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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클래스

12.7조 정부 지원금 쏟아진다…K-바이오 R&D 재원 숨통

  • 차지현 기자
  • 2026-06-05 06:00:58
  • 11.6조 성장펀드에 1500억 임상 3상펀드까지…K바이오 자금 숨통 트이나
  • 국민성장펀드, 비티젠·SK바이오사이언스 선정…3상 특화펀드 운용사 모집

[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정부 정책금융이 바이오·백신 분야로 향하면서 코스닥 바이오 투자심리 개선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와 보건복지부 임상 3상 특화펀드, K바이오·백신펀드 등이 잇따라 가동되면서 후기 임상과 백신, 생산 인프라 기업이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성장펀드 바이오 2호 SK바사…비티젠 이어 정책자금 집행

5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국민성장펀드 기금운용위원회는 최근 SK그룹 바이오 계열사 SK바이오사이언스를 국민성장펀드 바이오 분야 두 번째 투자기업으로 선정했다. 지원 규모는 총 3000억원으로 정부 첨단전략산업기금 2500억원과 산업은행 자금 500억원으로 구성된다.

금융당국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차세대 백신 개발 역량과 글로벌 상업화 가능성, 국내 백신 생산 인프라 확충 효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원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확보한 재원을 사노피와 공동 개발 중인 21가 폐렴구균 단백접합 백신 후보물질 'GBP410' 연구개발과 상업화 준비, 생산 역량 고도화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GBP410은 폐렴과 급성 중이염, 침습성 질환을 일으키는 폐렴구균 피막 다당체에 특정 단백질을 접합해 만든 단백접합 백신 후보물질이다. 단백접합 방식은 시판 중인 폐렴구균 백신 중 가장 높은 예방효과를 제공한다고 알려진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오는 2027년 다국가 3상을 마치겠다는 목표다.

국민성장펀드는 정부가 인공지능(AI)·반도체·바이오·백신 등 국가 첨단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마련한 150조원 규모 민관합동 정책금융 프로그램이다. 전체 재원은 첨단전략산업기금 75조원과 민간·연기금·금융회사·국민 자금 75조원으로 구성된다. 바이오·백신 분야에는 11조6000억원이 배정됐다. 백신 개발사와 위탁개발생산(CDMO), 바이오시밀러 생산 기업, 글로벌 임상·상업화 단계 신약개발사 등이 주요 지원 대상이다.

이번 SK바이오사이언스 선정은 국민성장펀드의 바이오 분야 두 번째 지원 사례다. 앞서 국민성장펀드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4월 동아쏘시오그룹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계열사 비티젠에 대한 850억원 규모 장기·저리 대출을 승인, 비티젠을 바이오 분야 1호 투자처로 선정했다. 해당 자금은 8년 장기대출 형태로 정부 첨단전략산업기금 650억원과 산업은행 자금 200억원으로 구성됐다.

비티젠은 확보한 자금을 인천 송도 첨단산업 클러스터 내 바이오시밀러 위탁생산 설비 증설에 투입할 계획이다. 전체 사업 규모는 1100억원 수준으로 비티젠은 국민성장펀드 대출 850억원과 자체 조달 250억원을 더해 생산설비 증설에 나설 계획이다. 증설이 완료되면 비티젠 원료의약품(DS) 최대 생산능력은 44%, 완제의약품(DP) 최대 생산능력은 170% 증가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국민성장펀드의 바이오 분야 초기 집행 방향이 향후 수혜 기업군을 가늠할 단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티젠과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각각 생산 인프라와 후기 임상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기업인 만큼, 백신 개발사와 CMO·CDMO, 바이오시밀러 생산기업 등이 후속 지원 대상으로 거론된다. 국민성장펀드 바이오 분야 지원 범위가 단순 설비투자를 넘어 후기 임상과 상업화 단계까지 넓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임상 3상 특화펀드 1500억 추진…후기 임상 자금절벽 겨냥

복지부가 주도하는 임상 3상 특화펀드도 최근 운용사 선정에 돌입했다. 임상 3상 특화펀드는 신약개발 과정에서 가장 큰 자금 부담이 발생하는 임상 3상 구간의 자금 절벽을 완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민간 자본이 꺼리는 고위험 후기 임상 단계에 공공 자금을 마중물로 투입해 혁신 신약의 임상 완주와 글로벌 시장 진출을 뒷받침하겠다는 취지다.

출자 구조는 정부 700억원, IBK기업은행 100억원, 한국수출입은행 100억원 등 총 900억원 공공출자와 민간자금 매칭으로 구성된다. 정부 출자 700억원은 정부 예산 600억원과 기존 펀드 회수재원 100억원이다. 정부는 출자금 전액을 결성 규모와 관계없이 출자하며 목표 결성액 1500억원의 80%인 1200억원 이상이 조성되면 우선 결성을 허용한다.

투자 방식은 한국벤처투자가 모태펀드를 통해 운용사를 선정하고 운용사가 민간 출자금을 추가로 모집해 펀드를 결성한 뒤 임상 3상 추진 기업에 투자하는 구조다. 제약·바이오 분야 임상 3상 추진 기업에 약정총액의 60% 이상을 투자하는 것이 핵심 조건이다. 주요 대상은 혁신신약과 바이오베터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기업이다.

