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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소 성분명처방, 근무의사 시각따라 좌우

  • 홍대업·한승우
  • 2007-07-10 06:56:14
  • 서울 A보건소 올들어 단 한건도 없어...의료계 입김 영향

성분명처방을 바라보는 보건소 근무의사의 시각은 제각각이다. 어떤 의사는 성분명처방에 대해 의료계의 눈치를 보거나 의료계와 같은 보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반면 또 다른 의사는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약국 역시 마찬가지. 재고약 부담과 환자 약값부담 해소 차원에서 긍정적이지만, 일부 약국에서는 성분명처방을 오히려 부담스러워 한다.

보건소 의사들, 성분명처방 ‘불신’...의료계 눈치 살피기도

보건소에 근무하는 공보의 가운데 대부분은 성분명처방에 대해 의료계와 마찬가지로 강한 불신감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연평균 6∼7만여건씩 성분명처방을 해오던 서울 A보건소. 이 보건소는 올해 들어 아예 성분명처방을 내지 않는다. 이곳에서 12년간 근무해온 의사 B씨. 성분명처방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B씨는 “성분명처방으로 전환되면 약국에서 대부분 싼 약으로 조제할 것이고, 제약사들은 단가경쟁에 들어갈 것”이라며 “이 경우 제대로 된 약효를 발휘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 이 보건소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기간 동안 성분명처방과 관련된 데일리팜의 보도 이후 성분명처방을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 이유는 바로 의료계의 압박 때문.

의사 B씨도 이런 탓에 적잖이 심적인 부담을 가졌고, 결국은 보건소 청구프로그램을 상품명으로 전환했다는 전언이다.

서울의 또 다른 보건소. 이곳도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 동안 데일리팜의 보도로 곤욕을 치렀다. 2006년 한 해만 1만6,958건의 성분명처방이 이뤄졌고, 올해 3월말 기준으로도 1,701건이 성분명으로 처방됐다.

그러나, 언론보도 이후 C보건소는 인근 D약국과 사이가 멀어졌다. D약국의 근무약사가 처방되는 성분명 제제를 국회측에 일러줬고, 이것이 처방의사와 D약국간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보건소 의사 E씨는 “성분명처방이 일부 이뤄지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그에 대한 입장표명은 회피했으며, D약국 역시 성분명처방과 관련된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C보건소는 지난해 10월 데일리팜 기자와 전화통화 당시 “통계수치에 오류가 있는데다, 여러 상황 때문에 곤란한 처지”라고 말해, 의료계의 압력이 적지 않았음을 시사한 바 있다.

성분명처방에 대해 공보의들은 각자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약화사고시 책임범위 정해라” vs “성분명이 오히려 편리”

이번 취재 과정에서 접촉한 대부분의 보건소 의사는 성분명처방을 부정적으로 바라봤지만, 일부 의사는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아테놀올 등 일부 성분명처방을 내는 제주 서귀포보건소의 의사 K씨는 성분명처방 뿐만 아니라 현재의 대체조제 제도에 대해서도 강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K씨는 “의사가 A라는 약을 처방했다면, 환자의 치료과정에서 그 약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듣도 보도 못한 제약사의 약을 약사가 임의대로 조제한다면 약효를 담보할 수 없게 된다”고 꼬집었다.

대구 동구보건소의 의사 L씨는 “성분명처방에 앞서 약화사고가 발생할 경우 처방의사의 책임인지, 조제한 약사의 책임인지 그 범위를 먼저 정하는 것이 순서”라며 “질이 떨어지는 약을 생산하는 제약사들이 존재하는 탓에 성분명처방이 이뤄지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성분명처방을 하고 있는 부산 진구보건소의 의사 L씨는 “플루코나졸이나 라니티딘 등은 안전성이나 유효성에 별다른 문제가 없어 성분명으로 처방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가능한 의사의 처방대로 조제되고 투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대구 중구보건소의 의사 L씨는 "위장약과 진통제 등 부작용이 적고 일반적으로 검증된 의약품을 성분명으로 처방하고 있다"면서 "경질환이나 부작용이 적은 의약품은 성분명처방을 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울 광진구보건소의 의사 L씨는 “당뇨약 등을 제외하고 안전성 등이 담보된 의약품을 성분명처방하는 것은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부산 연제구보건소의 공보의 J씨는 오히려 상품명보다는 성분명으로 처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J씨에 따르면 보건소 방문환자가 기존에 복용하던 약을 처방해달라고 다른 병원에서 발급받은 처방전과 동일한 처방을 요구할 경우 일일이 상품명을 성분으로 재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는 것. 같은 제제인데도 회사마다 약품명이 수 십 가지나 되는 탓이다.

