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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앞에 특허권 무의미...치료제 공동개발해야"

  • 정혜진
  • 2020-04-23 06:12:10
  • '지식연구소 공방' 남희섭 변리사
  • 코스타리카 정부 '특허 풀' 제안에 WHO "수용" 입장
  • "의약품 개발 효율성 향상 위해서라도 공유는 꼭 필요"

[데일리팜=정혜진 기자]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 제약사들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신물질 개발은 물론, 보유하고 있는 후보물질까지 끌어다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없는지 검토 중이다.

이 가운데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주목할 만 한 입장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에 필요한 특허를 모두가 공유해 개발을 앞당기자는 한 국가의 의견을 수용한 것이다.

남희섭 변리사
치료제 개발에만 성공하면 일확천금을 노릴 수 있는 상황에서, WHO의 결정이 어떤 의미를 가질까. 실제 파급효과는 있을까. 의약품 특허 전문 남희섭 변리사(54, 지식연구소 공방 소장)는 전세계 분위기를 전하며 "의약품 개발에 있어 공유와 공동개발 개념을 도입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WHO의 결정은 코스타리카 정부의 의견 제안에서 시작됐다. 코스타리카 보건부 장관과 대통령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필요한 특허 등 모든 수단을 연구자들이 공유할 수 있게 하자는 의견을 WHO에 보냈다. 지난달 23일의 일이다.

나흘 뒤 WHO는 언론브리핑에서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돼 모든 국가와 사람들이 공평하게 공유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며 먼저 의견을 제안한 코스타리카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사실상 의견을 수용한 셈이다.

남 변리사는 "코로나19라는 위기상황과 맞물려 많은 국가와 단체들이 '특허 풀(pool)'에 찬성 의견을 던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네덜란드와 영국, 유럽연합 등이 WHO 발표 후 특허 풀 찬성 또는 참여 의사를 잇따라 밝히고 있고, 참여하겠다는 민간단체와 연구소도 늘어나는 추세다.

코로나19라는 위급상황에서 전세계적으로 치료제 개발을 앞당기기 위해 특허권은 잠시 내려놓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뜻이다.

WHO가 밝힌 코로나 치료제 개발을 위한 특허 풀 수용 입장(출처: WHO 홈페이지)
"특허 풀이라는 개념이 새로운 건 아닙니다. MPP(Medicines Patent Pool)라는 플랫폼인데, 2000년대 중반에 시민사회 제안으로 조직됐죠. 출발은 소외질병(Neglected Diseases) 치료제 개발이었습니다. 제약사들이 소외질병 치료제 특허를 가지고 있으면서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의약품은 생산하지 않은거죠. 일종의 시장 실패 현상인데, 이들의 특허를 풀에 태우고 공동관리하면서 제네릭을 저렴하게 만들어 쓰게 하자는 아이디어로 MPP가 탄생했습니다."

이번 특허 공유 역시 이 MPP를 확대해 활용하자는 생각이다. 풀에 태울 만한 정보는 코로나와 관련된 특허는 물론 자료독점권에 관한 권리, 영업비밀이나 노하우, 진단장비와 기계의 설계도면(저작권)까지 포괄적이다. 치료 뿐 아니라 예방, 진단까지 아우르는 장치인 셈이다.

남 변리사는 "MPP 참여 입장을 밝힌다고 당장 그 안의 모든 특허를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우선 각 단체와 국가가 입장을 밝히는 단계로, 이 다음에는 구체적인 방법들이 조율되고 실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남 변리사는 코로나 MPP에 참여의사를 밝히면 WHO와 회원국 또는 공공연구기관, 민간제약사들이 MOU 체결을 거친다고 말했다. 이 안에 어떤 권리를 포함시킬 지는 차차 논의단계를 거쳐야 한다.

앞으로 실질적이고 실무적인 방대한 과정이 남았지만 이미 의미는 크다. 전세계적으로 '의약품 개발과 특허 공유' 시도 자체가 처음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MPP(Medicines Patent Pool) 홈페이지
"전례는 없습니다. 비슷하게는 신종플루 시기에 타미플루 생산이 부족하니 각 국가에서 생산할 수 있게 하자는 '강제실시' 의견이 제기됐지만 시행되지 않았죠. 국가와 단체, 의회 다수가 특허 풀에 찬성할 뿐만 아니라 네덜란드의 최대 민간보험사 아흐메아(ACHMEA)는 자산운영 투자사들에게 '코로나 대응에 국제협력이 필요하니, 관련 특허에 과도한 비용을 책정한 제약사엔 투자하지 말라'고도 발표했습니다. 자의든 타의든 지금은 모두가 특허 풀에 찬성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죠."

만약 이번 세계적인 시도가 실제 치료제 개발 작업까지 이어진다면 의약품 개발 패러다임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다. 남 변리사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 "팬데믹 상황을 포함해 의약품 개발 패러다임 자체를 다시 생각해볼 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의약품 개발이 점차 자료 기반 독점체제로 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의약품 개발 경쟁이 심해진다는 건 중복투자와 낭비의 다른 말"이라고 했다. 과잉경쟁과 과도한 비용 지출이 과잉보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고, 환자 피해는 물론이거니와 기본적으로 비효율적인 방식이라는 지적이다.

남 변리사는 이어 "신약 개발 뿐 아니라 기존 치료제를 이용한 코로나 치료 가능성도 제기되는 만큼, 렘데시비르를 가진 길리어드 등 기존 제약사들도 자사 특허를 풀에 넣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정부도 MPP 참여 의사를 밝혀야 합니다. 오는 5월 온라인으로 열리는 세계보건총회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아시아 대표로 기조연설을 요청했죠. 문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치료제 개발을 위한 MPP 참여를 언급한다면 이 기류가 더 확산될 겁니다. 이제는 우리끼리, 따로따로 개발해서 의약품을 개발하던 시대에서 같이, 함께 연구하자는 쪽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코로나19가 위기이지만, 의약품 개발 공유라는 차원에서 지금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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