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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일반약 침체 장기화...셀프 메디케이션 시대의 역설

  • 천승현
  • 2022-03-15 06:20:52
  • 건기식은 히트상품 지속 배출하며 시장 급성장
  • 일반약 매출 상위권 '올드 드럭'이 싹쓸이...전문약은 신약 맹활약
  • 생산 실적도 정체, 의약품 시장 10위 내 한 품목도 없어...건기식에 시장 잠식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 일반의약품의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 환자가 직접 건강을 진단 관리하는 ‘셀프 메디케이션’ 흐름이 확산하고 있지만 정작 경증 질환을 치료하는 일반약 시장은 매년 위축되는 양상이다. 시장을 주도하는 제품도 수십년 전에 출시된 일반약이며 굵직한 신제품을 찾기 힘들다. 최근 건강기능식품의 급성장에 일반약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약 매출 상위권 대부분 2000년 이전 발매...전문약은 신약 중심 재편

15일 의약품 시장 조사 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일반약은 얀센의 해열진통제 타이레놀이다. 2020년 243억원에서 159.4% 증가하면서 국내 일반약 시장을 평정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들이 발열, 근육통 등을 대비해 구매에 나서면서 매출이 급증했다.

타이레놀은 지난 1993년 국내 허가를 받았다. 국내 시장에 진출한 지 30년 가량 지난 제품이 일반약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셈이다.

국내 일반약 시장을 보면 출시된 지 수십 년 지난 제품들이 여전히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지난해 430억원으로 매출 2위를 기록한 케토톱은 1993년에 허가받았다. 케토톱은 2020년 421억원의 매출로 일반약 선두에 오른 바 있다.

지난 1973년에 허가받은 광동 우황청심원은 지난해 339억원의 매출로 일반약 4위에 올랐다. 허가받은 지 50년 가량 지났는데도 여전히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작년 일반약 매출 5위에 오른 까스활명수큐는 1989년 발매됐다. 까스활명수큐의 전신은 활명수다. 활명수는 대한제국 궁중선전관 민병호 선생이 1897년 궁중비방에 서양 의학을 접목시켜 개발한 최초의 국산 의약품이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의약품이다. 발매된 지 100년 이상 지났는데도 매년 일반약 상위권에 자리잡고 있다.

작년 일반약 매출 6위 감기약 판피린큐는 2007년에 발매됐지만 판피린 시리즈는 출시된 지 30년이 훌쩍 지났다. 판콜에스, 우루사, 아로나민골드 등 1970~1980년대에 발매된 제품들이 일반약 상위권에 포진했다.

일반약 매출 3위를 기록한 종근당의 이모튼이 상대적으로 최근인 2000년에 허가받았는데, 이모튼 매출은 대부분 처방에서 발생한다. 이모튼은 아보카도 소야 불검화물의 추출물로 만들어진 생약 제제다. 골관절염과 치주질환에 의한 출혈 및 통증 치료용도로 사용되는데 대부분 매출은 처방을 통해 발생하기 때문에 일반약 시장과는 거리가 있다.

녹십자가 판매 중인 종합비타민 비맥스메타가 최근 발매된 일반약 중 사실상 유일하게 10위권에 포진했다. 비맥스메타는 지난해 202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체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사실상 국내 일반약 시장에서 제약사들이 최근 걸출한 신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더욱이 지난해 국내 전체 의약품 시장에서 일반약은 단 1개 품목도 10위권에 진입하지 못했다.

전체 의약품 시장에서 국내외 제약사들이 최근에 내놓은 신제품들이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현상이다.

지난해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 MSD의 키트루다가 2001억원의 매출로 전체 선두에 올랐는데 국내 허가는 2015년이다. 키트루다는 면역세포 T세포 표면에 PD-1 단백질을 억제해 PD-L1 수용체와 결합을 막아 면역세포의 활성화를 통해 암을 치료하는 면역관문억제제다. 국내에서 흑색종, 폐암, 두경부암 등 14개 암종에서 18개 적응증을 허가받았다.

키트루다는 2017년 8월부터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로 보험급여가 적용된 이후 매출이 빠른 속도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2018년 703억원으로 수직 상승했고 2019년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최근에도 성장세를 지속하며 발매 6년 만에 매출 20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매출 10위권 의약품 중 리피토와 플라빅스 2개 제품만 1999년에 발매됐고 8개 제품은 모두 2000년 이후에 등장했다. 일반약 시장은 발매된 지 수십년 지난 ‘올드 드럭’이 여전히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전문약 시장은 제약사들의 연구개발(R&D) 역량이 집결된 신제품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빠른 속도로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는 셈이다.