국가신약개발재단의 2025년 국내 신약 파이프라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임상 3상 중인 파이프라인은 57개다. 유형별로는 합성신약 34종, 바이오신약 20종, 천연물신약 1종, 비공개 2종이다. 질환별로는 대사질환 12종, 암 표적치료제 8종, 중추신경계질환 7종, 근골격계질환 5종, 소화기질환 5종 등이 포함됐다.

기업별로 보면 백신, 세포치료제, 방사성의약품, 항체약물접합체(ADC), 합성의약품 등 다양한 모달리티를 보유한 기업이 우선적인 정책자금 수요처로 꼽힌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수두 백신과 폐렴구균 백신을 임상 3상 단계에서 개발 중이다. 골관절염 영역에서는 세포·유전자치료제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네이처셀은 자가 지방유래 줄기세포치료제 '조인트스템', 메디포스트는 동종 제대혈 유래 줄기세포치료제 '카티스템'을 임상 3상 단계에서 개발 중이다. 코오롱티슈진은 유전자 변형 세포치료제 'TG-C'로 골관절염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셀비온과 퓨쳐켐은 전립선암 대상 방사성 치료제, 리가켐바이오는 유방암 ADC 후보물질 'LCB14로 후기 임상에 올라 있다. 합성의약품 분야에서는 메지온이 폰탄 순환 기능 이상 치료제 후보물질 '유데나필', 아리바이오가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 'AR1001', 일동제약이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파도프라잔'을 임상 3상 단계에서 개발하고 있다. 또 한올바이오파마는 안구건조증 대상 융합단백질 치료제 후보물질 '탄파너셉트' 3상을 진행 중이다.

K바이오·백신펀드 1조 목표…정책금융 효과와 한계 공존

K바이오·백신펀드도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다. K바이오·백신펀드는 복지부가 2023년부터 조성해온 바이오헬스 투자 펀드다. 블록버스터급 신약 창출과 백신·바이오헬스 투자 활성화를 위해 마련됐다. 혁신 신약 임상 2~3상, 혁신 제약 기술 플랫폼, 국내 기업의 글로벌 진출, 인수합병(M&A) 등을 주요 투자 분야로 삼는다.

복지부는 지난해 9월 K바이오·백신 5호와 6호 펀드 운용사를 선정하며 추가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5호는 씨케이디창업투자·메디톡스벤처투자, 6호는 키움인베스트먼트·디에스투자파트너스가 공동 운용한다. 5호 500억원, 6호 600억원 등 총 1100억원 결성이 목표다. 앞서 3호와 4호 펀드는 각각 800억원 규모로 우선 결성됐다. 이에 따라 K바이오·백신펀드 1~4호 누적 결성액은 4666억원으로 집계된다.

K바이오·백신펀드는 지난해 9월 기준 25개 기업에 1208억원을 투자했다. 이 가운데 펀드 조성 취지에 맞는 혁신 신약 임상 2~3상, 제약 기술 플랫폼, 글로벌 진출 등 핵심 바이오헬스 분야에는 23건, 1158억원이 집행됐다. 복지부는 오는 2027년까지 K바이오·백신펀드를 1조원 규모로 확대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로써 국민성장펀드 바이오·백신 11조6000억원, 임상 3상 특화펀드 1500억원, K바이오·백신펀드 1조원 목표액을 합산한 바이오 정책금융 규모는 12조7500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정책금융 확대가 바이오 기업의 자금조달 부담을 낮추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약개발사와 백신 기업은 글로벌 임상 3상과 생산시설 구축에 수천억원 단위 자금이 필요하지만 임상 실패와 회수기간 장기화 부담으로 민간 투자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민성장펀드와 임상 3상 특화펀드, K바이오·백신펀드 등이 후기 임상과 생산 인프라, 글로벌 진출 단계에 정책자금을 공급함으로써 기업의 개발 지속성과 상업화 준비 여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정책자금 유입이 코스닥 바이오 업종의 투자심리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최근 6개월간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 상승률은 각각 117%와 10%로 큰 격차를 보였다. 같은 기간 KRX반도체 지수가 186% 급등한 반면 KRX헬스케어 지수는 오히려 14% 하락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로 외국인과 기관 수급이 쏠리면서 코스닥 바이오 업종이 상승장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것이다. 정책금융이 실제 기업 투자와 펀드 조성으로 이어지면서 코스닥 바이오 업종에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물론 정책펀드가 곧바로 업종 전반의 주가 상승이나 실적 개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수혜는 투자 대상 선정이나 운용사 결성, 민간 출자 매칭, 개별 기업의 파이프라인 경쟁력과 재무구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임상 3상 특화펀드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도 있다. 다국가 3상에는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이 필요한데 1500억원 규모 펀드만으로는 여러 기업의 후기 임상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임상 3상 기업뿐 아니라 전임상·임상 1~2상 단계 초기 바이오벤처에 대한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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