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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준혁신형 인증 없이 쫓기듯 시작하는 약가개편[데일리팜=정흥준 기자]신규 제네릭 산정 방안이 담긴 약가제도 개편이 내달 ‘준혁신형’ 제약사 없이 시작될 예정이다. 복지부는 어제(13일)까지 제네릭 산정·가산 개편안을 포함해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 일부 개정고시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마쳤다. 내달 1일 시행 예정이다. 신약개발 생태계 조성은 정부 약가제도 개편 목적의 굵직한 뼈대 중 하나다. 혁신 지향적 생태계 마련은 지난 3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도 첫 번째 주요 목표로 언급된 바 있다. ‘준혁신형’ 기업에 대한 약가 가산과 특례 방안도 이같은 맥락에서 신설됐다. 다만, 시행일을 앞둔 현재 준혁신형 인증을 받은 기업은 한 곳도 없다는 게 큰 아쉬움이다. 준혁신형과 혁신형 인증 절차를 마무리하는 시점으로 시행일을 수개월 미루자는 의견이 업계 일각에서 나왔지만, 정부는 시행 시점에 대해서는 완강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준혁신형에 대한 약가 우대 방안을 마련해둔 뒤 차후 대상 기업을 선발해도 문제가 되지 않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부와 산업계의 추산에 차이가 있지만 준혁신형 제약사는 10~20곳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정부 인증을 받기 전까지는 제네릭 산정률 45%, 인증 이후에는 50%의 산정률이 적용된다. 약가 가산은 최대 4년까지 유지된다. 약가제도 개편은 제품의 특성에 따라 약가 가산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혁신성에 따라 가산이 부여된다. 즉, 준혁신형 인증이 붙어있으냐 없느냐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약가의 상한선이 달라진다는 의미다. 각 등재 품목의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5% 산정률, 4년의 가산 유지 적용에 따라 매출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준혁신형 신청 대상이라고 스스로 판단하고 있는 10~20곳의 제약사들은 준혁신형 인증을 받기 전까지는 제네릭 급여 출시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는 12월 혁신형 인증을 새로 받으려고 하는 소수의 제약사도 마찬가지다. 신규 인증을 받는다면 60% 가산과 4년의 가산 유지가 적용되기 때문에 인증까지 약 5개월은 제네릭 등재를 미루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정부는 기업들이 각자의 경제적 이익을 따져 제네릭 출시 시점을 결정하면 된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약가제도 개편을 시작으로 서서히 산업계 변화를 이끌어내야 할 상황에서 적절한 태도는 아니다. 14년만의 약가제도 개편은 단순히 약가를 더 주거나, 깎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약산업계의 체질 개선이라는 목표에서 출발했다. 제약산업 현장의 수용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소 미흡한 준비로 서둘러 시작하는 약가제도 개편에 아쉬움이 남는다.2026-07-14 06:00:46정흥준 기자 -
[특별기고] 데이터가 바꾸는 제약 산업의 미래"얼마나 팔렸는가?" 과거 제약 산업의 성공은 단 하나의 질문으로 정의되었다. 그러나 지금 시장은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치료는 실제로 환자에게 어떤 가치를 만들어냈는가?" 이 질문은 단순한 환경 변화가 아니다. 제약 산업이 근본적으로 새로운 시대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데이터가 있다. 제약 산업의 진화는 곧 데이터의 진화였다 제약 산업의 변화는 데이터의 변화와 궤를 같이해 왔다. 과거 우리는 판매량과 시장점유율이라는 '결과'를 통해 시장을 이해했다. 판매 데이터는 이미 일어난 일을 설명하는 데는 유용했지만, 변화가 어디서 시작되고 있는지, 왜 발생하는지, 그리고 다음에 무엇이 일어날지를 잘 알려주지는 못했다. 따라서 의사결정은 경험과 전문성, 그리고 리더들의 직관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평균과 집계 중심의 데이터는 시장의 미세한 변화와 초기 신호를 가려버렸고, 기존의 판단을 강화하는 역할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었지만 정작 변화의 시작은 놓치고 있었고, 성공을 만들어냈던 경험과 판단 체계는 때로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가로막는 제약 요인이 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제약 산업은 데이터의 '해상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판매 데이터 중심의 분석을 넘어 환자와 치료 여정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실사용 데이터(RWD)와 다양한 의료 데이터가 결합되면서 보다 정교한 인사이트가 가능해지고 있다. 데이터는 더 이상 단순한 분석의 대상이 아니다. 