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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특사경 두려워말고 3조원 실리 챙기자[데일리팜=정흥준 기자]건강보험공단 특사경 추진에 의료계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3월 말 공단 특사경법(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은 법사위 처리가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안건에서 제외되며 국회 계류 중이다. 의료계는 국회 앞 시위에 이어 반대 성명을 잇달아 내며 법안 통과를 막아서고 있다. 권력의 비대화, 기본권 침해, 과잉수사 등 자극적인 단어들로 법안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공단은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으로 발생한 건강보험재정 누수가 3조원에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 특수성을 고려한 수사가 부족하고, 절차는 길어지는 탓에 환수율은 10% 미만에 그치고 있다. 불법 업주들은 재산을 빼돌리고 유유히 사라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래서 나온 대책이 건보공단 특사경이다. 이재명 대통령까지 "필요하면 지원하겠다"며 힘을 실어주면서 급물살을 타나 싶었지만, 의료계의 반발이 또 다시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특사경 도입에 따른 수사권 강화에 대한 일선 현장의 거부감은 이해한다. 하지만 일어나지 않은 수사권 남용을 이유로 보험재정 누수를 방치하자는 건 불합리하다. 의약계 내부 질서를 파괴하고 동료들의 몫을 가로채는 문제를 뿌리 뽑겠다는 것이다.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이 활개 칠수록 건강보험 재정은 고갈되고, 그 피해는 결국 적정 수가를 요구하는 대다수 선량한 의료인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의료계는 공단이 부당 청구까지 수사를 확대해 통제권을 강화할 것이라 우려한다. 특사경의 진짜 타깃은 의약사가 아니라 병원과 약국을 운영하는 가짜 주인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특사경의 권한은 불법 개설 기관으로 수사범위를 제한하고 있고, 그것도 부족하다면 수사 남용을 예방할 법적 장치를 마련하면 될 일이다. 우려를 해소할 제도적 보완이 어떻게 필요한지에 대한 건설적 대안을 내놓는 것이 전문가 집단다운 모습이다. 과도한 우려로 특사경법을 반대하는 사이 웃고 있는 건 건보재정을 갉아먹고 있는 불법 업주들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말이 딱 지금 상황이다. 의료계도 막연한 공포심에서 벗어나 실리를 챙겨야 한다. 특사경이라는 칼날이 불법의 뿌리만 정확히 도려낼 수 있도록 감시하고 협력하는 것, 그것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재정 누수를 막는 길이다. 명분 없는 반대가 계속될수록 3조원이 넘는 재정 누수의 책임에서 의료계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2026-04-03 06:00:38정흥준 기자 -
[기자의 눈] 준혁신형 제약 약가우대의 모순[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정부가 약가제도 개편의 일환으로 ‘준혁신형 제약기업’ 트랙을 신설했다. 혁신형과 비혁신형 사이의 완충 지대를 만들어 기업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제약업계의 반응은 냉랭하다. ‘우대’라는 수식어와 달리, 현장에서는 약가 인하를 전제로 한 또 다른 ‘차등 삭감’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먼저 짚어야 할 지점은 이른바 ‘우대’의 실체다. 정부는 인하 폭을 일부 완화해주겠다고 설명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결국 약가가 내려간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인하액을 일부 보전해주는 것을 ‘인센티브’로 정의한 셈인데, 이는 정책 언어와 시장의 체감 사이의 간극만 키울 뿐이다. 마이너스 폭을 줄이는 것을 플러스라 부르는 정책적 형용 모순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혁신을 규정하는 논리적 모순에 있다. 이번 트랙은 연구개발(R&D) 비중 등 정량 지표를 중심으로 기업을 분류한다. 하지만 R&D 투자는 어디까지나 성과를 내기 위한 ‘투입(Input)’이지, 그 자체로 혁신의 ‘결과(Output)’를 담보하지 않는다. 투입된 자본의 양으로 기업의 등급을 매기는 것은, 공부시간이 길다고 성적과 관계없이 우등생 상장을 미리 주는 것과 다름없다. 이러한 ‘투입 중심 평가’는 산업의 역동성을 무시한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다. 같은 제약바이오산업 내에서도 질 높은 효율적 투자로 의미 있는 치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막대한 비용을 쏟고도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례가 존재한다. 혁신의 본질인 ‘가치’가 아니라 단순한 ‘비율’이라는 단편적 잣대로 기업을 서열화하는 것은 결국 혁신 장려가 아닌 또 다른 ‘줄 세우기’로 이어진다. 제도의 복잡성 역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는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했지만, 기업 입장에선 정작 맞춰야 할 기준만 늘었다. 이미 가산과 차감 요소가 얽힌 약가 산정 체계에 ‘준혁신형’이라는 새로운 분류 축까지 더해지면서, 기업이 예측 가능성은 오히려 낮아졌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 변화에 비해 구체적인 기준과 적용 방식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장 올 하반기 대규모 약가 인하가 예고됐지만, 기업들은 자신들이 준혁신형 트랙에 해당하는지조차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연 매출 1000억원 미만은 R&D 투자 비율 7% 이상, 1000억원 이상은 5% 이상이라는 큰 틀만 제시했을 뿐, 세부 기준과 적용 방식은 여전히 알려지지 않았다. 정부는 준혁신형 제약기업 적용 대상 기업을 12개 내외로 추산했지만, 업계에서는 30곳 안팎으로 보는 등 상당한 괴리가 나타나는 배경이다. 혁신을 유도하겠다는 정책 취지를 부정하는 이는 없다. 그러나 그 방식이 ‘덜 깎아주기’식 시혜에 머물고, 성과가 아닌 투입량으로 기업을 재단하며, 세부 기준조차 모호한 상태로 추진된다면 시장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정책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최소한 기업들이 스스로 위치를 가늠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세부 기준과 적용 방식을 보다 명확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준혁신형’이라는 이름이 산업계에 또 하나의 불확실성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지금 단계에서의 과제다.2026-04-02 06:00:36김진구 기자 -
