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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품목 등재관리는 왜 14번째에 적용될까?

  • 박준섭 이사
  • 2026-07-31 06:00:50
  • 요약
  • 박준섭의 Between the lines
  • 약가 실무서 '기등재+동시신청 품목수' 예측 중요
  • 가산 종료 시점 따라 15% 인하 시기 달라져

올해 8월, 고시에 낯선 문구 하나가 등장한다. '다품목 등재관리.' 이름은 낯설지만 파장은 만만치 않다. 이미 잘 팔리고 있는 제네릭 성분이라도, 이 조항 하나로 상한금액이 갈릴 수 있다. 처음 듣는 이름 앞에서 막막함을 느꼈다면, 그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이런 이름의 제도가 지금까지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조항을 하나씩 뜯어보면, 사실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가산 제도를 뒤집어보면, 그 안에 답이 있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순서대로 풀어본다.

왜 이 제도가 생겼나 — 14라는 숫자의 배경

이번 개편 이후 현장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질문이다. 고시 본문은 '신청제품과 이미 등재된 동일제제와의 합이 14개 이상이 되는 경우'라고만 적고 있을 뿐, 왜 하필 14인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숫자를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면 근거가 보인다.

약사법 허가 구조를 역산하면 나오는 숫자

현행 약사법상 생동시험 제도에는 중요한 구조가 있다. 생동시험을 직접 주관한 회사는 최대 3개사에게 자료를 허여(공유)할 수 있다. 즉 주관 1개사 + 허여 3개사 = 4개사가 1개 생동 그룹을 이루고, 이 4개사는 사실상 동일한 제조 기반을 공유한다.

이것이 "국내 독립 제조소 3개가 안정적으로 확보된 상태"의 시장 구조다. 13개까지는 공급 기반이 완성된 시장, 14번째부터는 그 구조 밖으로 나가는 품목이 된다.

예전에도 함께 설 수 있었고, 지금도 함께 설 수 있다. 다만 이제는, 그 값을 함께 치를 각오가 있어야 한다. (AI 생성 이미지)

공단은 이미 '제조소 3개'를 공급 안정의 기준으로 쓰고 있었다

이 해석을 뒷받침하는 정책 선례가 있다. 건강보험공단이 2023년 상한금액 재평가 협상 시 업계에 통지한 이행관리 합의서 유형 분류 기준으로, 분류 기준은 ①동일제제 수 ②제조소 수 ③급여 청구량이었다.

낯설어 보였던 14가, 사실은 이미 존재하던 정책 판단의 연장선 위에 있었던 셈이다. 13개까지는 시장의 자율에 맡기고, 그 이상은 재정 관리 차원에서 조정하겠다는 설계로 읽을 수 있다.

14의 근거는 이제 알았다. 그런데 이 제도, 막상 실무에서 마주치면 왜 이렇게 낯설게 느껴지는 걸까. 답은 이미 알고 있는 제도를 뒤집어보는 데 있다.

발상의 전환 — 가산을 뒤집어본다

같은 기준점(산정된 약가)에서 방향만 반대로 갈라진다. AI 생성 이미지

왜 유독 낯설게 느껴질까

가산은 익숙하다. 혁신형 제약기업 등 요건을 충족하면 산정된 약가보다 더 높은 가격을 1년간 받고, 여기에 국내생산 요건까지 충족하면 3년이 더해져 최대 4년까지 유지된다. 실무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계산해봤을 구조다.

다품목 등재관리는 반대다. 산정된 약가를 기준으로 삼는 건 똑같은데, 조건을 충족하면 일정 기간이 지난 뒤 가격이 15% 떨어진다. 방향이 반대일 뿐 뼈대는 같다. 그런데 이 제도엔 비교할 만한 익숙한 이름이 없었다. 그래서 실제보다 훨씬 복잡하고 생소하게 느껴진 것이다.

