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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크로노스와 카이로스, 약사와 큐레이터

  • 정석원 이사
  • 2023-07-09 19:52:41
  • 정석원 부광약품 마케팅 이사

[데일리팜=정석원 이사 기자] 

애거서 크리스티는 제 1차 세계대전 기간 프랑스 대학병원에서 약사로 일한 경력이 있습니다. 1916년 그녀의 첫 추리소설인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The Mysterious Affair at Styles)’에서 스트리크닌이란 독약을 등장시킨 것은 약사로의 경험이 컸을 것입니다.

성경과 셰익스피어만이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보다 많이 팔렸다고 이야기될 정도로 그녀는 추리소설의 여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모리그 르블랑의 아르센 뤼팽, 애거서 크리스티의 에르큘 푸아로 등은 어릴적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추리소설의 작가와 주인공들입니다. 추리소설의 최대 미덕은 ‘재미’있다는 것입니다. ‘재미’있다는 것은 그 대상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의미입니다.

지난 칼럼에서 많은 약사들이 약국 공간에 대한 활용 미흡을 인지하고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꼽았다는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FGI 참여 약사들은 약국의 공간활용을 통해 소비자의 시간을 확보해야만 한다는 점에 모두 공감했습니다.

특히 약국의 개방형 공간구조에서는 고객과 개인적인 상담이 어렵고, 이는 소비자들이 약국에 머무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주요인이 됩니다. 오늘날 약국에서 체험할 수 있는 ‘무엇(something)’은 매우 부족한 상황이기에 소비자의 시간을 붙잡는데 있어서 약국은 F&B스토어, 대형쇼핑몰, 편의점 등에 밀릴 수 밖에 없습니다.

2018년 아이큐비아(IQVIA IMS Health Korea)의 에서 일반의약품 구매고객 600명과 약사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입니다.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분기별 1회 이상 일반의약품을 구매하기 위해 약국에 방문하는데 평균 체류시간은 5분 미만입니다. 약국에 방문하는 고객 중 58%를 차지하는 처방 조제 고객 중 대부분은 처방약만 구매하고 나갑니다. 일반의약품을 구입하는 고객은 주로 1 품목을 구매하고, 평균 지불 비용은 1만원 미만입니다.

2번 3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론적으로 1번이 해결되어야 합니다. 즉, 고객이 약국에 체류하는 시간을 늘려야 합니다. 좀 더 멋있게 표현하자면 고객의 ‘시간’점유율(Time Share)을 늘려야 합니다.

시간점유율의 사전적 정의는 기업이 시장에서 고객의 시간을 점유하는 정도를 의미합니다. 단순히 동종 업종의 제품이나 서비스와 경쟁하는 것 이상으로 고객의 시간 자체를 가지고 경쟁하는 마케팅 전략입니다.

과거 기업에서 중요시했던 ‘시장’점유율(Market share)은 시장의 구도가 비교적 단순하던 시절의 성취 지표였다면, 시장의 경쟁자가 시시각각 바뀌는 요즘 세상에서는 경쟁사 대비 점유율 보다는 소비자의 시간을 점유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넷플릭스의 경쟁 상대는 고객의 수면시간이다!”라고 말한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는 시간점유율의 중요성을 간파한 사람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지역약국과 일반의약품의 경쟁상대에 대한 정의는 좀 더 폭 넓게 규정할 수 있습니다. 내가 운영하는 약국의 인근에 위치한 다른 약국 만이 경쟁상대인 시대는 지났습니다.

큐레이터는 ‘보살피다.’, ‘관리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큐라(cura, 영어의 care)’에서 유래된 용어입니다. 흔히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전시물의 관리 및 기획을 총괄하는 사람을 일컬었는데, 요즘은 미술관 큐레이터, 패션 큐레이터, 푸드 큐레이터, 디지털 큐레이터 등 다양한 전문 분야에서 큐레이터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데일리팜의 기획기사인 “주목! 이 약국”에는 ‘헬스 큐레이터’들이 있었습니다. ‘헬스 큐레이터’들은 고객들이 약국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고안하는 사람들입니다.

헬스 큐레이터의 시각으로 고객의 시간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몇 가지 아이디어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번째, 키오스크를 활용해 고객의 방문 목적에 대해 사전 파악하는 것입니다.즉, Cure(치료)와 Care(예방)을 기준으로 고객을 분류해볼 수 있습니다.

약국을 방문한 고객의 목적은 크게 ‘즉시 효과(Cure)’를 기대하는 경우와 ‘장기 효과(Care)’를 원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고객의 양분화된 방문 목적을 약사가 키오스크를 통해 사전에 인지하고 있다면 약사의 행동은 차이를 보이게 될 것 입니다.

두번째, 고객 개인정보 카드를 통한 상담시간의 효율성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고객 개인 소지형 카드로 약국방문 이력, 처방내용, 구입품목, 상담내용 등의 고객정보를 약국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약국 POS 시스템과의 연동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야 할 것입니다.

세번째, 약국의 홍보활동을 통해 소비자의 방문 기회를 더욱 확보해야 합니다. 오프라인 광고와 더불어 블로그나 카페 등을 활용한 온라인 광고를 병행함으로써 소비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흥미를 유도해볼 수 있습니다.

헬라어에는 시간을 가리키는 단어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크로노스(Chronos)이고 또 하나는 카이로스(Kairos)입니다. 크로노스는 과거, 현재, 미래로 연속해서 흘러가는 물리적인 시간입니다. 반면 카이로스는 특정한 의미가 부여된 인간의 주관적이고 정성적인 시간입니다.

누구에게나 똑같은 1시간의 크로노스이지만 누군가에게 1시간의 카이로스는 1년 같기도 하고 1초 같기도 할 것입니다. ‘우리 약국을 방문하는 고객은 5분을 5초처럼 느낄까? 아니면 50분처럼 느낄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추리소설의 ‘재미’를 약국에서 느껴보기를 희망합니다.

필자 약력

- 고려대 문화콘텐츠학과 박사

- 논문: 지역약국(Community Pharmacy) 활성화를 위한 세일즈콘텐츠 개발 연구

- 부광약품 마케팅 이사

- 세일즈 콘텐츠 및 헬스 커뮤니케이션 등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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