[기자의 눈] 견실한 제약사 영점 맞춰 제네릭 잔혹사 끝내자[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약가제도 개편안을 둘러싼 보건복지부와 제약업계 갈등은 왜 매번 비슷한 양상을 띠며 반복될까. 복지부가 3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제네릭 약가인하와 혁신 제약사·수급 불안정약 기여 제약사 약가우대를 골자로 한 약가 개편안을 확정했지만 양자(복지부-제약업계) 간 입장 차이는 속 시원히 해결되지 않은 분위기다. 복지부는 국회와 언론, 제약업계를 향해 제약산업과 상생할 수 있는 개편안 설계를 위한 쌍방향 소통·의견수렴을 여러차례 약속했지만 부족하고 미흡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연히 모두를 100% 만족시킬 수 있는 행정이나 정책 설계는 불가능하다. 신기루에 가깝다. 다만 이번 약가 개편안 의결 과정에서 복지부가 보인 태도는 아쉬움이 크다. 물론 복지부 고충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건정심 위원장인 이형훈 복지부 제2차관은 제네릭 약가인하를 골자로 한 약가 개편안 수립 과정에서 건강보험 효율성과 제약산업 육성이란 상충 과제를 동시 달성하기 녹록지 않다는 고민어린 표정을 드러냈다. 이형훈 차관 얼굴에 스민 복잡다단한 표정은 기자가 행정부 정책 운영의 어려움을 간접적으로나마 일부 경험하고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매개가 됐다. 그럼에도 복지부는 향후 약가 개편안 설계 때 제약산업과 한층 깊숙히 호흡할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와 산업 간 소모적인 충돌과 뒤 이은 부작용으로 인한 진통을 최소화하고 정책 연착륙 확률 향상을 위해서다. 보건경제학자들은 복지부가 국내 제약업계와 다국적 외자 제약업계 간 형평성을 어느정도 고려한 약가제도 설계를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또 국민건강보험재정을 운용하는 복지부 철학과 구체적인 방향성이 무엇인지 짐작하기 어렵다고 꼬집는다. 행정 목표를 쉽사리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뭉툭하고 모호하다고 했다. 차라리 복지부 속내를 투명하게 드러내면 제대로 된 협의가 가능할 것이란 비판이다. 복지부는 혁신신약 체질 개선을 이번 약가 개편 명분이자, 기등재 제네릭 약가인하 불가피성을 어필하기 위한 장치로 내세웠다. 틀린 방향성은 아닐지 몰라도, 그 기울기가 너무 가팔랐다. 우리나라 제약산업은 여전히 제네릭 중심이다. 제네릭 품질과 자급률도 높다. 1개 성분 당 많게는 수 백여개 품목이 허가돼 처방·유통되는 현실이 아이러니하게도 이를 방증한다. 반면 품목허가를 획득한 국산신약은 41개에 불과하다. 첫 번째 국산신약은 1999년 7월 허가된 선플라주(SK제약), 가장 최근 허가된 국산신약은 2025년 11월 품목을 획득한 엑스코프리정(동아에스티)으로 41번째다. 이들 중 블록버스터급 매출을 기록한 신약은 아직 없다. 25년 간 41개 신약을 탄생시키며 아직 고등학생 수준 내지는 갓 미성년자 꼬리표를 뗀 스무살 평가를 받는 국내 제약산업을 향해 제네릭 제조·판매를 멈추고 블록버스터 신약을 만들 성과를 단박에 요구하는 건 지나치게 가혹하다. 복지부는 국내 제약사들이 이번 약가 개편으로 신약 연구개발(R&D)는 얼마나 위축되는지, 수급 안정 의약품 공급엔 얼마나 부정적인지, 고용 안정성과는 어떤 인과성이 있는지 어필하고 호소한 내용을 개편안에 더 반영했어야 한다. 복지부가 제시한 약가 개편안 방향성 자료에서 눈에 띄는 단어가 하나 있었다. 바로 '견실한 제약사'다. 복지부는 이번 개편을 분기점으로 제네릭 판촉 경쟁에만 매몰되지 않은 신약 개발과 필수약 안정 공급에 진심인 견실한 제약사를 길러내고 지원하겠다는 포부를 내놨다. 이 포부를 달성하려면 복지부는 견실한 제약사의 기준을 투명하고 명확하게 설정하고, 평가 지표를 마련해야 한다. 당연히 민관협의체를 꾸려 협의와 합의를 거치는 절차가 필요하다. 제약사들과 '견실함'에 대한 영점을 함께 맞추는 적극 행정, 쌍방향 소통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이번 약가 개편안 수립 과정에서 R&D 비율을 확보한 '견실한' 제약사 다수는 "복지부나 식약처가 혁신적인 제약사, 산업 발전과 국민 건강에 진심인 제약사를 가려낼 기준은 있는지, 평가 자료는 갖췄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위수탁 제네릭을 핵심 매출 요인으로 한 속칭 페이퍼 컴퍼니, 종이 제약사와 진짜 제약사 간 옥석을 가려낼 수 있는 정부 행정이 지금까지는 제대로, 세밀하게, 거칠게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었다. 옥석을 가려 낼 섬세한 기준과 철학이 정부 머릿속에 있는지, 행정력은 갖췄는지에 대한 산업 신뢰가 전무한 상황에서 복지부가 당장 제네릭 약가를 40%까지 깎고 혁신성을 입증한 제약사를 우대하겠다는 개편안을 일방적으로 들이 밀며 도장을 찍으라니, 답답함과 공포감이 컸다는 토로마저 나왔었다. 복지부는 개편안 추진과 동시에 견실한 제약사를 제대로 구분하고 맞춤형 지원할 채점표를 다양하고 세밀하게 만드는 후속 행정에 나서야 한다. 복지부는 이번을 기회로 고품질 제네릭이 'K-파마슈티컬' 심장이자 산업과 고용의 미래를 지탱할 두 다리란 점을 각인하고, 제네릭 다품목 구조 해소를 위한 정부 행정의 맹점을 찾아내 해결하기 위해 제약업계와 긴밀히 소통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안게 됐다. 제네릭 가격만 깎아서 건보재정 절감과 신약 창출이란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방향의 정책 반복을 멈추고 합리적인 제약산업 육성, 약가제도 선진화 패러다임 대전환을 위한 실마리를 현장에서 찾는 복지부 행정을 기대한다.2026-04-01 06:00:40이정환 기자 -