숫자 속에 묻혀 있던 환자가 비로소 드러나기 시작했고, 데이터는 미래를 예측하고 더 나은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지능(Intelligence)으로 진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동일한 제품이 시장에서 일정한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병원에서는 처방이 빠르게 증가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정체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과거에는 이를 영업력의 차이나 일시적인 변동으로 해석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환자 데이터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정 환자군에서 치료 효과가 높게 나타나거나, 특정 질환 단계에서 우선적으로 선택되는 패턴이 발견되기도 한다. 데이터는 이제 단순히 '무엇이 팔렸는가'를 넘어, '어떤 환자에게, 어떤 상황에서, 어떤 치료가 선택되고 있는가'라는 훨씬 본질적인 질문에 답하기 시작했다. 이 변화는 단순히 기술 발전의 결과만은 아니다. 질병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으며 치료는 개인화되고 있다. 환자는 더 많은 정보를 요구하고, 규제 환경은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역량은 곧 기업의 경쟁력으로 연결되고 있다. 다음 시대의 경쟁력은 '속도'에서 결정된다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것은 데이터의 양이 아니다. 얼마나 빠르게 데이터를 인사이트로 전환하고, 그 인사이트를 행동으로 연결할 수 있는가. 과거의 데이터가 이미 발생한 결과를 설명하는 데 머물렀다면, 오늘날의 데이터는 환자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며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역할로 진화하고 있다. 미래의 선도 기업에서는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연결되고, 분석은 자동화되며, 의사결정은 지연 없이 이루어진다. 결국 경쟁력은 데이터의 양이 아니라 통찰력(Insight)을 만들어내는 속도에서 나온다. Data strategy is business strategy(데이터 전략이 곧 비즈니스 전략) 제약 산업은 이제 제품 중심 산업에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산업으로 전환되고 있다. Healthcare is no longer episodic. It is continuous, personalized, and predictive(헬스케어는 더 이상 특정 시점에만 이뤄지는 단발성 서비스가 아니다. 지속적이고 개인 맞춤형이며, 예측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그것은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시작된 현재의 이야기이다. [필자약력] - 서울대 약대 - 전 SK 주식회사 포트폴리오실 실장 - 전 SK SUPEX 전략지원실 임원 - 현 한국아이큐비아 대표이사2026-07-13 12:05:26데일리팜 -
[데스크 시선] 암질심과 OS의 위력...기다림에 대한 조율[데일리팜=어윤호 기자] 전체생존기간, OS의 위용은 여전했다. 동시에 암질환심의위원회에 상정된 CDK4/6억제제 2종은 각기 다른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OS 데이터를 확보한 '버제니오'는 통과, 그렇지 못한 '키스칼리'는 급여 기준 설정에 실패한 것. "OS 없이 암질심 통과를 바라지 말라"는 사실상 불문율이 된 듯하다. 특히 고형암에서는 더욱 그렇다. 클래스 이펙트의 적용이냐, OS 위용의 사수냐를 두고 이어진 갑론을박은 OS의 입지를 지키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진 모습이다. 여전히 복지부와 심평원은 임상적 유용성을 비롯, 사회적 요구도, 재정 영향 등을 모두 고려해 판단한다고 설명하지만, 지난 3년 간의 암질심 결과 분석과는 상반되는 이야기다. 이번 결정은 또 다른 질문도 남긴다. 클래스 이펙트 효과를 보지 못한 키스칼리는 버제니오와 달리 재발 위험이 높은 림프절 음성(N0) 환자들에 대해서도 급여 신청을 했다는 점에서, 고민이 필요하다. 조기 유방암에서 림프절 전이는 가장 중요한 예후 인자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최근 치료 패러다임은 림프절 전이 여부만으로 환자의 재발 위험을 판단하지 않는다. 종양 크기(T stage), 조직학적 등급(Grade), 세포 증식 지수(Ki-67) 등 다양한 병리학적 위험 인자를 함께 고려해 재발 위험을 평가하는 것이 현재 임상 현장의 표준이다. 실제로 일부 고위험 특성을 가진 N0 환자는 림프절 1~3개 전이를 동반한 N1 환자와 유사한 수준의 재발 위험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시 말해 '림프절 전이가 없다'는 사실만으로 재발 위험이 낮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변화는 주요 임상연구에도 반영되고 있다. 키스칼리의 NATALEE 연구는 림프절 양성 환자뿐 아니라 재발 위험이 높은 N0 환자까지 포함해 보조요법 효과를 평가했다. 