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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글로벌 의약품 생산 급증...관세 위협이 부른 풀가동

  • 차지현 기자
  • 2026-01-23 12:01:57
  • 지난해 세계 의약품 생산량 9.1% 증가…아일랜드 41.3% 급증
  • 2026년 기저효과로 유럽 생산 감소, 미국 증가율 둔화 전망

[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지난해 전 세계 의약품 생산량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관세 위협에 따른 선제 생산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기저효과로 인해 향후 생산 증가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23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의약품 생산량은 전년 대비 9.1% 증가했다.

지역별로 보면 영국과 유럽연합(EU)의 생산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영국과 EU의 의약품 생산량은 지난해 전년 동기 대비 21.6% 증가했다. 글로벌 의약품 제조 거점으로 꼽히는 아일랜드의 경우 작년 생산량이 전년보다 41.3% 급증했다.

반면 중국과 미국은 상대적으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미국의 의약품 생산량은 전년보다 5.2% 늘었고 중국은 3.6% 증가했다.

영국과 EU, 아일랜드를 중심으로 한 생산 급증은 미국의 의약품 수입 관세 위협에 대응한 선제 생산 영향으로 풀이된다.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수출 비용 상승과 공급 차질이 불가피한 만큼, 주요 제약 생산국과 기업이 생산 시점을 앞당겨 물량을 확보하는 이른바 '프론트로딩'(front-loading) 전략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특히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유럽 지역에서 단기적인 생산 확대가 집중적으로 나타났고 글로벌 의약품 제조 허브인 아일랜드가 그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의약품 수입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여러 차례 시사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미국 내에 의약품 생산 공장을 짓지 않은 기업의 브랜드·특허 의약품에 대해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으나 구체적인 시행 시점과 세부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최근 반도체 품목관세가 당초 예상보다 낮은 수준에서 결정된 점을 감안할 때 의약품 관세도 고율 부과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의약품 생산·매출·투자 연도별 전망 (자료: 한국바이오협회)

다만 이러한 선제 생산 효과는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저효과로 인해 올해 영국과 EU의 합산 의약품 생산량은 3.7%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일랜드도 6.4% 줄어들 것으로 점쳐진다. 미국의 의약품 생산 증가율도 올해에는 0.9%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중국은 비교적 안정적인 생산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국의 의약품 생산량은 올해 6.6% 증가하고 내년에도 6.5% 늘어나는 등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전 세계 활성의약품성분(API) 생산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데 해당 품목이 미국 관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관세 노출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흐름에도 불구하고 미국 무역 관세가 글로벌 제약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대형 다국적 제약사가 백악관과 협상을 통해 약가 인하를 조건으로 관세 면제를 확보했고 주요 국가 역시 무역 협정을 통해 의약품 수입 관세율 상한선을 설정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글로벌 수입 물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네릭 의약품이 무역 협상 대상에서 대부분 제외된 점도 관세 영향 완화 요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관세 이슈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의약품 공급망의 분산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각국 정부가 의약품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전략적 비축과 자국 내 생산을 장려하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향후 제약산업에서는 정부 정책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도 미국의 의약품 관세 정책 방향과 적용 범위를 면밀히 주시하는 분위기다. 관세율과 대상 품목이 확정되지 않아 단기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관세 조치 현실화 가능성을 둘러싼 업계의 긴장감은 여전하다. 특히 미국 시장 비중이 높은 기업을 중심으로 관세 적용 여부와 예외 조항, 품목별 차등 가능성 등을 점검하며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검토하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실제 국내 대표 바이오 기업은 관세 리스크에 대비해 미국 현지 생산 거점 확보에 나서는 등 선제 대응에 나선 상태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미국 일라이릴리 자회사로부터 뉴저지주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을 인수하며 미국 내 생산 기반을 마련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최근 4000억원대 투자를 통해 미국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인수했다.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두 기업이 현지 생산 역량을 확보함으로써 관세 부담과 공급망 리스크를 구조적으로 낮추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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