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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항암제, 미충족 수요에 대한 형평성

  • 손형민 기자
  • 2026-04-24 06:00:40

[데일리팜=손형민 기자] 항암 치료는 더 이상 하나의 축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다. 과거 세포독성항암제가 치료의 중심이던 시기에는 어떤 암인가가 치료 전략을 결정하는 핵심 기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같은 암종 안에서도 바이오마커에 따라 전혀 다른 약제가 선택되고 치료 순서와 병용 전략까지 달라진다. 하나의 질환이 아니라 여러 개의 질환으로 쪼개진 것과 다름없는 구조다.

이 같은 변화는 특정 영역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비소세포폐암은 다양한 유전자 변이를 중심으로 치료가 세분화됐고, 대장암 역시 BRAF 등 바이오마커 특성에 따라 접근 방식이 달라진다. 담도암과 같은 희귀암에서도 표적 기반 치료가 확대되는 흐름이다. 

과거에는 선택지가 제한적이던 질환에서도 이제는 치료 전략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문제는 이러한 세분화가 단순한 선택지 증가에 그치지 않고, 치료 적용 범위의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전이성 환자 중심으로 적용되던 치료들이 점차 1~3기, 즉 조기 단계 환자군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수술 전후 보조요법, 유지요법, 병용요법이 동시에 논의되면서 치료는 더 이른 시점부터, 더 길게 이어지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물론 환자 입장에서는 가능한 모든 치료를 급여 적용받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새롭게 등장한 약제들이 더 많은 환자에게 더 이른 단계에서 쓰일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치료 기회는 넓어진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특정 질환이 아니라 여러 암종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또 다른 고민을 던진다.

각각의 치료 확장은 타당한 선택일 수 있다. 다만 같은 흐름이 다양한 암종에서 반복될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제한된 자원 안에서 모든 영역을 동일한 속도로 끌어올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어떤 영역에 먼저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 불가피해진다.

이 과정에서 한 가지 경계해야 할 지점이 있다. 특정 암종에서 논의가 활발하고 목소리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암종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뒤로 밀려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미충족 수요는 특정 질환에만 존재하는 개념이 아니며 다양한 암종에서 서로 다른 형태로 존재한다. 어느 한 영역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사이 다른 영역의 공백이 상대적으로 가려질 가능성도 함께 존재한다.

결국 질문은 분명하다. '늘어난 치료 옵션을 어디까지, 어떤 기준으로 적용할 것인가'. 모든 치료를 모든 환자에게 적용하는 것이 이상적일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택지는 아니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항암 치료의 진보는 분명 환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그 기회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특정 영역에 쏠림이 발생하지 않도록 어떻게 균형을 맞출 것인지에 대한 고민 역시 함께 이뤄져야 한다. 미충족 수요라는 개념을 보다 넓은 시선에서 다시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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