이는 조기 유방암 치료가 병기 중심에서 환자별 재발 위험을 보다 정교하게 평가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런 점에서 이번 암질심 결과는 단순히 한 약제의 급여 여부를 넘어 N0 고위험군의 치료 접근성이라는 과제를 다시 환기시킨다. OS 데이터가 성숙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근거 축적에 시간이 필요한 보조요법의 특성상, 재발 위험이 높은 일부 환자들의 치료 기회 역시 함께 늦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OS 데이터는 앞으로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다. 실제 조기 유방암 보조요법 연구들도 장기 추적을 통해 보다 성숙한 생존 데이터를 계속 축적하고 있다. 다만 조기암 보조요법의 치료 목적은 단순히 생존 기간을 연장하는 것에만 있지 않다. 재발을 줄이고, 원격전이를 예방하며, 환자가 진행성 유방암 치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을 막는 것 역시 중요한 치료 목표다. 유럽종양학회(ESMO)의 임상적 유익성 평가 척도인 ESMO-MCBS v2.0에서도 보조요법에서는 성숙한 OS 데이터가 없더라도 DFS 개선을 중요한 임상적 가치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OS 데이터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재발 예방 자체가 환자에게 의미 있는 치료 혜택이라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암질심은 여전히 숙제를 갖고 있다. OS 데이터는 중요한 근거이지만, 그것만으로 가치를 모두 설명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보조요법에서 DFS가 이미 주요 평가체계에서 임상적 가치 판단에 반영되는 지표임에도 불구하고, 최종 장기 OS 데이터가 입증될 때까지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제한하는 것이 최선의 의사결정일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OS 데이터가 성숙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 현실에서, 그 시간을 환자들이 기다릴 수 있을지, 기다림 만이 정답이라 확신할 수 있는지 말이다.2026-07-13 06:00:40어윤호 기자 -
[기자의 눈] 보건의료 입법, 여야·직능 이익 쏠림 없어야[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제2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협상이 진전없이 교착에 빠지면서 보건복지위원장을 여야 중 누가 맡게 될지 불투명한 상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전반기 맡았던 복지위원장을 국민의힘에게 내주는 결정을 내렸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장을 양보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원 구성 재협상을 촉구중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포함한 11개 상임위원장 일방 선출 행위를 번복하지 않으면 7개 상임위원장도 포기하는 안까지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후반기 복지위원장을 국민의힘이 아닌 민주당이 맡게 될 가능성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복지위원장을 여야 어느 쪽이 맡게 될지 여부에 따라 국회 계류중인 주요 보건의료 법안의 논의 경과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의료계와 약사회, 정부부처는 후반기 원 구성 협상 진행사항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문득 드는 생각은, 국민 건강과 생명, 우리나라 의료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보건의료 입법 성패가 과연 여야를 비롯한 의사, 약사 등 특정 직능의 파워에 따라 좌우되는 것을 당연시 바라봐도 될것인지다. 국민 중심 의정활동이 넘쳐 흐르는 국회가 아닌 여야, 의사와 약사 직능의 개별적인 이해관계나 로비력에 따라 국회가 운영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얘기다. 보건복지위원장 자리를 어느 당이 차지하는지, 의사나 약사 직능이 여야 각각 어떤 비중으로 점유하고 있는지에 따라 주요 보건의료 법안의 운명이 180도 뒤바뀌는 현실에 대해 의원들과 직능단체는 자성할 필요가 있다. 국민 건강에 실질적인 이익이 되고, 국민건강보험 재정에 유리하다면 여야, 의·약사를 떠나 가장 합리적인 입법이 가능하도록 국회가 작동·운영돼야 한다. 수급 불안정 의약품 사태 해결을 위해 발의된 '제한적 성분명 처방 허용법'이 처한 상황을 보면 후반기 국회 복지위원장을 여당이 맡을지 야당이 맡을지에 따라 성패가 엇갈릴 가능성이 크다. 실제 국민의힘과 의사들은 의료진의 진료권 보호·보장을 위해 아무리 제한된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성분명 처방 부분적 허용 법안을 절대 통과시켜선 안 된다는 입장인 대비 민주당과 약사들은 필수약 품절 문제를 근절하고 건보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해 제한적 성분명 처방을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국회의 법안 처리 과정은 여야 정치적 셈법과 의사, 약사 등 특정 직능 단체의 이해관계에 휘둘리고 있는 셈이다. 실종된 '국민 중심' 의정활동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국회는 민의의 전당이다. 진영 논리와 직능 이익 우선주의가 결합된 지금의 현실에 경각심을 갖고 국민 건강·생명과 국내 보건의료 시스템 선진화, 건보재정 건전성 확보란 미션을 이해관계 없이 해결할 때 국회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정치권이 의료계와 약업계 이익을 따지며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는 사이, 정작 정책의 실수요자이자 최종 수혜자가 돼야 할 국민 목소리는 배제된다. 여야 또는 특정 직역의 타격이나 수성이 입법 목표이자 성패의 잣대가 돼선 안 된다. 후반기 복지위원장을 여야 누가 맡게 될지, 여야 복지위원 의·약사 직능 구성이 어떻게 꾸려질지와 상관없이 국가 보건의료 정책 일관성과 국민 우선 의정활동 원칙이 흔들리지 않는 입법 심사가 필요하다.2026-07-10 06:00:44이정환 기자 -