[기자의 눈] 약가 깎고 R&D 늘려라…중소사 ‘퇴출 압력’[데일리팜=최다은 기자] 정부가 발표한 ‘약가제도 개선방안’은 분명 방향성만 놓고 보면 그럴싸하다. 제네릭 중심의 시장 구조를 개선하고 제약사들이 신약 연구개발(R&D)과 원료 자급화에 투자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단순 복제약 판매에서 벗어나 산업 체질을 바꾸겠다는 의도 역시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하지만 현장의 온도는 다르다. 정책이 제시한 유인책이 실제로는 상당수 제약사들에게 이중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제네릭 약가를 낮추는 대신 R&D 투자 비중이 높은 기업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약가를 보장하겠다는 구조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 비중이 높을수록 제네릭 약가를 더 인정받고, 이는 곧 기업 수익성과 직결된다. 문제는 이 구조가 모든 기업에 동일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일정 수준 이상의 R&D 역량과 자본을 확보한 상위 제약사에게는 보상이 될 수 있지만 중소·중견 제약사에게는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제네릭 약가 산정률이 기존 53.55%에서 45%로 낮아지고 후발 품목에 대한 계단식 인하 시점도 13번째로 앞당겨지면서 기본적인 수익 기반 자체가 축소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존 등재 품목까지 단계적으로 약가 인하가 적용되면 상당수 중소 제약사들은 당장 현금 흐름 악화를 피하기 어려운 구조다. 물론 정부는 ‘혁신형’과 ‘준혁신형’ 제약기업을 통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설명한다. R&D 비중이 높은 기업에는 최대 60% 수준의 약가를 보장하고 일정 수준의 투자 기업에도 우대 가산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선투자가 필요하다. 수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R&D 투자를 늘려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는 자금 여력이 부족한 기업일수록 접근하기 어려운 선별적 인센티브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주 수익원인 제네릭 약값은 깎이는데 낮아진 수익성을 보전받으려면 도리어 수십, 수백억 원이 투입되는 R&D 비중을 끌어올려야만 한다. 준혁신형 제약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따내지 못하면 시장에서 자연 도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구조가 산업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자본력이 있는 상위 제약사는 R&D 투자 확대를 통해 혜택을 극대화하는 반면 중소 제약사는 투자 여력 부족으로 오히려 시장에서 밀려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향후 11년간 2조4000억원 규모의 건보 재정을 절감하겠다고 공언했으나, 그 대가는 R&D 체력을 갖추지 못한 중소 제약사들의 생태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일각에서 정부의 이번 약가 개편이 국내 제약산업의 강제 구조조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현재 구조는 여력이 있는 기업만 더 성장할 수 있는 구조”라며 “중소 제약사들이 R&D에 참여할 수 있는 현실적인 지원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약산업의 R&D는 장기 레이스다. 단기간의 성과로 평가하기 어렵고,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투입해야만 결실이 나온다. 그런 점에서 이번 약가 개편안은 출발선부터 체력이 다른 기업들을 같은 트랙에 세워놓고 더 빠르게 달릴 것을 요구하는 셈이다. 더욱이 R&D 투자는 실패 가능성을 전제로 한다. 투자 대비 성과가 보장되지 않는 영역에서 수익 기반까지 약화된 기업이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기란 쉽지 않다. 결국 일부 기업은 생존을 위해 연구개발보다 단기 수익 확보에 집중하거나 사업 자체를 축소하는 선택에 내몰릴 가능성도 있다. 제네릭 난립을 줄이고 산업 구조를 고도화해야 한다는 방향성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속도와 방식의 문제다. 다만 일괄적인 약가 인하와 선택적 인센티브만으로 구조 전환을 유도하는 방식은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 중소 제약사들이 최소한의 투자 여력을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R&D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번 개편은 혁신 촉진이 아닌 산업 축소로 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약가를 낮추는 정책과 R&D를 늘리라는 요구가 충돌하지 않도록 추가 유인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2026-03-31 06:00:38최다은 기자 -
[데스크 시선] 제네릭 편견에 갇힌 약가제도 개편[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정부가 제네릭 약가 산정 기준을 특허 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의 53.55%에서 45%로 내리는 방안을 결정했다. 제약업계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제시한 초안과 유사한 수준으로 결정됐다는 평가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40%대로 낮추는 방안을 건강보험심의위원회에 보고했다. 이때 기등재 의약품의 약가 조정 일정 방안을 제시했는데, 제네릭 약가가 45~50% 수준에서 설정된 제품의 약가를 40%대로 인하하겠다는 로드맵을 공개했다. 제네릭 약가가 45% 이상인 제품도 약가 조정 대상으로 분류하면서 제네릭 약가 기준이 45%를 초과할 수 없다는 의지를 시사했고, 결론도 원안 범주 내에서 결정됐다. 제약업계는 53.55%에서 10% 인하된 48.20%를 감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다. 