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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선] 발사르탄 대책과 제약산업 불신의 민낯

  • 천승현
  • 2018-10-15 06:10:05

불순물 발사르탄 파동이 국내 제약산업 규제 강화로 귀결되는 양상이다.

이번 파동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약품 안전관리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의약품의 품목허가·신고·심사 규정’ 일부개정고시안을 행정예고했다. 내년 9월부터 제약사가 의약품의 허가를 신청할 때 유전 독성 또는 발암불순물, 금속불순물 등에 대한 안전성 입증자료 제출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앞으로는 기준규격에 없어도 제약사가 자율적으로 생성 가능성이 있는 유해물질에 대한 안전관리 점검을 실시하고 안전성 검증이 완료된 의약품만 허가를 허용하겠다는 취지다. 국내외 제약사들이 신약을 허가받을 때 화학구조를 분석해 발생 가능한 유해물질에 대한 안전성 여부를 검증해 관련 자료를 제출하는데, 제네릭 의약품도 유사한 수준의 안전관리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식약처로부터 승인을 받은 이후 적법하게 판매를 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불순물이 발견되면 해당 제약사가 문제의 책임을 지고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식약처는 최근 모든 발사르탄 완제의약품 제조·수입업체에 대해 공통적으로 연속 3개 제조번호에 대한 시험결과 NDMA가 관리기준(0.3ppm) 이하로 관리됨을 입증하는 자료를 갖춰야만 완제의약품 출하를 허용한다고 지시했다. 관련 공정검증자료는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실시한 시험결과를 제출토록 했다.

복지부는 불순물 발사르탄 재처방과 재조제 등으로 발생한 재정 지출에 대해 해당 제약사에 구상권 또는 손해배상 청구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불순물 발사르탄 의약품을 복용 중인 환자들에게 본인 부담 비용 없이 재처방과 재조제를 인정해줬는데, 이 비용을 제약사가 부담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보건복지부와 협의체를 꾸려 제네릭 난립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발사르탄 파동의 원인이 제네릭 난립과 직결되지는 않지만 무분별한 제네릭 진입으로 다양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제네릭 허가 규제 강화와 약가 인하 등이 예상되는 정책 기조로 전망된다.

정부의 움직임에 제약업계의 강하게 반발한다. 제약업계에서 “수입 원료의약품 업체의 품질관리 소홀로 우연히 발생한 사건의 책임을 제약사에 모두 떠넘기려고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애초에 기준규격에 없는 발암가능물질의 검출로 제약사들은 적법하게 승인받은 원료를 사용하고도 판매금지와 회수에 따른 막대한 손실을 감수한 터라 불만은 당연해 보인다.

발사르탄 파동 이후 나온 일련의 후속조치를 보면 정부가 국내 제약업체들에 깊은 불신을 갖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제약사들이 자체적으로 품질관리 수준을 갖추지 못하고 있으니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추후 유사한 문제가 불거지면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수많은 유해물질 중 발사르탄의 NDMA 시험결과를 지정된 기관에서만 받으라는 지시는 제약사의 품질관리 기준을 못 믿겠다는 정부의 시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판매금지된 발사르탄 의약품에 대해 회수명령을 내리지 않고 직간접적으로 회수를 종용하는 것도 제약사들에 대한 깊은 불신에서 나오는 조치로 보인다. 제약업계에서는 "추후 손실을 입은 제약사가 소송을 제기할 것을 우려해 식약처가 강제회수를 내리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불신이 불신으로 이어지는 형국이다.

정부의 강력한 후속조치에 대해 제약사들이 의아하게 받아들이는 배경은 발사르탄 의약품의 유해성이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화하이 발사르탄 원료의 NDMA 검출량을 근거로 예비 인체영향 평가를 진행한 결과 최고용량인 320mg으로 매일 3년 동안 복용한 경우 자연발생적인 발암가능성에 더해 1만1800명 중 중 1명이 NDMA로 인해 암에 걸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최근 영국의학저널(BMJ)에는 NDMA 검출 발사르탄을 복용한 환자들은 4년의 추적기간 동안 암 발생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하지 않았다는 논문도 발표됐다.

물론 국내 제약사들에 대한 깊은 불신은 제약업체가 자초한 측면도 있다. 정부가 모든 유해물질에 대한 기준을 제시할 수 없기 때문에 제약사는 제조·판매하는 제품에 대해 정부의 기준보다 자체적으로 더욱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일부 문제가 노출됐다는 이유로 정부가 평소 갖고 있던 불신을 정책에 반영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모든 규제는 사회적 합의와 충분한 근거를 기반으로 마련돼야 한다. 만약 정부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기업들의 부담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있다면 비겁한 행정이다. 평소 규제완화를 외치다 기존에 명분을 찾지 못해 도입을 주저하던 규제를 발사르탄 파동을 계기로 시행하려는 의도는 아닌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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