[기자의 눈] 복잡한 약가 제도와 씁쓸한 로펌의 특수[데일리팜=김진구 기자] 대규모 약가제도 개편을 앞두고 제약바이오 업계의 발걸음은 세종시가 아닌 서울 서초동과 광화문의 대형 로펌으로 향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은 새로 도입될 혁신형·준혁신형 기준 충족 여부를 따져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국적제약사 한국법인들은 유연계약제와 사후관리 규정의 법적 틈새를 찾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제도 변화의 폭이 워낙 크다 보니, 기업의 자체 역량만으로는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중장기적인 약가제도 개선의 필요성에는 업계 전반이 공감한다. 그러나 시장이 소화하기 어려울 정도의 급격한 변화는 동시에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낳고 있다. 정책을 만드는 정부와 이를 적용받는 제약바이오기업 사이에서 로펌들만 특수를 누리는 역설적인 풍경이다. 최근 몇 년간 업계에서 로펌은 단순한 법률 자문 역할을 넘어, 산업의 핵심 플레이어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규제가 복잡해지고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수록 로펌의 영향력은 비례해서 커졌다. 정부의 입법이나 고시개정에 방어 논리를 마련하고, 복잡한 규제를 풀이해주며 대응 전략을 제시한다. 약가 인하나 품목허가 취소 등 행정처분에 대응 시나리오를 구축하기도 한다. 규제와 행정이 맞닿는 영역에서 이제는 로펌이 개입하지 않는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대형 로펌들이 보건복지부 등 유관 부처 출신 전관들을 앞다퉈 영입하는 모습은 씁쓸함을 남긴다. 물론 개인의 전문성을 살린 재취업을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다. 기업 입장에선 복잡한 제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대응 방안을 제시해줄 전문가가 절실하다. 로펌 역시 시장 수요에 맞춰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영입하는 게 자연스런 판단이다. 엄격한 고위공직자 취업 심사를 거쳤다면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 그러나 법적 테두리를 벗어나 현상의 본질을 들여다보면 서글픈 모순이 존재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 정부에서 제도의 틀을 설계하고 제약바이오산업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규제 문턱을 높였던 이들이, 퇴직 후에는 정반대의 편에 서서 그 규제를 우회하거나 방어하기 위한 대응 전략을 컨설팅하는 모습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정책을 발표하면, 그 정책을 직간접적으로 설계했던 이들이 로펌의 이름으로 방어 논리를 개발한다. 기업은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그 논리를 산다. 정책 변화가 거듭될수록 이러한 기이한 생태계는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기업의 자원 배분이다. 연구개발과 생산성 향상에 쓰여야 할 비용과 자원이 규제 대응과 법률 검토에 반복적으로 투입되는 구조는 제약바이오산업 경쟁력에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정책이 기업들의 혁신 경쟁이 아닌 규제 대응 경쟁을 유도하는 구조라면, 근본적인 설계 방향을 재검토해야 한다. 약가제도 개편의 목적은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제약바이오산업의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 데 있다. 그러나 약가제도 개편의 최대 수혜자가 제약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 조직이 아니라 대형 로펌이라면, 제도 설계와 추진 방식이 적절했는지 다시 한번 따져볼 필요가 있다.2026-07-09 06:00:40김진구 기자 -
