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환자 접근성을 막는 급여 기준의 역설
- 손형민 기자
- 2026-02-05 06: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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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손형민 기자] 새 약제의 급여기준이 공개될 때마다 반복되는 질문이 있다. '규제가 질환 치료의 흐름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가'이다.
GLP-1 계열 당뇨약 오젬픽의 급여 기준은 비만 목적 처방을 억제하겠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실제 임상에서는 접근성을 좁히는 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거세다.
오남용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의견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 명분이 과도하게 적용될 경우 정작 정상적인 당뇨병 치료까지 위축된다는 것이 현장의 지속적 문제 제기다.
정부는 체질량지수(BMI)·혈당·선행 약제 사용 여부 등 다양한 요건을 조합해 오젬픽 급여 대상을 한정했다.
오젬픽의 주요 급여 사항을 살펴보면 메트포르민과 설포닐우레아(SU) 계열 약제를 2-4개월 이상 병용 투여에도 당화혈색소(HbA1C) 7% 이상인 환자 중 체질량지수(BMI)≥25kg/㎡ 또는 기저 인슐린 요법을 할 수 없는 경우 메트포르민·SU·오젬픽의 3종 병용요법만 인정되며, 이후 현저한 혈당 개선이 있을 경우에만 2종 병용요법(메트포르민+오젬픽)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또 기저 인슐린 단독 또는 메트포르민 병용을 2-4개월 이상 투여에도 당화혈색소 7% 이상이거나 오젬픽과 메트포르민(±SU) 병용 투여에도 당화혈색소 7% 이상인 경우 오젬픽+기저 인슐린(±메트포르민) 병용요법에 급여가 적용된다.
현재 진료에서는 DPP-4 억제제와 SGLT-2 억제제를 중심으로 한 병용요법이 널리 쓰이고 설포닐우레아는 저혈당 위험과 환자 특성 때문에 점점 배제되는 추세다.
그런데도 급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다시 설포닐우레아를 사용해 조절 실패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정상적인 진료 경로가 아니라 실패를 강제하는 규제에 가깝다.
급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환자에게 임의 비급여 처방조차 허용하지 않은 점도 논란이다. 비만 목적의 사용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라고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환자별 특성을 반영한 치료 전략을 조정할 최소한의 여지마저 차단한다. 이는 정부가 환자의 치료 필요성을 선제적으로 단정한 것 아니냐는 반발로 이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기준이 향후 출시될 다른 GLP-1 계열 당뇨 치료제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혁신적 신약조차 BMI·혈당·선행 치료 조건이라는 단일 프레임으로 급여 여부가 재단되는 구조가 굳어진다면 국내 급여 정책은 더 규제 중심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이는 한국의 임상 현실이 국제적 치료지침과 멀어질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이처럼 급여 기준이 현실과 괴리된 사례는 다른 영역에서도 발견된다. 편두통 치료제의 경우 국제·국내 가이드라인은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CGRP) 계열 약제를 1차 약제로 권고하고 있다.
다만 국내 보험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환자가 급여 요건을 충족하려면 통증이 더 악화될 때까지 지켜보거나 여러 약제 실패를 반복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급여가 적용된 신약이 오히려 환자에게 더 멀어진 셈이다.
오남용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은 모두가 인정한다. 그러나 명확한 기준 없이 규제가 먼저 만들어지는 구조는 결국 환자에게 불확실성과 불이익을 가져온다.
규제의 목적이 환자 치료를 보완하는 데 있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통제가 아니라 환자를 중심에 둔 정교한 설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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