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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다품목 제네릭·CSO 리베이트 쇄신의 골든타임[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정부가 제네릭 약가 산정률 45% 적용, 혁신형제약사·준혁신형제약사·필수약 수급 안정 기여 제약사 약가우대를 골자로 한 약가제도 개편안 시행을 확정했지만, 개편안 약효를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숙제는 아직 미완성이다. 다행히도 정부여당은 약가제도 개편안 시너지 효과를 위한 '넥스트 레벨' 행정·입법 구체안을 마련하는 작업에 즉시 착수한 분위기다. 방향성은 명확하다. 1개 성분에 수 백여개 의약품이 허가되면서 시장에서 제품력 경쟁이 아닌 왜곡된 판촉 경쟁 즉, 불법 리베이트 경쟁에 매몰되는 비정상적 다품목 제네릭 구조 탈피·혁신이다. 현재 허용하고 있는 제네릭 1+3 위탁공동생동 제도를 제약업계와 직능단체, 학계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축소·철폐하고, 의약품 영업·판촉대행사(CSO)를 악용해 불법 리베이트를 살포하는 제약산업 구조를 뜯어 고치겠다는 게 정부여당의 구체적인 정책 목표다. 우리나라 제약산업이 내수용 복제약 영업 경쟁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을 압도할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정책 전환이란 생각이다. 의약품 인허가 규제·보건정책 전문가 이재현 성균관대 의약품규제과학센터장은 1+3 공동생동 제도를 "전 세계에서 사례를 찾을 수 없는 기형적 제도이자 우리나라 제네릭 난립 주범"이라고 지적하며 정부의 대오각성을 주문했다. 이재현 센터장은 "공동생동으로 품목허가를 주는 국내 규제 시스템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제네릭 수탁사 1곳 당 1곳에게만 위탁 허가권을 주는 1+1도 불합리하다. 위탁생동 폐지로 쌍둥이 제네릭이 없든 단일 제네릭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정책 수석전문위원과 함께 당 정책위원회 실장을 맡고 있는 조원준 실장 역시 위탁생동 폐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동시에 불법 리베이트 수단으로 쓰이는 CSO를 강력히 규제해야 보건복지부가 시행을 예고한 약가제도 개편안이 왜곡없이 연착륙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조원준 정책실장은 "위탁생동으로 허가받은 제네릭으로 제약산업과 국가 발전에 별다른 기여 없이 리베이트 판촉·영업에만 매몰된 무임승차 제약사, 페이퍼 컴퍼니를 정리해야 혁신·준혁신·수급 안정 선도에 앞장서는 진짜 제약사에게 약가제도 개편안 약효가 극대화할 것"이라며 "일부 의료기관과 결탁해 CSO를 통한 우회적 리베이트로 건전한 의약품 유통질서를 훼손하는 제약사와 불량 CSO 규제도 정부와 함께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학계와 정부여당이 약가제도 개편안 시행을 기점으로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한 채 방치된 숙제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할 당위성과 방향성에 공감하고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셈이다. 이에 정부(복지부, 식약처)와 학계, 여당을 축으로 한 국회는 가까운 미래에 의약품 인허가 제도와 CSO 규제 관련 즉각적인 후속 입법과 행정 조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3 공동생동 제도 축소·폐지를 다면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이유는 현재 개편된 약가제도의 철학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이다. 생산 인프라나 연구 인력 없이 영업망만 가지고 남이 만든 약에 상표만 바꿔 파는 위탁 제네릭사에 동일한 약가를 보장할 논리적 근거를 확립하기 어렵다. 여러차례 제약업계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위탁생동 제도의 효용 가치와 한계를 따져 합리적인 행정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아울러 일부 제네릭사들의 왜곡된 경영 수단인 CSO 불법 리베이트 구조를 끊어내야 하는 이유 역시 약가제도 개편안의 성공을 위해서다. 제품 자체의 경쟁력이 없다시피 한 상황에서 제네릭사 일부는 처방을 유도하기 위한 의사 리베이트 살포에 의지하고 있는 실정인데, 이를 끝내야 한다. CSO 꼬리자르기가 설 자리 없도록 규제 수위를 높여야 한다. 제약사와 CSO 간 불법 리베이트 귀책사유를 명확히 연동하는 쌍벌제를 도입하고, 리베이트 수수 의사에 대한 처벌도 시장 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는 수준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할 때다. 약가를 인하하는 조치만으로는 불법 영업으로 흘러가는 검은 돈의 출처를 완전히 차단할 수 없는 이유에서다. 복지부 약가제도 개편은 제약산업 혁신을 위한 첫 단추다. 불합리한 제도를 도려내는 국회의 입법과 보건당국의 공격적인 후속 조치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이번 개편안은 그저 또 하나의 미완성 정책으로 남을 우려가 있다. ‘무임승차 퇴출’과 ‘혁신 보상’이라는 명제가 시장에 완벽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22대 국회와 정부의 지체 없는 움직임을 촉구한다.2026-05-21 06:00:42이정환 기자 -
[기자의 눈] 다시 본사로…R&D 자회사 합병 늘어나는 이유[데일리팜=최다은 기자] 한때 제약사들은 유망 R&D 조직을 떼어내 상장시키는 데 집중했다. 기술특례상장과 외부 투자 유치를 통해 기업가치를 키우기 위해서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바뀌고 있다. 바이오 투자 한파와 약가 압박이 겹치자 밖으로 내보냈던 연구개발(R&D) 조직을 다시 본사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흩어진 조직과 파이프라인을 다시 묶어 정책 대응과 사업 효율, 연구개발 연속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계열사 정리를 넘어선다. 휴온스는 지난달 자회사 휴온스생명과학 흡수합병을 결정하고 오는 6월 완료를 앞두고 있다. 분리돼 있던 의약품 사업을 본사로 통합하고 경영 자원을 일원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휴온스생명과학의 오송 공장을 기반으로 위탁생산(CMO)을 포함한 의약품 사업 전반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연구·생산·사업 기능을 한 체계 안으로 묶어 수익성과 의사결정 효율을 동시에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바이오 계열사 휴온스랩 흡수합병도 결정했다. 