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선] 이행명 회장이 남기고자 하는 것
- 이석준 기자
- 2026-06-29 06: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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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이석준 기자] 기업가는 무엇을 남겨야 할까. 누군가는 매출을 남기고, 누군가는 공장을 남긴다. 어떤 기업가는 시장 점유율과 브랜드를 남긴다. 하지만 대부분의 성과는 언젠가 새로운 기록에 자리를 내준다. 영원히 남는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명인제약 창업주 이행명 회장은 다른 답을 내놓은 듯하다. 그는 회사를 키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기업이 사회로부터 성장의 기회를 얻었다면 언젠가는 그 결실을 다시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 철학은 2023년 사재 350억원 출연이라는 결단으로 이어졌다. 현금 100억원, 명인제약 주식 250억원.
이행명 회장은 회사의 이름을 건 명인다문화장학재단을 설립했다. 하지만 진짜 의미는 출범 자체보다 그 이후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재단이 출범한 지 3년. 350억원으로 시작된 씨앗은 이제 500억원이 넘는 규모의 장학재단으로 성장했다. 누적 장학생은 473명, 누적 장학금 지원 규모는 13억2200만원에 이른다. 장학생 출신 국가는 중국, 베트남, 필리핀, 몽골, 우즈베키스탄 등 17개국으로 확대됐다.
최근 선발된 장학생 가운데는 의예과와 치의학과, 간호학과 진학생도 포함됐다. 누군가는 의사가 되고, 누군가는 간호사가 된다. 또 다른 누군가는 연구자가 되고 교사가 될 것이다. 그들의 출발점 가운데 하나에는 명인다문화장학재단이 있다.
이행명 회장이 주목한 대상이 다문화가정 자녀였다는 점은 의미가 작지 않다. 한국은 이미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다문화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고 학교 현장에서도 다문화 학생은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아이들이 언어와 문화, 경제적 환경이라는 여러 장벽을 동시에 마주한다. 결국 이들이 어떤 교육 기회를 얻느냐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미래 경쟁력과도 연결된다.
그는 이런 아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재단은 단순히 등록금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진로 상담과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명인다문화장학재단 홈페이지에는 다양한 장학생들의 이야기가 소개돼 있다. 의사를 꿈꾸는 학생, 사회복지사를 꿈꾸는 학생,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를 꿈꾸는 학생들까지 각자의 목표는 다르다. 하지만 공통점도 있다. 누군가 자신을 믿어주고 응원해줬다는 경험이다.
장학금의 가치는 단순히 통장에 입금되는 금액이 아니다. "너는 할 수 있다"는 사회의 응원일 수 있다. 그 응원이 한 사람의 삶을 바꾸고, 결국 사회를 바꾼다.
명인제약은 창립 40주년을 넘겼다. 회사는 국내 중추신경계(CNS) 치료제 시장을 대표하는 제약기업으로 성장했고 지난해에는 코스피 상장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이행명 회장이 남기고자 한 것은 다른 곳에 있는 듯하다. 매출과 공장, 주가와 시가총액은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 수 있지만 사람에 대한 투자는 더 오래 남기 때문이다.
그가 설립한 장학재단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를 넘어선다. 한 기업인이 평생 일군 성과를 어떤 방식으로 사회와 나눌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에 가깝다.
기업은 성장하고 변한다. 경영진이 바뀌고 시장 환경도 달라진다. 그러나 장학금을 받고 성장한 학생들이 의사와 연구자, 교사와 공무원이 되어 다시 사회를 움직인다면 그 영향력은 훨씬 오래 지속될 것이다.
좋은 약은 사람의 몸을 치료한다. 좋은 교육은 사람의 미래를 바꾼다. 이행명 회장이 350억원으로 시작한 선택은 어쩌면 새로운 약을 만드는 일과 닮아 있다.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그 효과는 생각보다 오래간다.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명인다문화장학재단의 도움을 받은 한 학생이 자신의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그것이 이행명 회장이 남기고 있는 가장 큰 유산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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