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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아지는 보험지갑, 일반약이 돌파구다"

  • 박찬하
  • 2006-06-09 07:00:19
  • 포지티브·FTA, 국내제약 전문약에 치명타...일반약 '호기'

오픈매장이 도입되면서 셀프-메디케이션의 기반인 일반약의 전진배치가 이루어지고 있다. 맨 오른쪽 사진은 일본약국 전경. 다양한 제품군이 눈에 띈다.
바닥수준인 일반의약품 시장에도 훈풍이 불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일반약의 사실상 주체인 제약과 약사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훈풍은 호기가 될 수도, 그저 스쳐가는 바람일수도 있다는 점 만큼은 분명하다.

보험급여 의존 경영전략 "끝이 보인다"

우선 제네릭 위주의 성장을 거듭해 온 국내 제약산업이 구조조정의 위기에 봉착했다는 점은 일반약 측면에선 오히려 호재다. 무분별한 카피경쟁을 통해 기형적으로 부풀려진 전문약 시장의 볼륨은 장기적으로 조정단계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약제비 절감대책을 발표하는 유시민 장관. 유 장관은 시간날때마다 포지티브 도입 의지를 공표해 왔다.
약가재평가나 실거래가조사 등을 통해 진행되던 정부의 약가절감정책이 포지티브 리스트 도입 선언으로 구체화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시장성이 크든 적든 일단 발매해놓고 나면 보험급여에 기대 연명할 수 있다는 전략은 이제 발 붙이기가 어렵게 됐다. 보험급여 대상 전문약 숫자를 5000품목까지 줄이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급여대상에 포함됐던 일반약들도 장기적으로 비급여 전환될 수 밖에 없고 정부 역시 이점은 수차례 공표한 바 있다. 포지티브 도입 계획에도 일반약복합제 900여품목에 대한 비급여 전환이 적시돼 있다.

일반약 복합제의 비급여 전환이 이루어질 경우 회사 1곳당 최대 100억까지 매출감소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급여를 보물창고로 여겼던 제약사들의 경영전략은 불가피하게 수정될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한미FTA 역시 국내 제네릭 시장에는 독배(毒杯)일 수 밖에 없다. 오리지날 품목에 유리한 시장조건이 형성되든, 미국의 막강한 제네릭 강자들이 국내시장에 발을 들여놓든 국내업체들의 보고였던 전문약 시장은 위축될 것이 뻔하다. 이 역시 경영전략의 수정을 요구한다.

다행히 국내환경에 맞는 영업조직이 필요한 일반약 시장에선 우리 기업들이 강자일 수 밖에 없다. 정부가 지갑을 닫겠다고 나온 만큼 제약업체들은 또다른 수입원을 찾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바닥권인 일반약 시장은 역설적으로 희망일 수 있다.

문제는 일반약 시장에 대한 국내업체들의 체질이 많이 약화됐다는 점이다. 의약분업 이후 5년여간 전문약에 치중하면서 일반약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렸다. 전문약 위주의 영업과 마케팅 조직에 치중하며 일반약은 “팔리는대로 팔아온” 것이 사실이다.

일양약품 일반약 총괄인 임흥재 과장은 “약국담당이 병의원을 맡을 수는 있지만 병의원 담당이 약국에 적응하는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일반약 조직이 대다수 업체에서 없어진 만큼 일반약에 집중해야하는 상황이 온다해도 시장을 쉽게 흡수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약협회 홈페이지 발췌. 2004년 발족한 일반약위원회는 의료계 반발로 첫번째 회의 이후 현재까지 단 한차례도 열리지 못했다.
일반약 스위치 시급...밥그릇 싸움 '그만'

제도적 보완 역시 일반약 활성화의 선결조건이다.