[기자의 눈] ESG 경쟁력은 보고서의 두께가 아니다[데일리팜=최다은 기자]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일부 대형 제약사 중심으로 이뤄지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가 지주사와 중견 제약사, 바이오기업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ESG는 더 이상 기업 이미지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사업을 이어가기 위한 필수 경쟁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도 공시 체계와 경영 수준을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올해만 봐도 변화는 분명하다. 창립 이후 처음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기업이 잇따랐다. 기존 보고서를 내던 기업들은 공시 범위를 그룹 전체로 넓히거나 국제 기준을 반영해 보고 체계를 고도화했다. 계열사별 ESG 활동을 하나로 묶고, 이중 중대성 평가와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준을 적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ESG가 더 이상 '있으면 좋은 경영 활동'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요구하는 기본 요건이 됐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해외 기술수출과 공동개발, 위탁개발생산(CDMO), 원료 공급 등 글로벌 협력 과정에서는 생산 역량뿐 아니라 공급망 관리, 인권, 윤리경영, 정보보안, 탄소배출 관리 수준까지 함께 검증받는다. 실제로 글로벌 제약사들은 협력사 선정 과정에서 ESG를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점은 국내 기업들의 ESG 접근법이 한 단계 성숙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봉사활동이나 친환경 캠페인 등 사회공헌 중심의 활동을 소개하는 데 무게를 뒀다. 최근에는 연구개발 혁신, 의약품 접근성, 제품 품질과 환자 안전, 공급망 관리, 사업장 안전보건처럼 제약산업의 본업과 직결되는 의제를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ESG를 별도의 활동이 아닌 경영 전략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기존에 보고서를 발간해 오던 기업들 역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공시의 질적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 국제 공시 기준을 반영하고 그룹 차원의 ESG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며, 이중 중대성 평가를 통해 핵심 이슈를 도출하는 등 공시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ESG가 형식적인 도입 단계를 넘어 실질적인 경영 체계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도 있다. 일부 기업의 보고서는 여전히 '무엇을 했다'는 활동 소개에 머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 어떤 한계가 있었는지, 앞으로 무엇을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와 정량적 성과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좋은 사례만 나열한 보고서는 홍보 자료로만 보여질 수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ESG는 이제 보고서를 얼마나 두껍게 만들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얼마나 꾸준히 개선했는지가 경쟁력이 되는 단계에 들어섰다. 보고서의 두께가 기업의 신뢰를 결정하는 시대는 지났다. ESG 2.0 시대의 경쟁은 '발간'이 아니라 '증명'이다.2026-07-08 06:00:44최다은 기자 -
[특별기고] 약사면허 빌려주는 순간 자신을 겨누는 흉기된다왜 지금, 면허대여에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가. 빌려준 면허는, 남의 손에 쥐어 준 내 이름의 도장이다. 그리고 그 도장이 찍히는 곳은 계약서가 아니라, 언젠가 범죄현장의 조서다. 오늘부터 네 차례에 걸쳐 약사님들과 나누고자 하는 이야기는 바로 이 한 문장에서 시작된다. 약국에서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올바른 의약품의 복약을 지도하고, 약물관리와 건강상담에 이르기까지 모든 행위의 밑바탕에는 '약사 면허'가 있다. 면허는 단순한 자격증 한 장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가 국민 안전을 위해 오직 약사에게만 맡긴 권한이자, 약사가 평생 자신을 증명하는 이름이다. 그런데 최근 이 이름을 둘러싼 위험한 거래가 우리 직능의 발 밑을 조용히 파고들고 있다. 이른바 '면허대여'다. 면허대여약국, 그 위험한 작동 구조 약사법상 약국은 오직 약사만이 개설할 수 있다. 자본은 그 문턱을 정면으로 넘을 수 없기에, 문턱을 넘을 수 있는 '사람', 곧 약사의 면허를 빌리는 우회로를 택한다. 간판에는 약사의 이름이 걸려 있지만, 실제 운영과 수익은 면허를 빌린 자본의 몫이 되는 기형적 구조다. 문제는 이 구조가 결코 서류상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외형상 개설자이지만 명목상 자본에 종속된 형태의 운영은 무자격자에 의한 조제와 투약, 의약품 오남용이 벌어질 위험성을 크게 높인다. 그리고 이 모든 위해의 종착점은 결국 하나로 모인다. 바로 약사 면허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다. 한 사람의 면허가 빌려지는 순간, 흔들리는 것은 그 한 사람의 신용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쌓아 온 직능의 공공성이다. 약사가 첫 표적이 되는 이유 냉정하게 짚어야 할 대목이 있다. 