휴온스랩이 보유한 인간유래 히알루로니다제 플랫폼과 바이오시밀러 역량을 본사 안으로 내재화해 기존 제네릭 중심 사업 구조를 바이오 중심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 약가제도 개편과 수익성 압박 속에서 연구개발과 생산, 사업 조직을 한 체계 안에 묶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일동제약도 신약 연구개발 자회사 유노비아를 다시 품기로 했다. 유노비아는 2023년 연구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 분리된 조직으로 GLP-1RA 비만치료제와 P-CAB 소화성궤양치료제 등 주요 파이프라인을 개발해왔다. 이번 합병을 통해 해당 자산은 다시 본사 체계 안으로 편입된다. 일동제약 측은 “경영 환경 변화와 불확실성 확대에 대응하고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약가 제도 개편 등 제도적 여건에 부합해 운영 안정성을 확보하고 기업 체계를 간소화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HLB 역시 지난해 말 자회사 HLB사이언스와 합병하며 연구개발 기능을 본사로 통합했다. HLB는 연구개발 역량과 연구 인프라를 결집해 신약 개발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항암제 중심 파이프라인 확대와 글로벌 임상이 동시에 추진되는 상황에서 연구조직을 일원화해 자원 배분 효율을 높이고 임상·허가·사업화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R&D 자회사 내재화의 첫 번째 이유는 정책 대응력 강화다. 정부는 최근 복제약 약가 인하와 함께 연구개발 투자 비중이 높은 혁신형·준혁신형 기업에 약가 우대 혜택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구개발비와 인력을 본사 기준으로 합산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별도 법인에 흩어져 있던 R&D 비용과 조직을 본사로 통합하면 매출 대비 연구개발 비율 관리가 수월해지고, 약가 우대나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측면에서도 유리한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두 번째는 의사결정 속도다. 자회사가 독립적으로 존재할 경우 연구개발, 임상, 생산, 사업화 과정에서 본사와 자회사 간 승인 절차와 이해관계 조율이 필요하다. 반면 본사가 파이프라인과 연구조직을 직접 관리하면 투자 우선순위 결정, 임상 전략 수정, 사업화 판단이 빨라질 수 있다. 신약개발은 속도와 타이밍이 중요한 만큼, 조직 통합은 상용화 시점을 앞당기는 전략으로도 작용한다. 세 번째는 연구개발 연속성과 수익성 확보 차원이다. 과거 제약업계는 신약개발 조직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해 외부 투자 유치와 기업가치 확대를 노리는 전략을 적극 활용했다. 바이오 투자 열풍이 이어지던 시기에는 기술특례상장 등을 통한 자금 조달이 활발했고 자회사 상장을 통한 투자금 회수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달라졌다. 바이오 투자심리 위축, 기술특례상장 문턱 강화 등이 겹치면서 자회사 상장 자체가 쉽지 않은 환경이 됐다. 외부 투자 유치에 의존하던 구조만으로는 연구 지속성과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실제 업계에서는 “외부 투자 유치를 위해 분사했던 자회사들이 상장 환경 변화로 정리되지 못하면서 흡수합병 형태로 다시 통합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제약사들이 바이오 신약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기존 제네릭 중심 사업은 약가 인하 영향에 직접 노출되는 반면, 바이오 신약은 기술수출과 글로벌 판권 계약 등을 통해 높은 수익성과 기업가치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기업들은 GLP-1 비만치료제, ADC, 세포·유전자 치료제, 장기지속형 주사제 등 고부가가치 분야로 연구개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핵심 파이프라인과 연구 인프라를 본사 체계 안으로 통합해 직접 통제력을 높이려는 전략이 강화되고 있다.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 신약 사업을 본사 중심으로 재편해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움직임에 가깝다. 외부 기업을 인수해 생산과 연구를 동시에 내제화 하는 사례도 이어진다. GC녹십자웰빙은 지난해 이니바이오 인수를 통해 보툴리눔 톡신 사업에 진출했다. 인벤티지랩은 큐라티스 경영권 인수를 통해 GMP 제조시설 기반의 장기지속형 주사제 생산 인프라를 확보했다. 플랫폼 기술 기업들까지 생산시설과 연구개발 역량을 함께 확보하려는 흐름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결국 제약사들의 R&D 자회사 합병은 약가 인하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선택이자, 흩어진 연구 자산을 본사 성장전략 안으로 끌어들이는 사업적 판단이다. 수익성은 낮아지고 연구개발 부담은 커지는 환경에서 제약사들은 연구와 생산, 사업과 재무를 따로 움직일 수 없는 구조로 재편하고 있다.2026-05-20 06:00:38최다은 기자 -
[특별기고] 국내 의료기기 산업, 디지털 전환이 그릴 미래제19회 의료기기의 날은 국내 의료기기산업의 현주소를 되짚어 보고 미래 방향을 설계하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의료기기산업의 기술, 산업, 의료 현장이 어떻게 융합돼 새로운 미래가치를 창출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대두되고 있다. 의료기기산업의 본질, 기술을 넘어 생명을 향하다 의료기기산업은 단순한 제조업이 아니다. 국민 건강을 지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공공적 가치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미래 성장산업이라는 이중적 성격을 함께 지닌다. 