작년 5월 제약협회 주최로 국내에서 열린 '세계 셀프 메디케이션 경향 및 스위치 현황 세미나'에서 스팽글러(Mr. David Spangler) 미국비처방의약품협회(CHPA) 부회장은 “처방약의 일반약 전환은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고 고령화 사회의 의료비 부담을 해소해 준다”며 “유독 한국만이 일반약 시장 침체라는 역조현상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팽글러 부회장의 지적이 아니더라고 세계적 조류인 셀프-메디케이션 확대의 근간이 되는 전문약의 일반약 전환(Rx to Switch OTC)은 의약분업 이후 단 한건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통해 재분류 신청이 가능하지만 의-약사 동수로 구성된 위원회 특성상 대부분 부결되거나 논의조차 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건의료의 핵심 축인 의사와 약사의 '밥그릇' 싸움이 보건의료의 건강성을 훼손하는 격이다.

2004년 제약협회가 정관개정을 통해 출범시킨 일반의약품위원회가 1차 회의 이후 의료계의 압력으로 현재까지 단 한차례의 추가 회의도 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이를 반증한다.

당시 1차 회의에 참석한 제약업계 모 인사는 “의사협회가 위원회 참석 회사에 대해 제품 불매운동 등을 거론하며 압력을 넣어 상견례 이후 추가 회의를 한번도 열지 못했다”며 “전문약의 일반약 전환 논의 자체에 의사들의 알레르기 반응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EU와 같이 Rx to Switch OTC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규정이 정비돼야 일반약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약사법상 '진단' 규정, 일반약 복약상담 훼손

일반약 판매를 위한 약사들의 건강상담의 자율성을 법률적으로 어느정도 확보해주는 일도 필요하다.

약사들의 적극적인 복약상담이 무엇보다 필요하며 이에대한 법률적 뒷받침이 이루어져야 한다. 사지은 지역 약사회가 주최한 복약지도 대회.
약사법 시행규칙 제57조(의약품 등의 유통체계확립 및 판매질서유지를 위한 준수사항) 1항 15호는 ▲진단을 하고 그에따라 일반약을 판매하는 행위 ▲진단을 목적으로 한 건강상담을 통하여 일반약을 판매하는 행위 ▲환부를 들여다보거나 만지거나 기계․기구 등을 이용해 환자의 상태를 살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진료행위에 대한 엄격한 규제는 필요하지만 일반약을 판매하는데 필요한 적정선의 복약상담마저 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법률적으로도 이 규정은 약사법 제41조(의약품의 판매) 4항의 일반약 복약지도 규정과 상치된다.

이와함께 셀프-메디케이션을 확산하는 일에 정부와 의사-약사회, 제약협회가 함께 나설 필요가 있다. 제약협회 이인숙 기획실장은 “세계적 추세인 셀프-메디케이션 도입을 위해서는 소비자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일본의 경우 초등학교 교육프로그램에 셀프-메디케이션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반약의 주체인 약사들의 의식전환 노력이다.

일동제약 이은국 상무(약사)는 “일반약 활성화에 대한 구호는 있지만 약국 현장에서 실천되는 부분은 부족한 것 같다”며 “제약사의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약사 스스로 일반약 시장을 만들어 내겠다는 의지와 실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약사교육연구소 최병철 박사는 “한약이나 건강기능식품과 달리 일반약은 약사만 취급할 수 있는 유일한 품목”이라며 “약사가 적극적으로 손대지 않은채 제약사 핑계만 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반약 시장 "약사 노력과 실천에 달렸다"

최 박사는 혈압약 장기복용자에게 비타민제를 권한다던지, 입이 마르는 약을 복용하는 환자에게 인공침을 적용하는 것과 같이 전문약의 문제점을 일반약으로 보완하는 방법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반약으로 접근하는 기간과 대상을 명확히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의사와 약사 몫을 분명히 구분하는 작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선진국과 달리 국내에는 일반약에 대한 학술교육이나 전문책자 발간이 약사회는 물론 대학에서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약사들에게 일반약에 대한 학술적 배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판매기법을 강의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인 활성화 비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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