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시서는 오류, 라벨은 정상?"…의약품 포장 GMP 논란
- 이석준 기자
- 2026-10-12 06:00:57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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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페론 임상약 위탁업체, 활성약·위약 코드 뒤바뀐 작업지시서 인정
- 실제 라벨 부착은 정상 해명…작업기록·검토·승인 절차 확인 필요
- 국내외 의약품 혼입·오표시 회수 사례…포장·라벨링 품질관리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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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이석준 기자] 의약품 포장 작업지시서에 활성약과 위약의 코드가 뒤바뀌어 기재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포장 공정의 품질관리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위탁업체는 문서상 오류에도 실제 라벨은 정확하게 부착됐다는 입장이지만, 작업지시서 작성·승인부터 실제 포장과 일탈관리까지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에 따른 절차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활성약과 위약의 외관을 동일하게 만드는 이중눈가림 임상시험에서는 암호코드와 실제 성분의 일치 여부가 임상시험의 신뢰성과 직결된다. 작업지시서에 오류가 있었더라도 실제 포장이 정확했는지, 이를 입증할 작업기록과 검증 절차가 갖춰졌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활성약·위약 코드 뒤바뀐 작업지시서…실제 포장은 정상 해명
샤페론은 지난 7일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누겔(HY209겔)' 임상 2b상 Part 2에 사용된 임상시험용의약품과 관련해 포장 위탁업체 A사의 작업지시서에서 활성약과 위약의 코드 기재 오류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샤페론에 따르면 A사는 복수의 내부 작업지시서에 활성약과 위약의 코드를 서로 바꿔 기재한 사실을 자체 일탈보고서에서 인정했다. 다만 A사는 문서 작성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일 뿐 실제 라벨 부착은 작업자가 정확하게 수행했으며, 환자 투약 과정에서도 활성약과 위약이 뒤바뀌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샤페론은 이러한 설명만으로 실제 포장 결과의 정확성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에 서울중앙지방법원에 A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증거보전 및 성분분석 감정을 신청했다.
이번 검증은 임상 2b상 Part 2에서 나타난 높은 위약반응의 원인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이기도 하다. Part 2의 8주차 위약군 EASI 개선율은 58.1%로, A사가 라벨 작업에 관여하지 않은 Part 1의 42.5%보다 15.6%포인트 높았다. Part 2에서는 누겔 투여군과 위약군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위약반응 수치의 차이만으로 실제 약물 혼입이나 라벨 부착 오류를 단정할 수는 없다. 임상시험의 대상자 구성과 시험 조건 등 다른 요인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어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지시서와 다른 작업, 기록은 남았나…GMP 관리 쟁점
이번 사안의 핵심은 작업지시서에 기재된 내용과 실제 작업 결과 사이의 차이를 어떻게 관리했는지다.
의약품 제조·포장 공정에서는 승인된 절차에 따라 작업을 수행하고 결과를 기록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작업지시서에 오류가 있었다면 문서 작성과 검토·승인 과정이 적절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실제 작업이 지시서와 다르게 진행됐다면 작업자가 어떤 근거로 정확한 코드를 판단했는지도 검토 대상이다.
미국 의약품 GMP 규정인 21 CFR 211.100(b)은 제조·공정관리 절차를 준수하고, 절차에서 벗어난 일탈이 발생하면 이를 기록하고 정당성을 입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해당 규정이 이번 국내 위탁업체에 직접 적용되는지는 별도 판단이 필요하며, 실제 위반 여부는 국내 적용 기준과 승인된 작업 절차 등을 토대로 검토해야 한다.
작업지시서에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실제 포장까지 잘못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반대로 실제 라벨 부착이 정확했다는 설명만으로 문서 관리와 작업 절차가 모두 적절했다고 판단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작업자가 오류를 언제 인지했는지, 어떤 자료를 근거로 라벨을 부착했는지, 관련 판단과 작업 결과가 기록으로 남아 있는지가 중요하다. 코드가 뒤바뀐 작업지시서가 어떤 검토·승인 절차를 거쳤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EU GMP 부속서 13 역시 임상시험용의약품의 눈가림 유지와 포장·표시 작업에 대한 관리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이중눈가림 임상에서는 시험자와 환자가 활성약과 위약을 외관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만큼 암호코드와 실제 성분을 정확하게 연결하는 관리체계가 요구된다.
국내외 포장 오류로 회수 잇따라…품질관리 검증 필요
의약품 포장·라벨링 오류가 실제 제품 회수로 이어진 사례는 국내외에서 확인된다.
2023년 6월 국내 H사는 고혈압 치료제 'M정'에 대한 자진회수를 진행했다. 회수 대상은 1만9991병으로, 위해성 1등급으로 분류됐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치매 치료제 'T정'이 담긴 용기에 고혈압 치료제 라벨이 부착된 것으로 확인했다.
식약처는 작업소와 제조설비의 청소규정 등이 제대로 준수되지 않아 남아 있던 반제품에 다른 제품의 라벨이 부착돼 출하된 것으로 파악했다. 해당 문제는 약사의 신고로 확인됐으며, 식약처는 같은 해 8월 제조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2026년 1월에는 국내 D제약의 고혈압 복합제에 단일제 제품이 혼입돼 위해성 2등급 회수가 이뤄졌다. 해당 업체는 약국 신고를 통해 혼입 사실을 확인했으며, 포장 공정의 작업자 착오를 원인으로 설명했다.
영국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다. 2025년 4월 영국 의약품규제청(MHRA)은 혈압약 20mg 제품의 일부 포장 면에 함량이 10mg으로 잘못 인쇄된 사실을 확인하고 경보를 발령했다. 당시 7769팩이 유통된 상태였다.
2026년 3월에는 밀봉된 의약품 상자 안에서 표시된 제품과 다른 의약품이 발견돼 2등급 회수가 시행됐다. 해당 오류는 환자 신고를 통해 확인됐으며, 동일 생산시설에서 취급하는 두 제품의 2차 포장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로 파악됐다.
이들 사례는 포장·라벨링 오류가 실제 제품의 혼입과 오표시, 회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실제 혼입이 확인된 사례와 작업지시서의 코드 오류가 확인된 샤페론 사례는 구분해야 한다.
이번 샤페론 사안에서도 작업지시서의 작성·검토·승인 이력과 실제 포장 작업기록, 라벨 대조 결과, 일탈보고서 작성 시점 등이 주요 확인 대상이다. 오류 발견 이후 원인 조사와 영향평가, 시정 및 예방조치(CAPA)가 적절하게 이뤄졌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샤페론은 법원 감정 결과에 따라 오류 발생 여부와 영향 범위를 분석하고 CAPA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후속 임상 2c/3a상 설계를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샤페론 관계자는 "위탁업체의 해명만으로 FDA에 경위를 보고할 수는 없다"며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성분 분석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후속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작업지시서의 코드 기재 오류다. 위탁업체는 실제 라벨 부착과 환자 투약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실제 약물 혼입이나 오투약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작업지시서 오류가 확인된 이상 실제 포장 결과의 정확성과 품질관리 절차의 적정성은 각각 검증할 필요가 있다. 의약품 포장 공정의 신뢰성은 최종 결과뿐 아니라 그 결과를 뒷받침하는 작업기록과 관리 절차를 통해 확보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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