의료기기는 질병의 조기 진단과 정밀 치료를 가능하게 하며 의료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 특히 원격의료와 웨어러블 기술은 의료 서비스를 병원 밖 일상으로 확장하며 ‘생활 속 의료’를 현실화하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의료기기산업은 반도체, 인공지능(AI), 바이오 기술과 결합된 대표적 융합산업으로, 국가 경쟁력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이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술 경쟁력 확보는 단순한 수출 확대를 넘어 국가 브랜드 가치 제고로 이어진다. 결국 의료기기산업은 건강, 기술, 경제를 동시에 견인하는 전략산업이라 할 수 있다. 국내 의료기기산업의 현재, 성장과 도전의 교차점 지난 10여 년간 국내 의료기기산업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왔다. 영상진단의료기기, 체외진단, 디지털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력과 품질을 인정받으며 글로벌 진출을 확대해 왔다. 특히 중소·중견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는 빠른 혁신과 시장 대응력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갖춰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과제도 명확하다. 글로벌 인허가 대응 역량 부족, 임상 근거 확보의 어려움, 보험 등재 및 시장 진입 과정의 예측 가능성 부족은 기업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한 데이터 기반 의료와 AI 기술의 확산은 산업 전반에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디지털 헬스케어와 융합, ‘기기’에서 ‘플랫폼’으로 의료기기의 미래는 하드웨어 중심에서 데이터 기반 플랫폼으로의 전환에 있다. 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과의 결합은 의료기기를 진단과 치료를 넘어 예측과 예방의 영역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AI 기반 영상 판독 시스템은 의료진의 정확도를 높이고 효율성을 개선하며, 원격 모니터링 기기는 환자의 실시간 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형 치료를 가능하게 한다. 이는 병원 중심 의료에서 환자 중심 의료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IT 인프라와 데이터 처리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높은 잠재력을 지닌다. 다만 이 잠재력이 실질적 경쟁력으로 이어지려면 데이터 표준화, 보안, 활용에 관한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글로벌 선도와 혁신 생태계, 산업 도약의 두 축 의료기기산업은 본질적으로 글로벌 산업이며,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제는 단순한 제품 수출을 넘어 ‘글로벌 기준 내재화’와 ‘현지화 전략’이 동시에 요구된다. 미국 식품의약청(FDA), 유럽 CE 인증 등 주요 시장의 규제 체계를 개발 초기부터 반영하고, 임상 근거 기반의 제품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현지 파트너십 구축과 서비스 결합형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는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신흥 시장에서는 의료 인프라 수요와 디지털 헬스케어 수요가 동시에 증가하고 있어, 통합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산업의 지속 성장은 기업 단독으로 이뤄질 수 없다. 정부와 협회, 의료 현장이 함께 만드는 생태계가 핵심이다. 정부는 규제 혁신, 연구개발 지원, 글로벌 진출 지원을 통해 산업 기반을 강화해야 하며, 혁신 의료기기에 대한 신속한 평가와 시장 진입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장치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또한 산·학·연·병 협력은 기술 개발에서 임상 적용,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전주기적 혁신을 가능하게 한다. 의료기관은 실제 문제를 제시하고, 기업은 이를 해결하며, 연구기관은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다양한 목소리 담은 실행 전략 미래 성장을 위해서는 산업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를 균형있게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소기업은 자금 조달과 인허가 부담 완화를 요구하며, 스타트업은 실증 기회 확대와 데이터 접근성 보장을 핵심 과제로 꼽는다. 반면 대기업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 일관성과 규제 예측 가능성을 강조한다. 의료 현장 전문가들은 임상적 유효성과 환자 안전성을 최우선 가치로 제시한다. 이런 다양한 요구는 서로 상충되는 것이 아니라 산업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정책 설계와 산업 전략은 이런 다양한 관점을 조화롭게 반영해야 한다. 국내 의료기기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실행 전략으로는 ▲데이터 중심 의료 전환 가속화 ▲글로벌 규제 대응 역량의 내재화 ▲융합형 인재 양성 체계 구축 ▲개방형 혁신과 협력 생태계 강화를 들 수 있다. 이 전략들은 개별 과제가 아니라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해야 한다. 국내 의료기기산업은 지금, 성장의 단계를 넘어 질적 도약의 문턱에 서 있다. 기술 혁신과 글로벌 경쟁이 동시에 가속화되는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방향성’과 ‘실행력’이다. “미래 의료를 설계한다”는 것은 선언이 아니라 선택과 실천의 문제다. 제19회 의료기기의 날을 계기로 산업계, 의료계, 정책 당국이 하나의 방향을 공유하고 협력한다면, 한국은 글로벌 의료기기산업의 중심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2026-05-20 06:00:36황병우 기자 -
