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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제약바이오 공시 개선…투자 관행도 달라져야

  • 최다은 기자
  • 2026-08-27 06:00:40
  • 요약

[데일리팜=최다은 기자] 금융감독원이 제약·바이오 기업의 공시 체계를 손질했다. 신약 개발과 임상시험, 기술이전 등 투자 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정보를 보다 구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중요 정보를 공시보다 언론을 통해 먼저 알리는 관행도 제동을 걸었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다른 업종보다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가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현재 실적보다 개발 중인 신약의 성공 가능성, 기술이전 가능성, 향후 시장 규모가 주가에 더 크게 반영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만큼 투자자에게 제공되는 정보의 정확성과 균형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동안 시장에 전달되는 정보는 항상 충분하지만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기술이전 계약이다. 기업들은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총 계약 규모'를 앞세웠지만, 실제 계약 체결과 동시에 받는 계약금과 임상·허가·판매 성공을 전제로 한 마일스톤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가령 총 계약 규모가 1조원이라고 해도 당장 기업에 유입되는 계약금은 수십억원에 불과할 수 있다. 나머지는 개발 단계별 조건을 충족해야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임상이 중단되거나 허가에 실패하면 상당 부분은 현실화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1조원 기술수출'이라는 숫자가 먼저 소비된다. 확정된 가치와 아직 실현되지 않은 기대가 과도하게 부풀려질 여지가 생긴다.

금감원이 기술이전 계약을 계약금과 개발 마일스톤, 허가·판매 마일스톤, 로열티 등으로 구분해 공시하도록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단순히 계약 규모를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투자자가 계약의 실질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임상시험과 기업가치 산정 방식도 마찬가지다. 예상 시장 규모와 임상 성공확률, 허가·심사 리스크, 개발기간과 비용 등 기업가치 산정의 전제가 되는 가정을 더욱 구체적으로 제시하도록 했다. 성공했을 경우의 기대가치뿐 아니라 그 과정에 존재하는 실패 가능성도 함께 보여주겠다는 의미다.

주목할 부분은 금융당국이 공시 제도뿐 아니라 '언론보도 가이드라인'까지 마련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일부 제약·바이오 기업은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보도자료나 언론 인터뷰를 통해 먼저 공개하기도 했다. 공시에는 담기지 않은 설명이 보도자료에 추가되거나, 객관적인 사실보다 기대감을 키우는 표현이 앞서는 사례도 있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중요 정보를 반드시 공시를 통해 먼저 공개하도록 하고 공시되지 않은 내용을 보도자료에 추가하거나 공시 내용과 다른 정보를 언론에 제공하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업 내부에도 보도자료 배포 전 적정성을 검토하는 절차를 두도록 권고했다.

다만 공시 기준을 강화한다고 제약·바이오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하는 것 만큼이나 시장이 그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도 중요하다. 특히 특정 질환이나 감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과거의 개발 이력이나 단편적인 사업 연관성만으로 기업을 '테마주'로 묶는 투자 관행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임상시험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한 기업조차 특정 질환이 다시 유행한다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일이 반복된다.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이나 실적, 연구개발 성과와 무관하게 과거 한때 해당 분야에 뛰어들었다는 사실만으로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리는 식이다.

더 큰 문제는 한번 붙은 테마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개발 중단이나 임상 실패가 공시돼도 시장에서는 과거의 키워드가 다시 소환된다. 기업이 아무리 정확한 정보를 공시하더라도 투자자가 자신이 보고 싶은 정보만 골라 소비한다면 공시 개선의 효과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현상은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특히 경계해야 한다. 신약 개발은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시험과 허가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실패 가능성도 높다. 과거의 개발 이력이나 특정 질환과의 막연한 연관성만으로 기업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신약 개발의 현실과도 거리가 멀다.

기술이전 계약이라면 총 계약 규모뿐 아니라 실제 계약금과 마일스톤 조건을 살펴야 한다. 임상 결과 역시 '성공'이라는 표현보다 사전에 설정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는지,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특정 질환이 유행한다는 이유로 관련주를 찾기에 앞서 해당 기업이 실제로 치료제나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순서다.

언론의 역할 역시 가볍지 않다. '1조원 기술수출', '임상 성공', '글로벌 신약 기대'와 같은 기업의 표현을 그대로 전달하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주가가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근거가 희박한 '○○ 관련주'라는 꼬리표를 반복해 붙이는 관행도 돌아봐야 한다. 언론이 근거 없는 테마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그 테마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은 아닌지 경계해야 한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제품의 미래 가치에 투자하는 산업이다. 기대가 큰 만큼 실패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래서 다른 어느 산업보다 정보와 숫자 하나의 무게가 크다.

이번 공시 개선은 투자자에게 더 정확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첫걸음이다. 하지만 투명한 공시만으로 건전한 시장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기업은 기대와 위험을 같은 무게로 알려야 하고, 언론은 이를 검증해야 하며, 투자자는 화려한 숫자와 익숙한 테마 대신 현재의 사업과 객관적인 근거를 살펴야 한다. 공시가 달라진 만큼 시장이 정보를 소비하는 방식도 달라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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