이 위험한 거래에서 약사는 가장 먼저 유혹의 표적이 되는 당사자라는 사실이다. "자본을 댈 테니 매달 고정 수입을 보장하겠다"는 제안은 개국 자금과 임대료 부담에 짓눌린 약사, 특히 자산이 넉넉지 않은 청년 약사에게 달콤하게 다가온다. 자본이 노리는 것은 바로 그 '깨끗한 면허'다. 담보로 내놓을 재산이 없을수록, 역설적으로 이름값이 표적이 된다. 그러나 그 달콤함의 대가는 가혹하다. 약사법 제6조는 약사가 자신의 면허를 다른 사람에게 대여하는 것을, 또한 누구든지 면허를 대여받거나 그 대여를 알선하는 것을 명백히 금지한다. 이를 위반하면 같은 법 제93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형사처벌과는 별개로 보건복지부장관은 자격정지를 거쳐 면허를 취소할 수 있고,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에 따라 약국이 수령한 요양급여비용의 환수까지 뒤따른다. 형사처벌, 행정처분, 환수라는 세 겹의 책임이 한꺼번에 명의자의 이름 앞으로 날아드는 것이다.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우리가 이 문제를 개인의 도덕적 해이로만 바라본다면, 절반밖에 보지 못한 것이다. 면허대여는 몇몇 약사의 일탈이 아니라, 약국을 안정적 '수익 자산'으로 탐하는 자본이 약사를 종속시키는 구조의 산물이다. 개국 대출로 시작해 임대료와 초기 비용을 외부 자본에 기대는 순간, 약국 운영에 대한 권리는 서서히 잠식되고, 어느새 약사에게는 '이름만' 남는다. 통장의 주인은 따로 있는데 조서에 적히는 이름은 약사 자신인 그런 구조다. 그래서 이 연재는 면허대여를 '나쁜 약사를 벌하자'는 이야기로 귀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유혹이 어떤 구조에서 태어나는지를 약사 스스로 간파하도록 돕고자 한다. 이어질 2회에서는 자본이 왜 하필 약사의 이름을 탐하는지, 그 종속 구조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3회에서는 자본을 막는 세 개의 빗장을 짚는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네트워크약국 금지법'을 비롯해 개설, 운영, 광고 단계에서 살펴 본다. 4회에서는 신뢰받는 약사로 서기 위한 길 ― 전문성과 도덕성, 그리고 공동체를 이야기하며, 동료 약사로서의 당부로 시리즈를 맺고자 한다. 법과 제도가 아무리 촘촘한 빗장을 걸어도, 마지막 한 개의 빗장은 결국 약사 개개인의 판단력이다. 면허대여를 하는 순간, 나를 지키는 방패에서 자신을 겨누는 흉기로 바뀐다. 그 이름을 지키는 일이 곧 나 자신을, 그리고 우리 직능 전체를 지키는 길이다. [약사에게 한마디] 면허는 취업의 열쇠이기 이전에, 평생 나를 증명하는 이름이다. [필자약력] -성균관대 약대 -전 중랑구약사회장(3선) -전 대한약사회 정책이사 -현 서울시약사회장2026-07-08 06:00:42데일리팜 -
[기자의 눈] 코스닥 30년, 화려한 기념식보다 중요한 것[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이립(而立). 서른 살을 이르는 말이다. 공자는 서른에 뜻을 세우고 스스로 설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코스닥이 올해 30주년을 맞았다. 1996년 341개 기업으로 출발한 코스닥은 지난해 기준 1827개 기업이 상장한 시장으로 커졌고 시가총액은 개장 당시 7조원에서 지난달 기준 580조원 규모로 확대됐다. 숫자로 보면 코스닥은 지난 30년간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이립의 나이에 들어선 시장이라고 보기에는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부실기업 퇴출 지연과 불성실공시, 반복적인 자금조달, 우량기업 저평가 등 누적된 문제가 시장 신뢰를 흔들어왔다. 현재 코스닥은 외형 성장의 단계를 넘어 성숙도를 증명해야 하는 과제 앞에 놓여 있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코스닥 체질 개선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당국은 상장 유지요건 강화와 세그먼트 도입, 밸류업, 기술특례상장 고도화 방안 등을 잇따라 내놨다. 이를 통해 부실·한계기업은 신속히 걸러내고 우량기업은 제대로 평가받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코스닥의 본래 역할인 '모험자본 시장'의 성격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코스닥의 존재 이유는 이미 완성된 기업만 골라내는 데 있지 않다.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고 그 기업들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그러나 이번 정책대로 선별과 퇴출에만 무게를 두다 보면 성장 시간이 필요한 기업까지 한계기업으로 묶일 수 있다. 특히 제약바이오처럼 연구개발 기간이 길고 사업화까지 시간이 걸리는 업종은 단기 실적이나 재무지표만으로 평가받을 경우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아직 성과가 숫자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성장기업이 위험기업처럼 비칠 수 있다는 얘기다. 세그먼트 도입도 마찬가지다. 우량기업을 따로 구분해 제대로 평가받게 하겠다는 취지는 타당하다. 다만 우량기업과 관리 대상의 기준이 불명확하면 시장 내 낙인 효과가 생길 수 있다. 실제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제도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팽배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장기 성장 전략보다 어느 군에 들어가느냐, 관리 대상으로 분류되지 않느냐가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코스닥 시장의 체질 개선과 투자자 보호가 시급한 과제라는 점에는 십분 공감한다. 