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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약사회 홍보 외길, 한권의 책으로 담았다"

  • 김지은 기자
  • 2026-08-14 08:43:53
  • 요약
  • 최헌수 대한약사회 커뮤니케이션국장, '정책홍보, 공약수를 찾아라' 출간
  • 매뉴얼로 시작한 기록이 한 권의 책으로…“결국 홍보도 사람”

[데일리팜=김지은 기자] "다른 사람들 인터뷰 자리만 만들다가 제가 직접 이렇게 나서려니 쑥스럽네요."

30년 넘게 대한약사회의 '입'을 맡아온 최헌수 커뮤니케이션국장이 이번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기자 앞에 앉았다.

그에게 익숙한 자리는 늘 카메라 밖이었다. 누군가의 인터뷰를 준비하고, 보도자료를 쓰고, 때로는 위험한 발언이 나오면 메시지를 바로잡으며 조직과 언론 사이에서 접점을 찾는 것이 그의 일이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다른 사람의 말을 세상에 전달해 온 그가 최근 자신의 이름을 내건 책 한 권을 펴냈다. 현장에세이 '정책홍보, 공약수(公約數)를 찾아라'.

처음부터 책을 쓸 생각은 아니었다. 시작은 후배들을 위한 작은 '홍보 업무 매뉴얼'이었다. 하지만 30년 넘게 현장에서 부딪치며 하나씩 얻은 경험을 꺼내놓다 보니 매뉴얼은 어느새 한 권의 책이 됐다.

"협회나 단체에서 홍보 업무를 너무 쉽게 생각한다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저 역시 누군가에게 체계적으로 홍보를 배운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현장에서 부딪치며 배웠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나름의 개념이 생기고, 그 개념들이 쌓이면서 제 나름의 철학이 만들어지더라고요."

매뉴얼로 시작한 기록, 한 권의 책이 되기까지

최 국장은 약사회에서 홍보 업무만 25년 넘게 담당했다. 하나의 일을 오래 한다는 것은 같은 일을 반복한다는 것과는 달랐다. 언론 환경은 달라졌고 집행부가 바뀔 때마다 조직이 강조하는 정책도 달라졌다. 현안마다 이해관계자의 입장도 제각각이었다.

그 과정에서 최 국장이 끊임없이 고민했던 것은 '어떻게 말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였다.

시중에서 찾은 홍보 관련 서적은 대부분 마케팅 홍보에 집중돼 있거나 정책홍보를 학술적으로 접근한 경우가 많았다. 정작 협회·단체의 홍보 담당자가 현장에서 펼쳐볼 만한 책은 찾기 어려웠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책홍보를 하는 사람이 도움을 받아보려고 책을 찾아보면 무겁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그래서 후배들에게 조금은 편하게 볼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어주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주제별로 하나둘 적어놓은 글이 쌓이면서 주변에서는 차라리 책으로 만들어보라는 권유가 이어졌다. 당초 정년을 앞둔 지난해 11월 출간하려 했지만 촉탁 근무를 이어가게 되면서 원고를 다시 들여다볼 시간이 생겼다. 현장에서 체득한 생각들이 일반화된 홍보 이론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확인하고 내용을 보완했다. 그렇게 매뉴얼로 시작했던 기록은 6년여의 시간을 거쳐 한 권의 책이 됐다.

"이 바닥에서 오래 일한 만큼 제 업무에 대한 자신감은 있었습니다. 직원으로서 가질 수 있는 자부심을 후배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었어요. 홍보를 하다 보면 매일 늦을 수밖에 없거든요. 가족들에게도 제가 그동안 술만 먹고 다닌 건 아니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고요.(웃음)"

책 제목에 등장하는 '공약수'는 최 국장이 오랜 협회 홍보 경험 끝에 찾아낸 개념이다. 수학에서 여러 수가 공통으로 갖는 약수를 찾듯이 서로 다른 정책과 사업을 관통하는 조직의 핵심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대한약사회를 예로 들면 그가 생각하는 공약수는 '안전한 의약품 사용 환경을 만드는 데 있어 약사와 약사회가 해야 할 역할'이다.

