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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치형 문과 빨간 벤치가 반기는 소극장 같은 약국

  • 강혜경
  • 2022-12-30 10:36:09
  • [주목! 이약국] 대전 유성구 전민동 샛별약국
  • "7평 한계 깨자"…약병 길이재 선반 높이·두께 정하고 동선 최적화
  • "대면은 짧지만 경험은 오래간다" 정성이 무기

빨간색 어닝과 벤치, 아치형 문과 창문으로 소극장을 연상시키는 샛별약국.
[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아치형 창문과 빨간색 어닝, 빨간색 벤치가 눈에 띄는 샛별약국은 동네 포토스팟이자 지나는 이들의 발걸음을 불러 세운다. 대전 유성구 전민동의 한 아파트 상가 인근에 위치한 작고 아담한 약국이다. 마치 소극장을 연상케 하는 동화 속 장소 같은 느낌이다.

홍은진 약사.
전민동 10년 주민인 홍은진 약사(44·숙명여대 약대)가 2020년 연 첫 번째 약국이다.

개국은 처음이지만 그는 약국에서, 병원에서, 제약회사에서 다양한 경험을 두루 갖춘 약사다. "졸업 후 여러 약국에서 근무했었고, 서울 순천향대학교병원에서 근무하기도 했었어요. 임상약학대학원을 다니던 중 제약회사 임상팀에 들어가 CRA로 일하면서 끊임없이 다양한 경험에 도전해 보고자 했던 것 같아요." 남편을 따라 미국에 갔을 때마저 미국약사시험을 따기 위해 공부했고, 예비약사시험인 'FPGEE'를 통과해 NIH병원에서 인턴을 하기도 했다.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 전민동에 자리잡고 2016년부터 파트타임 약사로 근무했다. 그러다 2020년 샛별약국을 오픈하게 됐다. 지금은 처방과 매약 비중이 6대 4인 안정적인 약국으로 자리잡았지만 개국 준비시에는 소아과까지 작은 건널목을 건너야 하고, 평수가 넓지 않은 게 마음에 걸렸다. 오픈과 동시에 터진 코로나19도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이었다.

그럼에도 그의 친절과 섬세함이 오늘의 약국을 있게 했다. 10년간 전민동의 상황을 훤히 꿰뚫었던 그의 판단도 한 몫 했다.

복약안내를 하고 있는 모습.
"나중에 약국을 하게 된다면 친근하고 따뜻한 약국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개국과 운영 과정에서 동네 주민분들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간판에 나무 테두리는 아이들 미술선생님이 아이디어를 주셨고, 돌출형 간판은 '간판을 눈에 띄게 만들어 달라'는 환자의 요청으로 만들게 됐어요. 이웃이 만들어 가는 동네약국이 되는 것 같아 저로서는 매우 기쁜 일이지요."

그는 이전 매장의 인테리어를 최대한 살렸다고 설명했다. 이전 샌드위치 매장의 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 조명 등을 최대한 살리되 빨간색 어닝과 벤치로 포인트를 주고 간판을 더 눈에 띄도록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유모차가 편히 드나들 수 있도록 경사로도 만들었다. 벤치는 약국을 지나다니는 이들에게, 버스를 기다리는 이들에게 잠시나마 엉덩이를 붙일 수 있는 공간이 된다. 특히 공적마스크 당시 유용했다는 것.

홍은진 약사가 특히 주안점을 둔 부분은 23.1㎡(7평) 공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할까 하는 부분이었다. 소아과 약국의 경우 시럽병이 많고, 산제조제기구나 스틱형 약포지 등이 많이 사용되다 보니 ATC와 개수대 같은 필수 시설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을 일일이 줄자로 재고, 그림으로 그려 공간을 구획했다.

소아과 약국인 만큼 아이들 위주 제품이 다양하게 구비돼 있다.
홍 약사의 개국 준비 노트.
"제 개국 준비 노트인데, 시럽병 높이에 따라 약장 높이와 두께 하나까지 그렸습니다. 약포장기 60x20x20, 조제실 탁자 60x120x72 아직도 이런 기록들이 그대로 남아 있네요." 그가 내민 노트에는 당시 그렸던 도면들과 취급 품목 등까지 빼곡히 적혀 있었다.

공간 활용도를 높이고자 슬라이딩 약장과 호텔에서 사용하는 포크, 나이프 서랍장까지 약국에 접목했다. "공간이 좁다 보니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활용할지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넓지는 않지만 혼자 약국을 운영하기에는 최적화된 상태죠."

좁은 조제실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슬라이딩 장을 사용하고 있다.
투약시 약을 담는 쟁반과 호텔에서 주로 사용하는 포크, 나이프 서랍장을 약포지함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 번 온 환자를 단골로 만드는 그의 비법은 상냥함에 있다. "약을 사러 오셔서 증상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건 잠깐이지만 약을 드시는 내내 약봉투를 가정 내 어딘가에 비치해 두시잖아요. 약국에서의 경험이 2, 3분이었다면 약을 드시기 위해 약 봉투를 꺼내는 3~5일, 길게는 수개월 동안 그 분은 저희 약국에서의 경험을 떠올리시게 될테니 한 분 한 분에게 최선을 다하자는 게 제 신조입니다."

그래서 그는 하교 후 혼자 병원에 들렀다 약국에 온 초등학생에게, 저녁시간대 피로회복제를 사러 온 직장인에게 따뜻한 칭찬과 격려를 건넨다. 피로 회복제 하나에도 '열심히 일한 당신을 응원합니다, 아들 화이팅, 우리 딸 힘내, 여보 수고했어' 등과 같은 스티커를 부착해 주면 받는 이들은 어느새 미소짓고 있다.

피로회복제를 구매하는 손님들에게 붙여주는 스티커. 대상에 따라 각기 다른 메시지가 담겨 있다.
"요즘 아이들도 힘들잖아요. 그래서 유성구에서 하는 청소년지원단에 함께 해 '삶의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고민하지 말고 연락주세요'라는 포스터도 부착해 두고, 가급적 부작용 보고도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내년부터는 다제약물사업에도 참여할 예정이고요."

'의약품 이상반응 정보관리와 보고체계'를 주제로 석사논문을 썼던 그의 약국에는 '의약품 부작용 관리 우수협력약국' 간판이 부착돼 있었다.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제가 최선을 다해 환자들을 응대할 수 있고, 저희 약국에 오시는 분들이 샛별약국을 떠올렸을 때 좋은 기억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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