[데스크 시선] K-톡신 묶은 16년 쇠사슬, 끊어야 산다[데일리팜=이석준 기자] 보툴리눔 톡신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산업통상자원부 생명공학 분야 전문위원회 내부에서 해제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진다. 남은 것은 결론이다. 산업부와 업계에 따르면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산하 생명공학위원회는 현재 보툴리눔 독소제제 생산기술과 균주의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 여부를 검토 중이다. 산업부는 반도체·디스플레이·바이오 등 79개 국가핵심기술을 정기적으로 재검토하는 과정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장은 단순한 정기 검토로 보지 않는다. 16년 동안 이어진 규제 논란이 처음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어서다. 실제 업계 안팎에서는 생명공학위원회가 해제 의견 중심으로 논의를 정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산업부가 일부 장기 연임 위원을 교체한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변화는 작지 않다. 그동안 톡신 국가핵심기술 논란 중심에는 특정 위원의 장기 연임 문제가 있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전문위원회 폐쇄성과 특정 인사 중심 구조 문제가 지적됐다. 산업부 인적 쇄신 역시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올해 새롭게 구성된 신임 전문위원들이 해제에 의견을 모았다는 뜻이다. 핵심은 단순하다. 지금 논의는 기술 하나를 풀지 말지의 문제가 아니다. 낡은 규제 구조를 정상화할 수 있느냐다. 그동안 국내 톡신 업계는 국가핵심기술 지정이 과도한 중복 규제라고 주장해왔다. 이미 약사법과 감염병예방법, 대외무역법 등으로 관리 체계가 작동하는데 국가핵심기술 규제까지 겹치며 행정 부담만 키웠다는 논리다. 해외에서는 범용 생산기술로 인식되는 분야를 한국만 국가핵심기술로 묶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균주 역시 글로벌 유전자 정보망에 공개돼 있고 국내 기업 상당수도 해외 균주를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도 국내에서는 수출과 기술협력, 인허가 과정마다 추가 심사가 반복됐다. 결국 산업보다 행정이 앞선 구조였다. 문제는 결과다. 글로벌 톡신 시장은 미국과 유럽 기업 중심으로 재편됐다. 국내 기업들은 생산 경쟁력을 갖추고도 각종 행정 절차에 발이 묶였다. 해외 진출과 기술이전 협상에서도 불확실성이 반복됐다. 물론 국가핵심기술 제도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규제는 현실을 따라가야 한다. 보호 실익보다 산업 제약 효과가 더 커졌다면 손보는 게 맞다. 무엇보다 이번 논의는 또다시 시간을 끌다 끝나선 안 된다. 과거에도 해제 가능성이 거론될 때마다 결론을 미루는 일이 반복됐다. 그 사이 시장 불확실성만 커졌다.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위원회 내부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산업부도 인적 쇄신 신호를 보냈다. 이제는 최종 판단만 남았다. 16년 동안 K-톡신을 묶어온 쇠사슬을 이번에도 끊어내지 못한다면 시장은 다시 묻게 될 것이다. 한국 바이오 산업은 누구를 위해 규제하고 있는가. 공은 산업기술보호위원회로 넘어갔다. 이번엔 결론을 내야 한다.2026-05-18 06:00:37이석준 기자 -
[기자의 눈] 바이오 소부장 국산화…'좋아도 못 쓰는' 현실[데일리팜=황병우 기자]바이오 소부장 국산화는 오래된 과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해외 공급망 의존의 취약성이 드러났고, 국내 바이오 생산 역량이 커질수록 소재·부품·장비 자립의 필요성도 함께 강조됐다. 하지만 현장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단순히 '기술을 개발하면 된다'는 구호와는 조금 다르다. 최근 한국바이오협회 소부장위원회에 참여한 기업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공통된 답답함이 있다. 국내 기업이 기술을 갖고 있어도 이미 해외 주요 기업이 장악한 시장을 뚫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기술의 문제가 전부가 아니다. 바이오 생산 현장에서 소부장은 단순한 부품이나 소모품이 아니라 품질, 허가, 공정 안정성과 연결된 신뢰의 문제로 받아들여진다. 이 때문에 국내 바이오 소부장 기업은 글로벌 기업 수준의 기술과 품질을 요구받으면서도, 가격은 국산이라는 이유로 더 낮춰야 하는 고충을 겪고 있다는 게 현장의 고민 중 하나다.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품질 시스템 구축, 장기 검증 데이터 확보가 필요한데, 시장 진입 단계에서는 오히려 낮은 가격 경쟁력을 먼저 요구받는 역설이다. 국내 CDMO 산업이 커지는 상황도 이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생산 규모가 커지면 국산 소부장에도 기회가 열릴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공정 현장은 훨씬 보수적이라는 평가다. 이미 해외 고객사와 협의된 공정, 글로벌 허가 대응 경험이 있는 소재, 장기간 사용해온 장비와 부품이 있다면 이를 국내 제품으로 바꾸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원·부자재 하나를 바꾸더라도 공정 검증, 품질 데이터, 경우에 따라 허가 변경 이슈까지 따라붙을 수 있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이미 세팅된 공정에 변수를 만들 이유가 크지 않다. 국내 기업 제품이 일정 수준 이상의 성능을 입증하더라도 '굳이 바꿔야 할 이유'를 설득해야 하는 구조다. 기업 구매팀이 국산 소부장을 적용하고 싶어도 내부 품질부서, 생산부서, 규제 대응 부서를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 결국 국산 제품 채택은 단순 구매 결정이 아니라 조직 내부의 리스크 판단 문제로 넘어간다. 이 지점에서 바이오 소부장 육성 정책의 접근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게 현장의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국산화 논의가 '무엇을 개발할 것인가'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개발된 기술을 어느 단계에서, 어떤 방식으로, 누가 써볼 것인가'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술 개발 지원만으로는 산업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실증, 레퍼런스, 초기 적용 경험, 공정 전환 부담을 나눌 수 있는 구조가 있어야 한다. 특히 바이오 소부장은 일반 제조업의 국산화와 다르다. 제품 성능이 일정 수준에 도달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생산 현장에 들어가기 어렵다. 연구용 시장에서 시작해 파일럿 공정, 비임상 또는 초기 임상용 생산, 이후 상업 생산 단계로 이어지는 적용 사다리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국내 기업이 품질 데이터를 축적하고, 수요 기업은 과도한 부담 없이 제품을 시험해볼 수 있어야 한다. 