복지부는 지난 11일 건정심 소위원회에서 40%대 초중반의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제시했다. 결과적으로 복지부는 5개월 동안 소통했다는 알리바이를 완성했고, 결론은 초안이나 5개월 전의 안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제네릭 산정 기준 45%는 표면적으로 최고가격이 16.0% 인하된다는 의미지만, 정부의 복잡한 약가 인하 장치를 적용하면 실제 인하율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개편 약가 제도에서 최고가 요건 미충족 시 적용되는 인하율은 15%에서 20%로 확대된다. 2020년 7월부터 개편 약가 제도에 따라 제네릭 제품은 생동성 시험 직접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최고가를 받을 수 있다. 한 가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마다 상한가는 15%씩 내려간다. 2개 요건 모두 충족하지 못하면 27.75% 인하되는 구조다. 제네릭 산정 기준 45%와 기준 요건 미충족 인하율 20%를 적용하면 최고가 요건 1개 미충족 제네릭은 36%, 2개 미충족 제네릭은 28.8%로 낮아진다. 이때 최고가 요건 1개 미충족 제네릭의 약가는 현행보다 20.9% 인하되고, 2개 미충족 제네릭은 25.6% 떨어지는 것으로 계산된다. 개편 약가 제도에 더욱 강화된 계단형 약가 제도를 적용하면 후발 제네릭은 사실상 진입이 봉쇄되는 장치가 완성된다. 복지부가 2020년 약가 제도 개편 이후 내놓은 기준을 보면 ‘기준 요건 2가지를 모두 충족한 제품이더라도 기등재된 동일 제제 제품이 20개 이상이면 21번째 제품부터는 동일 제제 최저가와 38.69% 중 낮은 가격의 85%로 등재된다’라고 명시됐다. 현재 계단형 약가 제도가 처음 적용되는 21번째 제네릭은 38.69%에서 15% 인하된 32.86%가 적용된다. 최고가 53.33%와 비교하면 첫 계단형 약가 제도 적용 제네릭은 38.6%가 깎인다는 의미다. 22번째, 23번째 제네릭의 약가는 더욱 인하된다. 개편 약가 제도에서 13번째 제네릭은 최고가 요건 2개 미충족 제네릭 28.8%에서 15% 내려간 24.48%로 떨어지는 것으로 계산된다. 동일한 13번째 제네릭을 비교하면 현행 제도에서는 53.55%였던 비율이 개편 제도에서는 절반 이하로 낮아지는 구조다. 13번째와 14번째 제네릭은 최저가에서 38.6%씩 내려가면서 각각 14.98원, 9.20원으로 낮아진다. 최고가로 등재됐더라도 약가가 떨어지는 추가 약가 인하 장치도 추가된다. 복지부는 최초 제네릭 진입 시 경쟁 과열 방지를 위해 동일 제제 13개 초과를 유발한 제네릭에 대해 계단식 약가 인하에 준하는 산정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제네릭 등재 시 12번째 이내에 포함돼 최고가 45%를 받았더라도 다수 제품의 등재로 13개 초과를 유발한 제품은 1년 뒤 15% 인하된다. 가장 먼저 등재된 제네릭도 13개 이상 동시에 진입하면 1년 뒤 약가가 15% 인하될 수도 있다. 만약 45%의 최고가 요건을 확보했더라도 1년 뒤에 15% 내려간 38.25% 수준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현행 제네릭 최고가보다 28.58%가 인하되는 구조다. 정부가 약가 인하 장치를 동시 가동하면서 사실상 약가를 20% 이상 떨어뜨리고 후발 제네릭의 진입을 억제하는 꼼꼼한 설계를 완성했다는 불만이 제약업계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이번 약가 제도 개편 과정에서 정부의 제네릭에 대한 불편한 편견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제네릭 사용 증가만으로 문제가 된다는 위험한 인식 때문이다. 보건당국은 제네릭 약품비가 급증하면서 건강보험 재정 지출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를 반복적으로 내놓는다. 지난 2024년 제네릭의 약품비 지출액은 12조 4409억 원으로 2020년 9조 911억 원보다 36.8% 늘었다. 같은 기간 제네릭이 있는 오리지널은 5조 5960억 원에서 7조 468억 원으로 25.9% 증가했다. 제네릭 약품비 증가로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이 훼손되기 때문에 약가 인하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논리다. 하지만 오리지널보다 저렴한 제네릭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고 있다는 반박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실제로 아토르바스타틴, 클로피도그렐, 콜린알포세레이트, 로수바스타틴, 도네페질 등 주요 다빈도 전문의약품 5개 성분 16개 용량 중 14개의 작년 가중평균가가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낮게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저렴한 제품을 많이 사용할수록 가중평균가가 오리지널보다 낮아지는 구조다. 처방 현장에서 저렴한 제네릭 사용이 늘면서 가중평균가가 오리지널보다 낮게 형성되고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 기여하고 있는데도, 단순히 제네릭 약품비가 증가한다는 통계만 부각시켜 약가 인하 명분을 내세웠다는 지적이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작동하고 있는 강력한 허가와 약가 규제를 정부가 외면한다는 비판도 설득력을 얻는다. 2020년 7월부터 약가 제도 개편으로 제약사가 생동성 시험을 직접 수행하지 않으면 약가가 크게 떨어지는 구조 탓에 위탁 제네릭의 허가가 크게 감소했다. 2021년 7월부터 개정 약사법 시행으로 하나의 임상시험으로 허가받을 수 있는 개량신약과 제네릭 개수가 제한됐다. 이른바 '1+3' 규제로 불리는 새 규정은 하나의 임상시험으로 허가받을 수 있는 개량신약과 제네릭 개수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과거에는 특정 제약사가 생동성 시험을 거쳐 제네릭을 허가받으면 수십 개 제약사가 동일한 자료로 위탁 제네릭 허가를 받는 경우가 빈번했는데, 공동 개발 규제로 '제네릭 무제한 복제'는 불가능해졌다. 실제로 제약사들의 제네릭 시장 진입 시도가 크게 위축됐다. 전문약 허가 건수는 2019년 4,195개에서 2020년 2,616개로 38% 줄어든 이후 감소세가 계속되는 양상이다. 지난해 전문약 허가 건수는 747건으로 2019년과 비교하면 6년 새 82% 쪼그라들었다. 복지부는 제네릭 약가 제도 개편의 당위성을 높은 제네릭 약가 중심의 제약산업으로 지목하면서, 관련 근거 중 하나로 제약기업들의 과당경쟁 심화를 지목했다. 