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좀비 바이오 퇴출, 기업·투자자도 변해야 한다
- 차지현 기자
- 2026-02-25 06: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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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차지현 기자] 금융당국이 오는 7월부터 주가 1000원 미만 '동전주'를 시장에서 퇴출하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시가총액 기준 상향, 기술특례상장 기업의 상장 후 업종 변경에 대한 심사 강화에 이은 연속 조치다. 당국은 상장 문턱은 낮추되 퇴출은 쉽게 이뤄지는 다산다사(多産多死) 구조를 제도화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투자자가 신뢰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동안 코스닥 시장 특히 바이오 섹터는 상장은 많고 퇴출은 드문 기형적 구조를 유지해왔다. 신약개발은 원래 오래 걸린다는 논리, 임상 하나만 성공하면 대박이라는 기대감이 부실 기업의 생명 연장 장치가 됐다. 성과 없이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으로 연명하며 주주들에게 희망 고문을 일삼는 이른바 좀비 바이오텍이 시장의 신뢰를 갉아먹었다.
주가가 1000원 미만으로 내려갔다는 것은 단순히 숫자가 낮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장기간 실적 부진과 자금조달 부담, 파이프라인 지연 등이 누적되며 시장의 신뢰가 사실상 붕괴됐다는 신호에 가깝다. 물론 일시적 급락이나 수급 요인도 존재하지만 상당수 종목의 경우 수년간 구조적 하락을 반복해온 결과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당국의 구조전환 의지는 늦었지만 매우 시의적절하다.
이번 사태를 두고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워낙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바이오 종목이 많다 보니 불안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임상 지연이나 기술수출 협상 차질 등으로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기업이 동전주라는 낙인과 함께 구조적으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임상 일정이 한 차례만 어긋나도 주가가 급락하고 자금조달 부담이 겹치며 악순환에 빠지는 사례는 적지 않다.
그러나 냉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 있다. 상장은 면허가 아니라 자격이다. 한 번 시장에 입성했다고 해서 영구적으로 머물 권리를 부여받는 구조가 아니라는 얘기다. 일시적 충격과 구조적 부실은 구분돼야 하지만 수년간 실질 성과 없이 자금조달에 의존해온 기업까지 동일선상에서 보호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임상은 시간이 걸리지만 그 과정에서도 재무 관리와 공시 투명성, 경영 책임은 기본 요건이다.
'유망하지만 잠시 어려운 기업'과 '지속가능성이 의심되는 기업'을 구분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시장은 오히려 더 큰 불확실성에 빠진다. 퇴출이 작동하지 않는 구조는 단기적으로는 안도감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투자자를 위험에 노출시킬 가능성이 크다. 결국 핵심은 퇴출 여부 자체가 아니라 어떤 기업이 시장에 남을 자격을 갖췄는가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다.
이번 조치는 아프지만 필요한 일이다. 구조 전환에는 통증이 따른다. 일부 종목은 급격한 조정을 겪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손실을 확정해야 하는 투자자도 나올 것이다. 그러나 퇴출이 작동하지 않는 시장이 더 큰 왜곡을 낳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수차례 경험해왔다. 성과 없는 기업이 자본을 계속 흡수하면 결국 업종 전체가 저평가되고 그 피해는 결국 성실하게 성과를 내는 기업까지 떠안게 된다. 지금의 조치는 충격을 동반하겠지만 시장의 기준을 명확히 세우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피할 수 없는 선택에 가깝다.
물론 퇴출 이후에도 재진입의 통로는 열려 있어야 한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고 재무 구조를 개선하며 사업 지속 가능성을 입증한 기업이라면 다시 시장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시장에서 한 차례 탈락했다고 해서 기술력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엄격한 퇴출과 동시에 명확한 복귀 기준을 제시한다면 제도는 단순한 처벌이 아니라 시장 규율을 세우는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
또 하나 분명한 사실은 투자자 역시 변해야 한다는 점이다. 바이오 투자는 고위험·고변동성 영역이다. 임상 단계, 자금 소진 속도, 전환사채 조건, 최대주주 지분 구조 등을 읽어내지 못한 채 가격 흐름만 보고 접근하는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상장 유지가 보장되지 않는 구조가 된 만큼 기업의 본질을 따져보는 '공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시장이 성숙하려면 기업의 책임과 함께 투자자의 학습도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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