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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클래스

"렉라자 병용요법, 미 가이드라인 진입…1차치료 전략 재편"

  • 차지현 기자
  • 2026-02-19 06:00:49
  • 이세훈 삼성서울병원 교수
  • MARIPOSA 3상서 사망위험 25% 감소…OS 유의성 확보
  • "이제는 병용 여부 아닌 병용 전략 간 선택 문제"
이세훈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데일리팜=차지현 기자] 국산 항암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글로벌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2026년 판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비소세포폐암 가이드라인에서 렉라자와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이 1차 치료 선호요법(Preferred Regimen)으로, 렉라자 단독요법이 특정 상황에서 유용한(Useful in Certain Circumstances) 옵션으로 포함되면서다.

이는 국산 신약이 최초로 NCCN 1차 치료 범주에 편입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MARIPOSA 3상 후속 연구를 주도한 이세훈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를 만나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의 의미와 실제 임상 현장에서 치료 전략 변화에 대해 들어봤다.

OS 데이터가 바꾼 표준…"병용, 논의 가능한 단계 진입"

렉라자는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3세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2021년 1월 국내에서 국산 31호 신약으로 허가를 받았다.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2024년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EGFR 엑손 19 결실 또는 엑손 21 L858R 치환 변이가 확인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성인 환자 1차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이 교수는 이번 개정의 본질을 전체생존기간(OS) 데이터에서 찾았다.

이 교수는 "이번 개정의 근거가 된 MARIPOSA 3상 임상은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을 기존 표준치료인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 단독요법과 비교한 연구"라며 "이미 단일요법이 표준치료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병용요법의 불가피한 독성 부담을 고려할 때 임상적 이득이 실제 OS 개선으로 이어지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효과와 독성 프로파일이 유사한 단독요법 간 비교라면 무진행생존기간(PFS) 결과만으로도 표준 변경을 논의할 수 있지만 병용요법의 경우에는 판단 기준이 달라진다 "며 "이번 연구를 통해 OS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하면서 병용요법을 표준치료 옵션으로 논의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이 이번 개정의 가장 큰 의미"라고 덧붙였다.

유한양행 렉라자·얀센 리브리반트

앞서 지난해 3월 유럽폐암학회(ELCC)에서 발표된 MARIPOSA 3상 OS 업데이트 결과에 따르면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타그리소 단독요법 대비 사망 위험을 약 25% 감소(HR 0.75, 95% CI 0.61–0.92)시키며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다.

중앙 전체생존기간(mOS)은 아직 도출되지 않았다(Not Reached). 추적 기간 동안 병용요법군 환자 절반 이상이 생존해 중앙값을 산출할 만큼 사망 사건이 충분히 발생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타그리소 단독요법의 mOS가 36.7개월로 확인된 점을 감안하면 향후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 mOS가 확정될 경우 양 군 간 격차가 1년 이상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교수는 이번 개정이 국제 치료 지침 개편 흐름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했다. 그는 "NCCN 가이드라인은 글로벌 가이드라인 가운데 비교적 빠르게 개정되는 편이어서 이번 변화가 향후 다른 국제 가이드라인 개정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유럽 가이드라인은 경제성 평가를 함께 고려하는 만큼 보다 신중한 접근이 이뤄질 수 있지만 큰 방향성 자체는 유사하게 전개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가이드라인 변화는 국내 임상 현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교수는 "글로벌 가이드라인 변화 이후 국내 진료 현장에서도 1차 치료 전략을 바라보는 인식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OS 가 1년 이상 개선된 만큼 병용요법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의료진이 적지 않다"고 했다.

또 그는 "MARIPOSA 연구 PFS 데이터가 처음 공개됐을 당시와 비교하면 의료진 인식이 시간이 지날수록 변화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면서 "개인별 의견 차이는 존재하지만 여러 전문가가 모여 논의할수록 병용요법을 고려하는 비중이 점차 확대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흐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립 어렵던 단독요법 정면 비교…안전성 차이 주목

렉라자와 타그리소 단독요법 간 이중맹검 직접 비교(Head-to-Head) 데이터도 눈길을 끈 대목이다.