영업·생산 위탁 등으로 산업 진입이 쉬워지면서 소규모 기업 수가 대폭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가 제시한 자료를 보면 지난 2012년 완제의약품 생산 실적 10억 원 미만 업체는 54개로 집계됐는데, 2024년에는 121개로 12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생산액 10억 원 미만 업체의 비중은 2012년 18.9%에서 2024년 30.3%로 확대됐다. 하지만 세부적인 통계를 보면 최근에는 영세 제약사 수가 감소세를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완제의약품 생산 실적 10억 원 미만 업체는 2014년 51곳에서 1년 만에 124곳으로 수직 상승했다. 2016년부터 영세 제약사의 증가세가 주춤했고 2020년 137곳으로 다시 한번 증가했다. 하지만 2021년 133곳으로 전년 대비 4곳 줄었고, 2024년에는 121곳으로 4년 전보다 16곳 감소했다. 정부는 최근 규제 도입으로 인한 영향을 외면한 채 10여 년 전과 비교한 단순 수치만으로 제네릭 난립을 크게 부각시킨 것이다. 제약업계는 작년 정부의 약가 제도 개편 방침 발표 이후 수익성 하락에 따른 고용 감소, 연구개발 위축 등을 읍소하며 소통을 통한 정책 타협을 외쳤다. 제약업계는 산업이 실제로 입는 손실 데이터를 같이 보고 논의할 것을 제안했지만 정부는 외면했다. 오히려 정부는 정책에 유리한 통계를 기반으로 기존 정책을 고수했다. 정부는 기존 혁신형 제약사에 '준혁신형 제약사'라는 용어도 추가하면서 연구개발 기업의 약가 우대 당근도 제시했지만 실효가 있을지는 물음표다. 제약산업에 대한 낮은 이해도를 노출하면서 안 그래도 복잡한 제도가 더욱 복잡해졌을 뿐이다. 정부는 소통도 실패했고 업계를 이해시키는 데도 실패했다. 결국 정부 정책 전문성에 대한 불신만 커졌다.2026-03-30 06:00:40천승현 기자 -
[특별기고] 신약 개발 시간 단축할 OMO 패스트트랙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는 평균 10~15년의 시간과 수조 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성공 확률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러한 구조는 전 세계 제약·바이오 산업이 직면한 가장 큰 한계이자 도전이다. 특히 암과 같은 난치성 질환 분야에서는 환자들이 새로운 치료제를 기다리는 동안 시간이 곧 생명과 직결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세계 각국은 신약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연구개발 전략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과 유럽에서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 마이크로도징(Microdosing) 기반 Phase 0 임상 연구와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 (organoid) 기반 약물 스크리닝 기술이다. 여기에 인공지능과 오믹스(omics) 분석 기술이 결합하면서 신약 개발 패러다임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지금 우리나라가 주목해야 할 새로운 전략이 바로 “OMO(Organoid–Microdosing–Omics) 패스트트랙”이다. OMO 패스트트랙은 기존의 신약 개발 과정에서 가장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전임상과 초기 임상 단계의 비효율성을 극복하기 위한 통합 플랫폼 개념이다. 먼저 환자 세포를 이용해 만든 오가노이드 모델을 활용해 수많은 후보물질을 신속하게 선별한다. 이후 유망한 후보물질에 대해서는 방사성동위원소를 활용한 마이크로도징 임상 연구를 통해 인체 내 약물의 분포와 작용을 초기에 검증한다. 마지막으로 오믹스 기반 분석 기술을 통해 약물의 작용 기전과 환자 맞춤형 치료 가능성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접근은 기존 신약 개발 방식과 비교해 몇 가지 중요한 장점을 가진다. 첫째, 신약 후보물질의 실패 가능성을 조기에 확인할 수 있다. 오가노이드는 실제 환자의 조직 특성을 반영하기 때문에 기존의 동물 모델보다 약물 반응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둘째, 마이크로도징 임상을 통해 인체 내 약물의 작용을 조기에 확인할 수 있다. 극소량의 약물을 인체에 투여하고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해 약물의 체내 분포와 작용을 정밀하게 분석함으로써 초기 단계에서 임상 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다. 셋째, 정밀의료 기반의 신약 개발이 가능하다. 오믹스 분석과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하면 환자별 유전자 특성에 맞는 맞춤형 치료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이러한 OMO 패스트트랙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신약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실패 위험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환자에게 보다 빠르게 혁신 치료제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문제는 이러한 혁신적 연구개발 모델이 국내에서는 아직 제도적으로 충분히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방사성동위원소 기반 마이크로도징 임상 연구나 초기 임상 단계의 혁신적 연구는 규제 체계와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활성화가 제한적인 상황이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연구 지원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정책적 패스트트랙 제도다. 정부는 OMO 기반 신약 개발 플랫폼을 국가 전략사업으로 지정하고 다음과 같은 정책적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첫째, OMO 기반 신약개발 패스트트랙 제도 도입이다. 전임상, Phase 0, 초기 임상을 연계하는 규제 혁신 프로그램을 통해 신약 개발 초기 단계의 연구가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방사성동위원소 기반 연구 인프라 확충이다. 방사성의약품 연구시설을 구축하여 마이크로도징 임상 연구와 테라노스틱스 기반 치료 연구가 활성화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오가노이드 기반 바이오 플랫폼 구축이다.