정책 역시 단순히 과제를 선정하고 개발비를 지원하는 방식을 넘어, 개발된 제품이 실제 생산 공정에서 검증될 수 있는 실증 인프라, 수요 기업과 공급 기업을 연결하는 공동 검증 프로그램, 초기 적용에 따른 리스크를 분담하는 제도적 장치까지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물론 현장 적용을 무리하게 강제할 수는 없다. 바이오의약품 생산은 환자 안전과 직결되고, 글로벌 허가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영역이다.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애국심만으로 쓰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그러나 반대로 검증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구조라면 국내 소부장 기업은 영원히 글로벌 기업과 같은 레퍼런스를 쌓을 수 없다. 신뢰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기회를 주지 않고, 기회가 없다는 이유로 신뢰를 얻지 못하는 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국내 바이오 산업은 이미 글로벌 생산기지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생산시설의 규모가 커지는 것과 생산 생태계가 단단해지는 것은 다른 문제다. 공장 안에서 쓰이는 핵심 소재와 장비, 공정을 떠받치는 부품과 소모품이 해외 공급망에 과도하게 의존한다면 산업의 기반은 여전히 취약할 수밖에 없다. 바이오 소부장 국산화는 단순히 국산 제품을 더 많이 쓰자는 문제가 아니다. 국산화의 다음 단계는 만들 수 있느냐가 아니라, 실제로 쓰일 수 있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2026-05-15 06:00:36황병우 기자 -
[기자의 눈] 비만치료제, 투약편의성 개선의 명암[데일리팜=손형민 기자] "위고비로 OOkg 감량했다", "마운자로 맞고 식욕이 확 줄었다." 최근 유튜브 등 SNS에서는 비만치료제 경험담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체중이 얼마나 빠졌는지, 부작용은 어땠는지, 어떤 약이 더 효과가 좋은지 등이 일상 콘텐츠처럼 소비된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비만을 단순 체형 문제가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 비만은 당뇨병, 심혈관질환, 지방간 등 다양한 대사질환과 연결되며, 체질량지수(BMI)와 동반질환 여부 등을 고려한 치료 접근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에서 비만치료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점점 질환 치료보다 미용 용도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는 제약업계가 강조해온 복약편의성 개선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실제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시장이 급격히 커진 배경에는 주 1회 투여라는 편의성이 자리하고 있다. 과거 하루 한 번 복용, 투여해야 했던 치료와 비교해 사용 부담을 크게 낮췄고 이는 환자 접근성 확대와 시장 성장으로 이어졌다. 복약편의성 개선은 환자 접근성과 치료 지속성 측면에서 의미 있는 변화로 평가된다. 실제 만성질환 치료에서 복약 부담 감소는 치료 지속성과 환자 삶의 질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제약산업 역시 더 적은 투여 횟수로 더 오래 효과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약제 개발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제약업계는 경구제나 월 1회 투여 주사제, 패치제 등 다양한 형태의 비만약 개발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사제조차 부담스럽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 투여 편의성이 대폭 개선된 신약들이 등장할 경우 사용 문턱은 지금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복약편의성의 개선이 복약순응도 개선과 같은 의미는 아니라는 점이다. 복약순응도는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적절한 용법과 용량에 따라 꾸준히 치료를 유지하는 개념에 가깝다. 하지만 현재 비만치료제 시장에서는 '얼마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느냐'가 먼저 강조되면서 정작 누구에게 어떻게 사용돼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모습이다. 이미 온라인 시장에서는 GLP-1 제제가 아님에도 이름만 유사하게 붙인 건강기능식품과 해외 직구 제품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일부 제품은 의학적 검증이나 안전성 평가가 충분하지 않음에도 체중 감량 수요를 목적으로 소비된다. 물론 비만치료제 자체의 임상적 가치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 실제 GLP-1 계열 치료제는 체중 감량을 넘어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 등 다양한 데이터를 축적하며 비만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는 분명 중요한 옵션이다. 치료제가 대중화될수록 함께 커져야 하는 것은 소비 열풍이 아니라 올바른 치료 인식이다. 편의성과 접근성이 높아질수록 오히려 처방 기준과 의료적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기준은 더 분명해져야 한다. 적어도 비만치료제가 '누구나 쉽게 투여할 수 있는 다이어트 주사'로 굳어지는 방향만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2026-05-14 06:00:36손형민 기자 -