통상 효과가 입증된 두 약제를 정면 비교하는 연구는 성립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았다. 이미 시장을 선점한 표준치료제 입장에서는 열등한 결과가 도출될 경우 치명적인 상업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는 데다, 표준치료가 확립된 상황에서 환자를 무작위 배정하는 것 자체가 윤리적 논란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FDA가 병용요법 연구에서 각 구성 약제의 기여도를 개별적으로 입증하도록 요구하면서 동일 연구 내에서 단독요법을 직접 비교하는 설계가 포함될 수 있었다"면서 "이번 데이터는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며 앞으로도 나오기 힘든 귀한 데이터"라고 했다.

이번 분석은 탐색적 분석인 만큼 환자 수가 많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다만 서로 다른 연구 결과를 비교하는 간접 방식이 아니라 동일한 임상시험 안에서 같은 조건으로 두 약제를 직접 비교했다는 점에서 해석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같은 데이터는 실제 진료 현장에서 치료 전략을 세밀하게 조정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직접 비교 결과 두 약제는 효과 측면에서 유사한 생존 곡선을 보였으나 안전성 프로파일에서 일부 차이가 관찰됐다. 이 가운데 임상적으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심장 독성이다.

이 교수는 "타그리소는 심부전이나 QT 간격 연장(QT prolongation)과 같은 심장 관련 이상반응이 렉라자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이 보고되는 경향이 나타났다"면서 "이는 타그리소가 심장 보호와 연관된 HER2(ERBB2)를 더 폭넓게 억제하는 특성 때문일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심장 독성은 발생 빈도 자체는 2% 이하로 낮지만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이상반응인 만큼 임상적으로는 중요한 고려 요소"라면서 "렉라자 단독요법에서는 말초신경병증이 상대적으로 더 자주 관찰되지만 이는 생명을 위협하는 이상반응은 아니며 임상적 영향도 제한적인 편"이라고 했다.

아시아 환자서 일관 생존 이득 확인…"병용이 기본 옵션 될 것"

렉라자는 아시아 환자군에서도 일관된 임상적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타그리소-항암화학 병용요법을 평가한 FLAURA2 연구에서 중국 외 아시아 하위군 효과가 제한적으로 나타난 것과 대비된다.

FLAURA2 연구에서는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하위군에서 OS 위험비(HR)가 1.00(95% CI 0.71–1.40)으로 나타나 단독요법 대비 추가 생존 이득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와 달리 MARIPOSA 연구에서는 아시아 환자를 포함한 전체 집단에서 병용요법의 OS 위험비가 0.77 수준으로 보고, 사망 위험 감소 효과가 확인됐다.

이 교수는 "아시아 환자군에서 나타난 HR 차이를 설명할 기전은 아직 명확하지 않아 하위 분석만으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면서도 "MARIPOSA 연구에서는 아시아 환자를 포함한 전체 집단에서 일관된 OS 개선이 확인된 만큼 이러한 차이는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면밀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1차 치료 전략의 무게중심이 병용요법 쪽으로 점차 이동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과거에는 단독요법을 기본으로 일부 환자에서 병용요법을 고려했다면 최근에는 병용요법을 기본 전략으로 두고 단독요법을 선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며 "이는 비소세포폐암에서 면역항암제와 항암화학 병용요법이 표준 치료로 자리 잡아온 흐름과도 유사하다"고 했다.

또 이 교수는 "먼저 단독요법으로 3주에서 6주 정도 반응을 확인한 뒤 필요한 환자에서 병용요법으로 전환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면서도 "현실적인 급여 체계 안에서는 병용요법이라는 선택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 가능하다면 병용요법으로 시작하는 접근이 합리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향후 1차 치료 전략이 병용요법 간 선택의 문제로 재편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교수는 "렉라자·리브리반트와 타그리소·항암화학 병용요법이 모두 급여 범위에 포함된다면 논의의 초점은 단순히 병용요법 여부를 넘어 두 병용요법 중 어떤 전략을 선택할 것인가로 이동할 것"이라며 "이 단계에서는 생존 지표뿐 아니라 각 치료 전략의 기전적 차이, 면역학적 변화, 분자생물학적 특성까지 함께 고려하는 보다 정교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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