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 데이터와 임상 데이터를 연계하는 국가 수준의 바이오 데이터 플랫폼과 오가노이드적격성평가센터를 구축함으로써 정밀의료 연구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정책이 현실화된다면 우리나라는 단순한 바이오의약품 생산 국가를 넘어 신약 개발 혁신 플랫폼을 보유한 글로벌 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특히 전라남도 화순은 이러한 OMO 패스트트랙 모델을 구현할 수 있는 중요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화순전남대학교병원의 임상 연구 역량과 바이오 특화단지, KTR 동물대체시험센터 등 연구·공공 지원기관의 유기적인 결합은 연구와 임상, 산업이 선순환하는 바이오 혁신 생태계를 견고히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화순이 OMO 패스트트랙 연구의 국가 거점으로 발전한다면, 대한민국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암 치료 연구 허브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바이오 산업은 이제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산업이다. 그러나 미래의 바이오 경쟁력은 단순한 연구 투자만으로 확보되지 않는다. 연구, 임상, 규제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혁신 시스템이 필요하다. OMO 패스트트랙은 바로 이러한 미래 바이오 산업의 방향을 제시하는 전략이다. 이제 대한민국이 신약 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하기 위해 과감한 정책적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환자에게 더 빠르게 새로운 치료제를 전달하고, 대한민국을 글로벌 바이오 혁신 국가로 도약시키기 위한 길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그 출발점이 바로 OMO 패스트트랙이 될 수 있다.2026-03-28 06:00:44데일리팜 -
[기자의 눈] 바이오기업 궁여지책 사업 확장과 숙제[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세차장, 폐타이어 수집업, 암모니아 터미널 개발업, 휴게음식점, 가상자산 투자업. 올해 제약바이오 기업이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에 새로 추가한 사업목적 면면이다. 부동산업은 거의 모든 기업이 포함하는 기본 항목이 된 지 오래다. 산업 간 경계가 흐려진 시대라지만 이들 기업의 행보는 문어발식 확장이라 보는 게 더 맞을 듯하다. 사업 간 시너지가 명확하거나 자본이 충분하다면 이러한 사업 확장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핵심 역량에 기반한 신사업 진출은 기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자원 활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오히려 유연한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인 캐시카우로 작동하며 본업을 지탱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국내 바이오 기업의 사업 다각화는 상장 유지 요건을 맞추기 위한 궁여지책인 경우가 상당수다. 코스닥 상장사는 개별 기준 연매출 30억원 미만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당장 뚜렷한 매출원이 없는 바이오 기업으로선 본업과 무관한 영역에서라도 '숫자'를 만들어내는 것이 상장폐지를 피하기 위한 유일한 선택지인 셈이다. 문제는 임시방편적 대응이 본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신약개발은 빅파마조차 10년 이상, 1조원 이상의 비용을 투입하고도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분야다. 강점을 지닌 기술에 역량을 집중해도 성과 도출이 쉽지 않은 사업인데 한정된 인력과 재원이 분산된다면 성공 가능성은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기업을 무조건 비판하기는 어렵다. 매출이 없으면 상장을 유지할 수 없고 자금이 끊기면 연구개발도 멈춘다. 바이오 기업 입장에서 단기 매출 확보는 생존의 문제다. 톱티어 바이오텍으로 자리 잡은 리가켐바이오 역시 상장 초기 이종 산업 진출을 시도하며 매출 요건을 맞추려 애썼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바이오 기업에만 무한정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 공적 자본을 조달받는 상장사가 최소한의 성과도 내지 못한 채 '신약의 꿈'만 내세워 인내를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구나 금융당국은 이미 기업공개(IPO)·상장폐지 제도 개선을 통해 시가총액 600억원 이상 기업에 대해 매출 30억원 요건을 면제하는 등 제도를 완화한 상태다. 다른 산업군과 형평성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결국 본질은 상장사 지위가 아니라 혁신을 지속할 체력이다. 상장 유지를 위한 무리한 확장은 당장의 퇴출은 막아줄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지속가능성을 해칠 수 있다. 만약 연구개발 성과가 지연되고 상장 유지 요건을 맞추기 버거운 상황이라면 경쟁력을 충분히 갖춘 뒤 다시 시장 재진입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상장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시간을 버는 전략이 아니라 가치를 증명하는 일이다.2026-03-27 06:00:32차지현 기자 -
