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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 후 원료약 수입 막힌 북한…'약초 캐 약 만든다'

  • 김진구
  • 2019-04-23 17:51:25
  • 보건사회연구원 '북한 보건의료 변화와 전망' 보고서
  • 의약품 시장화 가속…"약국, 2010년 이후 영리화"
  • 배급 유명무실…10여개 공장서 항생제 3~4종 만드는 수준

북한 평스약국(사진: 평스제약합영회사 홈페이지)
남북 관계 개선에 따라 보건의료 협력체계도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북한 보건의료 실상, 특히 의약품의 수요·공급 실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최근 '북한 보건의료 변화와 전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의약품 시장의 변화 양상에 대해 짚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전체 인구의 25%가 필수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할 정도로 사정이 열악하다.

2017년 UN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가 발행한 보고서에선 모성사망률의 원인을 분석했는데, 출산 시 출혈이 30%로 가장 높았고, 이어 빈혈(13%), 감염12%), 난산·임신중독증(12%)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항생제·기초의약품이 부족하고 장비·시설이 낙후돼 수혈·감염예방·합병증 관리가 부실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장마당 통한 의약품 거래 발달…오남용 급증

의약품 분야의 경우 국가 배급체계를 통한 의료 물자와 의약품 공급은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공식적인 의약품 배급이 중단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로 점차 의약품의 시장화가 가속됐다고 보고서는 설명한다. 현재 북한에서 의약품은 국영약국, 개인약국, 시장, 상점, 개인 약장사 등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보고서는 "북한사회의 다양한 생필품이 비공식적인 장마장을 통해 거래되면서 의약품 역시 비공식 시장에서 거래가 늘었다"며 "현직 의사들 역시 비공식 시장에서 거래되는 의약품 정보를 활용해 처방을 내리는 게 일반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의약품 시장화가 가속되면서 2010년 전후로 북한의 약국은 공식·비공식을 막론하고 영리적 활동을 하는 개인운영 기관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한 오남용 문제는 이미 심각한 수준으로 전해진다. 제대로 된 관리 없이 처방된 약을 임의로 구입하기 때문에 주로 증상 개선 효과가 빠른 약이 선호되는 반면, 약의 원료·부작용 정보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이다.

일례로, 북한 장마당에서 가장 흔하게 거래되는 의약품 중 하나는 중국에서 만들어진 '정통편'인데, 만병통치약으로 잘못 알려져 일상적으로 과다복용되는 형편이다. 참고로 정통편은 마약 성분이 함유돼 남한에선 금지 약품으로 취급된다.

제약공장 생산 능력 한계 뚜렷…3~4종 항생제·설파제 만드는 수준

의약품 공급 문제의 주요 요인 중 하나는 대북제재다. 제약 능력이 뒤처져 있는 것은 물론, 의약품과 원료 수입이 막히면서 생산 능력의 한계는 더욱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북한 내 의약품 생산 공장은 ▲순천제약공장(평남 순천) ▲평양제약공장(평양) ▲평스합영공장(평양) ▲함흥제약공장(함흥) ▲나남제약공장(청진) 등 10여개의 중앙 제약공장이 운영된다.

그러나 생산능력은 매우 떨어진다. 보고서는 "3~4종의 항생제와 설파제 등 20여종의 합성의약품을 생산하는 정도"라며 "전기 공급이 원활하지 않고 의약품 원료를 구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UN의 세관통계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37개국으로부터 1억413만 달러(약 1588억원)어치 의료용품을 수입했으며, 이중 91.5%가 의약품이었다. 주요 교역국은 역시나 중국으로, 전체 수입액의 68.2%를 차지했다.

그러나 UN의 대북제재 이후 사실상 수입줄기가 막힌 상황이다. 보고서는 "제재 이후 수입이 원활하지 않아 원료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며 "이에 더해 생산기계가 노후화되고 적절한 대체·보수가 이뤄지지 않아 제약공장이 제 기능을 못한다"고 파악했다.

정책적으로 외화를 벌 수 있는 품목의 생산에 집중하는 것도 문제다. 보고서는 "의료수요를 충족하려는 목적보다는 수익성이 높은 아편 등 마약류나 발기부전치료제 등을 위주로 생산을 한다"고 분석했다.

겨우 순천제약공장 정도만 군 비축용으로 국방위원회가 주문하는 페니실린, 아스피린 등 간단한 의약품만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료의 주체화' 선언…"대북제재 해제 없이 긍정적 변화 어려울 것"

원료약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북한은 자국에서 채취할 수 있는 약초 등 자연원료를 이용한 신약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이른바 '원료의 주체화'를 통해 원료의약품 수입 제한을 타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효성에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보고서에 따르면 김정은 국방위원장은 지난해 1월 평양제약공장 현지지도에 나서 "평양제약공장 현대화와 흥남제약공장 현대화를 대답하게 밀고 나가자"고 과업을 제시했다.

과업은 '원료의 주체화'로 구체화됐다. 제약원료의 부족을 약초 등을 활용해 메우겠다는 것이다.

실제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해 2월 '(북한) 의약연구원 약학연구소가 우리나라에 흔한 원료를 리용한 새로운 교갑 재료를 개발해 지난 시기 수입에 의존하던 굳은 교갑을 주체화'하기 위해 '삼향우황청신교갑약, 생물활성인삼수액 등 20여 종의 고려약을 연구·개발해 고려약의 엑스화, 과학화'를 실현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보고서는 "대북제재 완화가 수반되지 않고서는 단시일 내에 북한 내 자원만으로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난망했다.

지난해 11월 개성에서 개최된 남북의료 실무자 회의. (왼쪽부터) 박동철 보건성 부국장, 박철진 조평통 참사, 박명수 보건성 국가위생검역원장(단장),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 김병대 통일부 인도협력국장, 권준옥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사진=공동취재단).
보고서는 "중국·베트남 등 사회주의 국가들은 체제를 전환하면서 비감염성 질환이 증가하는 특징을 보였다"며 "북한 역시 비감염성 질환이 증가하고 있어 현재 의료시스템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앞으로의 남북 보건의료 교류·협력에서는 과거처럼 남한이 북한에 소수의 의료기관을 지어주거나 소수의 의료진을 교육하는 것보다는 더욱 장기적·체계적인 보건의료 체계 회복 로드맵 기획과 실행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북한 보건의료 체계의 진정한 회복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전체 거버넌스와 소프트웨어의 변화에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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