"공약수가 조직 안에서 공유되면 어떤 사업을 설명하더라도 결국 하나의 방향으로 연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협회 홍보가 특히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집행부가 바뀌면 정책의 강조점이 달라지고, 임원들이 현장에서 바라보는 시각과 협회가 외부와 소통하면서 바라보는 시각 사이에도 차이가 생길 수 있다. 그 간극을 좁혀 하나의 메시지로 만들어내는 것이 홍보 담당자의 역할이라는 게 최 국장의 생각이다.

"임원분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갖고 있는 생각과 제가 외부와 접점을 만들어오면서 고민했던 방향이 처음에는 다를 수 있습니다. 결국 그것들을 섞고 조율해야 합니다. 전문 영역의 생각과 대중성을 적절하게 조율하면서 접점을 찾아가는 것이죠."

"메신저를 믿어야 메시지도 믿을 수 있다“

30년 넘게 홍보를 하며 최 국장이 내린 결론은 의외로 단순하다. 결국 '사람'이라는 것. 책에서도 그는 신뢰와 투명성을 여러 차례 강조한다.

"투명한 게 이긴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메신저를 믿어야 메시지도 믿을 수 있으니까요. 홍보하는 사람이 갖춰야 할 첫 번째 조건은 투명함이라고 봅니다."

책은 ▲오너십 홍보, 주인의식을 가져라 ▲홍보는 결국 사람 장사다 ▲홍보는 소통이다 ▲홍보의 첫 번째 임무는 '위기관리' ▲정책홍보는 나무보다 숲을 봐야 한다 ▲34년이 가르쳐 준 일과 사람에 대하여 등으로 구성됐다.

그중에서도 최 국장이 가장 오랜 시간을 들여 쓴 부분은 마지막 장이다. 앞부분이 홍보 실무자의 자세와 정책홍보에 대한 고민이라면 마지막에는 한 조직에서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한 선배로서 일과 사람에 대한 생각을 담았다.

그는 책에 적힌 내용이 '정답'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20년 넘게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이기 때문에 틀리지는 않았다고 자부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이 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여러 길 가운데 하나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협회·단체 홍보에는 정형화된 매뉴얼이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완성된 정답지라기보다 현장에서 하나씩 주워 모은 경험을 실로 엮어놓은 '첫 번째 초안'에 가깝다.

책 한 권으로 증명한 34년…또 다른 출반선에서

6년 여에 걸친 작업을 끝내고 처음 완성된 책을 손에 들었을 때의 감정은 아직도 생생하다. 집필 과정에서는 "다시는 책을 쓰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부담이 컸다. 하지만 정작 책이 나오자 생각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읽기 참 편하다"는 평가는 그에게 또 다른 용기가 됐다. 그리고 '다시는 쓰지 않겠다'던 다짐과 달리 그는 벌써 두 번째 책을 준비하고 있다. 가제는 '시니어 초고 책쓰기'다.

이번에는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한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한 권의 콘텐츠로 만들어보도록 권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사회생활을 오래 하고 어느 정도 정년을 바라보는 시기가 되면 사람이 위축될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자신이 걸어온 길을 한번 정리해보고, 그것을 통해 자신을 증명하고 검증받으면서 또 다른 존재감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자가출판을 택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거창한 출판 과정이나 큰 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누구나 자신의 경험을 콘텐츠로 남길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고 싶었다.

최 국장은 이 책을 홍보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만 권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협회·단체에서 정책을 세상에 전달해야 하는 실무자들이 우선적인 독자지만, 오랜 직장생활에서 얻은 경험을 담은 마지막 장만큼은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후배들도 읽어봤으면 한다.

30여년 동안 홍보를 해온 그에게 마지막으로 어떤 홍보인으로 기억되고 싶은지를 물었다. 거창한 수식어는 돌아오지 않았다.

"계속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을 기본으로 갖고 있습니다. 소통하는 홍보인, 그리고 책임을 다하는 홍보인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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