[기자의 눈] 약대 6년제 17년, 졸업생은 여전히 약국으로[데일리팜=김지은 기자] 대한약사회가 공개한 2025년도 회원 통계자료를 보다 보면 흥미로운 대목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약사 숫자는 여전히 늘고 있는데, 정작 약사들이 향하는 방향은 오히려 더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개설약사는 2만2778명으로 전년도보다 증가했다. 근무약사 역시 6348명으로 소폭 늘었다. 반면 병원·의원·보건소 등 의료기관 종사 약사는 6209명에서 6173명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이 흐름을 들여다보면 지금 약사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구조적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 주목된다. 약학대학 6년제 도입 당시만 해도 기대는 컸다. 기존의 조제 중심 약사 역할을 넘어 병원약사, 산업약사, 연구약사, 공직약사 등 다양한 전문 직역으로 약사의 진출 영역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단순 약사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닌 약사 직능 다변화 역시 약대 6년제 전환 취지에 포함됐다. 실제 정부 역시 약대 정원 확대와 학제 개편의 명분으로 전문성 강화와 다양한 진로 확대를 강조해 왔다. 제약·바이오 산업 성장과 맞물려 산업약사 수요 증가 기대감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약대 6년제 도입 17년, 첫 6년제 졸업생 배출 10년이 지난 지금 현실은 다소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통계상 가장 뚜렷하게 증가하는 영역은 결국 지역 약국이다. 개설약사와 근무약사를 합치면 전체 회원의 73.0%인 2만9126명에 달한다. 사실상 약사 10명 중 7명 이상이 지역 약국에 종사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약대 6년제 도입 당시 기대했던 다양한 전문 직역 진출은 여전히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의약품 제조 분야 종사 약사는 1416명으로 전체의 3.5%에 그쳤고, 의약품 도매는 1041명(2.6%), 의약품 수출입은 113명(0.3%), 정부·공공기관은 80명(0.2%), 의약품 산업 외 기업체 종사 약사는 43명(0.1%)에 불과했다. 학교 종사 약사 역시 36명(0.1%) 수준이었다. 결국 산업계와 공공 분야까지 상당수 직역이 여전히 ‘0%대 비중’에 머물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은 결국 지역 약국의 경쟁 심화와 더불어 양극화 현상을 가중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마트형, 창고형약국 등 대형 약국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출혈 경쟁은 더 심화되는 양상이다. 최근 만난 한 약학 교육자의 말은 이런 현실을 더욱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약대 6년제를 평가하며 “진로 다양성의 축소는 아쉬운 대목”이라며 “6년제가 본래 지향했던 지역약사·병원약사·산업약사·연구자의 균형 잡힌 양성 구조가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면서 졸업생 진로가 다시 특정 영역(지역 약국)으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산업계는 물론이고 행정 분야에서 약사 인력난을 호소한 지 오래다. 연구개발(R&D), 임상, 제조관리자, 품질관리(QC) 분야를 중심으로 약사 수요는 꾸준하지만 현장에서는 “지원자가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반복된다. 병원 역시 마찬가지다. 상급종합병원은 수도권 쏠림이 심화되고 지방 병원은 인력 확보 경쟁에서 밀리는 구조가 고착화되는 분위기다. 물론 약국이 약사의 핵심 직역이라는 사실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실제 지역 약국은 초고령사회와 돌봄통합 시대를 맞아 방문약료와 다제약물관리, 공공심야약국 등 새로운 역할까지 요구받고 있다. 지역 약사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문제는 ‘균형’이다. 약사 직능의 미래가 특정 직역에만 지나치게 집중될 경우 결국 다른 영역의 공백이나 대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일부 지방 병원과 산업계, 공직 분야에서는 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약대 6년제 도입의 목적은 단순히 공부를 2년 더 하는 데 있었던 것이 아니다. 다양한 전문 분야에서 활동하는 약사를 키워내겠다는 사회적 약속에 가까웠다. 그 약속이 지금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2026-05-13 06:00:36김지은 기자 -
[기자의 눈] 반값 감기약, 알고보니 사용기한도 절반?[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약사사회의 거센 우려에도 불구하고 창고형 약국의 개설 속도는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환자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손길이나 복약 히스토리보다는 '얼마나 싸게 떼어와 얼마의 마진을 남기느냐'가 지상 과제가 된 창고형 약국은 더 이상 입지도 중요치 않다. 너른 주차장만 있다면 마트 안이든 변두리든 '가격'이라는 강력한 무기에 이끌린 소비자들을 찾게 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최근 기자가 방문한 한 창고형 약국에서도 그 위력을 실감했다. 입구에 산더미처럼 쌓인 짜먹는 감기약의 가격표는 단돈 1500원. 평소 동네 약국에서 사던 가격의 딱 절반이었다. '득템'이라는 생각에 콧물약, 기침약, 종합감기약 등을 카트에 골고루 담았다. 비밀은 집에 돌아와 약 상자를 정리하면서 밝혀졌다. 약 아랫면에 적힌 사용기한은 올해 12월. 사용기한이 7개월 남짓 남은 약들이었다. 하지만 매장 어디에도 사용기한 임박에 대한 안내는 없었다. '사용기한이 지나기 전에 아플 일이 있을까?', '주변에 나눔이라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자, 합리적 소비였다는 자부심은 순식간에 처치 곤란한 계륵을 떠안은 듯한 자괴감으로 변했다. 또 다른 창고형 약국에서도 유통기한이 올해 12월까지인 동일한 감기약을 동일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다. 물론 이 약국의 경우 제품별 사용기한을 명시해 소비자들이 유기가 짧은 약임을 알게 했다. '유기 임박약'에 대한 판매 기준이 명확치 않다 보니, 일반 약국에서는 반품하는 약들이 창고형 약국에서는 반값에 판매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혹해서 샀다가 집에 오니 계륵이 되는 현상은 기자의 개인적 경험에 그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이 창고형 약국 이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5.3%가 기자처럼 계획에 없던 추가 구매를 했다. '상비용'이라는 심리적 위안과 '진열 자극'이 결합된 결과다. 문제는 이 반값의 유혹이 실제 가계 경제에 도움을 주느냐다. 