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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새 12건, 11조원 딜 성사…K-바이오에 꽂힌 릴리

  • 차지현 기자
  • 2026-06-01 12:00:56
  • 한미·녹십자·에이비엘·알지노믹스 등 잇단 대형 협력
  • 기술수출 넘어 M&A·CDMO·AI 신약개발·오픈이노베이션 확대
  • 복지부와 5년 5억달러 투자 MOU…한국, 아시아 혁신 거점으로

[데일리팜=차지현 기자]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과 접점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최근 2년간 국내 기업과 체결한 기술이전과 인수합병(M&A) 등 협력 규모만 공개 기준으로 11조원 안팎에 이른다. 단순 후보물질 도입을 넘어 지분 투자나 국내 바이오텍 육성 프로그램 추진 등 협업 방식이 다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지난달 31일 릴리와 지속형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2(GLP-2) 유사체 '소네페글루타이드' 개발·제조와 상업화를 위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총 계약 규모는 최대 1조8973억원이다.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업프론트)은 1129억원으로 전체 계약 규모의 약 6.0% 수준이다. 상업화 성공 시 순매출에 따른 로열티는 별도다.

이번 계약으로 릴리는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소네페글루타이드의 개발·제조·상업화 독점권을 확보했다. 소네페글루타이드는 한미약품이 독자적으로 보유한 바이오의약품 지속형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를 적용한 신약 후보물질이다. 한미약품은 GLP-2의 장 성장 촉진, 염증 완화, 장 점막 보호·재생 효과에 주목, 소네페글루타이드 적응증 확장 가능성을 검토해왔다. 현재 한미약품은 단장증후군을 적응증으로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 중으로 해당 임상은 한미약품이 완료 시점까지 수행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GC녹십자가 미국 백신 관계사 큐레보를 릴리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총 계약 규모는 최대 2조2750억원이다. GC녹십자 보유 중인 미국 백신 관계사 큐레보 주식 2107만5336주 전량을 릴리에 양도하며 이에 따른 양도 금액은 4599억원으로 산정됐다. 이는 지난해 말 녹십자 연결기준 자기자본의 33.0%에 해당하는 초대형 계약이다. 지난해 녹십자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692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거래의 최대 양도 금액은 연간 영업이익의 6.6배에 달한다.

해당 거래는 거래 종결 조건과 성과 달성에 따라 대금이 분할 지급되는 구조다. 총 양도 대금 중 업프론트는 3066억원으로 전체 계약의 66.7% 수준이다. 이 중 2847억원은 정부 규제당국 승인 등 거래 종결 조건 충족 후 6영업일 내 즉시 지급된다. 나머지 219억원은 추가 후행 조건을 충족할 경우 수령하게 된다. 거래 종결 기한은 오는 8월 24일이다. 향후 상업화 과정에서 특정 조건을 만족할 시 지급되는 경상 기술료(마일스톤)는 1534억원이다.

릴리는 큐레보 인수를 통해 차세대 대상포진 백신 후보물질 '아메조스바테인'(프로젝트명 CRV-101)을 확보했다. 아메조스바테인은 면역증강제를 포함한 차세대 단백질 재조합(서브유닛) 방식 대상포진 백신 후보물질이다. 아메조스바테인은 글로벌 대상포진 백신 표준 제품으로 꼽히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대상포진 백신 '싱그릭스'와 직접 비교 임상을 통해 비열등한 면역원성과 우수한 내약성을 입증한 바 있다.

이번 거래는 릴리가 감염병 예방 백신 포트폴리오를 대대적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릴리는 같은 달 26일(현지 시각) 큐레보를 포함해 림마텍, 백신 컴퍼니 등 3개사를 총 38억달러에 동시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릴리는 비만·당뇨 치료제 시장에서 확보한 막대한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감염병 백신 개발사와 차세대 예방 플랫폼에 투자, 기존 치료제 중심 포트폴리오를 질병 예방 영역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에이비엘바이오가 릴리와 뇌혈관장벽(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 기술이전과 공동 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일라이 릴리가 다양한 모달리티(Modality)를 기반으로 에이비엘바이오의 그랩바디-B 플랫폼을 적용한 복수의 비공개 타깃 후보물질을 개발·상업화할 수 있는 전세계 독점 권리를 확보하는 게 골자다.

총 계약 규모는 3조8072억원에 달한다. 업프론트는 585억원으로 총 계약금의 1.5%에 해당한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임상·허가·상업화 성과에 따른 경상 기술료(마일스톤)로 최대 3조7487억원을 수령한다. 상업화 성공 시 순매출에 따른 로열티는 별도다.

릴리는 에이비엘바이오와 기술도입 계약 발표 이틀 뒤 에이비엘바이오에 전략적 지분투자도 단행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릴리를 대상으로 보통주 17만5079주를 주당 12만5900원에 발행하는 22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기술이전 직후 같은 파트너가 지분투자까지 이어간 사례가 국내 바이오 업계에서 드문 데다, 국내 바이오 기업 최초로 릴리의 직접 투자를 받은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작년 9월에는 셀트리온과 릴리의 생산시설 거래가 성사됐다. 셀트리온은 셀트리온 100% 자회사 셀트리온USA를 통해 릴리 자회사 임클론 시스템즈 홀딩스로부터 미국 뉴저지주 브랜치버그에 위치한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을 인수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금액은 4600억원이다. 인수 예정인 공장은 약 4만5000평 부지에 생산 시설, 물류창고, 기술지원동, 운영동 등 총 4개 건물을 갖춘 대규모 캠퍼스다. 캐파 증설을 위한 약 1만1000평 규모 유휴 부지도 보유 중이다. 셀트리온은 공장 인수와 함께 릴리와 위탁생산(CMO) 계약도 체결, 미국 현지 생산거점 마련과 동시에 성장동력도 확보했다. 계약에 따라 셀트리온은 해당 공장에서 생산해 온 원료의약품을 릴리로 꾸준히 공급하게 된다.