◆일반약 생산액 12년새 25% 성장...전문약 76% 증가

최근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 일반약이 차지하는 비중도 감소 추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완제의약품 생산실적은 21조236억원으로 집계됐다. 2008년 12조6755억원에서 12년 동안 65.9% 증가했다.

지난 2020년 일반약 생산실적은 3조1779억원으로 전년대비 1.4% 줄었다. 일반약 생산실적이 전년보다 감소한 것은 2012년 이후 8년 만이다. 일반약 생산실적은 2008년 2조5454억원에서 12년 동안 24.8% 성장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전문약 생산실적은 10조1301억원에서 17조8457억원으로 76.2% 증가한 것과 큰 대조를 나타냈다. 2020년 완제의약품 생산실적에서 일반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15.1%에 불과했다. 2008년 20.1%에서 매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2000년부터 시행된 의약분업 이전과 비교하면 일반약의 침체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 1999년 일반약 생산실적은 3조2280억원이었는데 21년 동안 1.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문약 생산실적은 3조6714억원에서 5배 가량 확대됐다.

노인 인구와 만성질환자들의 증가로 의약품 시장은 매년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지만 일반약은 소비자들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의약분업 이후 환자들의 병의원 방문이 증가하고, 일반약의 보험급여 제한 등 정책적인 여파로 처방의약품 시장이 확대됐고 상대적으로 일반약 시장은 위축됐다"라고 진단했다.

◆건강기능식품 시장 급성장...품목수도 급증

최근에는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매년 급성장세를 나타내며 일반약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20년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3조325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2.7% 증가했다. 지난 2006년 7010억원에서 14년 만에 4배 이상 치솟았다.

지난 2003년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본격적으로 건강기능식품 제도가 시행됐다. 건강기능식품의 안전성 확보 및 품질향상과 건전한 유통·판매를 도모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증진과 소비자보호에 기여하겠다는 게 건강기능식품법의 도입 취지다.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2010년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고 2016년에는 2조원을 돌파했다. 이후 4년 만에 3조원대로 성장했다.

일반약은 품목 수도 제자리 걸음이다. 2020년 일반약 품목 수는 5280개로 전년보다 3.6% 감소했다. 2010년 6401개에서 17.5% 줄었다.

이에 반해 전문약과 건강기능식품은 품목 수가 크게 증가했다. 2020년 전문약 품목 수는 2만8197개로 전년보다 7.0% 증가했다. 2010년보다 230.7% 늘었다. 건강기능식품 품목수는 2020년 1만5946개로 전년대비 4.7% 늘었고 10년 전 8526개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2010년에는 건강기능식품과 일반약 품목 수 차이가 2125개에 불과했지만 10년 후에는 격차가 2만2917개로 확대됐다. 상대적으로 일반약에 비해 건강기능식품 진입을 노리는 움직임이 훨씬 활발했다는 의미다.

◆건강기능식품 시장 확대에 일반약 잠식 가능성

업계에서는 식품업체와 제약기업들이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적극적으로 두드리면서 빠른 속도로 건강기능식품이 일반약 시장을 대체한 것으로 분석한다. 비타민과 같이 건강보조역할을 하는 영역은 일반약보다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건강기능식품 중 홍삼 제품만 3932종에 이를 정도로 기업들의 무차별 공략이 전개 중이다. 2020년 홍삼의 매출은 1조609억원에 이른다.

2020년 비타민 및 무기질 건강기능식품은 총 6352종에 달했다. 일반약 전체 품목 수보다 많은 규모다. 비타민 및 무기질 건강기능식품의 매출은 2010년 991억원에서 2020년 2989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건강기능식품의 비타민 및 무기질 제품이 일반약의 비타민 시장을 크게 잠식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건강기능식품은 의약품에 비해 광고 규제도 자유롭다는 점이 기업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식품과 제약기업들이 홈쇼핑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건강기능식품 광고를 펼치면서 시장 확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약품은 홈쇼핑 광고가 허용되지 않는다.

건강기능식품은 일반약과는 달리 꾸준히 히트상품이 발굴되고 있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바이오틱스의 매출은 2010년 317억원에서 2020년 5256억원으로 16배 이상 치솟았다.

개별인정형 건강기능식품의 매출은 2020년 6543억원으로 2010년 1128억원보다 5.8배 확대됐다. 기업들이 기존에 있는 건강기능식품 이외에도 새로운 영역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는 얘기다. 개별인정형은 기존에 고시된 품목 이외에 안전성, 기능성을 개별로 인정받은 기능성 원료로 제조한 건강기능식품을 말한다. 한때 글루코사민, 백수오 등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건강기능식품 시장 확대에 큰 역할을 했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건강기능식품은 일반약과는 달리 광고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데다 다양한 유통 채널을 통해 공격적인 가격 정책도 펼칠 수 있다는 매력에 시장 진출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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