[기자의 눈] 의료기기 업체들이 던진 정책 과제[데일리팜=황병우 기자]'제41회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KIMES 2026)' 전시장 곳곳에서는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변화 흐름이 드러났다. 이제는 필수로 떠오른 인공지능(AI)을 전면에 내세운 기업이 늘어난 것은 물론, 무게중심이 기술을 넘어 '어떻게 활용되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올해 전시회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기술 이후의 단계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 제시다. 주요 기업들은 단순히 AI의 정확도를 강조하기보다 병원 시스템(PACS/EMR)과의 연동성, 축적된 데이터의 재활용, 그리고 구독형 서비스(SaaS) 기반의 수익 구조를 상세히 설명했다. 이는 의료 AI 산업이 '도입 여부'를 논하던 초기 단계를 지나,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활용성과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을 고민하는 성숙기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고도화가 곧바로 시장 확산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 역시 현장에서 확인된 냉정한 현실이다. 현장에서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비용 부담과 제도적 한계로 인해 실제 적용까지 이어지는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산업 현장의 흐름은 최근 출범한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 2기'의 방향성과 궤를 같이한다. 1기 사업이 기술적 기반을 마련하고 국산 의료기기의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면, 2기 사업은 해당 기술들이 실제 의료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임상, 인허가, 사업화 등 '시장 진입 중심'의 지원 구조를 명확히 하고 있다. 정부 정책과 산업의 흐름이 같은 지점을 향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2기 사업은 개발된 기술이 사장되지 않고 시장에서 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종의 '검증 단계'로서의 성격을 띤다. 하지만 현장의 실무자들은 여전히 각 단계의 단절을 우려하고 있다. 기술 개발 이후 병원 도입, 수가 적용, 시장 확산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개별 단계에서 멈춰 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 그 이유다. 결국 향후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성패는 기술의 완성도가 아니라, 그 기술이 실제 시장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는 '연결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현장에서는 기술의 안착을 온전히 시장에만 맡기는 것은 시간이 오래걸리고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제언하고 있다. 아직 관련 시장이 글로벌 차원에서도 같은 선상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더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키메스 전시장에서 강조된 플랫폼 전략이나 구독형 모델 역시 수가 체계나 제도적 뒷받침이 유기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확산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KIMES 2026에서 확인된 산업의 지향점과 범부처 2기 사업의 정책 방향은 일치한다. 그러나 두 흐름 사이에는 여전히 속도와 실행력의 차이가 존재한다. 이 정책적·실무적 간극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메울 수 있을지가 향후 K-의료기기의 글로벌 경쟁력과 시장 성장 속도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R&D의 성과가 전시장 부스에 머물지 않고 실제 진료실의 변화로 이어지기 위한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2026-03-26 06:00:36황병우 기자 -
[기자의 눈] 진행성 암환자에 대한 치료 간극[데일리팜=손형민 기자] 암 치료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그 흐름이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진행성 암환자들은 치료 옵션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접근성에서는 오히려 뒤로 밀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유방암 치료만 보더라도 구조는 분명하다. 국가암검진 확대 영향으로 조기 유방암 환자는 전체의 약 70% 수준까지 늘었고 이들 중 상당수는 치료 이후 장기 생존이 가능한 건강한 생존자로 관리되고 있다. 조기 진단과 치료 성과라는 측면에서는 분명한 진전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모든 단계에 동일하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전이성(4기) 환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재발 위험이 높은 진행성 단계부터 이미 치료 접근성의 한계가 시작되고 있다. 그 출발점은 보조요법 단계다. 최근 일부 치료제는 조기 유방암 보조요법 등으로 적응증이 확대됐지만, 정작 급여는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 허가는 이뤄졌지만 실제 사용은 제한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보조요법은 재발을 억제하기 위한 치료다. 수술로 눈에 보이는 병변을 제거한 이후에도 남아 있을 수 있는 미세 전이를 조기에 차단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단계에서의 치료 여부가 장기 예후를 좌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용 부담으로 인해 실제 적용은 쉽지 않은 구조다. 결국 이 공백은 재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재발은 단순한 질병의 진행이 아니라 환자의 삶 전반을 다시 흔드는 사건이다. 치료가 재개되면서 의료비 부담이 증가하고 장기간 치료로 인한 경제활동 제약도 불가피하다. 가족 돌봄 부담 역시 다시 커진다. 특히 일부 암종에 40~50대 환자가 많은 현실을 고려하면,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비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구조는 재발을 줄이는 단계보다 재발 이후를 감당하는 데 더 많은 자원을 쓰는 방향에 가깝다. 