올릭스와 알지노믹스 등 국내 바이오 기업도 일찍이 릴리와 협력망에 합류했다.

리보핵산(RNA) 기반 신약개발 기업 올릭스는 지난해 2월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과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OLX75016'(OLX702A)을 릴리에 기술수출했다. 총 계약 규모는 9117억원이다. OLX75016은 짧은 간섭 리보핵산(siRNA) 기반 후보물질이다. 계약에는 MASH 발병에 관여하는 유전자 'MARC1'을 포함해 복수 유전자를 동시에 표적하는 멀티 타깃 치료제에 대해 릴리가 우선 검토권을 갖는 조항이 포함됐다.

알지노믹스는 지난해 5월 릴리와 총 1조9000억원 규모 RNA 편집 치료제 연구협력과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알지노믹스는 RNA 치환효소 플랫폼을 기반으로 질환 관련 표적 RNA를 절단하고 치료용 RNA로 교체하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계약금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릴리는 약 1년간 플랫폼 검증을 진행한 뒤 알지노믹스 기술의 정밀성과 안전성, 확장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진다. 알지노믹스는 올 2월 해당 계약에 따른 연구개발비를 추가로 수령하며 공동 연구개발 단계에 본격 진입했다.

이로써 릴리가 최근 2년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과 맺은 공개 협력 규모는 11조3000억원에 육박한다. 공개된 업프론트만 따져도 4780억원으로 에이비엘바이오에 대한 릴리의 전략적 지분투자 220억원까지 포함하면 확정 유입 규모는 5000억원을 넘어선다. 마일스톤을 제외하고도 국내 기업이 릴리와 협력을 통해 적지 않은 현금성 성과를 확보한 셈이다.

M&A나 기술수출뿐 아니라 연구개발·인공지능(AI) 기반 협력도 확대하는 분위기다.

펩트론은 2024년 10월 일라이릴리와 자사 약효지속 플랫폼 '스마트데포'에 대한 기술평가 계약을 체결하고 공동 연구를 진행해왔다. 스마트데포는 약효 지속 시간을 늘리는 플랫폼으로 비만 치료제 등 펩타이드 기반 약물의 투약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이라는 게 펩트론 측 설명이다. 계약 대상 품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라이릴리가 보유한 펩타이드 약물에 펩트론의 장기지속형 기술을 적용하는 공동연구 성격으로 알려진다.

일리미스테라퓨틱스 역시 비슷한 시기 릴리의 카탈라이즈360·익스플로R&D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퇴행성 뇌질환에 적용 가능한 'GAIA' 플랫폼 고도화에 나섰다. 이어 일리미스테라퓨틱스는 지난해 9월 글로벌 바이오 벤처 인큐베이팅 플랫폼인 미국 보스턴 릴리게이트웨이랩스에 입주하며 릴리 연구진과 협업 기반도 마련했다.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도 릴리의 AI 기반 신약개발 협업 플랫폼 '튠랩'에 참여, 퇴행성 뇌질환과 항암 저분자화합물 파이프라인 개발에 릴리의 AI 모델을 활용하기로 했다. 뉴로핏의 경우 알츠하이머 진단·치료 모니터링 솔루션을 기반으로 릴리 등 글로벌 제약사와 공동연구를 진행하며 AI 기반 뇌질환 진단 기술의 글로벌 검증 기회를 확보 중이다.

릴리와 국내 기업 간 협력은 연구개발을 넘어 생산 영역으로도 확장하고 있다. SK팜테코는 올 초 자회사 SK바이오텍을 통해 릴리의 차세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비만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용 원료의약품 생산에 착수했다. 해당 물량은 상업용이 아닌 임상시험용으로 주 1회 투여 제형을 월 1회 수준으로 늘리는 장기지속형 제형 개발에 활용할 전망이다.

올 3월에는 릴리와 국내 정부 간 대규모 투자 협약도 체결됐다. 릴리는 보건복지부와 '대한민국 제약·바이오 산업 발전 및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고 향후 5년간 한국에 총 5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투자 방향은 국내 유망 바이오텍 성장 지원과 글로벌 임상시험 협력 확대다. 이에 더해 릴리는 릴리게이트웨이랩스 한국 구축도 추진할 계획이다. 복지부와 릴리는 공동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혁신 생태계 강화와 임상시험 확대 관련 세부 과제를 논의한다는 구상이다.

릴리가 한국을 들여다보는 이유는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후보물질과 플랫폼 기술, 생산 인프라를 동시에 보유한 시장으로 부상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바이오텍은 RNA, siRNA, BBB 셔틀, AI 신약개발, 약물전달 플랫폼 등 특정 기술 영역에서 글로벌 검증을 받을 만한 자산을 축적해왔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SK팜테코 등 대형 기업을 필두로 글로벌 수준 의약품 생산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또 한국은 임상 수행 역량과 연구자 네트워크, 정부의 바이오 산업 육성 의지가 갖춰진 만큼 릴리 입장에서 기술·생산·혁신 거점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전략적 시장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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