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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규정 덕에…보령, 혁신형 인증 취소 위기 모면한 사연

  • 김진구 기자
  • 2026-07-13 06:00:58
  • 요약
  • 수원고법, 1심 뒤집고 “리베이트 판매정지 처분 정당하다” 판결 선고
  • 기존 규정이었다면 13년 전 리베이트로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취소
  • 올해 3월 규정 개정 덕에 혁신형 지위 유지…약가개편 직전 위기 모면

[데일리팜=김진구 기자] 보령이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취소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했다. 

13년 전 발생한 리베이트 사건에 대한 판결이 최근 선고됐으나, 올해 3월 바뀐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관련 규정 덕에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보령 입장에선 올해 8월 시행되는 새 약가제도에서 대규모 약가 페널티를 받을뻔한 위기를 모면하게 된 셈이다.

2013년부터 2년간 4천만원 상당 리베이트…13년 만에 “판매정지 처분 정당” 판결

1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원고등법원은 보령에 대한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의 의약품 판매업무 정지 처분이 정당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1심인 수원지방법원에선 판매업무 정지 처분이 부당하다는 보령의 손을 들어줬으나, 항소심에선 판결이 뒤집혔다.

■2012~2013년ㅣ리베이트 공모 = 보령의 영업 관리를 총괄하던 상무 A와 경기지점 영업팀장 B는 당시 보령의 주력 의약품인 ‘크레산트’‧‘토르세미드’ 등의 처방실적을 높이기 위해 의료인들에게 가전 제품을 제공하기로 공모했다. 이들은 적발을 피하기 위해 임원의 개인 자금을 활용하거나 법인카드를 혼용하는 방식을 동원했다. 이 시기 보령은 처음으로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받았다. 

■2013~2015년ㅣ리베이트 제공 = 이들은 경기 광명시 소재 내과 의사에게 200만원 상당의 냉장고와 복합기를 제공한 것을 시작으로, 총 12명의 의료인에게 12회에 걸쳐 합계 3811만원 상당의 현금과 물품을 리베이트로 제공했다.

■2017년ㅣ리베이트 적발+기소 = 해당 행위가 수사당국에 적발됐다. 2017년 상무 A와 영업팀장 B는 약사법 위반 혐의로 형사 재판에 넘겨졌다.

■2018년 11월ㅣ형사 1심 판결 = 수원지법 안산지원은 A와 B의 리베이트 범죄 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각각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2019년 7월ㅣ형사사건 유죄 확정 = 이후 항소심과 대법원 상고심을 거쳐 A와 B의 유죄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2021년 8월ㅣ행정처분과 자진취하 = 형사사건 판결 확정 이후 대전지방식약청과 경인지방식약청이 동일한 사유로 보령에 각각 판매업무 정지 3개월 처분을 내렸다. 보령은 처분이 발효되기 직전, 해당 의약품 품목에 대해 자진취하를 신청했다. 이에 식약처는 보령의 자진취하가 처분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로 보고 신청을 반려했다.

■2021년 10월ㅣ처분 강행과 행정소송 = 같은 해 10월 경인지방식약청‧대전지방식약청은 판매업무 정지 처분을 강행했다. 보령은 이에 불복해 두 지방식약청을 상대로 각각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025년 2월ㅣ보령 1심 승소 = 대전지방법원과 수원지방법원 1심 재판부는 "자진취하는 접수 즉시 효력이 발생하므로, 처분 대상 품목이 사라졌기 때문에 판매업무 정지 처분은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보령 승소 판결을 내렸다.

■2026년 7월ㅣ식약청 2심 승소 = 식약처의 항소로 진행된 수원고등법원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두 식약청의 처분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선고했다.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나 가중처벌을 면탈할 목적으로 자진취하 제도를 악용하는 것은 신의칙 위반이자 권리남용이라는 판단이다.

리베이트 관련 규정 개정과 2심 판결 사이 '4개월 시간차'로 갈린 희비

보령은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취소당할 수 있는 위기를 극적으로 모면했다.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과 관련한 규정이 불과 넉 달 전 바뀌었기 때문이다.

기존 규정이었다면 보령은 이번 항소심 패소로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이 취소될 가능성이 컸다. 기존 규정은 리베이트 처분이나 판결이 최종 확정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인증 취소 여부를 심사했기 때문이다. 위반 행위가 10년 전이든 15년 전이든 무관하게 최종 판결이 ‘현 시점’에 내려지면 불이익을 받는 구조였다.

그러나 올해 3월 복지부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기준 고시를 개정했다. 리베이트 관련 규정이 합리적으로 수정됐다. 인증 취소 여부 심사를 ‘처분 및 판결 시점’에서 ‘실제 위반행위 발생 시점’으로 바꾸고, ‘5년 시효’ 개념이 명확히 도입됐다.

개정된 규정을 적용하면 이번 판결은 보령의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취소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보령의 위반 행위 자체는 2015년 12월 이전에 종료됐으며, 이는 현행 규정상 시효 기간인 5년을 한참 지났기 때문이다. 결국 올해 7월 패소 판결이 내려졌었음에도 보령은 혁신형 제약사 지위를 사실상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결과는 규정 개정(2026년 3월)이 법원의 패소 판결(2026년 7월)보다 불과 4개월 먼저 이뤄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만약 판결이 넉 달 먼저 내려졌거나 고시 개정이 넉 달 늦어졌다면, 보령은 기존 규정에 따라 판결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이 취소되는 위기에 놓일 뻔했던 셈이다.

새 약가제도서 ‘혁신형 제약’ 지위 유지…대규모 약가 페널티 위기 모면

보령의 위기 모면은 단순히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유지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대규모 약가인하 페널티를 받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달 새 약가제도 시행을 예고한 상태다. 새 약가제도는 제네릭의 약가 산정률을 현행 53.55%에서 4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기존에 등재된 의약품 역시 향후 8년간 단계적으로 인하된다.

단, R&D 투자를 지속해온 혁신형 제약기업과 준혁신형 제약기업(신설)에는 예외적으로 약가우대 특례가 부여된다.

혁신형 제약기업은 신규 제네릭 출시 때 일반 제약사(45%)와 달리, 1+3년간 최대 60%의 약가를 보장받는다. 기등재 의약품 약가 인하 때도 49%의 약가로 최종 인하율(45%)에 도달하는 기간을 4년 연장 적용받는다. 사용량-약가 연동제에 따른 인하율 감면 비율에서도 혜택을 받는다.

준혁신형 제약기업은 혁신형 제약기업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신규 제네릭의 경우 1+3년간 50%의 약가를 받는다. 기등재 의약품 약가인하 땐 47%의 약가로 3년간 특례를 적용받는다.

보령은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제도가 시행된 2012년 처음 인증을 받은 뒤, 올해까지 14년 연속으로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보령은 오랜 기간 끌어온 과거 리베이트 소송에서 패소했으나, 실제 정부의 규정 개편 덕분에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번 판결은 재인증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 전망이다. 보령 입장에선 내달 약가개편 과정에서도 혁신형 제약기업 약가 우대를 정상적으로 적용받으며 주력 제품의 약가 리스크를 방어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됐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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