그는 “약은 성분에 따라 약리작용이 이뤄진다”면서 “성분이 아닌 상품명으로 처방하면 혼동될 소지가 있는 만큼 의사에겐 성분명처방이 훨씬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약국가 “1석3조”...잦은 처방변경-재고약 해소 기대

성분명처방이 이뤄지는 보건소 주변 약국들은 성분명처방에 대해 적극 환영하는 입장이다.
보건소 의사와는 달리 현재 성분명처방이 이뤄지고 있는 보건소 인근 약국가는 재고약 부담 해소와 저렴한 약값으로 인한 환자 유인효과, 건강보험 재정절감 등 1석3조의 효과가 있다며, 이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다.

동작구보건소 앞 B약국 L약사는 “성분명으로 처방되면 노바스크 등을 저렴한 약으로 조제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보건소를 이용하는 환자들의 경우 경제적 사정이 열악한 만큼 성분명처방이 이들에게는 의료접근권을 높일 수 있다는 말이다.

특히 8월부터 정률제가 실시되면 65세 이상 환자에게는 더욱 유리할 것이는 설명이다. 보건소 처방을 받을 경우 약값이 1만원 이하이면 전액 무료이지만, 장기처방을 받은 만성질환자는 1만원 이상 상회하면 약값의 30%를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탓이다.

L약사는 약국의 재고부담도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B약국의 재고약 규모는 1년에 1,000만원 정도. 그러나, 성분명처방이 이뤄지면 이같은 재고약을 소진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B약국에서 불과 50여미터 떨어진 K약국도 재고부담 해소를 성분명처방 효과의 1순위로 꼽았다. 연 3,000만원 정도의 재고부담을 안고 있다는 K약사는 “보건소뿐만 아니라 일반 병·의원도 성분명처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근 병의원에서 가격 차이도 나지 않는 처방약을 수시로 바꾸는 경우가 있어, 약국의 재고부담을 가중시킨다는 것. K약사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약은 수 십 가지가 된다”면서 “그러나, 수시로 약을 바꾸면 환자에게 일일이 약의 변경내용을 설명해야 하고, 재고도 쌓이게 된다”고 토로했다.

K약사는 또 “성분명처방이 이뤄지면 약값에 민감한 환자의 저항으로 인해 약사 입장에서는 생동인정 품목 가운데 저렴한 약을 조제해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선 환자간 약값차로 상품명 요구...제도도입시 부작용 최소화해야

재고약 부담은 비단 약국가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내 25개 보건소와 3개 시립병원의 의약품을 서울의료원에서 성분명으로 일괄 구입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서울 양천구보건소 관계자는 “원내의 경우 성분명처방을 하고 있으며, 그 이유는 재고관리가 수월하기 때문”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반드시 모든 약국이 성분명처방을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성분명처방이 나올 경우 약국을 찾는 환자마다 조제하는 약값의 차이가 발생한다.

다시 말하면, 약국마다 약값이 달라져, 환자들로부터 다른 약국과 비교대상이 되거나 심지어 “왜 이 약국만 약값이 비싸냐”라는 힐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성분명처방이 이뤄지는 일부 보건소와 인근 약국가는 긍정적인 입장인 것만은 분명하다. 복지부도 이런 상황을 다각도로 고려해 ‘9월 성분명처방 시범사업’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보면 성분명처방은 이미 이뤄져왔고, 앞으로 시범사업을 통해 사회적 분위기를 무르익게 만드는 과제만 남은 셈이다. 복지부는 시범사업 과정에서 장단점을 보다 면밀히 분석, 제도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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