그럼에도 제도 개혁이 기업을 나누고 솎아내는 방식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당국이 해야 할 일은 어떤 기업을 퇴출할지 정하는 것만이 아니라 어떤 기업에 시간을 줄 것인지 구분하는 일이다. 부실기업은 과감히 걸러내되 제약바이오처럼 사업화까지 긴 시간이 필요한 업종에는 산업 특성을 반영한 정교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30주년을 맞은 코스닥에 필요한 것은 화려한 기념식보다 분명한 원칙이다. 우량기업을 키우고 한계기업을 솎아내는 일은 필요하지만 그 기준은 모험자본 시장이라는 코스닥의 본래 역할을 지키는 방향이어야 한다. 다음 30년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기업을 걸러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혁신기업이 시장 안에서 버티고 성장했느냐로 평가될 것이다.2026-07-07 06:00:40차지현 기자 -
[데스크 시선] 주가 하락기 증여, 무조건 꼼수일까[데일리팜=이석준 기자] 기업 오너의 증여는 시작부터 의심을 받는다. 주가가 오르면 "왜 비싼 시기에 증여했느냐"는 말이 나온다. 주가가 내리면 "절세를 노렸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어느새 기업 승계는 어떤 시점을 선택하든 의심부터 받는 일이 됐다. 최근에도 상장기업 오너 일가의 증여를 둘러싼 논란이 반복됐다. 사업 전략이나 승계의 배경보다 증여 시점이 먼저 도마에 오른다. 주가가 저점이면 절세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그 비판은 이내 '편법'이나 '꼼수'라는 단정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한 번쯤은 다른 질문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주가가 내리면 증여는 정말 죄가 되는 것일까. 주가가 낮을수록 증여세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현행 세법은 일정 기간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증여재산을 평가한다. 따라서 주가 하락기에 증여하면 세금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것은 숨겨진 비밀도, 기업만 아는 편법도 아니다. 법이 정한 과세 방식이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부터 절세와 꼼수를 같은 의미로 사용하기 시작했을까. 절세는 법이 허용한 범위 안에서 세 부담을 줄이는 행위다. 반대로 꼼수나 편법은 법의 허점을 악용하거나 취지를 훼손하는 경우를 뜻한다. 둘은 분명히 다른 개념이다. 우리도 절세를 한다. 연금저축에 가입하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활용하며, 받을 수 있는 세액공제를 꼼꼼히 챙긴다. 이를 두고 비난하는 사람은 없다. 법이 허용한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 승계도 원칙은 다르지 않다.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지분을 증여하고 세금을 납부했다면 그것은 제도의 활용이다. 현행 증여세 평가 방식이 적절한지는 얼마든지 토론할 수 있다. 그러나 제도를 바꾸지 않은 채 제도를 활용했다는 이유만으로 기업을 비난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비켜가는 일이다. 물론 모든 저가 증여가 정당하다는 뜻은 아니다. 기업가치를 의도적으로 훼손하거나, 내부정보를 이용해 증여 시점을 설계하거나, 소액주주에게 피해를 떠넘겼다면 당연히 엄중한 비판과 제재를 받아야 한다. 시장의 감시도 바로 그런 행위를 향해야 한다. 아무런 위법 행위나 불공정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주가가 낮았다는 이유만으로 '꼼수'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일 수 있다. 의심은 가능하지만, 의심이 곧 사실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이렇게 묻고 싶다. 그렇다면 기업은 언제 증여를 해야 하는가. 주가가 오르면 "고평가 시점을 이용했다"고 하고, 주가가 내리면 "절세를 노렸다"고 한다. 실적이 좋으면 비싸게 평가받는다고 문제 삼고, 실적이 나쁘면 싸게 평가받는다고 의심한다. 어떤 시점을 선택해도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면, 과연 정답은 무엇인가. 기업 승계는 언젠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경영 행위다. 특히 장기간 연구개발이 필요한 제약·바이오 산업에서는 경영의 연속성과 안정성이 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 승계를 무조건 미루는 것이 항상 정답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다. 실제로 승계가 늦어질수록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대규모 배당이나 지분 매각, 담보대출 등 또 다른 부담이 발생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증여 시점이 아니다. 승계 과정은 투명했는가. 적법하게 세금을 납부했는가. 소액주주의 권익은 보호됐는가. 승계 이후 책임경영으로 기업가치를 높였는가. 시장이 끝까지 확인해야 할 것은 이 질문들이다. 감시는 필요하다. 의심도 필요하다. 그러나 의심이 곧 결론이 되어서는 안 된다. 주가가 낮을 때 증여했다는 사실은 검증의 출발점일 뿐이다. 그 자체가 꼼수라는 결론이 될 수는 없다. 우리가 비판해야 할 것은 주가가 낮을 때 증여한 기업이 아니다. 법을 악용하고 시장의 신뢰를 훼손한 기업이다. 주가가 내렸다는 이유만으로 증여가 죄가 될 수는 없다. 죄가 되는 것은 주가가 아니라 원칙을 무너뜨리는 행위다.2026-07-06 06:00:42이석준 기자 -