가산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조건을 충족하면, 산정된 약가보다 높은 가격을 일정 기간 유지한다." 이걸 정가산이라고 불러보자. 이제 이 문장의 방향만 뒤집어본다. "조건을 충족하면, 산정된 약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일정 기간 후 조정된다." 이게 다품목 등재관리다. 이 글에서는 편의상 이걸 역가산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정가산(Premium Price) ↔ 역가산(Reverse Premium Price)

INSIGHT

"정가산"과 "역가산"은 규정에 나오는 공식 용어가 아니다. 다품목 등재관리를 가산의 반대 개념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 글에서 붙인 이름이다. 참고로 "다품목 등재관리"라는 이름 자체도 조문에 직접 쓰여 있는 표현은 아니다 — 별표1 제2호가목(4)는 요건과 효과만 규정할 뿐 별도의 이름을 붙이지 않으며, "다품목 등재관리"는 보건복지부 정책 설명자료 등에서 이 조항을 가리킬 때 관용적으로 쓰는 표현이다.

두 제도를 나란히 놓으면 뼈대가 거의 똑같다는 게 보인다.

실무자가 부딪히는 지점 —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

정가산·역가산이라는 틀을 손에 쥐고 나면, 왜 유독 이 제도가 예측하기 어렵게 느껴지는지도 설명이 된다. 이 제도를 처음 접했을 때 실무자가 느끼는 어려움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예측의 어려움이다. 다품목 등재관리는 내 제품 하나의 신청 순서가 아니라, 같은 달에 동일제제군 전체가 몇 개나 함께 신청되는지를 본다. 특허가 만료되는 대형 품목일수록 여러 회사가 비슷한 시기에 준비를 마치고 동시에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내가 아무리 꼼꼼히 준비해도 그 결과는 다른 회사들의 움직임과 함께 결정된다.

둘째는 관리의 어려움이다. 다품목 등재관리는 신청 시점에 대상 여부가 한 번 확정되면, 그 이후엔 별도의 사건이나 재심사 없이 정해진 시점에 자동으로 가격이 조정된다. 등재 순간의 판단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이후로도 우리 제품이 언제 최종 약가에 도달하는지를 계속 추적해야 하는 부담이 남는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추적은 우리 제품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같은 동일제제군에 있는 타사 제품이 언제까지 가산을 받는지, 그 가산이 국내생산 요건까지 포함하는지를 모르면, 어느 날 갑자기 경쟁 제품의 약가가 바뀌어도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우리 제품의 가산·역가산 일정만큼이나, 시장 전체의 등재 현황을 함께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정책 취지 자체는 이해가 가능하다. 동일 성분 제네릭이 지나치게 많이 등재되는 구조를 정리하고 싶다는 문제의식에서, 이번 제도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적용 방식이 개별 기업 입장에서는 다소 낯설고 예측하기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만큼, 제도의 작동 방식을 정확히 이해하고 미리 대비해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언제 얼마나 깎이는가 — 실무 판단 기준

판단 기준은 하나의 공식으로 요약된다.

다품목 대상 여부는 오직 N(이번 동시신청 품목)에만 적용된다. 이미 등재된 X는 그대로 안전하다.

이 합이 신청 시점에 14 이상이면, 그 동시신청 품목수(N)가 다품목 등재관리 대상이 된다. 이미 등재를 마친 X는 이후 다른 회사가 별도로 신청해 군 전체가 14개를 넘기더라도 영향받지 않는다. 확인해야 할 것은 "가산기간 중 몰래 14개를 넘지 않았는지"가 아니라, "우리가 신청하는 바로 그 순간 X+N이 몇 개인지"다.

이걸 X값별로 풀어보면 더 직관적이다.

이미 등재된 제품이 많은 성분일수록, 이번에 함께 신청할 수 있는 여유는 그만큼 줄어든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판정은 딱 한 번, 신청하는 그 순간에만 이뤄진다.

언제 적용되는가 — 판정과 실제 인하는 시점이 다르다

대상이 되더라도 곧바로 가격이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 판정은 신청 시점에 끝나지만, 실제 가격 조정 시점은 신청제품이 가산을 받는지 여부, 그리고 언제 들어오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기준이 되는 Day 0은 가산의 기산일이다 — 통상 해당 동일제제군이 최초로 등재된 날을 가리킨다(자료제출의약품 등은 별도기준에 따라 판단이 필요하다).