조사 결과 동네약국에서 3만원 이상 지출하는 비율은 3.8%에 불과했지만 창고형 약국에서는 그 비율이 무려 41.5%까지 치솟았다. 낱알 단가는 낮아졌을 지언정 대용량과 묶음 판매 전략에 휘말려 전체 지출액은 오히려 늘어난 역설적 상황이다. 결국 62.2%의 이용자가 가정 내 보관량 증가를 경험했고, 40%에 육박하는 이들이 사용하지 않고 남은 약을 '상비'라는 이름으로 쌓아두고 있었다.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의약품이 소비재화로 변질될 수 있다는 부분이다. 우유 한 팩을 살 때도 제조일자를 따지며 신선도를 살피고, 첨가물표를 보는 것과 달리 창고형 약국에서 약은 마치 과자나 생필품처럼 카트에 담긴다. 마치 참치캔이나 스팸 같은 가공햄을 살 때와 유사한 양상이다. 이 제품들을 살 때 일일이 유통기한을 살피지 않는 것처럼 약국에서 약을 구입할 때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기준 약국에서 구입하는 일반약 대부분의 유통기한은 28년으로 길다는 것이 암묵적으로 통용되기 때문이다. 세심한 복약지도와 병용 약물 확인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 실제로 외부에서 약을 산 소비자의 64.4%가 정작 복용 방법은 동네 약국에 가서 묻는다는 통계는 외연 확장에 급급한 대형 약국들이 보건의료적 책임은 지역 약국에 떠넘기는 안전의 외주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AI가 처방 데이터를 분석하고 적합한 약과 건기식까지 추천해 주는 시대라지만 환자의 안색을 살피고 사용기한과 복용량을 세심히 조율하는 약사의 교감과 책임은 결코 대체될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꾸준히 챙겨먹어 소진할 수 있는 영양제도 아닌, 감기약을 사두고 아프기를 기다리는 것만큼 바보 같은 일은 없다. 진정한 합리적 소비는 1500원이라는 가격표가 아니라 가치있는 소비를 하는 일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유통기한이 절반인 약을 반값에 샀다고 좋아하기에는 우리가 감당해야 할 보건의료적 기회비용과 안전의 공백이 너무나 크다.2026-05-12 06:00:38강혜경 기자 -
[데스크 시선] 한국산 개량 약품, 환자들은 정말 편해졌나[데일리팜=이탁순 기자] 제형 변경 제네릭은 현재 국내 제약사들의 제품 개발 트렌드에서 가장 뜨거운 분야다. 특히 정제를 구강붕해정으로 변경해 복용 편의성을 내세운 제품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녹여서 먹는 구강붕해정은 알약을 삼키기 어려운 노인이나 어린이, 연하곤란 환자들에게 분명 편리한 아이템임에 틀림없다. 이들을 위해서라면 국내 제약사들의 제품 개발이 반갑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런데, 여러 회사가 동시다발적으로 동일성분의 구강붕해정을 개발한다? 소수의 환자층을 생각하면 고개가 쉽게 끄덕여지지 않는다. 일례로 고지혈증치료제로 사용되는 피타바스타틴 구강붕해정에 오리지널사뿐만 아니라 다수 제네릭사들도 제품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피타바스타틴 2mg 정제는 42개로 이미 포화상태 상황인 데 말이다. 구강붕해정 제품 개발 경쟁 이면에는 약가가 있다. 국내 약가 산정은 동일성분 동일제형 동일함량을 기준으로 한다. 계단식 약가제도 하에서 이들 조건을 갖춘 동일제제가 20개를 넘게 되면 다음 등재되는 제품은 직전 최저가보다 15% 낮게 산정된다. 피타바스타틴 2mg 정제는 42개가 있기 때문에 현재 최저가인 462원보다 낮아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제형이 다른 구강붕해정은 현재 등재된 제품이 없어서 동일 성분 최고가인 561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볼 점은 환자층 자체가 적은데 최고가를 받는다 해서 기업의 이윤 니즈를 충족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더구나 여러 제약사들이 경쟁한다면 파이는 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당연히 제약사들은 이윤을 맞추기 위해 구강붕해정으로 알약 복용이 어렵지 않은 일반 환자층도 노리게 될 것이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일반 환자들이 의사로부터 구강붕해정을 처방받게 될 수도 있다. 만약에 두 가지 이상 약을 복용하는 환자에서 약마다 제형이 다를 경우 불편은 더 가중된다. 하나는 물로 알약을 넘기고, 또 하나는 녹여서 먹여야 되는 불편이 생긴다. 특정 환자층에 편하게 복용하라고 만든 약이 일반 환자에게는 오히려 불편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약 선택은 오로지 의료진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편의성이 향상된 의약품 개발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여러 약을 하나에 담은 복합제는 이미 포화상태임에도 새로운 조합의 제품들이 계속 생겨난다. 복합 개량신약도 약가 가산이 부여된다. 이제 붐을 탄 구강붕해정 개발도 시장 성공이 확인된다면 더욱 진화될 것이다. 약국 진열대는 이러한 제품들로 가득 차 있다. 약국에서는 한국산 개량 약품이 재고 문제의 골치덩어리로 지목하고 있다. 이런 약들이 수억원의 개발비가 투입됐다는 점에서 사회적 비용의 낭비가 아닐 수 없다. 편의성이 향상된 의약품 출현은 환자들에게 좋은 현상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시장 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제품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여러 제품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복합제나 제형변경 등 한국산 개량 약품이 과연 건보재정에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제품개발 경쟁을 약가가 유인하고 있다면 정부는 꼭 환자에게 필요한 것인지 지금의 약가 산정 제도를 다시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2026-05-11 06:00:40이탁순 기자 -