[기자의 눈] 바이오USA, 이제는 결과를 말할 때[데일리팜=황병우 기자] 바이오USA가 끝나면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글로벌 기업과 수십 건의 미팅을 진행했고, 파트너링을 확대했으며, 기술이전에 대한 관심을 확인했다는 내용이 이어진다. 하지만 시장이 궁금한 것은 행사장에서 누구를 만났느냐가 아니다. 그 만남이 지금 어디까지 이어졌느냐다. 물론 이를 단순한 홍보 문구로만 볼 일은 아니다. 바이오USA는 대표적인 글로벌 파트너링 무대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 이 자리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글로벌 기업과 미팅을 이어가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활동인 것도 사실이다. 신약 개발은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기 어려운 산업이다. 글로벌 제약사와 논의가 이뤄졌다고 해서 곧바로 계약으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의미 있는 논의가 진행되더라도 비밀유지 계약, 추가 실사, 데이터 검토,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기 전까지 외부에 공개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바이오USA 이후 반복되는 낙관적 표현은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매년 행사 직후마다 "글로벌 관심을 확인했다", "파트너링 논의를 확대했다", "기술이전 가능성을 높였다"는 설명이 반복된다면 시장이 궁금해하는 질문은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관심을 받았다는 말보다 중요한 것은 이후 어떤 논의가 이어졌는지다. 미팅이 있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진전 여부다. 바이오USA 참석이 일회성 이벤트인지, 실제 사업개발 전략의 일부인지도 결국 행사 이후의 움직임에서 드러난다. 글로벌 파트너링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요소 역시 단순한 기술 소개에 머물지 않는다. 후보물질 하나의 가능성뿐 아니라 플랫폼의 확장성, 후속 파이프라인, 임상 개발 역량, 반복적인 글로벌 접점 형성 능력까지 함께 검토된다. 현장에서 파트너링 논의를 진행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연속성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바이오기업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도 있다. 시장은 빠른 성과를 요구하지만 기술이전이나 공동연구 계약은 속도전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초기 미팅 이후 수개월, 길게는 1년 이상 검토가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행사 직후 당장 계약을 공개하지 못했다고 해서 성과가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하지만 반대로 행사 참석 자체가 성과처럼 소비되는 흐름도 경계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과 만났다는 사실만으로 기술 경쟁력이 검증됐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파트너링 미팅의 양만큼 중요한 것은 논의의 질이고, 현장 반응보다 중요한 것은 후속 검증이다.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바이오USA를 통해 글로벌 무대에서 존재감을 넓히는 것은 분명 긍정적이다. 특히 바이오 분야의 자본시장 침체와 기술특례 상장 이후 검증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해외 파트너와의 접점 확대는 기업가치와 생존 전략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글로벌 기업과의 대화 경험은 기술의 위치를 확인하고 개발 방향을 조정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이제는 표현보다 결과를 축적해야 할 시점이다. '논의 확대'가 실제 추가 미팅으로 이어졌는지, '관심 집중'이 데이터 요청이나 공동검토로 전환됐는지, '파트너링 강화'가 다음 행사에서도 이어지는 연속적 관계로 남았는지 살펴봐야 한다. 바이오USA는 매년 반복된다. 그래서 더 중요하다. 한 번의 참가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해에도 같은 기술을 더 성숙한 데이터로 설명할 수 있는지, 같은 파트너와 더 깊은 논의를 이어갈 수 있는지, 그리고 시장에 약속한 방향을 실제 결과물로 보여줄 수 있는지다. 바이오USA의 진짜 성과는 행사가 끝난 뒤 증명된다.2026-07-03 06:00:42황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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