자세한 근거 조문은 별표1 제2호가목(4)다. 원문을 그대로 보면 이렇다.

이 조문을 도식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점선 구간은 실제 진입이 가능한 범위를 나타낸다. 표시된 6개월/15개월은 예시일 뿐, Day0~12개월(또는 12개월 이후) 사이 어디든 진입 시점이 될 수 있다.

Case A와 Case B는 결국 같은 결과다 — "언제부터"의 차이일 뿐, 둘 다 산정된 약가 대비 −15%로 수렴한다. Case C와 Case D는 여기에 가산이 얹혀 있다는 점이 다르다 — 가산이 끝나는 그 순간이 곧 −15%가 시작되는 순간이라는 것이다.

네 케이스 모두 인하 폭 자체는 같다. 생동성시험을 완료한 품목은 45%에서 38.25%로, 완료하지 못한 품목은 36%에서 30.6%로 조정된다.

규정에도 새겨진 대칭 — 가산 적용 품목의 다품목등재관리 적용 시점

그런데 이 대칭은 필자의 해석이 아니다. 규정을 직접 확인해보면, 조문 자체가 애초에 대칭되도록 짜여 있다. 앞서 본 조문에서 [Case C·D]로 표시했던 그 문장 — "가산 종료일의 다음 날부터"라는 부분이 바로 그 지점이다.

가산을 받고 있던 제품이라면, 정가산이 끝나는 바로 다음 날부터 역가산이 시작된다. 별도의 유예기간도, 새로운 판단 시점도 없다. 정가산의 종료일이 곧 역가산의 개시일이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신규 제네릭 중 국내생산 요건을 충족해 등재시점(6개월)으로부터 3년(36개월)의 가산을 받는 품목이 있다고 해보자. 앞선 그림의 Case D에 해당하는 경우다.

이 제품은 6개월째, 다른 신규 제네릭들과 함께 신청되는 그 순간 이미 동일제제군 합계가 14개를 넘겼다 — 역가산 대상이라는 사실 자체는 이때 이미 확정된다. 다만 국내생산 요건으로 3년의 가산도 함께 받기 때문에, 실제 −15%가 적용되는 시점만 뒤로 미뤄질 뿐이다. 42개월째 정가산이 끝나면, 별도의 신청이나 재심사 없이 곧바로 다음 날부터 역가산 구간으로 넘어간다.

TIP
신청 전 확인해야 할 두 가지 — 우리 제품이 정가산(가산) 대상인가, 그리고 우리 제품이 속한 동일제제군이 역가산(다품목 등재관리) 대상이 될 수 있는가. 이 둘은 서로 배타적이지 않다. 둘 다 해당한다면, 우리 제품의 가산 종료일을 아는 것이 곧 역가산 개시일을 아는 것과 같다. 별도로 다시 계산하거나 재심사받을 필요 없이, 정가산이 끝나는 그 날짜에 15% 인하가 이미 예정되어 있는 셈이다.

새로운 제도이기에, 더 꼼꼼히

다품목 등재관리는 2026년 8월부터 새롭게 시행되는 제도다. 아직 선례가 쌓여있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 적용 과정에서 세부 해석이 다듬어질 여지도 있고, 케이스별로 경계가 애매한 상황도 나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시점에서는, 제도의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고 우리 제품이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미리 점검해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등재 신청 전에는 X+N을 확인하고, 가산을 받는 품목이라면 그 종료일이 곧 역가산 개시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함께 챙겨야 한다. 잘못된 해석으로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등재 전후로 이 흐름을 계속 추적하는 습관을 들여두면 좋겠다.

가산은 산정가에서 위로 갈라지는 길이고, 다품목 등재관리는 같은 산정가에서 아래로 갈라지는 길이다. 이름이 낯설어도, 구조는 이미 우리가 알고 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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