예방적 치료는 비용을 이유로 제한되지만 재발 이후의 치료 비용과 사회적 부담은 상대적으로 덜 고려되는 모습이다. 현장에서는 그 이유를 단순하게 짚는다. 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환자 규모가 커질수록 재정 부담이 커지고 그 부담이 결국 급여 문턱을 높이는 구조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그대로 둘 수는 없다. 환자 수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치료 접근을 제한하는 구조가 반복된다면 그 부담은 결국 환자와 사회 전체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특정 암종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방암뿐만 아니라 위암 등 주요 고형암에서도 보조요법 적응증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재발을 줄이기 위한 치료 전략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지만 실제 접근성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치료제의 유무가 아니다. 치료가 가장 필요한 시점 모두에서 접근성이 제때 열리지 않는 구조에 있다. 재발을 줄일 수 있는 단계에서의 개입을 비용이 아닌 구조의 문제로 바라보는 보다 현실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2026-03-25 08:03:46손형민 기자 -
[기자의 눈] 돌봄통합 시대 개막, 약사는 어디에 서 있나[데일리팜=김지은 기자] 3월 27일 ‘돌봄통합 지원법’ 시행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고령화 사회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의료와 돌봄을 하나로 엮겠다는 이 제도는 보건의료 환경의 흐름을 바꾸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한 축에는 분명 ‘약사’가 있다. 지난 주말 열린 전국여약사대회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자리였다. ‘국민건강을 위한 약(藥)속, 약료에서 돌봄까지’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서는 16개 시도지부와 대한약사회가 준비한 특별 전시가 눈길을 끌었다. 각 지역과 중앙이 그간 돌봄통합 제도 시행을 대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 왔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하지만 정작 현장의 온도는 기대만큼 뜨겁지 않다. 제도 시행을 불과 며칠 앞둔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지역 약사들의 관심과 체감도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변화의 방향은 제시됐지만 그 안에서 약사의 위치는 아직 또렷하게 자리 잡지 못한 모습이다. 이 같은 괴리는 이미 여러 지점에서 드러난다. 대표적으로 다제약물관리 사업은 10년 가까이 시범사업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령 환자의 약물 안전관리라는 측면에서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강조돼 왔지만 제도화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제한적 영역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 단위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일부 지자체의 돌봄 관련 조례에는 여전히 약사의 약물관리나 복약지도 역할이 명시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방문간호, 요양, 복지 서비스는 설계되면서도 정작 약물관리의 전문가는 빠져 있는 구조다. 돌봄의 질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 요소가 제도 설계에서 배제되고 있는 셈이다. 돌봄통합은 단순히 서비스를 연결하는 데 끝나지 않는다. 고령 환자의 복합질환, 다제약물 복용, 부작용 위험 등을 고려할 때 약물관리는 돌봄의 핵심 축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영역에서 가장 전문성을 갖춘 직역이 바로 약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사의 역할은 여전히 주변부에 머물러 있다. 이는 제도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직역 내부의 준비와 참여 부족이라는 자성도 필요해 보인다. 변화는 주어지는 것이 아닌 스스로 자리를 만들어갈 때 비로소 현실이 된다. 이제는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약사사회는 돌봄통합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 약물관리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구체화하고, 단순 참여를 넘어 ‘필수 인력’으로 자리매김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정부와 지자체 역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상황에서 약물 오남용과 부작용 관리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돌봄의 지속가능성과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약사의 전문성을 제도 안에 적극적으로 포함시키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돌봄통합 지원법 시행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각 직역의 역할이 명확히 정립돼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약사가 어떤 위치에 설 것인지는 지금 이 순간의 선택에 달려 있다. 돌봄통합 시대 속 약사는 더 이상 약국 안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된다.2026-03-24 08:50:32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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