[특별기고] K-의료기기 산업이 갖춰야 할 경쟁력의료기기산업의 미래를 논할 때 이제 ‘어디에서 성장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조건이 됐다. 기술 경쟁력만으로는 산업의 성패를 설명하기 어려운 시대다. 기업과 연구, 임상과 시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환경에서 산업의 속도와 방향이 결정된다. 오늘날 의료기기산업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생명산업’이자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은 고령화와 기술 발전을 기반으로 꾸준히 확대되고 있으며, 미래 핵심 산업으로서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남양주시는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의료기기 산업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를 중심으로 기업 유치와 산업 기반 구축을 본격화하며, 의료기기산업을 도시 성장 전략과 긴밀히 연계해 나가고 있다. 융합기술과 시장 확대, 새로운 패러다임 의료기기산업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봇공학, 바이오기술이 결합하는 대표적인 융합산업이다. AI 기반 진단 보조 시스템은 의료진의 판단 정확도를 높이고, 웨어러블(Wearable) 기기는 정밀의료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의료기기의 활용 범위 역시 병원 중심에서 일상생활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으며, 의료서비스의 패러다임은 치료 중심에서 예방·관리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런 산업 환경의 변화는 기술 발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기반시설 조성, 연구개발 투자, 임상 연계 체계, 전문인력 양성이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의료기기산업은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AI·로봇·디지털·바이오 기술이 융합되는 흐름 속에서 정밀의료와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응하는 선제적 산업 전략 마련이 요구된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Markets and Markets)에 따르면 글로벌 AI 헬스케어 시장은 2023년 약 158억 달러에서 2030년 약 1818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연평균 40%를 웃도는 높은 성장세가 예상된다. 국내 시장 역시 같은 기간 3억 7700만 달러에서 연평균 50% 이상 성장해 66억 달러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이런 흐름은 의료기기산업이 기술 혁신을 넘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핵심 분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술 주권과 인재, 산업 경쟁력의 두 축 아울러 산·학·연·병 협력 체계를 통해 의료 현장의 수요가 기술 개발로 이어지고, 임상 데이터와 현장 경험이 축적돼 글로벌 경쟁력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원천기술과 특허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기술 주권 확보 역시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산업의 지속 가능성은 결국 사람에 달려 있다. 공학, 의학, 소프트웨어, 규제과학을 아우르는 융합형 인재 양성이 필요하며, 해외 인허가와 시장 진출을 주도할 전문인력 확보 역시 산업 경쟁력 강화의 중요한 요소다. 이런 인적 기반을 바탕으로 수출 시장의 전략적 다변화도 지속 추진돼야 한다. 의료기기 스타트업은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로 산업 혁신을 촉진하는 핵심 주체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의 도전은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는 원동력이 되며, 혁신 생태계의 중요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다만 기술 개발 이후 사업화 단계에서 겪는 구조적 어려움은 여전히 높은 장벽으로 남아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공공과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체계적인 지원과 지속 가능한 성장 환경 조성이 뒤따라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산업생태계 기반을 갖춘 지역 거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 산업과 지역의 동반 도약 남양주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3기 신도시인 왕숙지구에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수도권 동북부의 우수한 교통과 정주 환경, 풍부한 인적 자원을 기반으로 의료기기를 포함한 첨단산업의 새로운 거점으로 도약하고자 한다. 서울과 인접한 입지 강점에 더해 광역교통망 확충이 병행되면서 연구개발 인력과 산업 인프라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여건도 빠르게 갖춰지고 있다.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는 앵커기업, AI, IT·팹리스(fabless), 첨단제조 등 4개 혁신 클러스터로 구성돼 미래 산업이 집적되는 공간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기업 간 협력과 시너지를 유도하고, 기술 혁신에 집중할 수 있는 산업 환경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이런 기반 위에 협회의 전문성과 지자체의 행정 역량, 산업 인프라가 결합하면 의료기기 산업생태계는 실질적인 확장 국면에 진입하게 된다.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를 중심으로 기업 성장을 촉진하고 기술·산업 간 연계를 강화함으로써 지역과 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구체화해 나가고 있다. 제19회 의료기기의 날은 그간의 성과를 돌아보는 동시에 미래를 준비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의료기기산업은 국민 건강을 지키는 기반이자 국가 경제를 견인하는 핵심 동력으로, 앞으로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어떻게 성장 기반을 마련하느냐에 달려 있다. 남양주시는 산업과 지역이 함께 발전하는 생태계를 만들어가며, 대한민국 의료기기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함께 열어가고자 한다.2026-05-11 06:00:35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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