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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새 지평 연 '입랜스', CDK4/6 1인자로 '우뚝'

  • 블록버스터 항암제 시리즈 6편-입랜스
  • 최초의 CDK4/6 억제제…HR+/HER2- 전이성 유방암 표준치료로 자리
  • 출시 4년 만에 매출 600억 '독보적'…올해부터 본격적 3파전 시작

[데일리팜=정새임 기자] 유방암 치료제 '입랜스(성분명 팔보시클립)'는 한국화이자제약을 명실상부한 '항암제 강자'로 자리매김하게 만든 약이다. 이전에도 '잴코리', '수텐' 등 우수한 항암제를 갖고 있었지만 입랜스만큼 큰 주목을 받은 약은 없었다. 입랜스는 '최초의 CDK4/6 억제제', '50년 만의 유방암 신약'이라는 타이틀답게 순식간에 블록버스터 약물 반열에 등극했다.

◆최초의 CDK4/6 억제제, 연매출 600억 독보적 위상

입랜스는 세포분열과 성장을 조절하는 사이클린 의존성 키나아제(CDK)4/6을 선별적으로 억제해 암세포 증식을 막는다. 릴리의 '버제니오(성분명 아베마시클립)', 노바티스의 '키스칼리(성분명 리보시클립)'가 이 계열 약물에 속한다. 동일 계열 약물 중 입랜스가 'First-In-Class'다.

입랜스는 폐경 후 여성에서 1차 내분비요법으로서 아로마타제 억제제와 병용하거나 내분비요법 후 질환이 진행된 폐경 전후 유방암 환자에서 풀베스트란트와 병용해 쓰일 수 있다.

입랜스가 국내 상륙한 2016년 8월부터 약 1년간은 기대와 아쉬움, 간절함과 호소로 가득했다. 일단 새로운 기전인 신약의 등장은 유방암 환자에게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었다. 특히 입랜스는 전체 유방암 중 60%에 달하는 호르몬수용체(HR) 양성 및 사람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HER2) 음성인 전이성·진행성 유방암을 타깃으로 하고 있어 대상 환자군이 넓다. 이 환자군은 입랜스가 등장하기 이전까지는 아로마타제 억제제와 같은 항호르몬제를 쓰거나 이로도 관리되지 않으면 전신 부작용이 많은 항암화학요법을 써야 했다. 표적항암제 입랜스가 등장하며 처음으로 2년 이상 무진행생존기간을 늘렸으니 환자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 건 당연한 이치다.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한국에서 허가된 데 이어 그해 12월 아시아인 환자에게서도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함으로써 입랜스는 유방암 치료 패러다임을 바꿀 약제로 떠올랐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가 HR+/HER2-인 전이성·진행성 유방암 환자 치료에 CDK4/6 약제의 병용요법을 'Category1'로 권고하는 등 CDK4/6이 표준치료로 자리 잡는데 입랜스가 크게 기여했다.

처음부터 입랜스가 고공행진 한 건 아니었다. 한 달에 500만원 이상의 약값으로 고가 논란에 시달리며 급여 등재에 진통을 겪었다. 특히 2017년은 다수의 고가 항암제가 등장하며 급여 탈락하는 사례가 많던 시기다. 가뜩이나 비용효과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시점에 해외보다 한국 약값이 더 비싸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한국화이자제약은 난처한 처지에 놓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두 차례 심사 끝인 2017년 7월 입랜스의 급여 타당성을 인정했지만 환자들의 아쉬움을 샀다. 폐경 후 여성의 일차 내분비요법으로서 레트로졸과의 병용요법에만 급여를 인정했던 탓이다. 풀베스트란트 2차요법이 빠진 데다 서구보다 월등히 많다고 알려진 폐경 전 환자는 급여 기회를 전혀 받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풀베스트란트 2차요법 급여화는 입랜스 허가 4년 만인 지난해 7월에야 가능해졌다. 더욱이 CDK4/6 계열 후발주자인 버제니오와 동시에 급여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입랜스에겐 아쉬운 대목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입랜스는 시장에서 '최초'라는 강점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CDK4/6 시장은 세 제품이 경쟁하지만 사실상 입랜스가 독점하는 구도다. 두번째 약인 버제니오가 입랜스보다 3년 늦은 2019년 5월에야 국내 승인을 받았기 때문이다. 세번째 CDK4/6 억제제인 키스칼리는 버제니오보다 5개월 더 늦은 2019년 10월 허가됐으며, 지난해 11월 급여 등재됐다.

자료: 아이큐비아
경쟁자가 없던 3년간 입랜스는 연간 400억원 매출을 일궜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 기준 2017년 연매출 66억원이었던 입랜스는 급여 등재 이듬해인 2018년 253억원으로 283% 급증했다. 2019년에는 73% 증가한 43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600억원 가까이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이보다 많은 700억원에 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입랜스의 분기 매출이 150억원을 상회하는 반면 버제니오는 30억원, 키스칼리는 10억원 중반대에 불과하다.

◆삼자구도 경쟁은 이제부터…데이터로 승부 가른다

세 품목이 모두 급여 적용된 현 시점에 본격적인 경쟁의 서막이 올랐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경쟁약들은 그간 입랜스가 다져온 공고한 위치를 허물어야 하기에 쉽지 않은 게임이다.

이에 후발주자들은 입랜스가 뻗지 못한 영역에서 승부를 걸고 있다. 입랜스의 입지를 허무는 것 보다 새로운 영역을 선점하는 것이 더 용이할뿐 아니라 새로운 계열 약물이 늘어나는 시기 속 CDK4/6 시장의 전반적인 확대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영역이 조기 유방암이다. 입랜스는 전이성 유방암에서는 강력한 데이터를 갖고 있지만, 조기 유방암에서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HR+/HER2- 조기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내분비요법과 병용해 수술 후 보조요법 효능을 확인한 PALLAS 임상과 선행항암치료 후 내분비요법과 입랜스를 병용한 PENELOPE-B 임상 모두 1차 유효성 지표인 침습성 무병생존율(iDFS)이 대조군보다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화이자는 짧은 투약기간과 깐깐한 용량 제한 등으로 인한 높은 조기중단율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반면 버제니오는 수술후 보조요법에서 평균 추적관찰 기간 15.5개월 만에 1차 종료점을 달성해 영역 확대를 꾀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조기 환자에서 CDK4/6 억제제를 보조요법으로 쓰는 것이 더 유용한가에 대한 의문은 풀어야 할 과제다.

키스칼리는 폐경 전, 폐경이행기 환자에서도 난소절제술 없이 1차 내분비요법으로서 아로마타제 억제제와 병용 사용이 가능해 입랜스의 미충족 수요를 해소할 수 있다. 동시에 키스칼리는 가장 긴 전체생존기간을 강조하며 입랜스를 위협하고 있다.

입랜스도 이에 그치지 않고 더 많은 데이터를 쌓아가고 있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하위분석 데이터와 대규모 리얼월드에비던스를 발표하며 입지를 굳혔다. 또 기저질환 환자에서도 안전성 문제 없이 효과를 유지할 수 있다는 근거도 갖췄다. 여기에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추가 연구 등을 진행 중이다. CDK4/6의 독보적 1인자로 우뚝 선 입랜스가 어떤 새로운 데이터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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