고수준으로 강화할 만한 잠재력을 갖는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안면주름 개선 목적으로 보툴리눔독소 제제 투여를 고려하는 소비자층이 미국에서만 약 6500만명으로 추산되는 만큼 메디컬에스테틱 시장이 향후에도 크게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선더스 대표는 "시장조사 결과 미국 소비자들은 기존 보툴리눔독소 제제보다 작용시간이 빠른 제품에 관심이 높다"며 "2~4주 이내 효과 확인이 가능한 신제품이 시술 여부를 고민 중인 첫 소비자층에게 어필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최근 뉴욕에서 투자자들 대상으로 열린 메디컬에스테틱데이(Medical Aesthetics Day)에서는 "2025년까지 메디컬에스테틱 사업부 매출이 현재 2배 수준인 70억~80억 달러로 성장할 것"이란 자체 전망도 내놨다.

로이터는 "엘러간이 레반스, 에볼루스 등 보톡스 매출을 잠재적으로 위협하는 회사들을 견제하기 위해 대중광고(DTC) 투자규모를 2배로 늘리고 영업인력을 강화했다"며 "본티 인수를 계기로 보톡스 장기 시술 여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신규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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